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드라마 '참교육'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교육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추락한 교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육 현장의 소수 문제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되었을 뿐, 교실 전체의 변화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 교육은 과거와 비교해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역이나 학교마다 편차는 있지만 학교 안에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학생들의 비율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학교에서 시험 전날 자습 시간을 주었을 때 공부를 하는 학생은 이제 10명도 되지 않는다. 아예 학교에 올 때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학생들의 사물함에는 책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고등학생이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도 전혀 풀지 못하고, 조금 긴 문장이나 약간 수준 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회사에서는 채용한 신입사원이 업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사퇴했다고 한다. 점점 생각하기 싫어하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교육부는 대책으로 3월에 기초학력 진단을 실시해 미달 학생을 관리하고, 학기 말에는 최소 성취 수준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 지도를 실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우리 지역과 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으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니 최소한으로 하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문제는 기초학력 진단을 학교 자체적으로 출제하고, 기초학력 미달 기준도 학교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학교와 지역은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인원만 보고된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 역시 최소 성취 수준 대상 학생이 나오면 교사가 별도로 교육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성적이 모두 나온 뒤에는 방학이 며칠 남지 않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더불어 이 정도 수준의 학생들은 학습 의욕이 거의 없어 수업을 진행하려 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사들은 최소성취수준 대상자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안배하기도 한다. 문제는 최소 성취 수준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도 진급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점이다. 교권의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처방은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교권 강화 정책은 미약하다. 또 학기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 역시 허점이 많다. 과거 1년 동안 배우는 교과서가 220쪽 정도였다면 한 학기 교과서는 110쪽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학기 교과서가 200쪽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한 학기 동안 배우려면 매우 빠듯하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교권을 추락시키는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 한 해 동안 1600개가 넘는 공문을 처리했다. 하루 14시간을 일하면서도 평균 8건 정도의 공문을 기안하고 처리하다 보니 수업 준비는 늘 뒷전이었다. 실제로 어떤 학교에서는 교사가 수업을 준비했더니 "선생님은 엄청 일이 없으신가 봐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학교의 행정업무가 많다. 많은 교사가 교사의 본업인 수업은 전체 업무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교사의 업무가 증가하는 데에는 교육청의 책임도 크다. 갈수록 교육청이 비대해지면서 새로운 일을 계속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 학교에 내려오는 공문의 수가 2만 5000건을 넘어선 지도 오래다. 교육청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학교에는 새로운 공문이 내려오고, 그만큼 교사의 행정업무는 증가한다. 그럴수록 교사들은 학생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고, 교육은 점점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교육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교사의 권위가 강했을 때는 70명이 한 교실에 있어도 수업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30명을 한꺼번에 교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청은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그 예산을 모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모둠활동을 위해 학급당 12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며, 초등학교 수학이나 영어는 6명 정도의 학생을 두 명의 교사가 함께 지도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고등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며 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이다. 