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원대 전세 사기 피해자가 또 세상을 등졌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17일 오전 2시 12분쯤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서 30대 여성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고 밝혔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A씨 지인이 집에 들렀고, 그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건축왕으로 불린 B씨(61)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그의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됐고,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살던 전체 60세대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고, 9000만 원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였다.
미추홀구에서 B씨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숨진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월 28일과 지난 14일에도 피해자 2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와 공인중개사 등 공범들은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공동주택 세입자 161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125억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같은 피해자들은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꾸려 오는 18일 오후 7시 주안역 남광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에 나선다.
이들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의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 부실 등으로 피해규모가 커졌다”며 “단순한 개인 간 사기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 너무나도 명백한 ‘사회적 재난’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 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등 피해자들의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전국단위 대책위를 통해 정부와 국회에 우리 요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의 피해 실태 조사, 경락대금대출 등 전세사기 피해자 맞춤형 금융지원프로그램 마련, 사망한 임대인의 상속문제와 선순위 조세채권 문제 해결,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