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받음으로써 민주당과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로부터 한 숨 돌리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2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패널의 질문에 대한 전체 답변 중 일부”일 뿐, "'김문기와 골프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호주 출장 당시 사진에 대해서는 ‘조작된 사진’으로 규정하며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진은)김문기와 골프를 쳤다는 자료로 제시된 건데, 원본은 해외에서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것이므로 골프 행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 나와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상향 변경은 국토부 요청에 따라 한 것이고, 안 해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발언 역시 의견 표명에 불과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국토부로부터 혁신도시법 의무조항에 의해 용도변경을 요구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이 대표의 발언은) 국토부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지 혁신도시법상 의무 조항에 따라 불가피하게 백현동 부지의 용도 변경을 했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봤고, ”용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핵심 내용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 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중요 부분이 합치되는 경우에는 진실과 차이가 나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법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공지를 통해 밝힌 검찰의 입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부 판단이 ‘위법’하다는 강경 어조까지 쏟아냈지만 법률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판례와 법리를 가지고 다퉈야 하는 검찰이 정치권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 ‘경험칙과 상식’을 거론한 것은 구차해 보인다. 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앞으로도 첩첩산중이다. 이 대표는 8개 혐의로 기소됐고, 5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조기대선이 이루어질 경우 현실적으로 대선 전 결론은 어렵겠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가 더 겸허해져야 하는 이유다. 당장의 급한 불은 끈 형국이지만 선거법 항소심 무죄에 심취되어 오만해지거나, 편협한 정치로 빠져든다면 사법리스크보다 더 감당하기 힘든 정치리스크를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민통합적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또한 야당 대표의 무더기 기소부터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오늘 날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성찰이 절실하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정치의 사법화’현상을 근절할 수 있는 ‘사법개혁’이 공론화되어야 한다. 정치보다 사법이 우선하는 민주공화국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무죄, 유죄, 무죄. 지난해 말부터 있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다. 그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국민의힘은 환호를 질렀다. 반면 무죄가 선고되면 어김없이 잘못된 판결이라며 악다구니를 부렸다. 판사 개인에 대한 색깔론 공격도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윤상현 의원은 "좌파 사법 카르텔의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걱정스럽고 참담한 마음"이라며 재판부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대장동·위례동·백현동·성남 FC 재판, 위증교사 항소심,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이들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3~4년은 족히 더 걸릴 것이다. 물론 조기 대선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 재판 선고에 따라 들썩거려야 할 듯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이 입장을 내고 개별 의원들이 성토하고 모든 언론이 도배하듯 기사를 쏟아내는 현상은 분명 정상은 아닐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있으면 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면 될 일이지 이렇듯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그 누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렇듯 온 나라가 괴이한 현상에 빠진 데는 검찰과 사법부의 신뢰 상실이 크다. 검찰의 수사를 못 믿으니,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으니, 유죄든 무죄든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테다. 그런데 이렇듯 검찰과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데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탓이 크다. 