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왜 해야 하고, 통일교육은 왜 할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화답한다. 통일은 당위적이었다. 그러나 MZ세대는 이런 통일을 당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으므로 탈분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통일과 평화적 통일에 관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통일교육의 근거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교육지원법」은 “통일교육”이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1호) 라고 정의하고 있다. 통일교육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통일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통일교육은 기준에 따라 다양한 분류가 가능하다. 이론교육과 체험교육, 오프라인교육(대면교육)과 온라인교육(비대면교육)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①연속강좌 유형, ②강연·세미나·포럼 유형, ③캠프·기행 유형, ④문화공연·행사 유형, ⑤콘텐츠 개발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현행 「통일교육지원법」은 통일교육의 유형에 대하여 독자적인 분류기준을 열거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학교통일교육과 공무원 통일교육에 대해서 규정하고, 사회통일교육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지역통일교육센터를 통한 사회통일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통일부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은 학교통일교육과 사회통일교육의 접점에 있는 대학통일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국 권역별로 “통일교육선도대학사업”을 공모하여 국비 지원을 하고 있다. 그동안 통일교육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 성격과 강조점이 달랐다. 보수정부는 방(반)공교육, 멸공교육, 국방․안보교육, 통일․안보교육 등의 명칭으로 북한을 승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반면 진보 정부에서는 통일교육, 평화․통일교육 등으로 명명하고 북한을 화해․협력 및 평화공존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관점을 보수는 “적대관계”, 진보는 “동반자관계”로 설정하였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는 통일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2025년 11월 4일부터 시행되는 통일교육 조직 명칭을 “국립통일교육원”에서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으로 변경하였다.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통일교육 방법은 없을까? 독일의 보이텔스바흐와 같은 한국형 통일교육 모델은 불가능할까?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지속 가능한 통일교육을 위해 MZ 세대에게 통일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게끔, 참여형 내지는 체험형 통일교육이 필요할 때다. 외국이나 다른 지역의 통일교육 사례가 아닌 “우리 동네 일상적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경기북부지역의 시민사회단체인 “개성포럼”이 실시하고 있는 “우리 동네 38선 이야기”는 참고할만하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본회의·상임위원회 평균 출석률이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가장 낮다는 부끄러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022년 7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전국 17개 광역의회 재적 의원 868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방의회 정치인들의 역량을 출석률만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의사당 중심의 활동이 이처럼 소홀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개선할 방법이 반드시 모색돼야 할 것이다. 경실련의 조사에서 전국 17개 광역의회 본회의 평균 출석률은 96.21%, 상임위원회 평균 출석률은 95.61%였다. 이 중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본회의 평균 출석률은 92.1%, 상임위 평균 출석률은 92.69%로 최저 수준이다. 재적 의원 대비 본회의 출석률 90% 미만 의원이 가장 많은 곳은 인천시의회(10%)였다. 서울시의회(9.09%)와 경기도의회(9.03%)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 광역의회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이 평균 96%로 높게 나타난 것은 잠시 회의장에 들르거나 재석 확인만 해도 출석으로 인정되는 ‘출근도장식’ 시스템 탓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의정활동 정보 공개 항목을 확대하고 지방의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출석 정보 공개 자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의원별 출석률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광역의회는 서울·부산·인천·대전·울산·충북 등 6곳에 그쳤다. 대구(본회의만 공개)·세종·경남·강원·제주 등 5곳은 회의별 합산 통계만 공개해 의원별 출석률을 확인할 수 없었고, 관련 정보를 아예 공개하지 않은 광역의회는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광주·충남·전북·전남·경북 등 6개 의회였다. 이 때문에 경실련은 정보공개청구와 자체 조사를 통해 광역의회별 출석 현황을 일일이 확인해 분석했다. 본회의 출석률 90% 미만 의원은 39명, 상임위원회 출석률 90% 미만 의원은 4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본회의 출석률 80% 미만 의원은 15명, 상임위원회 80% 미만 의원은 17명이었고,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원도 본회의 5명, 상임위 7명으로 확인됐다. 지역별 통계를 보면 본회의 기준 출석률 90% 미만 의원은 경기도의회(14명), 서울시의회(10명), 인천시의회(4명) 순으로 많았고, 상임위원회 기준으로는 경기도의회(15명), 충남도의회(4명), 전남도의회(5명) 순이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단 1분만 머물러도 출석이 인정되는 현행 시스템을 감안할 때 출석률 90% 미만은 사실상 의정활동을 매우 소홀히 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실질적인 재석 확인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관련하여 경실련은 지방의회 의원별 출석률 홈페이지 공개, ‘출근도장식’ 출결 시스템 개선 및 재석 확인 제도 도입, 청가(請暇) 심사 기준 강화 및 사유 공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의정활동 성실성 반영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방자치법 26조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사무처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집행기관의 조직, 재무 등 지방자치에 관한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의 알권리 보장과 지방의회 의정활동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누리집에 공개하는 ‘지방의회 의정활동정보’ 공개 항목을 기존 8개에서 27개로 확대했다.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 개개인에 대한 정보는 정량평가(定量評價)와 함께 정성평가(定性評價)까지 가능하도록 충실하게 제공돼야 한다. 가뜩이나 난타전 이전투구가 펼쳐지는 중앙정치 이슈에 치여 유권자들이 지방 정치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비교하기가 어려운 판국이다. 지역정치인들에 대한 정보 공개는 그야말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진정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경기도의회, 인천시의회 등을 비롯한 지방의회 구성원들의 정보 공개가 투명하고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폭 개선돼야 할 것이다.
