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직전이라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으나 영화 ‘헌트’는 올여름 최고의 역작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평론 입장에서 올여름엔 딱 두 편의 영화만을 ‘건졌다’ 할 수 있는데 ‘헤어질 결심’과 ‘헌트’가 그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헤어질 결심’의 미국 영국 배급은 무비(mubi)가 ‘헌트’의 미국 내 배급 역시 유명 배급사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헤어질 결심’은 확실하게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 영화상)과 영국 아카데미 상을 노린다는 것이고, '헌트' 역시 해외시장을 크게 넘보고 있다는 얘기다. ‘헌트’가 개봉되면 작품 자체 얘기도 얘기지만 아무래도 감독 이정재에 대한 얘기로 넘쳐날 것이다. 이미 영화의 공개 시사회 이후 이정재에 쏠리는 기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영화를 너무 잘 만들었는데 이게 진짜 이정재의 연출 솜씨냐는 것이고 이정재가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었느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것은 진짜 이정재가 올곧이 자신만의 실력으로 이번 작품의 연출을 해낸 것이 분명하며 얘기를 해 본 결과 영화를 훌륭하게 만들어 낼 만큼 인문학적 지식과 영화적 소양이 혀를 내두를 수준이라는 것이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정재가 진화했다. 알고 보니 이정재는 준비된 감독이었다. 그 진가를 사람들이 진작에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조력자는 있다. 이번 영화에서 공동 주연을 맡은 정우성이다. 이번 영화 ‘헌트’의 시나리오는 5년 전에 나온 것이며 당시 영화계에서는 모두들 고개를 설래설래 젓기만 했었다. 그런 시나리오를 가져다 각색하고 또 각색한 것이 이정재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조언을 해주고 고쳐진 시나리오를 그때그때 모니터 해 준 것이 정우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영화사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런저런 뒷 배경을 알게 된 후 ‘헌트’를 곱씹어 보면 영화란 무릇 감독의 예술이되, 감독 외의 모든 스태프 – 프로듀서, 투자배급업자, 촬영, 조명, 녹음, 편집, 음악, 특수효과, 스턴트 등등 – 들의 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래서 프로덕션 과정이 매우 민주적일 때 최고 기량의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 역할의 수장은 바로 감독이다. 감독이 지도자이다. 이정재는 이번에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지도자의 준비된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감하게 해 줬다. 지도자가 지향하는 게 무엇인지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예컨대 영화 ‘헌트’에서 단박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 오프닝 시퀀스 같은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장면을 찍기 전 이정재는 자신이 찍고자 하는 방향, 액션의 스케일, 촬영의 스타일 등등을 샅샅이 미리 연구하고 분석해 놓은 뒤 스태프 전원을 불러 브리핑하고, 함께 숙의하고, 같이 시뮬레이션을 짠 후에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스태프들은 그때에 보여 준 이정재의 ‘실력’을 인정하고 영화 내내 그와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 전원의 합, 그들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 영화의 오프닝을 보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진짜 잘 찍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1983년의 독재자가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갔다가 암살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고 그것을 막으려는 안전기획부 국내팀과 해외팀의 모습을 그린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 독재자를 옹호하고 미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독재자 암살 작전은 국내팀과 해외팀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누군 가가 바로 정우성 혹은 이정재 둘 중의 하나이다. 영화는 줄곧 이 두 명 중 한 명을 추적하게 하고 나중에 그 정체를 알고 나서 관객들은 깜짝 놀라게 된다. 그 시나리오의 씨줄날줄이 이정재를 경이롭게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이정재가 저런 생각을 했었단 말이지. 얼마나 평소에 영화와 책,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면 저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등등의 놀라움을 갖게 만든다. 영화에 『감독=지도자』가 있듯이 나라에는 『대통령=지도자』가 있다. 준비된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 듯이 준비된 대통령이 나라를 온전히 이끈다. 성실한 감독이 영화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충일하게 만들 듯이 일에 열심인 대통령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역사에 대해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을 때 감독은 영화를 ‘정치적 올바름’을 가지고 만들 수 있고 역사적 시각을 올바로 가지려고 노력하는 대통령이 나라의 어두운 역사를 치유할 수가 있다. 우리는 현재 이런 얘기에 딱, 완전히 반대로 가는 대통령을 뽑은 상태다. 국민들이 마음이 불안한 이유다. 미국 권력 서열 3위라는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한국에 왔을 때 대통령은 휴가라며 연극을 한편 본 후 배우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 좋다. 휴가일 수도 있고 연극 애호가라 연극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막걸리를 마시는 사진을 좋아라 할 것이라고 착각해 국민들에 공개하는 것은 정무 감각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같아 안쓰럽다. 무엇보다 어떤 연극을 봤는지, 그 연극에 대한 감상평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것이 없다. 그저 연극이 소외된 예술이고 가난한 예술업계인 만큼 거기서 ‘놀면’ 좋은 사람, 좋은 대통령 소리를 들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천만의 말씀이올시다이다. 준비된 감독의 영화를 보고 가슴이 뛰게 되는 것처럼 대통령이 준비된 행동으로, 다는 몰라도 아는 만큼만이라도 잘할 수 있는, 그걸 진솔하게 해 낼 수 있는, 정치 행위를 보고 싶다. 나라가 어지럽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오죽하면 조기 퇴진 시위까지 벌어지겠는가. 집권 3개월이 갓 된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태도로 영화를 만들면 백 점 만점에 24점이다. 영화학과에서는 퇴학당할 점수다. 별 다섯 개 기준으로 따지면 별 반 개를 받을 것이다. 