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실조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 한 분이 대화 중 문득 "저는 말을 많이 하면 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이 지쳐요" 하였다. 사연인즉슨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종갓집의 종손으로 각종 집안 행사에서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인사하며 잘 맞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늘 받았다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은 아이에게 처음에는 큰 압박이었지만 자라면서 내면화되어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도 말하며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러다 보면 종종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의 몸은 내원 때마다 자율신경 검사(Heart rate variability; 심박변이도)검사상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비율이 10대 1 정도로 교감신경이 과 항진되어 있었다. 그에게 “ 항상 전투 모두에 있는 것과 같이 긴장되어 있어요. 비유하자면 초원에서 맹수에게 쫓기고 있는 상태와 비슷하지요. 계속되면 긴장 초조 불안한 느낌이 나고 잠도 잘 들기 어렵고 소화 대변 소변 등이 이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 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실제로 조금만 긴장해도 땀이 많이 났고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여러번 깨고 종종 소화가 잘 안되었다. 그에게 자율신경과 장기능을 돕는 한약과 함께 이완호흡, 마음챙김을 안내했다. 치료가 진행될수록 100회가 넘었던 심박수가 80회 정도로 안정되고 잠들기 편해지고 탈모증상까지 호전되었는데 이러한 몸의 변화와 함께 밝은 목소리로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다. 예전에는 말을 할 때 침묵이 흐르면 불안감을 느끼고 계속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자동적으로 애써서 말을 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고. 호흡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사람들과 있을 때도 호흡에 마음을 두게 되었는데 말을 해야한다는 압박이 누그러지면서 쫓기듯이 말하기보다는 여유가 생겼고 침묵의 순간에 조금은 편안하게 되었다고 했다. 반가운 변화였다. 호흡으로 이완을 경험하다보니 흥미롭게 몸을 관찰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알아차림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어렸을때부터 학습되어온 ‘나는 ~이다. 나는 ~해야한다’는 생각들은 커가면서도 원치 않는 행동으로 이끌때가 있는데 마치 피부처럼 몸에 배어 자유로와지기가 쉽지 않다. 알아차림은 외부환경에 접촉할 때의 인식과 어린시절부터 우리몸에 배어 있는 자동반사적인 행동사이의 틈을 만든다. 거리를 두고 바라볼수 있게 되어 좀 더 효과적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러한 알아차림은 마음건강을 위한 현대의 심리기법에서 많이 응용되는데 종종 훈련이 필요하다. 명상, 요가, 태극권 등의 다양한 방법이 도움이 된다. 그중 UCLA의 정신의학과 임상교수인 다니엘 시겔의 ‘알아차림의 수레바퀴’ 과정이 흥미롭다. 그는 알아차림 과정을 수레바퀴에 비유한다. 수레의 중심축은 알아차림의 자리이다. 수레바퀴 살은 우리의 주의이다. 수레바퀴 테두리 부분은 인식할 수 있는 모든 대상으로 오감, 신체내부감각. 정신활동. 연결감을 알아차리는 과정으로 훈련이 구성되어있다. 우리가 알아차릴 때 대상으로 주의가 나가면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이 수레바퀴에 대한 비유는 또다른 비유가 연상된다. 수레가 움직이는 것을 흘러가는 삶에 비유해 보자면 수레가 운행되면서 바퀴가 닿는 면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듯이 알아차림의 대상은 외부의 조건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수레도 수레바퀴도 수레를 끄는 이도 영원하지 않다.
