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인공지능의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영상과 음성을 조작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fake)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2017년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자가 유명인의 얼굴을 성적인 영상에 합성한 사건으로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정치적 인물의 조작 영상 등이 등장하며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성적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딥페이크 기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Simulacrum) 개념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현실과 복제물의 경계가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복제물은 원본을 모방하거나 재현하..
“인간사회에서 슬픔의 종류는 허다하나, 나라를 강탈당한 망국노(亡國奴)의 치욕, 그 이상 가는 슬픔은 없을 것이며, 기쁨의 종류도 허다하나 잃었던 자유를 되찾은 기쁨이야말로 최고의 환희일 것이다.” 훗날 광복회장을 역임한 독립투사 故이강훈 선생(1903~2003)의 저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사》의 첫 문장이다. 우리 조상들은 1910년 8월 29일 그날을 왜 망국의 상실감으로 인한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지독한 분노를 담아서 규정하지 않고, ‘국치(國恥)’라고 여기고 그렇게 말했을까. 그 후 100년도 더 지난 오늘도 우리는 그날을 ‘부끄러움’으로 상기하며, 그날의 조상들처럼 치를 떤다. 힘 없고 가난했지만, 누구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앉아서 밥을 먹던 사람들이, 아무 때든, 어디서고 편하게 누워서 쉬고 또 일하던 사람들이, 필요한 걸 찾아서 궁핍과 남루를 그럭저럭 감당하며 살던 사람들이, 이젠 그 어떤 일도 맘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처량한 신분은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들이었다. 그 통한(痛恨)의 시간에, 그 가엾은 족속의 눈에는 빈 쌀독과 대여섯씩이나 되는 처자식의 입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우리 식구들이 머지않아 굶어죽겠구나!", 다들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다리가 풀리거나,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 그 아픈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했다. 어떤 사내는 주저앉으며 고개를 땅에 처박고 흐느꼈다. 그 옆의 동무는 벌벌 떨며 통곡했다. 한쪽 구석에서는 그의 깨복쟁이 친구가 마흔 살 넘어 또 애를 밴 마누라를 붙들고 오열했다. 맘씨좋은 리장은 말없이 먼 산을 바라보다가 눈물지었다. 전국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가련한 장삼이사(張三李四)와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이 이내 통탄(痛嘆)을 멈추고 정신을 차렸다. "우리 새끼들이 나라 없는 백성으로 살믄 안되지“, 하면서 절망을 떨치고 분기탱천(憤氣撑天)했다. 어제는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이 가련했던 일당이 흙먼지 털어내고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엇 보다도 나라 잃은 처지를 부끄러워했다. 고슴도치 가족처럼 처자식만 품고 먹고살기도 힘든 그 엄혹한 시간에 그 붉은 마음은 독특했다. 이 사람들에게 국치(國恥)는 마치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생기는 파문이었다. 그렇다. 자연현상이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우리 민족에게 일제 35년은 그 부끄러움을 줄이고 줄여서 끝내 제로로 만들려는 시간이었다. 이는 망국의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는 공동체의 정신으로써도 큰 지혜였다. 그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이 민족이 살육을 일삼는 지옥세상에 보여준 고결함이었다. 고품격이었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관습과 제도에 더이상 밟히지 않으려고, 자식들에게는 결코 그 모욕적인 신분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저 북만주로 떠난 생계형 이주민들을 보라. 그들이 황무지를 일구어 거둔 수확에서 십시일반 내놓은 독립운동자금을 생각하면, 언제나 뭉클하고 눈물겹다. 오호통재라! 오늘 우리 앞에 이토 히로부미와 이완용이 부활하여 100년 전의 야만과 더러움이 재현되고 있다. 그래, 좋다. 자존감 높은 공동체는 부끄러움과의 싸움에서 가장 질긴 법이다. 그 승리가 역사의 진화다. 추신: 단재 신채호 선생(1880~1936)처럼 올연(兀然)하게 일제와 싸운 선비 독립운동가는 드물다. 선생이 남긴 시 한편을 소개한다. 큰 부끄러움(國恥)을 하늘높은 품격으로 승화시킨 큰 문장이다. 천고송(天鼓頌) 吾知敲天鼓者 其能哀而怒矣 나는 하늘북 치는 법을 알지. 그 소리는 능히 큰 슬픔과 분노를 담아낸다네. 哀聲悲怒聲壯 唤二千萬人起 슬픈 소리는 비장하게, 노한 소리는 장중하게 이천만 씨알들을 일으켜 세우리라. 乃毅然決死心 光祖宗復疆土 끝내는 의연하게 죽을 결심으로 조국을 빛내고 강토를 되찾으리라. 取盡夷島血來 其釁於我天鼓 저 오랑캐 사는 섬의 피 남김없이 담아다가 내 하늘북을 위하여 제사 지내리라. 1921년 정월, 국치(國恥) 후 10년도 더 넘은 날, 선생은 스스로 하늘북 치는 고수(敲手)가 되어 망국노의 슬픔과 분노를 가득담은 하늘북(天鼓)을 비장하고 장중하게 울려 이천만 씨알을 일깨워서, 마침내 강도(强盜) 일제(日帝)를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선언했던 것이다. 표현은 이렇게 고급하지 못했지만, 이천만 씨알들의 말과 가슴에 품었던 결기는 모두 단재의 것이었다. 역사는 그 에너지를 다시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72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교육행정위원회 장한별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4)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제안했다.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한 오케스트라가 코로나로 인해서 해체돼 안타깝다면서 경기도립장애인오케스트라를 창단할 의향이 있는가를 물었다. 