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불길이 언론계로 번지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김만배, 전직 언론인 남편 남욱 등 대장동 관련자들과 거액의 돈거래를 한 기자들이 속한 언론사가 공개됐다.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다. 관련 기자들의 이름은 이미 언론계에 비밀이 아닐 정도로 회자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손쉽게 기자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명품구두를 받았다는 채널A 기자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그들이 보도헀던 기사를 찾아내 교묘하게 편파보도 한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채널A 기자는 김만배와 머니투데이에서 같이 근무했던 2011년 5월 31일, 50억 클럽 멤버 곽상도 변호사를 공동 인터뷰 해 《저축은행 비리, 처벌 강화해야 발본색원》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곽상도는 완벽한 법조인으로 그려졌다. “검찰권은 국민을 대신해 수사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검찰이 돼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과 함께 더 이상의 찬사가 없을 정도다. 한국일보 기자는 지난해 10월 《30%에 갇힌 민주당》이란 칼럼에서 “대장동 수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턱밑까지 파고들었다.”며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고, 민주당발 정계개
지난 2년간 매달 두 건씩 저널리즘 비평을 썼다. 아직 비평할 주제가 없어 고민한 적은 없다. 유사한 주제가 반복될 때, ‘또 다뤄야 하나?’를 고민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만큼 한국언론의 그릇된 관행이 고쳐지기 어렵다. 한 일간신문의 논설실장을 지낸 선배가 “한국만큼 미디어비평 거리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저널리즘 비평의 성격상 비판적 관점에서 모든 칼럼을 썼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칼럼은 칭찬할 것들을 찾기로 했다. 성찰하는 기자를 보면 고맙다. 지난주 한겨레신문 전광준 기자의 《‘법조기자단’에 있다는 것》이란 칼럼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잘못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언론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 검찰조직 못지않은 법조기자단의 폐쇄성과 선민의식이 검찰과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입사 5년이 안 된 젊은 기자의 문제의식이라 더 반가웠다. 대한민국을 1년 넘게 뒤흔든 대장동 사건의 주범 김만배는 법조기자로 쌓은 인맥을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법조 권력의 감시자였어야 할 기자가 외려 법조 비호자였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언론 보도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학자 글을 접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검사 정원 향후 5년간 220명 늘린다’ 지난 목요일(8일) 대다수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현행 검사 정원은 2296명이다. 법무부 계획대로 정원의 9.6%인 220명이 늘면 검사 정원은 2512명이 된다. 언론의 이목을 끌만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실세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발 기사였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 파격적 인력 증원이기 때문이다. 현정부의 정책설계를 총괄 지휘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후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여 허리끈을 졸라매고 뼈를 깎는 강도 높은 혁신을 추구 해야한다”며 “공공기관 정원을 줄이라”고 몰아쳤다.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는 자극적인 발언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검사 증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고, 검사증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국회는 야당이 다수 의석이다.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법무부의 검사 증원 관련 일부 언론 기사는 취재원(법무부)의 일방적 입장만을 전달하면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잘못을 했다. 문화일보는 《검사 정원 220명 늘린다》. 조선일보·서울신문·매일경제는 《5년간 검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할 것이라고. 그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면서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40년 가까이 뉴스 읽고 보는 일을 업으로 살아왔음에도 대장동 의혹은 진실을 가늠하기 어렵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이 보도한 이후 15개월이 흘렀다. 성남시장 재직때 이재명 후보의 연관성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윤 대통령 부친 연희동 단독주택을 대장동 드라마의 감독격인 김만배의 누나가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여기에 곽상도·박영수·권순일·김수남·최재경 등 ‘50억 클럽’의 명단이 폭로 되어 사건은 더 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지 1년이 넘었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정리된 것이 없다. 성역 없는 검찰과 책임 있는 언론이 있었다면 이럴까 반문해본다. 검찰은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꿰맞추는 모양새다. 그래서 없는 것을 짜내고, 있는 것도 덮어둔다는 비판을 받는다. 탐사보도가 거의 불가능한 언론현실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팩트 조각들을 닭에게 모이 주듯 적절하게 활용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넘어섰다. 국정수행지지율은 30% 안팎이다. 방문자 수 올리기에 혈안이 된 언론이 일주일 사이 1%만 오르고 내려도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오차의 한계를 감안하면 국민 70%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이다.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된 데는 매끄럽지 못한 외교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6월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는 대통령 전용기에 대통령 측근 부인을 태워 ‘지인 대동’ 논란으로 성과가 잠식됐다.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은 ‘욕설 논란’으로 모든 성과가 매몰됐다. 이번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관련 정상회담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는 출발 전부터 성과를 걱정케 했다. 대통령실이 순방 출발을 이틀 앞둔 9일 문화방송(MBC)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10일 자 조·중·동 세 신문은 《대통령 전용기 MBC 배제에···야 “비판언론에 보복” 여 “盧땐 기자실 대못질”》, 《MBC 전용기 못타게 해···대통령 “국익 걸려” 편협 “언론탄압”》,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놓고···野 “언론탄압” 尹 “국익 차원”》 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외
