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 사상자 규모가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지는 등 새해들어 전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고. 특히 러시아군이 침공 1년이 되는 오는 24일을 기점으로 ‘대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장기전으로 흐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사국들의 생존 문제를 넘어 전 세계로 핵무기를 능가하는 경제적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LNG가격은 폭등했고, 지구촌 전체가 고물가에 이은 고금리 공포로 휘청거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은 오리무중이다. 북반구 날씨가 봄을 향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현존하는 국제 질서에서 언제든지 제2, 3의 전쟁이 벌어질 수 있고, 그럴 경우 그것을 쉽게 제어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더러운 육체적 욕망, 독으로 가득 찬 그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온갖 고뇌가 뿌리 없는 덩굴풀처럼 달라붙는다. 그 욕망을 이겨낸 사람은 마치 연꽃잎에서 빗방울이 굴러 떨어지듯이 모든 고뇌가 사라진다. (부처)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힘보다 자신의 욕망의 힘 자체를 더 자랑한다. 이 얼마나 해괴한 미망(迷妄)인가? 지금은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많은 일들이 과거에는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던 일인지를 생각해보라. 지금 너를 혼란 속에 빠트리고 있는 욕망도 마찬가지이다. 또 네가 여태까지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애쓰다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를 상기해보라.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네 욕망을 달래고 가라앉혀라. 그것이 가장 유익한 일이고, 또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삶은 먼저 맞춤(適應)이다. 살았다 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터전을 보게 된다. 삶을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둘러쌌기 때문에 환경이라 한다.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아무도 이것이 왜 변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산 것은 그 변함을 무시할 수 없고 그 변한 환경에 맞추어가야만 한다. 둘째 생명은 대듦(拒否)이다. 맞춰감으로만 보면 생명은 순전히 수동적이다. 그러나 생명은 결코 수동이 아니다. 맞추어간다는 것은 밖에서 오는 힘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는 힘이 속해 있기 때문이다. 변하는 가운데서 변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생명이다. 생명은 자기 주장이다. 나는 나대로 하자는 힘이 생명이다. 셋째, 생명은 지어냄(創造)이다. 맞춤 뒤에 대듦이 있듯이 대드는 바탈(性) 뒤에는 끊임없이 새 것을 지어내려는 줄기찬 힘이 움직이고 있다. 생명은 자람이요, 피어남이요, 낳음이요, 만듦이요, 지어냄이요, 이루잠이다. (함석헌)/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스님,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게 4년 전쯤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내 연구실이 있는 수원으로 찾아와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지난 얘기를 했었지요. 얼마 전 갑자기 안부가 궁금해 전화를 했더니 번호가 바뀌었길래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범X 스님.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제 일처럼 그날이 기억납니다. 2008년 일겁니다. 광우병 소고기 사태가 우리나라의 모든 이슈를 선점하고 있을 때였지요. 나는 그 당시 한 대학에서 비정규직으로 강의를 하고 있었고 광우병 소고기 사태로 촉발된 시민들의 집단적 저항은 뉴라이트 운동의 실체를 알리는 시민강좌로 이어지고 있었지요.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내가 몸을 담고 있던 대학에 시민강좌를 개설하였고 소문을 듣고 참석했던 스님과 처음 만났습니..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3월 8일 열린다. 하루가 멀다고 기괴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대통령이 지원하는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미디어를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좋은 교육사례를 제공했다. 김 의원은 ‘배구 여제 김연경과 가수 남진이 자신에게 응원의 꽃다발을 전했다’며 이들과 함께 찍은 연출 사진 한 장을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27일 오전, 중앙일보는 《김기현 양 옆에 김연경·남진 ‘엄지척’···꽃다발 들고 응원갔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린다”는 김 의원의 발언까지 기사에 친절하게 담았다. 뉴스1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김기현 의원은 두 사람과 오래전부터 계속 알고 지내던 사이로 과거에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라는 김 의원측 관계자 말까지 인용했다. 비슷한 기사가 이날 오전에만 수십 건 이어졌다. 다음날인 28일. 이번에는 김연경과 남진을 비판하는 댓글을 나무라며 네티즌을 훈계하는 듯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디지털타임스의 《“식방 언니 소름, 2찍이었나” 김기현 응원한 김연경·남진···사진 한 장에 ‘악플 테러’당했다》와 같은 기사였다. 이 기사는 “두 스타가 ‘나는 보수 우파’라고 드러낸 것, 정말 용감하고 용기 있는 일이다”라고 쓴 전여옥 전 의원의 SNS를 취재원으로 인용했다. 일부 기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끌어들였다. 그의 팬카페에서 두 스타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이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30일 월요일 아침, 김기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스타들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의 자유를 확보돼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악플을 양념 정도로 생각하라’고 했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기사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김연경과 원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이실직고했지만 이 내용을 기사화한 언론은 극히 일부였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했던 3일전 보도를 뒤집는 발언이었음에도 이를 따져 묻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31일. 스포츠경향이 남진과의 전화 통화로 김 의원의 SNS 사진이 연출이었음이 드러났다. 남진은 “김기현 의원은 아예 모르는 사람이고, 들고 있던 꽃도 그 쪽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했다. 정교하게 연출된 정치인의 이벤트에 언론이 완벽하게 속았다. 사회관계망(SNS)에 올리는 홍보물을 그대로 옮기는 건 기사가 아니다. 정치인은 얼굴 한 번, 이름 한 번 더 언급되는 것에 목을 맨다. 과장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이번 해프닝은 김연경이나 남진 두 당사자에게 전화 한 통만 했었어도 막을 수 있었다. 기자는 베껴쓰기, 받아쓰기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뻔한 것도 의심하고 확인하는 직업이다.
