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오늘 영국의 전임 총리를 지낸 아서 밸푸어가 유대인들이 중동 팔레스타인 지역에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힌다. 이른바 밸푸어 선언! 유대인들은 이 선언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러나 밸푸어 선언은 영국정부가 수에즈 운하지역으로의 통로 확보를 위해 발표한 것으로 밝혀져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밤길을 달려온 차 앞유리에 반투명 반점들이 다닥다닥 찍혀 있다. 풀벌레들에게 자동차는 총알이었던 것. 주광성의 풀벌레들이 전조등 불빛을 보고 사차선의 사격장 안으로 달려들었던 것. 총알에 맞는 순간 터져버린 체액은 유리창에 남고 거죽은 탄피처럼 튕겨져 나갔던 것. 빛만 보면 들끓던 피 빛을 향해 돌진하던 피는 삶에 대한 애착을 아교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새 육체인 유리창에 힘껏 들러붙어 있다.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밤’과 ‘낮’, ‘야광성’과 ‘주광성’의 대조 사이에는 ‘빛’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빛의 움직임과 동일하게 삶의 속도도 분주하다. ‘불빛’을 보고 달려든 ‘풀벌레’와 상관없이 달려가는 자동차가 오히려 ‘총알’이 되어 돌진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게 치유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히거나 회복할 수 없는 불구로 만드는 일들은 자주 있는 일들이다. ‘유리’의 눈들이 보는 빛의 흔적들을 전리품처럼 “다닥다닥” 붙이고라도 달려야 한다.
콩자반을 다 건져 먹은 반찬통을 꺼낸다 반찬통에는 아직 간장이 남아 있다 외로울 때 간장을 먹으면 견딜 만하다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내가 일으키려 할 때 할머니는 간장을 물에 풀어오라고 하였다 나는 들어서 알고 있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혼자 먹던 것은 간장이었었다는 것을 방에서 남편과 시어머니가 한 그릇의 고봉밥을 나누어 먹고 있을 때 부엌에서 할머니는 외로웠다고 했다 물에 풀어진 간장은 뱃속을 좀 따뜻하게 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운을 주었다 할머니가 내게 마지막으로 달라고 한 음식은 바로 간장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내었다 수년째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던 그 방 한구석엔 검은 얼룩을 가진 그릇이 놓여 있었다 내가 간장을 가지러 간 사이 할머니는 영혼을 놓아버렸다 물에 떨어진 간장 한 방울이 물속으로 아스라이 번져가듯 집안은 잠시 검은 빛깔로 변했다 비로소 나는 할머니의 영혼이 간장 빛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할머니의 손자이므로 간장이 입에 맞다 혼자 식사를 해야 했으므로 간장만 남은 반찬통을 꺼내놓았다 /하상만 시인의 마음 한구석에는 구겨진 처방전이 있다. 처방 목록에는 ‘간장’이 있고, 병명은 &ls
흔든다 아주 작은 먼지 하나를 흔든다 먼지가 앉은 나비 날개를 흔든다 나비가 앉은 꽃잎을 흔든다 꽃이 잠자는 화분을 흔든다 화분이 놓인 탁자를 흔든다 탁자가 놓인 바닥을 흔든다 바닥 아래 지하실을 흔든다 지하실 아래 대지를 흔든다 대지를 둘러싼 지구를 흔든다 지구를 둘러싼 허공을 흔든다 허공을 둘러싼 우주 전체를 호흡이란 말이 있다. 호흡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자신이 호흡을 하고 있는지 호흡을 하고 있기에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자연스러운 호흡이 어떤 것으로 방해를 받았을 때 비로소 절박감과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호흡의 존재가치를 끝없이 인정하게 된다. 작은 숨소리란 바로 호흡의 소리다. 그 호흡하는 숨소리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자 생명의 쳇바퀴를 돌려가는 것이다. 숨소리가 다른 사물의 숨으로 숨소리로 전이된다. 그것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우리가 살아있어야 바로 모든 생명체의 존립이 이어지는 것과 같다. 흔들고 흔들린다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공존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함기석 시인의 정신의 건전함이 드러난다. 귀담아 듣지 않으면 듣지 못할 미세한 숨소리나 우주와 연결하는 끈이고 모든 존재를 가능케 하는 공존케 하는 끈이다. 너의 호
1980년 오늘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기소된 야당지도자 김대중 씨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은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 운동을 김대중 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민중을 선동해 일으킨 봉기로 조작해 김대중 씨와 문익환 목사 등 20여 명을 연행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이다. 사형이 구형된 후 스즈키 젠코 일본 총리가 최경록 대사에게 김대중 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이 문제가 내정간섭으로까지 비화돼 한국과 일본 간에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형 확정 후 독일 미국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현지 교포들과 각국의 양심적 지식인 등이 김대중 씨 구명운동에 나서자 군사정권은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하고 1982년 12월 김대중 씨를 석방했다. 23년 후인 2004년 1월 29일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96년 오늘 전남 해남에서 익룡 발자국 화석이 전남대학교 허 민 교수가 이끄는 종합학술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해남 우항리 고생물 화석지는 해남읍에서 진도방향으로 2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의 퇴적층은 중생대 백악기 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약 8천300만 년에서 8천5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며 연속적인 수평층리가 잘 발달된 정교한 퇴적층군을 형성하고 있다. 1998년까지 계속된 발굴 작업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발자국 1천여 점과 익룡 발자국 300여 점 그리고 정교한 공룡의 발자국 500여 점이 발견됐다. 