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후재앙의 현실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 의한 현실 부정이 격렬해질 수 있다. 환경 이슈에 관한 가짜뉴스는 이미 많지만 더욱 많아질 것이다.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한 미국 대통령부터 언론사들을 높은 금액의 소송으로 위협하는데 거침이 없다. 앞으로 법원이 환경 이슈에 관한 뉴스의 진실과 허위를 판별해 시시비비를 가려 달라고 요청받는 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에서의 분쟁은 사인과 사인의 분쟁의 형태를 취하거나 공권력과 사인 사이의 대립의 형태를 취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관한 뉴스를 둘러싼 분쟁은 사실 다수의 공익과 또 다른 다수의 공익이 충돌하는 성격을 갖는다. 대안적 사실들 중 어느 것이 진실로 선택되어 선언되느냐에 따라 당사자의 승패뿐만 아니라 다수의 이해득실이 변화할 수 있다. 개별 노동자와 개별 사용자가 부딪히는 노동 행정 분쟁도 단순히 사인 간 분쟁이 아니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분쟁이 배후에 있는 것처럼, 환경 이슈에 관한 법적 분쟁 역시 단순히 개인 간의 개별적 분쟁 같이 보이고 그렇게 취급되지만 그 비하인드에는 다수의 이익과 또 다른 다수의 이익의 충돌이 있다. 문제는 법조의 사실인정 역량의 한계다. 법원이 단순히 사인의 분쟁을 해결해 주고 끝이 아니라 모두가 알기 원하는 진실을 정해 줄 것을 요구받을 때 이 한계가 더욱 부각된다. ("사실을 말하면 법을 주리라"라고 하는 유명한 법언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법원은 사실을 말하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 지도 알려주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만드는 원인 중 하나는 법조의 다수가 "문과"고 문과는 과학을 잘 몰라 과학 전문가에게 의존해야 하고 자연환경을 잘 몰라 환경 전문가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이런 유형의 분쟁들이 공익에 대한 영향력과 파급에도 불구하고 사인의 권리 문제로만 처리되고 작은 사건으로 취급되어 관계자들이 공을 들이기 어렵게 된다는 데 있다.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 자연환경에 관한 과학적 사실의 진위가 쟁점이 되는 분쟁의 경우, 그 진위의 판단이 갖는 공익적 영향력과 파급을 고려하여, 법률가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를 줄 방법은 없을까? 어느 연예인이 다른 연예인과 미성년자 시절 연애를 했는지 아니면 성년이 되고 나서 연애를 했는지 같은 가십성 사실에 관한 진위 판단에는 수 천 만 원에서 수 억 원도 오고 갈 수 있는 반면, 시민들이 섭취하는 식재료나 식수의 유해와 직결될 수 있는 자연환경에 관한 과학적 사실에 관한 진위판단은 수 백 수 천 만 원 짜리 이슈가 되어 당사자들도 대리인들도 돈과 시간이 아까워 의욕을 잃고 드러눕게 되는 상황에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배워야 산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공부와 독서라는 단어가 귀에 익고 눈에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이다. 그래 공부해야지, 부지런히 책 읽고 ‘문학 공부를 해보자.’ 라고 생각했다. 그 뒤 나의 시대적 사고(思考)와 진실의 에너지는 시에 있어서는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의 푸시킨의 시와 선조로서의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다니면서 방을 얻어 자취할 때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품을 떠나 학교 다녀와 저녁밥을 지으려고 부엌에서 나무에 불을 지필 때,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 푸시킨의 시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시행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리며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이때의 감성이 일생을 살아오면서 고비고비 굽이굽이마다 어머니의 가슴 체온 같이 슬픔을 다독여주었다. 내 곁에는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고향 친구가 있다. 그는 온화한 성격으로서 따지지 않고 신앙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친구는 J 대학에 재직하면서 일찍부터 산행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나는 그를 따라 합천 해인사와 지리산을 등반하는데 동행한다는 것이 주말 산행의 즐거움이 되고 말았다.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해 뜨는 광경을 보고, 칠선계곡으로 내려올 때의 그 고통은 지금도 쓰리고 관절이 저리도록 아픈 추억이다. 그런데 휴일이 되면 다시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제 아니 오르고 산(뫼)만 높다’ 고 핑계를 댄다는 양사언의 시조를 가슴에 새기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오르고 또 오르면서 내 인생의 젊음과 중년을 보냈다. ‘문학과 산행’ 내 젊은 시간은 이렇게 새겨졌고 그 힘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구비와 고비를 넘겼다. 그 시간 속에는 핏빛 노을과 가족과의 사별이라는 폭발적 운명의 순간도 겪어야 했다. 아니 지금도 견뎌내고 있다. 푸시킨 시의 위로로 될 일도 사건도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고 또 오를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학의 힘과 문자의 리듬적 위안이 있기에 ‘사노라면 잊힐 날’이 있겠지요. 와 굳건한 사고의 근육으로 내 가슴과 영혼을 단련하며, 고통과 분노를 잊고 쉬고자 노력한다. 등산을 하며 자연 속에서의 나를 발견하고 내가 주인 되는 삶을 가리라라고 가슴 근육을 키웠다. 고통스러운 멋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라는 사고의 훈련과 문학적 뼈대와 함께 인간은 결국 무화(無化)된다는 의미 속에서 ‘왜 사냐면 웃지요’의 경지를 더듬어 미소를 짓기도 한다. 