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연길에 갔을 때였다. 호텔의 북한식당에 들어서려는데, “한국사람 받지 않습네다”, ‘남한’도 ‘남조선’도 아닌 명확히 ‘한국’이라는 용어를 쓰며 차갑게 거절한다. 북한 접경지역에서 경험한 ‘남한과의 결별’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현지 중국동포에 따르면 10만 명 정도 되는 연변지역 북한 노동자들에게 이미 지침이 전달되었다고 한다. 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한반도에서 동족의식으로 상호절제에 의해 어렵게 유지되어온 잠정적 평화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이후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전환했다. 한미일 협력으로 압박이 강화되자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 화해, 동족 개념을 지워나가고 있다. 그리고 남한이나 미국 대신 러시아와 손을 잡고 국가발전을 모색하는 중이다. 북한은 서로 상관하지 말자며 결별의 길을 가고, 남한은 강경책을 고수하며 일촉즉발의 대결상태가 계속된다. 글로벌 10위권, 문화강국 대한민국이 유치하게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으로 북한과 싸우며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국민들은 전쟁위험에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남북한 모두에게 재앙이고,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은 국민이다. 이미 우리는 한국전쟁을 통해 세계열강의 이해관계가 얽힌 한반도에서 전쟁은 남과 북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곧 비참한 남북한 공멸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적’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민족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인정해야 한다. 남한은 GDP규모나 국력에서 북한과 수십 배 격차를 보이고 있다. 7번, 70번 배려와 아량으로 포용할 때 ‘적대적 두 국가’로 나아가려는 북한을 국제사회 정상국가로 이끌어 내고 관계개선과 핵문제 해결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그럴만한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발표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김정은 정권 10년, 북한주민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미국, 일본, 남한, 중국, 러시아” 중 “북한에 살고 계실 때 어느 나라를 가장 가깝게 느꼈습니까?”라는 질문에, 2020년 조사에서 65%이상이 중국을 가장 우호적인 국가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13년 85%에서 크게 감소는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위였다. 반면 남한은 19%에 불과했다. 1990년 동서독이 통일할 때 동독주민들의 선택지는 서독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자력갱생의 길을 걸을 수도, 중국이나 러시아와 본격적으로 협력할 수도 있으며, 미국 트럼프 정부와 직접 손잡을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면 북한은 당연히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지금은 북한주민의 삶과 인권을 위해 남북협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남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북한과 협력해야 한다. 고려와 조선을 거쳐 그나마 어렵게 회복한 한반도의 반쪽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히 호텔 로비의 북한카페는 첫날 중국인과 가 본 이후에는 혼자서도 들어갈 수 있었다. 한번은 내 실수로 찻잔을 쏟았는데, 북한직원은 친절하게 테이블을 치우고 따뜻한 새 차를 가져다주었다. 벌써 기온이 많이 차졌다. 차가 더 식기 전에 따뜻한 대화 분위기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돌림자처럼 ‘농’자 든 세 낱말, 농단 농간 농락 등은 비슷해 보인다. 같은 뜻으로 아는 이도 있겠다. 그러나 이 말들은 각각 다른 단어다. ‘시대언어’인가? 박근혜 정권 말기처럼, 요즘 큰 유행인 ‘국정농단’의 농단(壟斷) 말이다.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이란 뜻이다. 사전에는 이런 풀이도 있다.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하는 것. 시장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물건을 사 모아 비싸게 팔아 이익을 독점하였다는 데서 온 말’이란다. 농간(弄奸)은 ‘속이거나 남의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간사한 꾀’ 즉 사기다. ‘손으로 만지며 논다’는 농(롱)과 ‘간사하다’의 간의 합체다. 희롱 우롱의 弄이 핵심 의미다. 농락(籠絡)은 ‘새장과 고삐’라는 뜻, 남을 교묘한 꾀로 휘어잡아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시쳇말로 ‘가지고 논다’는 말이다. 대충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은 아니다. 한자(漢字)도 다 다르다. 계통이 같거나 비슷한 말로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그러나 공공(公共)의 도리나 개인 간의 이해(利害) 등 여러 세상사에서 품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악질 또는 저질적 행실인 것이 셋의 공통점이다. 