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 현장의 논쟁 중 하나는 교실 내 CCTV 설치다. 일부 학부모 단체와 정치권은 교사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학부모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실마다 CCTV를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일부 정치권도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사로서 나는 이런 변화가 과연 교육을 위한 방향인지, 여전히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교실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감정과 관계가 오가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교사를 포함한 매일 수십 명의 아이들이 실수하고 질문하며, 울고 웃는 곳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고, 눈빛을 마주하며 수업의 흐름을 조율한다. 아이가 울먹일 때 조용히 옆에 앉아 어깨를 다독이기도 하고, 실수한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말없이 받아주는 순간도 있다. 교실에 카메라가 설치되는 순간, 교사는 더 이상 아이만 바라볼 수 없다. “지금 이 말투가 오해를 부르지는 않을까?”, “이 장면이 문제가 되진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수업은 점점 ‘기록을 위한 문제 없는 장면’으로 바뀌고,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 아닌 방어의 공간이 된다. 교사는 완벽하지 않다. 부모가 집에서 늘 최선일 수 없는 것처럼, 교사도 교실에서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는 반성의 기회가 되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CCTV가 켜진 교실에서는 그 과정조차 ‘오해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미 아동학대 노이로제에 걸린 교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카메라까지 들어오면 교사는 더욱 방어적, 수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도 CCTV 설치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학생들이 교실 내 CCTV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표정 하나, 말 한마디까지 기록된다고 생각하면 위축된다”는 응답도 있었다. 감시받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질문을 줄이고, 실수를 피하고, 감정을 숨기게 된다. 사고력과 표현력, 사회성이 자라야 할 교실이 오히려 침묵과 눈치가 자라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교육은 실수하고 표현하면서 자라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출발점에서부터 학생들을 위축시키는 공간이라면, 과연 우리는 그것을 교육의 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악의적인 행동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녹화된 영상이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감시 없는 교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모든 교실에 감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몇몇 사건이 시스템을 흔들고, 그로 인해 교사와 학생 모두가 위축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미래의 교육으로 돌아오게 된다. 교실은 감시받는 곳이 아니라, 함께 실수하고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감시가 있는 교실은 교육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아이들이 질문하고, 교사가 응답하며,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교육이 일어난다. 교실에 카메라를 켜는 일이 정말 교육을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교육을 멈추게 만드는 선택인지 그 답을 선뜻 말하기 어렵다.
200년 전 조선왕조 천주교 신유박해(1801년) 사건 때 정약용 선생은 일가족이 천주교에 연루되어 집안은 풍지박산이 되고, 정약용 선생은 전남 강진에 유배를 간다. 그 곳에서 선생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열정을 학문으로 승화시키게 된다. 지방 수령과 목민관이 지켜야 할 올바른 마음과 몸 가짐의 자세, 업무지침에 관련된 내용의 '목민심서'를 1818년에 지었다. 이 책에서는 12 편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필자는 목민관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규율인 ‘율기(律己)’에 관심이 있다. 먼저 바른 몸가짐(칙궁(飭躬), 청렴한 마음(淸心), 집안을 다스림(齊家), 청탁을 물리침(屛客), 씀씀이를 절약함(節用), 절약한 자금으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樂施)으로의 내용이다. 또 '목민심서'의 서문에 보면 선생의 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의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위가 낮은 아랫 사람들은 여위고 병들어 줄지어 굶어죽은 시체가 구덩이를 메우지만, 다스린다는 자들은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위 서문과 같이 당시 백성들 위에서 군림하며 지배하려고 하였던 지방의 수령과 목민관은 백성들을 수탈하여 호화주택에서 살지만, 백성들은 굶주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선생은 1803년 가을에 강진에서 애절양(哀絶陽)의 한시(漢詩)를 짓고 나서 15년 만에 '목민심서'를 발간하였다. 이 시의 주인공인 농부는 죽은 부친과 아이를 낳은 지 사흘만에 이들이 군포에 배정되었고, 못바친 이들 군포(軍布) 때문에 키우던 소를 관리에게 강탈당하였다. 억울한 마음에 참상(慘狀)을 벌인 농부의 소식을 듣고 정약용 선생은 이 시를 지었다. 그 내용은 우리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한다. “부자집들 한 평생 내내 풍악을 울리고, 이네들 한톨 쌀 한치 베 내다 바치는 일이 없다. 