기록은 쉽습니다. 몇 줄로 요약한 평생도 그렇습니다. 기록된 평생은 몇 줄의 만남과 그보다 더 길게 남는 헤어짐입니다. 자식으로 만났다가 부모가 되어 헤어집니다. 앞서고 뒤따름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습니다. 가을 다음은 겨울이고 그다음은 분명히 봄이라야 하지 않습니다. 부모보다 먼저, 사랑보다 앞서, 그리움보다 빨리, 떠나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떠나는 버스를 붙잡을 수는 있어도, 약해지는 호흡과 잦아드는 맥박을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헤어짐은 필연입니다. 사랑으로도 묶어둘 수 없습니다. 날개 달린 것들은 날개에 힘이 생기면 둥지를 떠납니다. 발로 서는 것들은 발로 서는 순간 떠남을 예고합니다. 꼬리로 헤엄치는 것들은 알을 낳음으로 혈연을 끊습니다. 인연이 아름다운 것은, 헤어질 수밖에 없는 한정된 삶이 있어서입니다. 영원히 살 수 없어서, 마감할 수밖에 없는 관계는 더 오래 기억됩니다. 그것이 삶의 아이러니입니다. 산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입니다. 헤어짐은 순간입니다. 순간일수록, 오래도록 마음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이별의 순간인데도, 방금 지나친 일처럼 떠오릅니다. 함께 걸었던 골목의 촉감이 구두에 밟히고, 함께 먹었던 음식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떠나고 보냈음에도, 그 사람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게 이별의 흔적일까요. 그래서 지우면 지울수록 되려 또렷해지는 걸까요. 그런 걸 보면, 우리는 헤어짐 너머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익숙한 헤어짐은 없습니다. 나는 헤어짐 앞에서 무능합니다. 무장 해제된 포로처럼 쩔쩔맵니다. 죽음의 벽과 마주치면 한없이 쪼그라듭니다. 죽음이란 헤어짐은 특별해서, 죽음의 당사자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습니다. 작별 인사는 늘 남겨진 사람의 입과 손과 가슴을 통해 주고받습니다. 죽음의 영역 바깥에 남겨진 사람에게, 죽음의 영역 속으로 떠나버린 사람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쓸쓸한 일도 없습니다. 힘내라는 말처럼 씁쓸한 것도 없습니다. - 결국, 다 떠나더군요. 나라고 예외일 수 있겠어요. 말하지 못합니다. 호강에 겨운 소리 하는 것 같아서. 애써 도리질하다, 창문 너머로 슬쩍 한숨을 뱉습니다. 속이 없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오월이 지나서 그럴까요. 빤하디 빤한 봄, 그 봄이 내려다보고 있어서 그럴까요. 하늘은 오늘도 오지게 파랗습니다. 파란 하늘에 대고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쏟아냅니다. 눈치도 없이 구름 한 점 없느냐고.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하냐고. 그러면 또 스르륵, 명치끝 얼음이 녹아내립니다. 막힌 숨이 뚫립니다. 떠났든, 떠나보냈든, 헤어짐의 시간을 통과하는 이들의 막힌 숨이 스르륵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떠났다고 끝이 아닙니다. 떠난 자리를 추억이 지키고 섰습니다. 추억이라는 흔적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게 아닙니다. 보고 듣고 만질 수 없어도 엄연히 존재하는 게 있습니다. 그게 무언지는, 떠나보내고 나면 알게 됩니다. 끝난 것처럼 보여도, 끝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금연구역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허울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흡연자들의 개념 없는 끽연 행위 등으로 인해 아이들이 놀이터 등에서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 성인보다 훨씬 더 취약한 성장기 아동들이 맹독에 가까운 담배 연기에 무단 노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미비한 제도를 빈틈없이 보완하는 것은 물론 흡연자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국민건강증진법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학교, 의료기관, 대형 건축물 등 장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해당 구역에서 흡연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여전히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어린이 교육시설 및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해당 시설과 함께 인근 3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린이 놀이시설은 해당되지 않아 어린이를 비롯한 시설 이용자들의 간접흡연 불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놀이터 인근 도로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시민들은 공공연히 담배를 피우며 놀이터를 가로질러 지나기도 한다. 어린이 놀이터 인근 주민들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경기신문 취재에 의하면 수원시 내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터 인근에 담배꽁초가 굴러다니는 놀이터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금연구역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 따라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가 해당 시설의 전체를 지정하고 있다.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법정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되고 지자체 조례로서 지정된 구역에서는 5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간접흡연이란 자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옆에서 다른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거기서 나온 연기를 하는 수 없이 마시는 것을 말한다. 