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평군이 뉴스에 자주 오르락거린다. 자랑스럽기보다는 부끄러운 뉴스들이다. 통일교와 얽혀서 현 군수, 전 군수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이 특혜, 편법 행정을 했다는 의혹 보도들이다. 보도를 보면 의혹이 의혹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이단, 사이비 종교로 치부되는 통일교에 가평군수가 휘둘린 꼴이 돼 가평군민으로서 매우 불쾌한 요즘이다. 하지만 진행되고 있는 수사들이 신속하고 엄중하게 진행돼 죄상이 명백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정교일치를 금지한 헌법정신에 따라 이번 통일교 사태는 법적으로 명백하게 그 선악이 정리되지만 여전히 내게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생각거리들이 남는다. 가평군에서 가장 큰 병원을 통일교가 운영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들도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거나 이용객이 없어서 예산 낭비라고 새로 설립하지 않는 판에, 통일교는 그 병원을 어떤 생각으로 세웠고, 아마도 적자일 텐데 어떻게 운영하는지 늘 궁금했다. 학대에 가까운 경쟁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국제중고등학교를 통일교는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 학교 홈페이지에는 문선명과 한학자가 설립자로 크게 소개되고 있다. 그 학교의 교육과정 속에 통일교는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그 학교에 학생을 보낸 아마도 우리 사회 지도층일 가능성이 높은 학부모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통일교는 지역사회에 많은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농사로, 자영업으로 벌이가 시원치 않은 주민들이 통일교가 세운 각종 시설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주요 정책 분야인 교육, 일자리, 의료 부문에서 통일교는 가평군 행정이 하지 못한 일들을 해냈다. 사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가평군 설악면의 인구 유입에 큰 영향을 끼친 고속도로IC를 설악에 유치하는데 통일교가 큰 기여를 했다는 얘기는 지역민들에게는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설악IC로 인해 설악면과 서울의 교통시간은 40분 정도로 단축됐다. 그리고 이 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통일교가 참 대단하다라고 느낀 점인데, 통일교가 일본인들에게 헌금의 명목으로 과거 한민족에게 저지른 범죄의 댓가라며 헌금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 강제징용 할아버지들의 배상 요구를 외면하고 일본 정부나 기업에 유리한 협약을 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속으로 ‘통일교가 정부보다 낫네’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가평군 설악면에서 통일교 인의 수는 매우 많다. 통일교와 관련돼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한다면 다수결 원리에 따른 민주주의로 가평군 설악면은 아주 합법적으로 정교일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런 방식이 대한민국으로 확산된다면? 만약 통일교를 이단, 사이비 집단이라 판단하고 종교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통일교는 헌법의 ‘정교일치’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어떤 집단이 주민들에게 국가가 못해주는 교육, 일자리, 의료, 교통, 역사정의를 제공해 준다면 주민들이 그 집단을 배척할 애국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자산불평등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이로 인해 청년층이 절망의 늪에 빠졌다. 만약 어떤 이단, 사이비 집단이 그 청년들에게 단감을 준다면 그 청년들이 애국심으로 그 단감을 거부할 수 있을까? 청년들의 극우화는 이단, 사이비보다 못한 극심한 불평등의 대한민국이 그 숙주가 아닐까?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한국발 무인기 침입 사실을 발표했다. 10일 군 총참모부는 성명을 통해 지난 4일 오후 인천 강화군에서 이륙한 무인기를 개성 인근에서 격추했다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9월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주장은 전임 윤 정부에서의 여러 무인기 사건과 연관되며 남북관계에 새로운 긴장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일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지 않고 발표된 시간대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도 없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려 민간의 무인기 운용 가능성과 대응책이 논의됐고, 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엄정하고 신속한 군경 합동수사를 지시했다. 