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자르지 말라 네 칼이 먼저 상하리라 나는 뿌리가 있어 내 몸을 계속 키울 수 있나니 시간이 우리의 승패를 결정하리라 나를 밟지 말라 네 구두가 먼저 닳아 없어지리라 나는 뿌리가 있어 같은 몸 계속 밀어 올릴 수 있나니 네 무릎이 먼저 꺾이리라 나는 뿌리의 힘으로 겨울 나고 꽃 피우고 타는 가뭄에 견디며 대지를 붙들고 있나니 내 억센 뿌리의 손아귀에 네 뼈가 먼저 부러지리라. - 공광규 시집 ‘지독한 불륜’/1996년/실천문학사 우리는 근원(根源), 혹은 근본(根本)이라는 말을 ‘뿌리’라고 읽는다. 시인이 말하는 뿌리가 민초로서 풀뿌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겨레의 뿌리로서 민중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근원, 즉 본질의 훼손에 대한 뿌리의 경고를 노래하고 있다. 이 시대는 근원의 위기, 뿌리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백성천하지대본이 훼손되고, 효백행지본(孝百行之本)이 잘려나가고, 정치의 근원은 백성안위(百姓安慰)가 그 뿌리가 될 터인데, 권력자들의 궤변으로 위협을 당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의 시대인 셈이다. 하늘이 예(禮)의 근본인데 어느 때부터 사람들은 하늘의 뜻(公義)보다 땅의 소산(所産)만 바
중앙정보부, ‘인민혁명당 사건’ 발표 1964년 오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은 이른바 ‘인민혁명당 사건’을 발표했다. 중앙정보부는 북한노동당의 강령을 토대로 대규모 지하조직을 구성한 혁신계 인사와 언론인·학생 등 4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이 불기소방침을 세우자 검찰 고위층이 이를 무시하고 26명을 구속기소했다. 이에 대해 검사들이 일제히 사표를 제출하는 검사항명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피의자들에 대한 고문사실이 폭로되자 검찰은 14명에 대해서 공소를 취하했다. 한일협정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 한일협정 비준동의안이 야당과 국민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조인된 지 54일 만인 1965년 오늘 국회를 통과했다. 한일협정 비준안은 이날 제52회 임시국회 12차 본회의에서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출석위원 111명 가운데 찬성 110표, 기권 한 표로 통과됐다. 이 동의안은 한 달 전인 7월 14일 여당이 단독으로 국회에 상정한 것이다. 민족대축전 북한 대표단 현충원 참배 2005년 오늘, 광복 60년을 맞아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기 위
연탄불이 꺼진 성북동 월세방, 어디에도 연락이 닿지 않고 유리문을 두드리는 동지 바람 소리가 요란하다 학력도 없는 형은 친구에게 빌려 온 세계문고판 쿠오바디스를 겉장부터 찢어가며 ‘무소식이 희소식이여’ 태평하게 딱지를 접는다 녹슨 주인집 철 대문을 돌멩이로 괴어 놓고 골목 끝까지 갔다 몇 번씩 돌아오는 사이 차박차박 달빛이 차오른다. 삼일째 가출 중인 아우를 기다린다. 그늘진 곳에서 뚜껑이 닫힌 항아리 속, 삭힌 고추맛과 청강과 생강물이 배어드는 장물, 아직도 장맛이 너무 싱거워 장맛은 염도가 좌우한다며 내 生의 중심부에 한 주먹 소금을 풀어 준다 두터운 몸속으로 차갑게 배어드는 간기 자연 숙성이 될 때까지 구름이 오락가락하는 성북동 언덕배기 그 집 -박소원 시집 ‘슬픔만큼 따뜻한 기억이 있을까’/2010년/문학의 전당 얼마나 기다려야 자연 숙성이 될까? 詩도 동치미도 삶도 사랑도 기타 등 등 모든 것들이 자연 숙성이 최고인데 눈앞의 현실은 녹녹하지가 않다. 너를 위해서, 네가 더 없이 소중하니까, 나의 삶이 유한하니까 기타 등, 등의 이유를 들어 너무 많은 말들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어미 새 쇠슬쇠슬 어린 새 달고 뜨네 볏논에 떨어진 저녁밥 얻어먹고 서녘 하늘 둥지 속을 기러기떼 가네 가다 말까 울다 말까 이따금씩 울고 울다가 잠이 와 멀다고 또 우네 어미 새 아비 새 어린 새 달고 가네 -서정춘/시평/2003년 봄호 가족의 풍경이란 이렇다. 어린 것들 쇠슬쇠슬 달고 세상을 헤쳐 가는 것이다. 저녁밥을 먹고 옹기종기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아슬아슬 세상을 건너가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서녘 하늘마저 둥지로 삼은 작은 새나 포부 가 큰 새의 행보를 읽을 수 있으나 쇠슬쇠슬이란 말과 서녘 하늘 둥지라는 큰 말이 어울려 묘한 긴장감과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숱한 망설임과 갈등을 건너서 가고자 하는 곳으로 끝없이 나래처가는 가족의 따뜻함과 함께 삶의 진한 비린내를 맡을 수 있다. 우리도 숱하게 보채는 세월과 가족과 아내를 거느린 가장으로 또는 어미로 새끼를 들쳐 엎은 거미처럼 세상을 건너고 있다. 현실이란 징검다리를 하나 둘 건너가다 보면 행복이란 집에서 켠 환한 저녁 불빛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우리도 가자 쇠슬쇠슬 어린 꿈을 달고 쇠슬쇠슬 어린 것을 달고 밤 같은 세월을 지나 새벽 같은 내일로 /김왕노 시인