다 같은 백성인데 왜 이다지 불공평하나?” 그렇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어떠한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사회의 실정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인다. '목민심서'의 내용을 보면 많은 교훈을 우리들에게 주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반헌법적 비상계엄과 그 불법 계엄을 조사 • 처리하는 사법기관의 재판과정과 국회 청문회에서 벌어지는 행정부 장·차관 들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무책임, 사법기관 간부와 헌법재판관들의 파렴치한 행패를 보노라면 필자의 마음이 매우 무거워진다. 인간의 본 마음을 알려면 평상시 보다는 긴박한 비상시국에서 그 사람의 마음 마음속을 잘 알 수 있다.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싶어했던 기대는 산산이 깨어졌다. 하늘이 부여하였던 인간 본래의 소박한 마음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커다란 실망과 충격이 이 사회 모두를 강타하였다. 그래서 정약용 선생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목민심서'를 구상했으리라. 오늘날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며 이 나라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들의 핵심이 바로 엘리트 공무원들이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보다 발전된 민주복지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목민심서'를 읽고 예스런 고전의 향기에 듬뿍 취해 보면 어떨까.
경기도교육청이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평가시스템 구축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시범 운영 연구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서·논술형 평가는 공정성 논란과 함께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부담 문제로 교육계의 골치 아픈 숙제로 여겨져 왔다. 아울러 시대에 맞는 교육 시스템 확보를 위해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은 뜨거운 이슈로 떠올라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우수한 AI 평가모델 구축으로 선진 첨단교육 시스템을 개척해내길 기대한다. 경기도교육청이 운영을 시작한 시범 운영 연구회는 인공지능 기반 서·논술형 평가를 주제로 학교 현장 적용을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정책실행연구회다. 학교급별 인공지능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시범 적용하고 검증하며 개선점을 마련하고 교과별 서·논술형 평가도구(루브릭)를 개발해 학교 현장을 돕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진행한 연구회 공모에는 모두 29개 학교가 지원했으며 특히 고등학교는 7.5대 1의 경쟁률을 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도교육청은 공정한 심사를 거쳐 학교 단위로 모두 7개(초 2, 중 3, 고 3) 연구회를 선정했다. 교육청은 이들 연구회의 연구 결과를 자료로 제작해 도내 모든 학교에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이와 관련, 지난달 23일 교원의 평가 역량 강화를 위한 ‘인공지능(AI) 활용 논술형 평가 현장 적용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경기교육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육 정책의 현장 확산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디지털 기반 논술형 평가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이뤄졌다. 포럼에는 교원, 교육 전문직원, 디지털 교육 관계자 등 230여 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포럼은 ‘인공지능 활용 논술형 평가, 채점 가능한가’ 주제의 기조 발제로 시작됐다. 이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논술형 평가의 방향과 진단, 영어 논술형 수행평가 채점 및 환류(피드백) 사례, 논술형 평가 채점 프로그램 적용, ‘하이러닝’ 인공지능 논술 진단 도구 활용과 방향성, 논술형 평가 적용 방안에 관한 토론과 현장 제안으로 진행했다. 특히 이 포럼에서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논술형 평가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에 따라 공정하고 효율적인 평가도구로서 인공지능이 갖춘 가능성에 인식의 폭을 넓혔다. 참석자들은 서·논술형 평가를 지원하는 인공지능 평가시스템은 교사의 채점 부담 경감과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아울러 교사와 인공지능이 협업해 학생 맞춤형 성장중심 평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논술형 평가의 목적과 방법이 인공지능 도구에 매몰되지 않도록 교사 평가 설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이와 함께 ‘하이러닝’의 고도화와 생성형 인공지능의 향상된 기술력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안됐다. 