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평안도 선천에서 태어나 평양의 일신고보를 졸업했다. 1904년 하와이로 노동이민 갔다가 본토로 옮겨 도산 안창호의 공립협회에 가입하였다. 이 단체에서 도산의 지도를 받으며 활동하다가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토쿄를 거쳐 귀국했다. 국권회복이 목표였다. 1907년. 스무살이었다. 100년 전, 뜻있는 약관의 청년들은 대개 이와 같았다. 1909년 1월.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황제와 함께 평양에 온다는 정보를 듣고 동료들과 평양역에서 대기하다가 도산 안창호의 '전략적 만류'를 받아들여 연해주로 떠났다. 그 해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그 '동양 제1적'을 쏘아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 목표를 이완용으로 바꿨다. 백범일지 '민족에 내놓은 몸' 편에 보면, 이재명과의 인연이 상세히 나온다. 의사는 미국서 돌아와 오인성이라는 여교사와 결혼했다. 부인은 남편의 계획을 듣고 강하게 반대했다. 이견으로 다투다가 오발이 발생했는데, 집밖에서는 그 총성을 심각하게 여긴 것 같다. 동네 유지가 마침 그 마을에 와서 머물던 백범에게 청년을 데리고 왔다. 백범이 타일러서 총을 챙겼고, 함께 있던 노백린 장군이 "서울에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두 거인은 얼마 후 그 해 연말, '명동성당 앞 이완용 암살미수 사건' 뉴스를 접하고, 그 의로운 청년이 이재명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망연자실했다. 후회막급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도산이나 백범이 정말 '쓸데 없는 짓'을 한 것이다. '잘못된 만남'이었다. 이 의사는 네델란드 국왕 추모식이 명동성당에서 열리는데 이완용이 참가한다는 뉴스를 접하자마자 군밤장수로 변장하고 기다렸다. 이완용의 허리와 어깨를 찔렀다. 인력거가 쓰러지면서, 50 넘은 초로의 '국적(國賊)1호'가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달려들어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대한독립만세'를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당연히 목숨을 끊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완용은 순사들의 호위를 받아 대한의원(지금의 서울대학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총독부는 긴급히 일본에서 심장수술의 1인자를 불러들여 이완용을 살려냈다. 그후 장장 17년을 더 살았다. 이재명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나는 흉행(凶行)이 아니라, 의행(義行)을 한 것이다. 2000만 민족이 나의 공범이다. 너희 법이 불공평하여 나의 생명을 빼앗기는 하나, 나의 충혼을 빼앗지는 못한다. 나는 죽어서 수십만 명의 이재명으로 환생하여 기어이 일본을 망하게 하고 말 것이다." 1910년 9월 30일. 서대문 형무소. 먼저 떠난 안중근선배처럼 의연하게 최후 진술을 마치고 순국했다. 역사에 남을 명연설이었다. 스물 네살. "국적 이완용은 저렇게 살아있는데, 왜 우리 가장은 죽어야 하느냐?", 미망인이 소리치며 통곡했다. 추신:이완용은 오늘의 총리였다. 광산사무국 총재를 겸했다. 친일재산환수팀이 파악한 그의 땅은 여의도 면적의 7.7배였으며, 광복 전에 일본지주들에게 매각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국가가 환수한 땅은 그가 차지했던 총면적의 1%도 안되었다. 그의 후손들은 반격하듯 국가가 환수한 그 땅의 환수소송을 걸었고, 승소했다. 땅을 되찾은 뒤 외국으로 도망쳤다. "그물도 치기 전에 물고기가 먼저 달려들어왔다." 1910년 8월 합방 전날, 통감부 외사국장 고마쓰 미도리가 밝힌 비사다. 이완용이 일제에 강제합병을 먼저 제안한 것이다.