언론 등 현장에서의 단어의 용례(用例)도 비슷비슷하다. 뜻의 구별도 또렷하지 않아 보인다. 제 것이 아닌 것을 부당하게 제 주머니에 넣는다던지(농단), 정해진 바를 무시하고 남을 무시하거나 놀리던지(농간), 모두의 세상을 저에게만 이롭게 써먹는 것(농락) 등이 각각의 뜻이니 혼동될 만하다. 복잡해진 세상의 반영일까. ‘깎아지른 듯한 높은 언덕’은 ‘부당한 독점(행위)’의 비유적인 뜻이다. (정보를 독차지한) 유리한 입장에서 이익과 권리를 오로지하는 것, 출처는 맹자의 공손추(公孫丑)다. 되게 못마땅하다는 심리가 담겨 있다. ‘누구는 인삼 뿌리고, 누구는 무 껍질이냐.’ 툴툴대는 심보는 예나 지금이나 어찌 다르랴. 독과점 폐해, 지금은 더하지 않을까. 현대 자본주의 표상인 ‘동등(同等)한 기회’와 관련한 경계(警戒)의 말 ‘농단’이 어쩌다 농간 농락의 뜻도 포함하는 ‘다목적 용어’가 됐을까. 청년에게 선착순으로 제공해야하는 문화복지비를 (내용을 미리 안) 제주도청 공무원들이 먼저 신청해 선점(先占)했다는 최근의 보도도 이런 사례로 보인다. 전에 최순실이란 이가 그랬듯, 요즘 명태균이란 이가 이 이미지들을 다 합쳐 놓은 듯한 캐릭터의 언행(言行)으로 주목받는다. 논리는 황당하고, 안 끼는 데가 없는 듯, 참 재주도 좋다. 재승(才勝)이라 할만하다. 이 말은 재승덕(才勝德)으로 이어진다. 재주가 덕성을 이긴다(勝)니 ‘세상은 이런 걸 걱정하라.’는 것이다. 영리해서 싹수 망가지는 걸 저어하는 것이다. (큰) 재주는 어진 德을 갖춰야 불결(不潔)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쉬우랴? 쉬우면 저렇게들 살겠는가? 저 ‘명(明) 재승’은, 감히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 트럼프란 인물도 생각나게 한다. 또 권력의 화신인 여러 유명인들, 그들의 (빤한) 미래도 보인다. 역사처럼 인생사 돌고 돈다.
지난 3월 30일 GTX(Great Train eXpress: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가운데 수서~동탄 구간(34.9km)이 개통됐다. 6월 말엔 구성역이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다음 달엔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이 이어진다. GTX-A 노선은 총연장 83.1㎞로 운정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화성 동탄까지 총 82.1km 구간(11개 역)을 잇는 노선이다. 운정중앙역∼삼성역은 민자 구간, 삼성역∼동탄역은 재정(정부예산) 구간이다. 재정사업과 민자사업으로 별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GTX는 기존 지하철보다 빠르다. 최고 속도가 시속 180km로 일반 철도 보다 2배 이상 빠르고 역 개수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되면서 동탄에서 수서까지 19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출근시간대에는 평균 17분 간격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이 지역으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이동편의가 크게 좋아졌다. GTX는 특히 수도권 2기 신도시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더 먼 지역에 조성된 화성 동탄과 파주 운정 주민들을 위해 GTX 최초 노선인 A선을 이곳으로 정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되자 화성시는 시민 교통편의가 향상되는 것은 물론 기업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명근 시장은 “첨단기업들의 첫 번째 애로사항은 인재확보”라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화성에 있는 기업들에 오기 힘들었던 현실에 혁명적인 변화가 생겨 기업유치에도 GTX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통이 임박한 GTX-A 운정~서울역 구간에 대한 경기 북부 주민들의 기대치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경기북부에서 서울 중심부로 빠른 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킨텍스에서 서울역까지 16분, 강남까지 2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다.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는 것이다. 그런데 파주시 운정과 화성시 동탄을 잇는 GTX-A노선 개통까지는 넘어야 할 험한 산이 생겼다. 이 노선의 중심이 될 삼성역 환승센터가 문제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GTX-A 노선은 반쪽짜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와 관련, 경기신문은 두 구간이 만나는 삼성역 구간(1km)의 경우, 서울시의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설계 장기화와 사업규모 변경 등의 사유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19일자 1면, 빠른 출퇴근 ‘4년 기다림’에 도민들 분통) 기사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2026년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2027년에는 지하철 삼성역을 이용해 환승 임시 개통 후 2028년 완전 개통할 계획이라고 한다. 