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거리는 유난히 밝아집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불빛, 음악과 인사들. 모두가 같이 웃고, 같은 분위기로 이 계절을 지나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말이 언제나 그런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연말에도 혼자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누군가는 병원과 현장, 근무지에서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냅니다. 또 누군가는 올 한 해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온 시간을 조용히 지나 보냅니다. 응급실에서는 오늘도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새벽 거리를 깨끗이 정돈하는 분들, 콜센터에서 민원을 받는 분들, 24시간 편의점을 지키는 분들. 연말의 화려한 불빛 뒤에는 언제나 그렇게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연말을 이야기할 때 종종 '함께함'과 '행복'을 당연한 전제로 놓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늘 같은 장면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자리를 지키고, 누군가는 쉬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합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연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계절에 '행복'이라는 말보다 '존중'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헌신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고맙다는 한마디로 끝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헌신은 누군가의 선택이고 책임이며, 그래서 그에 걸맞은 존중과 존경을 받아야 할 일입니다. 사회가 성숙해진다는 것은 고마움을 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일입니다. 그 헌신이 당연한 것이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기억하고 대하는 태도를 갖는 일입니다. 연말은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웃어야 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각자의 사정과 삶이 존중받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밝은 불빛 아래 있지 않아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는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말은 행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리 모두에게 씌워집니다. 하지만 삶의 모습은 저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 연말은 성취의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견뎌낸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각각의 무게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행복은 각자의 삶이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선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한 해를 살아냈습니다. 한 해 멋지게 정리하지 못했더라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더라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충분히 애썼습니다.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결연한 목적을 내세워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정보,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허위란 무엇인가? 1960년, 뉴욕타임스는 앨라배마에서 일어난 민권 운동 현장의 참혹함을 담은 광고, “그들의 높아지는 목소리를 들어라”를 실었다. 민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었던 남부 흑인 목사들의 연서로 큰 울림을 준 이 광고에는 거짓이 섞여 있었다. 진실과 허위가 뒤섞인 문제의 광고를 두고 앨라배마 몽고메리의 경찰을 감독하는 공공업무위원 설리번은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 그 유명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의 시작이다. 일부 광고 문구가 부정확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이 광고의 전반적인 내용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앨라배마주 법원은 뉴욕타임스가 설리번에게 5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했다. 앨라배마주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이후 유사한 소송이 줄지어 이어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를 “인종 분리주의자들의 무기고에 입고된 새로운 무기”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기자들의 남부 취재를 금지했다. 취재 중 소장을 송달받을까 우려한 까닭이었다. 기자들은 민권 운동의 최전선인 앨라배마에 갈 수 없었고, 통신사에 의존해 기사를 썼다.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는 법의 탈을 쓰고 찾아왔다. 뉴욕타임스를 구한 것은 연방대법원이었다. 1964년, 연방대법원은 ‘현실적 악의’ 법리를 통해 언론의 위축을 막았다. 현실적 악의는 공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문제의 언론 보도가 ‘허위임을 알면서’ 또는 ‘허위임을 무모하게 무시하면서’ 보도되었음을 공인이 입증하도록 하였다. 이후 현실적 악의는 언론의 자유를 강력히 보호하는 장치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언론법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인 법리로 자리 잡는다. 현실적 악의 법리를 통해 연방대법원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뉴욕타임스만이 아니었다. 당시 미국은 민권 운동의 “높아지는 목소리”로 격동하고 있었고, 남부와 북부는 아물지 않은 상처로 분열해 있었으며, 민권 운동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일상적인 린치와 테러에 휩싸여 있었다. 