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22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무엇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많은 국민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결국 4일 새벽 1시경 대한민국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재석 의원의 100% 찬성으로 가결했다. 같은 날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얼마 전까지 정치권에서 주목했던 것은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얼마나 많은 이탈표가 나올 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이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주목거리다. 4일 오전 국민의힘은 의원 총회를 열고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내각 총사퇴와 국방장관 해임 그리고 윤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지만, 탈당 문제는 이견이 있어, 현재 한덕수 총리에게 탈당 요구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은 국민의힘 전체가 반대하고 있다. 이렇듯 탈당은 요구하지만, 탄핵에는 반대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무정부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이 지금 탄핵당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권 재창출은 완전히 물 건너 갈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원들 개개인의 정치생명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탄핵당한 대통령의 정당’이라는 라벨을 달고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친한계는, 일단 윤 대통령을 탈당 시킨 뒤, 여당이 아닌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낸 뒤에 탄핵에 동참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일단 여당이 아닌 야당의 역할을 하며, 국민 뇌리 속에 ‘국민의힘=윤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한 이후에 탄핵에 동참하면, ‘탄핵 당한 대통령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 탄핵을 마냥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헌법학자들에 의하면,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에는 ‘다양한’ 위헌적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3권 분립을 정면으로 위반한 내용이 포고령에 포함돼 있고,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상황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윤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실은 계엄 선포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이 위법을 저질렀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에, 당장 대통령이 탄핵 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탄핵은 항상 쓸 수 있는 카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적 분노 지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 대다수는, 비상계엄 선포가 민주주의 파괴행위라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3일 밤에 시작된 ‘서울의 밤’은,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루었다는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국민의 자부심에, 씻기 어려운 상처가 된 것은 분명하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8분. 초현실적 상황이 발생했다. 45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모든 국민이 경악했고, 세계가 놀랐다. 공포된지 150분 만에 국회가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하고, 6시간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일단락 되었지만, 아찔했던 6시간 동안 대한민국이 받은 상처와 전 국민을 짓눌렀던 공포는 국가적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12월 3일 밤 대국민담화에서 민주당의 검사,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을 지적하며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의 예산 단독처리를 거론하며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그 자체가 명백히 위헌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우선 비상계엄의 실질적 요건이 부재하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법 제2조도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계엄의 명분으로 제시한 민주당의 탄핵, 예산 단독처리는 헌법적·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야당의 국회 활동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다. 대통령의 담화문 어디에도 계엄을 선포할 헌법적 법률적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선포 즉시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도 지키지 않았고, 참모들의 설득으로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를 개최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심의도 하지 않았고, 반대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군의 국회 난입은 내란행위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4일 새벽 계엄군은 국회에 난입했다. 전투헬기와 장갑차도 등장했다. ‘참수부대’로 알려진 특전사 부대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기 위해 유리창을 깨며 국회 본청에 난입했다. 또 계엄군은 ‘체포대’를 꾸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을 체포하려 했다. 우리 헌법과 형법은 이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12 군사반란 사건 재판에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회의 소집을 막으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므로 그 자체가 내란 범죄”라며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한 바 있다. 기능을 마비시켜 국회 의결을 막으려고 시도한 것은 심각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라는 판례가 이미 20여 년 전에 확립된 것이다. 군 서열을 무시하고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윤국참모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발표했다. 첫 번째 포고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였다. 