분수 뺄셈도 못하는 고등학생에게 보충수업을 한다고 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문제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교육에서 소외되면서 학습 의욕 자체를 잃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확신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기초학력 보장과 최저학력 향상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도입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악화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대신 단 하나,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과감하게 시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파트에 살다 보면 위층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나 물건 떨어지는 소리에 시달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층간소음이 단순한 이웃 간 갈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층간소음과 관련해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건설사에 ‘하자소송’을 제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건축물의 ‘하자’를 완성된 건물에 계약 내용과 다른 기능적 결함이 있거나, 거래 관념상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로 정의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23764, 2012다23771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5다56193, 2005다56209 판결). 층간소음 차단 성능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하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세대 내 층간바닥이 경량충격음(숟가락 등이 떨어지는 소리)과 중량충격음(발걸음·뛰는 소리) 모두 49dB 이하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2022. 8. 4.부터는 시공 이후 실제 차단성능을 검증하는 바닥충격음 성능검사제(사후확인제)가 도입되어, 성능 미달 시 보완시공을 권고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법원은 강화된 기준을 그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에 그대로 소급 적용할 수는 없으며, 건축 당시의 기술 수준과 시공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5다56193, 2005다56209 판결). 최근 법원은 특정 아파트 단지에 시공된 강화마루에서 입주자가 걸어 다닐 때마다 ‘찌그덕’ 소리가 반복·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하자심사위원회에서도 일반하자로 판정한 경우 “거래관념상 통상 갖춰야 할 품질을 충족하지 못한 하자”로 보아 시공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고(서울고등법원 2020. 8. 20. 선고 2018나2017745 판결), 다가구주택 신축 시 설계도면에 완충재(층간소음재) 시공이 명시돼 있었음에도 이를 생략하고 전체 두께만 맞춰 시공한 경우, 이는 명백한 설계도면 위반의 하자로서 하자보수비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수원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1나106989 판결). 반면 대법원은, 2000년대 초반 이전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에서 현행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측정되더라도 당시 일반적인 바닥 시공 수준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완충재 사용이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하자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23764, 2012다23771 판결). 건설사가 당시 기준과 기술 수준에 맞게 시공하였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처럼 층간소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분양 계약 내용과 설계도면에 완충재 등 소음 차단 시공이 명시돼 있었는지, 실제 시공이 이와 일치하는지, 그리고 소음 측정값이 법령 기준을 얼마나 초과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사실관계들에 따라 하자소송의 승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겪을 여름 중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 2023년 8월 기후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고한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3년 전 그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구 끓는점(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고 함께 경고한 바대로 단순한 온난화를 넘어 기후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인식하게 하고 있는 요즘이다. 지구온난화와 열돔 현상으로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인도·미국 등지에서 섭씨 49도를 넘는 살인 폭염과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반도 역시 밤낮없는 열대야와 아열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해들은 과거보다 더 뜨거워지며 매년 최악의 더위를 갈아치울 위험이 크다. 기후변화 대응이 긴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 안전망 구축이다. 취약지역 실태조사를 확대하고, 무더위 쉼터 확충, 단열 창호 및 고효율 냉난방기 지원, 야외 노동자 보호를 위한 기후 보험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 개개인 및 시민사회 단체의 인식 제고가 요청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스스로 대중교통의 일상화, 1회용 비닐 대신 장바구니 사용, 종이 영수증 대신 스마트 영수증, 1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 등과 같은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작지만 큰 노력이 요구된다. 예컨대 대한적십자사가 탄소중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재난 복원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은 긍정 평가된다. ESG 위원회를 설립해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과 기후 위기 예방을 위해 전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 보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노력 사례로는 생태계 보호 활동, 자원 순환 및 플라스틱 감축 캠페인, 그리고 지역사회 중심의 에너지 전환 운동이 있다. 