극장에 붙이지도 못할 점수다. 제발 배우 이정재에게 배우시기를 바란다. 배우 이정재를 연구해 보시기 바란다. 주변에 문화 참모 하나 없으신가. 아 그렇지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치부 기자 30년 경력이라지 아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최근에 가장 몰입해서 보는 드라마다. 드라마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9화 ‘피리 부는 사나이’다. 강남에서 자라서 어머니 표 교육으로 서울대에 들어간 방구뽕이 이번 회차의 핵심 인물이다. 방구뽕은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의 어린이들을 납치해서 아이들을 산에 데려가서 놀게 하고 미성년자 유인 약취 및 버스 탈취 혐의로 신고당한다. 어린이들을 웃기기 위해 이름을 방구뽕으로 개명하고, 스스로를 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이라 지칭하는 모습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낯설고 정신이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또, 9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데려다가 산에서 놀게 한 다음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설정이다. 드라마 후반부에 아이들이 학원에서 매일 10시까지 저..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관련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혀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질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칩4’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이 4개월 전 제안한 서방 국가 중심의 반도체 동맹 결성이다. 중국의 강한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사드 보복’을 넘어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정교한 대책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 과정에서 ‘칩4’ 가입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다수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 들어가지 않은 채 기존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압박과 견제 수위를 높일 게 분명한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진작부터, 중국..
기역자 모양이다. 기역 니은 하고 부르는 그 기역(ㄱ) 말이다. 기역자를 따라 방들이 늘어서있는데, 방문 앞으로 길게 누운 마루가 방과 방을 이어주는 길 같다. 방이 아니라 섬이었다면 섬과 섬을 이어주는 물길 같았을까. 그러든 말든 마루는 개의치 않는다. 지붕에 앉힌 기와가 그러하듯 마루 또한 기역자 모양 따라 반듯하다. 도시의 기와집은 어떠할까. 산 아래 터를 잡은 시골집의 하루는 기와 끝에서 떠올랐다가 마루 끝에서 저문다. 처마 밑에서 일어났다가 툇돌 아래 눕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바다남쪽의 기와집은, 처마 끄트머리의 기울기만큼 허락하고, 마루 끄트머리의 넓이만큼 보듬는다. 거절하고 밀어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햇살은 툇돌 보다 높은 곳을 탐내지 않고, 그늘은 마루보다 낮은 곳을 욕심내지 않는다. 빗방울도 낙엽도 그윽한 달빛조차도 예외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행정학자 출신으로 교육 정책 경험이 전무하고, 정상윤 차관은 국무조정실 출신, 이상원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이처럼 장관·차관·차관보가 모두 교육행정 무경험자로 이뤄진 경우는 과거 정부에선 거의 없었던 일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8월 4일자 A12면에 실은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교육 정책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하나하나가 민감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데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교육계의 비판 목소리도 같이 전했다. 윤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조선일보 보도로는 이례적이었다. 박 장관을 꼬집어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문가로 통한다”고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취지로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 시행됐다. 경영평가단은 실적 부진 기관장 해임건의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 된다. 박 장관은 2017년 경영평가 단장(문재인 정부 시절)으로 2016년(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를 총괄했다. 이전에도 부단장 3년 등 10여년 동안 공공기관 평가를 맡았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지배주주다. 정부 정책을 따르는 건 숙명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공기관이 전임 정부 시절 수행했던 일을 희생양 삼아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한다. 언론도 부화뇌동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평형 84㎡보다 두 배 넓은 공공기관장 집무실 전국에 3곳’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한국일보 8월 2일자 기사가 전형이다. 공공기관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 찍힌다. 이 기사는 “차관급 집무실 99㎡보다 넓은 기관도 99곳으로, 기재부가 재배치 계획을 내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장·차관보다 면적을 적게하라 것이다. 권위적인 냄새가 묻어난다. 필요할 수는 있으나 우선순위는 아니다. 많은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마치 강남과 지방의 아파트를 동급으로 분류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직원수 3만, 2만이 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한전 같은 기관과 군소 기관을 일률적으로 평가해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시절 이었던 2015년, 2016년, 2018년 여름철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인하된 요금만큼 한전 수익은 떨어졌다. 수익에만 매달릴 수 없는 공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누가 한전을 적자기업으로 내몰았나?’라는 한국전력 강릉지사 노동조합이 내건 펼침막 주장에 누가 ‘아니다’라고 답하겠는가? 기재부는 자신들이 이끌었던 공공기관을 향해 ‘왜 그쪽으로 갔느냐’고 질타한다. 이율배반이다. 박순애 장관 같은 경영평가단은 당시 정부 정책을 잘 따랐다고 높은 점수를 부여했을 것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언론은 이런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 팩트 없이 ‘신의 직장’, ‘방만 경영’ 같은 감정적인 기사로는 안 된다.