표현의 대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치를지 모른다는 공포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었다. 연방대법원은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보호할 일대 사건임을 알고 있었다. 시민의 표현은 법적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했다. 다른 많은 법이 그러하듯, ‘허위조작정보 근절법’도 그럴싸해 보인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정보,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타당한 해법이라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는가. 표현을 위축시키는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가. 허위조작정보인가, 징벌적 손해배상인가.
그 신통함을 깨닫지 못하고 무심히 대하는 것 중에, ‘오감(五感)의 작용’이 있다. 인간은 ‘듣다’, ‘보다’, ‘냄새 맡다’, ‘맛보다’, ‘만지다’ 등 오감을 통해서 바깥 세계의 외물과 교감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앎을 쌓아간다. 개인의 앎도 그러하고 인류의 지혜도 이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것이다. 이렇듯 ‘느껴서 알고 깨닫는’, 인간의 지각(知覺) 작용은 오묘하다. 오감의 지각 작용은 인간이 자신을 존재론 차원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의미 있게 다가온다. 가령 신화 이야기에 등장함 직한 가정을 적용하여 이런 물음을 던져보자. 금방 오감에 대한 존재론적 자각이 온다. 오감 중에 어느 하나에 특별히 초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어느 감각이 강화되기를 청하겠는가? 반대로 당신이 어떤 징벌로 이 중 어느 하나를 소멸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느 감각을 포기하겠는가? 이런 물음에 내 답을 구해 보는 일은, 나의 존재됨에 대해서, 그리고 내 존재됨의 조건에 대해서, 상당히 실존적이고 현상학적인 깨달음으로 우리를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순정한 상상력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은 ‘청각’의 시·공간을 중시한다. 독일의 예술성 드라마가 라디오 드라마에서 발원하여 현대적 진화를 보여 주는 데서 듣기의 시공에서 생성되는 상상력 파워를 엿볼 수 있다. 동일한 내러티브를 창작 소재로 해서 생겨난 음악과 미술과 연극 중에서 감상자가 상상력 면에서 그 진폭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비교적 큰 부문이 음악이라는 데 동의하는 분들이 많다. 청각은 수용자의 내면에서 그것을 시각적으로 번역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겪는다. 이 또한 청각 인지가 갖는 잠재력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이를 머릿속에서 다시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정동(情動, affection)의 감수성도 청지각(聽知覺)의 깊고 그윽함을 응시하게 한다. 대상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고 구체적으로 인지하려는 사람은 ‘시지각(視知覺)’을 중시한다. 시지각은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자연의 실상을 포착하는 첨병이었다. 시지각은 인류의 자연 탐구를 도우며, 인간의 앎을 개발하였다. 시지각의 위대함은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면서 ‘독서의 영역’을 창출한 데서 눈부셨다. 문명사 차원에서 보면 ‘시지각을 통한 인지 혁명’, 즉 교육과 학습의 혁명을 불러온 것이다. 문자는 저 스스로 태어날 수 없다. 인간의 시지각 생태를 전제로 생겨난다. 이 점을 우리는 놓친다. 오감은 서로 합하여 공동의 선을 만들어 가는 통합의 기제이다. 우선은 청각과 시각이 서로 도움으로써 인간의 학습과 사고와 인지를 높게 끌어 올린다. ‘듣보다’라는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말로,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며 알아보거나 살핀다는 뜻이다. “혼처를 듣보다”라고 할 때 쓴다. 듣기와 보기가 서로 도와서, 알아보고 살필 때 성과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 ‘듣보다’라는 말을 아는 이가 드물다. 그 대신 속되게 쓰이는 말 ‘듣보잡’을 아는 이는 많다.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의 말이다. 이 말을 누군가 쓴다면, 말하는 이나 그 말을 듣는 이나 교양 없음의 표정을 감출 수 없다. 청각과 시각이 합하여 선을 이루는 모습은 간 곳이 없다. 물론 인간 오감에 대한 경외도 없다. 인간 가치를 짓밟는 언어가 횡행한다.
아라뱃길의 시작은 방수로(放水路) 건설사업이었다. 1987년 굴포천이 대홍수를 겪은 이후 물난리를 방지하기 위한 공사였다. 이때 방수로를 한강과 연결하면 서울~인천이 이어지는 운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 1995년부터 민자로 경인운하사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경제성 등의 논란이 일면서 사업은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를 외친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공공사업으로 본격 추진됐다. 2008년 국가정책조정회의는 한국수자원공사(현 K-Water)에 사업을 맡겼고 2009년 착공해서 2012년 개통됐다. ‘아라뱃길’이라는 이름은 이때 지어졌다. 애초에는 수로 화물 운송이 초점이 맞춰졌지만 물류 실적은 저조했다. 2012~2019년 아라김포터미널과 아라인천터미널의 화물 실적은 당초 계획의 10%도 못 미칠 정도였다. ‘실패한 아라뱃길’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2023년 우원식 의원(현 국회의장)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인 아라뱃길의 10년간 물동량은 예측치의 0.9%인 24만8000 톤에 불과했다. 