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기회이며,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최근 방송통신대학교 동두천 학습관의 폐관 방침은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들의 배움터이자 희망의 공간이었던 학습관이 충분한 공론화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동두천은 지난 74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시 면적의 42%에 달하는 땅을 미군에게 제공하며, 경제적 피해와 발전 제약을 감내해 왔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조건 속에서도 시민들은 묵묵히 삶을 일구어 왔으며, 그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교육’이었다. 일터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야간이나 주말을 쪼개 학습관을 찾는 이들, 육아와 생계를 병행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학업,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시작한 도전. 동두천 학습관은 이 모든 이들에게 열린 배움의 창이자 재도약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문이 닫히려 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본부는 효율성과 운영비 절감을 이유로 동두천 학습관 폐관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조직·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 기본계획’을 시행하며, 전국 12개 임차 학습관과 2개 별관 학습관의 운영 종료를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해당 지침은 임차 건물 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동두천 학습관 또한 ‘임차 시설’이라는 이유로 폐관 대상에 포함되었다. 문제는 폐관의 기준이 '소유 여부'에 치우쳐 있으며, 실제 교육 수요나 지역 특수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운영 효율이라는 명분이, 지역 시민들의 절박한 배움의 권리를 외면할 만큼 정당한가?” 현재 동두천 학습관은 경기북부 5개 시·군에 거주하는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300여 명에게 실질적 학습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 지역에서 학습관은 사실상 유일한 고등교육 접근 통로이며, 이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학습자들은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곧 학업 포기와 학습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생교육, 지역균형발전, 교육복지. 이 세 가지 가치는 오늘날 국가와 공공기관이 강조하는 핵심 원칙이다. 그러나 정작 수도권 북부의 소외지역 시민들은, 자신의 배움터 하나조차 지켜내기 어려운 현실 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동두천시는 2024년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유아부터 노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교육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시민 누구나 학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사다리를 놓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학습관은 그 사다리의 마지막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 고령층 시민들에게 이 공간은 재도전의 상징이며, 지역사회 복지 기능을 보완하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교육을 포기하는 도시는 미래를 잃는다. 시민이 학습을 포기하는 사회는 더 큰 복지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금 폐관되는 것은 단지 ‘건물’이 아니라, ‘교육의 희망’이다. 지금 멈추는 것은 단순한 ‘운영’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다. 그러므로 이 결정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폐관은 시민들과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국가의 교육 철학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학습관의 존치를 다시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국민에게도 간곡히 호소한다. 지역의 작은 배움터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누구든, 어떤 형편이든,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동두천시는 시민들과 함께 학습관의 존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민주당의 신임 당 대표로 정청래 의원이 선출됐다. 처음부터 그가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명심’은 박찬대 후보에게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고, 박 의원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지지 또한 견고하다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찬대 후보는 낙선했고,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정청래 후보가 당선됐다. 경선 과정은 물론 당선 이후 정청래 대표가 보여준 태도는 매우 강경하다. ‘내란 당은 해산시켜야 한다’, ‘사과와 반성 없이는 악수할 수 없다’는 발언만 봐도 그의 대야(對野) 강경 입장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점은 정청래 신임 대표가 국민의힘을 인사차 예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당장 국민의힘을 찾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주요 정당의 새 대표는 선출 후 이틀 이내에 상대 정당을 예방하는 것이 관례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 대표의 인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내란 세력이며, 반성조차 없는 내란 정당이기 때문에 협치나 정치적 파트너로 볼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상대를 인사차 방문한다는 것은 정 대표의 관점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설령 정 대표의 판단과 주장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러한 강 대 강의 대치는 정치 자체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시기에도 정치는 실종됐었다. 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며 정치는 점차 실종됐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여권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걸림돌 없이’ 실현할 수 있는 국면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고, 제22대 총선 지역구 기준으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득표율 차이는 불과 5.2%P.