21세기에는 국가의 힘이 영토보다 이미지에서 드러난다. 한 나라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어떤 이미지를 세계와 공유하느냐가 곧 그 국가의 국격(國格)이자 정체성이 된다. K-팝을 기점으로 드라마, 영화, 뷰티, 푸드, IT, 언어, 웹툰, 문학, 패션, 게임, 교육, 국악, 종이접기 등으로 끝없이 확장되는 K-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글로벌 문화 변방의 외침이 아니다. 시각적 경험으로서의 외적 이미지와 즉각적 공감으로서의 내적 이미지가 결합된 K-컬처는 서구 중심 대중문화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협업하며 강력한 소구력을 지닌 ‘관계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상징적인 장면들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시작으로, 그래미의 ‘비주얼 미디어 최우수 주제가상’, 나아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까지 휩쓸며 전례 없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여기에 오는 3월 21일, 군 복무를 마친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6만여 아미(ARMY)들과 함께 ‘아리랑(ARIRANG)’을 떼창할 예고된 풍경은 정점을 찍는다. 이는 한국 고유의 서사와 인류 보편의 감성이 결합한 K-콘텐츠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전 세계가 공유하는 하나의 ‘보편적 이미지 언어’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거대한 문화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고 반응하는 집단이 있다. 전 세계 708만 재외동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40대 미만의 ‘차세대’다. 이들에게 한국 문화는 더 이상 교과서 속 박제된 역사가 아니다. 유튜브와 OTT, SNS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원근 각지에서 자신의 뿌리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한국적 색채와 보편적 정서가 결합한 한류는 이들에게 한국을 ‘설명’하기 이전에 ‘체득’하게 한다. 혈통이나 국적, 언어 능력을 앞세우지 않아도 ‘코리안’이라는 소속감과 ‘코리아’에 대한 친근감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는 강력한 정체성 아이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이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 목표와 국정 과제에 대한 근본적인 ‘영점(零點) 조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류는 세계인에게 ‘재미 있고, 혼종적이며,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한국 문화’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동포 차세대 개개인의 삶과 미래에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현지 출생 세대가 주류가 된 동포 사회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파트너로 포용·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의 한류는 문화산업 전략으로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국가 백년대계인 ‘정체성 전략’으로 전환하는 세밀한 로드맵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최근 재외동포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재외동포를 관리와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한류 전파자이자 민간 외교관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인식 변화다. 그러나 베트남의 K-마트나 해외 각지의 한류 페스티벌 사례를 거론하는 수준만으로는 정체성 형성의 결정적 시기를 지나고 있는 차세대 동포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하다. 정부의 ‘제1차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한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정책의 언어는 여전히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수출입 EXPO’, ‘바이어 매칭’, ‘재외국민 우편투표 도입’ 같은 정치·경제 지표에 머물러 있다. 세계한인회장대회나 세계한상대회 주최권을 민간에 이양하는 정도의 행정적 변화만으로는 기존 네트워크 밖에 존재하는 ‘익명의 유력 동포’나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는 차세대’의 실태와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경제적 동기가 아니다. 국적과 거주지를 넘어서는 심리적 소속감이며 자신의 자아실현과 연결되는 한민족 구성원들과의 ‘글로벌 상생’이다. 이미지는 강력하지만 동시에 휘발되기 쉽다. 소비되는 이미지가 삶의 가치와 행동 철학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자긍심은 일회성 환호에 그칠 뿐이다. 재외동포 차세대를 단순히 K-콘텐츠를 전파하는 또 하나의 소비 집단으로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들이 대한민국과의 다양한 연결을 바탕으로 인류 공동 번영과 세계 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공간을 넓혀야 한다. 결국 과제는 분명하다. K-컬처의 폭발적 에너지를 단순한 문화 소비의 차원을 넘어 ‘정체성 전략’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케데헌의 연속 수상과 BTS의 컴백이라는 화려한 사건도 그저 문화적 성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인종과 국적, 종교와 세대의 경계를 넘어서는 ‘대동(大同)의 자산’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K-이미지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한류가 동포 차세대와 세계인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으려면, 그 바탕에는 ‘세계시민성’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단단히 뿌리내려야 한다.