담배 연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내뿜는 연기를 ‘주류연(主流煙)’이라고 하고, 생담배 연기를 ‘부류연(副流煙)’이라고 한다. 담배 연기는 담배 속과 필터를 거쳐 작은 알갱이로 된 화학물질들만이 폐 속으로 들어가 독성물질이 대부분 폐 속에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주류연에는 독성물질이 별로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즉, 주류연은 양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 그러나 생담배 연기인 부류연은 독성물질이 하나도 걸러지지 않고 담뱃불에서 직접 나오기 때문에 주류연보다 훨씬 더 유해하다. 간접흡연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폐 발달 저하, 천식 발생 위험 증가, 중이염 발생 가능성 상승, 면역력 저하, 학습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임산부에게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조산 위험 증가, 저체중아 출산 위험, 태아의 기형 가능성, 임신 중독증 위험 증가, 유산 위험 증가 등의 영향을 받는다. 수원시의 경우에도 ‘수원시 금연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에 따라 학교 시설의 경계선으로부터 3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조례로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가는 일정 장소를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어린이 놀이시설 인근 지역은 역시 포함되지 않고 있다. 무서운 간접흡연으로부터 어린이, 임산부 등 취약 계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허술한 법적 규제를 여지가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 공공장소 금연구역 확대, 흡연 단속 강화, 금연 교육 의무화, 간접흡연 피해 구제제도 등을 완비하는 게 시급하다. 그러나 역시 최선책은 흡연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흡연자들의 부주의가 다른 무고한 취약 계층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무심코 하는 행동과 습관이 다른 사람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간접흡연 없는 생활공간 달성을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좀 더 세밀한 관심이 긴요한 시점이다.
지난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재외선거가 치러졌다. 약 20만 명의 재외국민이 국외부재자 또는 재외선거인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단순한 유권자가 아니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미래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진정한 세계시민이다. 그러나 이번 재외선거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낮은 신고·등록률, 근거리 투표소 부족, 우편·온라인투표 미도입, 투표 홍보·캠페인 활동 제한, 과도한 투표비용, 동포사회 분열 우려 등은 여전했다. 각 후보의 공약집과 정책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고, 재외 유권자를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도 미흡했다. 글로벌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재외국민 참정권은 여전히 선언적이었다. 이번 조기 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4.4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다. 새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오는 6월 4일부터 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리더는 국가 리스크이고, 그 피해는 전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권자들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20년 미래를 결정짓는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정당에 대한 충성심, 후보자의 인지도나 이미지, 감정적 호감 등에 크게 좌우되어 왔다. 그 결과, 외교·안보·통일문제처럼 국가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분야에서 후보자의 역량은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선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겠다는 맹서가 공허한 선언에 머물러선 안 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국민을 통합하고, 사회 갈등을 줄이며, 세계와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춘 리더를 필요로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 우리 역사·문화·언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국민 통합의 토대이자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다. 진영논리로는 사회 곳곳의 고질적 부조리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해결할 수 없다. 자율과 책임, 협력과 존중의 가치가 사회의 중심에 서야 한다. 재외동포는 더 이상 경계 밖의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글로벌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전 세계 180개국에 흩어진 708만 재외동포는 지식, 정보, 자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민족 공동체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힘이다. ‘글로벌 코리안’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세계국가, 글로벌국가로 도약할 수 없다. 2045년은 해방 100주년이다. 