치유농업의 효과가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치유농업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하는 것이다. 도시의 텃밭, 농촌의 논과 밭을 활용해 작물을 키우거나 가축을 돌보면서 시민들의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불안을 해소하고 치매와 우울증도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치유농업의 효과는 검증되고 있다. 경제·사회적 공생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엔 200여 곳의 치유농장 프로그램에 도·농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텃밭을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자활사업근로자와 경도인지장애노인 등에게 적용한 결과 자아 존중감, 인지능력 우울감 개선 등 건강 지표상 눈에 띄는 긍정적 변화가 확인됐다고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발간한 ‘경기도형 치유농업 프로..
연초부터 국가정보원이 2024년 1월 경찰에 이관하기로 한 대공수사권 복원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공방이라기보다 ‘경찰 이관반대론’이 대세다. 대공수사역량을 키우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다, 그 공백을 경찰이 단시간에 메우기 어렵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권력의 안배와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전제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또 다른 반대논거이다. 검찰의 수사권도 상당 부분 이양 받은 경찰이 대공수사권 마저 가져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수사력 독점’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국가적 위협으로 떠오를 것이다. 2023년 벽두를 장식한 제주·창원·전주 지역 일부 진보단체들과 민주노총 일부 간부들의 이적행위의혹은 대공수사권을 결코 한가롭게 다뤄서는 안 됨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안보 = 생존’과 직결되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혹자는 이를 국가안보주의 확산이라고 칭하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이 국가 생존 위협을 느끼고 나토 가입까지 추진하는 마당에 북한의 노골적인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가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아직도 사회 일각에서는 국정원에 대한 마녀사냥 습성이 여전하다. 과거 일부 권한을 오용한 행태와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적법 절차 미준수를 부풀려 자유민주체제 수호기관을 허물어왔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허물기를 개혁으로 포장하고, 국정원만 사라지면 대한민국이 인권국가가 되고, 사상의 자유를 천국처럼 누리는 국가가 될 것처럼 오도했다. 여기에 국정원을 시기한 사람들까지 가세하여 국가수호기관이 아닌 ‘국가위해 기관’으로 전락시켜 요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안보기관의 무기화’이자 ‘안보기관의 정치화’이다. 불필요한 spinning(여론비틀기)와 cherry-picking(정치적으로 필요한 열매만 따먹기)이 난무하여 국민들의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했다. 이쯤에서 CIA의 오욕의 역사를 잠시 반추해보자. 70-80년대 남미 등에 대한 공작 실패와 이란 콘트라 사건과 같은 권한남용 등으로 인해 국가위신을 실추시킨 반대급부로 의회의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정보활동을 규제하는 법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보강되었다. 미국민에 영향을 주는 통신첩보 수집을 제한하는 해외정보감시법(the Foreign Intelligence Act)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제약조치들은 초당파적인 입장에서 취해졌다. 아이다호 출신 상원의원이던 프랭크 처치(Frank Church)는 초당파적으로 처치위원회를 만들어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활동을 속옷 벗기듯 들추어내어 개선책을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초당파적으로 추진하고, 애국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 미국의 양극화 정치로 인해 안보문제에 관한 초당파적 전통이 무너지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우리도 안보문제에 관한 한 초당파적으로 가자. 북한 무인기 서울 침공에 허둥댔던 군과 정부를 향해 야당은 ‘안보대참사’라는 보수권이 즐겨 사용하던 단어를 구사하지 않았나. 이것만으로도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시그널이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면, 이관 시기라도 3년 연장하자. 그리고 난 다음 경찰의 대공수사역량 구비태세를 평가한 뒤 완전한 이관여부를 결정하도록 제언한다. 근래 논의되고 있는 가칭 ‘대공수사 지원단’ 구성이나 ‘대공수사협의체’를 통한 양 기관의 제도적·업무적 협의가 1년 만에 정상 궤도를 잡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연장의 필요성은 더 크다. 숄츠 독일 총리의 말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군사력 대신 대화와 무역을 우선시하던 독일 외교정책 전통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사회적기업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경제 주체인가. 사회적경제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경제적·사회적 생태계는 얼마나 조성되어 있는가. 사회적경제가 관 주도에서 벗어나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경제 성장에 착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인가. 언제쯤이면 사람 중심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제도나 정치적으로 독립하여 지역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인가. 이달 초에 열린 정부의 사회적기업 정책 입안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사회적기업 등록제 전환, 사회적기업 법인격 신설 등의 논의가 이루어지며 민간주도의 방향으로 사회적경제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고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기업만이 ‘사회적기업’으로 인정을 받았으나 등록제..