겨울 내내 적막했던 캠퍼스 곳곳이 다시 붐비기 시작한다. 강의실 앞 복도와 계단, 교내 식당과 카페가 학생들로 채워진다. 왁자지껄한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언어들도 다양하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은 서로 낯설지만 그 안에 흐르는 설렘과 작은 긴장감은 닮아 있다. 개강 무렵 캠퍼스 풍경은 마치 공연을 앞둔 오케스트라의 조율 시간과도 같다. 커다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악기를 들고 앉아 채 완성되지 않은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불안감과 기대감을 공유하는 그 순간.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평소보다 다소 높은 톤으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인사를 건네면 이내 수줍은 작은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되돌아온다. 출석부 속 낯선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 보며 강의실 곳곳의 새로운 얼굴들을 눈에 담는다. 이름도, 살아온 환경도, 쌓아온 경험도 서로 다른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앉아 있다. 그들 속에 단단히 서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한다. 이번 학기도 이 공간에서 우리만의 작은 작품 하나 잘 만들어가 보자고. 신학기 풍경이야 늘 그렇듯 활기가 넘치지만 요즘 개강 풍경에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들려오는 언어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어 사이로 중국어와 베트남어, 몽골어와 영어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학생식당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대학은 적극적으로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표면적으로 더없이 국제화된 공간으로 변모해 가는 듯하다. 그러나 국제화는 단순히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국적이 다양해지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낯선 언어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충분히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구축되어 가고 있는지는 여전히 대학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국제화의 성과가 유학생 증가율, 재정 수익률 등의 숫자만으로 대체되는 순간 대학이 지향해야 할 교육의 본질이 가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라는 철학자 마틴 부버의 말은, 학기가 시작되는 이 계절에 더욱 생생하게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교육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만나는 일이다. 그 만남이라는 사건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마음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스승을 만나기도 하고, 삶의 시간을 함께 할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평생 마음에 담아둘 삶의 경구와 지표를 만나기도 한다. 대학의 국제화도 결국은 이런 만남의 확장에서 시작되는 일인지 모른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앉아 서로의 생각을 듣고 질문을 던지며 함께 배우고 성장해 가는 일. 그 과정에서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함께 나아가는 일이다. 마치 각자의 악기도 다르고 소리도 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서로의 선율을 맞추어 가는 멋진 오케스트라처럼.
지난 2023년 7월 안성시 보개면 동신리 일원 동신일반산업단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분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됐다.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산업기반시설 및 공동연구개발 인프라 설치와 운영, 소부장 분야 공동 기술개발사업 및 전문기술인력 양성, 환경․노동 관련 규제 특례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선정과정에서 안성시는 이번 선정을 중요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안성 소부장 특화단지는 K-반도체 벨트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김 시장은 “교통 여건이 좋은데다 산업단지 조성원가가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하고, 지역대학 반도체학과와 연계한 인재 공급의 강점이 있다. 여기에 더해 용인 남사 반도체 국가산단, 평택 고덕산단과 인접해 반도체산업 집적화와 소부장 기업 간의 상생협력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2023년 3월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법’에 의거 전국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 차 등 각종 분야에 대한 공모를 실시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적극 나섰다. 반도체 분야에 경쟁력 있는 40여 개의 소부장 기업과 9000억 원의 투자 유치와 반도체 인력양성센터 구축 등의 사업계획을 수립해 공모를 신청했다. 그 과정에서 공직자와 기업, 시민 간 협력이 이어지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반도체 클러스터 편입, 반도체산업 육성’은 안성시의 미래 먹거리로서 민선 8기 김 시장의 1호 공약인데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는 그 기반이 된다. 김 시장은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를 핵심 전략사업으로 집중 추진했다. 그는 취임 후 곧바로 ‘반도체 유치 전략TF’를 구성했다. 김 시장이 직접 단장을 맡았고, 전략기획담당관, 일자리경제과, 도시개발과 등 3개부서가 참여, 산단 조성, 인력양성 등 세부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안성시 관내 반도체 기업 대표와의 간담회, 시민·기업·반도체 전문가와 ‘반도체 산업 육성 포럼’을 개최하는 등 심층 논의를 이어갔다. 이어 양향자 국회의원의 반도체 특강, 반도체 자문단 구성(학계·기관·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 국회토론회 개최 등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정치적 노력이 이어졌다.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규모는 157만㎡다. 이곳에 총사업비 6747억 원이 투입되며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30년 내에 준공될 예정이다. “단지 조성으로 1만 6000여 명의 고용효과와 9900억 원의 부가가치, 2조 4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한다. 안성시가 평택, 용인, 이천, 천안을 잇는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산업 도시로 도약하게 된다” 김 시장이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에 그토록 공을 들인 이유다.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에 이어 이차전지 분야 대기업 투자가 더해지며 안성의 첨단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김 시장은 “앞으로 차세대 배터리,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에 더욱 힘써 앵커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에도 김 시장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일 김 시장의 발길은 안양시 소재 첨단 반도체 소부장 기업 ㈜이오테크닉스로 향했다. 이 기업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의 레이저 장비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보유한 전문기업이다. 