에 불과한데, 여권 지지층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정치가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을 선택한 유권자의 의사는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소수의 의견을 정치 과정 속에 반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사라진 곳에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계몽’뿐이다. 그러나 ‘계몽’이라는 방식이 설사 시도된다 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대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회적 불안만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은 ‘선(善)’은 자신들뿐이라는 독선적 사고를 벗어나야 하고, 또한, 국민의힘이 아무리 무능하고 과거 내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이들을 전면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의 ‘건전 세력’과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한동훈 전 대표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계엄 해제에 앞장섰던 정치인도 있었고, 소수지만 탄핵에 찬성한 인사들도 존재했다. 이들이 있는 한,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살아 있어야 여권도 성공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고 2년 정도가 지났음에도 시행사나 시공사에서 하자보수를 원활하게 진행하지 않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하자소송을 준비하게 됩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하자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이를 위해서 하자진단을 위한 업체와 법률 사무 대리를 위한 법무법인 선정을 하게 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을 대표하여 소송을 진행하기 위하여는 입주민들로부터 채권양도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채권양도라는 입주민들이 시행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을 입주자대표회의라는 법인(단체)에 이전하는 것입니다.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수분양자인 개별 입주민들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이들이 모두 개별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 수백 명의 입주민을 대리하여 소송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소송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행을 위하여 입주자대표회의를 입주민들의 대표로 내세워 소송을 진행하게 되고 이를 위해 채권양도라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입주민 중 한 명을 대표자로 세워서 진행하는 선정당사자 방식을 이용하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방식은 소송 중에 구분소유자가 변경되면 선정당사자를 변경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어 최근에는 대부분 채권양도라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채권양도 방식이 소송신탁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적법성에 대하여 논란이 있기도 하였으나, 대법원에서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양도 경위, 방식, 시기, 양도인과 양수인의 관계, 하자보수의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구분소유자들이 입주자대표회의에게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양도는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대법원 2009. 2. 2. 선고 2008다84229 판결)함으로써 그 적법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채권양도는 단지 소송을 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통상 개별 하자의 제척기간에 임박하여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척기간 내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시행사에 대하여 권리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채권양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의 권리행사가 효력이 없어 추후 소송에서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채권양도 비율이 낮은 경우 공용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줄어들게 되고, 실제 공용부분 하자보수에 대한 비용이 다시 주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 채권양도 비율을 높이려고 하고 있고 통상적으로 95% 이상의 채권양도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물론 채권양도는 입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확정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 이전하는 것이므로 이후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소송을 통해서 받은 손해배상금을 자의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상 채권양도서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추후 수령한 손해배상금은 하자보수 등 그 목적에 맞도록 사용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어서 이를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형사책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는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채권양도에 협조하여 원활하게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해마다 수천 명이 사망하는 등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가 여전하지만 이에 대한 안전 활동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적 노력조차 진전되지 않는 등 불감증이 만성화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다수 교통사고가 ‘안전의무 위반’인 현실을 감안하면 안전 홍보 강화, 안전교육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줄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날마다 발생하고, 시시각각 죽고 다치는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복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8202명으로, 같은 기간의 산업재해 사망자 6319명과 자연재난 사망자 91명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았다. 