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긴축이 다시 비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2일(한국시간)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2.50%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과 0.75%p의 차이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 FOMC 위원들은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에서 미국 금리가 올해 말 4.4%, 내년 4.6%까지 오를 것으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를 모두 웃도는 것이다. 그러자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말까지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그동안 고수했던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 기조를 빅스텝(0.50%p)으로 상향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연말까지 한·미간..
경기도의 인구는 1360만 명에 가깝다. 대한민국 전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지방정부다. 재정자립도는 61.6%로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많은 분야에서 으뜸임을 자랑한다. 그러나 꼴찌인 분야도 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이다. 본보(21일자 1면, 3면)는 경기도의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 비중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라고 보도했다. 경기도의회 황대호 의원(민주·수원3,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도 문화체육관광국의 예산은 5541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예산(31조 4096억 원, 1회 추경 예산 포함) 대비 1.76% 밖에 되지 않는다. 16위는 서울시로써 1.99%다. 그러나 인구수 대비 1인당 문화체육관광 예산을 따지면 큰 차이가 난다. 경기도민 1인당 예산은 3만 9714원이지만 서울시민 1인당 예산은 6만 4032원이다. 내년에도 사정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내년도 도 예산 역시 팍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도 감액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꼴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문화예산 수준은 3%다.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매년 본예산 심의 때마다 예산 3% 확보를 요구했으나 번번이 실현되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도내 관련분야 종사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 최저 수준인 예산을 또 다시 축소시키면 문화예술은 고사한다며 삭감이 아닌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민예총 김성수 사무처장은 “예술 창작과 생산 행위는 물질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정신문화적 재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는 이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예술인들도 어엿한 직업인이자 하나의 경제 주체로 참여하고 있으므로 소상공인 등 다양한 경제활동 주체들처럼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 한다. 황대호 의원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요구된 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 3% 확보가 안 이루어지는 원인을 ‘필요에 의해 선택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여가라고 보는 시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집행부가 바라보는 문화체육관광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문화·체육·관광에 대한 도민 욕구는 폭발적임에도 문화체육관광 예산이 수치화가 되지 않는다며 예산을 줄이는 도의 자세를 지적했다. “도민들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환산하면 1.8% 대비 100배는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효과를 여러 마케팅 기법으로 환산할 수 있음에도 기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관광·체육 분야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분야의 종사자들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었다. 도가 이들 분야에 긴급 지원을 했지만 터무니없이 작은 액수여서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 생태계 회복과 종사자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와 물가 상승 등으로 위축된 국민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분야가 활성화돼야 한다. 생활에 활기를 주고 삶의 의욕을 부활시킬 수 있는 처방 중 이 분야만한 것이 없다. 정부나 지방정부의 관련예산은 오히려 늘어나야 마땅하다. 만만한 게 문화·관광 예산이라는 생각부터 버리라.
넷플릭스 6부작 수리남은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칼과 총으로 사람을 찌르고 쏘는 거대한 액션물이지만 구성이 치밀해 끝날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스토리텔링의 교과서 격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메시지 중 으뜸인 '캐릭터보다 플롯'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빼어난 스토리텔링 극답게 인과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드러난다. 극중 전요환(황정민)은 중남미 소국 수리남에서 교포 등을 대상으로 전도활동을 하는 목사인데 할렐루야, 순수한 마음, 형제님 등의 말을 일상적으로 구사한다. 하지만 목사라는 직업은 마약 밀매를 위한 위장술이다. 이 반전에 주목해야한다. 전요환은 그 많은 직업 중에서 하필이면 왜 목사를 택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이 수리남의 메시지일 것이다. 