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6월 16일자 사설에서 민주당 혁신위원회에데 대해 비판과 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가 출마해서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것이 드러나고, 김남국의원 코인사건이 불거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민주당 혁신위에 대해 본지는 ‘무엇을 혁신하고, 어디까지 수술할 것인지’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한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또한 혁신 성공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음을 깨닫고 특권과 기득권에 갇힌 민주당에서 국민의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끝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혁신안은 내놓지 못했고, 위원장의 잇단 설화 등이 불거지면서 혁신위원원는 서둘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23일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
‘미래를 마중하는 당신의 배려’ 지하철 어떤 좌석의 글, 시(詩) 구절 같은 비유다. 멋진가? 말과 글(다루는 일)이 직업인 사람도 갸우뚱하는 말이라면 보편성은, ‘꽝’일 터. 주위의 몇 사람에게 물었다. 미래를 마중한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아기 밴 여성을 위한 자리이니 앉지 마시오.’라야 했다. 공공(公共)의 언어에서 가장 보기 싫은, 저질스런 대목이 바로 저런 있는 체, 유식한 체다. 당신의 높은 교양과 일반의 수준을 착각하지 말 것. 말글은 뜻을 전하려고 있다. 혼자 ‘잘 썼다’며 자위하려는 따위의 글은 우리의 세금 낭비다. 실례되는 짐작이지만 십중팔구, 그 이상은 베낀 글이다. 표절 절도이니 정직성도 ‘꽝’일러라. ‘인문학’이란 단어 자주 본다. ‘인문학의 홍수’인가. 허나 인문학의 첫 계단인 문자(文字)와 문장(文章)을 밝고 확실하게 사용하는 대목은 ‘글쎄요’다. 옆에는 임신한 여성을 나타낸 듯한 추상적인 도안(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제목은 ‘임신부 배려석’이다. 그런데 열(10)에 넷(4) 이상은 ‘임산부 배려석’이다. 물었다. 임신부와 임산부는 같은가요? 글쎄요, 같겠지요, 몰라요, 오마 참 이상하다. 효과 얻으려면 임신부도 ‘아기 밴 여성’으로 바꿔야 옳다. 글자 막 깨친 이도 알아야 ‘배려석’은 쓸모 있다. 문젯거리 또 있다. 임산부는 ‘아기 밴 여성’이 아니고 ‘아기 낳은 여성’이다. 임신부(姙娠婦)와 임산부(姙産婦)는 같은가? “왕비마마가 왕자님을 생산하셨습니다”하는 연속극 대사 기억하시는지. 생산(生産)은 농작물처럼, 요즘에 뜸하지만, 아이를 낳는데도 쓰였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 왈(曰), 아이를 낳을 때까지의 여러 사항을 돌보는 과목을 산부인과라고 합니다. 환자 중 임부(妊婦)는 아기 밴 여성, 산부(産婦)는 아기 낳은 여성이올시다. 필수 검토사항, 출산 직후 환자로서의 ‘산부’ 말고, 아기를 낳은 (경험이 있는) 여성 모두를 산부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등산복 입고 활달하게 떠들며 저 ‘배려석’에 앉은 건강한 중년 여성도 임산부(姙産婦)에 포함되는가? 상식적으로, 경험상, (환자로서의) 産婦는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이나 집에서 치료하고 섭생한다. 서울수도권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지 지하철 객실은 ‘임신부’로 통일 하는 것이 낫겠다. 필자는 ‘아기 밴 여성’을 쓰기를 추천한다. 훨씬 많은 이가 아는 말이다. 품위가 없다고? 우리 한글은 무(無)품위이고 한자어는 고품위인가? 싹수하고는... 배려석(配慮席)의 ‘배려’도 요즘 늘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의미로 볼 때 어렵다. 또 ‘내가 왜 배려해야 하냐?’는 이도 있을 수 있다. 필자도 목격한 장면이다. 뱃속 저 아기는 가까운 미래의 우리 모두의 자녀이며, 당신 노후와 나라 미래를 책임질 귀한 인구(人口)다. 배려 아닌 ‘의무’라고 해야 옳다. 그 이상의 단어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임신부인가? 産婦로 그 기쁜 아픔 경험한 (적 있는) 어머니들은, 아버지들도 이 이야기 다 아신다. 화급(火急)한 저출산 대책에는 이런 마음도 한 몫 하리라.