명백한 위헌이자 위법적 내용이다. 설사 요건이 갖추어져 비상계엄이 선포된다고 해도 헌법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 헌법 77조 5항은 국회에 계엄해제권을 부여하고 있고, 계엄법 13조는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비상계엄 하에서도 헌정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의 권능을 헌법과 법률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는 위헌이자 위법이다. 이번 윤대통령의 비상계엄 소동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신인도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주요 외신은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고,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이룬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대통령발 국가 위기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현명하게 극복하느냐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하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전에 스스로 물러나 국가적 위기를 바로잡고 헌정질서를 바로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탈출구로 보인다. 씻기 힘든 과오를 저질렀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대통령 아닌가. 국민들은 늦었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윤 대통령의 용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모, 형제 등 가까운 가족이 사망하는 경우 슬픔의 감정을 추스르고 장례 등의 절차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면 유가족들은 망인의 업무를 처리하여야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더욱이 가까운 가족이라고 하지만 망인이 평소 재산관리나 망인의 채권채무 관계 등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는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을 하였는데 남편이 평소 재산관리를 전적으로 하였기에 망인이 어느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거래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아내를 만난 적도 있습니다. 가까운 가족이 사망하는 경우 특히, 배우자나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 제일 먼저 처리해야 하는 문제는 상속문제입니다. 상속이란 사망을 원인으로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안심상속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을 조회하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 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의 금융재산, 대출금, 보험, 증권, 부동산, 차량, 미납 세금 등 상속재산에 대하여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를 통하더라도 망인이 사적으로 친구들이나 지인들로부터 빌린 대여금과 같은 채무에 대하여는 알 수 없으므로 망인의 과거 금융거래내역을 은행에서 발급받아 이를 살펴보고 대여금으로 볼 수 있는 금전거래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조회 과정을 통해서 상속재산과 상속채무를 파악하다 보면 상속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상속인이 그대로 상속을 받게 되면 상속인들은 상속재산보다 더 많은 상속채무를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갚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통상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것이 명확한 경우에는 상속포기를, 명확하지는 않지만 상속채무가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한정승인을 신청하게 됩니다.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상속인들은 더 이상 상속을 받지 않게 되나, 후순위 상속인에게 상속이 발생하므로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후순위 상속인들까지 모두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상속채무를 갚는 것으로 상속포기와 달리 일단 상속인들에게 상속이 개시되는 것입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후순위 상속인들까지 일률적으로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힘든 경우 선순위 상속인 중 한명만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선순위상속인들은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경우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날 즉, 피상속인의 사망을 안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피상속인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정승인의 경우 신고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여 상속을 받은 경우에는 채무초과 사실을 안날로부터 3개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정승인을 하는 경우 결국 상속재산과 상속채무가 비슷하여 상속받은 부동산의 순재산가치가 거의 없는 경우에도 상속받은 부동산에 대하여 취득세와 양도세, 상속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나의 사회적 첫출발은 1996년 곡성군청 건설과다.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늦가을, 점심시간 뒤 의자에 앉아 햇볕사냥을 즐기고 있는데 군수실 이 양이 앞으로 지나가면서 ‘김 주사님 구두 멋있네요.’ 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사람은 안 보이고 구두만 멋있어 보이는가요?’하고 응대했다. 그 농담 같은 유머로 우리는 그날 퇴근 뒤 함께 영화까지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외롭지 않게 객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둘이서 시골에 있는 우리 집을 가기로 하고 가는데 산길을 넘어야 했다. 눈 쌓인 산길 북풍을 정면으로 맞서 돌진하며 힘겹게 걸었다. 동행하던 그녀는 지쳤는지 나에게 노래나 한 곡 불러달라고 했다. 나는 ‘맨발의 청춘’을 불렀고 둘이는 웃으며 산을 넘었다. 소설가 이청준의 『눈길』은 눈(眼) 길이 아닌 겨울에 내리는 『눈길』이다. 서울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사는 젊은이가 남쪽 고향을 다니러 왔다 하룻밤만 자고 가는데 세상천지가 온통 눈이었다. 그런 산속의 눈길을 어머니와 아들 둘이 걷고 걸어서 차부(정류소)까지 가서 아들은 서울로 가는 차를 겨우 타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사지가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온몸이 마치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어머니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어둠 속에 서서 아들이 떠난 찻길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한참 서 있다 보니 찬바람에 정신이 좀 돌아오고 마음은 새삼 허망했다. 