김 시장의 방문에 회사 대표는 안성시의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농지 규제 문제도 해소됐다. 소부장 특화단지인 안성 동신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의 농림축산식품부 농지전용 협의가 최종 완료된 것이다. 다만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업 정착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유치’가 아니라 ‘정착’이다.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이번 성과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단순한 기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발’이다.” 비장애인이 신발 없이 집 밖을 나설 수 없듯,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생존권이자 이동권 그 자체다. 하지만 최근 장애를 입었거나 기존 보장구가 노후화되어 새 기구가 절실한 장애 당사자들에게 ‘보장구 처방전’을 받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행정의 편의와 심사의 엄격함이 장애인의 발을 묶어버린 형국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보장구 지원 제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동 휠체어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활동형 수동 휠체어 역시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대다수의 장애 가정에서 이 비용을 오롯이 부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공단은 일정 기준을 정해 전동 휠체어는 188만 1000원, 수동 활동형 휠체어는 9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 금액의 현실성보다 ‘지원받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6년이라는 긴 내구연한 동안 낡고 부서질 때까지 사용해야 하는 고충은 차치하더라도, 지원을 받기 위한 첫 단추인 ‘처방전’ 발행부터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병원 어디서나 처방전 발행이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공단은 무분별한 처방과 부정 수급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발행 요건을 강화하고 심사 기준을 대폭 높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단의 엄격한 잣대가 의료기관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혹시 모를 공단의 불이익이나 복잡한 행정 절차를 우려해 처방전 발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입원 환자가 아니면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가 거주하는 용인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처방전을 발행해주는 일부 대형병원은 이미 예약이 한두 달씩 밀려 있다. 보장구가 당장 파손되어 이동이 불가능한 긴급한 상황임에도, 처방전 한 장을 받기 위해 몇 달을 집안에서 격리된 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적시에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인 절차의 불편함을 넘어, 장애인의 이동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공단이 과거의 부적절한 사례들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그 대응 방식을 장애 당사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풀어내서는 안 된다. 행정의 편의가 장애인의 생명과 같은 이동권을 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강력히 제언한다. 우선, 각 지역별로 장애인 보장구 처방전을 전담하여 발행할 수 있는 ‘지정 병원’ 제도를 운영하거나,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공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처방할 수 있도록 면책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발행 요건 완화’도 시급하다.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이동의 도구를 넘어 사회적 참여와 자립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더 이상 처방전 한 장 때문에 장애인이 자신의 ‘발’을 포기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공단은 불신에 기반한 행정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권익을 중심에 둔 수요자 중심의 제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장애인의 멈춰버린 발을 다시 움직이게 해야 할 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내부조차 비판 여론이 압도한다. 국제사회는 이 전쟁이 정당한 명분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주조다. 스페인은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분명했다.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 역시 이란 공습을 위해 자국 공군기지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처럼 국제정치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 언론의 전쟁보도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 신문들을 보면, 한국 언론의 전쟁보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응축해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극적 제목과 단순화된 서사다. 조선일보 3월 2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트럼프, 단 한번 공습에 ‘37년 철권 통치’ 끝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가 권력을 승계했고, 전쟁은 장기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단순화였다. 같은 날 5면 머리기사 ‘압도적 군사력으로 세계에 ‘FAFO’를 보여줬다’는 표현까지 제목에 등장했다. FAFO는 ‘까불면 죽는다’는 속어다. 전쟁은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과 삶을 파괴하는 비극적 사건이다. 국제질서 전체가 흔들리는 중대한 문제를 ‘전쟁 게임’처럼 소비하는 표현은 언론의 책무와 거리가 멀다. 전쟁의 맥락과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같은 신문 3일자 ‘트럼프가 중동 대전환을 노렸다’는 식의 설명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으며 정교한 전략보다는 즉흥적 결정이라는 평가도 많다. 전 세계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특정한 해석을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신중치 못했다. 더 나아가 이란 공습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를 높였다는 식의 해석도 등장했다. 그러나 미국 핵안보 전문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미국이 핵보복을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런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소개하지 않은 채 특정 정치적 해석만을 강조했다. 