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한산 : 용의 탄생》이 상영된 지 한 달 보름이 지났다. 영화 본 사람이 720만 명을 넘겼다. 관객 증가 속도가 완연 느려진 걸 보니 종영이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이 글은 매우 뒤늦은 영화 감상기가 되리라. 김한민 감독의 최고 흥행작은 2015년 상영된 《명량 : 회오리바다를 향하여》. 1760만 명이 관람한 역대 관객 동원 1위다. ‘한산’은 그 후속편이다. 두 작품 모두 전투 장면은 막상막하다. CG가 크게 어색하지 않다. 왜적을 모조리 바다에 쓸어넣는 클라이맥스에서는 바라보는 심장이 터질 듯 벅차다. 하지만 전투를 제외한 스토리는 오히려 덤덤하고 평면적이다. 전작보다는 덜하지만 ‘국뽕끼’가 여전하다. 항왜(降倭)로 출연한 김성규의 석연치 않은 투항 동기, 택연과 김향기의 러브스토리도 뭔가 핀이 안 맞는다. 하지만 그런 작은 한계를 덮을..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정부의 요직에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고자 할 때, 국회가 행하는 인사에 관한 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수원특례시의회가 국회처럼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수원특례시와 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수원특례시 공공기관장 임용후보자 정책검증 청문회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시의회의 제안을 시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수원시 주요 공공기관장은 임명 전 시의회의 정책검증 청문을 받아야 한다. 수원시장은 정책검증 청문 요청서를 시의회에 제출해야하고 시의회는 ‘정책검증 청문위원회’를 구성, 청문을 한다. 수원도시공사, 수원시정연구원, 수원문화재단, 수원컨벤션센터, 수원시청소년재단, 수원도시재단의 수장..
지난 8월 26일 성남고 야구선수 공도혁군이 눈물 흘리며 심폐소생술을 하여 한 생명을 살린 기사가 실렸다. 장하고 감동이다. 평소 보지도 않던 댓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모처럼 좋은 기사 읽게해준 공도혁군에게 감사하단 글들이 보였다. 같은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글을 보고 우리가 사는 공동체가 참 따듯하다고 느꼈다. 댓글의 공감력이다. 필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연에오락 프로그램을 심의할 때다. 예능 프로그램에 뭐 그리 민원이 많은지. 민원은 일정 기간 안에 조치하고 그 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행정규정상 쓸데없는 안건이 많이 올라온다. 안보면 그만이지 뭐가 그리 시청하기 불편하다고 민원까지 접수하는지. 사회통념상 문제없고 프로그램의 구성상 필요한데도 왜곡 해석하여 내가 시청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선진국인 대한민국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의한 먼지털이식 수사 현실이 여전하다. 야당 대표와 가족에게는 선거 기간 중의 말 한마디나 관행에 가까운 소액 사용에도 압수수색과 소환은 당연하고,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여러 불법 의혹에도 압수수색은커녕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그만이다.이런 상황과 대통령 가족의 초법적 태도는 김건희 여사의 학위논문 표절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누가 보아도 표절이 분명한 김건희 여사의 석사와 박사 학위 논문 및 관련 논문들에 대한 14개 교수·연구자 단체의 검증은 건강한 학문 사회의 기본 틀을 유지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다. 사회 건강성을 유지하는 기본 틀은 법이나 규정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병들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고,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암묵적 합의에 근거하는 각 분야의 윤리와 도덕이야말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동료 연구자들의 앞선 연구 결과에 기반해 후속 학문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 대학이다.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구성원들 간의 상호 신뢰와 존중이다. 이것에 기반하여 사회 발전에 직결되는 학문 연구가 가능하며, 건전한 학문 후속세대 교육과 양성이 가능하다. 이런 신뢰와 존중을 깨는 연구 부정행위는 자연스레 학문 연구와 사회 발전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셈이다. 학계나 대학에서 연구부정행위를 학문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악질적 행위로 간주하는 이유다. 모든 학문 분야에 있어서 대표적인 3대 연구 부정행위의 하나인 표절 역시 학문 연구 근간을 오염시켜 학문의 건강성과 발전을 막는 행위이며, 해당자는 매우 엄격히 징계 되고 대학 강단과 학계에서 퇴출된다. 그런 표절에 있어서 표절당한 피해자 교수가 책임을 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절한 대통령 부인과 이를 방조한 국민대 지도 교수 및 심사위원들의 침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를 조사한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냈고, 대학 관련 행정 부처인 교육부도 해당 대학의 결론을 존중한다고 하니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개인 표절을 넘어 그 이면에 있는 사립대학의 구조적 비리를 말해 준다. 일반대학원생의 표절이라면 이렇게 비호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 국회의원이었던 문대성 씨의 학위논문에서 표절이 드러나자 학위 취소를 결정했던 국민대다. 이제 권력자의 부인이 표절 당사자가 되자, 대학 당국은 과거와 같이 학위 취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문대성 씨의 변명 논리를 거꾸로 대학이 이용하면서 정당화를 꾀한다. 최근 국내 대부분의 교수를 망라하는 14개 단체들이 김건희 여사의 논문들을 검증했고, 표절논문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한 짜깁기 논문임을 밝혔다. 