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부실로 한 차례 물난리가 났던 인천 남동구 논현동 녹색복지숲 생태체험관에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 16일 남동구에 따르면 녹색복지숲 생태체험관 보수공사는 두 달 가까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구가 손을 놓은 사이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체험관에 다시 물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24억 원을 들여 지난 3월 늘솔길공원에 준공한 체험관은 3개월만인 6월 말 발생한 집중호우로 공사 부실 흔적이 곳곳에 드러났다. 준공허가까지 완료했음에도 당시 체험관 교육실과 전시실 벽을 통해 토사물이 흘러들었고, 옥상으로 이어지는 보도블록은 뒤틀려 통행이 불가능했다. 보수공사가 당장 필요한데도 구는 비가 계속 내린다는 이유로 보수공사를 미뤘고, 취재가 시작된 지난달 말 즉시 조치를 약속했으나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인천시가 행정체제 개편 절차를 밟자 지역 곳곳에서 분구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행정체제를 현재 2군·8구에서 2군·9구로 개편하는 내용의 ‘인천시 제물포구 등 3개구 설치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법안에는 중구와 동구 내륙지역을 제물포구로 묶고, 영종도를 중구에서 분구해 영종구로, 서구는 서구와 검단구로 분구해 자치구명을 변경·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도시개발 확장 여력을 고려했을 때 연수구 송도동과 남동구 논현동도 자치구로 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인천시 분구를 통한 자치구 확대 개편 연구회’는 송도동과 논현동의 자치구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강구(국힘·연수5) 연구회 대표의원은 “송도동과 연수구 원도심은 다리로 단절돼 있어 주민들의 생활권이 나뉜 상태인데다 송도동의 인구 증가 등 도시 확대를 보면 분구가 필요하다”라며 “우선적으로는 영종구와 검단구의 분구가 선행돼 그 선례를 통한 송도구와 논현구의 분구 추진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 지방선거 전에는 송도구와 논현구 분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분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는 남동구와 연수구의 분구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영종구 분구의 경우 생활권 자체가 대교를 지나야 하는 불편 요건이 충족되고, 검단구 역시 생활권 불편과 함께 서구의 인구가 60만 명을 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행정안전부 행정구역 실무편람을 보면 행정구역 조정 기준은 인구 50만 이상, 분구 후 구당 평균인구가 20만 이상인 경우다. 특히 신도시 건설계획으로 급속한 인구증가가 예견되는 신도시 지역의 경우 절대적 요건은 아니지만 50만 명을 넘어야 한다. 다만 시는 남동구의 경우 인구수만 약 50만 명에 미니신도시로 불리는 구월2지구의 입주 후를 지켜볼 방침이다. 연수구는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주민동의’를 받아야 개편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원도심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분구 등 행정체제 개편은 인구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만 아니라 어느 정도 충분한 기간을 두고 분구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검토해야 한다”며 “여러 요인에 의한 인구 추이도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해 송도동과 논현동의 분구 논의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정희 기자 ]
강성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은 운영실태에 대한 지적과 노조 간부의 발언 논란 관련, 경과원 전반에 대한 경기도의 감사를 요청했다. 강 원장은 16일 경과원 비전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알려진 일련의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도민 여러분과 도의회에 큰 심려를 끼친 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동 사안은 저의 취임 전 발생했고 취임 후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 징계조치까지 완료한 사안이지만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닌 시스템, 조직문화 등이 누적돼 온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과원의 누적된 관행과 내부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쇄신함으로써 도민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도의회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질문에는 “의회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강 원장은 이번 사안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비위와 일탈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대대적 쇄신을 내세웠다. 강 원장은 “신상필벌을 엄격히 적용하고자 청렴시민감사관 포함 징계위원회를 외부위원 중심으로 재구성해 일탈행위에 대해 도민 눈높이에 맞는 징계처분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온정주의를 철저히 배제하고 과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며 아무리 작은 비위라도 반드시 찾아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 인력, 업무 프로세스, 문화 등 기관 전반에 대해 객관적 시각에서 냉정한 진단을 받고 개선안을 마련하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출신주의 배제, 연공서열 타파, 철저한 성과평가 등을 통해 일하는 문화 정착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강 원장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선 약속들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도민에게 신뢰받는 기관, 일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경과원은 최근 전석훈(민주·성남3) 도의원이 ‘6000만 원대 고가장비를 4년여간 창고에 방치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노조 간부가 ‘일개 도의원 따위’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홍역을 치렀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