경기도교육청의 인공지능 기반 서·논술형 평가가 객관성과 신뢰성, 공정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선 교사들의 폭넓은 관심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선진 과학기술들이 융·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시대에 교육계가 이를 선도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교육계는 첨단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재들을 배출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인공지능 활용 논술형 평가’ 시스템이 학생들의 학습역량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오리라는 사실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인공지능(AI)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 학생들의 작문 능력부터 괄목할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서·논술 분야의 교육에 혁명적인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인공지능 기반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교육혁신의 선두에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 4월 기준 대학의 학위과정이나 어학연수 과정에서 수학 중인 유학생은 20만8962명으로, 이는 국내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재학 중인 전체 학생 233만 명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시아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이 전체 유학생의 90.8%를 차지하며, 그 뒤를 유럽(5.1%), 북미(25), 아프리카(1.4%), 남미(0.5%) 등이 잇고 있다. 국적 분포를 살펴보면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34.5%로 가장 많고, 베트남(26.8%), 몽골(5.9%), 우즈베키스탄(5.8%)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정부의 본격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Study Korea Project)’가 처음 시행되었던 것은 2004년이다. 그보다 앞서 1967년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사업(GKS, Global Korea Scholarship)이 시작되었지만 당시 정책 기조는 지금과 많이 달랐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유학생’이라 하면 해외로 나간 한국인 유학생을 지칭하는 말로 주로 사용되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언어가 담아내는 의미와 내용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교육부는 2023년 8월 16일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고 글로벌 교육 선도국가로 발전해 가기 위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선언이다. 학령인구 및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대학 신입생 감소 등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대학 재정 확충, 뿌리산업 및 조선업 등 산업인력 확충, 첨단 과학기술 분야 우수인재 확보 등을 목적으로 실천 전략들을 포함하고 있다. 유학생 유치정책의 지속적 발전과 추진을 위해서는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먼저, 양적 확대와 질적 관리의 균형에 대한 고민이다. 유학생의 양적 확장을 위해 선택하기 쉬운 입학 조건 완화 정책은 유학생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자칫 학교 교육과정 운영상의 폐해와 교육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추진 과정과 결과에서 예상되는 지표들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산업 및 중소기업 인력으로 흡수하여 유학생의 취업과 정주를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이를 도모하기 위한 세부 과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기관 간의 소통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대학-지자체 및 기업 간의 연계 정책과 시행 방안 수립 및 로드맵의 설계와 실천 과정에서 자칫 소통 부재로 인한 사각지대와 불합리한 손실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내국인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의 협력적·발전적 공생 관계를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 혹은 정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이나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 공유 및 상호문화이해교육 등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정부 부처 간에는 물론이고 대학과 기관 내에서도, 정책 입안자와 시행 담당자 및 현장 교육자 등 구성원 간의 충분한 정보 공유와 소통이 있어야 한다. 정책 이해에 기반한 리더의 비전과 섬세한 추진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특히 유학생 유치정책의 경우 한국어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전공자뿐 아니라 대학 구성원의 역량 제고에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와 탐색이 필요하다. 자본의 논리에 기반한 사회적·경제적 자원으로만 이들을 대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인생 선택에 대한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구성원의 개별적 정체성과 개인서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학생 유치부터 학업-취업-정주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정책 설계와 추진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수시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만학도로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한국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실력보다 커넥션이 중요한 사회의 공고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호구지책을 위해 모대학의 모교수에게 강의를 주실 수 있는지 타진하는 손편지를 보냈다. 다행스럽게 답신이 와서 나는 그 교수를 만나러 학교 연구실로 찾아갔다. 모교수는 내가 전공한 여론과 여론조사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면서 여러 질문을 하셨다. 