국방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고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도 거의 실시간으로 답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11일 공개된 담화에서 “한국 국방부의 입장 발표에 유의”한다면서 한국발 무인기의 북한 영공 침입은 군이 했든 민간이 했든 우리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12일 통일부가 소통과 긴장 완화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김 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좀 더 격앙된 어조로 남북관계 개선이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면서 우리 당국이 “주권침해 도발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방지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대남 전선의 험구(險口)를 담당하는 김 부부장답게 이번에도 저급한 언사로 일관했지만, 실질적 내용을 담은 빠른 답변은 주목된다. 주지되듯이 최근 남북관계는 추운 한겨울이다. 공식문서가 모두 사문화됐고 ‘9.19 군사합의’도 사실상 파기됐다. 대화 채널이 막히고 군 통신선도 끊어진 상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당국과 민간의 일체 교류협력이 사라졌고 DMZ에선 방벽 설치 등 ‘국경화’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단 살포와 소음 방송이 중단됐고 총격전 등 군사충돌도 없어 나름 조용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와 함께 미사일, 잠수함 등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 중이고, 국경화 조치가 몇 년 뒤 완료되면 전방에서의 군사위협이 커질 수 있다. 좁은 한반도에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에서 접촉과 대화가 부재한 현 상황은 반드시 타개되어야 한다. 지난 50여 년간 남북관계사에서 대화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지만, 이번 단절기는 쌍방 파괴력의 크기나 북한 적대성의 강도 면에서 더 위험하다. 심각한 상황 인식하에 이 대통령도 지난해 8.15 경축사 등을 통해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과 함께 허심탄회한 대화 재개를 위한 남북 연락채널 우선 복구를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접촉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대외 발표로 계속되는 무인기 논란을 곱씹어볼 때, 앞으로 철저한 조사와 설명이 이어진다면 연속적인 접촉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면 대화가 당장 이루어지긴 힘드나, 통신이나 방송은 언제든 활용될 수 있다. 평화와 안정을 위한 일관된 노력과 세심한 상황 관리 속에 국면 전환의 길이 있다.
국세청은 지난 해 12월 고액·상습체납자 총 1만 100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1년 이상 납부하지 않은 국세 체납액 2억 원 이상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체납한 금액은 7조 371억 원이나 된다. 체납액 1위는 ‘선박왕’으로 알려진 권혁 전 시도그룹 회장이다. 무려 3938억 원이나 된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증여세 등 165억 원을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을 체납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특히 악성 고질 체납자들은 공동체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 행위자다. 납부할 능력이 있는데 불구, 고의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는 성실하게 법을 지키는 대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따라서 악성 고질 체납자는 범죄자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못한 체납자들도 많다. 이들에 대해서는 납부 의무를 없애주는 등의 배려정책도 있다. 다른 지방정부처럼 수원시도 건전재정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고액·상습체납자들에 대한 추적·징수를 실시하고 있다. 체납자를 대상으로 체납추적팀과 각 구 징수팀으로 기동반을 구성해 사업장, 거소지, 가택 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 명단 공개·출국금지·신용정보 등록 등 행정제재도 병행한다. 지난 9일엔 지방세와 세외수입 체납액을 추적 징수하는 전담조직인 수원 365 체납정리단도 출범시켰다. 2026년부터는 체납을 방치하지 않고 연중 상시 관리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의 미담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수원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50대 여성은 수개월 동안 임대료가 밀렸고, 지방세‧과태료도 체납돼 통장이 압류된 상태였다. 일용직 일자리도 끊겼고, 20대 아들은 다리 인대가 끊어졌지만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딱한 상황이었다. 먹을 것도 없어 며칠 동안 굶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신용철 주무관이 이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 이대로 두면 당장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주머니엔 4000원 밖에 없었다. 일단 붕어빵 6개를 사서 “힘내세요!”라는 말과 함께 전해줬다. 여성은 “붕어빵을 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너무 맛있게 먹으면서 ‘살아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고백했다. 며칠 후 신 주무관은 여성의 집을 다시 찾아갔다. 그의 손에는 쌀과 반찬거리, 라면이 들려 있었다. 미안해하는 여성에게 신주무관은 “수원시 공무원은 수원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니, 미안해하지 않고 드셔도 된다”며 또 다시 힘을 북돋아줬다. 