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14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인품과 도덕성이 훌륭한 덕망 있고 능력 있는 분을 체육회장으로 선출해야 한다. 회장을 뽑는 선거인단은 전국에서 무작위로 선출된 약 2300여 명의 체육인들로 구성된다. 그동안 수없이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온 대한체육회는 어떤 단체인가? 올해가 한국 체육 역사 105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체육은 105년의 역사를 지내면서 국가 발전과 국위선양에 헌신해 온 체육계 지도자들의 사기와 긍지를 살려 줘야 하는데 작금의 체육계 현실은 총체적 난국이다. 매일 같이 보도되는 폭력, 성폭행, 경기단체 비리 등 체육계의 온갖 비판 여론은 체육인들의 마음에 큰 상실감을 줬고 선수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 대한체육회는 2019년 심석희 선수 성폭행 사건 이후 수년간 연속적으로 선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여 대한민국 체육계가 총체적으로 부패하여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엘리트 체육이 체육계의 병폐로 지목되어 큰 물의를 야기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파리올림픽 후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용기 있는 반인권적 폭로로 대한체육회가 또다시 부도덕한 문제 집단으로 전락, 총체적으로 무능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축구, 배드민턴협회장 등의 끝없는 오만과 야욕이 대한민국 체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체육인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과거에 징역형을 받는 등 도덕성에 큰 흠결이 있는 사람이 체육계를 대표하여 정부와 대립을 일삼고 정부를 규탄하고 갑질과 막말, 비리 등 각종 혐의로 직무 정지와 수사를 받는 등 체육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대한체육회가 정부와 갈등으로 혼란을 초래하면 그 피해는 모두 체육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장이 감독기관인 문체부와 끊임없이 갈등하고 계속 투쟁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것은 대한체육회 105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로서 바람직 한 일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알려진 체육계의 부조리로 인하여 체육계 전체가 최대의 위기에 빠진 상항에서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체육계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통감한다. 국민 여론이 이렇게 거세게 일고 있는데도 체육계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국민들과 체육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선출하여 체육계의 명예를 회복하고 총체적 난국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한 명의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체육계의 자정과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후보단일화를 위해 지금이라도 후보들이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그 이유는 국민들의 80% 이상이 새로운 회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일화의 핵심은 대한민국 체육계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진정성이다. 단일화를 거절하는 후보는 공익을 버리고 사익을 앞세워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체육계를 혁신과 쇄신으로 이끌어 갈 체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능력 있는 체육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이익과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체육인과 국민을 위한 조건 없는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체육인들의 명령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체육 발전의 토대를 이루어 놓은 체육인들과 화합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 대한체육회를 사유화하려는 사람, 체육인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사람, 스포츠를 정치도구로 이용하려는 사람, 체육 행정의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은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반드시 배제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이번 선거가 체육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9월 경기도 수원시에서 80대 남편이 70대 아내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내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남편은 2020년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를 4년간 홀로 돌봐왔다. 그러나 갈수록 아내의 증세가 악화되고 자녀들로부터 적절한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간병을 혼자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살해하기로 했다. 아내에게 독성분이 있는 약을 먹인 뒤 자신도 음독해 생을 마감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내가 독성분 약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목을 졸랐다고 한다. 당시 재판부는 “60여년을 함께한 배우자를 살해한 것으로,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면서도 “다만 남편으로서 피해자를 성실히 부양했고 간호를 도맡아 온 점,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돌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이고 자녀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대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간병살인’은 오랜 지병 등을 앓는 가족을 병간호하던 보호자가 지쳐 결국 환자를 살해하는 범죄다. 