사실상 물류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우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선도사업으로 밀어붙여 수자원공사가 2조 6595억원을 쏟아 부은 경인 아라뱃길은 10년 만에 실패한 국책사업으로 판명났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기대했던 물류 기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관광·여객 기능 역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인천시는 경인아라뱃길의 재도약을 목표로 서울시와 경인아라뱃길을 연결하는 ‘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극복 대안 전략으로 계획했다. (관련기사:경기신문 19일자 14면, ‘인천 아라뱃길 르네상스 프로젝트 구상만 남고 사실상 표류’) 아라뱃길, 원도심, 섬 지역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아라뱃길 활용과 아울러 연안 부두와 도서 지역에서의 수상교통 수용 체계까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제출 후 정책 판단 대기’ 상태로 머물러있다. 서울시가 협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구체적인 노선, 선박 규모, 운항 주체, 재원 조달 방식 등 공식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인아라뱃길은 수도권에서 하나밖에 없는 내륙 수도다. 관련 시설을 갖추고 콘텐츠를 제대로 구성해 활용하면 물류와 관광, 문화공간으로서의 명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아라뱃길의 자전거 길은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이름이 나있다. 자전거 길과 공원 그리고 각종 조형물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3일간 전국 주요 대학 및 실업팀이 참가한 전국카누경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아라뱃길의 수상 스포츠 활용도를 높인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친수문화 공간으로 사랑받기 위해서는 수질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현재 수질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니다. 수질은 4~5등급(보통~약간 나쁨)이며, 대장균은 기준치의 30배가 넘는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에 발생하는 녹조도 문제다. 가까이 가기가 두려울 정도의 수준이다. ‘죽음의 뱃길’이란 말도 나온다. 2021년부터 2024년 9월까지 총 25구의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토막 시신도 나왔다. 따라서 CCTV와 안전시설을 보완해 자살과 범죄에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건축학회, 인천연구원, 한국관광학회 등에서 활성화 방안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 결과들은 대체로 접근성을 강화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들어 있었다. 아라뱃길을 여가·레저 기능이 있는 도시공간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수상레저 기능을 확대하고 체험시설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정복 시장의 말처럼 경인아라뱃길은 문화·관광 명소로 발전시킬 잠재력이 있다. 선결해야 할 것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올해가 보름도 남지 않았다. 지난 1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곱씹어보는 시간이었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는 올해 4월 위헌·위법으로 판결됐다. 6월에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그야말로 격동의 2025년이 끝나가지만,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와 관련한 이슈는 따라잡기 버겁다. 언론이 이러한 혼돈을 가중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론 분야에서도 2025년은 기억될 해다. 신문·인터넷신문·방송·뉴스통신, 이른바 4대 언론매체의 운영이 쉽지 않고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서사다. 뉴스 이용 창구로서 유튜브의 급부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언론이 처한 존재론적 위기가 폭발했다. 새로운 뉴스 유통과 이용이라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그동안 공고했던 언론의 정의와 범위, 저널리즘과 뉴스의 개념 등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혼돈의 2025년, 유튜브는 이슈를 파악하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의존하는 매체 혹은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언론·유사언론·비언론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현실에서, 법적으로 등록하거나 허가된 언론매체가 운영하지 않는 유튜브 채널조차 스스로 언론이라 내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은 의식적으로 기존 언론매체 대신 유튜브를 선택함으로써, 언론 지형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옮겨버렸다. 이제 기존 언론매체 역시 유튜브 전략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유사언론·비언론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 문법을 따른다. 현실에서 유튜브의 언론매체 지위에 대한 논란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기존 보도를 인용하거나 재가공하는 것을 취재라고 말하는 일부 유튜브 채널의 주장은 정리되지 않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편향성과 비공정성, 허위조작보도 등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매체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비상계엄 정국에서 각종 음모론에 근거한 허위조작정보를 보도함으로써 주목받았던 한 언론매체는 저널리즘 윤리를 저버려 소속 협회로부터 제명되기도 했다. 검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매체지만, 올해도 잘못된 보도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사회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이를 활용하고 깊이를 더해 수익을 챙기는 언론매체는 줄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인공지능의 언론 침범이 본격화된 2025년이다. 포털사이트가 주목경제 시대를 열었다면, 인공지능으로 인해 제로클릭 시대가 시작됐다. 인공지능을 통한 검색에서 주목 경쟁은 불가능하다. 기존 검색 최적화 전략은 무용지물이 되고, 오직 인공지능기업에 데이터 제공자로서 참여하는 일부 언론매체만이 짧은 생존을 보장받는다. 