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아보는 정보와 이슈는 거의 대부분 한 가지로 수렴된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언론 분야도 마찬가지다. AI가 저널리즘 도구로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부터 AI에게 위협받는 언론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까지 다양한 얘기가 펼쳐지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 정확하게는 웹이 언론에 가져다준 변화보다 더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전 변화가 뉴스 유통에 집중돼 있다면, 이번은 뉴스 생산이다. 언론사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AI는 벌써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AI로 만든 콘텐츠로 인한 오보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AI 이용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AI를 온전히 도구로 활용해 생산한 뉴스도 안심할 수 없다. 개발 단계에서 개발자가 의식하지 못했던 또는 걸러내지 못했던 편향이나 차별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AI가 정확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만들어내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폐해가 크다.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수준의 AI에서 인간이 검증할 수 있는 영역은 많지 않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AI 기술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AI 윤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제기구나 각국은 물론이고 빅테크를 비롯한 IT기업도 AI 윤리 원칙이나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칙이 있는데, 공통적인 것은 대체로 인간중심성, 개인정보보호성, 안전성, 책임성, 공성성, 신뢰성, 투명성 등이다. 특히 최근 가장 강조되는 원칙은 인간중심성이다.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인간의 윤리의식과 도덕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윤리의식과 도덕적 판단은 결국 인권 보호와 관련 있기에, AI 개발과 활용에서 인권 보호를 첫 번째 목적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언론의 AI 윤리 역시 인간중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가 작년 12월 발표한 ‘인터넷신문의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에서 첫 번째는 ‘인간 중심’이다. “인공지능은 언론인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 제작과정에서 보완적인 수단으로서 활용되어야 한다. 즉, 인공지능 기술은 언론인의 관리․감독 하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작년 11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AI와 저널리즘에 대한 파리 헌장’(The Paris Charter on AI and Journalism)에서도 부각된 것은 인간중심의 윤리다. “언론매체와 언론인이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은 언론윤리를 따라야 한다.”가 첫 번째 원칙이고, “언론매체는 인간 판단을 우선시해야 한다.”가 두 번째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 언론 현장에서 강조되는 것은 인간 언론인의 역할과 언론윤리다. AI가 언론인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사라진 것을 방증한다고 안도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저널리즘의 AI 활용을 장밋빛으로 전망하기에는 언론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언론인이나 언론매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집중되는 곳은 결국 윤리의식과 도덕적 판단이다. AI 시대에도 언론윤리 회복을 통한 저널리즘 복원을 말할 수밖에 없다.
수원화성 축성이 끝난 지 228년 만인 2024년 11월 23일, 그들의 이름이 불려졌다.(경기신문 25일자 7면, ‘수원화성 축성 장인 정신 기리며…위패 봉안 문화제 성료’) ‘이자근노미’ ‘노차돌’ ‘김개노미’ ‘전광세’ ‘쇠고치’…수원화성 축성 당시 목수, 석수, 미장이, 와벽장이, 대장장이, 개와장이, 화공, 톱장이로 일했던 민초 장인(匠人)들의 이름이다. 많은 수의 장인들은 이름이 없이 ‘큰놈(大老味)’ ‘50에 낳은 애(五十童)’, ‘기다란 녀석(麒麟金)’ 등으로 장인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름이 없었기에 화성 축성현장에서 등재된 이름이 많았을 것이라고 화성연구자들은 추정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는 화성 성역 모든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화성성역의궤’엔 이 역사적인 공역에 참여한 장인 1821명과 함께 화성성역소의 관리직 376명 등 2197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1796년 화성축성이 완료된 지 22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관광명소가 되어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지만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에 (사)화성연구회가 나섰다. 화성연구회는 1997년 12월 ‘누구보다 화성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창립한 단체다. 