다리를 다쳤던 아들도 다리를 절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겠다며 나섰다고 한다. 신 주무관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종종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일자리 정보,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무료법률상담, 세무서 조정 신청 등 이런 저런 정보를 전해줬다. 2025년 마지막 날 밤엔 떡볶이와 순대, 튀김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방문하기도 했다. 며칠 전엔 김치도 택배로 보냈다. 이후 수원시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방법을 안내하며 신청을 도왔다. 또 민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긴급위기가정지원프로그램 신청을 안내해 연체된 임대료와 자립비, 생필품 등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 같은 미담은 여성이 며칠 전 수원시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림으로써 알려졌다. “제게 희망과 감사함을 알게 해주신 신용철 선생님께 깊이 감사 드린다” “감사한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작고 우습고 하찮은 모습이겠지만 다시 살아보려고 한다. 기초수급자도 신청해보고 일자리도 찾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 한다. 잘 살아서 꼭 보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신 주무관과 함께 마재철 주무관도 도움을 줬다. 참 공직자들이다. “따뜻한 행정을 몸소 실천에 옮기시는 으뜸 공무원의 이야기에 그저 감동할 뿐입니다” “칭찬합니다. 이 시대에 저런 공무원이 계셔야...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맘이 울컥합니다. 모쪼록 슬기롭게 잘 이겨내길 바라고 기원합니다. 신 주무관님!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신용철 주무관 대단해요. 당신이 진정한 공무원이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대신 감사를 드립니다” 신 주무관을 칭찬하는 댓글들이다.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소식에 시민들은 감동하고 있다. “이 가족이 자립할 때까지 계속해서 연락하며 안부를 확인하겠다”는 신용철 주무관과 수원시 공직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산업혁명 이전 노동이 생존 그 자체였다면, 산업사회에서 노동은 임금과 교환되는 시간으로 정형화됐다. 그리고 미래 AI 시대를 맞이한 지금, 노동은 더 이상 시간도 직무도 아니다. 오늘날 노동은 차별화된 존재 증명에 가깝다.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오래 했는가보다, 얼마나 특별한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변화는 노동의 형태뿐 아니라 인간이 사회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노동자로서 자신을 대상화하지 말라”던 진보적 주장은 점차 현실과 어긋난 외침이 되어간다. 자본주의적 상품화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던 이 언어는, 정작 노동 자체가 대상화되지 않으면 존재가 증명되지 않는 AI 시대의 역설 앞에서 힘을 잃었다. 미래 AI 시대의 플랫폼 경제에서 노동자는 집단이 아니라 개별 계정으로 환원된다. 우버 기사나 배달 앱 라이더는 계약서보다 프로필과 평점, 알고리즘 점수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나는 노동자다”라고 외치기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대신 포트폴리오를, 근속연수 대신 클릭 수와 리뷰를 내밀어야 하는 세상에서 설명되지 않는 노동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된다. 자기상품화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생존 전략이다.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사회적 퇴장을 의미한다. 아무도 당신을 알아주지 않는 플랫폼 세상에서, 자기 설명과 자기 홍보 없이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 노동운동 역시 이 변화와 충돌한다. 동일 산업 종사자들의 집단적 연대는 해체되고, 개인의 성과는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분절·평가된다. 일부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이 임금 인상보다 “삶을 통제하지 말라”는 요구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노동의 정치가 계급 중심의 분배 갈등에서 ‘존재 불안’의 정치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사회가 제공하는 정체성이 소비자와 데이터 생산자로 축소될수록, 이들의 요구는 경제적 보상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위치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된다. 해법은 ‘기여 중심 사회’로의 전환에 있다. 노동 중심 사회가 ‘일하고 있음’ 자체를 가치로 삼았다면, 기여 중심 사회는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자기상품화는 자아를 시장에 종속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기여를 사회에 전달하는 수단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사회가 고용 여부가 아닌 기여를 기록하고, 축적하며, 보상할 수 있을 때 개인은 끝없는 자기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때 자기상품화는 소모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이 된다. 