화성, 용인, 성남, 파주, 고양 지역 주민들이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순운영이익 감소(영업손실금) 보전을 나랏돈으로 채워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역 구간을 제외한 운정∼서울역 구간과 수서∼동탄 구간에 대해 운영을 개시하는 민자사업자인 SG레일에게 삼성역 구간이 개통될 때까지 영업 손실금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GTX-A 실시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 부대의견에 “국토부는 GTX-A 삼성역 개통 지연에 따른 향후 손실보상 규모에 관한 민자사업자와의 법적 분쟁, 지연이자 지급, 정산시점에서의 급격한 재정부담 등의 문제”를 우려하면서 보완 대책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명시했다. 현재 GTX-A노선 추진 상황을 생각하면 아무리 일러도 2027년 말까지 정부가 민자사업자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예결특위 수석전문위원의 말처럼 국토부가 실시협약 체결 당시부터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을 민자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 외에 재정지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사업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서울시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호주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한다. 이 금지법이 시행되면 청소년은 부모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SNS 접근이 제한된다. 호주 정부는 SNS 기업이 어린 청소년의 접근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게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린다는 구상이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 시도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하루 일정 시간 동안 SNS가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미성년자 계정은 비공개를 기본 설정으로 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3세 미만 영유아의 영상 시청을 전면 금지하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은 13세부터 할 수 있게 하며, SNS 사용은 15세부터 허용하되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초강경 정책을 논의 중이다. 프랑스 일부 학교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선언했는데 내년에는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하자는 여론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소유 자체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SNS 계정 개설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왔다. 교육, 의학 전문가들이 이 청원에 동의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내 아동‧청소년의 미디어 이용행태를 조사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24)의 보고서를 보면 19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의 51.6%는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10살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기기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1시간 15분이고, 10대 청소년의 경우에는 2시간 41분으로 전년 대비 스마트기기 이용 시간이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 3세부터 9세 아동의 75.3%가 유튜브를 이용했다. 유튜브를 ‘매일 이용한다’는 비율이 30.8%에 달했다. 유튜브 쇼츠나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와 같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아동의 비율은 51.1%였다. 하루 평균 숏폼 이용 시간은 약 1시간이었다. 10세 미만 아동이 15초~60초 정도의 콘텐츠를 한 시간가량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SNS 과몰입을 우려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중독으로 부르는 ‘과의존’이 심각할 경우 심리적‧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도 일으킬 염려가 있다. SNS를 통한 사회적 비교, 사회적 압박, 다른 사람들과의 부정적 상호작용 등으로 인한 해로운 영향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를 금지하는 것처럼 스마트폰과 SNS도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SNS 이용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은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고 쉴 수 있다. 하지만 이용이 늘수록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있는 여건과 공간을 확보하기란 훨씬 어려워졌다. 스마트폰 소유부터 SNS 계정 접근 금지까지 원천 차단하는 방식의 통제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노출 시기와 정도를 최대한 늦추자는 주장은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요즘 우리 사회는 희망적인 일보다 비관적인 일이 가득하다. 