장의원은 “오케스트라는 장애인이라고 다른 공간을 만들어서 가두지 않고 기존에 있는 틀의 영역을 확장시켜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희망의 공간”이라면서 창단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전행정위원회 이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정부2)도 행정사무감사 당시 장애인 오케스트라 창단을 적극 제안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LG헬로비전TV에 출연해 이 과정을 밝힌바 있다. “당초에는 챔버 오케스트라 정도 수준에서 상반기에 신년음악회 하반기 송년음악회 이 정도 준비를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커져버렸다. 민간 영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케스트라단 전문가들을 모셔서 창단 방법과 문제점 해소 방안, 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한 부분들을 공유하고 논의를 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사전에 먼저 인지할 수 있도록 집행부와 의회가 함께 정담회를 개최를 했다”는 것이다. 고맙게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의회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김지사는 지난해 장한별 의원의 도정질의 보름 후인 11월 22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도정 열린회의에서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 창단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간 협치의 모범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 지사는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 질문을 받을 때 가슴이 먹먹할 정도였다”면서 “만들어 보고 싶다.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한번 해 보고 싶다”고 오케스트라 창단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도는 경기도장애인오케스트라 창단과 관련, 규모와 창단 시기, 운영 방법 등을 결정하기 위한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다른 지방정부의 창단 사례를 검토하고, 민간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체와 관련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그리고 지난 4일 ‘경기도 장애인 오케스트라(가칭)’를 오는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공식 창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오늘(9일) 경기아트센터에서 김동연 지사, 민간 장애인 오케스트라, 장애인 복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단계획 발표식을 열고 구체적인 모집 일정과 방법, 오케스트라 운영 방안 등을 밝히기로 했다. 현재 제주도와 인천광역시에 장애인 오케스트라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장애인 오케스트라는 이들과 운영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 공공기관의 장애인 오케스트라는 월급제 정규 단원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경기도는 활동 기간 동안 집중 교육과 다양한 연주 경험을 제공해 장애인이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인재 양성의 성격이 더 크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즉 장애인 연주자의 꿈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도내 19세 이상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기수별 2년간 40명 내외 규모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장애인에게 더 고른 기회를 제공한다’는 도정 방침이 바탕이 됐다. 단원들은 2년 동안의 활동 기간 중 전문 강사가 주 2회 집중 지도할 뿐 아니라, 연습비, 교통비 등 연습 수당도 받는다. 공연 때는 별도의 공연 수당도 지급받는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의 협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도 장애인오케스트라의 성격을 규정하자면 ‘인재 양성형 오케스트라’다. 그런 만큼 도민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도는 이들의 성장을 위해 기부금 후원과 작·편곡, 합주 참여, 사진·영상 등 재능 기부·자원봉사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영봉 의원은 지난 2일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예술정책과 관계자들이 참석 한 가운데 열린 ‘경기도 장애인 오케스트라 창단을 위한 현안 정담회‘에서 “장애인 오케스트라 창단이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성공적으로 창단. 장애인들이 예술을 통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공연 무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 연주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경기도 장애인 오케스트라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더위로 인해 열 받는 지구 안에서 웃고 살자고 한다면 정신이 외출해 버린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웃어보자고 '강의 유머 기법'을 읽다 보니 '사람을 졸게하는 죄' 라는 테마가 있다. 그 내용이다. 늘 교통법규를 위반하던 총알택시 기사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목사님이 동시에 천국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목사님을 칭찬하지 않고, 오히려 총알택시 기사를 칭찬했다. 기가 막힌 목사님이 그 이유를 물어보자, 하나님이 말하기를 “너는 늘 사람들을 졸게 했다. 하지만 총알택시 기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하나님!”하고 늘 기도하게 했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깨우고 나의 길을 가기 위한 심신의 워밍업으로 이른 아침이면 헬스장으로 달려간다. 가는 길에는 한 대학 생환관이 있고 그 산자락 아래로는 도로가 있다. 그 길 가운데는 양쪽 도로를 지켜..