캐나다 고속도로 다리 붕괴 사고 캐나다 수도 오타와 근교를 흐르는 리도강! 1966년 오늘 이 강 위를 지나는 고속도로 다리가 건설 도중에 붕괴됐다. 상판과 철골 등 구조물이 12미터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70여 명의 인부들 가운데 8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다. 사고가 일어난 날은 공교롭게도 캐나다 전역에서 안전공사 캠페인이 시작된 날이었다. 사고를 수습하고 사고원인을 분석하느라 다리 완공일이 계획보다 훨씬 늦어진다.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 중장 승진 5·16군사쿠데타의 주역으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인 박정희 소장! 1961년 오늘 육군 중장으로 승진한다. 청와대에서 열린 계급장 수여식에서 윤보선 대통령과 송요찬 내각수반이 박정희 의장의 어깨에 중장 계급장을 달아 준다. 이와 함께 5·16쿠데타에 적극 가담했던 대령 37명도 준장으로 진급된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이듬해 3월 윤보선 대통령이 사임하자 대통령 권한대행에 취임한다. 이어 박정희 의장은 1963년 8월 육군대장으로 예편한 뒤 같은 해 12월 제5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농학자 우장춘 박사 타계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 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서른 몇 이후부터 나무는 나의 스승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 붕붕거린다는 것, 내성이 생긴 이파리를 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 뜯어 먹는다는 것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 보면 치욕으로 푸르다 손택수 시집 나무의 수사학-2010 실천문학사 이 시에 나타난 나무는 인간처럼 고단한 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나무와 한 인간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와 우리 인간은 어딘가에 정착해 뿌리내리기를 시도해 성공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수한 위기와 시련들을 이겨내야 한다. 벌들과 벌레, 가로등, 신경증과 불면증 등을 이겨내는 존재만이 푸른 잎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던가.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슬프게 운다고 했던가. 꽃을 피우기 전까지 견디
YH무역 여성노동자 농성 사건 1979년 오늘부터 가발제조업체인 YH무역의 여성근로자 200여 명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마포 신민당사 4층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YH무역은 석유파동과 가발산업의 후퇴, 수출 감소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넉 달 전인 4월 1차 폐업을 선언한 데 이어 8월 6일 다시 폐업을 공고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폐업 철회와 임금 지불 등을 요구하고 회사측의 주거래 은행인 조흥은행과 관계 당국에 회사 정상화에 협조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농성 사흘째인 8월 11일 새벽 천여 명의 경찰이 신민당사에 난입해 노동자들을 강제연행하고 신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기자들에게도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집행위원장 김경숙 씨가 사망했다. 이 사건 직후 경찰의 폭력진압과 강제연행을 비난하는 시위가 잇따랐고 두 달 뒤에는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됐다. YH무역 농성사건의 여파는 계속 확대되어 종교계와 학생들의 반유신 연대투쟁을 촉발했다. 손기정,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1936년 오늘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의 2시간 30분 장벽을 깨고 우승했다. 손기정 선수는 땡볕 아래서 4