역사학자, 언론인, 화가, 사업가, 사진작가, 교사, 교수, 건축전문가, 문인, 전통무예연구가, 연극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화성 바로알기 강좌’, ‘국가유산 모니터링’, ‘유산 지킴이’ 등 화성 바로 알리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화성의 사당인 성신사 터를 조사, 푯말을 세우고 고유제를 지내면서 수원시에 복원을 건의, 성신사 복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정기학술회의와 화성 관련 자료 발굴과 연구 등 그간의 발표를 통해 축적한 논문과 자료는 화성의 바람직한 보전과 화성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문화재의 보존·관리, 학술·연구, 봉사·활용 등 각 분야의 뛰어난 공적을 인정받아 2007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국 문화재 지킴이대회도 두 차례나 개최했다. 화성축성의 최고 공로자이지만 그 이름이 잊혀진 것을 안타깝게 여긴 전 화성연구회 이사장인 김충영 서각가가 이들의 이름을 명패에 새기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원화성 축성 장인(匠人) 명패 봉안문화제’를 열게 된 것이다. 화성연구회가 나서자 대한불교 (재)선학원 팔달사와 수원시상인연합회가 뜻을 같이 했다. 그리하여 지난 23일 잊혀진 장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넋을 기리는 이색적인 행사를 열었다. 팔달산에 있는 성신사에서 고유의식을 행한 뒤 화성행궁 화령전으로 내려와 정조대왕에게 고하고 명패를 앞세워 공방길을 거쳐 팔달사까지 취타대와 함께 거리행진을 했다. 팔달사에서는 봉안문화제가 열렸다. 장엄했다. 김우영 시인의 시 ‘그대들 비록 그 자리에 초대받지 못하였으나’ 낭독에 이어 팔달사에서 마련한 바라춤 공연과 장인들의 안식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 의식이 이어졌다.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은 “화성이 있음으로 오늘날 수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가 됐고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됐다”면서 “수원화성 축성 장인(匠人) 명패 봉안문화제는 화성을 만든 장인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후세에 전해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각소 팔달사 주지스님의 이야기도 수원시가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스님은 “명패 관리에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한 뒤, “수원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원시가 이분들의 명패를 모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뜻이다. 화성축성 장인들의 명패를 모실 수 있는 건물이 필요하다. 지금은 명패 수가 적기 때문에 임시로 팔달사 용화전에 모셨지만 앞으로 500개, 1000개, 2000개가 넘는다면 별도의 기념관이 필요한 것이다. 이들의 아름답고 절실한 소망이 결실을 맺기 바란다.
할머니들이 만학도로 글을 배워 졸업식을 하는 뉴스를 가끔 보게 된다. 여식이 글을 배워 뭐 하겠냐는 부친 말씀에, 전쟁으로 인한 난리 통에, 헐벗고 못살았던 시절 탓에 글을 배우지 못한 채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가족 뒷바라지에 자식 다 키우고서야 학교를 다니시며 드디어 글을 깨쳤을 때, 세상이 달라 보이는 그 감격은 또 어떠했을까. 이제는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결정하실 수 있게 된 것이다. 2022년 11월 30일 등장한 챗GPT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이 차원이 다른 새로운 변화를 맞게 하였다. 오픈AI의 챗GPT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의 일종이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대체하여 특정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것인데 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이란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채 2년도 되지 않은 동안 챗GPT는 GPT-4, GPT-4터보에 이어 GPT-4o까지 세 차례나 성능을 올리며, 텍스트,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정보를 함께 처리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이 되었다. 딥러닝 기술과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생성형 AI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서를 작성해줄 뿐만 아니라 디자인, 광고, 예술 등 영역에서 창작 활동도 펼치게 되었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도와주는 이런 AI비서를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난 13일부터 3일간 열린 ‘2024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서도 AI가 실생활과 행정에 적용된 사례에 관심이 쏟아졌다. 민간기업,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131개 기관이 부스를 열었는데, 행정안전부의 ‘AI행정비서’, 특허청의 ‘AI기반 특허심사·심판시스템’, 공주시의 ‘드론을 이용한 배송서비스’ 등이 주목을 받았고, 환경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를 활용한 홍수 안전망 구축’이 대상으로 뽑혔다. 이는 AI를 활용해 하천 수위 변동을 빠르게 예측하고, 운전자가 홍수 특보 발령 지점에 진입하면 내비게이션으로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AI는 이렇게 우리 삶에 스며들어, 우리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빛미디어 의장이었던 박태웅은 인공지능 분야의 급속한 변화에 맞서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자 「박태웅의 AI 강의」(2023)를 출간했는데, 그 개정증보판을 1년 만에 다시 낸 것을 보면 AI 분야는 정말 급변하고 있다. 리터러시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글을 알지 못해 힘들고 서러웠던 것처럼, 이제 AI를 모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말, ‘AI 리터러시’란 우선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알고, 그리고 인공지능을 잘 이용하며, 그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 하겠다. 