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떨어졌다. 절묘한 추락이다. 콩알만 할까. 옷깃을 피해 떨어진 빗방울이 눈물 되어 목을 타고 흐른다. 가을을 견뎌낸 것들은 모두가 이 모양이다. 하물며 영글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들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목을 타고 흐르던 것이 체온과 하나가 된다. 36.5°C로 데워진 빗방울은 더 이상 빗방울이 아니다. 마당에 떨어지는 가을비에 눈길이 멈춘다. 뭉클 피어오르는 흙먼지 따라 가을이 남긴 마지막 냄새가 부서진다. 가는 님을 붙드는 눈물바람이 저러할까. 볼수록, 세상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시절이든 인연이든 운명이든 마찬가지다. 마침내,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가고야 만다. 불평하지는 말기로 하자. 우쭐이나 거만에도 유통기한은 있어서, 끝 가는 데 없이 거들먹거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생각할수록..
국내 최대 규모 왕실 퍼레이드인 ‘정조대왕 능행차’가 지난 8~9일 서울~수원~화성 융건릉 구간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도 끝까지 진행됐다. 조선의 제22대 임금인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1795년(을묘년)에 진행한 대규모 행차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정조대왕은 24년의 재위기간 중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화성 현륭원(지금의 융릉)으로 총 13번의 원행을 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원행은 즉위 20년인 1795년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을 맞아 8일간 행했던 대규모 행차 ‘을묘년 원행’이다. 2007년 ‘화성성역의궤’와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1795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과 함께 서울 도성에서 화성 융건릉까지 59.2k..
‘철인정치(哲人政治)’는 절제를 아는 사람이 경제를, 용감한 사람이 국방을, 지혜로운 사람이 정치를 맡아야 한다는 개념이죠. 플라톤의 이 주장은 선동에 휘둘린 어리석은 다수결에 의해 스승 소크라테스가 아무 잘못도 없이 죽음을 맞은 충격과 슬픔의 결과물로 해석되곤 해요. 실제로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자유’와 ‘평등’을 무절제한 삶을 용인하는 개념으로 여기는 치명적 허점을 드러낸 게 사실이었어요. 역사 속에서 무지한 다수결이 빚어낸 중우정치(衆愚政治)의 비극은 그 사례가 귀하지 않아요. ‘공산주의’가 지구촌에 불러온 해악은 그럴듯한 어떤 이념이 궤변의 옷을 입고 민중을 현혹할 때 중우정치가 어떻게 만개하는지를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에요. 히틀러가 탁월한 선동술로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도 공식 집계로만 5646만 명의 인류..
근래 미 항모에 일본의 함대까지 참여하는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바른 진단과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바보짓을 하지 말라는, 우리는 한 동포가 아니냐는 절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로서야 정당한 군사훈련이지만 북한의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음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온전한 건물 한 채 제대로 남지 않고 초토화되었던 6·25전쟁의 기억, 맥아더 사령관의 핵무기 사용 계획 등 북한은 원초적으로 미국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다. 1980년대 말 시작된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몰락에서 갖게 된 안보 불안의 정도는 91년 말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되었을 시, 북한의 회담대표단에게 헬기를 내 보내 개성에서 평양으로 모시게 했고, 대표단을 얼싸안으며 기뻐했던 김일성 주석의 행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한 6·15 남북정상회담 시기, 고 정주영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독대 시 김정일 위원장이 보여 준 행태에서도 북한이 안보 불안감을 볼 수 있다. 남북합작공단의 후보지로 북한이 신의주를 제시하자 정 회장은 전력공급 및 물류 이동을 고려하여 해주를 역 제안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은 오히려 남에서 가장 가까운 개성을 내주겠다고 해서 정 회장은 매우 놀랐다고 한다. 더욱이 북한근로자 임금을 정 회장은 월 200불 정도를 생각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공단의 성공을 위해 시작은 60불 정도로 하라고 지시했다는 데에서 남북교류를 통한 한반도 안정과 평화, 즉 안보불안의 해소를 바라는 마음을 볼 수가 있다. 2018년 판문점에서의 문-김 회담은 북한의 안보 불안감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언행,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시의 김 위원장의 행태, 그리고 공동성명에 대한 북한의 극도의 만족감 표시는 그들이 안보에 대해 얼마나 불안해 왔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증표라 생각한다. 1992년 북한의 김용순 비서가 대미특사로 미국을 방문, 미 국무부 캔터 차관에게 제안했던 북미수교가 거절된 후, 핵 개발을 통해 자신들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결심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치 않는 북한의 안보전략이 되어 왔다. 핵 포기는 북한의 체제 안전담보 정도에 따라 단계적, 동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미사일 도발에 대웅 하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북한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자. 진정한 ‘담대한 구상’을 해 보자. 대화만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핵 포기 등 전제조건을 달아서는 남북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국내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45만 톤을 정부에서 사들인다고 한다. 보관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수매된 쌀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보내면 어떨까. 아무 조건 없이 진정성을 보이는 우리의 행동은 대화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 나아가 남북공동체 회복은 최상의 국익임을 명심하자.