앞으로의 20년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로 자리 잡을지를 결정하는 결정적 시간이다. 단순한 선진국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 목표를 갖는 나라를 우리는 꿈꾼다.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 인공지능(AI) 3강, 재외동포 네트워크 4강, 국민총생산 5강, 국가경쟁력 7강, 국민행복지수 10강.” 이 비전을 축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국가, 통일국가, 문화국가, 청년국가, 이민·다문화국가, 과학기술국가, 우주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20년을 이끌 리더는 국가 안팎의 역량을 통합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선택의 책임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만만찮게 비가 내리던 날 이천시 화장장 후보지 '단천리'를 다녀왔다. 미리 포털사이트 지도를 이용해 주변 여건을 샅샅이 살펴보았고, 행정안전부와 이천시 홈페이지에 수록된 현황과 여건 등도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4차선 도로 쪽으로 적절한 차폐시설만 설치한다면, 나무랄 것이 없는 화장장 건립 후보지라고 보았다. 이런 후보지를 제안한 지역민의 혜안과 이를 확정한 이천시장의 빠른 결단은 높이 치하를 받아 마땅하다. 지난 긴 세월 동안의 논란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평가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지 조사에 나서기 전부터 궁금증 하나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안팎 여건과 환경이 괜찮은 화장장 건립 후보지가 왜 이제야 나타났을까 하는 점이다. 시 당국에서 알고 있던 후보지였다면 업무를 잘못해 온 것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하다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어느 날 불쑥 좋은 후보지가 나타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천시 화장장 건립 움직임을 처음 접한 것은 2007년 전후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필자는 공직에서 나와 ‘화장 운동’ 시민단체에 막 몸을 담은 때였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이천시 화장장 건립 후보지 논란이 있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굳이 그 지명들을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불과 얼마 전까지 다른 후보지를 놓고 찬반 격론이 있었음은 보도를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정도로 좋은 입지가 어떻게 … ? 이런 결과는 화장장 후보지를 주민 신청에만 맡겨온 대다수 시군이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여러 지자체 장사시설 후보지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또 국립호국원 건립 적지를 찾기 위해 대전 충청권을 전수 조사한 적도 있다. 1차, 지도를 통해 시설 가능지를 먼저 개략 추출한 다음, 2차, 정밀한 조사를 통해 법적 제한 등을 따져 후보지를 압축하고, 3차 현지 실사와 평가, 그리고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이천시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필자는 화장장 후보지 선정 시에 주민 신청 접수와 직권 조사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주장해 왔다. 어떻든 이천시는 최적의 화장장 건립 후보지를 갖게 되었다. 이제 현지 지역 주민분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만 남았다. 필자는 지난 30년 넘게 세계 30여 나라의 많은 화장장을 둘러보았다. 그 여정에서 화장장이 주변에 입지하는 것을 찬성한 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화장장이 나와 내 가족이 이용해야 할 공익시설임을 이해하고, 불편・불만을 참고 희생해 준 선진 시민의식이 뒷받침된 결과물들이었다. 지역 주민의 특별한 희생이 그 바탕에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호화 첨단 무공해 시설이래도 자기 주변에 죽음 주검을 다루는 시설은 없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지역 주민의 대승적이고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 보상 원칙은 “법과 재정이 허락하는 한 무제한”이 맞다. 머리를 맞대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일들을 세세히 찾아야 한다. 일본 나고야 제2화장장 건립은 15년간의 대화의 결실이었다. 그들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걱정까지 청취했다. 2024년 경북 포항시장은 “반대한 쪽 주민들이 후회할 정도의 특별 지원”을 확약하고, 찬성한 지역을 화장장 건립 후보지를 확정했다. 눈여겨 볼 사례들은 참 많다. 2023년도 보건복지부 화장 통계에 의하면, 이천시 사망자의 경기도 내 화장장 이용은 채 40%에 못 미친다. 원주 44.9%부터 청주, 충주, 문경, 강릉, 동해, 속초 등까지 원정 화장에 나섰다. 2024~5 겨울, 화장 대란에는 더 심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천시 당국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한다. 지금까지의 발전 기금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본격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주민들도 소모적인 반대 운동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진정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뜻을 모아 나가기를 희망한다. 더 이상 후보지 찬반 논쟁은 이천 시민 화장 불편만 늘 뿐이다.