주식폭락, 정치부패, 지방소멸, 학교폭력, 고독사 등등. 사회가 방향을 잃은 듯하다. 부모 자식 지간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노인들이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식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전부 쓰고 가겠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난무하다. 자식에게 더 이상 기댈게 없다는 비관론이다. 이런 삭막한 분위기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전 재산을 지역 사회에 기증하고 떠나는 노인들이 많다. 올 초 프랑스 남부에 있는 바르(Var) 지역에서 95세의 한 노인이 세상을 뜨면서 지역 당국에 250만 유로(한화 약 40억 원)를 유증하고 돌아가셨다. 마르슬렝 아르튀르 샤익이라는 이 남성은 자신의 유산으로 노인들을 위한 데이케어 센터를 설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 의회는 고인의 유언과 유산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약 3,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지역의 단체장인 카미유 부주(Camille Bouge)는 이 금액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놀라운 투자 및 운영 능력”을 키워갈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부주 시장은 “약 100평방미터의 새 부지를 찾아 노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친절하고, 따뜻하고, 친근한 공간을 만들고 세 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주민들도 나서서 환영의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 공사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 이전에 개소할 방침이다. 또 다른 미담은 2022년 12월 100세의 노인 로메인 칼레스가 남긴 유언장이다. 칼레스는 자신이 살던 지자체인 알프 마리팀의 로크포르레팽(Roquefort les pins)을 유산 상속자로 지정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 지자체는 약 800만 유로(117억 원)를 고인으로부터 받았다. 이는 신의 큰 선물로 지자체의 연간 운영 예산 전체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로크포르레팽은 이 기부금으로 새로운 학교를 지을 계획이다. 한 시의원은 “우리는 공동체의 중기적 필요를 충족시킬 학교를 지을 땅을 찾고 있었어요. 로메인 칼레스의 집 근처에 새 학교를 지을 미개발 부지를 발견했지 뭐예요. 이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아요”라며 감사해 했다. 칼레스의 유산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모든 예술을 위한 문화센터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사용될 예정이다.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셰르 지방의 작은 마을 생트 솔랑주(Sainte Solange) 역시 비슷한 미담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간 한 여성으로부터 놀라운 선물을 받았다. 그녀는 사망하면서 100만 유로(약 15억 원)와 20헥타르의 농장이 있는 자신의 집을 기증했다. 이 지자체의 시장인 기슬렌 드 방기는 고인이 돌아가신지 몇 개월이 지난 11월에야 정확한 유증 금액을 알게 되었다.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정도인지도 몰랐어요”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증액은 1,100명의 주민이 사는 생트 솔랑주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 액수이기에 지역 의회는 매우 기뻐하고 있다. 고인은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 따라서 생트 솔랑주는 우선 기부금 중 일부를 번개에 맞은 성당의 종탑 보수 공사에 사용하기로 했다. 남은 금액 중 일부는 예배당 지붕의 손상된 부분을 수리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방기 시장은 “기부금은 매우 신중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세편의 미담은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필자는 세 명의 기증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너무나 고맙게 느껴진다. ‘한평생 잘 살다가니 남은 것은 후세의 몫이다’라는 철학의 소유자들 같아서 말이다. 나도 이런 결말을 내고 가야할텐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경기도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돕기 위해 개발해 공개한 ‘1인 가구 주거 안전 체크리스트’의 유용가치가 높다는 여론이다. 전세사기는 근년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희대의 범죄 유형이다. 주로 젊은 층인 피해자들이 한순간의 판단 실수와 정보 부족으로 전 재산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는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참상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막막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는 더욱 큰 폭으로 확장돼야 한다. 