한때 나는 전원주택단지에 몇 년간 산 적이 있다. 단지 안에는 아주 작은 가게가 하나 있을 뿐, 식당이나 마켓이나 문화시설을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했지만 주변이 모두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차할 공간이 넉넉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공원마다 운동기구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끊임없이 내 공간을 침입하는 벌레들 때문에 방심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벌레를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레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 특히 집을 비운 사이에 내 영역을 활보하거나 점유하고 있었던 벌레들이 인기척에 놀라 쏜살같이 도망가거나 딱 버티고 있을 때에는 머릿속이 뒤엉키고 몸이 얼어붙는다. 그때에는 휴지로 벌레를 눌러 잡는 사람, 책이나 그릇 같은 것으로 살짝 눌러 놓는 사람, 그냥 못 본 체 뒷걸음질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소파 밑으로 숨어들어간 벌레는 내가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 안보이는 곳으로 줄행랑을 친다. 몸을 숨긴 후 어디로 매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나는 소파에 앉는 것을 두려워한다. 벌레들의 전략은 일단 삼십육계, 그들은 진정성 없이 물러서서 일단 나를 안심시킨다. 저리 작은 체구로 지능적인 술수도 없이 나에게 불안과 안심을 번갈아 조성하는 그놈들이야 말로 수백 세기 전멸하지 않는 고단수 노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벌레라고 다 해충은 아니다. 작고 예쁜 미모로 사랑받는 꿀벌이나 무당벌레, 나비도 있고, 귀한 대접을 받는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도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곤충에 속하지 않지만 우리가 통칭으로 벌레로 인식하는 거미나 그리마는 모기나 바퀴벌레를 잡아먹는다. 지렁이는 땅을 살리며, 친환경 농법의 일부로 사용되는 벌레도 있다. 꽃의 수분을 통해 식물을 존속시킬 뿐만 아니라 꿀과 로열젤리까지 제공하는 꿀벌은 익충의 왕에 속한다. 그러나 해충과 익충을 구별하는 것은 순전히 인간의 주관에 의한 것이다. 익충이라도 너무 많이 생겨 주변을 어지럽게 하면 해충이 될 수 있고, 외형이 너무 징그러우면 사람들이 무서워하여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전원주택에 몇 년을 살다보니 어느 정도는 벌레들에게 익숙해져서 갑자기 그들이 나타나도 그렇게까지 놀라지 않게 되었고, 내가 싫어하는 벌레로 총칭되었던 그들이 분류되고 서열이 매겨지기 시작하였다. 어떤 벌레는 다른 벌레로부터 나를 보호하였고, 어떤 놈은 나에게는 도통 관심이 없이 그냥 지나갈 뿐이었고, 어떤 놈은 호시탐탐 내 피를 노렸다. 나의 적이라고 생각했던 그들 모두가 사실은 적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사는 동안 만나는 무수한 사람들 중에 나에게 적대적이거나 내가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사소한 벌레들의 귀환을 겪으면서 나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모든 대상들이 정말 그런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은 어쩌면 두려워하거나 혐오하거나 무시할 대상이 아니라 나의 옆으로 왔다가 지나쳐가는 예사스러운 존재일 뿐일 수도 있다. 어느 한 가지 단점을 보고 상대방에게 선입견을 씌운 후 편협한 시선으로 단정짓는 것은 인간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사회나 조직을 분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벌레들을 통해 얻은 사소한 발견에 나는 잠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벌레를 아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지만……
경기도의 주요 철도사업에 대해 정부가 배정한 내년도 예산안이 태부족해 초비상 사태다. 발표된 안이 경기도 건의액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보완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사업 차질마저 우려된다. 도민을 대표해 국회에 나가 있는 지역 출신 의원들의 역량 집결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게 됐다.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관철하기 위해 일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철도사업이야말로 지역 민생과 직결돼 있다. 경기신문이 3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과 경기도가 여야 경기 의원실에 제출한 ‘2025년도 경기도 주요 국비 사업 설명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철도 분야 주요 국비 사업에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내년도 철도 분야 주요 국비 사업으로 18건에 1조 6995억 원을 건의했다. 