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주연의 1997년 영화 ‘에비타’는 뮤지컬 영화였다. 마돈나의 빼어난 가창력으로 ‘돈 크라이 포 미 알젠티나’라는 영화 삽입곡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그 노래 덕에, 아니 노래 탓에 에비타, 곧 에바 페론이라는 여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의 동정심을 지니고 있는 듯 싶다. 본명이 에바 마리아 두테르테였던 에바 페론은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고 나이트 클럽의 댄서 등 힘든 삶을 살아 오다 노동부 장관이었던 후안 페론을 만나 대통령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라 온 여인이었다. 그녀의 삶은 꽤나 격정적이었는데 그건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33살이라는 아주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 에바 페론은 남편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만큼 자신만의 정치력을 과시했으며 그만한 인맥도 지니고 있..
어제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국회의원 30명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현재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법률안은 5개가 입법 대기 상태에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의당 등 소수정당 들이 제출한 방안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확정된 직후 거대양당이 한 석이라도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전력에 비추어 볼 때, 위성정당 방지법이 마련되더라도 거대양당은 결국 그것마저 형해화시키는 꼼수를 만들어 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반드시..
보어(Niels Bohr)는 주역(周易)의 음양사상에서 상보성 원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주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는바 원자는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로 되어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핵력)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 원자의 세계가, 세상은 음과 양의 상보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역의 원리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서양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반면에 동양은 자연을 본받을 대상으로 인식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함으로써 자연을 정복해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런 사고방식이 서양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한동안은 자본주의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연을 본받는 게 된다(人法自然). 노장사상의 핵심인 동시에 공자의 세계관이요 유교의 전통이기도 하다. 자연의 질서는 중(中)을 지향한다. 서양의 종교는 신을 섬기지만, 동양의 종교는 상상의 신을 섬기지 않고 자연에서 지혜를 터득해 실천한다. 유교는 중용을 강조하고, 불교는 중도를 강조한다. 여기서 중은 대립하는 양자 사이에서 어느 편도 아닌 기계적 중립(medium)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진리를 의미한다. 정치인들이 흔히 말하는 중도보수니 중도개혁이니 하는 말은 표를 의식하는 레토릭이지 철학과는 무관하다. 공자의 중용(中庸)은 자연을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 덕(德)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불교에서 중은 원래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불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쓰인다. 한편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해탈한 경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원효의 화쟁(和爭) 사상이 가리키고 있는 것도 중이다. 무엇보다도 중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성의 사유에 의지했지만, 지금은 과학이 그 역할을 한다. 보어가 심취한 주역의 음양사상도 음과 양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하는 가운데 다양하게 전개되는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조화를 이루어 만물의 근원이 된다. 음과 양이 서로 배척한다고 해서 음이나 양 만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공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주의 섭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중성자의 역할이 원자 상태의 안정을 담보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는 원자핵을 무리하게 떼어놓을 때, 원자는 핵분열에 의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공할 폭발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만행은 원자핵 분열과 같은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 평화적 공존 대신에 이분법의 사고로 홀로 군림하려고 하는 제국의 욕망을 제어해야 한다.
‘살아갈수록 외롭습니다. 인간이기에/ 진실할수록 힘이 듭니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러나 가야 할 운명의 길이라면/ 편안한 모습으로 살아갑시다.…’ 이 시는 내가 만들어 애용하는 우편엽서에 새긴 문장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하루살이에겐 비가 고통이요 평생의 불행일 수 있다. 그런데 그 고통을 감사한 마음으로 견디며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깨달음을 준다고 한다. 의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내 삶이 그렇다고 생각될 때는 씁쓸하기만 하다. 자기 운명을 깨닫고 노력하는 사람이 하늘에서 타고난 복 있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논리 앞에서는 ‘그래 그렇겠지’ 하고 승복하면서도 뒷머리가 썰렁해진다. 살아온 날을 생각하다 기억에 의..
경기도·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수원시·용인시 등 4개 기관의 ‘광교신도시 개발 이익금’ 분쟁이 무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광교 개발이익금 정산금 산출 방식과 법인세 부과 주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내년 12월 마무리 예정인 광교 개발사업의 사업 정산 총금액은 약 1조 3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H와 수원시는 지난 2018년 광교 개발 이익금을 별도로 산출했다. 그런데 산출액이 6500억 원가량 차이가 났다. 이러니 이익금 분배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었다. 광교신도시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하동·원천동, 용인시 상현동·영덕동 일원 약 11.3㎢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택 3만1429호 등이 들어섰다. 경기도, GH, 수원시, 용인시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했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사업지구 인프라 확장 등에 투자하..