이로써 언론산업은 더욱 양극화돼 민주주의의 다양성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여러 한계로 저널리즘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지만, 아직은 언론산업 전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2025년 가장 큰 성과는 우리 언론의 자기 증명과 사회적 인정이 어느 때보다 강했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동안의 사회적 혼란과 혼돈은 오히려 언론의 필요 이유와 사회적 역할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시민은 일부 보도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했지만, 진실에 접근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새해도 끊임없는 자기 증명과 지속된 사회적 인정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6년도 인천시 예산안이 확정됐다. 일반회계 약 11조 4000억 원, 특별회계 약 3조 8000억 원으로 총 15조 2000억 원 규모다. 이번 예산안은 당초 안보다 총 131억 원이 증액된 대규모 수정안으로 의결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큰 이견 없이 정리된 예산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깔끔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통상 예산안은 집행부가 편성한 뒤 각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종 계수조정을 통해 확정된다. 상임위원회는 소관 분야의 정책 방향과 현장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사업의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를 종합해 한정된 재원 안에서 전체 예산의 균형과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을 다루는 올해 마지막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는 이 구조가 매끄럽게 작동하지 못했다. 예결위 조정 과정 중 상임위원회 안에 담겼던 일부 사업들이 대거 조정됐다. 그 결과,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반영된 사업들이 최종 단계에서 삭감되는 등 의회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예산을 둘러싼 감정적 충돌과 논란은 그 자체로 시민들에게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단순히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가’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각 지역이 필요로 하는 사업이 늘어날수록 조정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한정된 재원 속에서 과연 어떠한 사업을 우선순위로 두는 가에 있다. 예산이 부족할수록 선택은 불가피하고, 그 선택에는 분명한 기준과 설명이 따라야 한다. 이번 예산안은 총 131억 원이 증액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쪽지성 사업이 포함되는 한편, 기존부터 추진돼 온 일부 사업 예산은 감액되거나 조정됐다. 단기적으로 보면 지역 요구를 반영한 증액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체 구조를 놓고 보면 예산의 방향성과 정책적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미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쳐 추진돼 오던 사업이 재원 부족을 이유로 줄어드는 동안 사전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신규 사업이 막판에 반영되는 구조는 예산 편성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특히 쪽지예산 형태로 편성된 사업은 집행부가 예산 투입 대비 성과를 온전히 발휘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이번 예산 논의가 더욱 부각된 배경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현안과 개별 사업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든, 의회의 요구를 반영한 사업이든 모두 지역에서 집행되고, 시민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의 중요성을 단순히 가르기는 어렵다. 예산이 부족할수록 우선돼야 할 것은 단순한 안배가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다. 필수 사업을 우선하는 원칙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사업이 실제로 집행 가능하고, 투입 대비 성과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방식의 예산 편성과 논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예산이 부족할수록 더 치열해야 할 것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지금 반드시 필요하고 행정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려내는 일이다. 그 기준은 정치적 상황이나 시기적 고려가 아니라 사전 준비의 정도와 집행 가능성, 그리고 행정의 책임성 위에 세워져야 한다. 예산은 매년 확정된다. 그러나 예산을 둘러싼 신뢰는 한 번 흔들리면 회복하기 어렵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예산 심의 과정이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인천광역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신동섭 의원 ]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교육과정 연계 도박 예방 교육 도움 자료’를 제작·배포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청소년 도박이 법적 처벌과 보호처분, 중독·2차 범죄 위험까지 동반하는 심각한 사회문제화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도박의 늪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일은 결코 미뤄둘 수 없는 중대한 과제다. 정치권을 비롯한 위정자들의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박에 물든 아이들이 우글거리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을 것인가. 경기도교육청은 모든 학생이 도박으로부터 안전하도록 예방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정 연계 도박 예방 교육 도움 자료’를 제작·배포한다고 밝혔다. 