이제 이런 논문이 박사 학위 논문으로 통과된 경위와 대학이 이를 용인하는 과정에서 작동한 사학의 구조적 문제점을 밝힐 때다. 이는 학문의 기본을 되찾는 것이자, 건강한 학문 후속 세대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짜깁기 논문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 부부에 대하여, 불법 행위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 윤리나 도덕성마저 지키지 않음에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펫투어에 불이 붙었다. 인구의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이 늘어났고,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며 사람처럼 보살펴주는 이들 역시 늘어났다.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영어 ‘pet’과 ‘가족’을 의미하는 영어 ‘family’의 합성어인 펫팸족은 여행 역시 사랑하는 동물과 함께한다. 한국관광공사의 ‘2022 반려동물 동반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견 동반 당일여행을 해본 응답자는 65.7%이며 이중 숙박까지 경험한 응답자는 53%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펫투어의 종류도 다양하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펫리조트는 반려견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글램핑, 캠핑카, 콘도는 물론 펫 전용 수영장까지 갖췄으며, 강원도에는 애견 전용 해수욕장 까지 존재한다. 국내 항공사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줘 할..
1920년대 이후 식민지 하 우리 민족의 항일운동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운동으로 분화되었다. 반제, 반식민주의 투쟁에서 독립운동 세력의 자연스러운 사상적 발전이었다. 1920년대 말 좌우합작 단체인 신간회가 결성된 것은 식민지 해방운동과정에서 민족모순의 해소가 계급모순에 앞선다는 민족통일전선 운동의 성과였다. 진보적 유학자였던 단재 신채호가 민족주의자에서 사회주의자로, 다시 무정부주의자로 노선을 바꿔갔던 것도 그런 시대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 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발발과 함께 정세가 불리해진 국내 독립운동 세력은 중국 국민당 또는 공산당, 코민테른에 가담한 항일운동으로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는 이념 추구가 아니라 오로지 조국 해방 하나였다. 해방 이후 이들 세력은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한 목표를 향해 다시 뜻을 모았고 이 운동은 민중의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 극단에 치우지지 않았던 송진우 김규식 여운형 안재홍 조소앙 김원봉 송진우 이여성 김병로 등 중간지대의 수많은 지도자들이 대거 통일정부 수립운동에 나섰던 것이 그 증거이다. 이들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된 것은 미소 양국의 방해와 극단주의자인 이승만과 공산당 계열이 이들을 경쟁적으로 제거하면서부터다. 이후 통일운동이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북 간 불신과 반목은 한층 강화되었던 것이다. 분단 이후 남북 정권은 체제와 이념을 내세워 독립운동가들을 차별해 왔다. 그 결과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기억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자신들 편이 아닌 이를 제거하거나 숙청한 것이 이들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선열이 벌였던 해방 이전의 운동도 엄연한 우리 역사이고 독립운동이요, 통일운동이다. 분단 70여년의 세월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긴 세월이다. 항일 선열들의 피나는 노력이 좌절되고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오늘날까지 가족과 생이별한 남북 이산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은 훨씬 가중되어 왔다. 이들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으로 살다가 해마다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분들 삶의 배양토는 서울이고 부산이며, 대전, 광주일 것이고, 이북의 평양, 함흥 원산, 정주 해주 개성일 터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회담을 정부가 제의했다는데 나는 남측이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심사기준’부터 폐지하는 것이 민족 화해의 첫걸음을 떼는 방도라고 본다. ‘해방 후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 또는 동조한 경우에는 현저한 공로가 있더라도 독립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조항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조국의 광복과 통일을 위해 뜨거운 젊은 피를 바쳤던 분들을 함부로 이념의 잣대로 모욕하는 한 민족의 화해는 요원하다. 지난달 도서출판 푸른역사에서 ‘독립운동 열전’이 발간했다. 주요 서점의 역사분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니 뜻 깊다. 이 책이 특별히 반가운 것은 잊혀졌던 많은 중도 사회주의 항일투사들을 대거 발굴해 소개했다는 사실이다.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은 국교 수립에 합의하였다. 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으로 협력한 결과 오늘날 실질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발전하였다. ‘구동존이’란 상호 경제 협력을 통한 국가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우선하고 체제의 차이와 같은 작은 것은 있는 그대로 두자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국교 수립 30년 기념식에서 한국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중국은 군자신이성(君子信以成)을 이야기하였다. 