지난 7월 29일에는 담도 암 투병 끝에 향년 71세로 허형호 등반가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82년 미칼루(8463m)를 등정하며 본격 산악인 인생을 시작했다. 1983년에는 마나슬루(8163m)를 무산소 단독 등정에 성공했고, 1987년에는 한국인 최초 동계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 총 6회 에베레스트 등정가인 그는 2010년에는 아들과의 부자 등정도 했다. 세계 기록을 보면 세계 최초 3 극점 북극⭑남극⭑에베레스트 도달 ⍆ 7 대륙 최고봉 완등자로 기록되어 있다. 1954년 충청북도 제천에서 태어난 허형호 등반대장은 ‘도전의 아이콘’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신념으로써 60대 이후의 세대에게 도전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파하면서 전달하고 갔다. 작심하고 문학을 공부할 때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부터 읽었다. 산행을 하면서는 교수이자 시인인 김장호의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산악에세이집으로 등산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철학적 성찰을 담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에드워드 윔즈의 '알프스 등반기' 등을 숙독했다. 지금 내 곁엔 알프스몽블랑만년필이 한 자루 있다. 내가 소유한 가장 값 비싼 소장품이다. 이 만년필은 오래전 내가 어느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축하한다면서 대구의 K사장이 기념 선물로 보낸 것이다. 만년필 뚜껑 위에는 몽블랑을 상징하는 눈 빛 로고가 제 값을 물고 있다. 만년필 펜촉은 금빛으로 독사뱀 머리처럼 두툼 납작하다. 사고(思考)도 습관이다. 정신 훈련의 결과이다. 정성 들여 읽고 생각하고 깊이 사유할 일이다. 이어서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과녁을 정조준해 빗나가지 않도록 사고의 훈련이 필요하다. 문학에서의 등반과 사고의 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1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25년도 제4차 이사회에서 경기도의 용인FC, 파주시민축구단의 K리그 회원 가입을 승인했다. ▲사업계획서 ▲인프라 ▲지자체 의지 및 지역사회 관심도 ▲연고지 경쟁력 ▲지자체 재정여건 ▲시장 규모 등 6개 분야 41개 세부 항목을 포함, 회원가입 적정성 평가를 시행한 결과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준비 상태와 앞으로의 계획도 매우 구체적이었다고 한다. 최종승인은 내년 1월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이는 통상적인 형식 절차다. 따라서 이들 팀은 사실상 프로 구단으로 인정받으며 내년 시즌부터 K리그2(2부)에 참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기·인천에는 K리그1에 2개 팀(수원FC, FC안양)과 K리그2에 7개 팀(인천 유나이티드FC, 수원삼성블루윙즈, 부천FC, 김포FC, 성남FC, 화성FC, 안산FC)이 뛰고 있다. 여기에 용인FC, 파주시민축구단이 합류하면 1부, 2부 합쳐 모두 11개 팀이 된다. 용인FC는 지난 3월 이상일 용인시장이 창단을 선언했다. 4월엔 시의회가 프로축구단 지원 조례를 신설했다. 최근엔 1999년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마케팅, 홍보, 기획 실무 등 축구행정을 익혔고 부천FC·대전하나시티즌 단장을 역임한 김진형씨를 초대단장으로 영입했다. K리그 지도자 경험이 있는 최윤겸 감독을 초대감독으로, K리그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이동국을 기술감독(테크니컬 디렉터)으로 선임했다. 홈 경기장은 미르스타디움을 사용하게 된다. 이 경기장은 올해 월드컵 최종 예선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열린 곳이다. 용인FC의 K리그 회원 가입이 승인되자 이상일 용인시장(구단주)은 “용인시 시민프로축구단이 시민과 함께하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용인시민들도 “이웃 수원시엔 프로축구단이 2개나 있는데 특례시가 된 용인에도 프로축구단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프로축구단이 없었던 경기 북부권 최초의 K2리그 구단이 된 파주시민축구단은 2012년 창단, 5부리그 격에 해당하는 베이직을 거쳐 2020년 K4리그에서 우승함으로써 K3리그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번 프로 K2리그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5부에서 K리그2까지 승격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파주시민축구단 홈구장은 파주NFC다. 이곳은 2023년까지 국가대표팀이 전용 훈련장으로 사용해왔다. 파주시는 지난 6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K리그2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파주시민축구단 경기의 최근 3년간 평균 관중이 60% 이상 증가하며 열성팬 기반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K리그 가입으로 인해 시민 관심과 후원 유치, 지역 문화와 관광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년간 390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예상한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시민축구단의 K리그2 진출은 단순히 축구단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파주의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지역경제와 문화, 교육, 관광까지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프로스포츠는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민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순기능을 한다. 지역공동체 형성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점도 있다. 몇몇 구단을 제외한 지방 시·도민구단은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흑자를 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K리그1 FC서울은 지난해 우리나라 축구구단 중 가장 많은 77억 원의 입장수입을 냈다. 그런데 선수단 연봉으로 149억 원을 썼다. K리그2에서는 수원삼성 만이 관중수입 10억 원을 넘었다. 적자 예산은 해당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파주시민네트워크가 시민축구단 K리그2 승격에 파주시민 1380명의 서명을 전달하며 재검토를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1일자 9면, “파주시민축구단 K리그2 승격 재검토 필요”) 마케팅과 홍보, 기획에 전력을 기울여 시민의 사랑을 받는 구단으로 정착하길 바란다.