자기상품화의 역설은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신호가 아니다. 그것은 낡은 언어와 오래된 노동 개념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알리는 경고다. 노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기여’라는 새로운 기준이다. 미래 AI 시대의 노동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파편화된 노동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기여의 주체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자기상품화의 역설을 넘어서는 진정한 노동 혁명이며, 다음 질서를 설계할 수 있는 유일한 출발점이다.
2026년이 밝았다. 매스컴에서는 병오년의 붉은 말의 해라고 호들갑이 넘친다. 그러나 꼰대 마인드로는 아직 음력으로는 을사년이다. 병오년은 2월 17일 설날부터이므로 지금은 그저 2026년 신년이고 1월일 뿐이다.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교수신문에서는 2025년을 변동불거(變動不居)라고 했다. 정말 다사다난한 2025년을 가장 잘 표현한 성어인 것 같다. 세월은 흐르지 않는 것 같아도 결국은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세상을 변화 발전시킨다는 의미이다. 느닷없는 한밤중의 계엄령 선포로 시작된 혼란과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등장. 그 과정의 주역은 단연코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었음이 확실하게 증명된 해가 2025년이었다. 2025년에는 정말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슬 퍼런 권력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심지어는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청과 국군 방첩대는 권력 남용과 쿠데타 부대라는 오명을 쓰고 사라지게 되었으며, 아직도 내란의 주범은 온갖 추악한 언행으로 사법부를 농단하고 있는 등 우리의 수준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특별히 우려되는 청년층 일부의 극우화 현상도 두드러진 해였다. 서부지원의 폭력사태로 상징되는 극우화 모습이 유독 청년층에 집중되었다는 점에 교육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견해와 오도된 뉴스만을 맹신해 나오는 혐오와 배제 그리고 폭력은 민주주의 최고의 적임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못한 반성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2025년의 변화는 긍정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등장은 세계인에 K-컬쳐의 힘을 새삼 부각시켰으며 뒤를 이은 한국문화의 확산은 그대로 우리들의 자부로 연결되었다. 또한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 마다 망신의 연속이었던 지난 정권과 달리 가을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와 뒤를 이은 수출 호황, 주가지수 4500선 돌파 등은 꽃길 같은 2026년을 희망케 한다. 그러나 2026년도 결코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다. 벽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 과정은 다시금 제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는 신호탄에 다름없었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현대 사회의 원칙으로 인정되었던 개별 국가의 주권 존중과 평등이라는 원칙을 무참히 짓밟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과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강압적인 주권 양도 요구 등은 강대국의 논리 앞에는 어떠한 정의도 불가한 힘의 정치만 존재한다는 선언이다. UN의 비난에 트럼프는 UN 산하 국제기구 66개를 탈퇴해 버렸을 뿐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충격의 연속이다. 분명 정상적인 국제질서도 민주주의도 퇴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역시 꼰대 마인드로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나왔던 을사년의 말미였으면 한다. 2026년의 사자성어로 한 언론사는 비 온 뒤의 땅이 단단해 진다는 우후지실(雨後地實, 시련 뒤의 더욱 성숙해진다)을 들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방일 외교로 중국, 일본과의 교류 협력이 다시금 활발하게 재개되고 나아가 남북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듯 싶다. 그래서 나는 2026년의 성어로 앞날이 비단처럼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바란다는 전정사금(前程似錦)을 들고 싶다. 2025년의 어려움이 끝나고 2026년은 우리 국민 모두의 앞길이 순조롭고 장밋빛 미래만 열렸으면 한다.