이런 메시지가 없다면 수리남은 한낱 폭력물로 끝났을지 모른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목사는 하나의 직업이지만 종교적·사회적 권위를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특수하다. 목사가 부르짖는 말은 세속적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가닿고 싶은 순수하고 신성한 세계일 터이다. 이쯤이면 전요환이 왜 자신을 목사로 위장했는지 쉽게 이해된다. 마약 밀매라는 거대한 악의 세계를 숨기기에는 목사만한 직업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세상에 대한 대단한 희화화이자 풍자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선을 표상하는 것들에 대하여 자연스레 의심해야 한다는 권유로 작용한다. 세속적 사람들을 향해 하느님의 이름으로 꾸짖고 회개하라고 목소리 높이는 목사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세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순수성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어쩌면 보통 사람들보다 악의 세계에 더 가까이 있지 않을까? 의심은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를 내세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불의할 수 있고, 공정을 내세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불공정할 수 있고,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비민주적일 수 있고... 굵직한 사례가 차고 넘친다. 공정 사회를 슬로건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당은 반공정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부터 인사, 대통령 부인에 대한 사법리스크 등 반공정이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이로써 이들이 내세운 공정은 그저 하나의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민주당도 최근 민생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자신들이 앞장서서 확인해 주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라는 사적인 일에 공당이 전력을 쏟는 것 자체가 반민생이기 때문이다. 고상하고 거룩한 가치가 썩고 음험한 치부를 감추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이런 현실을 수리남은 콕 집어서 이야기 속에 숨겨놓았다. 우리는 말을 거꾸로 이해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노자의 경구는 마치 지금의 세태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는 착각마저 인다. '진리를 진리라고 하면 더 이상 진리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
1. 2009년 11월에 단행된 북한 화폐개혁은 처참한 실패로 끝난다. 경제 난국을 타결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0년 한 해에 두 차례나 중국 방문에 나선다. 후진타오 주석에게 경제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에서 후진타오는 김정일에게 13억 인민도 먹여 살리는데, 고작 2천만을 굶기냐며 질타했다고 한다. 원조는커녕 욕만 푸짐하게 얻어먹고 돌아오는 김정일 가슴엔 원한이 사무쳤겠지만, 북한 인민을 고난의 행군으로 몰아넣은 것은 중국이 아니라 김일성과 김정일이었다. 같은 한민족이지만, 그런 모욕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한다. 2. 삼성이 세계 12위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만 131조 원에 달한다니, 어지간한 국가 자산보다도 많지 않은가. 그런 삼성 총수는 지금 영국에 있는데, 결국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엔 초청받지 못한 모양이다. 삼성을 세운 이병철은 사카린 밀수사건, 반도체 신화를 쓴 이건희는 뇌물과 조세 포탈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 일선에서 한동안 물러났다. 이재용은 그룹 승계 과정에서 뇌물과 횡령죄를 저질러 끝내 감옥에 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에 무슨 범죄의 피라도 흐르는 것일까. 결국 가석방과 대통령 사면을 거쳐 복귀한 이재용이 마이너스의 손이란 별명과 달리 삼성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을까? 장례식 입장권도 받지 못하는 실력으론 어렵지 않을까? 3. 수모를 당한 김정일과 북한 경제의 총체적 파탄, 총수의 구속 수감이란 결과를 받은 삼성엔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전제가 있었다. 소위 백두혈통이라는 김일성 일가의 세습, 이병철 직계의 경영권 세습이 그것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왕조 세습이 가당키나 하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용을 그룹 총수 자리에 앉혀야겠다는 삼성의 집념 역시 북한의 고집과 놀랍게 닮았다. 그러나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포기할 수 없는 전제는 현실을 왜곡하고 정의를 배신하고 만다. 4. 살면서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우리는 인간성을 포기하면 안 되고,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지켜야 하며, 국가 안보와 공동체의 번영을 포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늘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전제는 정말 옳은가. 설령 그 전제가 옳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옳은가. 우리의 대리인들은 바르게 처신하고 있으며, 우리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가. 결국 자기가 옳은가를 의심하지 않는 모든 전제는 파국을 맞는다. 우리의 제1 전제는 언제나 내가 제대로 의심하고 있는가이어야 할 것이다. 5. 이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전제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사명감은 갖추고 있는가. 일국의 지도자답게 자기 말에 책임을 지고 뚝심 있게 추진하고 있는가. 품격있고 유능하며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펼치고 있는가. 영빈관 짓겠다고 900억이나 되는 청구서를 디밀었다가, 여론이 안 좋아지자 어마 뜨거라 하면서 하루 만에 철회하는 꼴을 보면서, 총리조차 영빈관 계획을 몰랐다는 답변을 들으면서 기가 막힌다. 혹시 그가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전제가 영부인은 아니겠지?