낙엽이 질 때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싶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매일 하던 운동들 접은 뒤 산길을 걸었다. 어느 덧 바람은 겨울바람 되어 피부를 자극했다. 세상이 좋아져 옛날 같이 쌀과 연탄걱정이야 덜었다고 하지만, 추위가 닥치면 습관처럼 자본주의에 허기진 서민층과 홀로 사는 사람, 고아원과 양로원 사람들 걱정이 앞선다. 젊은 시절, 태 자리를 뒤로하고 개척정신으로 이곳저곳 헤매며 죽지 않을 만큼 고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멍이 든 것은 젊은 영혼의 자존심이었다. 그때 만난 책이 『인생의 선용(善用)』이다. 이 책에서 읽은 한 문장 「행실이 사람을 성공시킨다.」는 것. 이것이 내 가슴 근육을 굳건하게 해 주었다. 홀로 살아가며 어찌 서러움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내가 당하고 겪은 만큼 정신의 면역력이 생기고, 내적으로 강인한 실천력과 지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살고 있는 고장에서 아이들 낳아 교육시키며, 평생 우러를 스승을 만나 인문학적으로 보람 있는 삶을 일궈왔다. 덕분에 평생교육원이나 인재육성개발원에서 강의할 때는 ‘인생의 삼대(三大) 만남’을 유머 있게 말하면서 생각의 눈을 달리하도록 한다. 만남의 첫 번째는 부모와의 만남.. 두 번째는 배우자와의 만남이요. 세 번째는 스승과의 만남을 실감적으로 들려주었다. 이어서 ‘인생의 삼 단계’를 들려준다. 처녀 총각 때까지는 3분의 1의 인생길이요.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 3분의 2의 인생을 사는 것. 그리고 아들딸 낳아야 제대로 된 3분의 3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따라서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 사랑이 최고인 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자 공을 들인다. 다음으로는 ‘제3의 인간과 3자의 의미’다. 아라비아 숫자에 있어 3자의 의미와 그 자리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어릴 적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아버지는 세 번까지는 용서해 주었다. 공부에서의 실력도 상, 중, 하로 평가 되고, 1, 2, 3 등까지는 상을 주었다. 올림픽 경기에서도 금, 은, 동으로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평소 내가 희망했고 실천하고자 했던 ‘제3의 인간’이다. 제1의 인간은 학교 다닐 때는 우수한 성적으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다. 제2의 인간은 학교 다닐 때는 별로였는데 사회생활하면서 열심히 공부해 성공한 사람이요. 제3의 인간은 직장에서나 정년 한 뒤나 변함없이 공부하며 자신의 성품을 기르고 자연이 준 재능과 색깔을 충분히 발휘하는 사람을 말한다. 오래전, 중국의 등소평이 미국에 갔을 때 기자들이 질문을 했다. 어는 대학을 나왔느냐? 고. 등소평은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평생 공부하면서 살기로 했다고 답했다. 그래서였는지 대학에서는 그때부터 평생교육원 과정이 개설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은 노인대학에서도 공부하는 제3의 인간들이 많다. 한마디로 평생 공부하다 가고 싶은 내 뜻이요. 나를 설득하기 위한 내용이다. 그러나 폭을 넓혀 세상 살아가면서 선·후배요, 이웃이요 또는 직장에서 학원에서 윗사람 아랫사람 또는 동료로 살아가는 동안 만남의 인연과 가치를 생각하며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철학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31일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은 물론 수도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사실 ‘김포 서울 편입론’은 이날 처음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동안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남북 분도(分道)’를 주장해 왔다. 지난 5월부터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을 총선 전에 통과시켜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등 공론화에 나섰다. 이에 김포시는 서울 편입을 주장했다. 경기북도에 편입할 바엔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추석 무렵 김포시내엔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시을 당협위원장 이름의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의 생각도 이와 같았다. 이와 관련해 김포시는 경기도가 김포의 북도편입을 추..