간병살인은 계속되고 있다. 2022년 5월엔 인천 연수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베개 등으로 질식시켜 살해한 60대 여성이 구속됐다. 자신 역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6시간 만에 발견돼 미수에 그쳤다. 이 여성은 중증 장애 딸을 38년간 간병해 왔다. 2023년 1월 인천지법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 여성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처 이유로 “이씨는 딸에게 최선을 다했고, 큰 죄책감 속에서 삶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3년 7월 서울에서는 70대 배우자를 2년여 간 병간호하다 살해한 6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형을 받았다. 10월에는 대구 남구에서 60대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들은 1급 뇌 병변 장애가 있었다. 지난 해 1월 대구 달서구에서는 50대 아들이 80대 아버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버지는 10년간 치매를 앓고 있었다. 장기적인 신체적 질병이 원인인 사례도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 즉 치매나 조현병,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 등 발달장애로 인한 간병살인 사례가 빈번하다. 이들을 돌보는 부모, 자식, 형제자매 등 가족들이 기약 없는 수발에 지쳐 목숨을 빼앗게 되는 것이다. 치매 등 정신성 질환자의 보호자가 간병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간병을 하느라 자신의 생애를 온전히 포기해야 한다. 직장이나 학업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은 병원비와 약값, 생활비 등 금전적으로 쪼들리게 된다. 여기에 더해 매끼니 식사수발은 물론 대소변까지도 치워줘야 하는 등 육체·정신적 고통은 형언할 수 없다. 이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간병살인이라는 죄까지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아내나 남편, 혹은 부모나 자식 등 가족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이의 생명 역시 존엄하다. 따라서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절대로 합리화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를 향해 가고 있다. 앞으로 치매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간병살인 범죄 역시 늘어날 수 있다. 치매환자를 보살피는 일을 단지 개인의 문제라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간병살인이라는 극단적 사건들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과 해당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국가와 사회는 지금도 치매환자와 가족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남의 일’ ‘안타까운 사정’일 뿐이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병이다. 따라서 치매 환자는 내가 될 수 있고, 치매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람은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국가·사회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 정책적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주 9일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등 굴지의 정치인들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가난한 땅콩 농부이자 인도주의자, 전 해군 중위로 캐나다의 핵 재앙을 막고 미국 최고 권좌에 올랐던 카터는 이제 이 세상을 영원히 등졌다. 타임지는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은 ‘미국 최고의 전직 대통령’으로 카터를 평가했다. 국제 분쟁의 핵심 중재자이자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의 수호자인 카터는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화해시킨 캠프 데이비드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 그는 해군에 입대할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모든 것을 뒤로하고 가족의 땅콩 사업을 물려받기로 결심했다. 4남매의 장남이었던 그의 가장 큰 야망은 "농장에 도움이 되고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1976 미국 대통령이라는 큰 왕관을 쓸 운명이었다. 리처드 닉슨의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미국 정치가 소용돌이 칠 때 그는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다. 이때 카터는 조지아 주 상원의원을 지냈지만 미국 정계에는 거의 무명이었다. 그런 그가 거물급 정치인 제럴드 포드를 100만 표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아웃사이더 정치인이었다. 선배 대통령들과는 달리 취임식 날 워싱턴을 자동차로 통과하지 않고 걸어서 왔다. 주간지 뉴스위크의 워싱턴 지국장을 지낸 멜 엘핀은 “카터는 대통령이 보여줘야 할 겸손함을 잘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집권 후 카터는 에너지부와 교육부를 신설하고 행정과 세제를 개혁했고, 교통 부문의 규제를 완화하고 국립공원의 영토를 확장했다. 그러나 高실업률과 高인플레이션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재임 선거에서 그는 로널드 레이건 토네이도에 휩쓸려 무참히 무너졌다. 그 후 카터는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돌아가 ‘원치 않는 새로운, 잠재적으로 공허한 삶’을 살았다. 그는 에모리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회고록을 집필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조용한 은퇴 생활을 하기에 아직 젊었다. 1982년 그는 아내 로절린과 함께 카터센터를 설립해 평화와 질병 퇴치, 그리고 희망을 구축하기 위한 일을 시작했다. 