경기신문이 큰 일을 했다. 언론에서 큰 일은 특종이다. 지난 3일 저녁 7시, “국민 쫓는 ‘윤석열차’···현 정권 풍자 그림 부천만화축제서 전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윤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열차에 기관사 자리엔 김건희 여사를 그린 카툰(Cartoon, 한 컷 만화)으로, 고등부 금상 수상작이다. 5시간 후, 자정 즈음에 중앙일보가 “칼 든 검사, 조정석엔 김건희···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논란”이란 기사로 경기신문을 뒤따랐다. 다음날 아침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행사를 주최한 부천시 산하 기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논란이 연일 뜨겁다. 마침 4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의제로 부각됐다.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둔 풍자라는 주장과 비하라는 주장이 충돌했다. 102억원의 후원 조건을 어겼다며 지원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정부(문체부) 대응에 언론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이던 조선일보도 문체부가 ‘긁어 부스럼’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는 여당 안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기사에 담았다. 한 문
영국·미국·캐나다 3국을 순방한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국민의 자긍심을 심기보다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8일부터 24일까지 순방일정엔 여왕 장례식 참석, 유엔총회 기조연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런던에선 장례식 전날 예정됐던 참배일정이 현지교통 사정으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1분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게 치밀히 짜여지는 대통령의 외교행사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국민을 당혹게 했다. 뉴욕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동안 환담하고,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30분 간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부분 언론이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정상회담이 아닌 간담이라고 두 정상간 만남의 격을 낮췄다. 순방 성과를 국민 앞에 내놓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실제로 이번 순방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기억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21일 뉴욕에서 있었던 ‘글로벌 펀드’ 행사장을 나서며 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극에 달했다. “국회 이 xx들 승인 안해주면···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 발언이 22일부터 국내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프랑스의 AFP를 필두로 미국의 CNN, 영국의 가디언 등 세계 유력언론들까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다. 지난 8월 8일 서울지역에 내린 큰비는 4일간 언론의 머리기사를 차지했다. 채 한 달도 안돼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제주와 영남지방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시간이 지나면 두 재난은 ‘반지하 일가족 3명 사망’과 ‘지하주차장 침수로 차 빼러 간 아파트 주민 7명 사망’ 사건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억을 조금만 확장해도 모두가 위험사회의 한복판에 있음을 실감한다. 2010년 9월 21일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서울에 쏟아졌다. 광화문이 폭우로 잠기고 양천구 신월동이 큰 피해를 입었다. 동아일보는 물에 잠긴 광화문광장 사진 설명을 ‘파도치는 광화문’으로 달았다. 2011년 7월 26일-27일 기록적인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 참사가 있었다.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언론보도는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폭우 참사가 나면 언론은 마치 올림픽 기록경기를 연상케 하는 보도를 쏟아낸다. ‘동작구 신대방동 1시간에 136.5mm,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 경신’, ‘2일 연속 강우량 기준으로 종전 최고치인 390.6mm 기록을 훌쩍 뛰어 넘었다’ 같은 유형의 보도다. 대부분 언론이 이 같은 보도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심심한’ 이란 단어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젊은 세대의 어휘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루한 사과’로 오해한 젊은 세대를 향해 나이 든 세대가 ‘이런 단어도 모른단 말이야?’라며 거드름을 피운다. 필자도 한 축하행사에서 옆 자리 안면 있는 대학 교수에게 기성 세대 눈으로 이 말을 꺼냈다가 핀잔을 들었다. ‘심심한’을 ‘깊은’으로 바꾸면 누구나 다 알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나의 의견에 동조해 주지 않아 서운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혼자 생각해보니 ‘나도 역시 꼰대가 되고 있구나’라고 반성했다. 역시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직업이라 달랐다.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 가운데 뜻을 몰라 ‘그 뜻이 뭐야?’라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킹받을’ 때(열받을 때)’, ‘존맛탱(아주 맛있다)’, 헬창(헬스 매니아) 등이 이런 말들이다. 언론도 유행어 유통에 크게 일조한다. 정치권에서 한 말이 언론을 타면 일상어가 된다. ‘개딸(개혁의 딸)’, ‘이대남(20대 남자)’처럼. 해외 언론도 우리 언어를 번역하기보다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서울의 집중호우 피해를 보도하면서 반지하를 ‘b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를 현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언론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한동훈 장관과 함께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란 언급은 거의 모든 언론이 같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 후보자와 한 장관은 좌천성 인사도 같이 당했다’는 표현은 신문마다 조금씩 달랐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지면에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로 곁에서 보좌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던 두 사람은 문재인 정권의 핍박을 같이 받으며 동병상련을 느낀 것으로 안다”는 한 검찰 간부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했다. 이 후보자가 대검 기획조정부장에서 수원 고검 차장으로 2020년 1월 ‘좌천’ 됐고, 1년 6개월 후인 지난해 6월에는 제주지검장으로 한 차례 더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은 뒤 윤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로 복귀 했다는 내용도 상세하게 전했다. 동아일보도 ‘윤석열 사단’ ‘좌천’같은 표현을 기사에 담았다. 다만, 전 정권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을 강조했다. 중앙 역시 ‘좌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