뉴스를 읽고 보기가 두렵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정책이 뒤죽박죽이다. 메가톤급 뉴스가 숨가쁘게 터져 나온다. 복잡한 사안을 정리해줄 언론이 절실하다. 그러나 언론 생리를 잘 아는 스핀 닥터(미디어 홍보전문가)들이 꾸민 이벤트를 단순 전달하기에 바쁘다. 지난 5일(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空賣渡)를 다음날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허용한다. 일반화된 금융제도라는 말이다. 갚을 시점에서 주식이 내리면 투자자가 돈을 벌고, 반대면 손실을 본다. 손실도 볼 수 있음을 거론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하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대부분 언론은 주식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금융위원장의 발언 등 공매도 금지 논리만 부각하고,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진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공매도 전면금지를 무게 있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치 논리가 개입됐음을 자인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첫날 코스피는 134 포인트(5.66%)가 폭등, 상승폭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는 주가가 급등한 월요일 이슈를 전하는 화요일자 지면에서 ‘총선 어젠다 전쟁 불붙었다’는 1면 머릿기사를 실었다. 4·5면 두 면을 할애, 정책 대결로의 변화라며 반겼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주식시장은 꺾였다. 공매도 금지 직전인 3일과 비교하면, 1주일새 1.7%(4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조선은 토요일 지면에서 ‘첫날 급등했다 주르륵···공매도 금지, 반짝 효과’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도 ‘잠시 환호했지만, 더 깊은 미궁 속으로’라는 기사 한 문장으로 잘못된 정책임을 지적했고, 사설에서 ‘정부·여당이 앞장서는 포퓰리즘 정책들’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평소 이 신문의 입장과는 크게 달랐다. 우리나라는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 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행해졌던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 방식이었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해야 빌릴 수 있는 대차거래다. 개인투자자는 일정한 증거금을 내야 주식을 빌릴 수 있는 대주거래 방식이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COVID-19) 사태 등 세 번 있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위기를 악화시킬 우려 때문이었다.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한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조치였다. 갑작스런 이번 공매도 금지가 국민에게 말못할 경제 위기 상황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일 수밖에 없다.
두경부암은 구강, 인두, 후두 등 상기도 소화관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악성 종양을 말한다. 두경부암에 걸리게 되면 음식을 먹는 것, 말하는 것, 숨 쉬는 것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음주와 흡연이다. 음주와 흡연의 기회가 많아지는 연말연시에 두경부암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60만 명 이상의 새로운 두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한데 최근 발표된 ‘2020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두경부암으로 새롭게 진단 받은 환자수는 5666명이다. 이는 2016년 5080명 대비 최근 5년간 12% 상승한 수치며, 2011년 4320명 대비 최근 10년간 31% 상승했다. 전체 두경부암 유병자수도 4만6694명..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주요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관련 교통사고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PM의 사고율이 자동차 사고율을 상회하는가 하면, 치사율도 높아 제도적 안전대책이 요구된다. 열악한 주행 환경 개선과 더불어 속도 제한, 안전 운전 교육이 시급하다. 아이들이 철없는 용기에 휩쓸려 함부로 이용하다가 평생 씻지 못할 횡액을 당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발표한 ‘전동킥보드 최고 주행 속도 하향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PM 교통사고는 총 5690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총 67명이 사망하고 6281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8년 225건에 불과했던 사고는 지난해 23..