전세 사기 사건에 가담했거나 연루된 공인중개사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발된 공인중개사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전세 사기 가담 의심 공인중개사 785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중개사들이 벌인 위법 행위는 824건이다. 이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을 중개했거나, 전세 거래량 급증 시기인 2020∼2022년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빌라·오피스텔·저가 아파트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등으로, 지난 5월 22일부터 7월 말까지 전국 공인중개사 4090명을 대상으로 한 2차 특별점검 결과다. 국토부는 75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자격 취소(1건), 등록취소(6건), 업무정지(96건), 과태료 부과(175건) 등 행정 처분을 진행 중이다. 이에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 알 권리와 사기 피해를 예방하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혐의점이 나오지 않아 법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섣불리 공개될 수 없다는 점이 상충하고 있다. 40대 직장인 A씨는 "700여 명이 적발됐다고 하는데, 누군지도 모를뿐더러 거래를 했던 분일지 앞으로 거래하게 될 공인중개사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운이 나빠 전세 사기 가담자에게 걸리면 어떡하냐"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공인중개사 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인지하고는 있지만, 협회는 아무런 권한이 없어 자구안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11만 7000여 명의 개업 중개사가 협회에 소속돼 있는데 이번에 적발된 700여 명의 공인중개사분들로 인해 선량한 공인중개사분들이 되려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분들 때문에 업계 전체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협회에서 일차적으로 조사하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겠지만 조사 권한이나 법적인 권한은 전무하다"며 "자정 노력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한 상황에서 권한이 마련되지 못한 현 상황에 아쉬움을 느낀다. 늦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방안이 강구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2021년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공인중개사협회 가입 의무화를 추진하는 법안을, 지난해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정 단체화를 골자로 하는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한편, 오는 9월부터 '악성 임대인'으로 불리는 상습 다주택채무자의 정보가 공개된다. 대상자 공개 여부는 일정 기간 소명 과정을 거쳐 HUG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의결 후 최종 결정된다. 대상자는 3년 이내 2건(법 시행 이후 1건 포함), 합산 2억 원 이상 채무가 발생한 임대인이다. 공개되는 정보는 대상자의 성명, 나이, 주소, 미반환 보증 금액·기간, HUG 대위변제 금액, 횟수 등이다. [ 경기신문 = 이지민 기자 ]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병욱(민주·분당을) 국회의원은 16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묻지마 범죄를 불특정 다수에 대해 뚜렷한 살해 동기 없이 신체에 위해를 가한 행위로 정의했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피해자가 상해를 입을 시 2년 이상 2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불특정 다수는 2인 이상으로 정의했다. 현행법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부재하고, 그로 인해 처벌 또한 기존 형법에 따른 여타 범죄와 같아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수원시청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메일이 발송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수원시청 내 곳곳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메일이 서울시에 접수됐고, 서울시는 해당 메일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넘겼다. 현재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경찰특공대 등 경찰력 20여 명을 투입해 폭발물 수색에 나섰다. 군도 군 폭발물 처리반을 투입한 상황이다. 경찰 등은 시청 본관과 별관을 수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이날 오후 12시까지 시청 지하 및 1층 출입을 통제할 방침이다. [ 경기신문 = 나규항‧박진석 기자 ]
성남시 분당에서 발생한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과 용인시 수지구에서 발생한 ‘죽전역 칼부림’ 등 무고한 이들에게 무차별적인 피해를 주는 ‘묻지마 범죄’가 사회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묻지마 식 범죄 피의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은 범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심리 상담 치료 체계를 마련해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경기신문은 전문가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첫 번째, ‘묻지마 범죄’ 낙인효과로 ‘극심화’ 두 번째, 빠른 심리 치료로 ‘묻지마 범죄’ 초기에 ‘싹’ 자를 수 있어 무차별적으로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체재 정비가 필요하다.