경기도가 ‘1인가구 포털’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1인가구 주거안전 체크리스트’는 전·월세 계약부터 이사 후까지 안전한 주거생활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점검 목록이다. 공개된 체크리스트에는 전월세 계약 전, 계약 당일, 잔금 지급일, 계약 기간 중 등 단계별로 나누어 필수 확인 사항과 주의사항 등 필수 점검 항목이 망라돼 있다.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계약 전에는 등록된 공인중개사인지를 확인해 동행하여 계약할 집의 교통 편리성과 주변 환경 등을 확인해야 한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이나 KB부동산을 통해 주변 시세에 대비해 보증금과 월세가 적정한지를 확인(특히 신축 다세대주택 등의 경우는 필수)하기를 권한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건축물대장도 살펴봐야 한다. 계약 당일에는 임대인 신분 확인과 함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권리관계를 재확인하고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대리인이 계약하는 경우에는 대리권이 있는지를 명확히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계약 시에는 반드시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되 옵션 사항·수리비 부담·근저당 말소 등 구두로만 하고 넘어가기 쉬운 사항들은 특약사항에 반드시 명문화해 넣어야 한다. 중개사를 통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만약을 위해서 필요하다. 계약 체결 후에는 곧바로 주택임대차계약신고를 마친다. 잔금 지급일에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근저당권 등 특약사항이 이행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입금 계좌가 등기부등본상 임대인이 맞는지를 재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때 중계 수수료 현금영수증을 포함한 영수증 확보 또한 필수적이다. 계약 후에는 곧바로 행정복지관 등에 전입신고를 마쳐야 한다. 이는 대항력, 우선변제권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경기도 ‘1인가구 주거안전 체트리스트’는 계약 기간 중에 임차인이 확인해야 할 내용도 빼놓지 않고 안내하고 있다. 임차인은 계약 만료 2개월 전에 계약 갱신 또는 해지 의사를 임대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만일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을 때는 관할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하고 보증보험가입기관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이행청구 등 안전 확보 조치를 해야 한다. 경기도가 개발해 내놓은 ‘1인가구 주거안전 체크리스트’는 안전한 임대차 관리를 위해 요긴한 내용들을 잘 축약해 담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가 부동산 사기를 당해 길거리에 나앉은 희생에서 얻은 교훈의 산물이기도 하다. 지자체 등 국민의 안전한 삶을 담보해야 할 관청들은 사건 사고가 발생한 뒤 사후약방문식으로 해법을 내놓는 전근대적인 행정을 이제는 혁신해야 한다. 문제 발생 이전에 빈틈없는 방지책을 펼치는 예방행정에 집중해야 한다. 생활안전·산업안전을 포함해 국민이 당할 수 있는 불운·불행을 최대한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지혜로운 대안들을 살뜰히 제시하는 선진행정으로 반드시 가야 한다. 이번 ‘주거안전 체트리스트’ 개발 보급을 계기로 경기도가 지역민들이 일상적으로 당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위해를 미리미리 막아주는 수준 높은 예방행정 활동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경기도에 살기 때문에, 주민들이 더욱 안락한 민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은 무조건 다다익선(多多益善) 아니겠는가.
지난 시간에 이어 보양주에 대해 마무리를 해야겠다. 이 술이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일단 동물성 재료로 술을 빚는다는 부분과 맛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동물성 재료는 발효하는데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술빚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지금까지 전해진 것은 별로 없지만 이런 지혜를 통해 우리 술이 나아가는 길을 좀 더 확장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네 번째로 사용했던 재료는 북어이다. 북어는 명태를 말린 것으로 다양한 음식 재료로 사용되지만 우리는 제일 먼저 해장국을 떠올린다. 아버지가 저녁에 술 한잔하고 들어오시면 다음 날 아침 부엌 한편에 있는 북어를 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부드럽게 만든 후 고소한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파와 마늘 그리고 달걀을 풀어 마무리하면 까칠한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시원한 속풀잇국이 완성된다. 드시면서 시원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이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공감이 많이 간다. 