나는 프랑스 사회에서는 여론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며 그 개념에 입각해 여론조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한국이 여론조사로 공천을 하는 것은 매우 잘 못된 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여론조사를 공천에 사용한 민주당의 2002년 대선이 얼마나 잘 못된 것인지도 설명 드렸다. 여론조사란 오차범위가 존재하고 그 오차범위 안에 있는 후보들은 우열을 매길 수 없는 것인데 0.01%라도 앞선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룰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한국 사람들 너무 겁이 없다”라는 말까지 드렸다. 그러자 그 교수는 웃으면서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방법이 없어서라고? 난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방법이 없 다기 보다 일을 쉽게 신속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아무 방법이나 사용하는 것 아니던가? 난 요즘 AI 교과서 채택을 서두르고 있는 정부를 보면서도 너무 용감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무엇이 급해 그토록 서두른단 말인가? 다른 나라들은 AI 교과서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며 여러 실험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한국 교육부는 그런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용감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준다. 그 결과 세종시는 채택률이 9.5%, 대구시는 100%라는 보도가 전해진다. AI 교과서 채택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분명 새 기술은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킨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많은 윤리적 문제를 수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AI를 훈련하고 가르치기 위한 초기 단계의 방법을 잘 모색해야 한다. 윤리적 원칙에 입각해 기술을 사용하고 모든 학습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AI 교과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 효과성을 따져봐야 한다. 교육 지도자는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여 학생 성과를 분석하고 콘텐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AI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과 전통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하기 위해 사례 연구는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실제 부가가치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이러한 도구를 자신의 교육 방식에 잘 통합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혁신을 장려하고 교사들의 디지털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워크숍과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교육 변혁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도 필수이다.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교육적 접근 방식과 디지털 도구에 대해 알리기 위해 인식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 부모는 교육 분야에서 AI를 사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 틀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에 대해서도 안심할 필요가 있다. AI 교과서의 성공적인 전환을 보장하려면 이처럼 거쳐야 할 과정들이 많다. 분명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주는 이점이 많지만 폐단도 적지 않다. 양자의 갭을 줄이기 위해서는 AI 교과서 채택을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급히 먹은 밥이 체한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경기도가 360° 언제나돌봄 정책의 일환인 ‘언제나 어린이집’을 1일부터 5개에서 11개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맞벌이 부부에게 유사시 아이를 맡기고 일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절박한 민생이다. 육아에 얽매어 별도의 시간이 필요한 일체의 사회적 활동을 차단한 채 살아야 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언제나 어린이집’은 획기적인 새로운 개념의 보육 복지 사각지대 해소책이다. 망국적 저출산 풍조 해소책과도 직결된 이 정책은 대폭 확대 발전돼야 한다. 경기도가 도입 시행하고 있는 ‘언제나 어린이집’은 평일과 토·일·공휴일 및 주·야간(새벽) 등 연중(24시간) 운영하는 보육시설로, 일시적·긴급상황 발생 시 영유아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긴급돌봄시설이다. 도에 거주하는 영유아(6개월 이상 7세 이하 취학 전)를 둔 부모(보호자)라면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거나 어린이집·유치원을 다니거나 ‘언제나 어린이집’과 거주지역이 달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도는 지난해 6월 1일 부천시(아람 어린이집), 남양주시(시립힐즈파크 어린이집), 김포시(시립금빛하늘 어린이집), 하남시(시립행복모아 어린이집), 이천시(이천시 24시간 아이돌봄센터 ‘아이다봄’) 등 5개 시군 별로 1곳씩 ‘언제나 어린이집’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는 고양시(고양시립장미 어린이집), 안산시(시립아기별 어린이집), 안양시(신촌 어린이집, 협심 어린이집), 의정부시(민락사랑 어린이집), 포천시(포천 어린이집) 등 6개를 추가해 총 10개 시군·11곳으로 확대 운영한다. 돌봄이 필요한 가정은 이용 당일 오후 3시 전까지 아동 언제나돌봄센터 또는 언제나 어린이집(11개소)으로 전화해 문의·신청하면 된다. 