일찍이 야당 지도자가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어 사냥하듯 탈탈 털린 사례는 없었다. 야당 지도자가 한 주에 4일씩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사례도 없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인 윤석열 정부의 검찰은 마치 이재명을 죽이는 것이 사명인 양 그와 그의 가족을 수사했다. 수백 건이라는 압수수색영장은 이제 세기도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반면 윤석열과 그의 부인 김건희에 대한 수사에는 한없이 인자했다. 압수수색은커녕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조사한 것이 검찰이 불려 가 조사를 한 것인지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소위 콜검 조사였다. 이쯤 되면 검찰을 신뢰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 아니겠는가? 사법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70여 년 역사 중 단 한 차례 있었던 결정이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발생했다. 그 결과 윤석열은 모든 국민이 생방송으로 보는 앞에서 군을 동원해 국회를 침탈하고도 개선장군인양 유유히 구치소를 걸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하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윤석열은 여전히 대통령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법원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대통령직을 유지시키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며 과연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검찰과 사법부의 틈바구니에서 이재명 대표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그렇기에 그의 정치적, 생물학적 생존이 검찰과 사법부 개혁의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옛날에는 대부분 걸어 다녔고, 양반이라도 하인이 끌고 가는 말을 타고 다녔기에 그 속도는 걷는 것과 같았다. 그러면 서울에서 융ˑ건릉까지 최단코스로는 며칠이나 걸렸을까? 하루? 수원에서 서울로 통학이나 통근을 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 같다. 그러면 이틀? 그것도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지 않을까? 하루 종일 걸어본 적이 없는 현대인에게 이런 물음 자체가 무리일 것 같다. 그래도 가끔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그 답을 찾아보자. 영조 임금 때 편찬한 전국지리지 '여지도서(輿地圖書)'(55책, 1765)에는 모든 고을의 앞쪽에 서울과 고을 읍치(邑治, 중심지)를 오가는 최단코스 길 위의 거리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충청도의 천안에는 “210리 이틀 반나절 일정(二百十里二日半程)”, 충주에는 “282리 사흘 일정(二百八十二里三日程)”, 제천에는 “330리 나흘 일정(三百三十里四日程)”이다. 요즘과는 많이 다른 거리 개념인데, 이런 수치들은 어떻게 나온 걸까? 원리를 알면 답은 의외로 쉽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90리를 간다고 여겼다. 그래서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90리로 나누었을 때 나머지가 1~29리면 버림으로, 30~59리면 반나절로, 60~89리면 반올림하여 하루로 계산했다. 이 계산법을 천안, 충주, 제천에 적용하면 210리는 2일×90리+30리(반나절)로 이틀 반나절, 282리는 3일×90리+12리(버림)로 사흘, 330리는 3일×90리+60리(하루)로 나흘 일정이 된다. 아쉽게도 '여지도서'에는 수원의 지리지가 빠져 있다. 다행히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25책, 1531년)에는 88리로, 규장각 소장 '해동지도(海東地圖)'(8첩, 1720년대)에는 90리로 나온다. 옛사람들이 하루면 걸어가는 거리인데, 이때 수원의 읍치는 정조가 팔달산 아래로 옮기기 전의 옛읍치, 즉 융ˑ건릉 지역에 있었다. 사도세자의 현륭원이 들어선 이후 서울-현륭원의 거리가 100리로 나오는데, 그 이전 최단코스의 길보다 좀 돌아가게 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90리는 지금의 미터법으로 몇 ㎞였을까? 요즘 사람들은 10리를 무의식적으로 4㎞라고 여기지만 일본식 거리 개념이다. 1909년에 일본의 곡척(曲尺) 1척=30.3cm을 채택하여 10리=10×1,296척×0.303m=3,926.88m≒3.93㎞로 계산한 것을 약 4㎞로 본 것에서 유래했다. 조선에서는 주척(周尺) 6척=1보(步), 360보=1리(里)라는 원칙을 적용하여 거리를 측정했다. 현재 남아 있는 주척의 길이는 약 20.62cm로 10리=10×360보×6척×0.2062m=4,453,92m≒4.454㎞이고, 90리=9×4.454㎞≒40.09㎞다. 하루에 40㎞를 걸어간다고? 현대인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거리일 것 같다. 필자는 2019년부터 시작하여 2024년까지 여덟 번을 완보한 경복궁-도산서원 구간의 600리 퇴계길 걷기에서 하루에 얼마나 걸어갈 수 있는지 여러 번 실험해본 끝에 나에게 딱 알맞은 거리를 찾아냈다. 점심과 쉬는 시간 포함해서 하루 9시간 30㎞를 기본으로 하여 상황에 따라 ±4㎞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며칠을 연속으로 걸어도 별 무리가 없었다.