또 지난해 발생한 전국 교통사고 19만 6249건(사망자 전국 2521명, 경기도 472명) 중 55%는 ‘안전운전의무 위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를 좀 더 기울였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매년 2500명을 넘기고 있음에도 국가나 지자체의 관심에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자연·산업재해는 매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며 피해 예방을 위해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은 교통사고는 중대 재난으로조차 취급하지 않는 등 대책이 무디기 짝이 없다. 사실상 안전 논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가 지난달 말 ‘2025년 하반기 언론 간담회’에서 공개한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경기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5만 2175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경기도의 화물차 교통사고는 25%, 고령보행자 사고는 19%나 증가하며 일부 취약 분야에서 사고 위험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물차 관련 사고는 총 88건으로서, 이 가운데 41%는 후미추돌 사고로 생긴 인명 피해였다.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는 전년 대비 19%, 연평균 기준으로도 1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총 81명으로, 이 가운데 31명(38%)은 무단횡단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증가도 문제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전국의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 2369건으로 36%나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고령 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 사망 비율이 2019년 23.0%에서 2023년 29.2%로 늘어났다. 2023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2551명 가운데 48.6%가 65세 이상이다. 고령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사고가 나면 부상에 그치지 않고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 유형에서는 보행자 사고가 44.4%로 절반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의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폭염·폭우 등 자연 재난 피해에 적용하는 재난안전문자 시스템에 비하면 교통사고 예방조치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물론 전국에서 상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관리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실시간 정보 문자를 보내는 시스템, 주의력을 높이기 위한 사고 위험 통보 등은 도입이 얼마든지 가능한 영역이다. “교통사고 대부분은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교육·홍보 등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관계자의 견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와 지자체 등이 교통사고 문제에 관심을 높여 대책 마련에 앞장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통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바로 나와 내 가족의 문제다.
아침 7시, 집 근처 마트 앞에서 열명 남짓이 버스에 올랐다. 으리으리한 어느 대형 건물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서둘러 내린 후 잰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바로 수많은 노동자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물류센터의 풍경이다. 출근 체크를 하고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를 넣었다. 스마트워치조차 허용되지 않은 그 곳에선 모두가 일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잃는다. 나는 출고 작업 중 하나인 포장 업무에 투입됐다. 고객이 주문한 물품들이 바구니에 담겨 오면 일일이 포장해 컨베이어벨트에 실어 보내는 단순 반복작업이었다. 처음엔 재밌었다. 고민도, 갈등도 없는 노동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마엔 땀이 흐르고 갈증은 멈추지 않았다. 얼음물을 계속 마셔도 이상하게 목이 자꾸 말랐다. 에어컨은 없었다. 그 사이 바구니는 끊임없이 나를 압박하며 밀려왔고 컨베이어벨트로 물건을 올리는 손은 점점 바빠졌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실수도 늘었다. 정신없이 박스를 보낸 후 시간을 보면 고작 5분이 지나 있었다. 시간은 더뎠고 다리는 아파왔다. 점심시간이 됐다. 아픈 다리를 끌고 구내 식당으로 향하니 입구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아이스바가 잔뜩 들어있었다.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복지 중 하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직원들이 너도나도 아이스바를 하나씩 입에 문다. 밥보다 시원한 얼음 한 조각이 간절했던 나도 입에 문 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의욕적으로 밥을 먹던 나는 갑자기 음식을 넘기기 힘들어져 절반 이상을 버렸다. 더 먹으면 속이 울렁거릴 것만 같았다. 겨우 속을 달랜 후 오후일을 위해 자리로 돌아갔다. 오후에는 이상하게 땀이 더 많이 흘렀다. 박스 한 개를 포장할 때마다 육즙처럼 흐르는 땀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마도 점점 뜨거워지는 듯했다. 오후 3시쯤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후, 여기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바로 앞에서 누군가가 불평을 늘어놓았다. 내 얼굴도 더 뜨거워졌고, 땀은 멈추지 않았다. 반대로 시간은 거의 멈춘 것 같았다.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겨우 3분, 5분이 흘렀을 뿐이었다. 일당이고 뭐고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추가 수당 프로모션의 달콤한 유혹 때문에 이를 악물었다. 불현듯 ‘물류센터는 현대판 탄광’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에어컨도, 햇빛도 없는 곳에서 오직 조명과 먼지와 선풍기 바람만이 온몸을 끈적하게 휘감고 있었다. 3분씩, 5분씩 보낸 시간은 어느새 퇴근시간 한 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한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희망으로 마지막 힘을 쥐어짰다. 저녁 6시, 드디어 일이 끝났다. 하지만 두통은 더 심해졌고 뜨거워진 얼굴도 식을 줄 몰랐다. 아이스바를 입에 물고 퇴근 셔틀버스에 겨우 몸을 실었다. 집에 오자마자 두통약을 입에 털어넣은 후 씻고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고. 밤새 끙끙 앓았고,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피곤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열사병 초기 증상’이 연관검색어로 나왔다. 