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저녁 7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A씨의 추모제를 열었다.
A씨(38)는 지난달 28일 오후 5시 40분쯤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이었다. 그는 지난달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된 ‘건축왕’에게 보증금 7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그의 주택은 아직 경매에 매각되지 않아 긴급거처나 저금리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에도 속하지 않았다.
A씨는 유서를 통해 “더는 못 버티겠다. 자신이 없다”며 “나라는 대책도 없고. 이게 계기가 돼 빠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추모식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광장에 마련된 사진이 없는 A씨 영정에 시민들은 차례로 국화를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조직적 전세사기일당 엄중 처벌하라’라는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었고 정부의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퇴근길에 주안역을 지나치던 시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B씨는 “미추홀구에 살고 있다. 퇴근길에 추모제를 보고 서명하게 됐다”며 “평상시 뉴스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소식을 접하고 있다. 인천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C씨도 “추모제에 이렇게 많은 시민이 모일 줄 몰랐다”며 “아직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 집도 경매에 넘어갈 위기라 답답한 심정이다”고 했다.
안상미 대책위 위원장은 “이번 전세사기가 이렇게 피해가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시세를 알 수 없는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며 “정책이 만들어낸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에, 나라의 책임이 있다는 것에 한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일명 건축왕 D(62)씨는 2021년 3~7월 미추홀구 일대 빌라와 아파트 등 주택 163채의 전세보증금 12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대책위는 오는 8일 저녁 6시 30분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추모행진을 예고했다. 추모행진을 마친 뒤,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