경기도가 미숙아와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 한도를 높이고 기저귀와 조제분유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역·세대·빈부·이념 차이 속에 초저출산·초고령사회·초갈등사회로 진입하면서 국가소멸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나라의 중심인 경기도의 인구 대책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출산·육아 대책은 철두철미하게 ‘실효성 중심’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제는 저출생 반등 효과를 도민들이 체감하도록 정책 성과를 더 끌어 올려야 한다. 도에 따르면 늦은 결혼에 따른 고위험 신생아 출생 증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부터 미숙아 의료비를 대폭 늘려 출산율 상승을 유도하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미숙아 출생체중별로 이달부터 400만 원(기존 300만 원)~2000만 원으로 대폭 늘었다. 초저체중아(1kg 미만)의 경우 기존보다 2배 늘어난 2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소득과 무관하게 긴급 치료가 필요한 영유아의 건강권을 더 넓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지원 대상은 임신기간 37주 미만 조산아, 출생체중 2.5kg 미만 저출생아 가운데 출생 24시간 이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나 수술을 받게 된 미숙아다.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역시 기존 최대 5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출생 후 2년 이내 선천성이상(Q) 코드 진단을 받고, 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2년 이내 입원해 수술하는 경우에 지원받을 수 있다. 아울러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육아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 기저귀 및 조제분유 지원사업’ 문턱을 대폭 낮췄다. 만 2세 미만 영아에게 월 9만 원 상당의 기저귀 구매비 바우처를 지원하고 모유수유가 불가능한 경우 추가로 월 11만 원의 조제분유를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한다. 7월부터는 장애인 및 다자녀 가구의 소득 기준이 기존 기준중위소득 80%(2026년 3인 가구 기준 월 428만 8000원) 이하에서 100%(536만 원) 이하로 완화된다. 기준 완화로 인해 도내 저소득 취약계층의 고정적인 양육비 지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좀처럼 희망적인 상승기류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초저출산율 문제는 국가의 운명에 드리운 가장 심각한 먹구름이다.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이래 국가는 수백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동안 숱하게 쏟아진 정책들이 극적인 효과를 견인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인구소멸 위협은 오래도록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이다. 전국적으로 올해 인구 부족으로 문을 닫을 학교는 모두 45개교다.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다. 용인 남곡초 남곡분교, 평택 내기초 신영분교 등 2개교가 오는 3월 폐교가 예정돼 있다. 인구경제학자 딘 스피어스와 마이클 제루소는 최근 발간한 저서 ‘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에서 인구 문제와 관련하여 그동안의 통념을 깨는 분석들을 내놓았다. 저자들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출생률이 낮아지는 글로벌 트렌드에서 보듯, 경제적 지원보다 삶의 질 개선과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인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가임연령의 여성 등 젊은이들을 육아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도록 만들어주는 지속 가능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결국은 아이를 낳기만 하면 중앙·지방정부를 비롯한 국가사회가 양육과 교육을 온전히 책임지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인구소멸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지향점은 ‘일-가정 양립’이라는 가치관을 확립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렸던 인구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정해방 국가경영연구원 이사장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홍석철 교수 등 전문가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일-가정 양립’을 근본 대책의 하나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와 정부의 인구소멸 대응 정책 방향을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가평군이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방향 수립을 위해 개최한 정책자문위원회를 두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영상 분야의 전문성과 지역 현장성이 배제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영상문화 콘텐츠와 교육을 중심으로 가능해야 할 전문 공공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반 행정시설처럼 접근한 채 운영방향을 설정한 것이 정책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동시에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가평군기자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영상미디어센터 정책자문위원회의 자문 구조, 전문성 반영여부, 지역전문가 협의절차 등에 대해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으며 이에 대한 가평군의 공식 답변은 최근 회신됐다. 