녹색연합은 한반도 생태축을 지키기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는 실태조사와 법안 제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민 자산 기증 운동이 눈길을 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기부와 모금을 통해 보전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을 확보하고 시민 소유로 영구히 관리한다. 지역 주민과 단체가 협력해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돕고, 수거한 품목의 무게에 따라 지역 화폐 등으로 보상을 제공해 재활용 인식을 개선하기도 한다. 이는 자료로써 뒷받침되고 있다. 환경부에서 조사한 ‘환경오염의 심각성 실태 현황’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환경오염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98.7%)고 응답했다. 특히 기후변화(40.9%), 대기오염(21.5%), 수질오염(16.6%), 토양오염(10.2%) 순으로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015년에 파리 기후협약에서 지구 온도를 1.5도 이하로 내리자는 협약을 했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곤충 6%·식물 8%· 척추동물 4%가 절멸하고, 어획량이 153톤 감소하며, 2도 상승하면 그린랜드 전체가 녹아 저지대가 바다에 잠기고, 6도 상승 시 생물의 95%가 멸종하는 지구 멸망의 시대가 온다고 경고했지 않은가. 그러하기에, 일상생활에서 탄소중립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탄소 배출량은 12.89t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유망한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등이 긴요하다. 전기와 수소 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자율주행차, 그린 리모델링 등 디지털 기술을 연계해 혁신적으로 에너지 효율의 향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과 같은 탈탄소 미래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이뤄내 지속적이고 순환적인 경제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이처럼 범국가, 범국민적 역량을 모아 다방면으로 노력해 미래세대가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해야겠다.
우리는 눈부신 성과를 거둔 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재능’에 제일 먼저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남들보다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압도적인 열매를 맺는 감각, 타고난 신체 조건이나 뛰어난 지능은 본능적인 경외감과 부러움을 자아낸다. 또는 모든 에너지를 단기간에 쏟아붓는 극적인 ‘노력’에 열광하기도 한다. 극적인 몰입과 뜨거운 열정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은 늘 압도적인 재능이거나 불꽃 같은 노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수많은 심리학과 행동과학 연구가 가리키는 실제 진실은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한다. 성격 심리학의 대표적 이론인 ‘Big 5 성격 5요인 모델’에서 개인의 학업 및 업무 성과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변수는 지능이나 외향성이 아닌 ‘성실성(Conscientiousness)’으로 밝혀졌다. 또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 교수가 제안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개념인 ‘그릿(Grit)’ 역시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결국 성실성의 한 단면으로 분석된다. 즉, 인간의 성과와 삶의 궤적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순간의 폭발적인 노력이나 타고난 지적·물리적 자산이 아닌, 오랫동안 축적되는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라 할지라도 목적지를 향해 주행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전시용일 뿐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지루함과 슬럼프를 견뎌내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아득한 시간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진짜 재능’인 셈이다.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이 데뷔 2년 만에 이뤄낸 음원 순위 역주행과 흥행 돌풍은 이러한 ‘진짜 재능’이 가진 힘을 대중에게 다시금 상기시킨다. 거대한 자본과 기득권의 후광 없이도 매일 라이브 방송을 켜고 연습실을 지키며 포기하지 않고 견딘 시간은, 요행과 가짜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보기 힘든 진정성의 증표가 되었다.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고민하던 사람들이 이들에게 깊게 감정이입하고 응원을 보내는 이유는 그들의 노래가 좋아서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쉬운 길과 빼어난 재능을 탐닉하지만, 역설적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는 매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꾸준함을 갈망하고 존경한다. 그 기저에는 ‘나도 성실하게 나의 삶을 가꾸고 싶다’라는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타인의 성공을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증명한 희망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해 볼 용기를 얻는다. 삶은 단판 승부로 끝나는 100미터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에 가깝다. 당장 극적인 변화나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재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해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정직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한 걸음씩 내딛는, 답답하고 재미없는 반복이야말로 나의 삶을 역주행시킬 밑거름이 된다. 