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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 이갑래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무대기술부장

무대를 장악하는 주인이 안전을 서비스한다

후배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기술직이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세로 일해줬으면 합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라.” “기술직이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자세로 임해라.”

무대기술부 15명을 이끌고 있는 이갑래(53)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무대기술부장이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공연과 연극이 펼쳐지는 무대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사고 위험성을 항상 내재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미세한 사고라도 그 원인을 철저히 찾아내 보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갑래 부장은 이를 위해선 그 공연장의 무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무대기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뛰어난 무대기술, 안전사고 위험요소의 사전 제거도 무대기술부의 역할이지만, 자신들이 만든 무대가 아닌 외부기획사나 대관 단체들의 공연에도 적극 참여, ‘무대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또 지역 일꾼이 지역 내 단체에서 일하는 것도 지역민의 관심을 고취하는 동시에 지역 발전의 초석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위해 전문지식을 갖춘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당 공연의 질 향상’과 ‘후배 양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를 안산문예당에서 만났다.

 

 

▲30여년에 걸친 그의 무대기술 인생

이갑래 부장은 KBS 9기 기술직 공채 출신이다. 방송 무대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TV를 통해 입사모집 공고를 접하게 됐고, 이것이 30여년의 걸친 무대기술 인생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는 제작국에서 근무하면서 무대장치 및 스튜디오 녹화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조명과 음향장비도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4년 간 방송국에서 일하던 그는 방송국 지인의 소개로 1984년 8월, 호암아트홀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뮤지컬이 부흥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인 1985년, 삼성그룹이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따 건립된 호암아트홀은 국제수준의 최첨단 기술로 제조된 음향·조명시설과 200명의 공연자가 동시에 출연할 수 있는 무대, 특히 7개의 가동무대로 구성되면서 타 극장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호암아트홀 원년 멤버라 할 수 있죠. 개인적으론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당시 삼성그룹에선 공연장 시설뿐 아니라 공연에도 투자를 많이 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6년 삼성영상사업단이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업체인 트로이카와 공동으로 4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제작한 ‘브르웨이 42번가’라 할 수 있죠. 기업의 자금이 문화산업, 특히 뮤지컬 제작비로 본격 유입되던 시기였죠.”

조명 및 무대기술 담당 13년, 기술총괄 담당 4년 등 17년 간 호암아트홀에서 근무한 그는 2001년 7월,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으로 가게 된다. 같은해 9월 전당이 개관하면서 무대기술 장치를 운영할 인재가 전무했기 때문에 기술전수 측면에서 그를 초청한 것.

그는 이곳에서 8년 간 후배를 양성하는 일에 착수했다. 당시 18명의 무대기술 인원 중 지역 채용 조건으로 들어온 10명(8명은 파견근무) 모두 무대예술전문인 1급 자격(무대기계분야)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가 지금의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무대기술부장으로 오게 된 시기는 2009년 9월. 그는 안산문예당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큰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는 것보다 시스템 관리에 중점을 둔다’라는 원칙을 세워 실천에 옮겼다.

“분기별, 비수기별로 전기 점검 및 무대시설 관리에 철저를 기했죠. 그 결과, 무대기술 면에서 안산문예당은 앞으로 30~40년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리모델링을 하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겠지만, 한정된 예산을 보다 시급한 사안에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그가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하라’ 외치고, 또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부분이었다.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무대기술부 될 것

이갑래 부장은 비롯해 안산문예당 무대기술부는 한 주를 월, 화, 수, 목, 금, 금, 금 처럼 일하고 있다. 전당 자체에서 제작하는 공연뿐 아니라 외부기획사나 지역 단체들의 대관공연, 안산시에서 하는 행사 등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책임감 고취와 공연의 질 향상을 강조하고 있는 이 부장의 지론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불만은 없을까.

“겉으론 표출하지 않지만, 불만이 없다면 거짓이겠죠. 전당에서 진행하는 공연의 무대기술 업무를 맡는 것도 바쁜데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조금만 손해본다면 전당뿐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 역량, 이력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요. 이것은 안산문예당의 가장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는 안양에서 무용공연을 해왔던 한 공연자가 안산문예당에서 공연을 마치고 했던 말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가 공연을 마치고 한마디 하더군요. ‘잘 도와 주셔서 너무 편했다’고. 이는 무대기술부의 업무는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이 공연자는 앞으로 안산문예당의 지속적 고객이 된다고 봅니다. 실제로도 이 분은 계속 안산에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초창기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부원들도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잘 따라주고 있어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기술직이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다는 생각, 지금 자신이 일하는 곳이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지역 내 일꾼들이 해당지역 내 기관이나 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 이를 위해 지역 내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내 인력, 특히 청년들이 계속해서 지역 내 기관이나 단체에서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합니다. 이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과감히 지역 기관의 문을 두드려 보기를 바랍니다.”

그는 30여년간 무대에서 생활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직원들의 기술력이 향상돼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 보다 큰 공연장으로 옮겨가는 것,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와서 돌아갈 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않은 것이라고 한다.

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무대기술 분야에 뛰어들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또 뛰어난 공연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공연장의 꽃이 ‘무대기술’이라는 자부심, ‘아무나 다 할 수 있다’ 보단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싶고, 직원들도 이런 마음으로 일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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