“요즘 나는 술을 마셔야 서글퍼져…… 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가 있었나 싶어……” 진달래 능선 걸어 걸어 나앉은 너럭바위 같은 나이 훤한 이마가 한 잔 술로 붉다 아쉬운 것은 지나온 고개만이 아니다 불콰한 술기운을 치대는 붉고 붉은 마음으로 좀처럼 물들지 않는 것이 서럽다 그래, 그것이 제법 걸었다는 뜻이다 능선길이다 연초록물이 막 달아나는 고갯길이다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난 이슬만 마시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이슬 중에 참이슬, 이것은 술을 마신다는 비유이다. 나도 참이슬을 마시고 참이슬을 따뜻하게 데워 그 안에 몸을 담그고 싶은 가을 “요즘 나는 술을 마셔야 서글퍼져……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가 있었나 싶어……” 라는 구절이 충격으로 온다. 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는 시인의 인간적 감성이 살아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적인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술을 마셔야 서글퍼진다는 것은 술로 무디어진 감성을 살린다는 것이
1966년 오늘 인도 델리에서 힌두교도들이 폭동을 일으킨다. 소를 신성하게 여기는 힌두교도들! 소의 도살을 금지하는 법률제정을 요구하며 의회난입을 기도했다. 힌두교도들은 경찰의 저지를 받자 강력하게 항의하며 폭동을 일으켰다. 이 폭동은 일곱 명의 사망자와 마흔 명의 부상자를 내고 이틀 만에 진압됐다.
올 가을엔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눈 내리는 밤길 달려갈 사나이처럼 따뜻하고 맞춤한 악수의 체온을 무슨 무슨 오피스텔 몇 호가 아니라 어디 어디 원룸 몇 층이 아니라 비 듣는 연립주택 지하 몇 호가 아니라 저 별빛 속에 조금 더 뒤 어둠 속에 허공의 햇살 속에 불멸의 외침 속에 당신의 속삭임 속에 다시 피는 꽃잎 속에 막차의 운전수 등 뒤에 임진강변 초병의 졸음 속에 참중나무 가지 끝에 광장의 입맞춤 속에 피뢰침의 뒷주머니에 등굣길 뽑기장수의 연탄불 속에 나의 작은 책상을 하나 놓아두어야겠다 -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 2009년 문학동네 지우개똥 수북이 주변은 너저분하고 나는 외롭게 긴 글을 한 편 써야겠다 세상의 그늘에 기름을 부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새로운 안식처에서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야겠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서설이 내리기 전 하나의 방을 마련해야겠다 버지니아 울프가 표명한 것처럼 작업실을 갖는다는 것, 나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대다수 문인들이 꿈꾸는 바다. 그런데 박 철 시인은 이 가을에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아닌, “저 별빛 속에 조금 더 뒤 어둠 속에”, &ldqu
미국 민주당의 존 F. 케네디가 1960년 오늘 미국 제3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을 예방한 케네디 대통령 당선자! 당시 나이 마흔 네 살로 미국 최연소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공화당의 닉슨 후보와 맞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듬해인 1961년 1월 20일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이 거행된다.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라”는 유명한 취임연설을 했다.
1965년 오늘 베트남의 구엔 카오 키 총리가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키 총리는 정일권 국무총리의 영접을 받았다. 나흘 동안의 일정으로 방한한 키 총리는 방한 다음날 청와대로 박정희 대통령을 예방했다. 키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우리나라 군대 파병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두 나라 사이에 경제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는 키 총리 부부를 청와대 정원으로 안내해 한국의 계절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맛좋은 싸구려 소리가 흥성흥성한 시장, 그대로 향기로운 웃음 시장이다. 장사꾼들의 인정스런 미소에 푹 묻어나는 값진 미소를 한 아름 안고 미소의 가치를 생각한다. 이때 누군가 산처럼 쌓아 놓은 물건 앞에서 억울한 울음보를 터뜨린다. 아, 사기꾼의 미소에 홀려 가짜 물건을 사고 터지는 원통한 울음소리다. 웃음 시장이 울음시장으로 변하는가. 그래, 진정한 웃음 시장은 어디에 있는가! 