오늘 하루도 자신의 몫을 다해내는 모든 이들의 성실함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자신의 ‘진짜 재능’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역주행을 이루어낼 우리 모두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과거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1군단에서는 일부 GOP 근무자가 빈 탄창이 장착된 소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섰던 것으로 보도됐고, 같은 1군단의 GP와 GOP에 배치된 K6 중기관총도 삽탄하지 않은 채 경계 작전에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선관위와 관련해서는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매일같이 새로운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경제 분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롤러 코스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도의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는 반면 월세는 계속 오르고 있다. 앞으로 전세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월세 상승 폭 역시 가팔라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이를 두고 과거 정권의 책임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지만, 현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게다가 선관위 사태를 제외하면 앞서 언급한 사안들은 모두 현 정권 출범 이후에 벌어진 일이므로, 그에 대한 책임 역시 현 정권이 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 여당은 당내 권력 투쟁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어느 정도 갈등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통상적인 갈등 수준’을 넘어섰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갈등 과정에서 빈번하게 소환된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특징적이다. 첫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 진영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 진영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재임 당시 한미 FTA를 체결했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아닌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일원으로 우리 군을 이라크에 파병했을 뿐 아니라, 당시 일부 진보 진영이 극심하게 반대했던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 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이 같은 정책적 결정은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조차 내리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영 논리보다 국익을 중심에 둔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던 대표적 인물이라 할 만하다. 그런 그가 선명성 경쟁이 한창인 지금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치적 상징으로 소환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둘째, 일반적인 전당대회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주로 언급되기 마련이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현직 이재명 대통령 못지않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빈번히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당대회가 현재보다 과거를 통해 정통성을 입증하려는 경쟁에 몰입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렇듯 전당대회에서는 과거에 대한 언급이 넘쳐나지만, 정작 ‘총체적 난국’이라 부를 만한 현재 상황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국민의힘을 대안 세력으로 여기는 것도 아닌 듯하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은 의지할 곳 없이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란 쉽지 않다. 희망은 결코 사치가 아님에도, 지금의 정치가 국민이 희망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 걱정이다.
기상이변과 큰 일교차로 올 상반기 경기도 식중독 환자 수가 불과 반년 만에 작년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다. 특히 식중독은 기온이 1도만 올라도 세균성 식중독 발병 확률이 5.3%씩 증가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폭염이 지속되고 있을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요식업소를 비롯해 각 가정에서도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꼼꼼한 점검은 물론 경각심을 높이는 적극적인 예방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대형 냉면 프랜차이즈 K면옥 용인영덕점에서 일어난 대규모 집단 식중독 의심 사고는 간담을 서늘하게 한 대형 사고였다. 주말 방문객 약 900여 명 중 150~300명에 달하는 손님들이 설사, 구토, 고열 등 심각한 식중독 의심 증상을 겪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K면옥 측은 해당 매장의 폐점을 결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금년 상반기(1월~6월) 전체 식중독 환자 수는 8254명으로 이 가운데 경기도 환자 수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환자 수는 1726명으로 작년 환자 수(1767명)에 근접하면서 발생 건수는 93건으로 작년 전체 건수(53건)보다 약 1.8배 증가했다. 전국의 식중독 환자 수는 지난 2020년(2534명)을 기점으로 매년 평균 1449명씩 증가해 2025년에는 거의 1만 명(9780명)에 근접했다. 