이는 전년도 1조 7317억 원보다 1.9%가 적은 것이다. 이들 18건의 예산안을 집계한 결과 1조 6389억 원(96.4%)으로 90%를 넘었으나 사업별로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이 문제다. 그중 10건의 사업은 건의액보다 크게 적다. 오는 2027년 개통 목표인 도봉산~옥정 광역철도는 건의액(1275억)의 62.3%인 795억 원 편성에 머물렀다. 도봉산~옥정은 도가 경기북부지역 철도인프라 개선 등을 위해 국비 확보가 관건인 사업이다. 또 내년 개통 목표로 관계 기관과 적극 협의 중인 수원발 KTX·인천발 KTX도 각각 신청액(727억·930억)의 36.6%와 37.6%인 266억 원과 350억 원 편성에 그쳤다. 신안산선 복선전철은 내년 개통 목표임에도 건의액(5297억)의 50%인 2650억 원만 편성됐고, 옥정~포천선 광역철도와 서해선(송산~홍성) 복선전철은 각각 44.5%와 39.7%에 머물렀다. 특히 수색~광명 고속철도는 307억 원을 건의했으나 불과 8.1%인 25억 원만 배정돼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조차 의문이다. 반면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 7건은 건의액보다 높게 편성돼 대조를 보였다.수서~광주 복선전철은 80억 원을 건의했으나 346.3%인 277억 원 편성됐고, 여주~원주 복선전철도 건의액(300억)의 306%인 918억 원이 배정됐다. 오는 2028년 개통 목표인 인덕원~동탄과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각각 건의액(1000억·700억) 보다 2배가 넘는 2121억 원과 1720억 원을 확보해 예정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GTX의 경우, 노선별·구간별로 예산안에 차이를 보였다. B노선(인천대 입구~용산~상봉~마석) 중 용산~상봉 구간은 건의액(1708억)보다 많은 2968억 원이 편성된 반면, 인천대 입구~용산·상봉~마석 구간은 건의액(1202억)의 절반가량인 662억 원에 머물렀다. C노선(덕정~수원)도 건의액(1046억)의 32.3%인 338억 원에 불과했다. A노선(파주~삼성~동탄) 중 삼성~동탄 구간은 99억 원 배정으로 건의액(76억)보다 많았다.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중 지역민들로부터 가장 정직하게 평가받는 부분이 바로 예산확보 활동일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 국회가 시작됐고, 의원들은 지역 현안 사업들에 대한 최종 점검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업이나 예산 문제와 관련하여 자료와 논리에 근거해 소관 부처를 잘 설득했을 때만이 그 성과가 충분히 기대되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는 민주당 출신 8명, 국민의힘 2명, 개혁신당 1명 등 모두 11명의 경기도 출신 의원들이 포진돼 있다. 도가 필요성을 판단하고 도민들이 학수고대하는 철도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이 턱없이 적게 배정된 부분의 부당함을 용의주도한 전략으로 설파해 나가야 한다. 분별없이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왜 정부의 예산안이 부당한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최대한 동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리당략의 그늘에 묻히거나 팀워크를 깨가며 소 지역주의를 발동시켜서는 안 된다. 크게 보고, 멀리 생각하는 자세로 경기도 철도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유권자인 도민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예산 국회에서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들이 ‘따로 또 같이’ 감동적인 활약을 펼쳐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길 기대한다.
7월 중순 체코 원전을 수주했다는 뉴스가 주요 언론을 도배했다. 7월 17일 저녁 KBS의 뉴스9은 ‘유럽에서 전해진 속보로 뉴스를 시작하겠다’는 앵커 멘트와 함께 기사 세 꼭지를 연이어 보도했다. 사업비만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팀코리아로 경쟁국인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쳤다고 했다. 일주일 전 윤 대통령이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수주를 지원했다는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선일보 18일자 아침 인쇄신문도 ‘유럽서 프랑스를 꺾었다, 24조 체코 원전 수주’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수주액이 최대 40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극소수 언론이 덤핑 수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대부분은 기사에서 사설까지 장밋빛 일색이었다. 미국의 1/3, 프랑스의 1/2 가격으로 입찰했다는 내용은 가격경쟁력으로만 보도했다. 한 달 남짓 지난 8월 2..