문화현장에 종사하면서 아쉬운 점은 문화정책은 정치적 활동으로서 그 중요성이 낮게 인식되고 있다. 정치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문화정책의 분야도 정치활동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책의 민족’을 쓴 역사가 맥스 I. 디몬트는 “사상이 인간을 움직이고, 역사를 창조하는 것도 사상이다. 사상이 없는 사회는 역사도 없다. 그런 사회는 숨만 쉴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사의 주역이 된 20세기까지 유대인의 4천년의 역사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1962년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계인구 중 0.2%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 중 20%를 차지하고 모든 분야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책의 민족이기 때문이다. 사상을 기록하고 전파하며 역사를 만들어내는 역할은 결국 책문화에 있다. 책문화 정책은 저술과 창작, 출판정책, 서점정책, 도서관정책, 독서정책을 아우르며 문화정책이면서도 교육정책과도 연결되어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깊이 있는 사유를 하는 콘텐츠가 아닌 단편적이고 선정적인 가십성 뉴스들이 대거 넘쳐난다. 영상미디어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뇌는 문자를 읽고 해독하는 과정에서 발달한다. 특히 유아기 때부터 문자 중심의 독서를 꾸준히 하는 아이들은 청소년기에도 문해력이 높아져 창의력이 높아지고 학업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학교에 학생들의 독서를 지도하는 독서교사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책문화 정책은 문화정책이면서도 교육정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 관심을 가지고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투자해야 하는 분야이다. 그러나 책문화 정책은 정치적으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책문화 정책을 고사키시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도서관법’의 근거로 되어 있는 대통령 소속의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문체부 소속으로 위상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에 따라 국가도서관위원회는 2022년 4월에 7기 임기 종료 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8기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 기능이 상실됐다.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법에 따라 도서관발전종합계획 등 도서관 정책의 심의,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대통령 소속 기구로 노무현정부 때 설립되었으며, 대통령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도서관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였다. 또한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2022년 8월 임기 종료 후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공석이다. 관장 공개 채용을 3차까지 공모했는데 적임자가 없다고 한다. 윤석열정부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의 가치와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인재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 뿐만 아니라 2024년 정부예산안 편성에서 출판산업 및 독서진흥 예산이 91% 대폭 삭감되었으며, 도서관 정책 관련 예산은 32.9% 삭감되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출판문화 및 독서와 관련된 예산은 12억원으로 2023년 147억원에 비해 91% 줄어들었다. 도서관 정책개발 및 서비스 환경 개선 예산은 2023년에 비해 55억원으로 32.9% 감소했다. 내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늘어났지만, 기초예술분야를 포함하여 책문화 정책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책문화는 국가의 문화경쟁력의 위상을 높이는 기초적인 토대이며 근간이다.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책문화를 향유해야 할 권리가 있는 국민의 문화기본권을 국가가 빼앗는 것이다. 삭감된 예산을 복구하여 균형감 있는 문화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문화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1981년 사형 제도를 폐지한 프랑스. 프랑수아 미테랑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곧 바로 인권에 위배되는 사형제도를 과감히 폐지했다. 그로 인해 그는 오늘날까지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이 사형 제도의 폐지는 수많은 인권옹호자들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소설가이자 정치인이었던 빅토르 위고였다. 위고가 처음 사형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건 1828년 어느 날 저녁. 그는 파리 그레브(Grève) 광장에서 사형 집행인이 단두대에 기름을 붓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를 본 그는 오늘밤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쓴 글이 ‘사형수 최후의 날(Le Dernier jour d’un condamné)’이다. 끔찍한 집행 전 24시간 동안 사형수의 마지막 생각을 전하는 일기 형식의 짧은 소설이다. 그 후 1834년 위고는 ‘클로드 귀외(Claude Gueux)’ 라는 글을 한 편 더 썼다. 이 소설에서 그는 어린 시절 목격한 사형 집행의 잔인성을 묘사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그레브 광장에서 사형 집행인들이 단두대를 세우고 준비하는 작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법적 살인’에 사로잡힌 사형 집행의 공포와 야만성에 반기를 들고 처벌의 부당성과 비효율성을 입증함으로써 여론을 변화시키는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작가적 재능과 정치적 지위를 이용하여 소설, 시, 법정에서 변론, 의회, 그리고 상원에서 연설과 투표를 통해 이 대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했다. 위고의 사형폐지 운동을 촉발시킨 그레브 광장. 파리 중심부인 4구에 위치한 이곳은 현재 파리 오텔드빌(시청)이 자리한 수려한 광장이다. 샤틀레(Châtelet) 역과 오텔드빌(Hôtel de Ville) 역이 지나는 이곳은 과거에 수도의 역사를 장식한 많은 에피소드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5세기 동안 주요 범죄자들을 위한 가장 끔찍한 공개 처형이 이곳에서 거행됐다. 군중들은 처형식 맨 앞줄에 앉으려고 서둘러 입장했다. 고문이 무서울수록 군중들은 즐거워했다. 그리고 사형 집행인이 완벽하게 기술을 발휘했을 때 그는 군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사형수는 죄목에 따라 불에 타거나, 구타당하거나, 교수형을 당하거나, 도끼로 목이 잘렸다. 최악의 범죄인 왕의 살인자는 능지처참에 처해졌다. 1610년 앙리 4세 왕을 살해한 라바이악(Ravaillac)은 이 그레브 광장에서 네 마리의 말에 의해 사지가 찢기는 능지처참 형을 당했다. 이 광장이 ‘그레브(파업) 광장’이라고 불린 이유는 큰 모래와 자갈이 나타나는 하천의 가장자리였기 때문이다. 센 강둑에 배들이 도착하면 노동자들은 화물을 하역하는 작업을 했다. 19세기 분노한 이 노동자들은 더 나은 임금과 더 인간적인 근로 조건을 요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사업주들은 양보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모든 일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에서 ‘파업’의 탄생과 용어는 이런 역사적 일화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