단 야간·새벽 보육은 이용 전일 오후 6시까지 사전 예약해 준비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 혜택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도민들로 한정하는 만큼 보호자(신청인)의 신분증, 영유아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 또는 가족관계증명서(외국인의 경우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시간당 3000원의 이용료가 부과된다. 경기도는 가장 많은 젊은이가 모여 살고 일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이 나라의 가장 크고 중요한 삶터다. 이 같은 환경은 경기도가 펼치는 정책이 유효하면 곧 중앙정부 정책으로서의 효용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육아에 손발이 묶여 모든 개별 일상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한다. 핵가족 시대에 부모 형제나 친척들에게 의지할 방법도 점차 사라지는 상황이다. 꼭 필요할 때의 보육 애로만이라도 원만히 해결된다면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충분하다면 비용을 써서 해결하겠지만,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대다수 젊은 부부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다. 중앙정부·지방정부 할 것 없이 정부의 으뜸 존재 이유는 국가의 영속성, 국민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제도와 정책을 완비하는 일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경기도가 추구하고 있는 저출산 정책을 비롯한 선도적인 복지 정책들은 대단히 유용하고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어린이집’은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마땅한 대책이 없는 육아 부부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엄마 아빠들에게 이 같은 든든한 비상벨이 있다면, 그리고 그 안전성과 수준을 공공기관이 보장하는 시스템이라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장치다. 경기도의 ‘언제나 어린이집’ 정책은 확대돼야 한다. 전국 최대의 자치단체에서 총 10개 시군·11곳 정도라면 아직 시범적인 실시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밀한 성과분석과 보완책 마련을 통해 하루빨리 보편화해야 한다. 경기도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사회가 책임지고 다 길러주고 가르쳐주는 나라로 가야 한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웃고 있는 조카의 사진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찍은 것이었다. 사진을 보며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을 떠올렸다. 학교 건물 벽에는 반과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벽보가 붙어있었다. 우리는 반이 표시된 운동장의 깃발 아래로 모였다. 나란히 줄을 맞추느라, 앞으로 뒤로 옆으로 몇 걸음씩 우르르 옮기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의 운동장에서, 코를 훌쩍이며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입학식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쓸 줄 아는 글자는 겨우 내 이름뿐이었다. 자음과 모음의 순서도 모르고 쓰는 글씨는, 그림에 가까운 상형문자였을 것이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을 따라 읽고, 공책의 네모 칸을 한 글자씩 채우며,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는 ‘받아쓰기경시대회’라는 것을 했고, 나는 백점을 맞았다. 선생님은 상 받을 몇 명의 아이를 호명하며 교탁 앞에 세웠다. 그리고 우리를 한 명씩 돌아가며 업어 주셨다. 이름밖에 쓰지 못했던 나를 보고는 더 기뻐하셨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 우리는 매일, 등 뒤에서 외치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학교에 갔다. 그렇게 하지 못한 날이 훨씬 많았지만, 그런 당부들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랐다. 선생님은 학교라는 공간을 포함하는 장소였고, 부모를 대신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선생님은 온전하고, 학교는 안전한 곳이었다. 스쿨 존을 지날 때면, 속도를 더 잘 지키려고 주의를 기울인다. 시속 30킬로의 느린 속도는, 아이를 눈에서 떼어놓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생명이 눈에 들어오는 속도니까.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몇 년 전 인상 깊게 봤던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빨간 정장을 차려입고, 주인공의 졸업식에 찾아간 삼신할미의 등장이었다. 삼신할미는 담임선생님에게 “아가, 더 좋은 선생일 수는 없었니?”라며, 주인공을 구박하던 선생님을 향해 부드러운 훈계를 했다. 우리 모두가 아이를 지켜보는 선생님이자 삼신할미였으면 좋겠다.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조카의 사진 속 웃는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따라 웃는다. 우리는 아이의 웃음으로 웃을 수 있는 어른이다. 선생님의 사랑과 지혜가 말랑말랑한 아이들의 뼈를, 단단하게 키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커지는 새 학기다. 오후가 되면 창밖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재잘재잘, 와글와글 아이가 자라는 소리가 회색의 아파트에 빛을 들인다. 이름 세 글자로 시작된 나의 여덟 살은, 선생님이 불러주는 말을 받아쓰며 부화를 시작했다. 어린 제자를 위해 쭈그려 앉아 등을 내밀던 나의 선생님! 그분의 불편하고 아름다웠던 자세를 잊지 못한다. 선생님의 따스했던 넓은 등이, 내게는 커다란 상장이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좋아요’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받침이 틀려도 천천히 쓰고 지우며, 자기 세계를 눈부시게 확장해 나갈 것이다. 올해도 1학년 교실에는 ‘참! 잘했어요’가 푸른 별처럼 반짝이겠다.