경기도민 10명 중 8명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경제 위기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PHQ-9) 심각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우울증 점수가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기나긴 코로나 팬데믹 속에 겹친 경제난으로 인해 지역민들 삶의 질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본인은 물론 지역사회의 안정에 대단히 위험한 요인이기 때문에 치밀한 맞춤 대책이 필요하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도민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위기 상황에서의 취약계층 정신건강 실태 및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고로 인해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응답자가 무려 84.5%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자 87.8%와 남자 81.3%였다. 연령별로는 40대 87.7%, 30대 86.7%, 50대 85.5%의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3고 스트레스 응답률은 코로나19 스트레스 응답률 72.3%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 결과 지난 2021년 3월의 도민 조사와 비교해 우울증이 크게 늘었다. ‘우울증에 해당된다’는 응답은 종전 16.5%에서 56.8%로 3.4배 이상 증가했다. 도민들의 우울증 평균 점수는 6.92점으로서 이는 곧 우울증이 만연해 있음을 뜻한다. 이번 조사에서 ‘스트레스를 매우 받는다’는 응답자의 우울증 점수(8.20점)는 ‘보통’(5.68점), ‘전혀 받지 않음’(2.42점)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3고 경제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곧바로 우울증과 연결됐다는 얘기다. 우울증(PHQ-9) 심각도의 가구 특성 중에서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우울증 점수( 9.59점)가 비수급 가구(6.41점)와 비교해 무려 3점 이상 차이 난다는 점을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구 형태별로 혼자 사는 사람의 우울 수준(8.03점)이 다인 가구 거주자(6.25점)에 비해 높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밀한 처방 대책이 긴요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경기연구원은 정신건강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유형별 맞춤형 지원 전략으로 ‘위기 특성에 맞는 취약계층 선별 대책, 사각지대 발굴’, ‘위기 상황 종료 후 자살률 증가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신건강 수준 악화 예방을 위한 유형별 맞춤형 지원’, ‘정신건강센터 인지도 제고 및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함께 제안했다. 또 ‘상담센터와 행정복지센터를 연계를 서비스 강화를 통한 사각지대 최소화’, ‘정확한 정신건강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꾸준한 조사 및 변화 확인’ 등도 함께 내놨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스웨덴의 우울증 환자 4만7000여 명의 자료를 분석하고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남이나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5~6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민의 절대다수가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우울증이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허투루 여길 일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않은 지역사회가 희망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민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맞춤 대책 등 범사회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퇴임 때까지 추진했던 한반도 종전선언을 끝내 묵살했다. 북한도 사실상 묵시적으로 동의한 선언이 무산된 것이다.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간 정상회담의 결렬과 종전선언 거부는 미국 국익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이 일련의 사태는 전쟁국가인 그들의 국익에 비춰 연속선 상에 있는 것이다. 군사 패권 정책에 매달려온 미 군산복합체 로비스트 존 볼튼(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의 하노이 회담 참석에서부터 종전선언 거부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해방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일관된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동북아에 영토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미국은 일본을 점령한 뒤 소련에 대적할 강력한 동맹세력으로 키울 작정이었다. 이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전범국인 일본 대신 한반도의 분할이 이뤄졌고 남한에는일본을 지키는 최전방 군사기지로서의 운명이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유엔군이 참전하면서 미국은 이승만의 간청으로 남한 군대의 작전권을 유엔군에 귀속시킨다. 