내년 신학기 AI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학습 능력에 따른 디지털 기반의 교과서로 맞춤형 교육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며,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더 떨어지고, 집중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입장이다. 이제 교실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교육이 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다. 박태웅은 그의 저서에서, 지금까지 도구는 “쓰는” 것이었는데, 인공지능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일 할 때 가장 큰 효용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AI와 “함께” 하려면 먼저 AI가 무엇인지를 기술적, 과학적, 인문학적으로 알아가는 ‘AI 리터러시’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삶은 B와 D 사이의 C”라고 했다. 여기서 B는 탄생(Birth), D는 죽음(Death), 그리고 C는 선택(Choice)을 의미한다. 삶은 이 간결한 언어유희처럼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날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때로는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선택 이후의 우리의 태도와 노력이다. 물론 선택의 결과가 언제나 만족스럽거나 이상적일 수는 없다. 어떤 선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았음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나간 선택을 두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며 상상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고, 또 그 대안이 더 나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선택한 길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다. 선택을 했다면,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삶에는 종종 자의가 아닌 선택도 존재한다.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찾아오는 경우다. 의무적으로, 혹은 외부의 압력으로 시작된 선택에는 흔히 부정적인 감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우리의 성장을 결정짓는다. 자의적이지 않은 선택에도 "그래도 잘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은 성숙한 어른이 가져야 할 자세다. 그리고 놀랍게도, 시간이 흐르면 그런 비자발적 선택이 우리 삶에 유익한 경험이나 발전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배우로서 이런 경험을 한다. 올해 감사하게도 많은 작품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지만, 동시에 여러 일정을 조율하며 포기해야 했던 작업들도 있었다. 선택한 작품에 전념하면서도 종종 놓친 기회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느끼는 것은,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했느냐"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일을 해냈느냐"라는 것이다. 주어진 역할이나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는 언제나 생각보다 긍정적이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 혹은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루었느냐가 아니고 그것보다는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선택할 때 그 일이 성공적일지, 옳은 일인지 고민하기보다, 그 일을 어떤 태도로 해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결국, 선택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만, 마음가짐은 그 방향을 빛나게 만든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결과는 불확실하고, 때로는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 이후의 태도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삶의 질은 그만큼 더 높아질 것이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삶은 죽기 전까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선택이라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가짐을 정하는 것이다. 선택은 불완전할 수 있지만, 우리의 태도는 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올해 2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중 20대 이하(10·20대) 신규 채용 일자리가 전년 대비 201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로 나타났다. 인구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청년 신규 일자리 감소는 지나치게 급격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사회적 안정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 절벽 심화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상황을 반전시킬 적극적인 정책 투입이 절실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중 20대 이하(10·20대) 신규 채용 일자리는 145만 4000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만 6000개(-8.6%)나 감소한 것이다. 신규 채용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20대 이하 임금 근로 일자리는 305만 9000개로 1년 전(319만 2000개) 대비 13만 4000개나 줄었다. 