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오늘 서울 성수동 뚝섬유원지에서 강남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가 개통된다. 한강의 11번째 다리로 1977년 착공돼 2년 만에 완성됐다. 1천160m의 교량 북단과 남단에 인터체인지가 설치됐다. 국내 최초로 ‘게르버 트러스(Gerber Truss)’ 공법으로 세워졌다. 성수대교는 기능 위주로 세워진 이전의 한강 다리들과는 달리 미관을 최대한 살리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건설됐다. 그러나 개통된 지 15년 만인 1994년 10월 21일 아침 다리의 북단 5번째와 6번째 교각 사이 상판 50여m가 내려앉는 붕괴참사가 일어난다.
1933년 오늘 독일 수상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를 선언한다. 앞서 같은 해 1월말 수상에 임명된 히틀러는 베르사유조약에 따른 군비제한과 배상지불을 지킬 수 없게 되자 국제연맹 탈퇴를 결정했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체결된 베르사유조약에 따라 육군병력은 10만 이내, 해군의 군함보유량은 10만t 이내로 제한받았고 공군·잠수함도 보유할 수 없었다. 국제연맹 탈퇴와 함께 군비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우황 든 소는 캄캄한 밤 하얗게 지새며 우엉우엉 운다. 이 세상을 아픈 생으로 살아 어둠조차 가눌 힘이 없는 밤 그 울음소리의 소 곁으로 다가가 우황주머니처럼 매달리어 있는 아버지 죽음에게 들킬 것 훤히 알고도 골수까지 사무친 막 부림 당한 삶 되새김질하며 우엉우엉 우는 소 저처럼 절벽울음 우는 사람 있다 우황 들게 가슴 치는 사람 있다 코뚜레 꿰고 멍에 씌워 채찍 들고서 막무가내 뜻을 이루려는 자가 많을수록 우황덩어리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 많다 우황주머니 가슴에 없는 사람 우엉우엉 우는 소리 귀담지 못한다. 이 세상 소리 내어 우엉우엉 울지 못한다. 삶이 징 하지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우황 든 소는 그 고통을 이기고자 우엉우엉 운다. 고통이 고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 울지 않을 것이다. 울음은 슬픔으로 잠겨가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우황 든 소 곁에 우황처럼 매달린 아버지는 삶이란 우황이 들어 소보다 더 아플 수 있다. 그러나 우황 든 소를 돌보는 아버지는 결국 우황으로 우는 소 보다 더 아프나 우황 든 소를 돌보기에 그 모든 것을 이겨가고 있다. 이러한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둘이겠나? 자기가 더 아프면서
세월에 잠겨 썩지 않고 삭는 곳에 아름다움과 기품이 담긴다지만 제대로 삭혀만 진다면 그런 후식(後食)은 없어도 좋으리.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 돌담길 담장 언젠가 돌들의 근육이 풀려 골목길과 한 때깔이 되었다. 늘 그렇듯 덜 삭은 생각을 하며 걷는다.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 청동기 시대의 리듬 속을 걷는 것 같다. 생각이 줄어든다. 양편 담장 안에서 태어나 공중에서 엇박자 X가 되어 건너 집 담 속을 들여다보는 두 회화나무 밑을 지날 때는 생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유머러스해진다. 하늘 한 편에 빙긋 웃고 있는 낮달, 슬픔도 기쁨도 어처구니없음도 생각 속에 구겨 넣었던 노기(怒氣) 쪼가리들도 그냥 느낌들이 되어 마음 벽에 녹아내린다. 은은한 빛 마음 벽에 새겨진 각(角)진 무늬들도 은근해지는 빛 속에 아무것도, 희한하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 황동규 ‘은은한 빛’/2011년 여름호/불교문예 가을이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산자락의 오래된 마을을 걷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시인은 “돌들의 근육이 풀려/골목길과 한 때깔”이 된 돌담길 담장을 발견한다. 여기서 때깔이란 시간의 옷일 것이다. 황혼기에 접어든 시인도 근육
영국 런던 근교의 휴양도시 브라이튼(Brighton)에 있는 그랜드 호텔. 1984년 오늘 아침 일찍 이 호텔에서 폭탄 2발이 터졌다. 호텔 안에서는 영국 보수당의 회의 참석을 위해 대처 영국 총리를 비롯한 많은 보수당 인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처 총리는 폭탄이 터지기 2분 전 욕실에서 벗어나 죽음을 모면했다.