언중(言衆)들이 쓰는 말이 모질고 독하고 악착같은 면이 두드러졌다면, 그만큼 세태 인심이 삭막해진 것이다. 어떤 사람을 두고 “착하다”라고 평하면, 그걸 좋은 뜻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이다. 적극적이지 못하다, 결단력이 없다, 성격이 무르다, 대가 약하다, 전투력이 약하다, 양보하다 손해만 본다, 등등의 이미지로 받아들이려 한다. ‘착한 사람’도 이제는 다소 부정적인 퍼스낼리티로 착색된 느낌이다. 착한 사람을 부정적으로 부각하려 할 때, 예로부터 써 왔던 말 중에 ‘착해 빠졌다’라는 표현도 있었다. “그 친구, 착해 빠져서 아무 데도 써먹을 데가 없다.” 하기야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에 빠져 버렸다’고 표현하면 좋은 것은 빛을 잃는다. 이쯤 되면 ‘착하다’는 ‘무능하다’와 동의어 수준이 된다. 물론 ‘착하다’의 의미론적 본질은 그렇지는 않다. 착함은 훌륭한 덕(德)의 범주에 속한다는 윤리학적 설명은 일찍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요즘 언중들의 현상적 언어 감각은 ‘착하다’를 썩 좋게만 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그런 세태가 되었다. ‘착하다’의 한자는 ‘착할 선(善)’이다. 그러나 ‘착하다’와 ‘선(善)하다’가 반드시 꼭 같은 의미역(意味域)이지는 않는다. 선(善)은 ‘좋은 것(good/well)’ 일반을 폭넓게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의도 선이고, 참여도 선이고, 때로는 투쟁도 선이다. ‘착하다’는 선(善)의 하위 속성 중 하나로 놓일 법하다. 일반 언중들이 쓰는 일상 언어의 감각으로 ‘착하다’는 ‘온순하다’, ‘말을 잘 듣는다’, ‘싸우지 않는다’ 등에 가깝다. 착하다는 순우리말이다. ‘착하다’의 상대어는 무엇일까. ‘악(惡)하다’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악(惡)도 ‘나쁜 것(evil)’ 일반을 폭넓게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어서 ‘착하지 않은 것’이 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궁색하다. 순전히 성격이나 인성 차원에서 착하다의 상대어를 순우리말에서 찾아본다면 ‘그악스럽다’를 떠올릴 수 있다. 이 말은 예전에는 흔히 쓰이던 말이었는데, 요즘 와서는 쑥 들어간 말이 되었다. ‘그악스럽다’의 뜻은 두 갈래이다. 하나는 ‘보기에 사납고 모진 데가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서로 욕질을 하며 그악스럽게 악담을 퍼붓는다는 용례를 사전은 소개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성격 면에서 그악스럽다를 적용하는 경우이다. ‘끈질기고 억척스러운 데가 있다.’는 풀이가 바로 그것이다. 소설가 송기숙의 작품 '암태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적절한 용례이다. 그녀는 손에 찬물 묻히지 않고 살던 규수였으나 어느새 그악스러운 시골 아낙네가 되어 버렸다. ‘그악스럽다’에 담겨진 행위나 성격이 날카롭고 앙칼지다는 점에서 주로 여성을 행위 주체로 놓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악스러움이 어떤 임계를 넘어서서, 이성을 잃게 되면, 패악질(悖惡질)로 넘어갈 수 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진 흉악한 짓이 패악질인 것이다. 자본 이익과 인권 문제에 민감해질수록 갈등이 심해지고 그럴수록 주고받는 언행도 그악스러워간다. 그악스럽게 치닫지 않고도 다툼을 관리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있다. 먹고 살 만해지기는 했지만, 우리들 성정(性情)은 더 피폐해진 것 같다.
지난 6일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 인근에서 훈련 중이던 공군 KF-16 전투기에 의한 민가 밀집 마을 오폭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주민 2명이 중상을, 13명이 경상을 입었다. 주택과 성당, 창고, 비닐하우스, 자동차도 파손됐다. 6일 포천 공군 오폭 사고에 이어 17일엔 양주에서 육군 대형 정찰무인기가 헬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육군 항공대대에서 군용 무인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중 지상에 있던 다목적 국산 헬기와 충돌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지만 고가의 헬기와 무인기 모두 불에 타버렸다. 이처럼 최근 경기북부 접경지역에서 군 관련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19일에는 포천시 14개 읍면동 주민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투기 오폭사고와 관련,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규탄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가 포천시청 옆 체육공원에서 열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오폭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무책임과 안일함이 빚어낸 참사라면서 “이대로는 못 살겠다. 포천시민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했다. ‘전투기 오폭사고 규탄 포천시민연대’가 주최한 이날 규탄대회에는 시민들과 백영현 포천시장과 김용태 국회의원, 포천시 의회 임종훈 의장 등 시의원 등이 참석해 피해보상과 대책을 요구했다. 강태일 포천시민연대 공동위원장의 말처럼 접경지역 주민들은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지난 72년간 사격장 등 군사시설로 인해 인명, 재산, 소음, 환경 등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다. 강 위원장은 “정전 이후 현재까지 전쟁과 같은 현실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군 관련 시설이 들어서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훈련으로 인한 모든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왔다”면서 민가에 폭탄이 떨어진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영현 포천시장도 “시민들은 75년 전이나 지금이나 언제 어디서 도비탄과 포탄이 날아올지 모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며 “신속히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그동안의 희생과 피해에 대해서도 특별한 보상 방안을 제시”하라고 정부와 군 당국에 촉구했다. 