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본격화한 지 1년이 흘렀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미국산 무기에 아이들의 몸이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보았다. 백기를 든 민간인이 즉결 처형당하는 것을 보았다. 점령군의 대피 명령에 따른 피난민의 행렬이 폭격당하는 것을 보았다. 병원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점령군이 지정한 ‘안전 구역’의 막사에서, 피난민들이 산 채로 불태워지고, 환자 곁을 지키던 의료진이, 진상을 알리던 기자가, 구호품을 전달하던 유엔 직원이 몰살당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절멸 수용소’로 만들어, 총인구의 1퍼센트를 체계적으로 말살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도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포화 속에 기아와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구호품을 기다리다 살해되고 구호품에 깔려 살해되었다. 작년 10월 7일 직후 이스라엘은 16년 동안 이어온 가자지구 봉쇄를 전면화했고, 가자지구 주민들 ‘인간 동물’이라 부르며 물과 음식, 의약품, 전기, 연료의 반입을 차단했다. 혼자 살아남아 마취제 없이 절단 수술을 받은 아동들은 돌아갈 집이 없고, 이스라엘의 강제 대피 명령에 따라 이동할 수 없는 환자, 장애인, 노인들은 벌거벗겨진 채 이스라엘 내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고문당하고, 강간당하고,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 정치가들이 폐허 위를 뒤덮을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구상하고, 이스라엘 병사들이 가자 주민의 씨를 말리겠다며 노래하고 춤추는 동안 가짜 뉴스는 집단학살에 끊임없이 서사를 부여하고, 이스라엘은 또 다른 불법 점령자인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서 인종청소의 강도를 높이며 영토 강제 병합의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공모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무기에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지난 1년간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지켜보면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막는 데 실패했고,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중동 지역으로의 확전 시도도 막지 못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투쟁은 분명 흐름을 바꾸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여전히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이 곧 저항이라 외치고, 난민들은 식민 지배 76년을 넘긴 지금도 고향 땅으로 반드시 돌아가리라 다짐한다. 집단학살에 저항하는 전 세계 연대자들은 직장을 잃고, 감독에 갇히고, 혹은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이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고 있다. 극심한 탄압에도 오히려 커지는 연대 투쟁은 각국의 지배 계급이 자국민을 결코 대표하지 못하며, 우리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은 이 세계의 모순, 위선과 이중 잣대를 들어내고 부수는 우리 시대의 척도이다. 그리고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지배 계급의 식민 지배를 정상화하려는 모든 워싱을 전면 거부 하고 규탄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되찾을 때까지, 모든 난민이 금지된 고향 땅으로 돌아갈 때까지.
10월의 한낮에 길을 걷는다. 해를 마주하고 풀밭 길을 걸으니 앞산 가을구름 한가롭고 햇살은 다사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콧노래로 불러본다. 사랑하는 딸이 입시를 앞두고 학원에서 공부 할 때다. 나는 퇴근해 딸을 응원할 겸 미술공부를 하겠다고 스케치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해 가을 10월이었다. 학원 밖 팔달로 네거리 악기점에서는 축음기에 연결된 대형 스피커를 가게 문 밖으로 내놓고서 욕심껏 틀어대고 있었다. 감정이 무뎌질 나이지만 껴안고 사는 슬픔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에서, ‘나를 울..
가격경쟁력과 왕성한 미끼 상품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알리·테무 등 차이나커머스의 어린이 제품이 유해 물질 범벅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다. 경기도가 실시한 중국 온라인 플랫폼 판매 어린이 제품 안전성 검사 결과 절반 이상이 국내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당국은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국산 어린이 제품을 즉각 퇴출해야 한다. 경기도는 최근 국가공인시험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을 통해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 중인 유아용 아동용 섬유제품, 스포츠 보호 용품, 일반완구, 봉제 인형, 장신구 등 총 5개 품목 70개의 어린이 제품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53%에 달하는 37개..