이는 최근 10년 중 2018년(1만 1504명)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때 이른 더위와 큰 일교차로 인해 환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식중독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장소는 음식점(63.9%)이다. 그다음은 학교(12.7%)와 집단급식시설(11.1%)로 나타나 많은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장소에서의 식중독 위험성이 가장 높다. 식중독 원인 물질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불명) 경우(32.8%)가 가장 많다. 철저한 사전 위생점검과 예방수칙 준수만이 해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다음은 병원성 대장균(28.3%), 살모넬라균(23.3%) 등이 차지하고 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각급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점검과 예방 활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기도 식중독 예방 담당자에 따르면 경기도는 군부대 및 식품접객업 등 700개소에 예방진단 컨설팅을 추진하고 ‘3월 도·시군 식품안전 간담회’, ‘5·7월 여름철 식중독 예방 대책 회의’, ‘식중독 발생 신속 보고 체계 수립’, ‘7월 도·시군 합동 현장대응 모의훈련’ 등을 시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반 국민의 경각심 고취다. 식중독의 위험성을 각인시키는 것은 물론, 각자 예방수칙을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확산해야 한다. 식약처가 발표한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주의 요령에 따르면 ‘조리 및 식사 전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생으로 섭취하는 채소·과일의 세척과 소독’, ‘육류·생선·채소·과일용 칼과 도마의 구분 사용’ 등을 권한다. 또 세척한 식재료는 바로 조리 또는 냉장 보관하고 육류 등은 중심부 온도 75℃, 1분 이상 익혀서 먹고, 어패류는 중심 온도 85℃ 이상에서 1분 이상 익혀야 한다. 특히 다짐육을 이용한 음식 조리 시 속까지 완전히 익혔는지를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오염 가능성이 있는 식재료를 구분 보관하고 지하수 및 약수터 음용수 등은 끓여서 섭취하되 조리기구는 열탕소독·염소소독·용도별 구분 사용 등으로 2차 오염을 방지하도록 한다. 식중독 발생률은 그 국가, 지역사회의 문명지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선진적인 행정력을 갖춘 나라, 국민의 위생 의식이 높은 사회일수록 발생률이 낮다. 해마다 발생 건수가 줄어들지 않고, 원인불명 발생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방심은 절대로 금물이다. 국민 위생을 책임지는 당국의 촘촘한 관리시스템 완비와 지역민들의 철저한 위생 의식 유지를 위한 경각심 유지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접경지역의 생태환경 연합, 평화경제 구현, 남북 교류 협력이라는 세 가지 논거를 가지고 접경지역 광역연합을 주장했다. 이 글에서는 접경지역 생태환경 연합의 필요성에 관해 부연하고자 한다.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DMZ)는 지난 80여 년간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왔는데, 그 중심에는 북녘에서 발원해 경기·인천으로 흐르는 임진강과 한탄강이 있다. 임진강은 북한 강원도 법동군에서 발원해 판교·이천·평강군 등을 관류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기도 연천군으로 유입된다. 연천 도감포에서 지류인 한탄강과 합류한 후 파주를 거쳐 한강 하구(조강)에서 서해로 들어간다. 총길이 최대 273km 중 북한 지역을 흐르는 구간이 최대 180km에 달해 전체 연장의 약 3분의 2가 북녘에 위치한다. 이처럼 임진강은 구조적으로 북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하천이다. 한편 한탄강은 북한 강원도 평강군 산지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흐르다가 군사분계선을 지나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시, 연천군 경계를 따라 내려온다. 이후 연천 도감포에서 임진강과 만나 제1지류가 된다. 총길이 최대 140km 중 북한 지역을 흐르는 구간은 약 50km로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임진강에 비해서는 사정이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강 모두 상류가 북녘을 통과하므로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다. 북한은 2007년 황해북도 토산군에 황강댐을 건설했고, 이에 남측은 황강댐 무단 방류 피해를 막고자 2010년 연천에 군남댐을 만들었다. 한탄강 상류 북녘에는 대형 댐이 없으며, 남측에는 2016년 완공된 한탄강댐이 있어 홍수 조절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호우기가 아닌 가뭄기에 발생한다. 가뭄 때 북한이 황강댐 물을 내려보내지 않는다면 임진강은 사실상 '개울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북한은 황강댐의 물을 도수터널을 통해 예성강 수계로 인위적으로 돌려 예성강청년 1~6호 발전소에서 수력발전을 하고 있다. 이렇게 쓰인 물은 황해북도 금천군 인근에서 예성강 본류와 합류해 개성 서쪽을 거쳐 서해로 유입된다. 만일 가뭄기나 의도적인 차단으로 인해 황강댐 물이 임진강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하류 지역에는 상상하기 힘든 재앙이 초래될 것이다. 접경지역의 생태계 가치 또한 매우 높다. DMZ생물다양성연구소의 조사 결과(2024년)에 따르면, 파주 장단면 일대 민통선 내부에는 관속식물, 조류, 양서·파충류 등 풍부한 종 다양성이 확인되었으며, 기후변화 생물지표종과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 파주 장단면 일대 습지는 야생동물의 주요 먹이터이자 쉼터이다. 만약 임진강 수량 부족으로 이 습지들이 황폐해진다면 민통선 내 생물종들은 먹이를 잃고 생태계는 급속히 파괴될 것이다. 강원도 철원평야의 습지들 역시 한탄강·임진강과 긴밀한 생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철원평야와 내륙 습지(샘통, 둠벙, 토교저수지 등)는 모두 임진강 수계에 속하며, 이곳의 물은 한탄강으로 흘러든다. 즉, 철원 습지는 임진강 상류의 거대한 수분 저장고이자 정화 장치 역할을 한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재두루미)에게 철원평야 습지는 '먹이터'가 되고, 임진강·한탄강의 여울은 포식자를 피하는 '잠자리'가 되어 상호 보완적인 생존 기반을 제공한다. 