더 이상 땜질식 조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 주민들의 ‘당연한’ 요구였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12일 경기북부 접경지역을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달라는 공문을 산업통상자원부·행정안전부·국방부·지방시대위원회에 보낸바 있다. 이어 20일에도 19일 열린 포천시민 총궐기대회와 6일 공군 오폭 피해 현장사진을 담아 함께 ‘경기북부 접경지역 기회발전특구 지정 촉구’ 공문을 산업통상자원부와 지방시대위원회에 보냈다. 기회발전특구는 각 지방정부가 자발적으로 선정한 지역별 비교우위 산업에 속하는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국토의 균형된 발전을 도모하는 경제특구다. 2023년 10월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이후 각 시·도의 신청에 대한 심의를 거쳐 2024년 6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서 1차로 대전 유성구를 비롯해 부산 동구, 대구 달성군, 전북 전주시, 경북 구미시, 전남 광양시, 경남 고성군, 제주 서귀포시 등 8개 시·도의 23개 지역을 지정했다. 기회발전특구가 되면 다양하고 파격적인 각종 세제 및 규제특례가 제공된다. 이로 인해 유동인구와 주거 수요가 늘어나고, 지역 부동산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 경기도가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요구하는 것은 경제적 희생과 일상의 불안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복구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시대위원회는 법 제정 후 2년 넘도록 수도권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희생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써, 지역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경기도와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계적으로 전쟁과 강대국의 횡포, 국내적으로 내란과 여야분쟁 그리고 위헌적 행동(각종 대행들, 내란 선동 목사들, 서부지법 침탈, 헌재앞 계란투척 등)으로 혼란한 세상이다. 이런 모든 것들은 사실 정치적 판단과 행동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정치적 결정은 실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생명을 앗아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휴전 협상 중이지만 푸틴의 장고로 아직 안개 속 상황이고,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은 미국의 중재로 잠깐 휴전 중이었다가 이스라엘의 가자지역 폭격으로 휴전이 요원하다. 국내에서는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일으키고선 “계몽령”이라 우기는 피소추인과 그 주변인들 때문에 온 국민이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내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최근 다음과 같은 뉴스를 접했다. “경상북도 경산에서 맨홀이 부서져 아이를 안고 가던 여성이 부서진 맨홀 구멍으로 다리가 빠져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다. 관리 책임을 맡은 경산시는 가입한 보험의 보장범위 밖이라 배상이 어렵다고 국가 배상으로 떠넘겼다. 이에 지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경산시는 뒤늦게 관내 맨홀에 대한 전면 점검에 나섰다.” 다행히 생명을 잃지 않았지만 치료비도 못받았다니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피해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 피해에 대한 배상, 보상을 받길 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건, 사고에서 배보상을 받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참으로 많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다. 특히 물질적인 피해에 대한 배상은 둘째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은 셈을 하기도 힘들고 또 어떤 피해는 그 어떤 배상으로도 갚을 길이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내 가족에 대한 생명을 빼앗겼을 때 이다. 물론 생명을 빼앗긴 사람, 당사자에게 직접 갚을 길은 불가능하고 대신 유가족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배상을 받은 경우도 피해당한 사실의 수 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전쟁 중인 나라들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군인, 민간인들,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이 사적으로 취한 환수 못한 국가적 천문학적 재산피해, 그 치하에서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피해. 세월호와 이태원의 희생자들처럼 무능한 책임자들로 인한 참혹한 피해, 그리고 최근 비상계엄 계획과 시도로 인해 몇 달째 장사도 못하고 심지어 문을 닫은 100만이 넘는 소상공인들의 피해 그리고 “내란성 불면증”으로 잠 못 들고 있는 많은 시민들의 피해. 이렇게 많은 피해를 누가 어떻게 배상 할 것인가? 이 비상계엄 시도로 인한 문제는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올 것 같아 큰 걱정이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어 긍정적이고 생산적 논의가 저해될 것이고 국제 사회에서 잘 나가던 K-Culture의 이미지가 악화되어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그 많은 재능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런 허접한 내란범과 그 “주요 임무 종사자”들로 인해 창조적 작업을 할 시간에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가야 하고 잠 못 이루며 미래에 대한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상상력을 펼칠 시간을 빼앗기는 것, 이 또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피.