1990년대 초 탈냉전 이후 미국 일극의 시대가 되자 미국은 세계화를 추진하였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자유무역을 전 세계로 확장함으로써 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통합하고 미국이 그 중심에 서고자 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자 세계화에 역행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9.11 사태, 세계 금융위기, 중국의 부상,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전쟁 등. 왜 세상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가? 21세기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시대라고 한다. 그는 플라톤 이후 2천 년 서양철학을 본질주의에 입각한 “동일성 철학”이라고 비판하고, 본질 뒤에 감춰진 현실 세계의 참모습을 긍정하는 “차이의 철학”을 주장하였다. 동일성 철학은 뿌리를 중심으로 줄기, 가지, 잎으로 분화하는 “수목형” 사유를 기반으로 한다. 수목형 사유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 수직적 위계적 질서를 부여한다. 그 중심은 뿌리, 즉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보편적 진리인 본질, 실체, 이념 등이다, 줄기, 가지, 잎 등 차이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차이의 철학은 뿌리, 즉 중심이 없이 수평으로 접속, 연결하는 “리좀형” 사유를 토대로 한다. 리좀이란 감자처럼 줄기가 땅속에서 뻗어나가는 땅속줄기 식물을 말한다. 리좀형 사유는 수평적 접속을 통해 생성되는 새로운 실체, 즉 차이를 긍정한다. 리좀형 사유는, 인터넷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철학을 넘어 예술, 문학, 건축, 영화, 교육, 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1세기는 수목형 질서와 새로운 리좀형 질서가 혼재하여 생동하는 변혁의 시대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미국의 국가 전략은 수목형에 머물러 있다. 세계화 전략과 대중 디커플링 전략은 자유시장경제의 이념적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수평적 탈중심성을 과소평가하였다. 미국의 전략이 수목형에 편향된 이유는 역사성 속에 있다. 이념 중심의 냉전 시대에 강화된 정부 내 안보 관련 기능은 계속 유지되고 있으나,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치면서 정부 내 경제적 두뇌가 허약해졌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유럽연합의 디리스킹 전략을 차용하는 등 국제문제에 대한 의제 설정 역량이 부족해졌다. 남북 분단 상황에 있는 한국은 미국보다 더 이념 편향적이다. 현 정부의 대북·대중 정책은 특히 더 그러하다. 리좀형 세계 경제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국가안보 관련 조직을 혁신하지 않고 대북·대중국 강경책을 장기화한다면, 이로 인한 폐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위험이 있다. 지경학은 경제적 교류를 통한 상호의존의 호혜적 수평적 ‘관계 형성’에 관한 사유인 점에서 리좀형 사유와 근접한다. 지경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계를 ‘관리’하는 문제에도 통찰력을 제공한다. 지경학은 탈중심성, 불확정성의 리좀형 세계에 부합하는 국가 전략이다.
살다 보면 이러 저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또는 빌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 형제 간에도 그럴 수 있고, 친구나 사업상 관계로 금전 거래를 하기도 한다. 이자를 받기도 하고 사정상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금전거래도 엄연한 경제적 거래이고 이 과정에서 이자라는 소득이 발생하므로 세금 이슈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은 금전 거래와 관련된 세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금전 거래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여러 종류의 세금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여기서는 개인간의 거래에 국한하여 소득세와 증여세 부분만 살펴보겠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대외적으로 대금업을 표방하지 아니한(사업으로 금전대여업을 영위하지 않는) 거주자가 금전대여로 얻은 이익을 ‘비영업대금이익’이라고 하며, 빌려간 사람으로부터 원본을..
우리는 종종 뉴스, 신문, 유튜브 등을 통해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지나가는 행인이 구했다는 기적과 같은 소식을 접하곤 한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만약 당신의 눈앞에서 갑자기 사람이 쓰러진다면 용기 있게 나서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올해 1월 13일 수원시 고색동의 한 회사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중 남성 한명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고 호흡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모두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던 중 한 직원이 역할을 분담시키고 환자를 처치하기 편한 곳으로 이동시킨 뒤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실시함과 동시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였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는 5분이 지나자 파래졌던 얼굴과 호흡이 돌아와 지금은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올해 5월 22일에도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안마수련원에서..
수도권 지자체장들의 대중교통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정책경쟁이 치열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먼저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 도입계획을 발표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도 ‘The(더) 경기패스’ 사업 도입계획을 밝혔다. 최근 유정복 시장은 “인천과 서울·경기는 같은 생활권이어서 3개 수도권 지자체가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경계를 넘나들며 잠자고 일하고 먹고 마시는 일을 함께하는 수도권의 교통정책은 단일화되는 게 맞다. 업적 다툼이 아닌 초당적 협조로 진정한 ‘지역민 사랑’을 실천해 보여야 할 것이다. 남다른 조정 능력으로 시내버스 총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내년 7월 대중교통 이용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The(더) 경기패스’ 사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경기..