오는 28일 뽑는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순회경선이 진행중이다.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뒤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활로를 모색하며 차기 대선승리의 초석을 다져야 하는 절체절명의 기회이자 도전이다. 그런만큼 당 쇄신을 포함한 비전제시와 인물 대결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순회 경선 시작 단계부터 불거진 ‘기소 시 직무정지’ 당헌 개정 논란은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에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80조)을 고쳐달라는 청원이 공식 답변이 필요한 5만건을 넘어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 ‘이재명 의원의 방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당내에서는 ‘정치보복성 수사’의 칼날이 이 의원을 비롯해 야당 인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향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특히 대선과정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으며 수사 선상에 오른 이 의원의 지지층 입장에서는 그런 걱정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특정인을 위한 ‘방탄용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검경수사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지지층에 따라 분명 온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헌 개정 논란을 바라보는 보통의 국민들 입장에서는 시점이나 맥락에서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재명 의원은 대선패배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단계부터 방탄용 논란이 있었고 이번 당 대표 출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박원순·오거돈 전 서울·부산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당헌 개정으로 무공천 원칙을 훼손하고 결국 패배했다. 지금은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해야 할 시간이다. 국민의힘이 당권 문제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야당은 자력으로 국민의 마음을 되찾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 또다시 ‘반사이익’이나 ‘내로남불의 공생관계’에 안주한다면 최근 일부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를 보낸 민심이 ‘역시나’로 돌아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당헌 당규 개정을 논의하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하급심에서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등으로 수위를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사법부의 잣대가 야당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인 게 현실이다. 정말 야당이 된 처지로서 당헌 당규 개정을 고치지 않을 수 없다면 당 전체는 물론 국민눈높이에 최대한 접근하도록 내용과 절차 등을 고심해야 한다. 민주당내 유력한 정치인인 이재명 의원은 최근 순회 경선에서 “상대의 실패를 기다리는 ‘반사이익 정치’를 하지 않겠다” “국민이 흔쾌히 선택할 정당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 지금 당장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제1의 가치는 쇄신이다. ‘혁신으로 홀로서기’하는 강력한 야당을 기대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들이 투자유치를 통해 사업화를 본격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내원하는 환자와 앱으로 연결하여 원격진료를 한 후 처방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며 일상 속에서 건강관리를 자문해주는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체성분, 수면 등 개인의 일상기록자료를 기록하고 건강 미션을 제공하는 등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전국민의 병원 데이터를 표준화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비대면 진료와 연계된 고령 친화적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으며 운동·수면·혈당 관리 등의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관리해 사용자에게 제공될 예정이다.현재는 법률상 전문 의료진만 의료행위가 포함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의료행위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어 의료행위를 포함하는 비대면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에 제약이 따르지만 스타트업 기업들이 전문 의료진이 개입하는 건강관리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기에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동안 건강관리서비스는 비의료 행위에 대해서만 사업화가 가능했으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그 수준이 높지 않아 동종 업체에서 따라 하기 쉬운 편이어서 사업성이 낮은 사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산업계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수행을 위해 비의료 부문에서 인증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스마트 돌봄 사업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사용하여 문화 소비생활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나 중장년 등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의 일상생활, 주거환경 및 건강정보를 수집·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시니어들의 건강증진을 통한 행복 추구는 물론 노인성 질환, 호흡기 질환 등의 발병징후를 온라인상에서 진단해줌으로써 질병 예방과 건강 개선을 통해 지역의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돌봄 서비스와 플랫폼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요양병원, 요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기저귀시스템을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기저귀시스템이란 전도성 섬유나 잉크와 같은 센서가 삽입된 기저귀에 배설정보를 감지하는 통신단말기를 부착하여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에게 기저귀 교체 알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적기에 