해.일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반성과 성찰하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내란범 부부와 주요 임무 종사자들은 제발 돌아보며 자신의 죄를 깨닫고 앞으로 우리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깊이 숙고하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렇게 할 때 국민들에게 약간의 심적 배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렇게 성찰하며 모범을 보여준 사람이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들 가운데 딱 한분 있는 것 같다. 707 부대 곽종근 사령관!
세상이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그럴싸한 ‘느낌’으로 가득한 것 같다. 공익광고는 가까이 다가서 보면 생성된 이미지인 ‘듯 보인다.’ 외신 보도를 소개하는 언론사는 인공지능 번역기를 돌린 '듯 보인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고전 강독 강의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듯 보인다.’ 이를 비난할 수 있는가 고민하던 차에, 강사는 그럴싸한 목소리로 고전의 원문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내용을 읊는다. 인공지능의 환각(hallucination)을 표정 변화도 없이 또박또박 소리 내어 전하는 그를 보며 두려움을 느낀 나는 ‘올드 스쿨’인가. 학문 공동체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인터뷰한 연구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어떤 젊은 철학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자신의 철학적 사유의 일부라고 말했다. 자신의 ‘철학함’은 인공지능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궁금해진 연구자는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전기가 끊기면 철학을 못 하나요?” 젊은 철학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읽고 산책하다가 나무등걸에 앉아 사색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나만큼이나 ‘올드 스쿨’이다. 마음은 한껏 확장되어 나의 육체를 넘어 주변 환경을 활용한다. 인간의 인지 활동은 종이, 연필, 책, 컴퓨터 등 다양한 도구들을 동원한다. 막대기를 쥐고 있는 사람은 막대기까지를 자기 신체의 일부처럼 가눌 수 있는 것처럼, 인지 활동 역시 외부 요소들을 동원해 효율적으로 인지적 과제를 수행한다. 효율적일 뿐이랴. 때로는 외부 도구 없이는 인지 활동이 불가능한 의존적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외부 자원은 인지 활동의 일부가 되고, 나와 외부 자원은 결합된 체계를 이룬다. 이를 확장된 마음 이론(Theory of extended mind)이라 부른다.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고 흙에 글을 썼을 때도 인간의 마음은 확장되어 있었다. 그러니 인공지능과 결합한 철학함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언젠가 나 역시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사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인공지능의 산파술이 걱정되는 까닭은 인공지능이 그 자체로서 정치적 결과물이며, 아직 우리는 이 기술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민주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인공지능이 그럴듯해 보인다는 ‘느낌적인 느낌’만 갖고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을 코딩의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출력한 결과물을 부주의하게 따다 쓰는 것을 지칭하는 신조어,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유행이다. 코드의 내용을 이해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과의 대화 결과 나온 출력물을 느낌 가는 대로 따다 코딩한다. 뿐이랴. ‘바이브 광고’, ‘바이브 강의’, ‘바이브 보도’ 등 세상에 ‘느낌’이 흘러넘친다. 이 칼럼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바이브 칼럼’이 아니라는 사실은 또 어찌 알겠는가. 인공지능 시대의 초입에 이르렀을 뿐인데, 무어라 설명하기도 따지기도 힘든 이유로 진정성에 대한 깊은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경기도가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지자체에서 납품대금 지급 시 상생결제를 활성화할 방침을 밝혔다. 상생결제는 거래기업이 결제일에 현금 지급을 보장받고, 결제일 이전에도 공공기관이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공공기관 신용도 수준으로 은행에서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대금 결제 시스템이다. 경기도의 상생결제 확대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상생결제는 지자체가 도급사와 하도급사로 직접 대금을 지급하는 기능을 갖춰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안정적으로 대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납품기업과 협력기업의 현금 확보가 쉬워지고 자금흐름도 투명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까지 별도 담보 없이 대기업 신용을 활용해 대기업 기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발주처가 부도가 나더라도, 은행은 2·3차 기업에게 대출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개념이다. 2·3차 기업 대출은 발주처 신용을 담보로 관리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즉 돈을 떼일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공공 금융 인프라로 볼 수 있다. 