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만에야 진묵이 삼매에서 돌아왔다. “아니, 너 제사지내러 간다더니 왜 그냥 돌아왔느냐?” “스님, 저 제사 지내고 오는 길입니다. 하루가 지났다구요.” “흠, 그랬나?” 능엄의 깊은 세계는 시간조차 끊어낸 모양이다. 어느 해 상운암에 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스님들이 모두 탁발 나간 사이 진묵은 선정에 들었다. 탁발을 끝낸 스님들이 한 달쯤 되어 돌아와보니 가부좌한 진묵의 얼굴과 옷자락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방 안에는 먼지가 가득하였다. 그 때에도 진묵은 ‘벌써들 돌아왔느냐?’고 말할 뿐이었다. 유 속에서 무를 보이고, 정(靜) 속에서 동(動)을 보인 경지다. 아무런 걸림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진묵이 어디서 누구를 스승으로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였는지, 깨달음은 언제 어떻게 이루었는지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다. 당시의 유학자인 봉곡 김동준과 시를 많이 주고받았다고 하는데 전하는 것은 다음의 시밖에 없다. 하늘을 덮고 산을 베고 / 땅에 누워서 / 달빛 켜고 흰구름 늘어놓고 / 바다를 마시네 / 취한 몸 일으켜 춤을 추나니 / 소맷자락이 곤륜산에 걸리지나…
“그림은 내게 도전이자 평생의 안식처” ‘얼핏 민화를 서양화로 번안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도상과 기복적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이를 현재의 자신의 실존적 차원과 연결짓고 있다.’(미술평론가 박영택, ‘조구희-현재에 환생한 민화이미지의 꿈’ 일부) 여기, 마흔하고도 세(三) 해를 더 산 남자가 있다. 그의 마흔은 어떤 느낌일까. 바로 민화를 주제로 작업해온 서양화가 조구희(43)씨의 이야기다. 마흔살은 어떤 나이일까. 가수 양희은씨는 ‘내 나이 마흔에는’이란 노래를 통해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라고 이야기하며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을 그리워했던가. 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모색해가는 시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인사동 ‘꿈 갤러리’에서 6번째 개인전을 갖는 서양화가 조구희씨를 최근 수원 캐슬호텔에서 만났다. 조씨는 “나이 마흔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변화를 주는 시기”라며 “조급함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입을 띄었다.…
“레저시설의 혁신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최고의 레저시설을 만들어 부천시민은 물론 경인지역의 레저문화를 추구해 나가겠습니다.” (주)이도랜드 도규영(45)회장은 “지역 주민들과 더 나가 외국인들에게도 부천 ‘타이거월드’를 널리 알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 회장은 최고의 레저시설을 자랑하는 타이거월드를 부천에 문을 연 배경에 대해 지역특성상 부천시는 인천, 서울, 김포등 연계도시의 중심에 서있으며 현재 위치하고 있는 상동일원이 원활한 교통흐름은 물론 부지 특성상 레저시설을 구축하는데 최고의 요지로 지목받아온 만큼 부천시민과 인천, 서울 등 수도권 시민들이 레저를 줄기기 위한 가장 적합한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스톱 테마파크’로 레저문화 혁신 도규영 회장은 금융계에 오랫 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성실과 약속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는 “모든 일을 진행함에 있어 성실함이 뒤 따라야 성과를 거둘수 있고 또 신뢰받을수 있으며 그러한 성실을 바탕으로 사업가로서 바로설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요 태능은 불안(佛眼)으로 본 세계를 열심히 시로 나타내던 중 1949년 음력 11월 21일, 열반에 들기로 선언했다. 그의 열반에 대한 이해는 다음의 시에서 표현되기도 했다. 속(俗)을 알고 진(眞)을 밝히고 / 또 중(中)도 뛰어나 / 하늘과 땅을 모두 거두어 / 가슴 속에 접었다 / 몸을 바꿔 삼천리 밖에 팔을 받치고 / 달밤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 누워서 듣는다. 