그럼 먼저 명태에 대해 유래부터 알아보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함경도 명천(明川)에 성이 태(太) 씨인 사람이 고기잡이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이름을 아무도 몰라 고을 사람들은 명천에서 ‘태’ 씨가 잡았다고 해서 ‘명태’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마른 명태를 북어라고 이르게 된 것은 함경도가 북쪽에 있어서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물고기라 북어(北魚)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명태 유래는 '새 국어 어원사전'에서 요약했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은 북어가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하니 나의 호기심에 북어로 끓인 물을 술빚는 데 사용하면 가능하겠다는 실험은 이미 앞에 사용한 소고기, 돼지 뼈, 닭이 있었기에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주 수월했다. 다만 하나만 쓰는 것보다 혹시 모를 냄새를 잡기 위해 마늘과 파를 함께 넣어 준다면 더 효과가 좋겠다는 생각에 모든 재료를 넣고 푹 끓인 후 그 국물로 된죽을 쑨 뒤, 차게 식혀 누룩을 넣어 7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완성한다. 멥쌀을 깨끗하게 씻어 24시간 불린 뒤 건져 고두밥을 찐 다음 차게 식힌다. 빚어 놓은 밑술과 함께 버무려 한 달간 발효시켜 술은 완성한다. 술을 빚는 과정은 어느 한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원재료의 맛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숙성의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술을 걸러 맑게 여과한 후 냉장고에서 두 달 정도를 넣어두고 기다렸다. 여전히 술은 맛보기 위한 기다림은 참 행복하다. 하얀 술잔에 떨어지는 맑은 노란빛이 나의 눈을 행복하게 하고, 입안으로 들어오는 첫맛은 입안에 퍼지는 시원한 맛과 함께 뒤에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탄산 감이 나를 설레게 했다. 발효가 다 끝나면 느낄 수 없는데 이 술은 유난히 탄산 감이 많이 느껴졌다. 냄새에 민감해 혹시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전혀 느끼지는 못했다. 이로써 보양주 사총사는 나의 무한한 술 세계의 또 다른 시작점과 함께 스스로 기쁠 수 있는 만족감을 선물해 주었다. 이런 행복이 내가 술을 선택하는 핵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란 자신의 저서를 마르크스 주의 비판을 위해 썼다. 그가 이 책을 썼던 때는 1945년이다. 나치의 잔혹함을 경험했고 스탈린의 전체주의 독재를 목격했다. 칼 포퍼의 이론은 소위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정치 선전 도구로 이용하곤 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그럴 듯 하게, ‘좀 있어 보이게’ 하려는 사람들은 칼 포퍼를 아는 척 한다. 특히 개신교 이론가들이 포퍼의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의 대립 개념을 내세우곤 한다. 아이러니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론을 내세우는 집단들, 정당들, 교회들이 오히려 닫힌 사회의 행태를 더욱 적극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 다른 정당의 대표와 정치인들을 무리한 법조항을 내세워 활동을 규제하려 하는 것은 닫힌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동성애, 이슬람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개신교들의 집회는 그걸 지켜 보는 사람들을 두려워 떨게 만든다. 나치 히틀러는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동성애자 역시 상당수 태워 죽였다. 그 역사를 애써 외면하려 하는가. 한 사회가 열린 사회인지 닫힌 사회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길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 특히 지도급 인사들이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태도이다. 한국 사람들 중 일부는 기이하게도 해외에서 높은 성과를 올린 작가, 예술가들을 폄훼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도서로 규정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폐기시킨다. 모두 3부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의 2부 ‘몽고반점’에서 형부와 처제가 관계를 맺는 에피소드 때문인 모양이다. 다소 극우주의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5.18과 4.3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어서 ‘좌파 빨갱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웃고 인사하는 사람의 속내에 5.18과 4.3에 대해, 끔찍하게 다른 생각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 해진다. 5.18은 북한 간첩에 의해 일어난 것이며 4.3 역시 남로당 계열 공산주의자들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5.18과 4.3 때 얼마나 많은 양민이 학살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녕 교육의 잘못인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에 대해서도 댓글에 욕설에 가까운 비난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역시 한국사회가 칼 포퍼식 열린 사회가 아니라 닫힌 사회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노라’는 뉴욕의 한 창녀가 러시아 갑부 자식인 애송이 청년 때문에 겪게 되는 적나라한 이야기이다. 