이후 미국은 일본 및 남한과 각각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동북아 전략의 큰 구도를 완성한다. 남한이 배제된 채 미국과 북한-중국 사이에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휴전 70년 동안 미군 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직을 차지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남-북한과 미국이 종전 선언에 합의할 경우 미국은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유엔군이 그 국제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주둔도 명분이 크게 약화된다. 미국은 1980년대 말 냉전이 사라지고 옛 소련 연방이 해체된 상황에서 중국을 ‘새로운 적’으로 규정하고 전략을 수립했다. 그 전략에서는 한국이 미일 군사동맹의 하위 단위일 뿐이다. 한편 북한 핵은 기본적으로 공격 무기로 될 수 없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핵으로 공격하는 순간 북한은 곧바로 자멸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아이러니하게 잘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재정지출을 줄이면서도 중국 봉쇄와 한국, 일본의 군비증강에 좋은 땔감 구실을 해주기 때문이다. 종전 선언이 선포되는 순간 평화협정 체결 논의의 봇물을 누가 막을 것인가? 한반도의 평화구조 정착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지 않는 현 단계에서 남북의 평화 정착은 쉽지 않다. 보통 국제정치학에서 평화 프로세스는 3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유지 단계에서 조성 단계를 거쳐 구축 단계로 이행해 간다는 것이다. 정전협정이 평화 유지의 첫 단계라면 평화협정은 적대 정책을 완화하고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평화 조성 단계가 될 수 있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구축의 수준까지 아직 갈 길은 멀다. 남북한 정부가 모처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음에도 미국의 태도는 완강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론에 민감한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전쟁 위기상황을 맞은 분단된 한반도 전역의 모든 시민들이 힘을 모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전환을 외치는 수밖에 달리 길은 없어 보인다.
인류가 최초로 달을 밟은 건 반세기전.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닐 암스트롱은 달에 도착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커다란 도약이다.” 이 역사의 순간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류의 끝없는 도전과 응전의 결과다. 쥘 베른(Jules Verne)도 그중 한 사람이다. 베른은 후세의 달 착륙을 일치감치 예견했다. 1872년 그는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저서에서 한 세기 후 인간이 우주비행으로 달에 착륙할 거라 보았다. 예지의 왕 베른. 1828년 프랑스 북서부 낭트에서 태어났다. 법률가인 아버지는 아들이 그의 뒤를 잇길 원했다. 따라서 법과대학에 입학했지만 전공보다 문헌을 모으고 분류하는데 몰두했다. 도서관에서 불철주야 탐험소설을 읽고 과학의 신기술에 관한 자료를 모아 SF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상에 나온 ‘5주간의 풍선 여행’은 기상천외했다. 하늘에 만족하지 못한 베른은 바다 속에도 도전했다. 15년간 요트를 타고 대서양과 지중해를 오가며 모험을 벌였다. 이는 불멸의 저서 ‘해저 2만리’로 탄생했다. 베른의 기발한 이 상상력은 끝없는 여행과 탐구의 결과였다. 하지만 말년에는 아내의 고향 아미앵(Amiens)에 정착해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 중 하나가 ‘쥘 베른의 집’이다. 앙리빌 지구 샤를르 뒤브아 2번지에 자리한 이 붉은 벽돌집은 베른이 최 상한가에 달했을 때 구입했다. 베른은 이 집을 ‘한바퀴의 집’이라 명명했다. 사후 출판된 ‘빌헬름 스토리츠의 비밀’과 ‘별똥별 사냥’은 이곳이 무대다. 또 다른 곳은 아미앵 서커스장이다. 베른이 이곳에 도착할 무렵 철도가 건설됐다. 이를 보고 자기 집 바로 옆에 서커스장을 만들어 현대적으로 발전시켰다. 작품 ‘마티아스 상도르(Mathias Sandorf)’와 ‘세자르 카스카벨(César Cascabel)’은 서커스 예술에 심취한 그의 열정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선구자는 항상 외로운 법. 베른이 서커스장을 건설할 때 반대가 빗발쳤다. 그러나 건축가 에밀 리키에(Émile Ricquier)와 함께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1889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에 서커스장이 개장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빗발쳤다. 2002년 이 건물에 쥘 베른의 이름이 붙여졌고 프랑스의 희귀한 보배로 길이 남게 됐다. 베른이 36년간 살고 간 아미앵은 역사, 유적, 물의 도시다. 도시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정원은 아미앵을 넘어 프랑스 전체의 가장 자랑거리다. 중세시대 만들어진 이 정원은 300헥타르가 넘어 보트로만 접근할 수 있다. 수많은 운하가 너무 아름다워 북부의 작은 베니스라 불린다. 라 솜 샛강이 흐르는 생-뢰(Saint-Leu)지구 역시 중세에 만들어졌다. 이 때 물과 풍차는 길쌈과 염색업자, 피혁공업, 제분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했다. 오늘날 이곳은 벽토, 벽돌, 나무로 된 알록달록한 집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골목을 누비며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