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자연 체험을 하러 반 아이들과 양주에 있는 노고산에 다녀왔다. 체험학습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 처음 예약을 진행하던 시점엔 이미 비어있는 날짜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날짜 2개 중에 하나를 골랐다.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1학기 시작 전에 예약하리라 다짐했다. 상황이 반전된 건 학교에서 체험학습용 버스로 타고 다니던 전세 버스가 불법이 되면서부터다. 아이들이 타는 체험학습 버스 겉면에 노란색 랩핑이 되어 있어야 하고 안에는 어린이용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법이라고 했다. 전세버스를 타고 다니다 경찰이 단속하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면 졸지에 불법을 저지르게 되었다. 관련 기사가 뜨자마자 교사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교사가 불법을 저지를 수 없으니 체험학습을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많은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했다.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싶은 교사는 없을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에 체험학습 취소를 전달하면서 관련 문의는 경찰서로 하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역풍이 심해지자 단속을 내년으로 유예하겠다
수도권 A도시에서 영화관을 잠시 운영한 적이 있었다. 상영관이 8개인데다 오락실과 피자전문점 등도 직영이어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 때문인지 대표이사 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방객이 끊이지 않았다. 내방객 중 잊혀 지지 않는 부류는 단연코 투자 권유자들이다. 그들은 A4 용지 20~30쪽짜리 투자설명서를 들고 투자를 권유했다. 투자금은 1억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0억 여 원 규모였다. 그런데 공통점은 투자만 하면 별 위험부담도 없이 쉽게 거액을 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의 투자 제안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기일이 촉박했다. 귀하에게만 기회를 주는 고수익 보장 투자인 만큼 빨리 결정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했는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토록 좋은 투자는 자신들이나 친인척이 아닌 사람에게 기회가 올 리 만무하다는 판단이 섰다. 아무리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투기성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투자 권유서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교과서일 수 있다. 당시 벤처기업 창업으로 큰돈을 번 청년들에 대한 미담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유행
본지는 지난 6월 16일자 사설에서 민주당 혁신위원회에데 대해 비판과 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가 출마해서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것이 드러나고, 김남국의원 코인사건이 불거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민주당 혁신위에 대해 본지는 ‘무엇을 혁신하고, 어디까지 수술할 것인지’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한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또한 혁신 성공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음을 깨닫고 특권과 기득권에 갇힌 민주당에서 국민의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끝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혁신안은 내놓지 못했고, 위원장의 잇단 설화 등이 불거지면서 혁신위원원는 서둘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23일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강서구청장 보권선거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혁신위원회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자칫 실패한 민주당 혁신위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혁신위는 위원의 구성과 활동 범위, 안건과
총선이 임박한 모양이다. 선정성 공약이 널을 뛰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서울만큼 비대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또 서울을 키운단다. 서쪽으로 쭉 빠진 김포를 서울로 밀어 넣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인가? 국힘당은 ‘김포 서울 편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조경태의원을 임명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조의원이 토목공학박사 출신으로 도시 설계 등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분”이라며 “김포의 서울 편입 건의를 적극 검토함에 따라 선수도 비중 있게 높였다”라고 논평했다. 한 나라의 국토를 개편하는 데 급이 높은 ‘선수’ 운운하는 게 온당한가. 급 높은 선수를 등장시키면 급 낮은 담론이 금방 고질화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정치를 희화화해도 유분수다. 지금 세간에는 김포-서울 편입을 두고 특정 정당 편을 드는 논객들이 나와 도쿄와 파리를 팔고 있다. 이 도시들은 인근 도시를 편입해 비대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새해 벽두 프랑스는 그랑 파리(Grand Paris) 메트로폴을 구성했다. 이 권역에는 파리와 인근 도시 센-생-드니, 오-드-센, 발-드-마른 주와 아르장퇴유
BC 4세기,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는 디오니시오스 2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독재자였던 그는 절대 권력으로 휘하에는 꼼짝 못 하는 부하들과 호화스러운 궁전에는 값진 물건으로 가득했다.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이런 왕의 권력과 부가 늘 부러워했다. 어느 날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부탁했다. 왕처럼 하루만이라도 호사를 누려봤으면 좋겠다고.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모클레스는 드디어 하루 동안 왕 노릇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를 경배하는 부하들과 향기로운 술, 아름다운 여인, 흥겨운 음악. 모든 것이 완벽했다. 푹신한 방석에 앉아 오늘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우연히 천장을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카로운 칼이 단 한 가닥의 말총에 매달려서 그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미동 하나에도 검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달콤했던 술도, 음식도 더는 맛을 잃었고, 음악도 즐겁지 않았고 오로지 공포와 불안감만이 엄습했다. 