자료는 도박 예방 선도 교사들의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하여 일시적이고 형식적인 예방 교육이 아닌 생활교육으로 예방 효과를 높이고자 했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주요 내용에는 ‘창의적 체험활동 연계 예방 교육’, ‘지역 연계 예방 교육’, ‘도교육청 정책 연구 결과 및 현장 대응 체계도’ 등이 포함된다. 도교육청은 지난 12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함께 도박 예방 선도교사 강사 양성사업 성과공유회를 개최해 현장의 예방 교육 전문성을 높이고 인력풀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오는 23일에는 남부청사에서 도박예방교육위원회를 열고 올해 사업 운영 실적과 정책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내년도 도박 예방·대응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앞으로도 도박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가정·학교·지역이 함께하는 학생 도박 예방문화를 확산할 계획이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좀처럼 해법을 찾기 어려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또래 문화의 확산력이 왕성하고 통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도박은 가장 위험한 ‘불장난’이다. 청소년 도박은 단지 도박행위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박 자금을 구하거나 빚을 갚기 위해 학교폭력·절도·사기 등 범죄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마디로 말해서 가벼운 도박으로 시작된 일탈이 머지않아 강력범죄까지 저지르게 만드는 ‘악마의 불구덩이’에 다름 아닌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진행된 국가수사본부의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 적발된 도박 사범은 모두 5195명이다. 이 중 10대는 7.0%(417명), 20대가 25.3%(1514명), 30대 24.9%(1489명), 40대 22.8%(1366명)를 점하고 있다. 20대~40대의 비중은 무려 73%에 달한다. 단순하게만 분석해도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청소년기에 도박에 물들었을 개연성을 유추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경기도 내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는 남·북부 단 두 곳에 상담원도 10여 명에 불과하다. 110만 명이 넘는 도내 청소년 규모에다가 대면 상담과 체험 중심의 예방 교육이 필수적인 아이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지금의 인프라는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청소년 도박 문제는 예방 교육 강화만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말한다. 교육 당국뿐만이 아니라 국가 지도층이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 김준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시 정)이 대표 발의한 학생들의 도박 문제 조기 발견과 예방 교육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 과정이 관심을 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보다도 더 정확하게 ‘도박’의 특성을 대변하는 속담은 없다. 일단 도박에 물들면 오직 행운에 기대어, 학습 욕구도 노동 의욕도 모두 상실한다. 우연과 횡재의 욕망에 발목이 잡혀 온갖 범죄 행위를 불사하는 폐인으로 살게 되는 벼랑길이다. 불법 사이버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을 구해내는 일에 더 이상 머뭇대서는 안 된다. 경기도교육청의 도박 예방 교육 강화를 성원한다. 모든 아이가 ‘도박’이란 절대로 가서는 안 될 절망의 길임을 각인할 수 있도록 강력히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다. 여기에 2030년대 AI·우주 산업 경쟁까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의 핵심에는 인구 감소라는 냉혹한 현실이 놓여 있다. 이제 인구 문제를 국경과 국적, 혈연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좁은 접근을 넘어 한반도 밖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를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 미래 자산으로 재정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10여 년간 우리 재외동포 인구는 180여 개국에 걸쳐 700만~75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52년 9개국 57만 명, 1968년 68개국 64만 명, 1978년 97개국 127만 명, 1995년 136개국 52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광복 100년이 되는 2045년에는 ‘재외동포 1천만 명 시대’도 과장된 전망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재외동포의 기원’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이다. 학계에서는 1864년 러시아 연해주로의 첫 집단 이주를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기준은 한민족 이산(離散)의 역사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고구려·백제 멸망 이후 발해와 일본, 당으로 이동한 유민들, 신라와 고려 왕조 교체기 동안 정치·사회적 격변을 피해 떠난 이주민들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는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편 근세 동북아의 중대한 사건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과정에서 일본과 청으로 끌려가 끝내 귀향하지 못한 수많은 조선인 포로와 그 후손들은 충분히 재외동포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민족의 이산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그 규모 또한 매우 방대하다. 근·현대사로 들어서면, 일제강점기와 분단 과정에서 한반도 밖으로 떠난 다양한 유형의 한국인들에 더해, 이주 4~5세를 거치면서 한국적 정체성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인 후손들까지 포함된다. 