그의 재단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중국 등 약 40개의 선거를 감독했다. 평화의 옹호자인 카터는 1989년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에서 대표단을 이끌고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1994년에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핵개발을 진정시켰고, 아이티를 방문해 군부가 권좌에서 물러나도록 설득했다. 2002년에는 쿠바를 방문한 최초의 전직 미국 국가 원수로 워싱턴과 아바나 간의 화해를 촉구하는 연설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은 그의 치적에 갈채를 보냈고 2002년 10월 노벨평화위원회는 급기야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카터는 백악관을 떠난 후 진정한 자기만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인류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대통령 재임 4년을 훨씬 뛰어넘고도 남았다. 카터의 이런 눈부신 업적은 “우리는 항상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 자신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확신을 잃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상계엄으로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이런 고민을 한 순간이라도 하고 사는지 묻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처럼 숨어서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에게 왜 철학적 사유가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는 씁쓸한 신년초다.
정부는 2024년 인구통계 분석을 통해 총인구수 5122만 명, 그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102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유엔(UN) 기준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음을 알렸다. 주민등록 인구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11만 명 규모의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출생자 수는 24만 명, ’24년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대원 수로 보면 1인 세대(약 1012만 세대 41.97%)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화 현상의 심화 속에 출산율 저하로 인한 젊은 세대의 인구 감소로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자원과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경제는 축소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축소 경제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는 늘고 공공비용은 급증함으로써 사회 자체가 초고령화되고 비용 상승만 늘어가는 축소사회가 시작되었고 수년 내에 그에 따른 고통을 체감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한계와 지적 한계를 극복해 왔다. 이제는 AI가 사무업무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일자리를 차지하며 인간을 대체해 가고 있다. 21세기는 규율사회로 사람들은 복종을 강요받고 있으며, 성과 위주 사회 속에서 경영주체이자 성과주체인 현대인들은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자각하는 순간 스스로를 학대하고 자신과의 전쟁을 치르곤 한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사회적 질병이 확산되어 가고 있다. 돌봄이란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를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봄의 수혜자가 되기를 원하며 돌봄 제공자의 역할 수행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이제 잃어버린 돌봄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지역사회가 돌봄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주민 각자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 지원 또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주민 각자가 돌봄의 책임과 의무의 주체임을 인식함으로써 인격적정서적 건강 훈련과 자기돌봄 훈련을 통해 존엄한 돌봄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 들어 스마트 돌봄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는 고립 위험 가구를 위한 스마트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하여 고립 위험 가구와 개인의 안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령화 사회와 돌봄서비스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가운데 헬스케어 기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기관 방문 부담을 줄이는 원격의료 기술, 심박수, 혈압, 혈당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스마트워치, 스마트 의류 등), 그리고 고령자를 돕는 간병 로봇 및 재활 로봇 기술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보며 타인까지 돌볼 수 있는 돌봄사회는 선을 지키면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관심과 배려를 필요로 한다. 정부의 보조금과 보험 시스템, 민간의 기술개발과 사업화 역량이 한데 모여 축소사회를 대비하고 주민들이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스마트 돌봄사회가 활짝 열려가길 기대한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에 하나는 멸치볶음이다. 멸치는 통째로 먹는 생선이라서 칼슘과 비타민D 뿐만 아니라 비타민A, 마그네슘, 기타 무기질이 풍부해서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뼈 건강과 두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음식이다. 