경기도에 화장장 건립을 시도했다 중단한 경우는 참 많다. 연천·양주·포천·가평·양평·하남·부천·김포·안산·여주·이천·화성 등 하나같이 지역사회 반대에 가로막혀 포기하고 말았다. 그 결과 ‘반대하면 안 한다’라는 그릇된 학습효과만 남겼다. 고난의 길이 분명한데, 양주시에서 다시 화장장 건립에 나섰다. 기왕에 시작했다면 이번엔 정말 성공해야 한다. 과연 양주시가 받아볼 성적표는 화장장 건립 성공 또는 실패 사례 중 어떤 것이 될까? 화장장에 관해 나름의 견문과 경험을 쌓은 필자는 실패 사례와 쓴소리를 많이 챙겨 들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첫째, 기본이 되는 화장장과 화장로를 제대로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장장 건립에 나섰던 지역의 관계관이 화장장 한번 가보지 않은 걸 자랑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다. 또 화장장 건..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경기도 지역의 전세 사기 시한폭탄이 또다시 작동을 시작한 낌새다. 연초에 불거진 화성 동탄 사건에 이어 최근 수원에서도 피해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되는 등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폭발 직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 대책에만 몰두할 뿐 제도적 안전장치 등 예방책 마련을 등한시한 처참한 결과물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실효적인 예방대책에 역량을 쏟아부을 때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전세 사기 관련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현재까지 53명으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됐고, 피해 금액도 70여억 원에 이른다. 고소인들은 대부분 임대인에게 1억 원 대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임대인이 잠적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
한 고등학생은 이번 추석 명절에 받게 될 용돈을 기대하는 사연에 대해 털어 놨다. 이유는 ‘사설토토’라 불리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쓸 돈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면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 경기에 불법 도박업체가 판돈을 걸게 하면서 불법 스포츠 도박시장과 청소년 도박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처음 접한 평균 연령은 11.3세로 집계됐고, 초등학생 10명중 4명은 도박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어리고, 더 많은 청소년들이 불법도박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사행사업은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으며, 인터넷과 결합돼 접근성이 높아져 중독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쉽..
찰거머리처럼 질긴 여름이 가을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들녘에 벼가 고개를 숙이고, 농민들의 추수에 보답하거나 기다리고 있다. 남한 농민들에게는 연례행사로 벼수매 문제가 관심사항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북한의 작황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2017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2020년에 440만 톤을 기록하고, ’23년 상반기 북한의 대중 쌀 수입(10만 톤 이상)이 2019년 동기간 대비 약 5배 증대한 것을 들어 식량난을 부정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금년 7월까지 아사자 240건 발생을 근거로 최악의 식량위기 발생을 추정(국정원)하는 등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북한 식량난을 분석하는 접근방법이다. 북한의 ‘기근’원인을 주로 공급(식량 가용량 감소)의 문제 또는 접근성(식량획득력 감소) 문제로 인식함으로서 북한주민이..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유튜브 영상 중에 ‘카푸어’ 관련 내용이 올라오는 채널이 있다. 영상에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뛰어넘은 차를 산 사람들이 나와서 본인의 차를 자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달 수입의 대부분을 차에 올인한 사람들이 주로 나오는데, 드물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슈퍼카를 구입한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 본 영상에는 20대 초반 대학생 A가 독일 슈퍼카를 타고 나왔다. 차량 가격이 카푸어 마인드로도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큰 금액이었다. 유튜버가 A에게 부모님 찬스를 쓴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본인이 차 리스 비용을 지불한다고 했다. A가 다니고 있는 대학은 서울권 4년제가 아닌 잘 들어보지 못한 학교였다. A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A는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과 모바일 앱을 만들어서 파는 중이라고 했다. 프리랜서 개발자로서 몇 억대의 실 수령액을 받고 있었다. 일반 직장인은 평생 연봉으로 받기 어려운 금액이고, 사회에서 선망하는 전문직들이 오랜 수련 끝에 버는 돈을 어린 나이부터 벌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문득 A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주위로부터 선망 받는 학생이었을까 궁금해졌다. 학교에서는 높은 확률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인정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성공한 인생이 된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학교에서 주로 하는 일이 공부인데 공부 외의 일로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부보다는 컴퓨터를 많이 했다고 하는 A의 말로 미루어봐서는 훌륭한 학생으로 평가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중인데 학교는 제자리에 서서 부적응하고 있다. 