3년 무사고였던 DL건설이었지만 지난 8일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로 최고 수위 제재 대상이 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다. (관련기사: 경기신문 13일자 1면, ‘사망사고 1건도 입찰 제한… DL건설 첫 타깃 되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단발 사고와 상습 위반 동일 처벌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내 작업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인해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광주시 고산동 가구공장 철거현장에서 40대 남성 노동자가 지게차로 운반하던 7t 정도의 철제 H빔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날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의 한 자동차 차체 부품 제조 공장에서는 4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로 머리와 가슴부위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닥터헬기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5일엔 파주시 문산읍의 한 신축 건물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도 없이 작업이던 60대 남성이 사다리에서 3m 아래로 추락, 끝내 세상을 떠났다. 지난 3월엔 수원시의 한 병원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외국인 노동자가 낙하물에 맞았다. 강선이 풀린 무게추가 작업 중이던 노동자의 머리로 떨어져 일어난 사고였다. 해당 작업자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이 병원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7일에도 인명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현장 재해 사고는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안전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망자 중 54.9%가 공사비 5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 나왔다고 국토안전관리원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대형 건설사의 도급 계약을 맡은 하도급 업체다. 하지만 대형업체의 사고 역시 빈발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포스코이엔씨 시공 현장에서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로 1명이 사망했다. 4월엔 경기 광명 신안산선 복선전철 터널 붕괴사고로 사망 1명, 부상 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같은 달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로 1명이 숨졌다. 잇따른 사고에 이재명 대통령이 격노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일하러 갔다가 5명이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건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건설면허 취소·공공입찰 금지 등 ‘자비 없는 처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같은 날 오후 고개를 숙이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포스코이앤씨 시공 공사현장에서 6일 만에 또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4일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30대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한 때 심정지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평택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도 노동자 한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월 27일 50대 여성 노동자가 8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건설현장에서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5건이 추락사여서 기초적인 안전조치만 취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를 위한 시민단체 ‘반올림’은 “같은 공장에서, 같은 구조물에서, 같은 이유로 반복되는 죽음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며 “작업계획서, 추락방지망, 안전대, 작업발판 등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현장은 고의적 방치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반복된 산재에 대해 엄벌이 필요하다. 건설 현장에 대한 안전장비 사용 실태, 작업자 교육 등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하길 바란다.