지난 24일은 세계 조현병의 날이었다. 1986년 미국의 조현병 재단(NSF)이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질환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제정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필리프 피넬 박사가 1792년 5월 24일 쇠사슬에 묶여 있던 정신과 환자들을 풀어줘 이 날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을 꺼려하지 않고 이해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사회적 낙인은 여전하다.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모든 정신질환자들도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2023년 8월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일대에서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최원종 사건이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졌다. 이보다 앞선 2019년 4월 진주에서는 피안득 사건도 일어났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사망케하고 6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최근에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강북구의 한 마트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60대 여성이 숨지고 40대 여성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으며 보일러 수리기사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며칠 전에는 부천 신중동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힌바 있다. 이들이 일으키는 범죄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도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만 명당 자살률은 2021년 26.0%(1만 3352명)였는데 2023년엔 27.3%(1만 3978명)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2023년 보건복지부 자살실태조사에서는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개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신질환질병으로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는 지난 2021년 249만 8083명에서 2023년 283만 6510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신질환으로 병원 찾은 아동이 4년 새 2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구갑)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의원을 찾은 18세 미만 환자는 2020년 13만3000여 명에서 지난해 27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앞으로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해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정신질환자 가족의 61.7%가 돌봄 과정에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일상생활 위축’, ‘지속적인 스트레스’ 등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돌봄과 수발, 양육 과정에서 겪는 정서적 소진을 호소했다. 그러나 국가의 대책은 미흡하다. 뿐만 아니라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관심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10대 공약에서는 관련공약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정신장애 등에 대한 가족 돌봄 지원 확대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정신분열(조현병) 등 F00부터 F99로 분류되는 정신질환 종류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관련기사: 23일자 3면, 마음 멍든 국민들 많은데…자취 감춘 정신질환 대선공약) 그나마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고 “정신질환자란 이유만으로 환자 의사를 무시한 행위는 학대”라고 밝힌 바 있다. 대선후보들이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제안한 ‘정신질환자 회복 국가책임제’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자립 강화’ 등의 정책을 적극 수용하기 바란다.
기자에게 “누가 그럽디까?” 묻는 건, 뺨 맞을 일이다. ‘언론의 본디’를 포기하라는 것이니, (제대로 된) 기자에게는 결코 해서는 아니 될 질문인 것이다. 누가 제보자인지를 누설했다면, 어느 누가 언론(인)을 믿고 장차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할 제보를 할 것인가? 언론 ‘가치’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 아니겠는가. 언론 문헌에 곧잘 등장하는 ‘취재원 비닉(秘匿)의 원칙’이다. 원칙이란 말은 그 ‘뜻’의 무게를 짊어지는 어휘다. 또 비밀스럽게 숨겨준다는 비닉이라는 낯선 말도 위세를 더한다. 요즘에는 ‘취재원 보호’라는 말로 그 강세(强勢)를 좀 눌러서 쓰는 것 같다. 또 이는 ‘제보자 보호’라는 활용의 폭이 좀 너른 말과 혼용되는 모양새다. 언론뿐 아니라 정치집단이나 경찰 검찰, 각급 정부기구와 기업 등의 감사부서에 ‘내(나만) 아는 사안(事案)’을 공익(公益)의 목적으로 알리는 일은, 세상을 바루는 역할로 중요하다. 사안의 특성상 이 절차는 대개 조용히 진행된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이런 제보자나 취재원을 deep throat(딮 쓰로트·깊은 목구멍)라는 은밀한 속어로 불렀다. 그 판사님이 (고급) 룸살롱에서 향응(饗應)이란 어휘로 통용되는 접대를 받았다면, 이는 뇌물죄 아니냐? 또 저 중요한 재판들의 ‘심판 자격’으로 적절하냐? 이런 시시비비와 함께 누가 찔렀냐(세상에 알렸는가) 하는 의문이 관심의 표적이다. 향응 여부(與否)와 함께 누가 왜 제보했는지 따위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또한 궁금증의 대상이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겠다. ‘알 권리’ 아니냐 말하는 이도 있다, 허나 이 인지상정의 궁금증과 알 권리는 다소 괴리(乖離)가 있다. 공익을 위해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사람(제보자)의 입장이나 안전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공익을 위한다면서, 사익(私益) 또는 삿된 의도로 제보를 악용(惡用)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 이는 제보를 받아 처리하는 측이 사려 깊게 검토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다른 기구의 관련 직업인들에게도 그렇지만, 제보는 특히 기자(언론인)의 ‘밥’이다. 원재료인 것이다. 취사선택(取捨選擇),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 선택의 과정부터 밥상에 올릴 때까지, 제보의 처리 과정 전부가 독자(세상)의 매서운 감시 대상인 언론활동이다. 제보(자)에, 그 ‘밥’에 문제가 있으면 채택하지 않거나 문제점을 제보자에게 확인하고 활용 범위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거절할 수도 있지만 일단 채택했다면, 내용과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이해당사자나 (사법)기관이 ‘누구냐’ 물어도 취재원을 지켜야 한다. 이때 책임을 언론이 질 수 있다. 취재원을 밝히지 않으려고 감옥행(行)을 감수하는 (해외) 언론인, 존경받는다. ‘원칙’의 실현인 것이다. 언론 뿐 아니라 다른 기구도 이 원칙에 준해 사리(事理)를 판단하는 것이 옳겠다. 수사과정 등에서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언론에) 물었다는 얘기, 신문에서 본다. 황당하고 걱정스럽다. ‘이에 반발했다’는 기사를 보지 못했다면, 이는 (알려지진 않았으되) 현실에서 늘 있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공익을 위한 이런 행동을 보호하는 인식의 공감대나 법적 장치가 필요하리라 본다.