그를 마주한 것은 몇 년 전 이맘때였다. 호전없는 여러 치료에 지친 그를 부인이 간곡하게 치료받자고 설득해 겨우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는 3년 전부터 발생한 그때까지 받았던 여러 주사치료와 양약의 어떤 치료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 허리와 다리의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섬유근육통이었다. 그는 10년 넘게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극심한 두통으로 며칠은 아무것도 못했다.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속쓰림과 더부룩함도 일상이다. 통증이 시작되고는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새벽 4, 5시경에야 겨우 잠든다. "예전의 밝고 활기찬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요. 이전과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라고 그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신경통약과 항우울제 항불안제에 더해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복용 후 조금 완화되는 통증은 다음날 아침에 잠에서 깨면 한치도 나아지지 않고 어김없이 끔찍하게 반복되었다. 옥시코돈은 강력한 진통효과를 가지지만 또한 부작용도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독성이 있다. 극심한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약을 먹어도 통증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화병과 함께 불안장애와 우울증도 보였다. 영국인인 그는 15년 전쯤 지금의 부인과 말하자면 국제결혼을 하였다. 그는 서울이 힘들다고 했다. 공해가 심하기도 하지만 원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국에 대한 향수 또한 컸다. 그는 부인과 헤어지는 결정은 차마 내릴 수 없어 갈등하였다. 그러던 그가 치료하던 중 고국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펜데믹이 발생하였고 그렇게 소식이 끊겼다. 그 후에 나는 미래의 그가 예견되는 또 다른 그들을 진료실에서 많이 만난다. 그리고 진통제 없이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그들이 3년 후 10년 후에 더 건강할 수 있게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통증은 잠재적 손상에 관한 신호이다. 치유를 위해서는 어떤 손상의 신호인지를 파악해서 예방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을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通則不痛 不通則痛)고 설명한다. 여기서 주어는 동북아시아인들의 세계에 대한 직관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인 기(氣)이다. 침과 한약 등의 한의학적 치료법은 14 경락(한의학에서 기가 흐르는 통로)과 전신의 기를 조절하고 소통시킨다. 한의학의 치료효과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쌓이고 있는데 최근 한 연구가 흥미롭다. 만성신경병증성 통증 동물 모델에서 침의 효과를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 본 연구에서 6개월간의 장기적인 침 치료를 통해 통증뿐만 아니라 만성 통증에 동반되는 우울, 불안 그리고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만성통증으로 인해서 처방받는 마약성진통제도 중독이 시작되는 이유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침 치료를 비롯한 한의학적 치료는 진통제의 남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0~3%대 저금리 ‘특혜대출’을 받는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너무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없도록 지침을 만들고, 이행 여부를 경영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지만 이를 지키는 곳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의 노사 합의사항이라는 한계 때문인데, 이래서는 안 된다. 7%에 다다르는 시중금리에 서민들은 곡소리가 나는 판인데, 국민 정서에 정면 배치되는 이런 특권은 가당치 않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7월 29일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사원 대상 생활안정자금을 2000만 원까지만 대출하도록 했다.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경우도 무주택자가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만 최대 7000만 원까지 대출하고,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금리는 한국은행이..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정책 감사는 온데간데없고 정쟁만 있다는 말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는 진짜 유난하다. 여야 간의 투쟁이 전례 없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렇듯 극한의 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일단 대선 시기와 관련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에는, 대선이 12월에 있었고, 정권 출범 시기는 2월이었는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에는 3월에 대선이 있고, 임기는 5월부터 시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 1년 차 국정감사는 현 정권에 대한 감사가 되기는 힘들다. 집권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정권의 문제를 들춰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 1년 차 국정감사는,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라는 의미도 찾기 어렵다. 