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은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았고, 자신을 해치려는 집단이 있다는 피해망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아울러 ‘죽전역 칼부림’ 피의자 30대 여성도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치료받는다면 증세가 완화돼 묻지마 식 범죄와 같은 충동적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낙인효과란 정신질환을 앓거나 관련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각종 선입견이 ‘낙인’으로 남아 증세가 더 강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치료 체계는 ‘낙인효과’를 키우기만 해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령 정신질환 치료를 받을 때 기록에 남게 되는데, 해당 기록은 취업 등 사회 활동에서 드러나기 쉽다 보니 정신질환 치료를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 2021년 서울대병원 등의 빅데이터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 치료를 기피하는 원인 34%가 ‘제도적 불이익’, 27.8%가 ‘사회적 인식’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처럼 가벼운 치료를 받은 기록만으로 취업 등 사회 활동에 불이익을 받은 겪은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증 정신질환 치료 기록이 있다면 완치 이후에도 지장을 받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적지 않은 수의 정신질환자들은 치료를 거부해 자칫 충동적으로 문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더 많은 묻지마 식 범죄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이 없는 일반인도 충동적으로 일으킨 묻지마 범죄도 많아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시선은 편견”이라며 “이러한 선입견은 ‘낙인효과’를 키워 더 많은 정신질환자를 유발하고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올 광복절을 앞두고 입주민에게 태극기 무료로 나눠주면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별내동 A단지는 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에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사업‘등을 응모해 선정돼 받은 318만 원 가운데 태극기 사업에 150만 원을 쓰기로 하고 태극기 200개를 구입해 이달 초부터 입주가구(378세대)에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 이 운동을 주관한 A아파트 주거행복지원센터 김홍기 센터장은 “지난해 3·1절에도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였으나 의외로 태극기가 없어서 못다는 주민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고 올해 LH사업에 선정돼 모든 가정에 태극기를 나눠드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단지 내 구내 방송과 게시판 등을 통해 태극기 무료 배포와 태극기 달기운동을 설명하면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광복절까지 구입해 놓은 태극기 200개 가운데 주민들에 나눠준 것은 120여 개에 그쳤고, 이번 광복절에 태극기를 게양한 세대는 150여 가구로 40% 정도였다. 물론 주민들이 알지 못해서 가져가지 못한 것도 이유이지만 일부는 태극기나 국경일에 무관심하다는 반증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센터장의 진단은 다르다. 주민들의 무관심에다 휴가철 인점을 감안하고 지난 3.1절에 각 동마다 태극기 게양이 몇가구에 그친 것을 비교하면 괄목할만 하다는 것이다. 이미 태극기가 있는 수십가구와 이번에 배포한 120개를 계산하면 아파트 내 태극기 보유가정은 태극기를 모두 게양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태극기를 구입하려 해도 판매처를 몰라 못구했는데 이렇게 받게돼 고맙다는 주민들이 많아 희망을 갖게됐다”면서 "이 운동을 더욱 강화해 기념일이 많은 10월에는 더 많은 세대가 동참하고 단지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아파트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그동안 구내방송과 게시판 홍보 외에도 현수막을 게사히고 단지 내 주민대표회의와 노인회 등을 통해 1:1 직접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진원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광복절을 맞아 “일본은 이웃 나라를 향한 존중도 미래 세대를 향한 책임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일본에 대한 정부 태도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양국 정부를 동시 비판했다. 김 지사는 15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행사에서 “광복의 달 8월이지만 올해는 유독 마음이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일본은 이제 곧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우려에 귀를 닫은 채 가장 값싼 방법으로 오염수를 처리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올해는 ‘고노 담화’ 30주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5주년”이라며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 표했던 사과를 뒷받침하는 실천적 조치를 보이고 성찰과 반성을 통해 국제사회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 지사는 오..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날(1991년 8월 14일)을 지난 2017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남다른 노력을 펼쳐왔다. 수원에서 활동했던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 평화인권활동가 고(故) 용담 안점순(1928~2018)을 지원하고, 그의 삶을 기록한 공간을 마련해 시민들이 아픈 역사의 가시를 기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수원시민도 항상 함께였다. 수원시와 수원시민이 함께 역사를 기억하며 남긴 발자취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평화의 나비가 된 고(故) 안점순 할머니 “제발 싸우지 말고들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딛고 평화와 인권을 설파한 수원의 활동가 안점순 할머니가 남긴 말이다. 1928년 서울 마포구 복사골에서 태어난 안점순은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정에서 효심 깊은 소녀로 자랐다. 열네살이던 어느 날, “방앗간 앞으로 모이라”는 방송을 듣고 쌀가마에 올라간 소녀는 그대로 트럭에 실려졌다.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일본 군인들로부터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지냈다. 지옥 같은 시간을 3년이나 살아내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순이는 전쟁이 끝나고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열아홉이었다. 