여성의 생애주기 중 갱년기에 대해서 정의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연령면에서 볼 때는 대개 45세에서 55세 무렵의 폐경을 전후한 시기를 말한다. 폐경이 가까워지고 나이가 들면서 난소의 기능이 저하되어 에스트로겐(Estrogen)이라는 호르몬의 감소되면 이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심하게 나타나는 기간을 갱년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열이 오르고 땀이 많이 나는 증상과 함께 질 건조증과 위축이 동반되기도 한다. 부부관계 후 자궁출혈이 많아서 한동안 고생했고 이어지는 만성방광염으로 양약 치료받다가 호전이 없어 내원한 갱년기에 접어든 그녀는 말한다. “남편은 쉬고 와서 혈기가 넘쳐서 시작하는데 저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안 하고 싶었어요.” “힘들다고 말을 꺼냈으면 어땠을까요? ” “그러게요, 그 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인정(人情)을 중시해온 우리의 전통적 법 감정을 대변하지요. 역사 속에서 우리의 법치는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인간적으로 인식하는 온정주의(溫情主義)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아무리 큰 죄를 짓더라도 진정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쉽게 용서하는 게 우리의 양속(良俗)처럼 돼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세상이 이만큼 평화로울 수 있었다고 해석하는 건 별문제예요. ‘주취감경(酒臭減輕)’이라는 게 있어요.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의 경우 죄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하여 벌을 가볍게 해주는 조치이지요. 범죄자의 사정까지 헤아리고 살필 정도로 온정주의가 법치의 한복판에서 위력을 발휘해온 것은 어쩌면 미덕일 거예요. 그러나 범죄가 날로 지능화하고 흉포화하는 오늘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여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긴급회의를 개최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가능성은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 본인은 발언 취지가 왜곡됐을 뿐 아니라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양두구육”, “개고기” “신군부”등의 용어로 국민의힘을 공격해 국민의힘과 정치권에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도 추가 징계에 대한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17일, 이준석 전 대표는 경찰에 출석해, 성 상납 의혹과 관련된 무마 의혹과 무고 의혹 등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만일 기소가 된다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론 측면에서 보자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와 이에 대한 이 전 대표의 대응은,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 양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가 내려질 경우, “당연히” 가처분을 추가로 신청할 것이고,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국민의힘 내홍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피로감은 지난 16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0.2%,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비호감도는 65%에 달해, 주요 정치인 비호감도 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계속되는 가처분 신청과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언행 때문일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미 결정이 내려진 가처분을 포함해 현재까지 5개의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앞으로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또한 유엔 인권 선언 19조와 미국 수정 헌법 1조, 대한민국 헌법 21조 등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면서 유엔에 제소할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들의 피로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싸움에서 승자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미래가 창창한 젊은 정치인이 벌써부터 “피곤하게 만드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될 경우, 정치적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어두워지기 때문에 이 전 대표도 패자일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은 여당임에도 상황 통제력과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기 때문에 패자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이준석 전 대표가 정치적 포용력을 보여주고, 국민의힘 역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것이 가능할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우려하던 경제위기 비상벨이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위협받으면서 외환 당국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원가 상승 압력을 견디지 못한 식품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 경고음까지 요란하게 울리면서 한 마디로 총체적 경제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여야가 힘을 합쳐 충격 대비책을 마련하고 상황을 반전시킬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마저 위협하자 지난주 정부는 강한 구두 개입에 나서는 한편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급등으로 나타난 수입 물가 상승, 무역적자 확대에 대응 강도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조만간 환율 마지노선이 깨지고 1천450원까지 오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식품 가격들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농심 신라면, 팔도 비빔면 등 라면 가격이 평균 10% 이상 단번에 올랐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포카칩 등 과자 가격도 12%가량 인상됐다. 우유와 야쿠르트, 컵밥, 제과·제빵, 치즈, 커피, 아이스크림 등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치킨, 햄버거, 피자 등 외식상품 가격도 모두 상승세다. 식품은 물론 배추와 무 등 농산물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24년 만에 가장 높은 5%대로 예측했다. OECD는 19일 발표한 ‘2022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5.2%로 전망했다. 이는 OECD가 지난 6월 경제전망 때 발표한 4.8%보다 0.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또한 1998년 외환위기(7.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OECD는 코로나19 영향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물가 관리에 나섰다. 추 부총리는 19일 “정부 차원에서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와 소관 부처를 통해 합동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물가 폭등부터 막아내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정부가 철저히 물가상승에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보내어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추 부총리가 물가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연일 ‘10월 정점론’을 피력하는 속내가 이해는 된다. 그러나 수치로 정확하게 나타나는 경제전망을 놓고 지나치게 기획 마인드로만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협치가 더없이 중요한 시점이다. ‘남탓’ 관성에 무한정 빠져 ‘경제위기’마저도 정쟁의 먹잇감으로 삼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작금 밀어닥치고 있는 경제 먹구름을 해결하지 못하면 지도자들을 섬길 국민도 사라질 것이다. 경제난 타개를 위한 광폭의 협치 정신이 절박한 시점이다. 여야가 한 테이블에 앉아서 사상 유례없는 복합 경제위기를 타개할 대책을 허심탄회하게 숙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이 바로 그래야 할 때다.