소요는 대중들에게 열반에 대한 법문을 마치고 붓을 들어 임종게를 썼다. 해탈도 해탈이 아닌데 / 열반이 어찌 고향이랴 / 날 선 칼빛이 번쩍거리니 / 입을 놀리면 한 칼 맞으리. 법랍 88세로 이 대시인은 세상을 뛰어넘었다. 서산의 제자 중에서 태능은 편양(鞭羊)과 함께 큰제자로 추앙됐으며 뒤에 태능의 문하가 일파를 이루자 이들을 소요파(逍遙派)라고 불렀다. <유적고(遺蹟攷)>에는 당시에 구전되던 진묵의 일화 열일곱 가지가 실려 있다. 초의(草衣)에 의해 글로 정리되기까지 약 이백 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흘러다니던 진묵의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 전설적인 인물, 진묵에 관한 일화 몇 가지를 들어본다. 혹시라도 깨달음의 흔적이 묻어 있는지 살필 일이다. 진묵이 어느 해
찬우물(冷井)이 있던 자리에 학교가 세워져 냉정이라는 교명이 붙게 된 ‘냉정초등학교(교장 유광석).’ 교명만 들어서는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이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의 관심은 냉정의 반대 편 열정에 달해 있는 학교가 냉정초교다. 지난 1996년에 개교한 냉정초교는 45개의 학급에 1천705명의 아이들, 79명의 교사들이 함께 지내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냉정초교의 가장 큰 자랑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토대 아래 전통예술교육 체험활동의 기회를 제공, ‘찬우물패’를 조직·운영해 경기도 특성화 학교로 지정받은 것이다. 이밖에 경기도교육청 지정 자율장학 모델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성화 된 교육정책으로 비상의 날개짓을 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냉정초교를 찾아 학교의 특화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공장의 기계소리가 끝이지 않는 시화공단과 아파트 숲 속에 싸인 시화 신도시 한 가운데 어린이들이 풍물의 멋과 신명남을 이어가고 있다. 꽹과리와 장구, 북과 징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어울림과 흥겨움이 묻어나는 시흥시 냉정초교의 풍물부 &l
태능은 이후 남쪽 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선지식들을 찾아 친견했는데, 그런 중에 해인사의 부휴에게 들어가 대장경(大藏經)을 배웠다. 그때는 임진왜란이 한창일 때였는데 명나라 장군 이여송(李如松)은 마침 해인사를 방문하여 소요를 만나보고는 “부휴 스님의 마구간에는 천리마가 많다”고 감탄했다고 전한다. 태능은 그뒤 휴정이 묘향산에서 선풍(禪風)을 크게 진작시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그렇게 하여 휴정의 회상에서 3년여 선(禪)을 참구한 끝에 스승의 명에 따라 당(堂)을 열고 법화(法化)를 펴기 시작하는데, 이때 나이 불과 20이었다. 그때 휴정 스님으로부터 시 한 수를 받았다. 말하자면 참구하라고 내려준 공안(公案)이다.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 거품을 다 살라버려라 / 우스워라, 저기 저 소를 탄 사람 / 소를 타고서 소를 찾는구나. 인간지사 거품이지만, 그 거품을 없애려면 그림자 없는 나무를 구해다 불을 질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자 없는 나무가 없으니 태워야 할 거품도 없다는 것인가. 소요는 이 시를 앞에 놓고 열심히 참구했다. 이 시를 받은 인연에 대해 소요 자신은 이렇게 술회했다. “나는 스
지난 달 13일 수원지법은 하남시장이 제기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수리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제정 때부터 논란이 돼온 주민소환법이 부실 입법임을 확인하는 판결이었다. 판결문의 취지는 “서명부에 반드시 기재해야 할 청구 사유가 없고, 그 결과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할 유효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문제 제기는 판결보다 훨씬 앞선 입법 당시부터 입법학자인 한 노교수가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전기성 교수(69)다. 그는 그간 논문과 기고, 강의를 통해 이 법률의 폐지 또는 개정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주민소환법은 핵심 사항인 청구사유가 규정되지 않고 절차 사항만 규정한 절차법으로 마치 형법과 민법과 같은 실체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을 제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은 중대한 입법 미비는 법의 실효성이 문제되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한다”고 역설해 왔다. 그래서 그는 이 법을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급발진법’ 혹은 주민계층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갈등조