이처럼 분단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잘 보존된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의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남북 간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접경지역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연합(광역연합)의 결성이 신속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낮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시행될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검사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형소법 제196조 제1항).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제196조 제1항이 삭제됐다. 검사는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고, 영장청구, 보완수사요구, 재수사요구 등 법률에서 정하는 직무만 수행한다(개정 형소법 제196조 제2항). 개정 형사소송법은 총체적 난국이다. 도처에 물음표다. 하나만 언급하면 제245조의13은 신설 조항으로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권한을 정하고 있다.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 결정, 재수사요구 여부의 결정, 그리고 공소유지에 필요한 경우에 피의자, 사건관계인, 전문가, 경찰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거나 의견서 등 자료를 제출 받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제1항). 검사의 수사권을 없앤 대신 사실관계 확인 권한을 부여해 보완을 했다고 알려진 내용이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에서는 검사가 제1항의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취득한 진술·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거나 수사중지했다고 하자. 검사가 보기에 불송치 또는 수사중지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면 재수사요구를 할 수 있다. 재수사요구를 한들 검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관계 확인이나 고소인과의 면담뿐이다. 그래도 검사가 사실관계 확인이나마 열심히 해서 범죄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자료를 취득했다고 하자. 재수사요구를 하니, 경찰이 재수사도 해 주어서, 사건이 송치도 되고, 기소도 됐다고 하자. 아뿔싸! 검사가 얻은 진술·자료는 검사가 얻은 진술·자료이니 증거능력이 없지 않은가! 애초에 경찰이 찾았던 증거만 증거이고 결론은 무죄다. 물론 검사가 진술·자료를 경찰에게 보내서, 경찰이 수집한 증거로 제출하게 할 수는 있겠다. 그래도 검사가 취득한 진술·자료이니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검사는 ‘제245조의13 제3항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자료를 취득했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겨야 하는 것일까?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취득한 자료여도 경찰을 거쳐 제출되도록 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까? 이 경우 검찰의 사실관계 확인은 “범죄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 즉 ‘수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검사가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새로운 진술·자료를 취득했지만 증거로 쓸 수는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로 언론에 알리기라도 해야 할까? 제보를 하거나 보도자료라도 뿌려야 할까? 아차! 피의사실공표죄(형법 제126조)가 있으니 이것도 어렵다. 증거로 제출할 수도 없는 진술과 자료를 수집하는 사실관계 확인의 의의는 도대체 무엇일까? 기자들이 하는 사실관계 확인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것 아닌가?
인천시의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은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됐으니 올해로 20년째가 된다.(2020~202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을 일시 중단) 당시 전국 최초로 시작된 이 사업은 아시아권 교류도시 아동을 대상으로 심장병 등 중증 질환 치료를 지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긴 기간, 가장 많은 수혜자를 기록’한 인도주의적 의료지원 사례라고 밝힌다. 이 사업은 인천시의 대표적인 민․관 협력 해외 인도주의 사업이다. 인천과 교류하는 외국 도시의 형편이 어려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데려와 완치 시켜줌으로써 인천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 인천지역병원의 선진적인 의료수준을 널리 홍보해 앞으로 인천 의료 관광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의료지원 사업은 인천시의 대표적인 국제원조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경기신문은 기사(7월 29일자, 인천판 1면 ‘수요일 국경 넘어선 생명나눔…심장병·청색증 환아 살렸다’)를 통해 이 사업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 취약계층에게 새 삶의 희망을 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선천성 질환인 심실중격결손과 폐질환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악졸(6살·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군의 어머니 제엔꿀 씨의 반응을 전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술을 받을 수 없었는데 인천시로부터 항공료는 물론 수술비와 입원비까지 전액 지원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도 쉽게 믿지 못했다고 한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자 “신이 우리 아이를 선택한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선천성 심장질환인 팔로사징후를 앓아 손가락과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증세를 보였던 같은 나라 어린이 리낫(2살) 군도 초청 치료 대상자로 선정돼 인천에서 수술을 마친 뒤 건강을 찾아가고 있다. 리낫의 어머니 미르굴 씨 역시 아들에게 새로운 심장과 새로운 삶의 기회를 선물해 준 인천시와 의료기관, 후원 단체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전기한 바와 같이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은 인천시의 대표적인 민․관 협력 해외 인도주의 사업이다. 