일반 산업 거래에서는 상대방을 믿고 제품을 납품했는데, 부도가 나거나 하자가 생겨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상생결제를 활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이용액에 따라 0.15~0.5%의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세제 혜택이 부여된다. 아울러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 혜택도 주어진다. 또 정부 사업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인센티브 등 정책 지원까지 제공된다. 경기도는 지난해 목표치 24건의 6배에 달하는 144건의 상생결제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단순 수치 목표를 넘어 상생결제가 모든 시·군에서 정착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이를 위해 도내 용역이나 물품 구매 등 계약 체결 시 상생결제 활용을 적극 권장해 기업들의 참여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시·군 요청 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협조해 상생결제 제도 순회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 20일에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도·31개 시군 담당 공무원 60여 명을 대상으로 ‘상생결제 활성화 교육’을 실시해 상생결제 도입·활용 실무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제공했다. 2025년 처음 도입된 상생결제는 중소기업의 결제문화를 혁신하는 효과적인 제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18년 법적 근거를, 2021년에는 현금 지급 법적 근거를 각각 마련해 공공부문으로 확대했다. 정부·지방자치단체·교육청·대기업·공공기관·지방공기업 등 원청이 하위협력사로 직접 대금을 지급하는 이 제도로 협력사들의 대금 수취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상황이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상생결제는 지난 2015년 4월 첫 도입 이후 2024년 11월까지 전국적으로 783개 구매기업과 17만 6040개 거래사를 확보했다. 2015년 24조 6000억 원이던 거래 규모는 지난해 171조 8000억 원, 작년 11월 기준 162조 7000억 원으로 현재까지 총 1171조 1879억 원에 달할 만큼 중소기업의 자금 흐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경기도의 상생결제 확대시행이 도내 중소기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겪는 고충 중에 가장 큰 부문이 안정적인 대금 수금 등 자금 확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기업의 애로·고충을 해소하는 제도로서 효율성이 증명된 상생결제 시스템은 확대와 정착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다. 경기도가 앞장서서 모범적인 정책으로 연구·발전시켜 가길 기대한다. 상생결제 확대가 경기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기업이 신속하고 안전한 거래로 활기차게 돌아가게 만드는 촉매로 작동하기를 소망한다.
여야가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극적으로 합의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쳤으나 일부 정치권이 반대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미뤄서는 안 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매사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만 헤아리는 정치권의 고질병 때문에 지지부진 끌어온 세월이 길다. 합리적인 비판은 얼마든지 수렴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논의와 협상을 지속해 ‘구조개혁’까지 말끔히 완성해내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다. 개정안은 우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 높이는 내용이다.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하자는 것이다. 반면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3%로 올린다.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낮아질 계획이었다.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인정(크레딧)은 현행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 내 실제 복무기간을 추가 가입 기간으로 산입해 늘리기로 했다.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도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고 상한은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개혁으로 2041년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적자 전환 시점은 2048년으로, 고갈 시점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미뤄진다. 