거기다 아직도 날은 어둡고… 한식경 차부 안 나무 걸상에 웅크리고 있다 보니 동녘 하늘이 환해오고— 혼잣길 서둘러 올 때는 아들과 둘이서 오던 길을 혼자 가면서 올 때의 그 발자국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는 듯만 싶었다고 했다. 산비둘기가 푸르르 날아올라도 아들 넋이 새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듯 놀라지고 나무들이 눈을 쓰고 서 있는 것만 보아도 뒤에서 금세 아들 모습이 뛰어나을 것만 같았다는 생각에, 내 자식아 내 자식아, 너 하고 돌아온 길을 이제는 이 몹쓸 늙은 것 혼자서 너를 보내고 돌아가는구나.… 라고 쓰여 있다. 작가는 ‘어머니가 걸었던 그 하얗던 눈길./ 그 막막하고 서럽던 흰 길을 어찌 세상의 자식들이 다 알았다 할 수 있으랴,/ 자식은 끝내 다 이해하지 못할 그 어머니의 길…, 이라고 굵은 글씨로 박아놓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세한도(歲寒圖) 생각이 난다. 김정희 선생이 제주도에서 그린 세한도(23 x 69.2cm)는 1844년 작품으로 국보 180호이다.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라야 비로소 그 지조와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으로, 한결같은 인격과 지조를 생각나게 하는 명작이다. 흐트러진 정신자세를 바로잡아 주는 세한도정신은 나의 스승 고하(古河) 선생님을 그립게 한다. 따라서 존엄한 작품의 위치를 생각해 보게 된다. 12월은 계절의 끝이다. 한 달 한 달 열두 달의 달력을 떼어내듯 인생의 한 해가 끝나는 달이다. 12월 세한도의 늙은 소나무는 쓰러져가는 오두막집 곁에서 우두커니 서서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외로움이라면서 견뎌내는 길 밖에 없다는 체념의 표정으로- 12월이 되면 인생 회전목마 같은 삶 속의 질문이 아프다.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할 길을 잘 찾아왔는가? 무엇하며 살아왔는가? 스스로의 질문에 가슴이 아프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의 공원에는 회전목마를 타면서 탄성을 지르는 어린이들의 즐거운 비명으로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나에게도 아들 손자 손목을 잡고 어린이공원으로 가서 함께 회전목마 타면서 즐기던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회전목마의 흐느낌을! 타는 사람은 즐겁지만 목마는 힘들고 지쳤다는 것을. 추운 겨울에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가운데 정지된 화면처럼 외로움과 추위에 떨고 있다는 것을. 12월은 회전목마의 외로움을 생각하게 되는 그 시간이다. 인생회전목마를 내려야 할 때를 생각하게도 된다. 나무나 목마가 늙었다고 늙은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흰 빛으로 변해가는 세한도의 소나무는 생명의 추위를 느끼게 하면서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자연이 표정을 바꾸는 데 있어 겨울 풍경의 표정이 좋아 보일 때가 12월이다. 이제는 긍정적인 마음과 ‘웃음은 핵무기보다 강하다.’는 유머정신으로 미래의 희망을 재미있게 꿈꾸어 볼 때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 25분에 시작된 긴급 담화에서 ‘뜬금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지난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과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거론하며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 추진과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이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는 말도 했다. 직후 국방부는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 서울 상공엔 헬기가 뜨고 특수부대원들이 국회로 진입했다. 국민들은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21세기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계엄령이라니...계엄령은 저개발 후진국가에서나 벌어지는 ‘남의 일’ ‘군사독재 시절의 옛일’인 줄 알았던 국민들이 가짜뉴스라고 여길 만큼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이 과연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인가? 국민들은 분노했다. 시민들이 새벽의 추위와 강제연행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국회로 모여들었다. 비상계엄을 저지하기 위한 야당과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의 행동도 신속했다. 재적의원 과반이 넘어야 계엄을 철회할 수 있는 법 규정에 따라 150명 이상을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 등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의원들까지 합세해 국회에 집결, 4일 오전 1시께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계엄령 해제요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계엄령 해제안이 처리되면서 국회 본관 진입한 계엄군도 철수했다. 그리고 윤대통령은 계엄을 해제시켰다. CNN이 보도한 캠브리지 대학의 존 닐슨-라이트 일본 및 한국 프로그램 책임자의 말처럼 비상계엄 선포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기괴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일을 예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8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충암고 출신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장관으로 내정하자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국지전과 북풍(北風)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를 “괴담 선동”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10%대로 내려간 지지율 등 현안을 단번에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 의료공백사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고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김 여사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특검의 수사과정이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김여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세상에 명백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도 부담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여당의 한동훈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도 계엄에 반대했다. 특히 한동훈 대표는 대한민국 군과 경찰 등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경거망동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일로 윤 대통령은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다. 윤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 것인지, 대한민국의 앞날이 크게 걱정된다.