나는 지난 6월 16일 본 칼럼을 통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혼란, 토론회로 풀자”고 제안했으나 어디서도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원회'에서 직접 국회토론회를 추진한다. 조국혁신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신장식 국회의원과 공동주최로 오는 8월 22일(금) 오후 3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오늘 칼럼의 제목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값진 도전'은 바로 이 토론회의 제목이다. 토론회에서는 경기북부특자도 설치 찬·반 취지의 발제, 범도민추진위의 경기북부특자도 추진 이유를 밝히는 나의 발제, 그리고 나의 발제를 보완해 보다 전문적으로 제도적인 방법을 제시할 발제, 이렇게 4개의 발제와 청중과의 토론, 발제자 간 상호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토론회 목적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전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대통령과 현 김동연 도지사의 경기북부특자도 설치 찬‧반 의견 근거가 무엇인지, 그 근거들의 정확한 사실 확인을 통해 소모적인 논쟁이 종식되길 기대한다. 둘째, 기존 찬·반 의견과는 다른 범도민추진위의 입장이 새로운 공론의 주제가 되길 바란다. 그 입장은 대략 이렇다. 흔히 지금이 ‘문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한다. 기존의 삶을 만들어왔던 문명이 전 지구적 공멸의 위기, 대한민국 소멸의 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 위기는 크게 ‘지구열대화’, ‘불평등의 심화’, ‘전쟁’으로부터 비롯되고, 그 뿌리에는 서양 근대 이후의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과 약탈적 자본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그래서 대전환은 이 뿌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드높은 문화의 힘’으로 전 세계를 주도하려 한다면 바로 이 대전환의 문화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기존 패러다임에 강력하게 포획된 세계 질서 속에서 그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계속 기존 질서 속에서 ‘거대한 가속’을 하며 공멸을 앞당기는 ‘K-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할까? 나는 경기북부특자도가 ‘담대한 전환’의 쇄빙선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 ‘생태’, ‘순환 경제’, ‘평화’의 가치로 각각 ‘지구열대화’, ‘불평등’,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값진 도전을 할 수 있는 특별자치도이길 바란다. 기존 3개의 특별자치도와 비슷한 또 하나의 특별자치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갖는, 주민자치 권력으로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끄는 특별자치도가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이 한 번에 하기 힘든 대전환을 선도적으로 구현해 보는 도전의 땅이 되길 바란다. 마치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연천군 청산면에서 농촌기본소득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기북부는 넓은 생태보전지역이 있고, 접경지역으로 평화가 어느 지역보다도 필요한 곳이고, 도농 복합 지역이자 땅의 넓이와 약 365만의 인구 규모로 순환경제의 여건도 갖춘 곳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을 얘기해 왔다. 그 ‘보상’이 ‘돈’보다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값진 도전을 지원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과거 중앙집권적 국가 전략 속에서 ‘먹사니즘’을 위해 ‘무작정 상경’을 했다면, 이제 ‘담대한 전환’의 삶을 통해 ‘잘사니즘’을 구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이주하는 새로운 풍조가 생기길 기대한다.
조선 세조 8년, 지금으로부터 약 560년 전. 유구국(오늘날의 오키나와)에서 온 사신이 조선 왕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그들의 나라에서는 열다섯 살 처녀들이 쌀을 씹어 뱉어 술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낯설고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인류가 술을 만들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다. 우리 고서 '지봉유설'에도 비슷한 술이 등장한다. ‘미인주(美人酒)’라 불리는 이 술은 젊은 처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쌀을 씹어 빚었다고 전해진다. 전설처럼 들리지만, 이 낯선 풍경은 인간의 직관적 과학과 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찾듯,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소통하며 생존의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이한 방식의 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밥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 침 속 아밀레이스 효소가 쌀의 전분을 당으로 바꿔 단맛을 낸다. 이걸 모아두면 공기 중 효모가 발효를 일으켜 술이 된다. 누룩도, 기계도 필요 없는, 오직 사람의 입과 자연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기적이었다. 이런 술을 우리는 ‘구작주(口嚼酒)’라 부른다. 말 그대로 ‘입으로 씹어 만든 술’이다. 잉카 제국에는 ‘치차 데 무코(Chicha de muko)’라는 술이 있었다. 선발된 여성들이 옥수수를 씹어 신에게 바치는 술을 빚었다. 일본에는 ‘쿠치카미자케(口噛み酒)’가 있었고,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서는 이 술이 기억과 시간을 잇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방식의 술이 서로 전혀 다른 문명권에서 비슷한 형태로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언어도, 문화도 달랐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술의 원리를 이해했고, 그것을 제의와 공동체의 중요한 도구로 삼았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축적한 생존의 기술이자 감성의 문화였다. 