하지만 30·40대 의원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김용태(포천가평)·김재섭·우재준 국민의힘, 이소영(의왕과천)·장철민·전용기(화성정) 더불어민주당, 이주영·천하람 개혁신당 등 여야 30·40세대 의원 8명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회견에서 “이번 모수조정안을 요약하면 지금 당장 보험금 혜택을 인상하되 후세대의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자는 것”이라며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추가되는 부담은 또다시 후세대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연금특위 구성과 관련, “30대와 40대 의원들이 절반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청소년과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쪽의 반대 목소리는 더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 표결했던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대·기권 의원이 56명으로 (국민의힘 전체 108명 중) 과반이 넘는다”며 “재협상을 위해 재의요구권(거부권) 주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 역시 이날 SNS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며 “86세대가 청년세대를 착취하는 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청년세대에 독박 씌우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대로 확정 지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준석(화성을) 개혁신당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미래 세대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답은 정해졌고 너희는 따라오기만 하라는 ‘답정너식’ 연금 야합”이라고 힐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세계 최악의 저출산까지 겹쳐 우리 국민연금은 하루빨리 확실하게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뜨거운 감자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젊은 층 반발의 요체는 부담만 커지고, 혜택은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방치하면 극한적인 세대 갈등으로 번질 개연성까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혁안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도록 해야 한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 대안 없는 반대도, 양보 없는 일방통행도 안 된다. 다시 논란을 피하면서 시간만 질질 끄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정쟁으로 돌아가는 게 최악이다. 국회는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혜안을 반드시 찾아냄으로써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엔 해야 한다.
그럴 때 있습니까. 숨을 쉬고 있는데도 숨이 막힐 때. 발가벗겨진 것 같아 숨고 싶을 때. 당신도 나처럼, 놓아버리고 싶은 적 있습니까. 말짱한 세상이 싫어서 취해버린 적 있습니까. 나처럼 당신도, 엉망진창에 누운 적 있습니까. 아마도 없겠지요. 참 쪼잔합니다. 나라는 사람 말입니다. 빨았다 뱉으면 그만인 한 모금 담배 연기 같달까요. 그렇잖습니까. 담배 연기란 게 형체만 요란하고 쓸모없는 것이라서. 훅 뱉어버리면 그뿐, 그립거나 보고파 할 대상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여운은 남는다고요? 웬걸요. 남아봐야 반지하 단칸셋방에 널린 빨래 같아서, 바람 따라 흘려보내고 싶은걸요. 흘러 흘러 먼바다에 가 닿으면 부끄러움도 그만큼 옅어질 테니까요. 그럴 때 있습니까. 통 크게 쏘고 싶을 때. 가격표 보지 않고 사주고 싶을 때. 당신도 나처럼, 주머니만 뒤적이다 돌아선 적 있습니까. 한 번쯤 서고 싶은데, 한 번은 서야 할 텐데. 사람 노릇이 왜 이리 고달픈지. 달력에 표시된 기념일을 볼 때마다 서지 못하고 넘어지는 내가 어쭙잖아서. 하, 이러고도 사내랄 수 있을까. 이리 생겨 먹어도 어른이랄 수 있을까. 친구고 형제고 가족이랄 수 있을까. 쓴물 삼키는 나처럼 당신도, 쓴웃음으로 둘러댄 적 있습니까. 사는 게 다 그렇다고. 알고 보면 다들 거기서 거기라고. 애써 도리질한 적 있습니까. 나는 오늘도 나를 속입니다. 가난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떨리는 손으로 원고지 가득 거짓말을 채워 넣습니다. 그럴 때 있습니까.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어 허무할 때. 헛것으로 산 것 같아 부끄러울 때. 당신도 나처럼, 내세울 게 없나 뒤적인 적 있습니까. 출신도 이력도 살림살이도 변변찮아서, 아들놈 성적표라도 들이밀고 싶은 적 있습니까. 나처럼 당신도, 철 지난 추억 곱씹으며 소주잔 비운 적 있습니까. 나도 한때는, 나도 한때는... 포장마차 뒷골목에 주저앉은 적 있습니까. 그리 보면 참 알량합니다. 나라는 사람 말입니다. 이 나이 먹도록 뭘 했는지. 뭐라도 내밀지 않으면 하찮은 인생 같아서, 빤한 주머니 속만 더듬거리고 있습니다. 그래 봐야 시답잖고 볼품없는 인생살이인데, 아득바득 원고지에 새겨 넣는 걸 보면, 아직도 사람 되려면 멀었습니다. 그럴 때 있습니까. 앞뒤가 바뀐 것 같아서 어처구니없을 때. 이건 아니지, 싶어도 말을 삼가야 할 때. 당신도 나처럼, 돌아서고 싶은 적 있습니까. 간 쓸개 빼주고 돌아서던 날, 막차는 왜 그리도 빨리 끊어지던지. 동전 몇 닢 밀어 넣고 공중전화 돌리다가 허허 웃은 적 있습니까. 자냐, 그냥 전화했다. 배알도 없이 흰소리만 늘어놓다가 타박타박 걸어간 적 있습니까. 나처럼 당신도, 파랗게 멍든 새벽길을 기역이나 니은처럼 가로지른 적 있습니까. 신호등조차 까무룩 잠든 사거리를 디귿이나 리을처럼 횡단한 적 있습니까. 후미진 전봇대 밑에 쪼그려 앉아 시옷이나 지읒처럼 토악질한 적 있습니까. 쪼잔하고 알량한 나는, 이 밤이 저물도록 연필심만 깎고 앉았습니다. 못난 게 살아내느라 욕봤다고. 못남이지 쓸모없음은 아닐 거라고. 헛소리 주절거리며 연필심에 침이나 바르고 앉았습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살아온 나와 당신에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습니다. 참 고생했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