이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다. 내수와 직결된 도소매업의 경우 코로나19 때보다 청년 새 일자리가 더 적었다. 제조업과 건설업, 숙박음식점업 등에서도 감소세를 보였다. 제조업의 20대 이하 신규 채용은 지난해 2분기 27만 8000개에서 올해 2분기 25만 6000개로 감소했다. 건설업에서도 같은 기간 9만 9000개에서 8만 9000개로 줄었다. 도매 및 소매업은 22만 1000개에서 20만 6000개로 줄어 역대 최소를 기록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도 22만 7000개에서 21만 7000개로 줄어들어 감소 전환했다. 30대에서도 신규 채용 감소 추세는 유사하게 나타났다. 올해 2분기 30대 임금 근로 일자리는 신규 채용 일자리는 107만 개로서, 지난해 동기(113만 5000개)보다 감소했다. 올해 2분기 15∼29세 청년층 인구는 817만 4000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4만 1000명 감소했다. 경제활동인구는 12만 9000명(-3.1%), 취업자는 13만 7000명(-3.5%) 각각 줄었다. 20대 이하 임금 근로 신규 채용 일자리 감소율은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8.6%였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젊은 세대는 교육을 마치고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에 많은 압력과 고민을 겪는다. 그러나 실제로 일자리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청년들은 안정적이고 보장된 일자리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맞닥트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높은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을 든다. 예를 들어,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경제활동참가율과 더불어 사회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젊은 세대가 직업을 찾는 데 더 유리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 반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것은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적고, 구직과 창업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안정적이고 보장된 일자리를 갖게 되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계수입의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를 활성화해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와 우울감, 불안감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사회적인 갈등과 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청년 일자리가 넘쳐나는 사회를 구축해야 할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지금처럼 신규 청년 일자리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현상은 국가 경제의 비상 국면을 암시하는 지표다. 청년이 일할 자리를 새롭게 생성하지 못하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을 것인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기업, 사회 전반에 걸쳐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으뜸 책무다. 청년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 각성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테의 ‘신곡’은 인간이 벌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이 총집결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옥편(地獄篇)에서는 이 세상에서 지은 죄로 인해 각종 벌을 받는 영혼의 군상들이 얼마나 엽기적인 고통과 공포에 빠지는지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제3 지옥에서는 탐욕과 분노의 죄를 지은 이들이 눈과 비와 우박이 저주처럼 줄기차게 쏟아져, 어둡고 악취가 나는 더러운 진흙의 늪에서 고통을 당한다. 머리가 셋이나 달리고 꼬리가 뱀의 형상을 한 괴물 첼베로스가 그 지옥을 벗어나려는 탐욕의 망령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씹어 삼킨다. 탐욕이란 악마와 악취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그럴수록 헤어날 수 없는 것, 벗어나려고 할 때는 이미 끔찍한 파멸의 죽음을 만나는 것, 탐욕과 분노의 속성이 지옥의 벌로 현신해 있는 것이다. 제4 지옥은 인색한 자와 방탕한 망령이 벌을 받는 곳이다. 수많은 무리들이 세찬 물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떠내려가며 고함을 질러대고 우글거리는데, 그 험한 지옥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색했던 망령들과 방탕했던 망령들이 두 패로 나뉘어 무거운 금화 주머니를 가슴으로 굴려서 옮기는 일을 무한정 반복하며 서로 욕하고 싸운다. 인색함과 방탕함이 모두 돈의 노예가 됨으로 인해서 생기는 죄임을 이 벌이 입증한다. 또 어느 지옥에서는 몸뚱이가 여러 갈래로 찢어진 망령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 격렬하게 싸우는 벌을 받는다. 마호메트의 망령도 이 지옥에 와 있다.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몸이 찢어져 있고, 내장까지 갈기갈기 찢어져 덜렁거린다. 이 지옥에서는 온갖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죄를 지은 망령들이 고통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찢어지고 갈라지고 쪼개어진 육신을 갖고 다닌다. 어떤 망령은 목 없는 몸뚱이로 나타나서 무한정 걸어간다. 자신의 떨어진 머리채를 초롱불인 양 높이 들고 걸어간다. 재판에서 위증한 사람들의 벌도 가혹하다. 격노에 가득 차서 서로 물어뜯으며 싸우도록 한다. 위조한 사람들에 대한 벌도 무섭다. 연금술사라고 속여서 금화를 위조했던 망령들은 페스트나 문둥병에 걸려 고통받도록 한다. 신곡에서 보여주는 가장 깊은 지옥은 ‘배반의 죄’를 지은 망령들이 있는 곳이다. 신을 배반하고 악마 편으로 가 버린 ‘타락한 천사들, 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 시저를 암살한 브루투스 등이 모두 이 지옥에 있다. 차가운 얼음 옷에 갇혀서 고통받으며 거인 악마 루시펠에게 무참하게 뜯어 먹힌다. 이런 벌은 일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계속된다. 죄는 인간의 조건인가. 인간은 죄에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가. 벌로써 죄를 씻어낼 수 있는가. 단테가 오늘의 세계를 보고, 침략 전쟁을 일으킨 자들의 죄에 대한 벌을 형용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만 걸고, 권력 다툼 싸움질만 해대고 거짓말만 하는 정치꾼들을 죄주는 형벌을 그렸다면 어떻게 했을까. 벌을 상상하며 죄를 피하려는 상상력조차도 사라진 것 같은 세상이다.