한국 음식 중 국물이 있는 요리의 맛을 내려면 멸치를 우려내는 것은 기본,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음식의 재료로 쓰이니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멸치의 생태와 일생을 보면 참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떼를 지어 다니며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 먹이로 삼는 멸치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낮은 층에 속하지만 개체수는 가장 많은 어종이다. 그래서 멸치잡이 배에서 그물을 한번 던지면 한가득 멸치가 잡히기 때문에 “일망타진”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멸치는 말린 멸치로 큰 생선에 비해 누렇고 볼품없지만 바다에서 갓잡은 멸치는 비록 아주 작은 체구라도 은빛 찬란하다. 주로 수심 20미터 내외에서 살지만 빛을 좋아하는 본성 탓에 멸치잡이 배의 집어등 불빛에도 그만 유혹되고 만다. 멸치의 입장에서 보면 제 아무리 뼈대있는 물고기라고 해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비루한 삶을 이겨내려고 환한 빛으로 과감히 모여들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물에 걸린 셀수없이 많은 멸치들은 그렇게 바다에서의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멸치의 제2의 삶이 시작된다. 이제부터가 멸치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물에서 털린 멸치들은 눈부신 햇볕에 바짝 말라 짭조름한 마른 멸치가 된다. 그후에는 뜨거운 불에 삶아지거나 달궈져서 사람으로 치면 인생 쓴맛, 단맛 모두 본 후에 거무스름한 멸치볶음으로 재탄생하여 사람들의 식탁에 올려진다. 어렸을 때에는 왜 멸치볶음의 진미를 몰랐을까? 엄마들은 억지로라도 아이들의 입에 멸치볶음을 넣어주면서 말하곤 했다. “뼈가 튼튼해지려면 멸치를 많이 먹어야 해” 멸치는 본래 뼈대있는 집안의 태생인데 잘게 부서져 사라질 때까지 남의 집 뼈대까지 책임지는 참으로 지조있는 존재라는 걸 멸치 자신이 알았다면 얼마나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멸치처럼 사는 것이 결코 비루한 삶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멸치와 같은 삶이 아니라 고래나 상어와 같은 삶을 살고 싶어한다. 누군가에게 군림하고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가 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현재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 시국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멸치처럼 스스로 뼈대있는 존재이면서 국민들의 뼈대를 지켜주는 지도자가 왜 없을까. 자존심도 명예도 나라에 대한 염려도 모두 버리고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한 뉴스를 보니 저절로 한탄이 나온다. 오늘 저녁상에도 멸치볶음이 보란듯이 놓여있다. 뼈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근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뼈대를 지켜줄 멸치정치인이 너무나도 그리운 저녁이다.
1933년 2월 27일, 독일 국회의사당이 화염에 휩싸였다. 불길이 채 꺼지기도 전에 히틀러와 나치당은 이 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로 몰아갔다. 방화 현장에서 네덜란드 출신 공산주의자가 체포되었고, 그는 단독 범행을 주장했지만, 히틀러는 이를 믿지 않았다. 나치는 “공산당이 독일을 전복하려 한다”는 주장을 퍼뜨렸고, 독일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이 사건은 나치 독일의 독재 체제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나치당은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히틀러의 권력 기반이 불안정했다. 히틀러는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을 빌미로 공산당을 탄압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사건 다음 날, 히틀러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바이마르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기본권을 정지시키는 국회의사당 방화령을 발효했다. 언론, 집회, 출판의 자유는 중단되었으며, 수천 명의 공산당원과 반대 세력이 체포되었다. 이후 나치당은 1933년 3월 총선에서 공산당을 배제하고 선거를 치렀으며, 나치당은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했다. 히틀러는 이를 발판으로 의회를 압박해 수권법(전권위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행정부에 의회의 동의 없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독일 국민은 히틀러가 만들어낸 음모론에 의해 점차 독재 체제에 순응해 갔다. 히틀러가 활용한 핵심은 공포와 불안이었다. 그는 공산당이 언제든지 독일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했고, 독일 국민은 안정을 위해 자유의 일부를 포기하는 데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음모론은 단순한 허위 정보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민주주의적 견제와 균형을 무력화하는 도구로 작동했다. 음모론의 위험성은 그것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크다. 음모론은 논리적 검증보다는 감정적 호소를 기반으로 퍼지며, 대중은 자신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믿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정치적 불안정이 존재하는 모든 사회에서 반복되는 현상으로,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음모론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 같다. “외부 세력이 선거 부정 행위를 통해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이는 권력층이 위기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음모론은 권력자에게 강력한 도구다. 그것은 불안을 자극하고, 반대 세력을 악마화하며, 나아가 권력 집중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으로 사회의 신뢰를 붕괴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독일이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 이후 민주적 질서를 회복하지 못한 채 2차 세계대전으로 나아갔다는 점은 음모론이 가져올 수 있는 파국을 잘 보여준다. 