학교 공부를 잘하면 뭐가 될 것 같지만 되지 않는다는 건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이제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문과 출신이면 취직이 담보되지 않은지는 꽤 되었다. 괜찮은 회사에 취직했던 사람들도 결국에 전문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 교사나 공무원의 인기는 없어진지 오래됐다. 대학이 직장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괜찮은 직장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잘하는 분야를 찾아서 어릴 때부터 그 길을 파야 한다. A 같은 친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이가 흥미를 갖고 파고들 분야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 특성이라고 떠도는 글을 보면, 10대 아이들 10명 중 9명이 미래에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장래희망에 공무원이 대세였는데 그것도 건강하지 못한 사회였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들을 만들어 냈으니 사회의 병증이 더욱 심각해 보인다. 자녀를 키우는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공부 말고 다른 걸 시킬만한 게 없다고 했다. 부모인 자신들이 평범하게 공부해서 직업을 가졌기에 아이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랙에서 벗어나는 위험부담을 빼고서라도 트랙 밖에 어떤 삶이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선택이 어려워진다.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이 아이들에게 교과서 공부 말고 다른 길을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메디컬 고시로 불리게 된 수능에 모든 아이들을 갈아 넣고 소수의 몇몇만 성취감을 느끼는 시스템을 손보지 않는다면, 학교는 영원히 현실과 괴리된 채로 떠돌 수밖에 없다. 이런 학교 환경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존중이 피어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학교의 사회 부적응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수원은 세계에서 선진 화장실 문화를 이끈 지역으로 명성이 높다. 그런데 경기도의 학교들 가운데 아직도 화변기(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보는 변기)가 남아있는 학교가 무려 4분의 3이나 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부 아이들은 학교에서 용변을 보지 못해서 억지로 참아야 하는 고통까지 받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하루빨리 전면 개선해야 한다. 아이들의 기억과 자존심에 더 이상 멍이 들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무소속 김남국 의원실 등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지역 전체 학교 2526곳 중 아직도 화변기가 설치된 학교가 75%(1896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화변기 설치 비율이 50%가 넘는 학교는 160곳이며, 80% 이상인 학교도 9곳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성의 한 초등학교는 무려 92.5%, 부천의 한 고등학교는 88.7%에 달한다니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화변기가 하나도 없는 학교는 630곳으로 파악됐다. 다만 전체 변기 중 화변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경기도가 전국 평균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학교 화장실의 화변기 비율은 19%인데 비해 경기도는 18.2%였다. 전국의 광역시도 가운데는 학교 화장실 화변기 비율은 경남이 32.6%로 가장 높았고, 관광지인 제주도가 0.2%로 가장 낮았다. 서울의 초중고에도 화변기가 아직 1만6000개 이상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1307곳 초중고에 설치된 총 11만3882개의 변기 중 화변기는 1만6662개(14.6%)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화변기 설치 비중이 서울 평균보다 낮았지만, 강북 지역은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도청소재지인 수원은 세계의 화장실 문화 혁신의 아이콘이 되다시피 한 도시다. 남보다 앞선 생각으로 향토 사랑을 실천해온, 1·2대 민선 수원시장이었던 고 심재덕 시장의 빛나는 업적이다. 지역 내의 모든 공중화장실을 세계 최고의 화장실로 만들기 위한 ‘으뜸화장실 콘테스트’ 실시 등 수원시의 ‘세계 최고 화장실 만들기’ 운동은 선진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또 다른 시도였다. 화장실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분인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하여 30여 년간 살던 집을 허물고 변기 모양의 집을 짓고 사찰의 해우소를 본따 해우재(解憂齋)라고 이름 지은 일은 유명한 일화다. 한국화장실협회와 세계화장실협회 본부가 소재하는 도시 수원특례시의 이재준 시장은 현재 세계화장실협회(WTA) 회장을 맡고 있다. 심재덕 시장 같은 분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은 세계 으뜸 수준으로 올라섰다. 고속도로 휴게소, 어린이놀이터 할 것 없이 전국의 공중화장실은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변화를 이뤘다. 공중화장실은 그 사회의 경제 수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위생 및 교육 수준과도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을 비교할 이유란 전혀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모범이 돼야 할 경기도의 학교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대책을 찾아내고 개선해내야 할 것이다.