한여름 폭염 속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이 남 일 같지 않았다. “마흔 넘은 우리 같은 사람은 일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뿐이라….” 현장에서 들은 누군가의 말도 계속 맴돌았다.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통일부는 1969년 ‘국토통일원’으로 출발해 1990년 ‘통일원’으로, 1998년 이후에는 현재의 ‘통일부’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통일부’ 명칭을 바꾸어 보자는 논의는 없었다. 하지만 2025년 7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명칭 변경은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한반도부’ 같은 명칭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사실 통일부라는 이름은 우리 국민에게 오랫동안 익숙한 것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 속에서 통일부는 국가조직의 자연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독일의 사례를 보면, 명칭 변경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실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독은 1951년 ‘전독일문제부’(BMGF)를 설치해 동서독 문제를 다뤘다. 이것은 독일연방헌법 제23조를 근거로, 분단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동독의 국가성을 부인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교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환점은 1969년 빌리 브란트 총리(1969.10-1974.5)가 등장하면서 부터 였다. 그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동방정책(Ostpolitik)을 추진하면서 부처명을 ‘내독일관계부’(BMIB)로 바꿨다. 이는 헌법에 근거하면서 분단상황을 부정하지 아니하고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동서독 교류를 실용적으로 추진한 정책 전환이었다. 그 결과 1972년 ‘통행협정’(Transit Agreement) 체결과 함께 동서독 간 가족방문이 급증했고, 1972년에는 기본조약이 체결되었으며, 1973년에는 양국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서독은 외형적으로는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면서도, 내적으로는 독일 내부 문제로 접근했다. 실용적인 정책을 조직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내독일관계부’였다. 브란트는 동방정책으로 동서독 관계 개선을 추진하였지만, 그 정책을 조직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내독일관계부’였다. 그 결과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은 통일을 이루었다. 독일의 예에서 특별한 것은 동서독간 합의사항 즉, 통행협정(1971), 기본조약(1972) 등을 연방의회에서 인준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동서독 합의사항은 정권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중단없이 효력을 발휘하여 통일에 이르게 하였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북한은 2023년 12월 민족개념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남한을 적으로 규정했다. 남북관계는 극도로 경색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이라는 표현은 북한에 ‘흡수통일’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의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하여 냉철하고 실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남북이 분단된지 80년, 매우 긴 시간이 흐르고 있다. 통일이라는 이상을 지키되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접근은 유연하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일부를 ‘남북관계부’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이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용적 접근의 출발점이자,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운영의 선결 과제이다. 남북 교류협력의 새로운 문빗장을 열고 머지않아 다가올 통일의 시대를 크게 열어보자.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경기도 더불어민주당이 ‘기강 해이’ 논란에 빠졌다.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끔찍한 취재 기자 폭행에 이어 도의원의 뇌물 수수 의혹 등 파장이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경기도당이 조직적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출범 60일도 채 안 된 새 정부의 공직 윤리와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민심을 진정으로 천심으로 여긴다면 세간의 비판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달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평택시을) 지역사무실에서 취재를 하던 경기신문 기자가 이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한 일은 있을 수 없는 언론 자유 침해사건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경기도당은 사건에 대해 ‘입장이 없다’며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경기신문 박희범 부국장(평택 담당)은 평택항 부지 특혜 의혹과 관련한 취재를 위해 이병진 의원의 지역사무실을 방문하던 중 봉변을 당했다. 박 부국장은 정치권의 개입 여부를 알아보려고 이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A씨를 만났다. 대화 도중 A씨는 갑자기 문을 잠그고 거친 욕설과 함께 기자를 폭행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박 부국장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A씨는 화분을 들어 머리를 가격하기까지 했다. 박 부국장은 머리와 눈 등 온몸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고 어금니까지 깨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의원 측은 A씨가 일반 당원일 뿐이며, 이 의원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지역사무실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의원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기신문은 즉각 강력한 수사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전국언론노조 경기신문지부와 인천경기기자협회 경기신문지회도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가해자의 공개 사과와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 국회 차원의 언론인 안전 보장 및 재발 방지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정치권의 비판도 나왔다. 