소설 (빨간 머리앤)에서 앤은 마차를 타고 가면서 처음 본 아름다운 호수의 이름을 듣고 메슈에게 "어머나 그 이름도 어울리지 않아요. 나라면 뭐라 할까. 빛나는 호수라고 부르겠어요. 네, 참 잘 어울려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보면 알수 있어요. 나는 잘 어울리는 이름을 찾아내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든요. 아저씨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메슈는 "글쎄다. 아 오이묘판을 뒤집을 때 나오는 징그러운 하얀 구더기를 보면 언제나 그런 기분이 들더구나. 그 모양이 아주 싫거든..“하고 대답한다. 앤과 매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여러 감정들, 사랑에 빠지는 설레임, 환희, 혹은 막연한 불안감, 두려움으로 두근거릴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두근거림은 일상의 감정의 표현을 넘어,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도 있다. 두근거림은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거나 불규칙해서 발생하는데 신체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같은 질환은 두근거림을 동반 할 수 있다. 카페인 과다 섭취, 약물 부작용, 갑상선 기능 이상, 자율신경실조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불안장애, 공황 발작 등은 모두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직장 스트레스, 경제적 압박, 대인 관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리적 두근거림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두근거림을 느낄 때, 몇 가지 대처 방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먼저, 심호흡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깊고 천천히 숨을 쉬면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 들이쉬는 숨보다 내쉬는 숨을 길게 쉬는 4-7-8 호흡과 같은 이완호흡은 더욱 더 깊은 이완을 유도한다. 자율훈련법이나 점진적 근육이완요법 요가와 명상 같은 이완 기법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해결가능한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그렇지 않다면 피하거나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커피, 에너지 드링크 등의 음료는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음료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알콜은 부정맥의 상황을 악화시키므로 과음을 줄이고 증상이 지속되면 금주를 권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심장과 자율신경계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생활습관의 변화에도 두근거림이 지속되거나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면, 심전도, 혈액검사, 심리적 검진 등을 통해서 원인에 대한 확인하고 이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이렇게 일상에서의 감정뿐만아니라 혹은 신체 혹은 심리적인 이상에서 두근거림이 발생하는데 이것들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상호 작용 한다. 인간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뇌와 오장육부 모두 하나와 같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동시에 인간의 몸과 마음은 환경과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고 밀접히 영향을 받는다. 병리적인 두근거림의 원인은 대개는 하나이기보다는 몸과 마음 환경의 복합적인 조건이 직조되어 발생한다. 그렇기에 치유는 몸과 마음 전체에 나타나는 패턴을 파악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효과적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숱한 한국인들이 강제로 끌려가 희생당한 일본 ‘사도광산’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또다시 일본에 뒤통수를 맞았다. 일본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희생자들을 위해 매년 추도식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당연히 참혹한 피해의 당사국인 한국의 입장이 존중되는 추도식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본이 상식을 보란 듯이 깼음에도 우리 외교당국은 갈팡질팡하면서 나라의 자존심을 구겼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무려 1500여 명의 조선인이 끌려가 처참한 강제노역을 당했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다. 일본 정부는 2010년 이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나 한국 정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조선인 강제 노역 전시물 설치’ 등을 약속하고 지난 7월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의 전원 동의를 얻어냈다. 