이들은 공식 통계에 잘 잡히지 않으며, 본인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지 않는 한 파악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오늘날 전 세계에는 우리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광범위한 한국계 인구가 존재한다.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국내외 한국인 사회는 이 거대한 역사적·문화적·혈연적 공동체를 어디까지 ‘우리와 뿌리를 공유한 공동체’로 인정할 것인가. 이는 단순히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글로벌 시대의 미래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와 직결된 과제다. 아일랜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인구 540여만 명, 해외 인구 300여만 명의 아일랜드는 2015년 헌법 개정을 통해 전 세계 약 7천만 명에 이르는 ‘아일리시 디아스포라’를 공식적인 정책 대상으로 포용했다. 혈통의 정도나 언어 능력, 국적 보유 여부, 국내 거주 여부로 경계를 나누기보다 ‘뿌리가 아일랜드에 있다면 모두 아일리시’라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외교·경제·문화·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힌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국력이 단지 국민국가의 인구 규모가 아니라, 국가가 어디까지 공동체로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대한민국 역시 기존의 접근만으로는 한민족의 역사적 이산성과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정체성은 희미하지만 뿌리 찾기를 원하는 동포 차세대들, 기억의 형태로만 관혼상제 문화를 간직한 한인 후손들, 그리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연결고리를 모색하고 있는 잠재적 한국계 인구와 국내 이주민들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유연한 ‘글로벌 코리안 디아스포라’ 개념이 필요하다. 이제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누가 한국인인가”라는 20세기적 질문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은 누구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개별 사업이나 예산의 확대, 부·처·청·위원회의 신설이 아니라, 이를 관통하는 국가 차원의 디아스포라 전략을 서둘러 마련하는 일이다. 한인회장대회나 한상대회, 각종 모국초청연수, 한글학교와 차세대·문화예술단체 지원, 평통 해외조직 확대는 각각 의미가 있지만, 미래 국가 전략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고 단절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 차원의 지역 기반 글로벌 후손 네트워크 구축, 국내 주요 대학·학회·연구소의 동포 교육·이민 학위과정 운영, 그리고 K-팝·드라마·영화·뷰티·푸드·IT·한국어로 대표되는 한류(K-Culture) 자산 육성 역시 하나의 전략 틀 안에서 함께 설계돼야 한다. 인구 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지자체, 국회와 교육계, 민간과 기업이 먼저 손을 내밀 때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부담스럽거나 애매한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제 “한반도를 떠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연결할 것인가”라는 기존 문제의식을 넘어, “국경과 국적, 혈연과 언어의 경계를 넘어 존재하는 전 세계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무엇을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향후 국가교육과정에도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글로벌 지평을 열고, 21세기 세계 질서 속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진도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에 다녀왔다. 다섯 개의 전통춤으로 이루어진 기획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춤사위에 무대까지 함께 너울거리는 것 같았다. 춤을 추는 무용수의 손끝과 발끝을 따라가느라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한 발 한 발 갈 듯 말 듯 걸음을 밀고 당기다가, 순간 박차고 나아갔다. 부족한 수면으로 몹시 지치고 피곤했던 나의 몸이 그 리듬을 따라 점점 깨어나고 있었다. 우리의 것이니 잘 안다고 여겨왔지만, 돌이켜보면 제대로 본 것도,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얀 천을 들고 추는 ‘살풀이’는 다른 춤에 비해 비교적 익숙한 편이었다. 캄캄한 무대 위에서 슬픔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살을 풀어내고 있었다. 말 한마디 눈물 한 방울 없이, 몸으로 표현되는 생의 비애가 처연하게 다가왔다. 몸이 통곡하는구나, 라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내 안의 어디쯤, 오래 막혀 있던 곳이 터져 나오려는 것 같았다. 꾹 참았는데도 눈물이 자꾸 흘렀다. 그런데 인생이 어디 슬픔뿐이던가, 잠시 무대가 어두워진 뒤 다른 무용수가 커다란 북을 메고 나왔다. ‘진도 북춤’이었다. 우리 가락에 맞춰 펄럭이는 몸짓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몸이 꿈틀거렸고 어깨가 들썩였다. 흥이 많은 편도 아니고 극심한 몸치인 나의 몸에 반응하게 만든 우리 춤과 가락은 마치 염력을 지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슬픔과는 다른 결이었고, 몸을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힘이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것은 ‘복개춤’이었다. 이 춤은 무녀들이 행하던 제석굿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복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춤이었다. 살풀이가 살을 풀어내고 슬픔을 씻어내는 것이었다면, 진도 북춤은 생의 힘을 북돋우는 리듬이었고, 복개춤은 사람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춤이었다. 이 춤들은 오래전부터 고된 삶을 건너는 데 필요했던 흥에 가까워 보였다. 공연을 보는 동안,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공연을 보러 가자는 지인의 제안이 그다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인기 있는 뮤지컬이나 콘서트도 아니었고 밀린 일들이 남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떠올랐다. 