오늘날 우리는 효율적이고 위생적인 양조 방식을 사용한다. 술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신과 조상을 위한 제의보다는 상업적 소비가 우선된다. 구작주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이 오래된 술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붙든다. 누군가는 손과 입, 정성과 믿음을 다해 무언가를 만들던 시절이 있었고, 그 속에는 단순한 취기가 아닌 삶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술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염원과 추억이 스며든 따뜻한 한 방울, 그것이 바로 술 아닐까. 구작주는 기술 이전의 감각, 기억 이전의 직관이 빚은 술이다.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그 기억을 잊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래된 술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셈이다. 구작주가 품고 있는 ‘정성과 진심’의 가치는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잃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일깨워준다.
2020년 5월 이었다. 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요지는 “윤미향이 위안부 문제 해결해준다고 하더니 혼자 국회의원이 됐다”는 서운함이었다. 팩트는 없이 주장은 강했다. "윤미향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벌을 받아야 한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윤미향 의원을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언론은 윤미향을 ‘후원금횡령’이라는 굴레를 씌워 화형대로 밀어올렸다. 마녀는 불에 타죽어야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런 마녀사냥의 광란 속에서도 1심 재판부는 '윤미향은 평생을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헌신한 활동가'라고 인정하며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 고법의 마용주 판사는 김복동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답지한 조의금 중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을 각 단체와 장학금으로 기부한 것을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정대협실무자가 임금을 아껴 다시 기부한 것조차 보조금사기로 판단했다. 그리고 윤미향은 검찰이 횡령했다는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화형대에 불을 붙였다. 괴이하게도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장에는 한국 기자들보다 더 많은 200여 명의 일본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럴만도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가장 큰 목안의 가시가 윤미향이었다. 2차세계대전의 전범국 중 독일은 유태인 홀로코스트라는 원죄가 있었다면 일본은 ‘전시 성노예(위안부) 강제동원’이란 용납할 수 없는 전쟁범죄가 있었다. 이 파렴치한 범죄를 37년동안 줄기차게 파헤치고 일본의 심장에 한땀한땀 주홍글씨로 새긴 사람이 윤미향이었다. 그런 윤미향이 총선에서 비례대표 7번을 받아 당선이 유력해지자 일본은 경악했다. 반대로 윤미향 의원을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되자 전 일본이 환호했다. 일본기자들은 “위안부문제는 가짜이고 한일관계 파탄의 책임은 윤미향에 있다”는 프레임에 모든 상황을 짜넣고 싶어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윤미향 의원보다 1년 앞서 조국 전 장관 가족은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토끼몰이 사냥을 당했다. 실체없는 표창장 한 장으로 아빠는 2년 징역에, 엄마는 4년 징역에 내몰렸고, 딸은 10년 세월을 잃어버렸다. 반대로 윤미향과 조국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마용주, 엄상필 판사는 차례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8.15 사면권 행사에 언론들이 광분했다. 제목은 대동소이하다. “자녀 입시비리 조국, 위안부후원금 횡령 윤미향 사면대상 포함” 제목부터 틀려먹었다. 조국은 입시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다. 윤미향은 후원금을 횡령한 적이 없다. 윤석열 정치검찰의 억울한 피해자가 어디 이 둘 뿐이겠는가? 건설노동자는 건폭으로 내몰려 700명이 기소되고 42명이 구속되었다. 급기야 양희동열사가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윤미향의 30년 동지였던 마포쉼터 손영미 소장도 스스로 할머니들의 뒤를 따랐다. 산업재해만 막는다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는다. 생사람 잡는 검찰재해, 사법재해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한다. 윤미향과 조국, 두 사람 공히 검찰과 언론이 쏘아댄 화살에 벌집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이재명정부에게 부담이 된다고 그 화살을 그냥 꽂은채 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면권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부담스럽더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면 반드시 해내고 마는 사람이 이재명 대통령이다. 