일본은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추도식 개최도 약속했다. 그러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구미의 기계화에 견줄 일본 독자 기술의 정수”라며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환영하는 입장문을 내면서도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강제노동’ 문구 대신에 당시의 생활상을 설명하는 것에 양해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진위는 아직 가려지지 않고 있다. 추도식 개최는 국가 간 약속임에도 일본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전시물에 ‘강제’ 표현이 없는 데다가 추도식 명칭도 누구를 추모하는지조차 모호한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했다. 그야말로 어물쩍 형식적인 ‘추도식’을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누가 보더라도 일본 정부의 진정성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일본 정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일본 대표로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료하게 드러났다. 추도사 내용을 두고 일본과의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우리 외교부는 결국 추도식 하루 전날인 지난 23일에서야 ‘보이콧’을 결정했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나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개최한 추도식에 우리 정부와 강제노동 피해자 유족들은 끝내 불참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추도사에서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며 “종전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아무리 다시 읽어도 ‘강제 노역’의 진실이 명시되거나 ‘사과’의 뜻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잔혹하게 끌려와 희생된 조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는커녕 왜 희생됐는지에 대한 성격 규명조차 없이 노동자들의 영혼을 뒤섞어 두루뭉술 애도의 뜻을 밝히는 ‘쇼’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애초 한국인을 추도할 뜻이 없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추도식’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 간사한 말로 던진 속임수임이 분명하다. 분통이 터지는 건 질질 끌려가는 인상을 주는 우리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도 희생자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센터를 현장이 아닌 도쿄에 세우고 강제성도 부인해 약속을 어긴 바 있다. 연거푸 뒤통수를 얻어맞는 외교부의 무능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나. 윤석열 정부가 실용적 접근을 통해 최악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의 회복을 위해 애쓴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선의만 믿고 막연한 기대에 의지하는 듯한 어리숙한 외교에는 실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외교는 더 이상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이 물컵의 반을 채워 화답할 것’이라더니 그런 날은 대체 언제 오나.
허위정보가 아니라면 머스크는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의 수장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머스크가 비벡 라마스와니와 함께 과도한 정부 지출은 줄이고, 비대한 정부 조직은 구조조정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효율성에 대한 머스크의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X가 아직 트위터였을 때, 트위터의 지출 내역이 정리된 스프레드시트를 앞에 두고 직원들은 모든 항목 하나하나를 머스크에게 설명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예산 지출은 모두 삭감했고, 그의 결정에 반발하는 직원은 예산과 함께 해고당했다. 그는 예산을 ‘제로 베이스(zero base)’, 즉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예산을 덜 깎느니 많이 깎는 편을 택했다. 예산 삭감으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후 대응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고, 외부 협력사에게 지불하기로 약속된 대금도 치르지 않았다. 트위터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도 어려움을 겪었다. 서버 비용을 줄이라며 새크라멘토 서버 연결을 끊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이 잇따랐다. 정부효율부가 정부 예산을 원점 재검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단, 머스크는 의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트위터의 지출 삭감과 정부 예산 삭감은 결코 같지 않다. 정부 예산은 정치적 합의의 결과다. 그의 ‘효율성’은 국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예산 삭감은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쳐 정책적 수혜 집단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예산의 수혜 집단이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머스크의 ‘효율성’은 의회, 궁극적으로 유권자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 정부 예산이 원점에서 검토되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 예산의 편성 과정은 점증주의로 흔히 설명된다. 점증주의는 정부 예산이 전년도 예산에 근거해 좁은 범위 내에서 증감하는 현상으로, 정책 결정자의 인지 자원이 제한된 결과로 자주 해석된다. 