ChatGPT에게 ‘해와 달의 고향’을 질문하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해와 달의 고향’이라는 표현은 주로 시적이거나 서사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며, 여러 문화와 신화에서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신화에서는 해와 달이 형제자매로 묘사되기도 하고, 각각의 신성이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답변에서 ‘해와 달을 형제자매로 묘사’ 했다는 것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언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녀에게 줄 떡을 구해 산을 넘어오던 아낙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기망하다가 결국 잡아먹는 호랑이. 그 호랑이가 아낙의 옷을 입고 그 자녀인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려 하고,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간 오누이가 우물에 비쳐 호랑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오누이는 하늘에 빌어 동아줄을 타..
‘콜포비아’라는 말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히 사용된다. 콜포비아는 타인과 전화하는 것에 대해 긴장,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초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소통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주제로 조사했던 2022년에 30.0%였던 수치를 감안하면 매우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5명 중 2명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콜포비아의 흔한 증상으로는 ‘전화 받기 전 높은 긴장감·불안(68.3%)’,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음(54.2%)’, ‘전화 통화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48.7%)’, ‘통화 시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의 신체 증상(23.4%)’ 등이 있었다. 또한,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문자..
인천광역시 문학산성(文鶴山城) 보존·복원의 필요성이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4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고 경기신문(17일자 인천판 1면, ‘문학산성 보존·복원… 예산 부족에 4년째 ‘답보’)이 보도했다. 인천시가 문학산성 보존·복원을 계획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예산 문턱에 가로막혀 보존·복원 시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시가 진행한 문학산성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150억 원이다. 인천시가 이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문학산성은 높이 213m의 문학산 정상부분을 둘러쌓은 테뫼식성으로 백제시대의 석축산성이다. 추정 성벽 전체 길이(637.7m) 중 현재 남은 구간은 240.4m다. 이 중 65%는 미추홀구 문학동, 학익동에, 35%는 연수구 연수동에 있다..
두 번 다시 이런 꼴 안보게 될 줄 알았다. 2016년,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은 실질적인 국가수반이 아니었다. 국정은 최순실이라는 아무런 자격도 없고는 비선실세가 좌지우지했다. 최씨는 매일 청와대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보고자료를 받아보고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전달했다.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 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이성한)”라는 증언에 국민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댓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의 지배를 받는 것”이란 말을 절감하고 광화문으로 쏟아져나왔다. 촛불혁명의 시작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박근혜전대통령에게 최순실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면 현 윤석열대통령에게는 김건희여사 라인과 그 핵심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최초 아시아계 여성이며 최연소 수상자에 한국인이라는 의미를 더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관심이 뜨겁다. 책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곧 백만부를 넘길거라 전망한다. 나는 한강 작가 관련 기사를 열심히 찾았다.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그의 작품세계는 무엇일까. 한강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이십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휩쓸었던 작가에게 더 이상 받을 상이 있을가 싶다. 전문가들은 한강 작가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를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사전적 의미에 트라우마는 심리 쇼크, 정신적 충격, 마음에 남긴 상처이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지나간 시간에 생겨난 심리 쇼크가 오늘을 괴롭히는 마..
K-컬처밸리’는 108만 고양시민의 숙원사업으로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들어설 예정이다. 예산도 2020년 6월 기준 1조8000억원이나 투입되는 경기북부 최대 개발사업이다. 이곳엔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이 조성된다. 한류 콘텐츠 중심의 융·복합 테마파크로 2016년 1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건립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한류 콘텐츠의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문체부는 첨단기술과 한류 콘텐츠를 융합해 한류 영화·드라마의 촬영 장면을 직접 보고 스튜디오에서 4DX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파크’와 1500석 규모의 문화공연 공간인 ‘상설공연장’ 등으로 구성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K-컬처밸리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결국 지난 6월 2..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기고문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조만간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북한이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키웠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북한 헌법에서 영토 조항을 수정한 것으로 보이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예상을 증명하려는 듯, 지난 11일 북한의 김여정은 북한 외무성의 중대 성명 발표에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우리의 무인기가 자신들의 영공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중대 성명을 내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