지난 한 해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여건은 더욱 험난해졌다. 남북간 교류는 부재하였고 안보환경은 더욱 악화되었다.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하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지형은 매우 위태롭다. 한반도가 전쟁을 피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한반도의 평화를 추동하게 될 변수는 새해 1월 20일 시작하는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출범이 될 것이다. 그가 제1기 행정부를 이끌면서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모두 3차례 북미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였다. 그동안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북한은 핵 개발에 주력하여 이미 100여개에 이르는 핵무기와 이의 제조에 필요한 핵 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년 6월..
최근 고령사회로의 진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산림치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사전예방적 건강관리로 숲과 자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신을 치유하는 다양한 야외활동, 즉 ‘산림치유’는 다양한 계층에 맞춤형 산림치유서비스 제공으로 각광받고 있다. 산림치유의 건강증진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고 있으며 산림치유 효과에 일찍 눈을 뜬 일부 선진국들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산림치유 시설과 마을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그 사례로 독일은 치유란 뜻의 쿠어(Kur)와 장소란 뜻의 오르트(Ort)의 합성어로 자연치유를 할 수 있는 쿠어오르트(Kurort)를 전국 각지에 조성 운영하고 있고, 가까운 일본 역시 산림치유에 효과가 높은 숲과 길을 삼림테라피기지와 로드로 인증하여 국민 건강증진에 역..
117년 만의 집중 폭설로 큰 타격을 받은 경기도 내 피해가 심각하다. 반가워야 할 첫눈이 ‘공포의 습설(濕雪)’ 재앙이 돼버린 형국이다. 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로 발생한 ‘습설’은 기온이 낮고 건조할 때 오는 ‘건설(乾雪)’보다 훨씬 무거워 피해를 키운다. 문제는 환경오염이 불러오는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아 이 같은 예측 불가 환경재앙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석연료 사용 중단, 재생에너지 확대 등 근본적인 대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지난 30일 오후 5시 기준 경기도에서는 폭설로 인한 시설물 피해 2930건이 접수됐다. 16개 시·군에 거주하는 459세대, 823명이 대피했고, 이 중 416명은 임시거처 등으로 피신했다. 경기 남부 지역 피해가 두드러졌다. 안성시에서는 이번 폭설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농업·축산시설 등 1000여건의..
국제정세는 날로 격화되고 있다. 아울러 동아시아 국가의 군비증강과 전쟁 위협의 불안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처 방법을 고려시대 서희(徐熙) 외교전략에서 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국가 간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요체이다. 907년에 당나라가 멸망하자 916년 북방의 유목민족을 통일한 거란(契丹)이 일어났다. 926년에 발해를 멸망시키고 989년에는 송(宋)을 제압했으며, 991년에는 여진을 공략해서 압록강 하구를 차지하였다. 이곳은 거란의 고려침입 때 교두보가 되었다. 고려 성종 12년(993년) 거란의 소손녕은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에 침공했다. 거란은 고려가 송나라와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거란에 복속할 것을 요구했다. 고려 조정에서는 서경 이북 땅을 거란에 떼어주자는 할지론(割地論)과 항복론이 대두되었지만 서희는 “우리 영토를 적에게 떼어주는 것은 만세의 치욕이 될 것이고, 신(서희) 등으로 적과 더불어 한번 싸우게 한 뒤에 다시 논의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성종은 서희를 거란의 소손녕에게 회담의 대표로 파견하였다. 서희는 거란의 의도를 정확하게 짚고 담판하였다. 소손녕은 서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첫째 “왜 신라에서 일어난 고려가 압록강 주변의 고구려의 땅을 차지하려 하는가?” 이에 대해 서희는 “고려는 고구려의 나라를 계승한 나라이다. 거란의 동경이 우리 영토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왜 우리에게 침범했다고 하는가” 라고 답변하였다. 둘째, “왜 고려는 거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바다 건너 송나라하고만 교류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 서희는 “그것은 여진족이 중간에서 방해하기 때문에 거란과 교류하지 못하는 것이니 여진족을 몰아내면 거란과 교류하게 될 것이다.”라고 답변하였다. 