단풍이 지기 전 추석이 왔다가는 게 다행스럽다. 숲에는 아직도 나뭇잎들이 나무의 상처를 가려주고 하늘을 적당히 숨기다가 드러내 주기도 한다. 철 늦게 우는 새소리는 ‘가을이 가요’ ‘가을이 가요’하고 낮은 소리의 리듬을 탄다. 산속 작은 벌레들의 연주는 땅으로 깔리다 그 소리 끝내 나무뿌리로 스며든다. ‘숲 속의 고요’에 청각이 맑아지는 시간이다.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인간관계보다 일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사람은 어느 정도 고립되어 지낼 때 창작의 방향으로 개성이 발달되기도 한다고 했다. 내가 강의하는 수필창작 반에 등록함으로써 인연을 맺은 L 씨라는 분과 도청 옆 ‘담’이라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일주일 전부터 예약해야 된다는 그 집 분위기는 뭔가 담 안의 깊이와 가볍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다. L 씨는 내게 ‘보리굴비 정..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민주시민교육과를 폐지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인성체육예술교육과로 통합하기로 했다. 세종교육청의 최교진 교육감은 충청투데이 9월 14일자 기고 <민주시민교육을 허하라!>에서 “인성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의 여러 영역 중 하나로 균형 있게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교육부의 ‘인성교육’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면서 “민주시민교육은 정치적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민주시민교육이 중고등학교 교사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열정으로 수행되다가 제동이 걸린 셈이다. 겨우 걸음마를 배우는 과정에서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교사들의 자발적 열정과 사명감으로 진행해온 것이니 차제에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며 다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진행되었느냐 하는 진단과 성찰이다. 살펴본 바로는, 주로 민주화운동 세대에 해당하는 교사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그들의 경험을 투영하여 부지불식간에 학생과 시민들을 ‘의식화’ 하고자 하는 열정에 사로잡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물론 주입식 수업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전제로 한 방식 등 형식에서 진전된 측면은 있으나, 내용은 민주주의, 인권, 노동, 평화, 환경 등 정치사회적 쟁점들로 제한되어 있다. 민주시민교육을 진보 편향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먼저 민주시민의 개념 정의부터 명료하게 합의해야 한다. 대체로 민주시민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생활화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성장과정에서 배우고 경험하면서 형성된 품성이 평생을 간다. 특히 사회성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 교육과 환경이 중요하다. 문제는 교사들의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생각이 편협하다는 점이다. 교사들부터 먼저 달라져야 민주시민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런 고민을 하는 가운데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강조하는 인성교육은 과거 군사정권이 대학에 국민윤리학과를 신설했던 발상의 도덕교육일 것이다. 그러나 인성교육은 역사와 철학, 정치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의 지식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교육을 의미한다. 19세기 산업화 이전의 교육이 그랬다. 산업화 이후 교육 시스템은 이제 낡았다. 인성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의 여러 영역 중 하나일 수 없으며, 그 반대로 민주시민교육을 포괄한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는 융합형 지식인으로서의 전문가다. 진화론과 우주론을 도외시하는 휴머니즘은 공허하고, 신경과학과 진화심리학을 배제한 행동과학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지식의 융합을 강조하는 21세기에 구태의연한 민주시민교육은 학생과 대중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사들과 시민사회는 이 기회에 민주시민교육의 환골탈태를 모색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위기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