물건을 팔기 위해 손님을 부르는 소리, 싸구려 음악소리, 끌려나온 동물들 울음소리 등등 온갖 소리들로 시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깎고 흥정하다 큰소리로 싸우기도 한다. 재래시장은 활기차다. 오일장이라도 열리는 날이면 축제 같은 신명이 난다. 덩달아 열심히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절절한 삶의 현장이다. 喜怒哀樂과 愛惡慾이 어떤 곳보다 절실하게 교차하는 곳이 시장 한복판이다. 이제 이런 풍경들은 자본에 잠식되고 서민들은 자본의 노예로 살아간다. 대형마트에 가면 잘 다듬어지고 깨끗하게 포장된 상품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어 원하는 만큼 집어 돈을 지불하면 된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눈빛을 교환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광경은 좀체 목격되지 않는다. 자본은 인간의 밑바닥 감성
이삿짐을 싣고 트럭이 지나간다. 점보는 집이 지나간다. 얼굴 찢긴 후보들이 지나간다. 허벅지를 드러내고 화투 치는 여자들이 지나간다. 붉은 등 아래 담배를 물고 서 있는 여자도 지나간다. 붉은 등이 그립던 날들과 엥겔스가 옳다고 생각한 날들이 지나간다. 보리밥집과 나무문 만드는 집이 지나간다. 이윽고, 지나간 것들이 다시 돌아온다. 나무문 만드는 집 나무 문이 닫힌다. 보리밥은 식어 있다. 길가에 나와 있던 여자가 없어졌다. 붉은 얼굴의 여자들을 누이라고 생각하던 날들이 돌아온다. 외등이 꺼지고 점포 안이 붉다. 술상을 보는 여자 들 뒤로 숨는 엥겔스가 보인다. 나는 빈자리에 차를 집어넣는다. 붉은 얼굴로 졸고 있는 푸줏간 여자가 보인다. -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췌 홍등이 있는 곳은 그리운 곳이다. 삶의 풍경이 무삭제 완역판으로 펼쳐지는 곳이다. 그곳에서 야생화를 만나고도 싶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도 싶다. 영혼의 동정을 버리고도 싶다. 홍등 아래는 삶의 진솔함이 펼쳐지는 곳이고 때로는 사회가 블루칼라가 금기시 하고 피하려던 몽환의 지대이다. 엥겔스처럼 부르주아와 투쟁을…
가을 나뭇잎이 해를 향해 오체투지를 한다 이제 몸마저 버릴 거라고 가을 나뭇잎 그늘은 영원한 사원이다 가을 나뭇잎 그늘에서 바라보는 외길 앞서 걷는 가을 나뭇잎 몇 걸음에 몸 낮추고 엎드려 경배한다 뒤돌아보니 길 없고 쨍 가을 햇빛이다 가을, 들녘에 곡식이 익고 거리에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올해도 또다시 우리에게 걸어왔다. 나해철의 시 ‘가을 나뭇잎’은 가을을 마주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다. 아직 땅에 지지 않은 가을 나뭇잎은 가을이 되면 낙엽이 돼야만 하는 대자연의 이치에 묵묵히 따를 뿐이다. 신체의 다섯 부위를 땅에 닿게 하는 절인 ‘오체투지’를 하는 것이다. 가을 나뭇잎은 두 무릎을 꿇어 땅에 댄 다음 두 팔을 땅에 대고 머리를 땅에 대어 절을 한다. 이러한 가을 나뭇잎을 보며 시 속 화자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에 경외감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생각한다. 대자연 속에서 하나의 생명체인 시적 화자 역시 나뭇잎과 마찬가지로 오체투지를 시도한다. 그러고는 뒤돌아본다. 시적 화자의 시선에는 길은 보이지 않고 쨍쨍 내리쬐는 가을 햇빛이 들어온다. 지나온 길 대신 이젠 가야 할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 - 시집 ‘마음이 불어가는 쪽’/1987년/현대문학사 어머니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고, 시인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눈물도 한숨도 비통함도 보이질 않는다. 얼마나 사무쳤으면 그 긴 밤을 달과 함께 걸었을 어쩌면 눈시울 붉어가는 시인이 보이는 듯하다. 풍경 속으로 누렁 강아지라도 한 마리 데리고 가라고 시인을 따라가라고 보내주고 싶다. /조길성 시인
1988년 오늘 5공화국 시절의 온갖 비리를 밝히기 위한 국회청문회가 의정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13대 국회는 5공 비리 특별위원회 등의 특위를 만들어 5공화국의 성립과정과 통치기간 중에 권력형 비리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일해재단설립의 비리를 밝히기 위한 국회청문회! 기금모금의 강제성과 재단기금의 청와대 관리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재단의 엄청난 재산규모는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광주민주화운동 특별조사위원회는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었다. 이 청문회에서는 5·17 계엄 확대조치의 배경과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의 조작 여부에 관한 질문과 증언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