우리의 사태도 이러한 시도가 반복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음모론의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언론의 자유와 시민 사회의 감시,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와 균형이다. 음모론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과거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경기도는 물가 안정을 위해 현재 1천410곳인 도내 ‘착한가격업소’를 올해 2천86개로 확대 지정한다고 밝혔다. 착한가격업소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업주가 지정 신청을 하면 시·군이 평가해 지정하며, 지정된 업소에는 고객 편의 증진이나 위생 수준 향상을 위한 소모품이 지원되고 ‘착한가격업소’ 표찰이 부착된다. ‘착한가격업소’ 정책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을 뒤집은 개념이다. 양심적인 업소를 선정해 지원함으로써 불량 업소들의 퇴출과 각성을 유도한다는 개념인데, 이론적으로는 충분한 합리성을 지닌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입된 이래 15년째 유지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 정밀하게 검증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착한 가게’라는 맑은 물이 물가 안정에 실질적 순기능을 하도록 세밀히 검증하고 보완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착한가격업소는 외식업, 이·미용업, 세탁업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개인서비스 사업 중 가격, 품질, 위생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를 선정해 지정한다. 지정 과정은 시장·군수의 모집공고 뒤 희망하는 업주가 신청하면 시·군이 평가해 지정한 뒤 표찰을 교부한다. 지정 신청은 관할시·군 지역경제과에서 받는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기도의 착한가격업소는 모두 1410개다. 종류별로는 외식업 1087개, 이·미용업 225개, 세탁업 32개, 목욕업 등 기타 66개다. 지방정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수원시는 착한가격업소에 인증 표찰과 종량제 봉투(분기별)를 제공한다. 지난 2023년부터는 지원 금액을 상향 조정해 착한가격업소가 희망하는 품목을 사전에 조사한 후 맞춤형으로 물품을 지급한다. 연간 1회 소독 방역 서비스도 지원한다. 소비자교육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착한가게의 가격은 타 업소에 비해 무려 20∼30%나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품질도 못지않다. 점포 대부분이 지역에서 가격 인상 없이 장기간 장사해온 곳으로서 이용객은 아직 주로 동네 단골손님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시기 원자재가격 폭등 등 원가가 미친 듯이 상승하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 착한가게를 포기하는 업소들도 나온다. 착한가격업소는 지정도 쉽지 않지만, 계속 유지하는 일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값도 싸고 맛도 좋은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일이란 ‘네모 난 세모 만들어내기’만큼이나 난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 자체가 소비자에게 주는 부정적인 인식의 벽을 불식하는 일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은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거의 고착된 가치관이다. 착한가격업소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책은 현장에서 그 답을 찾는 게 정석이다. 착한가격업소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싸면서 질 좋고 친절한 업소라고 해도 입소문만으로는 정착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제아무리 착한가격업소라도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면 오래 유지할 수가 없다. 정부의 훨씬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마케팅 지원책이 필요한 이유다. 경기도의 착한가격업소 대폭 확대 방침을 환영한다. 다만 이 정책이 지정업소들이 대책 없이 끌려가는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 양(量)은 결코 질(質)을 보장하지 않는다. 착한가격업소 대폭 확대에 즈음하여 경기도는 착한가격업소 정책의 현황을 정밀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반응과 시장 소비자들의 반응을 심층 분석하여 효과적인 대책을 보완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도 인증 표찰을 붙이고 장사하는 게 조금 더 나아서 떼지 못하고 있는’ 울며 겨자 먹기식 착한가격업소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
1910년 8월 29일. 조상들은 그날을 왜 망국(亡國)의 상실과 분노, 거대한 슬픔의 날로 규정하지 않고, ‘국치(國恥)의 날’이라고 천명했을까. 그로부터 100년도 훨씬 더 지난 오늘날도 우리는 모두가 그날을 ‘크게 부끄러운 날’로 상기한다. 참으로 특별하지 않은가.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날, 무너진 가슴을 안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가장이 빈 쌀독을 바라보면서, 그는 가족이 조만간 다 함께 굶어죽을 것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전에, 그보다 더 먼저 그 처지를 부끄러워하였다. 조상들은 그런 족속이었다. 불가사의하지 않은가. 나는 조상들의 그 특별한 마음을 늘 불행 중 ‘다행스러운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뿌듯해했다. 강도에게 가진 걸 모두 털린 사내는 우선 목숨이라도 건진 것을 조상의 음덕(陰德)이라 여기고, 정신 차리고 나서 그 상실을 아까워하고 분노하고 두려움에 떨며 걱정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맨 먼저 부끄러워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 일제 35년은 이 민족이 그 ‘큰 부끄러움’을 줄이고 또 줄여서 끝내 제로로 만들려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망국의 슬픔을 감당하고 이겨내는 공동체의 정신으로써, 그리고 국권회복의 목표를 위해서도 그 수치심은 강력한 에너지였다. 