이로써 해남은 익룡, 공룡, 새발자국 화석이 한 지역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이 되었고, 공룡의 환경을 연구하는 데 있어 보존가치가 큰 지질학적 퇴적명소로 알려지게 됐다. 해남 우항리 지역의 화석과 퇴적층은 천연기념물 제394호로 지정된 데 이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잠정목록에 등재됐다.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오래 흘러온 강물을 깊게 만들다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여고 2학년 저 종종걸음 치는 발걸음을 붉게 만들다, 불그스레 달아오른 얼굴은 생살 같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다 그리하여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멀어지려 해도 멀어질 수 없는 우리들의 손을 붙잡게 하고 끝내 사랑한다 한마디로 옹송그린 세월의 어느 밑바닥을 걷게 하다. 봄날이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가을이다. 봄, 그리고 여름 동안 당신은 가슴 뛰는 삶을 경험해 보지 않았는가? 생성에서 소멸로 향해 가는 가을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산은 겨울을 나기 위해 머금었던 물을 모두 내보낸다. 이는 자연의 섭리다. 흘러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더라도 강물은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는 가을이 되면 특유의 우울증을 겪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랑이 막 싹트는 여고 2학년의 가슴은 가을이 되었건만 봄날 꽃잎처럼 여전이 붉기만 하다. 저물녘 가을날에도 그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해는 지고 목덜미가 선선해지게 하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더라도, 여고생의 사랑이 식지 않길 기대해 보리라. 고운기 시인의 시 속 여고생들처럼, 모든 생명의 씨앗을 여물게 하는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
장롱을 받치던 이삿짐 아저씨가 엄마에게 장판 조각 있느냐고 한다 엄마는 없다고 한다 아저씨는 동생이 들고 있는 빵 저금통을 보시더니 동전 몇 개 달라지만 동생은 아프리카에 보낼 거라고 등 뒤로 숨긴다 엄마가 달래서 얻은 동전 몇 개 장롱의 발밑에 들어간다 십 원은 장롱도 받치고 지구도 받친다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장롱도 받치고 장롱에 작용하는 중력을 견뎌내니 지구도 받친다는 발상이 좋다. 그것도 백 원도 아니고 오백 원도 아닌 십 원짜리가 말이다. 이쯤에서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하월곡동 달동네 허병섭 목사님 말씀이 생각난다. 세상이 시끄러운 까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근본인 돈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씀이, 돈을 너무 함부로 대하기 때문에 돈을 학대하기 때문이라는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기 힘든 지경에까지 가보게 만드는 그런 시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를 생각하게 하고 굶주림과 불평등으로 가득한 세상을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십 원은 힘이 세다. /조길성 시인 - 동시집 ‘향기 엘리베이터’/푸른책들
다시 돌아가도 될까, 그래도 되나 갈증 심한 먼지의 시간을 걷고 또 걷는다 핏줄 세우고 목청 찢어져 피 쏟으며 울부짖던 청춘의 반인반수 시절 이미 지났다 맨 주먹이라도 움켜쥐지 마라 모래 속으로 스르르 다 묻혀 버리니 딛는 발걸음마다 발목 빠지고, 무릎 꺾이는 언덕에는 애초 희망의 그림자는 없었다 햇살 뜨거울수록 천지 가득 퍼지는 맹독 멀리 달아나려 몸부림칠수록 더 휘감기는 모래의 늪 절대 맨 손 움켜쥐지 마라 살고픈 마음마저 산산이 날아갈 것이니 -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취 진국이란 말이 있다. 조현석의 작가론적 측면에서 대하면 대할수록 인간미가 넘치는 진국이다. 섬세하고 다정하고 남의 뒷걱정까지 다하는 그렇다고 작품론 쪽에서 봐도 진국이다. 그는 서울 출생으로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시집으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 <불법, …체류자> 등 좋은 시집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그런 그의 진솔함이 ‘사막을 읊다’로 잘 나타나고 있다. 자신 앞에 펼쳐진 사막을 거부하거나 사막으로부터 도피도 하지 않는다. 한 때
1945년 오늘 국제연합이 공식으로 창설돼 세계 평화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4개월 전인 같은 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50개국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국제연합헌장은 각 나라의 비준을 거쳐 4개월 뒤 오늘부터 효력을 발생하게 됐다. 국제연합 본부는 미국 록펠러 재단의 기부금으로 1952년 뉴욕에 세워졌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유엔군을 결성해 한국전에 참전, 대한민국을 공산 침략으로부터 구하는 데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