잠깐 시계를 2018년으로 돌려 보자. 4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함께 걷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6월 싱가포르에서의 트럼프-김정은의 역사적 만남, 9월에는 문-김의 평양시내 카퍼레이드와 능라도 5.1경기장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모습, 다음 날 백두산 정상에서 두 정상이 함께 손을 쳐드는 감격, 우리는 잠깐이나마 남북통일이 꿈이 아닌 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 이상하게 꼬여 가는 북미관계를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다, 이듬 해 2월 하노이로 향하는 열차 속의 김정은 위원장을 보며 다시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그래도 그 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ㆍ북ㆍ미 세 정상의 깜짝 회동에 다시 희망을 불 태웠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의 실천을 위한 후속 북미실무접촉을 갖..
짐작은 했지만, 우리 사회의 우울증 확산이 예상보다 심각하네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5년간(2018∼2022년) 우울증 진료 인원 현황’ 통계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는 모두 100만744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군요. 2018년에는 75만2천976명이었으니 불과 5년 사이에 32.9%나 증가했다는 얘기에요. 최근 확산하고 있는 온갖 사회병리적 현상은 이런 변화와 과연 무관할까요? 사실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 문화의 악영향 중에 가장 고약한 것은 바로 조울증(躁鬱症) 조장이죠. 창작이라는 명분으로 양산되는 온갖 자극적인 유흥들, 특히 전자기술과 연계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수많은 오락이 거의 그렇잖아요. 인간의 희노애락을 극단적으로 충동하는 창작물일수록 흥행이 보장되는 시대에 1년 열두 달 하루 24시간 사뭇 인간의 오감을 뒤흔드는 문화가 범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조울증은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양극성 장애’라고도 해요. 이 증상은 대략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증상의 조증 삽화(Manic Episode)를 보이죠. 조증 삽화기의 환자는 대체로 기분이 고양되어 있으나 사소한 일에 분노를 일으키고 과격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하죠. 그러다가 충동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서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며, 세상사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돼 복잡한 망상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이 망상이 심해지면, 요즘 우리가 끔찍하게 겪고 있는 ‘묻지마살인’ 같은 참혹한 범죄의 원인으로 작동하기도 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우울증의 폭증과 관련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만 같아요. 물론, 전문가들은 조증을 품행장애나 조현병(정신 분열)으로 오진해선 안 된다는 충고를 내놓고 있긴 해요. 그래도 극한 기쁨과 슬픔을 뒤흔들면서 인간의 감정을 난도질하는 문화적 자극의 범람을 마냥 괜찮다고만 여기는 것은 결코 슬기롭지 못하다는 판단이에요. 대문을 열고 나서면 길거리에서, 문을 닫으면 사이버 세상에서 마구 번지는 자극물들을 그냥 둔 채로 인류의 미래가 무사 무탈하리라고 믿는 이 맹신은 참으로 심각한 어리석음 아닐까요. 영화, 인터넷 게임 등을 구분할 것도 없이, 마약마저 횡행하는 폭력물과 자극물이 넘치는 사회를 방치한 채로 사람들이 맨정신을 유지하며 살기를 바라는 시스템은 분명히 잘못된 거 아닌가요? 이 험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알아서’ 정서 관리를 하고 제정신을 가누고 생존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라고도 무책임한 거예요. 인간의 평온한 정서를 부수는 극단적인 자극들을 제거하는 일에 이제는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거대한 ‘조울’ 병동으로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걱정이 정말 많아지는 요즘이네요.
여야의 대결정치에 대해 국민의 실망과 걱정이 크다.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1년 5개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진정성 있는 대화 시도조차 한번도 없었다는 것에 국민들은 걱정을 넘어 절망을 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의 대결정치는 아마도 문민정부 이후 최장기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조정하는 것에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의 정치는 경쟁과 타협이라는 두바퀴가 원활히 굴러가야 한다. 윤석렬 정부 출범 이후 한국정치는 정치의 본령이 실종됐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여론이다. 민생의 최종 책임자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고, 일체의 대화를 단절해 놓고 있다. 야당 또한 자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고, 당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