그러나 점증주의의 묘미는 예산을 검토하고 숙의하는 과정에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년도 예산은 사회가 예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이 된다. 일견 점증주의는 쇄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과거에 선호했던 것이 과연 지금도 선호할만한지 점검하는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알기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예산을 통으로 삭감하는 것은 민주적 합의의 가능성을 줄인다. 머스크는 X에 미국에 428개의 연방 기구가 있으나, 99개면 충분하다고 포스팅했다. 그의 살생부가 도대체 누구를 위하며, 어떤 설득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그 와중에 머스크가 수장이 될 새로운 정부 부서의 이름은 그가 아버지를 자처하는 ‘도지 코인’과 발음이 같고, 11월 5일 미국 대선 이후 일주일 만에 도지 코인의 가격은 약 197% 상승했으며, 그의 순자산은 이제 3,2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지금 혼탁(混濁)한 시대를 살고 있다. 신문·방송·영화·SNS 할 것 없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거친 말과 혐오 표현이 난무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들 살림살이가 어렵다 보니 인심(人心)이 각박해진 것은 아닐까. “일정한 생업을 갖지 못하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無恒産無恒心)”는 맹자(孟子)의 말이 예나 지금이나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속담에도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가정·조직·기업·국가·세계 어느 곳 하나 민생(民生)이 넉넉하지 않고 미래가 불안하면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내부 분위기가 좋을 때는 별다른 탈이 생기지 않는다. 기초 체력이 있거나 어느 정도의 내성(耐性)이 있는 사람은 약간 상한 음식도 너끈히 소화해내는 이치와 같다. 그러나 국가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제때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더 큰 분열과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국가공동체나 민족공동체의 뿌리 자체를 송두리째 뽑아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어느 시대든 내치(內治)의 근본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공동체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자주 강조되던 국론 통합도 점점 더 쉽지 않다. 대한민국과 한민족공동체의 미래와 직결된 통일문제일수록 논쟁과 대립 대신 대화와 타협, 협상과 설득,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와 공감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하고 막연히 미래를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끝까지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3·1운동(1919)에서 크나큰 교훈을 얻었다. 독립선언서(獨立宣言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의 입장이나 지식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선언서에 담긴 대의명분(大義名分)이나 이념·가치들이 중요했겠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 목숨 걸고 자주독립 만세를 목놓아 외쳤던 민(民)의 입장이나 독립운동사의 관점에서 보면 공약삼장(公約三章)의 행동강령이 훨씬 더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우리 정부가 지난 광복절(2024) 경축사에서 선언한 ‘8·15통일독트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관련 부서의 입장이나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보면 3대 비전, 3대 추진전략, 7대 추진방안 등의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주민, 그리고 180개국에 뿌리내린 재외동포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동어반복적이다. 지금부터라도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8,500만 겨레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행동강령과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할 수 있는 실천규범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느냐, 국력은 어디까지 성장하느냐, 특히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한민족공동체는 어떤 형태로 변화·발전하느냐와 같은 물음들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에 활약한 재외동포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1878-1938)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온 국민이 똘똘 뭉쳐 힘을 길러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탐내는 나라가 많습니다. 첫째도 힘이고, 둘째도 힘입니다.”라고 강조했던 도산에게 민족의 독립은 군사·외교·재정·문화·식산·통합단결,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완성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민족공동체의 미래 역시 군사·외교·재정·문화·식산·통합단결,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의 민생과 내치를 여유롭고 조화롭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미래 대비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굳고 단단하고 튼튼하게 하는 머릿돌로서의 미래 개척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