이 신문의 독자권익위원회도 이 내용을 3월 13일 지면에서 이런 보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내부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한국 언론의 전쟁 보도가 얼마나 자극적 프레임에 쉽게 빠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칼럼도 많은 독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국제법과 유엔 체제, 그리고 전쟁의 정당성이라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강대국의 군사행동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듯한 논조는 국민 상식을 크게 벗어났다. 전쟁 보도는 단순한 국제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 국제질서, 그리고 평화의 문제를 다루는 가장 무거운 저널리즘 영역이다. 전쟁을 자극적 제목과 군사적 승패의 서사로 소비하는 보도는 결국 독자들에게 왜곡된 현실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은 전쟁을 ‘사람과 국제질서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민간인 피해, 난민 문제, 국제법 논쟁, 외교적 해법 등 다양한 맥락을 보여주는 것이 전쟁 보도의 기본이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자율신경실조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어지럼증, 두근거림, 만성 피로, 위장기능장애, 수면장애 등과 같은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다양한 직업군에서 비슷한 호소를 듣게 된다. 그 중에서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는 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교사들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이 업무 소진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과 불안, 만성 피로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2023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젊은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교사들이 겪고 있는 직무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교사들은 수업뿐 아니라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행정업무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학생들의 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크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 역시 학교 현장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약 16%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 기준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초등학생 시기에는 ADHD와 행동 문제가 많고, 중학생 시기에는 불안과 정서 문제가 증가하며, 고등학생 시기에는 우울과 스트레스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학생 자살 문제도 심각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해 동안 초·중·고 학생 가운데 약 200명 안팎이 자살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다. 자해나 자살 시도를 경험한 학생은 그보다 훨씬 많다.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서는 약 10% 이상의 학생이 한 번 이상 자살 생각을 경험했다고 보고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정서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사회정서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도 제기된다. 자살 위험이나 심각한 정서 문제를 보이는 학생에게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위험군 학생의 위기관리와 장기간 관리에는 전문 상담 인력을 비롯한 치료와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료실에서 교사 환자들을 만나 보면 이러한 환경 속에서 쌓인 긴장이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목과 어깨의 긴장, 두통,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만성 피로 같은 증상이다.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진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몸이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고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소진에 이를 수 있다.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돌보는 일은 분명 중요한 교육 과제다. 그러나 그 과정이 교사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지속되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정서 문제와 위기 상황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람도 결국 교사이기 때문이다. 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제도와 교육이 확대되는 만큼, 교사의 정신적 건강과 안전을 함께 돌아보는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교사들이 건강해야 교실이 건강해지고, 건강한 교실에서 아이들도 비로소 안정된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보행자 중심이 아닌 건물과 자동차 중심으로 도시개발이 진행돼오면서 인도와 보도의 안전이 위협받아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토바이 등 이륜차들이 인도를 질주하고, 킥보드 등의 무질서한 주차로 ‘보행권’은 점차 위축돼 왔다. 경찰청이 이륜차의 보도 통행을 근절하기 위해 무인단속장비를 도입해 시범 운영에 돌입한다는 소식이다. 차제에 ‘보행권’이 도시설계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관리 단속 시스템 또한 혁신되길 기대한다. 최근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인도와 보도를 이용해 주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커지자, 경찰이 기술 기반의 단속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경찰청은 사람이 다니는 보도를 운행하는 이륜차 등을 단속하기 위해 개발한 ‘보도 통행 단속장비’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보도에서 주행하는 이륜차나 차량을 자동으로 감지한 뒤 번호판을 인식해 추적하고 단속까지 이어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장비는 보도 통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해 위반 차량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시범 운영은 수원 KCC 앞 교차로 등 보도 통행 관련 민원이 자주 발생하거나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5곳에서 진행된다. 해당 지역들은 유동 인구가 많고 배달 오토바이 등 이륜차 통행이 잦아 보행자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곳들이다. 