군은 "자문위원은 조례에 따라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었으며 영상·미디어 분야 전문성은 필수 요건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회의는 개별 사업이 아닌 중장기 방향 논의였기에 지역 활동가와의 개별 합의는 생략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평군은 "타 시도의 미디어센터를 수차례 방문해 시설의 목적과 기능을 확인하고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기본방향을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이 설명은 오히려 현장 기반 정책 설계가 빠져 있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가평군이 방문한 타 시도 미디어센터들은 각 지역의 콘텐츠 생태계. 주민 수요, 교육기반 등을 반영해 설계된 시설이다. 그에 비해 가평은 해당 지역의 실제 영상활동 기반, 전문가 분포, 콘텐츠 수요조사 없이 외부 사례만을 참조해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단지 외형만을 본 벤치마킹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평영상문화연구소 대표이자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이성아 이사는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정책이 작동한 지역의 문화 인프라와 인적기반이 무엇이었는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복사는 돼도 작동은 안 되는 정책이 된다"며 '정책은 모방이 아니라 설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자문위원회의 구성은 절차상 가능하지만, 콘텐츠와 프로그램, 수요기반까지 고려하지않은 정책 논의는 실행력을 가질수 없다"며 "정책은 방향이고 운영은 그 실행인데, 정책 단계에서부터 전문성과 현실성이 결여된 것은 구조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가평지부 김영민 지부장 역시 "가평에는 청소년 영상교육, 영화만들기, 영화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영상문화 활동은 해온 전문가들이 있다"며 "이러한 현장 기반의 의견이 논의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특정 단체의 민원이 아니라, 지역기반 문화정책이 현장을 배제한 채 설계됐다는 점에서 행정적 무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년간 가평 내 공공기관과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온 한 지역 영상홍보업체 관계자는 "센터 건립과 관련해 몇년 전 간단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정식 자문 요청이나 의견수렴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평에 영상 전문가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자문위원 개인의 전문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영상미디어센터라는 특수목적 공공시설에 대한 행정의 정책 기회 접근 자체가 현장을 결여한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평가한다. 정책은 그 자체로 실행 가능해야 하고 운영은 정책의 논리적 귀결이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평영상미디어센터의 자문 구조는 실질적 운영과 콘텐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식적 설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평군기자협의회는 이번 공식 답변을 바탕으로, 향후 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계획, 예산,구조,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해 후속 질의와 검증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영복 기자 ]
해마다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식이 언론을 도배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합뉴스 ‘미리보는 CES’라는 사전 기사가 나올 정도로 언론이 주목한다. 현대, LG,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최첨단 제품들이나 기자회견이 언론보도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현대차그룹의 산업용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 빨래를 개고 우유를 꺼내는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는 대부분 1월 7일자 1면에 주요 기사로 다뤘었다. 현대 LG와는 달리 눈에 띄는 전시가 없었던 삼성전자는 사장의 ‘자사 제품에 AI를 탑재하겠다’는 현지 기자회견 내용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대부분 언론은 대기업의 전시 규모와 총수의 행보에만 관심을 쏟고 올 CES에서 ‘혁신상’을 휩쓴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체는 거의 외면했다. 그나마 세계일보가 ‘한국, 美·中·日 제치고 ‘CES 최고혁신상’ 휩쓸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도표와 함께 상세하게 보도해 돋보였다. 세계일보는 미국소비자 기술협회가 뽑은 30개 최고 혁신상을 분석 이중 13개 한국 기업 출품작이라고 보도했다. 기술 유토피아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론도 문제였다. AI가 가져올 편리함만을 노래할 뿐, 그 이면에 눈을 감는다. 중국 기술의 부상에 대해 국가 대항전식 애국주의 보도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었다. 