일론 머스크는 이 시대의 혁신가이다. 그는 천재성, 통찰력, 뛰어난 기업가 자질을 갖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이끌고 있으며, 스페이스 X의 저궤도 위성사업인 스타링크를 개척하였으며,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미국 생명공학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뇌를 연구해 왔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생명공학의 장래를 밝게 보고 있다. 머스크는 2016년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인 뉴럴링크(Neuralink)를 창업하였다. 이 회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활용하여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의 뇌에 컴퓨터 칩(임플란트 N1)을 심어서 장애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업가치가 무려 12조원이다. BCI 기술은 시각장애인에 시력을 찾아주고, 전신마비 환자에 희망을 준다. 향후 미국에서 BCI 기술 시장은 약 5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다. 현재까지 뉴럴링크는 3차례 임상실험을 마쳤으며 올해 추가로 20∼30차례 실시할 예정이다. 뉴럴링크는 5년 내 BCI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6백만불의 사나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사고로 팔, 다리, 눈을 잃은 미군 장교의 신체에 생체기계를 이식하여 초능력을 지닌 생체공학 인간(Bionic Human)으로 만들고 악당들을 물리친다”라는 이야기다. 당시로서는 충격 자체였다. 유명한 영화인 ‘아이언맨’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로봇과 결합하는 트랜스휴먼 시대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의 팔과 다리를 뉴럴링크 사업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BCI 시장은 벌써 경쟁자들의 주도권 싸움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BCI 시장에는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 패러드로믹스, 싱크론, 사이언스 코퍼레이션 등이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2024년에 양자컴퓨터, 휴머노이드 로봇, BCI 기술 등을 10대 혁신제품으로 지정하였다. 최근 애플 CEO 팀 쿡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뇌파를 이용하여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싱크론과 개발 중이다. 빌 게이츠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싱크론에 투자했다. 애플이 현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모든 소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만지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BCI 기술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과 다리를 인간의 몸에 이식하는 트랜스휴먼 산업이 활성화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미래에는 ‘아이언맨’과 ‘육백만불의 사나이’ 주인공이 진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BCI 기술은 미래 첨단산업을 주도해갈 핵심 기술임이 틀림없다. 해외에서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중국 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BCI 산업 육성을 위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연구개발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새 교황이 탄생되었다. 그의 이름은 ‘레오 14세’, 이는 19세기 말 노동자 착취를 고발한 교회 교리의 아버지 레오 13세의 뒤를 이어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상의 불평등에 좌절하고 있는 우리들은 벌써부터 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5월 18일, 그의 행보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신호탄이 터졌다. 그의 취임식과 그가 집전하는 첫 미사였다. 사도 베드로가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이루어진 이벤트였다. 이 성당은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가 담긴 상자가 발견된 곳이다. 베드로는 티베르 강 오른쪽 강변에 있는 네로의 서커스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 성 베드로 성당에는 또 다른 보석이 있다. 그것은 1498년 로마 주재 프랑스 대사가 의뢰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이다. 흰색 대리석으로 제작된 이 조각품은 구겨진 주름장식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 광장에서 레오 14세는 두 가지 상징적인 물건을 수여받았다. 하나는 예수님의 상처와 선한 목자의 상징인 양털 천으로 된 띠, 다른 하나는 성 베드로의 모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어부의 반지’로, 교황의 영적 권위를 상징하고 ‘사람을 낚는 어부’로서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었다. 그리고 의식의 세 번째 순서인 ‘순종의 의식’에서는 12명이 새 교황에게 순종을 맹세하였다. 이어 그는 동방 교회의 총대주교들과 함께 대성당 중앙 제단 아래 있는 성 베드로 무덤으로 내려가 경의를 표하였다. 정오가 되자 레오 14세는 첫 미사를 진행하였다. 이는 교황과 사도 베드로의 역사 속 인연을 상기시키는 매우 상징적인 의식으로 우크라이나와 미얀마 분쟁의 해결과 가자 지구 주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호소문이 포함되었다. 레오 14세는 “저에게 맡겨진 사명을 시작하면서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사드린다”라고 말문을 연 후, 최근 몇 주간 일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죽음과 자신이 선출된 콘클라베를 돌아보며 본인은 “공로 없이 두려움과 떨림으로 선택되었다”라며 지극히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는 자선과 선교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교회의 사명에 대해 설명하였다. 