넋 나간 표정의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오스 왕은 말했다. "그 칼에 뭘 그리 놀라나. 나는 매 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나라를 이끌며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인공관절 치환술 - 슬관절(무릎관절)’ 시행 건수는 매년 11월~1월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2022년 무릎인공관절 수술 건수를 살펴보면, 12월에12,937회를 기록하며 시행건수가 가장 적었던 9월 7,690회에 비해 68%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무릎 통증이 악화됐다며 외래를 찾은 환자들이 많아진다. 기온이 떨어지면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 및 혈관 등이 수축하고 무릎 관절 주변을 압박해 퇴행성관절염 증상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또, 추위를 피하고자 옷을 두껍게 입다 보니 동작이 둔해지고, 빙판길 미끄러짐 등으로 인해 무릎연골판 또는 인대에 외상을 입는경우가 많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지기도 해 겨울철 무릎 건강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특히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치유되기 힘들고 손상 범위가 커지며 상태도 점차 악화한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해서 모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단계별 치료법이 세분돼 있어 약물치료, 체외충격파 등의 보존적 치료부터 관절내시경 수술, 절골술, 인공관절 치환술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따라
‘미래를 마중하는 당신의 배려’ 지하철 어떤 좌석의 글, 시(詩) 구절 같은 비유다. 멋진가? 말과 글(다루는 일)이 직업인 사람도 갸우뚱하는 말이라면 보편성은, ‘꽝’일 터. 주위의 몇 사람에게 물었다. 미래를 마중한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아기 밴 여성을 위한 자리이니 앉지 마시오.’라야 했다. 공공(公共)의 언어에서 가장 보기 싫은, 저질스런 대목이 바로 저런 있는 체, 유식한 체다. 당신의 높은 교양과 일반의 수준을 착각하지 말 것. 말글은 뜻을 전하려고 있다. 혼자 ‘잘 썼다’며 자위하려는 따위의 글은 우리의 세금 낭비다. 실례되는 짐작이지만 십중팔구, 그 이상은 베낀 글이다. 표절 절도이니 정직성도 ‘꽝’일러라. ‘인문학’이란 단어 자주 본다. ‘인문학의 홍수’인가. 허나 인문학의 첫 계단인 문자(文字)와 문장(文章)을 밝고 확실하게 사용하는 대목은 ‘글쎄요’다. 옆에는 임신한 여성을 나타낸 듯한 추상적인 도안(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제목은 ‘임신부 배려석’이다. 그런데 열(10)에 넷(4) 이상은 ‘임산부 배려석’이다. 물었다. 임신부와 임산부는 같은가요? 글쎄요, 같겠지요, 몰라요, 오마 참 이상하다. 효과 얻으려면 임신부도 ‘아기 밴…
낙엽이 질 때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싶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매일 하던 운동들 접은 뒤 산길을 걸었다. 어느 덧 바람은 겨울바람 되어 피부를 자극했다. 세상이 좋아져 옛날 같이 쌀과 연탄걱정이야 덜었다고 하지만, 추위가 닥치면 습관처럼 자본주의에 허기진 서민층과 홀로 사는 사람, 고아원과 양로원 사람들 걱정이 앞선다. 젊은 시절, 태 자리를 뒤로하고 개척정신으로 이곳저곳 헤매며 죽지 않을 만큼 고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멍이 든 것은 젊은 영혼의 자존심이었다. 그때 만난 책이 『인생의 선용(善用)』이다. 이 책에서 읽은 한 문장 「행실이 사람을 성공시킨다.」는 것. 이것이 내 가슴 근육을 굳건하게 해 주었다. 홀로 살아가며 어찌 서러움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내가 당하고 겪은 만큼 정신의 면역력이 생기고, 내적으로 강인한 실천력과 지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살고 있는 고장에서 아이들 낳아 교육시키며, 평생 우러를 스승을 만나 인문학적으로 보람 있는 삶을 일궈왔다. 덕분에 평생교육원이나 인재육성개발원에서 강의할 때는 ‘인생의 삼대(三大) 만남’을 유머 있게 말하면서 생각의 눈을 달리하도록 한다. 만남의 첫 번째는 부모와의…
31일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은 물론 수도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사실 ‘김포 서울 편입론’은 이날 처음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동안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남북 분도(分道)’를 주장해 왔다. 지난 5월부터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을 총선 전에 통과시켜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등 공론화에 나섰다. 이에 김포시는 서울 편입을 주장했다. 경기북도에 편입할 바엔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추석 무렵 김포시내엔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시을 당협위원장 이름의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의 생각도 이와 같았다. 이와 관련해 김포시는 경기도가 김포의 북도편입을 추진한다면 차라리 서울시가 낫다는 뜻이라며 당장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를 발표함으로써 공론화됐다. 어쨌거나 김포 서울 편입 움직임은 경기남·북도 분리를 추진 중인 경기도로선 매우 껄끄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김포 뿐 만 아니라 하남, 구리, 고양, 광명, 과천, 부천,
수도권 지자체장들의 대중교통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정책경쟁이 치열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먼저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 도입계획을 발표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도 ‘The(더) 경기패스’ 사업 도입계획을 밝혔다. 최근 유정복 시장은 “인천과 서울·경기는 같은 생활권이어서 3개 수도권 지자체가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경계를 넘나들며 잠자고 일하고 먹고 마시는 일을 함께하는 수도권의 교통정책은 단일화되는 게 맞다. 업적 다툼이 아닌 초당적 협조로 진정한 ‘지역민 사랑’을 실천해 보여야 할 것이다. 남다른 조정 능력으로 시내버스 총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내년 7월 대중교통 이용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The(더) 경기패스’ 사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민이 전국 어디서나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획기적인 정책이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대상 ‘K-패스’ 사업과 연계 추진하되, 경기도는 별도로 혜택을 더 준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서 서울시는 월 6만5,000원으로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도입계획을 발표했다. 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