본래 국정감사는 야당에게 국정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이제 집권 1년 차 국정감사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여당이 직전 정권의 정책에 대한 감사를 벌여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처럼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여당은 정국 주도권 회복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번 국정감사에 참여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현실화하기에는 국민의힘의 상황이 너무나 열악했다. 비대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힘의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6일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 전부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들에 대한 기각 결정은, 윤석열 정권에게 적지 않은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다. 우선, 현재의 비대위가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음으로써,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절박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일 이번에 가처분 신청들이 인용됐더라면, 국민의힘은 국정감사를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만일 가처분이 인용됐더라면, 비대위를 다시 구성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최고위를 구성할 수도 없어, 조기 전당대회에 당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여당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국민의힘은 국감에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당력을 국감에 집중할 경우, 국감에서의 여야의 대립 양상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전열을 가다듬어 전(前) 정권에 대한 감사를 더욱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당이 안정을 찾음으로써 대통령 지지율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게 됐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 경우에도, 국민의힘의 대야 공세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여당이 안정을 찾은 것은 국가를 위해서 좋은 현상이기는 하지만, 강경 투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마약이 청소년에게까지 무차별로 확산하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마약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거래가 손쉽게 이뤄지고, 클럽·축제 현장·어린이 놀이터 등 유통장소가 생활공간에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유통이 성행하면서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층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대한 문제다. 인터넷 유통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책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전쟁’ 선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의정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75명을 검거하고 이중 상습 판매자와 투약자 7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필로폰 60g과 대마 100.6g, 합성 대마와 졸피뎀 63정 등도 경찰에 압수됐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마약을 투약할 상대를 찾는 게시글을 올리고, 투약 의사를 밝힌 이들과 숙박업소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도 최근 태국인 마약 유통 총책을 비롯한 조직원 11명과 투약자 등 모두 40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시가 100억 원에 달하는 필로폰(3㎏)과 야바 등 다량의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다. 이에 앞서 유명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돼 놀라움을 던지기도 했다. 충격적인 것은 재범률이 높은 청소년 마약 사범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사실이다. 2017년 전체의 0.8%에 불과했던 10대 마약 사범은 지난해 450명으로 2.8%로 치솟았다. 작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10~30대 비율은 무려 59.6%에 달했다. 올해 검거된 마약 사범 중 10대와 20대가 3분의 1에 달하고, 최근 10년 새 10대 마약 사범이 11배나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인터넷 유통이 성행하면서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마약 청정국’에서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했다. 한국은 지난 2016년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25.2명에 달해 유엔 지정 ‘마약 청정국’(기준 20명 미만) 지위를 잃었다. 대검찰청 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 사범은 2016년 1만 4214명에서 2021년 1만 6153명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경찰에 적발된 마약 사범은 모두 8497명으로, 이미 2018년 전체 마약 사범(8107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마약 사범은 검거율이 5∼10%에 불과해 실제로는 8만 명 이상이 마약에 연루된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장소가 온 생활공간을 망라하면서 회사원, 군인, 가정주부 등 직업이나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마약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약 거래의 무대가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 가면서 수사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접촉하고, 대금은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진화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수사력 확대와 수사기법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때다. 