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언론 자유를 짓밟은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수사당국은 이권 사건과 폭행 사건을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의 오불관언(吾不關焉) 태도는 심각한 문제다. 박민준 도당 홍보부장은 “이병진 의원 개인 문제”라며 책임 회피에 나섰고, 김승원 도당 위원장 또한 별다른 입장이나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경기도에서 불거지고 있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비리 혐의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 4명과 전 성남시의원이 지능형 교통체계(ITS) 사업 관련 이권 개입과 뇌물 수수, 권력 남용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기자 폭행, 이권 개입, 그리고 여당 지도부의 침묵이라는 3중 악재는 과거 민주당이 야당 시절 전 윤석열 정부를 향해 맹폭할 때 사용했던 바로 그 프레임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어서 ‘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취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현장에서 기자를 개 패듯 두들겨 패고, 소속 정치인들의 이권 개입과 뇌물 수수, 권력 남용 의혹을 ‘내 일 아니다’ 하고 조직적으로 입을 닫아버리는 현상은 과거 무질서가 판을 치던 시절에도 좀처럼 발생하지 않았던 안하무인의 살풍경이다. 이 나라 정치에서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의 위상을 생각하면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난맥상이 펼쳐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아직 모든 게 제자리를 잡은 상태가 아닌 시점에 이런 오만방자한 이미지가 집권당에 덧씌워진다면 결코 좋을 리가 없다. 민심에 대해 한없이 겸손한 여당 정치가 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철옹성도 쥐구멍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격언을 엄중히 되새겨야 할 때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멍하니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등굣길엔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고, 쉬는 시간엔 친구와 대화하거나 학원 숙제를 한다. 하교 후에도 곧장 학원으로 이동하고, 저녁 시간은 다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앞에서 마무리된다.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없다. 아이들의 하루는 온통 자극으로 가득 차 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평소 활발하고 산만한 친구라 그런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 “무슨 생각해?”라고 묻자,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그냥 하늘 보다가 잠깐 눈 감았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그런 시간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뇌가 발달하는 시기의 아이들이 끊임없는 자극 속에 노출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미국 텍사스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멍때리는 시간, 즉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가 활성화되는 시간은 창의력, 기억력, 자기 성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네트워크는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을 하지 않을 때 주로 작동하며, 그동안 경험한 정보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고를 생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된 아이들은 이러한 멍때리기 시간이 부족하다. 한 연구에선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은 인지 기능에서 낮은 수준을 보였고, 특히 집중력 유지 시간이 짧았다. 이는 단순히 학업 성취와 연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자기 통제력, 감정 조절 능력, 사회적 관계 형성 등 모든 측면에서 영향을 준다. 교실에서도 이와 관련된 현상이 자주 관찰된다. 예전 같으면 잠시 멍하니 있다가도 금세 활동에 집중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짧은 집중 후 곧장 “다 했어요”, “심심해요”라는 말을 반복한다. 정적인 활동보다 시각 자극이 강한 콘텐츠에 익숙해진 결과다. 조용한 독서 시간조차 집중하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기만 하는 경우가 늘었다. 아이들 집중력이 약해진 걸 교실에서 체감한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수업 마무리쯤에 의도적으로 ‘멍때리는 시간’을 넣기 시작했다. 활동이 끝난 후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눈을 감고 있어 보자”는 식의 안내를 하고, 1~2분간 교실 전체를 멈춘다. 처음에는 킥킥 웃거나 실눈을 뜨고 두리번거리던 아이들도, 차츰 멈춰있는 상황에 적응하게 되었다. 이러한 짧은 멍때리기 시간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숨 고르기 역할을 한다. 감정이 과도하게 고조된 상황을 진정시키고, 활동 간의 전환을 부드럽게 해주는 기능도 한다. 특히 체육 시간처럼 과도하게 승부욕이 올라오는 상황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 조금 전까지 씩씩거리던 아이들도 눈을 감고 있으면 단숨에 차분해진다. 멍하니 있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뇌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스스로를 정리하는 힘을 기른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학습이 아니라 더 건강한 집중이다. 그 출발점은 어쩌면, 그냥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해방을 맞았다. 하지만 그날을 ‘광복절’이라 부르는 것이 과연 옳은가? ‘광복(光復)’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것, 다시 말해 온전한 주권의 회복을 뜻한다. 그러나 8.15는 해방이었을 뿐, 진정한 자주 ‘독립’은 아니었다.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 재정립하여야 한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했지만 일본의 땅은 분단되지 않았다. 반면 전쟁의 책임이 없는 한반도는 강대국의 이해 속에 너무나 억울하게 남북으로 갈라졌다. 미국과 소련은 38선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나눴고, 남한은 미군정(美軍政)의 통치를 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에 넘어갔고, 지금까지도 우리는 군사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 과연 우리는 ‘광복’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실 우리는 해방되었지만, 곧바로 다른 강대국의 힘과 질서 속에 종속되었다. 