이처럼 정확하고 현실적인 서희의 답변에 거란의 소손녕은 이를 부정할 명분을 잃고 양국은 공동으로 압록강 유역의 여진족을 몰아내고 거란과 교류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강동 6주의 옛 고구려 땅을 거란으로부터 돌려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외교의 승리의 요인을 든다면 첫째, 서희(徐熙)라는 경륜과 용기를 가진 출중한 인물이 정세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협상의 지혜를 낼 수 있었다. 둘째, 서희의 건의를 받아들인 명군(明君)이었던 성종(981~ 997)의 결단력이 유효했으며, 셋째, 고려의 군사대비가 강력하여, 안융진(安戎鎭)에서의 거란군에 대한 승리가 협정을 맺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넷째, 고려의 북방정책 즉 고려가 고구려의 적자(嫡子)이며 이를 계승하였다는 자부심을 들 수 있다. 오늘날 한반도는 동아시아 및 국제사회 변화의 가운데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은 장차 한반도 국제정세, 북미협정의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한반도의 정세변화에 변수로 영향을 줄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국제적 외교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역사상 매우 탁월하였던 서희의 외교전략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현재 12학급의 작은 학급이다. 지금도 작은데 내년에는 9학급 수준으로 줄어들 게 확정적이다. 학교 위치가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고 3호선 지하철역이 바로 근처에 있지만 저출생의 직격타를 인근에서 제일 빠르게 맞았다. 5년 안에 근처 초등학교들도 우리 학교와 비슷한 비율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대부분 학교의 학급수가 작아지는 데에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구도심이라고 불리는 곳보다는 신도시라고 불리는 곳에 신혼부부와 아이들이 많다. 여기서 차로 25분 정도 걸리는 신도시에는 한 학년에 10반씩 있는 학교들이 몇 개나 된다. 그곳은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이 있어서 학생들이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우리 학교에서 그곳으로 전학 간 아이들도 꽤 있다. 학급 규모 축소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출생률이 낮아진 탓이다. 특히 출생 절벽이라고 불리는 18년생부터 22년생 아이들이 순차적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25년부터 29년까지가 큰 문제다. 5년 동안 대부분의 학교가 현재 학생 수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게 확정이다. 지금도 작은 우리 학교가 5년 뒤에 학생 수가 절반이 된다면 그땐 폐교되거나, 학년 통합반을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교사 입장에서는 작은 학교는 기피 대상이다. 30학급이라면 30명의 교사가 나눠서 하던 100가지의 일을 9학급에서는 9명이 나눠서 해야 한다. 이미 기본 업무부터 3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EBS 다큐 '교육격차'에서 한 교장 선생님은 “(작은 학교에) 스스로 나서서 오시겠다는 분이 안 계신다. 그럼 떠밀려 오게 된다. 특별히 어떤 열정과 사명감이 불타는 교사가 아니면 잘 안 온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현실을 정확히 짚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작은 학교를 피하고 싶다고 모두가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 교사가 된 신규 선생님, 타 지역에서 전입한 교사 등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학교에 발령받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치 않는 학교에 왔어도 교사로서의 역량은 비슷하여서 수업의 질 자체를 걱정할 건 없다. 다만 기본 업무가 3배라는 사실이 교사들을 지치게 만든다. 학급 규모가 줄어드는 학교를 학부모들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도 작은 학교의 슬픔 중 하나다. 10년 전에 이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는 아무도 전학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8명 정도가 상담 때 전학을 언급했다.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었을 때 작은 학교에서는 그들을 나눠놓기 어려운 게 전학을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작은 학교의 기쁨은 대체로 아이들의 기쁨이다. 내가 맡은 학년은 올해 1박 2일 야영을 포함해서 총 5번의 체험학습을 갔다. 여름이면 대형 수영장을 설치해서 전교생이 돌아가며 물놀이하고, 체육관이나 실습실 같은 특별실을 한 반이 온전히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운동장과 필로티에서 뛰어노는 것도 제한이 없다. 교사가 전교생의 이름을 얼추 다 알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건 다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일이다. 작은 학교에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