휴정은 한가한 몸으로 청산 백운 속에서 말년을 보냈다. 선조 37년(서기 1604년), 묘향산 원적암에 있으면서 1월 23일이 되자 목욕하고 새 옷을 갈아입더니 가마를 타고 묘향산에 있는 암자들을 두루 살피고 나서 대중에게 설법을 했다. 설법을 마친 휴정은 조실에 들어가서 자화상을 보면서 임종게를 그 뒷면에 적었다. 80년 전에는 이것이 나이더니 / 80년 후에는 내가 너로구나. 게송을 쓰고 나서 영정을 사명과 처영에게 전하라고 한 뒤 단정하게 앉아서 입적하였다. 향수 85세, 법랍 67세였다. 휴정의 법호 서산(西山)은 그가 주로 머물던 묘향산을 가리킨 말이다. 저서로는 <선가귀감(禪家龜鑑)>을 비롯한 수많은 선서가 있다. 문학(文學)은 과연 도(道)에 이를 수 있는가.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에서는 시경(詩經)을 앞세워 인간의 솔직한 정신세계를 그린 시를 매우 숭상하였다. 군자라면 시 한 수쯤은 써야 되는 것으로 알았고, 이러한 문화는 조선시대까지 내려와 시는 선비가 갖추어야 할 당연한 덕목쯤으로 인정받았다. 오죽하면 임진왜란 중에 일본 사신을 맞는 관리를 뽑는데 시를 잘하는 사람으로 뽑았을까. 그만큼 옛날 사람들은 시를 도의 무게와 크기를 잴 수
대통령 선거가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 왔다. 정치권의 모든 눈과 귀는 오직 대통령 선거에 쏠려있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치러지는 내년 4월의 18대 총선은 이 대선 결과에 따라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으로 이어지는 4개월은 그래서 ‘정치적 대격변기’라고 위정자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은 ‘탄핵 정국’ 속에 치러져 다소 유권자들의 판단을 다 흐리게 했다. 그러나 이번 양대 선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정국 전망을 가늠하기 어렵다. 본보는 대선 정국 속에 가려진 ‘총선 가도’를 이슈화함으로써 독자와 유권자들이 올바른 시각과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17대 총선에 당선돼 현재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경인지역 현역 의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지역 공약과 관련한 의정활동 평가, 내년 총선 출마 여부, 수도권정비계획법, 대선 전망 등을 진단한다. “시민이 살고 싶은 쾌적한 도시 건설” ▲ 차명진의원 (부천 소사) -출마당시 공약 이행 여부 및 평가. ▲당선 후 사흘만에 역곡역…
OECD 국가 중 자살증가율 2년 연속 1위. 하루 평균 33명 자살. 자살대국 일본을 제치고 ‘자살선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 1995년 인구 10만명당 11.8명에서 2000년 14.6명, 2005년 26.1명 등으로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살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과 관련, 천주교 수원교구가 자살예방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어 우리나라의 자살 현황 및 실태, 각종 예방 프로그램 등을 진단하고 유일한 자살 근절책으로 가족, 이웃, 벗에 대한 관심과 실천적 사랑을 강조하고 나섰다. 생명존중 인식 부족… “따뜻한 관심·배려를”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 경제, 문화적 접근방식을 통한 범국민적 생명사랑 프로그램 운영 및 확산이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른바 자살예방센터를 학교와 직장, 양로원 등 각종 기관에서 운영해 자살위험 취약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종임 교수(충남대 간호학과)는 4일 수원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