진정한 ‘독립’은 아직 오지 않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기득권 세력과 친일세력이 ‘광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였고, 국민들은 그 왜곡된 내용에 80년 가까이 속아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해방=광복’이라는 말에 길들어 졌다, ‘광복’은 마치 모든 것이 회복된 듯한 착각 속의 축제가 되었고, 수많은 국민들은 그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광복절’ 기념일에 쉽게 안주하였다. 이 와중에 우리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으며, 일제(日帝)에 부역하였던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하였다. 나아가 우리의 전시작전권도 미국에 맡겨 놓은 상태에 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린 것은 진짜 ‘광복’이 아니라 반쪽짜리 ‘독립’이었다. 국제질서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분쟁,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관세정책 등은 자국 이익을 위해 군사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는 냉정하게 과거와 현실을 성찰하여야 한다. 8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독립국인가?”, “진짜 광복은 언제 오는가?” 8.15는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이제 진짜 ‘광복’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역사를 바로 보자. ‘해방’과 ‘광복’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왜곡된 사실의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 ‘친일 · 분단 · 미군정’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왜곡없이 후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둘째, 주권을 되찾자.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문화에서 진정한 자립을 추구해야 한다. 미국에 넘겨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여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우리 스스로 자주 국가임을 천명해야 한다. 셋째, 깨어 있는 시민이 되자. 진정한 독립은 깨어 있는 국민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늘의 8.15는 경축하는 기념이 아니라 ‘각성’의 날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광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깨어나 역사를 바꾸고 다시 써야 한다. 더 이상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과거를 감추지 않고, 국민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나라를 바로 세우지 않는 한, ‘참된 광복’은 오지 않는다.
해병대에서 전역한지 62년 만에 특등사수 명예를 되찾은 노병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식도 뒤로 한 채 18세에 해병대에 자진 입대한 수원 시민 유영유 씨(82)가 최근 열린 해병대 1319기 수료식 행사에서 동행한 아들과 수원시 베테랑공무원, 해병대 교육훈련단과 후배 해병들의 축하 속 패용증을 수여 받은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일자 6면, ‘조국 위해 해병 입대한 18세 청년, 62년 만에 되찾은 특등 사수 명예’) 유 씨는 1963년 4월 11일 당시 해병대에 복무 중이던 당시 특등 사수가 됐다. 확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특등 사수에게 주어지는 명예의 상징인 패용증과 휘장은 전역할 때까지 받지 못했다. 지갑 속에 간직돼 있던 “아버지의 자존심 같은 기록”인 확인증을 발견한 아들 유우식 씨(55)는 아버지의 낡은 확인증을 들고 수원시를 방문해 지금이라도 패용증과 휘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문의했다. 이에 수원시 베테랑공무원들이 나섰다. 이성희·김경숙·허준 팀장과 홍승화 민원협력관은 해병대 포항 교육훈련단에 공문을 보내 유영유 씨의 사연을 상세히 설명했다. 공문을 통해 사연을 알게 된 해병대 교육훈련단장도 흔쾌하게 응답, 패용증을 받게 된 것이다. 이제는 80살이 넘은 한 청년의 잃어버릴 뻔했던 명예가 수원시 베테랑공무원과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아들 유우식 씨는 눈물이 날만큼 감격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시청 베테랑 공무원들과 해병대 덕분에 잊혀 질 수 있었던 아버지의 명예가 다시금 빛날 수 있었다”며 “국가를 위한 아버지의 노력이 60년 만에 인정을 받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수원시 베테랑 공무원들이 업무 경계가 모호한 민원,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은 복합민원을 사업부서와 소통하며 처리해 주는 행정의 달인들이다. 베테랑 팀장들은 사업부서와 소통하며 민원을 처리하는 ‘원스톱서비스’와 민원 안내 직원이 담당 공원을 호출해 민원인과 연결해 주는 ‘바로민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민원인은 부서를 헤매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핑퐁민원’이라고 하는 부서 간 떠넘기기가 사라지고 있다. 수원시는 2023년 4월 공모를 통해 20년 이상 경력의 팀장 이상급 행정에 익숙한 팀장급 공무원 9명을 민원실에 배치했다. 사회복지직, 환경직, 토목직, 건축직, 행정직 등 직렬도 다양하다. 이들은 업무 경계가 모호한 민원,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은 복합민원을 경청한 뒤 사업부서와 소통하며 매끄럽게 처리해주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 처리를 조언하는 컨설턴트 역할도 해준다. 사후 만족까지 확인하기 때문에 민원인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62년 만에 되찾은 특등 사수 명예를 되찾은 사례 외에도 베테랑공무원들이 해결한 민원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공유재산 사용료 납부 관행을 개선하고, 전기차 급속충전시설 설치 걸림돌을 해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4월 수원시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앞 장애인콜택시 승강장을 다시 설치한 것도 이들이 노력한 결과다. 지난해 9월 발생한 ‘탑동 화재’로 중상을 입은 주민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시민안전보험금과 KT&G 기부청원제의 도움으로 치료비를 후원받기도 했다. 시냅스이미징㈜, 이노크린㈜, ㈜드레인필터 등 기업들 애로사항도 앞장서 해결해줬다. ‘복합민원 해결사’라고 불리는 수원시 베테랑공무원제도를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수원시를 방문하는 정부 부처, 지방정부, 기관 관계자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는 공직사회 내 적극행정 문화 확산·정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별 적극행정 활성화 실적을 점검, 우수 지자체를 선정해오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 기초지방정부 중 1위를 차지하며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수원시 베테랑공무원은 타 지방에서도 도입할만한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