아름다운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용기가 대한민국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되는 사건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잇따른 유출 소동에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교 내신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거듭 불거지는 유출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믿을만한 조치들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루된 몰지각한 범인들에 대한 징계 등 사후약방문에만 집중하고 그냥 지나가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학생·학부모의 불안감·혼란을 가라앉힐 방안이 시급하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사, 학부모, 심지어 학생이 공모해 시험 문제를 빼돌리는 사례가 반복되자 교육현장 안팎에서는 부실한 평가관리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되는 사건은 대중의 기억을 뛰어넘을 정도로 속발하는 중이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26건의 시험지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부산·전남에서 각 4건씩 발생했고 대전 3건, 광주·경기·강원·경북 각 2건이었다. 충남·전북·경남에서는 각 1건씩 발생했다. 최근에는 일부 학원과 학부모가 교사와 연결돼 조직적으로 내신 정보를 공유한 사건도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매년 20명 안팎의 학생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경기 분당의 한 명문 사립고도 지난해 10월 기간제 교사가 학원 강사에게 ‘수학Ⅱ’ 지필 평가 문항을 유출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결코 각각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는 점은 특별히 우려할 만한 요소다. 유사한 시험지 유출과 평가 비리가 매년 크고 작게 반복되고 있지만, 그때마다 학교 내부 처리나 미온적 대응으로 넘어간 경우가 많다. 시험지 유출 사고에 가담한 교사들은 파면·해임되거나 감봉, 정직, 견책 등의 처분을 받고 학생들에게는 퇴학이나 등교 정지, 교내봉사 등의 징계가 결정된다. 교육 당국 차원의 감사나 징계가 이뤄진다 해도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따라 내신 관리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간단없이 이어진다. 학교마다 평가 문제 출제·인쇄·보관·배포 등의 관리 방식에 차이가 있고, 일선 교사 개인의 책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게 문제의 핵심으로 분석된다. 허술한 시스템은 곧바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으로 직결된다. 특히 내신이 주요 전형 요소로 반영되는 대입에서 ‘공정한 경쟁이 아닌 정보력 싸움’이라는 냉소적 시선이 늘고 있다는 점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반응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시험지 유출 사건은 대학입시에서 수시 모집이 주류가 되어 교내 시험의 비중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면서 거듭 빚어지는 범죄다. 시험지 유출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부모 자신들은 물론이고, 부정으로 운명을 결정짓게 된 아이들의 인생 가치관은 또 어찌 될지를 헤아릴 겨를조차 없을 만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성적 지상주의가 완강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남을 앞서가야 하는 극도의 경쟁 풍토에 성적 지상주의가 결합하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상식과 윤리가 무참하게 뭉개지고 있다. 시험지 한 장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평가 시스템으로 한 인간의 인생행로가 결정되도록 국가사회 체계를 바꾸어야 비로소 멈춰질 부조리라면 참으로 서글픈 현실 아닌가 싶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교육 당국이 보안 강화 등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학생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교육 환경 조성에 더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한다. 시험지를 훔치는 사람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나쁘다. 하지만 훔치고 싶어도 도저히 그럴 수 없도록 만들지 못하는 학교와 교육 당국의 허술함도 방관해서는 안 될 심각한 병폐다.
광복절 사면 문제로 국론이 반분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두 여론조사 기관(조원씨앤아이, 미디어토마토)의 조사결과는 찬성, 반대가 백중이었다. 특별사면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역대 대통령들처럼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첫 사면권을 행사한다. 그 대상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최강욱,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친여권 인사들과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 등 친야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16일 수감됐다. 이번 광복절에 사면에 포함될 경우 정확히 형기의 1/3(33.3%)을 채운다.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아내 정경심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형기 80% 복역 후 가석방됐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형기 28%와 21%을 채우고 사면됐다. 조국 전 대표 부부에게 잘못이 있었지만, 그 잘못에 비해 수사와 기소, 재판이 과도했다. 윤석열로 대표되는 국가기관의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법 집행이 있었음은 부인키 어렵다. 