일자리 소멸, 개인정보 침해, 알고리즘의 편향성, 그리고 막대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 등 사회적 비용까지 다룬 심층보도물은 찾기 어려웠다. 불과 4∼5년 전 언론은 ‘코딩이 미래’라며 전국적인 광풍을 주도했다. ‘4살 꼬마도 코딩 열풍’, ‘수강료 1300만 원에도 미어터지는 학원’, ‘삼성·네이버도 문과보다 지방대 이공계를 뽑는다’ 같은 기사들을 쏟아 냈다. 코딩이 곧 신분 상승의 사다리인 양 보도했다. ‘삼성·네이버도 문과보다 지방대 이공계를 뽑는다’는 자극적인 제목 기사는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5년도 지나지 않아 코딩 업무는 가장 먼저 AI에 대체될 위기에 처했다. 이면을 보지 못한 언론보도가 어떤 결과 낳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언론보도만 믿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코딩에 매달렸던 수많은 청년에게 무책임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2026년 1월 초, 조선일보는 “AI 시대, 컴공 아닌 철학·언어학 뜬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불과 몇 4∼5년 전 코딩 열풍 보도와는 정반대였다. 현상을 전하는 사실 보도일지는 모르나, 권위 있는 언론으로 시민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이드’ 역할 과는 거리가 멀다. 코딩 열풍 기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언론이 기술의 수명 주기와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유행만 좇을 때, 독자의 사회적 기회비용은 실로 막대하다. 기술 저널리즘은 기술이 사회 구조와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자본이 숨기고자 하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끌어내야 한다. 성찰 없는 기술은 인간을 소외시킨다. 한발 앞선 통찰로 국민들이 기술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 돕는 것. 그것이 기술 저널리즘에 부여된 또 하나의 책무다. 사실보도였지만 사실상 오보가 된 ‘코딩 보도’가 준 교훈이다.
경기도가 본격 추진을 선언한 ‘찾아가는 공동주택관리 맞춤형 자문 지원사업’에 관심이 집중된다. 도는 그동안 요청한 내용만 안내하던 ‘찾아가는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단’을 전문가가 사전 상담을 거쳐 회계와 시설 등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방침을 밝혔다. 해마다 주거 비중이 높아지면서 공동주택 관리 수준이 곧 주민들 삶의 질 수준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강화된 경기도의 관리 정책이 실효성을 극대화하길 기대한다. 도는 지난 2020년부터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을 위해 법무·회계·기술·주택관리 등 8개 분야 10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단’을 운영해왔다. 기존 운영 방식은 신청한 분야에 한해 소극적으로 자문이 이뤄졌다는 한계가 지적돼왔다. 이에 따라 도는 올해 전문가가 사전 상담을 거쳐 회계와 시설 등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찾아가는 공동주택관리 맞춤형 자문 지원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청한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근로자 처우 개선, 층간소음 및 갈등 관리, 공동체 활성화, 빈번하게 발생하는 관리규약 해석,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회계·계약 관리, 시설 유지관리, 입주민 간 분쟁 등 복합적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수동적인 운영체계에서 능동적인 운영체계로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공동주택 관리주체 등이 제출한 점검 항목(체크리스트) 답변 내용을 토대로 협의를 거쳐 전문가들이 부족한 부분을 전반적으로 확인해 적극 자문하게 된다. 자문 지원 대상은 도내 의무관리대상으로 300세대 이상 또는 150세대 이상의 중앙·지역난방 또는 승강기가 있는 공동주택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장 등이 경기도누리집 또는 FAX나 우편 등을 통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때맞춰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설치 모델’ 연구가 눈길을 끈다. 이 연구는 공동주택 관리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예방적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 설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국에서 공동주택 관리 수요가 가장 집중된 지역이다. 전국 공동주택 단지의 25.7%, 동(洞)의 30.8%, 세대의 28.9%가 경기도에 있다. 더욱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세대수가 56.7% 증가해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증가 폭이 크다. 주택공급의 대규모화와 고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리의 양적 부담뿐 아니라 전문성 요구도 동시에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도 공동주택의 절반 이상이 준공 후 20년이 넘은 노후 단지다. 30년 이상 단지도 26.3%에 달한다. 