경찰은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단속 효과와 기술적 보완 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특히 무인 단속장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신호위반이나 과속 단속 등에 사용되던 고정식 무인 단속장비에 보도 통행 단속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운용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장비의 인식 정확도와 단속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전국 주요 지역으로 확대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도심 상권과 전통시장, 지하철역 주변 등 보행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보행권’은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가늠할 바로미터다. 보행환경 개선은 도시의 기후 위기·인구절벽 대응과도 연결된다는 관점에서 토지이용·교통체계 전환 논의의 핵심으로 다뤄져 왔다. 자동차 3천만 시대를 맞아 전국의 도심은 차량에 압도당해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보행자가 다녀야 할 인도를 각종 시설물과 개인형 이동장치가 점령했으며, 특히 어린이·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할 지경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슈퍼 블록’ 사업, 캐나다 밴쿠버시 ‘SEFC 프로젝트’ 등 우수한 보행환경을 구축한 해외의 모범사업들이 있다. 이들 나라는 1인당 GDP 5000불 수준에서 안전속도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 3만불 시대가 되어서야 사람 중심 속도 정책이 시작돼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부른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축된 ‘보행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행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통시설이 보행자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즉각적으로 지자체나 경찰서에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행자는 자동차에 비해 물리적으로 매우 약하므로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운전자들의 각성도 매우 중요하다. 운전면허 시험, 방송매체 등으로 집중 교육을 시행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견해다. 근본적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건설, ‘보행권’ 중심의 개발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건물과 차량 통행 중심의 도시개발이 만연하는 한, ‘보행권’ 확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무질서가 고착화한 상태에서는 당국의 강력한 단속 말고 대책이 없게 된다. 이번 경찰청의 시범사업이 선진적인 ‘보행권’ 확보를 위한 새로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세상에는 어렵고 힘들게 삶을 영위하는 이들이 적잖다. 지체·시각·발달 장애인 등이 대표적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중 대부분은 실업 상태이다. 또 직장을 가질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을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고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애인은 곧 무능력자'라는 왜곡된 인식이 장애인과 기업주 사이에 아직도 두꺼운 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복지는 선진국의 척도다. 이 점에서 우리는 후진국이다. 국내총생산(GDP)의 0.9% 정도만 장애인에게 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최근 들어 발달장애인 정밀 진단비·재활치료비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소득제한이 있어 한계가 있다. 일자리 마련과 소득 보장, 관련 법안 통과 등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사회적 협약이 요청된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이해될 수 있다. '맹자'의 말 "처지를 바꾸어 놓아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易地則皆然)"에서 유래된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보행·교통·주거·교육·일자리 등의 문제가 어렵지 않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세상에서 인정받아 미래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도와야 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3월 6~15일)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로 15위를 기록하며 동계 패럴림픽 역사상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온 국민이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다. 패럴림픽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선수들이 한계에 도전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로서 장애인의 재활 의지 고취,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그리고 스포츠를 통한 국가 간의 우정과 평화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바로 우리나라 장애인 선수들이 그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가슴 뿌듯하고, 상찬할 일이다. 한데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영광의 빛 뒤에 국내 장애인 관련 지역단체엔 ‘그늘’이 짙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종목단체 관리 소홀로 인해 법정 다툼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도 장애인체육회는 최근 제6대 경기도장애인육상연맹(육상연맹) 회장 선거 당선인 측으로부터 행정소송을 제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 장애인체육회가 2024년 1월 육상연맹 회장의 궐위 이후 2년 동안 가맹단체를 방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도 장애인체육회 내부적으로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가맹단체 발생에도 불구하고 적시에 조치를 취하지 않아 행정 공백을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정기 이사회 감사보고에서도 “일부 가맹단체에서 회장 공석 장기화·선거 및 인준 절차 지연·집행부 공백 등이 반복 발생하고 있으나, 관리·감독 및 행정지도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아 단체 운영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 지방자치 시대다. 어느 분야든 지방 행정이 원활하게 돌아가야만 주민은 물론 직능단체도 힘을 받는다. 장애인들에겐 행정 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필요하다. 장애인과 가족 등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선진 복지국가 건설에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