칼 포퍼 이론의 핵심은 ‘비판을 허용하는 열린사회란,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엇갈리는 목표들이 다양하게 추구될 수 있는 다원적인 사회를 말한다’에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가 과연 칼 포퍼가 얘기하는 열린 사회인가. 반공주의자들, 일부 기독교 목사들이 신봉하는 칼 포퍼의 열린 사회론이 바로 그들에 의해 닫힌 사회론이 되고 있다. 이건 거의 개그 수준의 사회이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도 제발 제대로 읽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행여나이다. 과연 그럴까이다.
경기도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국제연합(UN)이 정한 고령사회 기준의 두 배를 넘길 정도로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 그런데도 공립요양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해 도민들이 불편을 호소해 왔지만, 마땅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고령화 현상은 인구절벽 사태와 함께 우리가 잘 헤쳐 나가야 할 핵심 복지사업 대상이다. 공립·민간 가릴 것 없이 질 높은 노인 케어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경기도 노인들이 더욱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대폭 확충돼야 할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모두 993만 8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2%에 달한다. 불과 0.8%만 더 늘어나면 대한민국은 영락없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경기지역 65세 인구 역시 전체의 15.9%를 넘기면서 고령사회가 한층 더 깊어졌다. 하지만, 도내에서 운영 중인 공립노인요양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노인요양시설 대부분이 민간 운영에 치중돼 있다. 서비스 질이나 안정성이 높은 공립노인요양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해마다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경기도 내에서 운영되는 노인요양시설은 총 2천136곳이다. 이 중 공립노인요양시설은 단 10곳으로 고작 0.5%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남부에 수원시, 성남시, 부천시, 광명시, 평택시, 안산시, 군포시, 의왕시, 양평군 등 9개 시군에 공립노인요양시설이 설립돼 있다. 경기 북부엔 단 한 곳(구리시)에서 공립노인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에서 노인 돌봄에 대한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도내에서 운영 중인 10곳 공립노인요양시설 모두 정원이 가득 차서 이미 오래전부터 추가적인 인원을 제때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돼 있다. 공립 시설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다 보니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최대 5년까지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오는 실정이다. 노인들이 공립노인요양시설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부정 수급, 학대 피해 예방 등 안전성과 요양 서비스, 프로그램의 질 등이 민간시설보다 더 높을 것이란 믿음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리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는 민간시설에서 간간이 발생해 말썽이 되는 노인학대 논란 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공공시설에 대한 갈망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속도가 붙은 노인 인구의 증가추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조만간 급속한 돌봄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의료와 요양 등 돌봄 필요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부족한 사태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심각하게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다. 폭증하는 돌봄 수요에는 의료, 간호, 요양 등 건강 유지를 위한 기초적인 서비스부터 가사와 식사, 여가 서비스, 금융서비스 등 넓은 의미의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고령 친화적 주거는 삶의 기본 조건이자 돌봄 서비스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돼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이고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고령자 돌봄 주택 공급을 촉진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공립요양시설 태부족 현상과 빠른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노인 돌봄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일은 두 가지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 부족한 공립요양시설을 확충해 질 높은 노인 돌봄 시스템을 갖추는 일과 민간시설의 수준 향상을 견인하는 일이다. 