보고서는 시설 교체 주기 도달과 안전관리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비해 현재의 행정 지원체계는 충분히 정비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간 약 10조원 규모의 관리비가 집행되고 있지만 장기수선충당금의 적정한 사용과 우선순위 결정 등 주요 분야는 체계적 컨설팅과 지도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는 경기도 특성상 민원 규모가 크고 단지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초지자체와의 역할 분담 및 광역 차원의 조정·지원 기능이 필수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제기돼온 공동주택 관리비 투명성 부족, 주민 간 갈등, 시설 노후화 및 안전 문제 등이 행정기관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크게 개선돼온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 불거지는 난제들도 적지 않다. 공동주택의 합리적인 관리와 운영은 부단한 노력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진행형 과제다. 현대사회에서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동주택 관리문화 조성은 초기에서부터 투철한 예방적인 관리 기법이 작동될 때만이 비로소 가능하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먼저 손을 보는 것이 상수(上數)다. 경기도의 분투를 성원한다.
마포의 옛 지명 약현(藥峴)은 오래전 약초가 풍성했던 언덕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명 속에는 우리가 잊어버린 또 다른 문화의 향기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 서울 상류 문화의 절정을 상징하던 명주(名酒), 약산춘(藥山春)입니다. 약초의 언덕에서 태어난 술, 그리고 풍류가 깃든 봄을 품은 이름. 약산춘은 결코 한 가문의 가양주를 넘어선, 시대정신과 품격이 담긴 ‘문화의 술’이었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약산춘은 약현 일대에 거주하던 서성(徐渻) 가문에서 전해진 제법이 그 유래로 전해집니다. 약초를 다루던 이들이 지닌 섬세한 손길은 술 빚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을 것이며, 이곳에서 생산된 술이 자연스레 약주(藥酒)의 대명사처럼 불리게 되었다는 추정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음식지미방’, ‘주찬’, ‘산림경제촬요’ 등 조선 후기의 조리서들은 약산춘을 이양주(二釀酒) 방식의 고급 약주로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멥쌀과 누룩, 그리고 깨끗한 물이라는 단순한 재료를 정월에 담가 깊은 숙성을 거쳐 봄에 마시는 계절주(季節酒)의 특성을 갖춘 술. 이 제법은 오늘날의 양조 과학으로 보아도 정교하며, 조선 양조 기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약현 언덕 아래에는 마포나루가 자리했습니다. 전국 물산과 사람들이 모여들던 교통과 상업의 요지였던 만큼, 술은 이곳의 삶을 지탱하는 숨결 같은 존재였습니다. 고단한 뱃사람과 객주가 나누던 막걸리와 달리, 약산춘은 맑고 깨끗한 주질(酒質)로 신분과 품격을 보여주는 상류층의 연회주로 기능했습니다. 약현에서 빚어진 이 명주는 곧 당시 서울의 섬세한 소비 문화, 계절의 미학, 그리고 술을 통해 교류하던 선비들의 풍류를 모두 상징했던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를 넘어,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였습니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일제강점기에 시행된 주세령은 결국 이 술의 명맥을 끊어놓았습니다. 일제의 가양주 금지 정책은 우리 전통주의 다양성과 계승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약산춘은 문헌 속에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었기에 현대에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최근 전통주 복원 연구자들과 양조인들은 조선 문헌의 제법을 토대로 약산춘을 현대적 방식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덧술의 비율, 물의 양, 누룩의 종류까지 문헌을 최대한 충실히 따르되, 현대 미생물학의 분석을 접목해 맛의 균형을 잡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복원 제품'이 아니라 문헌 속의 무형 기술을 현실의 술로 번역하는 지극히 가치 있는 문화적 실험이자 학술적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약산춘의 부활이 갖는 의미는 술 한 병의 재탄생을 훨씬 넘어섭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고유의 양조 문화를 되찾는 일이자, 잊힌 지명을 문화 콘텐츠로 되살리는 작업이며, 우리 술이 지닌 과학성과 미학을 오늘의 세대에 전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아우른다. 약산춘은 지역과 역사, 기술과 문화가 교차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즉 약산춘은 '전통주 재현'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 지역·역사·기술·문화가 교차하는 새로운 플랫폼이자 미래 자산입니다.약현의 바람이 품었던 약초 향, 마포나루의 소란을 잠재우던 술잔의 온기, 그리고 문헌 속에만 존재하던 정교한 제법이 오늘 우리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전통주 복원이란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미래의 술 문화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고 우리의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약산춘의 되살아난 봄이 우리에게 다시 진정한 풍류를 일깨워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