운집한 25만 명의 청중들은 이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또한 ‘지금은 사랑의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교회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는 가톨릭이 신자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모든 이를 포용하는 교회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였다. 교황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 지도자들 앞에서 자연을 착취하고 가장 적은 자원을 가진 사람들을 외면하는 지금의 경제를 규탄하였다. “우리 시대는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패러다임으로 말미암아 증오, 폭력, 편견이 난무하고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불화와 상처가 여전히 너무 많습니다.” 페루의 빈곤 지역에서 20여 년 동안 사목 활동을 하며 손수 체험한 교황 자신의 절절한 절규였다. 그는 교회의 일치를 강조하고 지배, 종교적 선전, 권력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이 날 새 교황은 14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대변인임에 손색이 없었다.
21일 윤 전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가 제작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6·3 조기대선이 13일 남은 시점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한복판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지난 달 4일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된 후 첫 공개행보였고, 김문수 후보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보수 정치권이 크게 술렁였다. 당은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 비대위원장을 교체하면서까지 몸부림치고 있는 마당에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만든 다큐멘터리를 관람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대선레이스 후반에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 주류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서 우리 당과 관계가 없는 분"이라면서도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대해 반성과 자중할 때가 아닌가"라고 비판적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조경태 의원은 "누굴 위한 행보인가. 결국 이재명 민주당 제1호 선거운동원을 자청하는 것이냐"며 "본인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반성은커녕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한심하다. 자중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제발 윤석열을 다시 구속해달라"며 "우리 당이 살고 보수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재구속만이 답"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윤 전 대통령의 이 기행은 김문수 후보에게 완전히 찬물을 뒤집어엎어 버린 것"이라며 "음모론에 물들면 이렇게 계산이 안 되는 행동을 한다는 걸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조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자 윤석열'은 상당히 점잖은 이야기"라면서 "(제가)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가 윤석열의 반대말은 맨정신"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문제는 김문수 후보의 어정쩡한 태도다. 당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이런 기행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김 후보는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서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는 제가 드릴 말씀이 못될 것 같다"며 "이런 영화를 보면 우리 표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소리는 조금 적절치 않다"고 말하며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등장과 김 후보의 모호한 태도 때문에 국민의힘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는 일말의 여지조차 사라진 형국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한 지 나흘만에 ‘부정선거 음모론’을 들고 다시 대선 한복판에 등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국민의힘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탈당까지 한 마당에 김문수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 뻔한 이러한 정치행보를 일반적인 정치상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건희 여사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도이치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김 여사와 관련된 사건들이 줄줄이 재수사에 들어가고 있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전 핵심 간부로부터 샤넬백을 받았다는 근거가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정치행보가 재개됐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검찰의 거듭된 소환에도 김 여사는 응하지 않고 있다.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수사 검사들은 체포영장을 검토했으나 검찰 지휘부의 부정적인 의견때문에 대선 이후에나 다시 소환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 소식통에 따른면 최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친윤 검찰 고위인사들이 사의를 표명한 것도 김 여사 수사와 관련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어도 하늘을 없앨 수는 없다. 뇌물, 주가조작 등 대부분 파렴치한 범죄 수준인 김 여사의 혐의는 어설픈 정치적 쟁점으로 묻혀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중하고, 김 여사는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하길 바란다. 당신들의 기행이 보수정치의 궤멸까지 이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