2002년 오늘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한다. 이날 밤 11시30분 관광휴양단지인 발리 쿠타비치의 외국인 전용 나이트클럽인 ‘사리 카페클럽’에서 고성능 폭발물을 실은 차량이 폭발했다. 이 폭발로 나이트클럽 안에 있던 오스트레일리아·유럽·미국·일본인 등 190여 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한국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연쇄폭탄테러의 배후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과격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가 지목됐다.
가지 말아야 했던 곳 범접해선 안되었던 숱한 내부들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 더럽혀진 발길이 함부로 밟고 들어가 지나보면 다 바깥이었다 날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내부가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한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그대의 텅빈 바깥에 있다 가을바람 은행잎의 비 맞으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닿아서야 그곳에 단정히 여민 문이 있었음을 안다 생떽쥐페리는 그의 동화 <어린왕자>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타인의 마음 문(門)을 열기 위해 날마다 분주히 살고 있지만 자신의 내부에 지어진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에 들어가 본적이 얼마나 되는가? 어쩌면 더럽혀진 제 발자국으로 인해 자신의 내부가 밖이나 다름없이 황량한 채 먼지 바람만 껴안고 있음을 볼까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내 안에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또 다른 내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아는 날 우리는 세상의 젖은 비를 맞으며 마치 새색시의 단정히 여민 문이 내 안에 깊이 숨어있음을 보게 된다. 은밀하고도 단정한 문(門), 인생들은 언제나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막다른 시간
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에는 의지할 의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 비가 오고 …… 아득한 선로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처럼 내가 있다. 나를 스쳐가는 바람에게 묻는다. 바람아, 지금 너는 어디서 오는 거니? 무엇을 만나고 오는 거니? 바람아, 지금 너는 또 어디로 가는 거니? 찾을 무엇이 거기 있는 거니? 문득 시간은 급행열차처럼 지나가고 곁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푸른 불 시그널처럼 눈을 떴다 감으면 아,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생의 선로에 홀로 자그만 역처럼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부재 속에 고독한 존재의 쓸쓸한 초상을 본다. /이윤훈 시인 / 한성기
모든 것은 곱게 수정될 수 있다 안 되는 건 오직 우리들 마음속의 네거티브 필름 구동독 정보국에 체취까지 채집 당해 보관됐던 시인 라이너 쿤체. 그는 시를 썼을 뿐이었습니다. 아끼고 아낀 말로,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서정시를. ‘말은 화폐/진짜일수록,/더 단단하다’(<모든 언어의 동전> 전문) 단 세 줄인 그의 시에 어떤 설명도, 감상도 덧붙일 수 없었습니다. 덧붙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철학과 언론학을 전공하고 강의를 하다가 정치적 이유로 학문을 중단하고 자물쇠 보조공으로 일하던 중 그는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습니다. 이를테면 휴가 때 그가 시골에서 물을 몇 양동이 길었는지까지 정보국은 기록했다는군요. 그의 시가 서정시인 이유를, 시편 대개가 그토록 짧은 이유를 짐작하겠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더 정제되고 아름다워진 단단한 동전이 된 모양입니다. 외관상의 형식이나 내용은 수정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마음속의 네거티브 필름까지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을까요? /이진희 시인 - 라이너 쿤체 시집 ‘시’/ 2005년/ 열음사
흰 빛깔이 닳아 없어진 낡은 사기 접시들, 우리 집에 너희들은 새 것으로 왔었지. 그동안 우리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 주변을 둘러보면 버려야 할 것들이 수없이 많다. 닦아도 빛나지 않는 용기들, 유행이 한참 지나버린 옷가지들,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사물들을 여기저기 쌓아놓고 공간은 나날이 좁아진다. 분명히 버리는 게 합리적인데 왜 그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나와의 첫 대면, 즉 내가 오래전이었지만 새로 산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반짝이던 사물들이 제 빛깔을 잃어가는 동안 어린 아이들은 키가 자라고 가족 구성원 중 누눈가는 더 이상 사물과 상관없는 곳으로 갔다. 아파트 화단의 나무는 몇 개 나이테를 더 그려 넣어 구름에 가까워졌고 얼마나 많은 귀뚜라미들이 도착한 계절을 알리다 갔을까? 아이들의 반찬투정, 식구들의 투덜거림 따위를 듣느라 흰 접시는 낡아 갔을 것이다. 걸음마를 배우듯 이것은 사루비아, 이것은 칸나, 이것은 자작나무…… 사물들의 이름을 일일이 짚어가다가 어느 사이 훌쩍 서로 우회하는 법을 배우고 입 다물고 말하는 법을 배우고……지금 이 순간도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