기저귀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배뇨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의 건강관리, 존엄케어는 물론 간병인들의 업무 경감과 기저귀의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서비스와 같은 타 시스템과 연계하여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일부 기기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만 디지털 헬스케어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헬스케어 서비스는 진단과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해 가고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법률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스마트 돌봄 서비스 사업에 대한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인식 제고와 참여 확산을 위해서 사회적경제 차원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많은 난제들이 대기 중이다. 만 5세의 초등학교 조기 입학이라는 졸속 정책은 여론 수렴 뒤에 취소할 수 있다고 다급히 진화하였지만, 고물가와 무역수지 적자, 재산확산 되는 코로나에 대한 과학반응 타령에 대한 실망, 밀어붙인 경찰국 신설의 여진, 용산 대통령실에 이은 한남동 대통령 공관의 공사 건 등등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발등의 불은 국외에서 더욱 심각하다. 악화하는 미·중갈등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그대로 우리의 생존 문제이다. 지난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으로 인한 중국의 반발과 이를 적극 옹호하는 미국 간의 갈등은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해 오던 중국은 환구시보를 통해 펠로시가 타고 오는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는 강경 주장을 하고, 실제로 8월 4일부터 7일까지 대만을 포위한 군사훈련을 전개하기까지 했다. 미국 역시 펠로시 의장을 무장한 관용기로 이동케 했으며 대만 체류시에는 인근에 최신예 항공모함을 3대나 출격시켰다. 미국과 중국 모두 강경 일변도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두 나라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론에 크게 밀리고 있는 백악관은 중국을 자극할 필요 없다며 대중 강경파인 펠로시의 대만행을 반대했지만, 결국 표를 의식해 돌아섰다. 집권 민주당보다 더욱 강경한 대중국 노선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지지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동북아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펠로시의 행보를 맹비난했지만, 정치인에게는 평화보다 표가 중요했다. 중국 역시 가을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기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이라 더는 대만 문제에서 밀릴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다. 이미 나토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대러시아 제재의 블록에 참여한 우리는 이미 진즉부터 중국에게 등 돌리고 있었다. 국무총리는 7월 26일 국회에서 중국 경제가 거의 '꼬라박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까지 하는 등 연이은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 놓고 있다. 과연 국제정치가 그렇게 간단할 수 있을까. 최근의 대만 문제를 놓고 심화한 미·중 갈등의 뒤에는 일본의 외교술이 통했다고 한다. 중국을 반도체 블록으로 왕따시키는 칩(Chip)4 동맹의 구상에도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서 정식 군대를 가지고 해외로도 진출할 수 있는 과거의 군국주의 국가에 대한 희망은 암살된 아베만의 꿈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은 동북아의 균형자가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우리가 주변 4강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추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쉽지 않지만 맞는 말이다. 러시아와 중국을 적으로 만들고 민족문제를 풀 수 있을까? 이를 의식해서인가 방한한 펠로시와의 면담을 거절했다고도 한다. 균형자 역할을 깨달았다면 다행이지만 왠지 신뢰가 가지 않는 갈팡질팡 외교다. 휴가 동안 충분히 푹 쉬고 업무에 복귀한 대통령은 이 난제들을 통제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난국을 감당할 수 있을지 그것이 나만의 걱정이 아니길 바란다.
2006년 5월, 북한에 밤나무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협의하는 기독교계 단체와 동행하여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 과장님, 불안하지 않아요?” 평양 양각도호텔 2층 식당에서 가진 아침식사시간, 일행 중 한 명인 원로 목사님이 질문을 던졌다. “왜요?” 아마도 북한의 종교정책, 6·25전쟁 때의 경험 등 평생 ‘공산당’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아 온, 여든을 바라보는 노(老) 목사님께선 평양에서의 잠자리가 영 불편했던 모양이다. “목사님, 여기 평양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해도 돼요.” 남북간에 상대방 지역을 방문하는 인사들의 신변 안전은 물론 무사 귀환을 보장하는 약속이 잘 지켜진다는 사실을 아는 나로서는 북한에서 체류하는 것이 불안할 이유가 없지만, 처음 북한을 방문하는 목사님으로서는 몹시 불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
코로나 19가 다시 창궐할 기미를 보이지만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 계곡으로 떠나는 여름휴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공항이 붐빈다고는 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방역 절차와 외국에서 감염을 우려해 기피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 하지만 가족끼리 국내 펜션이나 호텔 등 숙박업소를 얻어 떠나는 휴가는 그나마 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붐비는 유명 해수욕장이나 관광지가 아닌 한적한 농어촌으로 떠나는 휴가는 더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불법 민박이다.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운영하는 불법 농어촌민박의 경우 당연히 행정기관의 안전 점검이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이용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용객들은 이곳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잘 모른다. 농어촌민박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예약과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