노인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기도의 공립노인요양시설 운영실태는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급격한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선진적인 노인 돌봄 시스템 구축 마스터플랜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어느 작가가 여행길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그는 11월인데도 벚꽃이 피고 토마토는 착과가 되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농부를 만났다고 했다. 기후재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설 기술은 과거의 관성을 누가 먼저 깨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기후재난은 과학자들의 예측을 넘어서고 있는데, 권력자도 기업가도 과학자도 교육에서도 기후재난 앞에서는 누구 하나 용기 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연기처럼 희미하게 그 문제 자체가 잊어지는 게 우선 당장은 다행이라는 것인가. 11월도 중순이어서 일까. 그동안 추위 걱정 않고 지냈으니 이제 기후재난 속 겨울의 길목에서 추위에 따른 체험적 경험을 쌓으라는 듯 바람은 차갑고 드세다. 온기가 없는 곳에서는 생명이 자랄 수 없다. 인간은 에덴동산에서부터 혼자 살 수 없도록 창조된 것일까.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정이 삶의 근원이요 문명과 문화의 기초되는 곳이라는 인식을 체감한다. 그런 가운데 어느 날 문득 걱정의 늪 속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대중가요 가사가 실감 난다. 글쓴이로 살아오면서 저렇듯 딱 부러지게 공감할 수 있는 유행가 가사 하나 없구나! 하는 자책도 따랐다. 나에게 희망이 있다면 아파트 옆 동에 살고 있는 딸에게서 ‘식사하러 오시라’는 그 전화요 목소리이다. 그것이 오직 가족과의 대화가 된 셈이고_. 나로 인한 딸의 수고가 고생이 되어 갈수록 안타깝고 애틋한 생각에 마음만 저리다. 그러던 어느 날, 딸 가정에 기념할 만한 일이 닥쳤다. 나는 전화로 모두 밖으로 나가 음식점으로 가서 식사를 하자고 말했다. 그랬는데 서로 간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나는 끝내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녹음을 해놓고 들으며 반성해야 할 말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어 한숨을 놓게 되었다. 아버지와 딸이란 인연의 은혜 속에 가족이라는 이해의 이불을 하나님께서 덮어줌으로써 불행했던 순간을 여백이 공간으로 창조할 수 있었다. 세상을 걷다 보면 서 있는 자리가 다르면 세상 풍경도 사뭇 다르게 보인다. 나같이 수양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많은 일을 자기 방식대로 통제하려 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통제에 응하지 않으면 순간의 적이 되기도 하는가 싶은 후회였다. 이런 상황일 때는 내가 나를 용서 못해 괴롭다. 이럴 때 이해의 담요와 이불이 필요한 것을_. 이 참담한 시대에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려면 마음의 여백을 늘려가면서 바보처럼 살아가야 하겠거니 싶다. 바보도 바보 나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백치요. 하나 밖에 모르는 사람은 바보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이태석 신부 같은 분들 앞에서는 ‘바보’라는 명사를 끄집어낼 수도 없다. 그래서 썩을 놈의 세상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가 되는가 싶다. 바보로 살려면 힘(力)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아는 단 한 가지를 그냥 밀고 갈 수 있는 힘 말이다. 신앙이든 문학이든 그림이든 도공이든 소리꾼이든 말이다. 뚝심으로 자기의 명작을 위한 일생의 종착지를 향해 가는 것이다. 외로움과 피곤은 날마다 나비처럼 다가오고, 후회는 벌처럼 날아와 쏘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행복이라는 단어와 눈이라도 맞춰 볼 기회가 올 것인지 사뭇 안타깝다. 어느 날 먼 곳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 말 저 말 끝에 아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시냐? 고 했다. 나는 ‘죽음 뒤의 희망’을 생각해 본다고 했다. 아들은 ‘제가 있는데 무슨 죽음 뒤의 일이냐’ 고 말했다. 아차! 내가 말실수했구나 싶어 ‘그래 네가 나의 자존심이다. 네가 있으니 좀 더 의미 있게, 가볍게, 유머러스하게 살아가야겠다.’고 진심어린 말을 들려주었다. 작가로서 살아오면서 글쓰기는 나의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작업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시간을 보내는 가장 멋진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지금껏 걸어온 길, 이 길에 깨어 있으리라. 갈아입고 겨울을 보내야 할 옷들을 세탁소에 맡기고 왔다. 때 묻고 추해진 옷은 세탁소에 맡기면 된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에 맡겨야 새롭고 맑아질 수 있을까. 봄 강물 흐르는 그 어디쯤일까… 아침햇살은 뒷산 이마에서 빛나고, 슬픈 경험은 지혜가 되어 가슴에서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