이번 사면에는 야권 출신의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이들 정치인들의 사면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사진기자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의 범죄 사실, 사면의 타당성 등을 다룬 언론보도는 미미했다. 홍문종 의원은 사학재단 교비 52억 횡령혐의로 징역 4년 6개월, 정찬민 전 용인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 심학봉 전 의원은 40대 여성 보험설계사를 호텔로 불러 강제 폭행하려 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했었다. 국회윤리특위에서 만장일치로 의원직 제명이 결정되자 스스로 의원직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1억여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 3개월을 확정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년 전 광복절 특사 때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복권 했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지 3개월 만이었다. 2개월 뒤에 치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 그를 재공천했다. 예상대로 선거에서 참패했다. 무리한 사면권 행사였다. 이 사면 사실을 보도하면서 조선일보는 2023년 8월 10일자 1면에 ’문 정부 비리 폭로한 김태우, 광복절 특별 사면‘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5면 해설기사에서는 김태우를 공익신고자로 치켜세웠다. 그가 유죄로 판결받은 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 체제였다며, 그가 강서구청장에 재출마해 당선된다면 정치적 복권까지 이뤄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광복절 사면·복권에 대한 어떤 부정적 언급도 없었다. 2025년 8월 9일자 “법치 흔드는 그들만의 ‘사면 잔치’”라는 1면 머릿기사와는 크게 대조됐다. 대통령의 사면 때마다 일부 언론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에 대한 사면은 나쁘고, 경제계 사면은 좋다’는 그릇된 이미지도 심어왔다. 원칙 없는 사면 보도가 국민통합이란 헌법정신까지 훼손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용인시에 있는 ‘내고향만들기공동체’는 2020년 남북한 출신 다섯명이 모여 단체를 만들었다. 단체를 만들게 되었던 동기는 2019년 용인시민주평통 자문위원 활동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자신 있고 당당한 리더들의 활동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2018년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고 딱히 갈 곳이 없었던 나는 무엇이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떠밀렸다. 형식을 갖추어 발대식을 했다. 기흥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고 용인자원봉사센터에 등록했다. ‘내고향만들기공동체’는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내고향으로 만들기 위해 봉사와 나눔 활동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중요하게 지역주민과 협업하여 봉사와 문학예술 활동을 하겠다고 단체 정관에 밝혔다. 모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단체를 만들고 처음으로 했던 일이 지역주민과 협업하는 일이었다. 2020년 ‘근현대사미술관담다’와 협업했고, 2022년 ‘사립문’과 협업했다. 그리고 많은 일을 했다. 2021년, 2022년, 2023년 '용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응모했다. 씨앗기, 성장기, 열매기 단계로 보조금을 받아 고향 음식을 만들었다. 작은 나의 집에서 영채김치로 시작해 쑥떡, 송편, 순대, 오그랑죽 등을 만들어 고향분들과 나누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서로를 모르고 지내고 있으니, 음식을 매개로 만나 고향 정서도 나누고 봉사도 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비영리단체 활동을 하면서 나는 취업을 포기했다. 취업을 하면 보조금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불안정한 수입과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 나는 돈 버는 일은 누구나 하지만 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사를 기획하고 단체를 이끄는 리더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힘들 때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돌아보면 뿌듯하다. 봉사하면서 마음이 밝아졌다는 말을 듣으면 친구를 만난 것 같이 기쁘다. 행사가 끝나면 자료를 정리하고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한해를 마감한다. 봉사와 나눔으로 수고한 사람들 사진을 자료집으로 묶으며 힘들었던 시간을 잊었다. ‘내고향만들기공동체’는 2024년 2025년 남북하나재단에서 기획한 탈북민 지역공동체에 응모해 씨앗기, 새싹기를 지나고 있다. 취약계층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소통 지지와 나눔, 남북주민통합 행사가 있다. 보조금을 받아 진행하는 행사는 서류가 중요하다. 서류를 만드는 사무에 능숙해야 시간을 절약하고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 보조금 사업을 잘 하려면 취업을 포기할 만큼에 용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우고 사무직을 시작했던 경험이 도움 되었다. 이제는 공모에 응모하고 활동자료를 서류로 만들어 제출하는데 익숙하다. ‘탈북민 지역공동체 지원사업’은 ‘내고향만들기공동체’가 지금껏 하고 있던 활동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서류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경험자가 아니면 보지 못했을 것들이 보인다. 경험자도 어려운데 초보는 더 어려울 것이다. 탈북민 활동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