태양이 밤낮없이 작열한다 해도 바닥이 없으면 생기지 않았을 그림자 초봄 비린 구름이 우금치 한낮을 훑어간다 가죽을 얻지 못해 몸이 자유로운 저 구름 몸을 얻지 못해 영혼이 자유로운 그림자 해방을 포기한 시대의 쓸쓸한 밥때가 사랑을 포기한 사람의 눈으로 들어온다 신용목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한다/문학과지성사 바닥이 없으면 생기지 않았을 그림자라니 시인은 이 시대를 바닥으로 이미 설정하고 있다. 이어 등장하는 우금치 마루, 왜 우금치일까 하필이면 백 년 전 그곳을 이야기 했을까 해방을 포기한 시대의 쓸쓸한 밥때인 여기서 우리는 정녕 사랑을 포기해야만 할 것인가 시인은 우리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 무어라 답할 것인가 정녕 희망에 대해 우리는 무어라 말 할 수 있는가 /조길성 시인
제17회 세계 잼버리 개막 1991년 오늘 ‘세계는 하나’라는 주제 아래 지구촌 청소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게 된 제17회 세계잼버리(World Jamborees)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신평벌 대회장에서 개막됐다.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세계잼버리에 지구촌 129개 나라에서 온 만9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각 나라에서 온 스카우트들은 8박9일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화합과 우의를 다졌다. 언어, 피부색, 종교가 다른 세계의 청소년들이 63만여 개의 텐트 안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이념과 인종을 뛰어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잼버리는 제1회 대회가 1920년 영국에서 개최된 이래 4년마다 세계를 돌며 개최돼 왔다. ‘잼버리’는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한다. 닉슨 미국 대통령 사임 미국의 제37대 대통령 리차드 닉슨. 1974년 오늘 대통력직을 내놓는다. 미국 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에 물러난 대통령이 됐다.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이다. 워터게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 자이르 첫 방문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이 1976년 오늘 초음속 제트기인 콩코드를 타고 자이르의 수도 킨샤사에 도착한다.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자이르를 방문하는 것이다. 자이르 국민들은 민속춤 공연으로 지스카르 대통령을 뜨겁게 환영한다. 지스카르 대통령은 사흘 동안 머무르며 모부투 세코 자이르 대통령과 만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관계, 중동과 앙골라 내분 문제 등을 논의했다. 中 조종사 미그21기 몰고 귀순 후 망명 1983년 오늘 오후 경기 지역에 갑자기 경계경보가 발령되면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경계경보는 곧바로 공습경보로 바뀌었다. 휴전 이후 처음 발령된 공습경보였다. 중국시험비행단 소속 손천근 조종사가 미그21 전투기를 몰고 우리 영공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손 씨는 중국 다롄 상공에서 훈련을 하던 중 편대를 이탈해 마하 2.1의 속도로 서해안 영공으로 진입한 뒤 귀순의 뜻을 표시했다. 손 씨는 초계중이던 우리 공군기의 유도에 따라 중부지역의 한 공군비행장에 착륙했다. 손 씨는 착륙하자마자 제3국 망명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같은 달 24일 손씨를 타이완으로 보낸다. 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