큰 지혜이기도 했다. 이 민족이 세상에 보여준 고결한 자존감이었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왜놈들과 탐관오리들에게 강탈당하지 않으려고, 새끼들에게 그 모욕적인 신분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수십만이 남부여대(男負女戴)하여 저 북만주로 피난을 떠났다. 그 생계형 이주민들이 훗날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성으로 내놓은 푼돈들이 모여 독립운동을 위한 군자금으로 쓰이는 과정을 생각하면 언제나 뭉클하고 눈물겹다. 그 조상들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생활을 현저하게 개선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과 아쉬움, 일상적인 불안을 늘 곁에 두고 살면서도 듬직하게 정착했다. 그 억척스런 살림살이와 특유의 생존력으로 살아남은 세월은 훗날 간도를 국권회복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건설하는 위대한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 민족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특별한 부끄러움은 ‘경술국치’(1910년) 300여 년 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낸 출사표에서도 확인된다. “원컨대 한번 죽음으로써 기약하고, 즉시 범의 소굴을 바로 두들겨 요망한 기운을 쓸어내고, 나라의 부끄러움을 만분의 일이나마 씻으려 하옵니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나라가 망하거나 그 조짐이 보일 때 그 특징은 예외 없이 발현된다. 두드러진다. 각종 동식물들의 종(種)이 ‘존재의 위기’에 처하면, 몸의 색깔을 바꾸거나 특정물질을 분비하여 위난(危難)을 돌파하듯이, 우리 민족은 마치 그 자연법칙처럼 ‘부끄러움’을 생존에너지로 치환하여 뛰쳐나갔다. 왜란(倭亂) 때도, 호란(胡亂) 때도, 경술국치 망국 전후 그 지옥의 시간에도 늘 똑같았다. 윗자리에서 군림하며 거들먹거리던 종자들, 심지어 임금까지도 시정잡배들처럼 도망쳤지만, 민초들은 낫과 쇠스랑, 돌팔매와 죽창과 활로 신식무기와 맞서고, 여인들은 치마에 돌맹이와 먹거리를 날랐다. 아들은 총맞아 죽은 어미의 젖을 빨았다. 국난 때마다 조상들이 그렇게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철학자 맹자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무수오지심 비인야. 無羞惡之心 非人也), 라고 갈파했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을 가엽게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 겸손하고 친절한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을 지니고 살지 않으면, 그 역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실로 단순명료한 인간론이다. 60대 중반 넘도록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 가운데 언제나 존경스러워 본받고 싶은 인사들 소수가 있었다. 그들은 늘 부끄러운 일을 경계했다. 그들과 대칭에 있는 자들의 공통점은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 특히 돈 앞에서 저열하고 쌍스러웠다. 기자와 정치판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외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천박한 모리배(謀利輩)들이었다. 자존감 높은 족속은 부끄러움과의 싸움에서 가장 질긴 법이다. 그 과정에서 기나긴 시간 동안 크고 작은 고통과 절망의 기억들이 쌓이고 또 쌓인다. 이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공동체는 그렇게 고난으로 점철된 역사의 선물이다. 목숨을 던져 얻은 고품격이면서 큰 지혜다. 이 미덕을 귀한 가보(家寶)처럼 이어간다면 그것이 이 특별한 민족의 유전자로 내장될 것이다. 12.3 계엄사태 이후, 이 나라 착한 씨알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비폭력 저항운동은, 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먹구름처럼 짙게 드리워진 음울한 시대에 밤하늘에 쏘아올린 조명탄이다. 그 위대한 민초들 앞에서 윤석열 일당, 그 한 줌도 안되는 5류 정치낭인 무리가 보여주는 야비하고 졸렬한 작태는 이 특별한 공동체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지난 글을 통해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경우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날 즉, 피상속인의 사망을 안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피상속인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기 이전에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매도, 주식을 매각하거나 예금채권을 찾아 사용하는 등 상속재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하거나,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 또는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은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확실히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속재산을 처분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한 경우 상속인들에게는 상속재산의 청산이라는 후속 절차가 남게 됩니다. 이러한 상속재산 청산절차는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사람에 대한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신문에 공고(한정승인이 있은 날로부터 5일 이내에 2개월의 기간 동안)하고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배당 및 유증의 이행 절차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속재산 청산 절차는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없이는 어렵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부당변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속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경우에는 사적으로 위와 같은 상속재산청산 절차를 밟아서는 안 되고 법원에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여야 합니다.