신뢰에 금이 가 있는 현실을 은연중에 드러낸 말이다. 2016년 1월에 감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미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으로 이어졌다. 이 사태의 승자는 북한과 미국이다. 북한은 핵 능력을 향상하는 동시에 중국과 한국 사이를 이간하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은 원하던 사드 배치를 얻어내는 동시에 한중간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상호의존관계에 쐐기를 박았다. 설상가상 미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한중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북핵은 우리의 모든 자원과 노력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그 힘은 우리의 주권 행사를 제약할 정도다. 대중국 관계는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 중요한 지렛대 혹은 균형추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현재의 정상 관계를 유지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우리가 중국과 멀어지는 만큼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질 것이고, 북핵 블랙홀은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중관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구동(求同)과 존이(尊異)’가 필요하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자유무역은 너무나 중요하다. 중국도 대외적으로 자유무역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한중이 협력할 공간이 존재한다. 한중은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무역 질서’를 양국 간 경제 협력보다 한 차원 높은 ‘새로운 구동’의 기치로 삼아야 한다. 다만 미중 갈등의 현실 속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무역 질서’의 기치가 명분을 획득하려면, 중국 스스로 무역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혁하여야 한다. 한국도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를 통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유인할 필요가 있다. 한중은 차이를 있는 그대로 두는 존이(‘存’異)에 차이를 존중하는 존이(‘尊’異)를 더하여야 한다. 존이(尊異)는 혐오와 배척의 부정성을 새로운 생성과 생산의 긍정성으로 인도할 것이다. 또 한중 사이에는 “공통성이 많아서 오히려 모순이 큰” 역설적 현상이 존재한다. 동북공정 등 역사와 문화 분야에서 ‘과거의 것은 과거에’ 존재하게 하고, ‘현재의 것은 존이(存異) 혹은 존이(尊異)의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면 거부’를 천명한 데 이어 ‘선제적 핵 공격’을 법에 못 박는 등 ‘핵 무력’을 법제화했다. 선택 폭이 확 줄어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난해한 시험대에 올랐다. 큰 폭으로 바뀐 북핵 위협 양상에 대응하는 다양하고 새로운 전략이 시급해졌다. 일단, 상식을 거스르는 북한의 위험천만한 도박에 당당히 맞서는 결기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려는 노력 또한 절대 포기해선 안 될 것이다. 북한이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법령 제6조는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위협의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법령 6조에서 김 위원장이 ‘핵 버튼’을 누를 조건으로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공격 감행 또는 임박’, ‘..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오토바이의 운전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횡단보도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인도 위에서 요리조리 곡예 운전하는 오토바이, 신호 맨 앞으로 가기 위해 차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오토바이 등등.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신호와 도로교통법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운전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운전할 때 꽤 빡빡하고 촘촘한 법체계, 이를테면 튼튼한 유리로 된 창문이 있다. 최초의 몇 명이 빨리 배달하기 위해 신호를 어기면서 창문에 작은 구멍을 냈고,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을 본 다른 운전자들이 따라서 신호를 어기면서 창문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지금은 운전 법규를 잘 지키는 오토바이를 만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는데 예외..
붉은 것은 오른쪽에 놓고 흰 것은 왼쪽에 놓는다. 가운데는 다식과 약과의 자리이다. 촛불로 어둠을 밀어내고 향불로 길을 닦았으니 돌아가신 당신의 넋이 찾아오실 것이다. 나는 제상에 술과 밥과 국을 올리며 속으로 조아린다. 많이 잡수세요. 아버지. 예순으로 나아가는 아들이 마흔에 멈춰있는 아버지에게 절을 한다.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언제나 마흔 살 청춘이다. 돌아가시던 그날부터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결같다. 아버지는 추석 명절을 이틀 앞두고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던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 내가 세상의 문을 열고 나오던 바로 그날 당신은 문을 닫고 세상 너머로 사라졌다. 삶과 죽음의 간격처럼 허망한 것이 또 있을까. 도회지로 나오기 전까지 우리 식구는 장흥읍내 후미진 곳을 전전했다. 언젠가는 장흥극장 뒷골목 판잣집에 세 들어 살았는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