인천시는 환아와 보호자의 항공료와 국내 교통비, 의료진의 현지 진료비용 등을 지원한다. 협력 의료기관인 길병원(2007~2019년, 2023~2026년/2020~2022년은 코로나19로 중단)과 인하대병원(2013~2014)이 사업에 참여해 수술·치료·입원비를 부담한다. 밀알심장재단과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등 민간 단체와 현지 협력 기관은 대상자 발굴부터 입·출국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 같은 협력체계가 원동력이 돼 이 사업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다. 의료진이 직접 교류 도시를 찾아가는 현지 진료도 실시하고 있는데, 국내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는 인천으로 초청해 수술과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그동안 아시아 교류 도시 환자 175명이 인천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초청 치료 환자들의 국적은 베트남(46명)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몽골(42명), 인도네시아(22명), 키르기스스탄(20명), 우즈베키스탄(18명), 필리핀(14명), 캄보디아(6명), 카자흐스탄(5명), 미얀마(2명) 순이었다. 초청 치료는 심장병(166명)이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안과(4명), 정형(2명), 골수이식(1명), 안면기형(1명), 신경(1명)이었다. 의료진이 현지를 찾아가 진료한 환자는 무려 6792명이나 된다. 올해 역시 상반기 키르기스스탄(비슈케크)에 이어 하반기 몽골(울란바토르) 현지 진료와 초청 치료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사업비는 2억 2600만 원인데 이 가운데 길병원이 1억 7600만 원을 부담한다. 길병원의 선행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국경을 구분하지 않고 인도주의를 기반으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그 모습은 진정한 ‘인술’(仁術)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해준다. 인천시 역시 지원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니 국가 간 우정과 연대는 더 돈독해질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경학적·지정학적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글로벌 기업들에 지정학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장을 매각했다. 최근 LG전자도 모스크바 공장을 일부 재가동하면서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세계 유가가 폭등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동시에 완전히 막히면 글로벌 에너지와 물류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트럼프 1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세계 각국 기업들은 지경학의 중요성도 인식하게 됐다. 미·중 간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서 벌어지는 무역전쟁이 글로벌 기업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전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지경학의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약속했던 보조금 정책이 트럼프 정부 들어 관세 정책으로 바뀌면서 적지 않은 부담을 겪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바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만 통일에 대한 언급을 부쩍 늘리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이익 지역이지만, 미국에도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대만의 대표 산업은 반도체다. AI 반도체 칩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TSMC의 위탁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AMD, 퀄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TSMC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TSMC의 2028년 생산 물량 예약은 이미 마감된 상태다. 만약 중국이 대만 통일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고 TSMC를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TSMC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한 ASML은 유사시 원격으로 장비를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 역시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TSMC의 핵심 반도체 공장이 대만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대만을 보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TSMC는 대만의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이다. 한편 TSMC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애리조나주 공장 건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공장을 가동 중이고 독일에서도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생산 역량을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TSMC는 대만에 반도체 공장 25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만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까지 책임지고 있는 TSMC가 불안해하는 대만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세계 각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산업은 지정학적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정부는 물론 국내 대기업들도 지경학적·지정학적 리스크를 철저히 모니터링하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태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