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게 되면 법원에서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채무조사, 채권자신고, 배당절차 등을 진행하므로 상속인들의 입장에서는 업무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실제 한정승인 이후에 금융기관 등 채권자들이 대여금 등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민사소송을 상속인들에게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민사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법원은 한정승인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인들이 채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상속인들은 소송과정에서 한정승인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주장, 입증하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 체크하여야 할 사항들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만약 피상속인 사망 전에 한 유언 있다면 유언에 따라 상속재산이 처리되어야 하므로 유언이 민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적법하게 작성된 것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유용할 것입니다.
경기도가 지난 31일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관광단지로 공식 고시했다. 지정된 ‘화성 국제테마파크 관광단지’는 화성시 남양읍 신외리와 문호리 일원(송산그린시티 특별계획구역 8) 285만 4708㎡(약 86만 평)에 조성되는 복합관광단지다. 관광단지가 되면 조성계획 승인과 인·허가를 함께 처리할 수 있어서 기간이 단축되고 취득세 50% 감면 등 혜택도 제공된다. 이에 화성시는 지난 5월 경기도에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관광단지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이로써 ‘화성국제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은 17년 간 공전하다가 최근 재점화됐다. 지난 2007년 최초 추진됐지만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USK)컨소시엄과 수자원공사가 MOU도 체결했다. 포스코, 쌍용건설, KCC건설, STX건설, USKPH,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도 참여했다. 당초 계획은 3조원을 투자,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를 2010년 착공해 2013년 개장한다는 것이었지만 세계금융위기로 무산됐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19년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해 10월 10일 파라마운트사가 화성국제테마파크의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로 결정됐다는 공식 발표와 함께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브랜드 유치 선포식이 화성시청에서 열렸다. 이 자리엔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사장, 마리 막스(Marie Marks) 파라마운트 엔터테인먼트 부문장 등이 참석,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파라마운트사는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콘텐츠 지식재산 보유·배급사다. 미국 할리우드 5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파라마운트픽처스, 방송사 CBS, 어린이 전문 케이블 방송 니켈로디언,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 MTV 등 다수의 채널을 지닌 초대형 미디어 기업이다. 이런 파라마운트사가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로 결정됐으니 화성시의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파라마운트의 브랜드를 활용한다면 아시아 최대 규모 테마파크로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경기도 역시 “파라마운트 브랜드가 활용되는 화성국제테마파크는 그간 미디어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파라마운트의 환상적인 콘텐츠 세계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해 즐거움·영감·힐링을 누리는 전례 없는 테마파크, 아시아 대표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도는 개발 단계에서 생산유발효과 약 11조 7175억 원, 운영 단계에서 생산유발효과 약 4조 7144억 원, 취업유발효과 약 4만 9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간 약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김동연 도지사가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브랜드 유치 선포식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서해안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수긍이 된다. 테마파크를 조성함으로써 도로, 철도 등 인프라를 포함한 서부 개발 비전을 담은 경기서부 SOC 대개발을 성공적으로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막연한 것은 아니다. 화성국제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복합 리조트형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총사업비 4조 6000억 원을 투자해 송산면 418만 9000㎡ 부지에 테마파크를 비롯, 호텔과 전문 쇼핑몰, 골프장 등 관광단지를 개발한다. 이 사업에 가장 큰 기대를 하는 곳은 역시 화성시다. 정명근 시장은 “화성시는 혁신적인 미래형 관광단지 산업에 박차를 가해 대한민국 대표 문화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행정 역량을 총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물론 경기도와 화성시 모두 과거의 사례를 교훈삼아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