영화 ‘딸에 대하여’는 엄청나게 관객이 몰릴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조용히 화제를 얻을 작품이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엉뚱하게 뉴스를 타고 있다. 대전여성영화제와 관련해서이다. 영화의 공식 개봉은 어제(9월4일)였으나 오늘과 내일 이틀간 열리는(9월5~6일) 이 여성 영화 행사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대전 시이다. 시가 지원하는 보조금 1350만원의 반납을 고리로 영화의 상영을 철회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대전 시의 주장이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동성애자인 딸이 자신의 파트너를 집에 데리고 들어 오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엄밀하게 이야기 하자면 딸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딸을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딸의 성 정체성을 새롭게 알게 된, 그래서 자신의 성 인지 정체성에 대하여 새삼 깨닫고 돌아 보게 되는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이다. 담담하고 성찰 적이다. 이런 영화를 동성애 영화라 해서 민원을 제기하고 그 민원을 앞장 세워 영화 상영을 못하게 하려는 것은 나치의 마인드에 다름 아니다. 검열과 폭력이다. 아무리 지금의 세상이 온통 비상식적으로 거꾸로 가는 일 천지이고 엉망진창이 됐다 한들 이렇게 까지 일 줄은 몰랐다. 명백하게 창작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건 이명박 박근혜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다. 문화적 쿠데타이다. 고작 1350만원을 수거해 가겠다는 식의 알량한 협박도 이만저만 구차하고 유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영화제 사무국에서는 이 지원금을 반납할 예정이다. 영화계에서는 모자라게 될 운영비를 십시일반으로 모아 도울 예정이다. 영화인들은 서명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 한국독립영화협회(회장 백재호)는 이미 성명을 내고 “지난 해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에서 인천시가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의 영화는 제외시키라고 요구한 사건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며 창작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일련의 행위가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영화인들은 대전 시청 앞에서 시위도 준비할 것이다. 대전 시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며 하등의 가치가 없는 전선을 만들어 갈등을 부추긴 셈이다. 의도적으로 보인다. 시 행정이란 원래 일부 특정 종교 단체에서 민원을 제기한다 한들 그것을 중재하고 조율할 일이지 그 등에 냉큼 올라 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가 앞장 서서 탄압과 검열을 할 일이 아니다. 대전 시장은 국민의 힘 출신이다. 지상파 드라마에도 동성애 캐릭터가 나오고 아예 퀴어 물까지 나오고 있는 세상이다. 넷플릭스의 ‘영로얄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도 성 소수자가 나오는 시즌 드라마이다. 표현 수위도 만만치 않다. 대전 시는 이런 드라마까지 다 방영을 못하게 막을 것인가. 한 시대의 수상한 기미, 전조는 꼭 정치나 경제, 군사 분야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 발단이 될 때가 많다. 프랑스 68혁명도 시네마테크 원장 앙리 랑글루아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영화의 검열은 세상의 검열로 이어지는 법이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
지난달 22일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화재가 난 호텔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프링클러는 발화 초기에 불길을 잡아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여주는데 부천 호텔엔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스프링클러는 2017년부터 ‘6층 이상의 모든 신축 건물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 호텔은 2003년 지은 건물로 법안이 소급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숙박시설에 발생한 화재로 인명 피해가 나는 원인 중의 하나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843건이나 됐다. 매년 370건 정도 화재가 발..
요즘 건물 옆을 지나가다 보면 ‘임대문의’라고 쓰인 현수막을 많이 보게 된다. 분명 예전보다 비어있는 상가가 늘어난 느낌이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최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가 내놓은 한식, 커피, 양식, 호프, 제과점, 패스트푸드, 치킨 등 7개 외식업 현황 분석 결과, 지난해 연말부터 매 분기 폐업하는 매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폐업 점포 수는 프랜차이즈와 일반 점포를 모두 합쳐 지난해 4분기 4606개에서 올해 2분기 5014개로 8.9%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커피전문점을 제외한 6개 업종의 매장 수가 모두 감소했다. 치킨집은 지난해 4분기 5564개에서 5498개로 1.2% 줄었고, 동일 기간 패스트푸드점은 5921개에서 5840개로 1.4%, 호프집은 8598개에서 8220개로 4.4% 줄었다. 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