피해자의 삶은 이후에도 순탄치 않았다. 남자가 싫어 결혼은 하지 않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난생활을 하며 생계를 위해 빨래와 식당일 등을 전전했다. 전국 각지를 옮겨다니며 살아가던 그는 환갑이 넘어 조카가 있는 수원에 정착했다. 조카의 도움으로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는 했지만, 마음의 문은 굳게 닫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지냈다. 안점순의 날갯짓은 일흔다섯이 된 2002년부터 시작됐다. 피해자 인권캠프에서 피해자들과 아픔을 나눈 그는 수요집회 등에 참석하며 다시는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일본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국제기구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국제심포지엄에서 증언도 하며 활발한 인권활동가로 활동했다. 안점순 할머니의 노력에 감명받은 수원시민들은 수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했고, 2014년 3월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에 소녀상이 건립됐다. 이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수원평화나비’가 창립됐다. 안점순 할머니와 수원시, 수원평화나비는 피해자 인권회복과 평화운동을 위해 발을 맞추며 2017년 3월 독일 레겐스부르크 인근 네팔 히말라야 파비용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8년 3월 30일 안점순 할머니는 고단하지만 아름다웠던 삶을 마감했다. ◇수원평화나비, 기억하는 시민들이 만드는 미래 ‘수원평화나비’는 안점순 할머니 생전에 할머니의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안점순 할머니가 “수원평화나비가 내 매니저야”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안점순 할머니가 영면한 뒤에도 수원평화나비는 활발한 활동으로 그를 기억하는 일을 쉬지 않고 있다. 지자체 단위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수원수요문화제와 평화인권교육이 그 핵심이다. 수원수요문화제는 수원평화나비 활동의 중심이자 살아있는 역사다. 수요문화제는 2017년 5월 시작한 이래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매월 첫 번째 수요일 정오에 열렸다. 지난 8월 2일 76회를 기록했는데, 지역 단위 수요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수원이 유일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 수원평화나비는 수원시민들에게 ‘위안부’ 역사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평화인권교육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인권강사 양성과정 프로젝트를 시작,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에 특화된 강사를 양성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상징과 의미부터 피해자들의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접할 수 있는 인권교육은 연간 50회 이상 진행돼 시민에게 기억의 중요성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한다. 이에 더해 청소년평화나비 활동을 지원하고, 안점순 할머니를 비롯한 세계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노력도 쉬지 않는다. 김향미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서는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그동안 팬데믹으로 주춤해진 청소년평화나비 활동을 되살릴 수 있도록 활동을 집중하고, 인권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이 기록한 역사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수원시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의 이름을 딴 추모공간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안점순 할머니의 숭고한 발자취를 기록함으로써 그의 삶을 통해 후손들이 되새겨야 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오래도록 전수하기 위해서다. 기억의 방은 수원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 안 할머니의 장례식 이후 3년 만인 지난 2021년 8월 문을 열었다. 수원시가족여성회관 문화관 1층 미술실로 활용하던 48㎡ 남짓 공간에 안점순 할머니의 발자취가 담겼다. 규모는 협소하지만 품은 이야기는 광활하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순이의 이야기와 수십 년 만에 세상에 나와 평화를 부르짖은 평화운동가 안점순의 이야기가 가득 채워졌다. 기억의 방 입구에는 안점순 할머니의 흉상(기림비)이 관람객을 맞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소녀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수원지역의 한 공동주택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기증한 것이다. 안 할머니의 초상화와 생전에 사용하던 지팡이와 옷가지, 마작 등의 물건도 전시돼 있다. 안점순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한 관람객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메모를 남길 수 있는 소통 창구도 있다. 우체통 옆 “‘할머니의 말씀’을 들어보세요”라고 적힌 함의 버튼을 누르면 답장이 나온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남긴 말씀이다. “난 돈 싫어, 사죄를 하란 말이야(황금주 할머니).”, “우리 아이들은 평화로운 세상에 살아야 해요(길원옥 할머니).”, “다시 여자로 태어나서 살아보고 싶어요(안점순 할머니).” 등이다. 한편 수원시에서는 지난 13일 장안공원에서 제11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기념한 기념식이 열렸다. 수원평화나비가 주최하고 수원시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기억이 역사의 정의다’라는 부제로 진행됐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기념사를 통해 “수원은 안점순 할머니와 시민의 저력으로 소녀상을 세운 역사가 있다”며 “수원평화나비를 비롯한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지난 10년간 노력해준 덕분에 역사가 잊혀지지 않고 쭉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와 합당한 배상”이라며 “살아 계신 할머니들을 위해 하루빨리 역사가 바로잡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