대한민국이 느닷없이 ‘마약 천국’이라니,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두렵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부장님, 팀장님은 종종 회사에 갓 입사한 수습사원을 보며 “가장 좋은 때다”라고 말한다. 일의 양도 적고 책임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좋기만 할 때일까? 무수히 많은 상담을 했을 때 수습 기간은 고용 안정성이 매우 낮은 시기다. 분명 채용 면접이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수습 기간은 명목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설명을 들었는데 점점 “이런 식으로 일하면 곤란하다,”, “이런 식이라면 본 채용되기 힘들다”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다가 최악의 경우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이유를 들으며 실제로 본 채용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이런 본채용 거부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우선 ‘시용’과 ‘수습’의 개념부터 살펴보겠다. ‘시용’이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일정 기간을 두고 근로자의 직업적성과 업무능력 등을 판..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회에서 프랑스 국가대표선수이자 주장인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이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지 않았다고 프랑스인들의 눈총을 받은 일이 있었다. 지단의 아버지는 알제리의 베르베르(BerBer)족 출신.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과거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지단은 프랑스 군대가 고국을 침탈하며 불렀을 라 마르세예즈를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실상, 프랑스가 알제리 식민통치시 가한 숱한 만행을 알게 되면 예술과 문화의 나라, 유럽 최초의 인권 선언국으로 띄워진 프랑스의 치장이 벗겨진다. 프랑스 역사 초기는 로마의 침탈로 얼룩져있다. 기원전 8세기, 로마인들은 켈트족이 살고 있던 이 땅에 쳐들어와 그들 말로 갈리아라 부르며 500년 가까이 속국으로 삼았다. 476년,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세워진 프랑크 왕국은 메로빙거 왕조, 카롤링거 왕조 등을 거치는 동안 주변국을 흡수, 덩치를 키운다. 이 대제국은 자식들의 다툼으로 서프랑크, 동프랑크, 중프랑크로 삼분되는데 서프랑크는 훗날 프랑스가 된다. 이후 잉글랜드, 신성로마제국 등 주변국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면서도 유럽의 중심, 강국을 고수했던 프랑스는 17세기 이후, 식민지 확장과 베르사유 궁전 신축 등 재정낭비로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다. 1789년, 분노한 민중궐기는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고 이후 과격파의 실각, 왕당파의 반란 등으로 혼란은 극에 치닫는다. 179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정복전쟁을 통해 프랑스를 다시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었으나 러시아 원정실패 후 실각한다. 왕정국가에 대한 민중의 불만은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을 불러 공화국을 탄생시킨다. 20세기 들어 터진 세계대전에 휘말린 프랑스는 2차 대전 중 독일에 점령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1945년 종전 후, 유럽,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제국주의 열강들 대부분이 식민지 독립을 인정하는 추세로 가는데 프랑스는 식민지 알제리에 대한 집착을 더 강화한다. 식민지 중 가장 가까운 입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등도 중요했지만, 그 땅에 100년 넘는 통치기간 동안 수많은 군수물자 공장, 주요 군항 등 주요시설들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1954년, 독립을 요구하는 알제리와 무려 8년간 전쟁을 벌였지만, 국제여론의 비난, 오랜 전쟁의 피로에 못 이겨 결국 알제리의 독립을 인정한다. 이후 프랑스, 알제리 관계는 한일간감정의 골 이상이다. 132년간의 식민통지기간 동안 프랑스는 자국민 이주를 위해 원주민을 사막으로 내쫓는 등 삶을 파괴시켰고, 8년 전쟁 중에는 200만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36년간, 일제 식민통치탄압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우리를 생각하면 알제리인들의 프랑스에 대한 적개심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프랑스 국가를 부르지 않은 지단의 침묵도 이해가 간다. 북아프리카의 먼 나라 알제리에 대한 관심은 ‘Desert Rose’라는, 낯선 리듬, 낯선 언어와 목소리의 노래 한 곡에서 시작되었다. 영국 싱어송 라이터 스팅(Sting)이 1999년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다.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은 알제리 출신 싱어송 라이터 쉐브 마미(Cheb Mami)였고, 낯선 리듬은 알제리 대중가요인 라이(Ria)에서 왔다. 쉐브 마미의 목소리에 빠지면서 그를 낳은 나라에 관심이 갔고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알제리의 식민 참혹사를 알게 되자 ‘Desert Rose’, 사막을 태우는 붉은 빛이 문득 핏빛으로 보였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