전혀 다른 문화권의 관객들이 그 작품 속 노래와 춤, 서사에 강하게 반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불안과 위협 앞에서 질서를 되찾으려는 오래된 제의와 닿아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노래하고 춤추는 일이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세계에 개입하는 행위로 그려지고, 악을 처단하기보다는 달래며, 끝내 모두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들이 알아본 한국적인 것을, 우리는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을까. 우리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정작 남이 좋아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처럼 느껴졌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거리와 사람들을 고르게 적셨다. 떨어지는 빗방울도 그 비를 맞는 나무의 흔들림도, 공연을 보고 나니 세상에 춤 아닌 게 없는 듯 보였다. 예술은 삶을 바꾸겠다고 말하지 않지만, 내리는 비처럼 어느새 우리 안의 메마른 곳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서민들의 걱정 가운데 하나는 낡고 오래된 집을 수리하는 일이다. 금이 간 외벽과 담장, 낡은 방문과 창문, 오래된 보일러 등 손봐야 할 곳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여름과 겨울 더위와 추위에 취약한 집들이 많다. 하지만 경제적인 형편이 어렵고 세대주가 연로하거나 질병이 있는 가정은 수리가 쉽지 않다. 수원시는 서민들의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집수리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주거정책이 ‘새빛하우스’다. 20년 이상 지난 4층 이하 주택(단독·다세대·연립)을 맞춤형으로 수리해준다. 접지·노후 배선설비교체 공사를 포함한 전기공사 신설, 방수·단열작업, 페인트칠, 창과 문 수리, 외벽공사 등 성능 개선을 위한 집수리 공사 등을 돕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총공사비의 90% 이내에서 최대 1200만 원(자부담 10%)을 지원한다. 전문가 컨설팅도 제공해주고 있다. 수원형 저층주거지 집수리 지원사업인 새빛하우스가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새빛하우스 사업은 2023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5월 2086호(누적)가 새빛하우스의 지원 대상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목표였던 2000호 지원을 일찌감치 초과 달성할 만큼 시민들의 호응이 컸다. 새빛하우스 참여 희망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시는 ‘2026년까지 누적 3000호’를 새로운 목표로 설정했다. 집수리 대상 선정은 건축·설비·전기 등 각 분야 기술사와 전문가 20여 명이 참여한 새빛하우스 집수리 자문위원회가 공정하게 심사해 결정한다. 접수된 서류를 심사한 후 전문 인력들이 현장을 방문해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수원시의 새빛하우스는 경제·기후·주거복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수원의 대표 혁신 정책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경제적 부담 완화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정연구원의 사업 전후 효과 분석 결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경제적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열, 창호, 환기 설비 개선을 진행한 결과, 가구당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13.1%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가구당(84㎡ 기준) 월평균 전기요금을 약 1만3500원(12%) 정도 절감했다. 에너지 취약계층의 경우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 시간은 59%,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 시간은 82.4%나 줄었다. 그만큼 생활비도 절감된 것이다.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온실가스도 감축됐다. 월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1% 줄었다. 1년으로 따지면 약 130t이 감소한 것인데 이는 나무 5800그루를 심은 것과 비슷한 효과다. 뿐만 아니라 노후 주택의 골치덩어리인 곰팡이·결로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저소득층·노년가구의 주거 환경이 개선됐다고 한다. 더불어 천식·아토피 등 알레르기성 질환 완화 효과도 발생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새빛하우스 수혜자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 공사를 진행한 가구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원 가구의 89.4%가 ‘폭염·폭우·한파 등 기후위험으로부터 안전해졌다’고 응답했고, 84%는 ‘침수·누수 등 주거환경 개선을 체감했다’며 수원시에 고마움을 표했다. 새빛하우스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5년 대한민국 도시대상에서 수원시가 대통령상을 받는데 크게 기여했다. ‘주거환경 개선’ 분야에서 새빛하우스가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면서 지역경제까지 활성화시키는 포용적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지방정부 우수정책 경진대회에서도 기초자치단체장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국ESG학회가 주최하는 제3회 한국ESG대상 지방자치단체 부문 대상을 받는데도 새빛하우스가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집수리 지원사업인 새빛하우스는 서민 생활에 크게 도움을 주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이재준 시장을 비롯한 수원시 새빛하우스 관계자와 집수리위원회, 전문가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이 시장의 말처럼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주거복지”인 새빛하우스가 지속·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