자전거는 직장인들의 출·퇴근 이동수단으로 레저활동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전거는 작은 충격에도 중심을 잃어 사고위험성이 크고 사고 발생 시 보호막이 적어 부상정도가 크다. 자전거 사고의 발생 원인으로는 전방주시 태만, 스마트폰 사용, 조작 잘못, 이어폰 사용, 무단횡단 등 법규 위반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발생되는 자전거 사고! 특히, 중상·사망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습관처럼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많다. 최근 3년간(20~22년) 경기남부지역의 자전거 교통사고는 총 7,874건 발생되어 88명이 사망하였고, 전체 사망자의 41%가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횡단하던 중 목숨을 잃었다. 도로교통법 제 13조의 2(자전거 통행방법의 특례)에 따라 자..
함흥시는 동해안에 위치한 평양 다음으로 큰 지방도시이다. 해방 후 함흥의 자연 지리적 환경과 화학산업 특성으로 주목을 받아 성장한 도시이다. 함흥 동쪽에 위치한 흥남은 일제시기 생겨난 당시 세계적 규모의 흥남비료공장이 있다. 식의주 문제가 급했기에 김일성은 함흥을 ‘노동계급’의 도시로 만들려 했다. 1990년 이전까지 특별한 주목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함흥은 식의주 문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소도시를 지향하는 체제의 특성상 함흥-흥남이 백만이 넘는 대도시로 된 것은 이례적이다. 함경남도 소재지이며 크고 작은 공장 기업소가 몰려 있다. 함흥시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벼와 강냉이 밭이 무연하고, 나지막한 곳에는 사과 배를 심은 과수원이 있다. 과수원에는 특히 사과나무가 많다. 수확한 국광사과는 껍질이 두꺼워 움에 저장한다. 봄에 먹으면 사과 향기의 아삭한 맛은 표현할 길 없이 좋다. 홍옥은 껍질이 얇기 때문에 가을에 수확해 저장하지 않고 바로 소비해야 한다. 남쪽처럼 알알이 종이를 씌우는 수고는 없다. 수확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종사자 아닌 사람들이 일손을 돕는다. 크고 작은 사과들이 가득히 쌓여 있는 곳에서 분류해 차에 실어 식품회사나 과일가게에 가져간다. 상처 있는 사과는 따로 두었다가 설탕을 넣어 재워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맛있는 사과를 조심히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되기는 남쪽 과수원 사과를 재배하는 방법을 보고 알았다. 함흥 사과는 크고 달다. 홍옥은 빨갛고 국광은 덜 붉다. 맛은 국광사과가 좋다. 과일이 붉어지기 시작하면 과수원에 초막을 짓고 도둑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경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사람들은 제일 잘 익은 사과를 몰래 집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시장에 가져다 팔았다. 아무리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 심성에 있는 이기적 욕망은 감출 수 없다. 함흥시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농산품을 가져와 팔수 있도록 하는 재래시장 같은 10일장이 있다. 공업품을 파는 시장은 1990년대 확장되거나 새로 생겨났다. 시장에 나갈 새도 없이 시내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가져간다. 함흥시 주변에 사과가 생산되기 때문에 함흥냉면에는 사과배를 얇게 져며 고명으로 올린다. 이것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역 특산 음식이 된다. 지금쯤 함흥사과는 수확을 마치고 겨울나기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남쪽에는 붉은 단풍이 아름답다면 북쪽에는 사과가 익어가는 농촌 풍경이 멋지고 그립다. 그곳에서 나와 언니와 형부, 조카가 살았다. 형부는 어려운 시기를 넘기지 못했고, 언니와 조카는 생사를 알길 없다. 꽃이 언제 지는지, 단풍이 어떻게 물드는지 알지 못한 채 아름다운 10월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슬프고 행복한 순간이 엇갈리는 10월의 마지막 날, 기억에 남은 함흥사과는 여전히 크고, 붉고 맛있다. 겨우내 움 속에 있다가 봄에 꺼내먹는 함흥사과 그 향기와 맛은 더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