생성 인공지능(AI)이 던진 충격은 언론산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 크기는 다른 산업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생성 AI는 지식정보 콘텐츠를 정리하고 만드는 데 특화된 기술이다. 뉴스는 지식정보 콘텐츠의 대표격이다. 콘텐츠 생산에서 언론사와 생성 AI 서비스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언론사가 대중을 위한 지식정보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생성 AI 서비스는 개인이 대상이다. 얼마 전까지 생성 AI 서비스의 최대 단점으로 실시간 정보 반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를 언론사 뉴스와 생성 AI 서비스 콘텐츠의 결정적 차이로 봤다. 지금은 실시간 정보를 반영한 생성 AI 서비스가 적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예의 기술은 언제나처럼 축적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생성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초기, 기자들은 자신의 직업 안정성과 전문직주의에 큰 위협을 느꼈다. 이 기술이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생성 AI가 내놓은 일부 결과물이 거짓 정보를 그럴싸하게 창조하거나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대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었다. 대신 많은 사례에서 생성 AI가 저널리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임이 증명되고 있다. 뉴스 생산의 각 과정에서 끊임없이 검증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생성 AI 덕분에 효율성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 거의 모든 뉴스 생산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상당한 의미를 가진 실험이 시작됐다. 현지시각 지난 18일 이탈리아 일간신문 '일 포리오(Il Foglio)'가 세계 최초로 생성 AI를 활용한 기사만 실린 4쪽 분량의 종이신문 '일 포리오 AI'를 발간했다. 여기서 활용된 생성 AI는 챗GPT 프로다. 인터넷에서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해 기사 작성, 헤드라인 생성, 인용문 추가, 요약 작성 등 모든 과정을 담당했다. 기자 20여 명은 AI에 질문하고 AI가 생성한 기사를 검토하는 역할만 했다. AI 신문 발간 첫날 매출은 60% 증가했다. 이 AI 특별판이 한 달 동안 발간될 예정이며, AI 저널리즘의 한계와 가능성을 테스트하게 된다. 기다려지는 실험 결과이긴 하지만, AI가 인간 기자의 창의력과 직관력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언론사와 AI 기업 간 관계는 갈등에서 협력으로 전환되고 있다. 물론 갈등 관계가 완전히 청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뉴스 저작권에 대한 양측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뉴스 저작권을 둘러싼 각종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 저작권을 침해 받았다는 언론사와 공정 이용(fair use) 수준에서 뉴스를 이용했다는 AI 기업이다. 현재 국내외 일부 AI 기업은 특정 언론사에게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기술 개발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산업 전체가 만족할 만한 묘수를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내년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에서도 양측의 입장 차는 크다. 현재 AI를 통해 생성된 콘텐츠의 저작권은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 기존 개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저작권법 개정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 포리오 AI'와 같은 언론사의 적극적 AI 활용은 저작권과 관련된 또 다른 이슈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도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활용해 기사를 생성할 때 다른 언론사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경우,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원저작자가 분명한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한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언론사는 이러한 경우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만수천은 1990년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지역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복개됐다. 이로 인해 주차난은 일부 해소됐다고 하지만 녹지공간은 콘크리트로 덮여 사라졌고 도시는 삭막한 풍경으로 변했다. 이에 원도심의 자연환경 복원을 통한 휴식‧녹지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활기찬 도시 공간 조성을 위해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만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수천 복원사업은 박종효 남동구청장의 1호 공약이자 민선8기 역점사업이다. 박 구청장은 “만수천을 서울 청계천에 버금가는 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천을 복원해 친수공간으로 만들고 주변 환경 개선사업을 마치면 인구가 유입되고 침체한 원도심 상권에도 활력이 되살아난다는 것이 박 구청장의 주장이다. 그런데 박구청장의 말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수원시의 경우 관선시장 시절인 1991년부터 수원시 중심가의 교통체증 및 주차난을 해소하고 수원천변의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원천 복개 사업을 추진했다. 매교-지동교 간 780m가 복개됐다. 그러나 공정이 30% 정도 진행되던 1996년, 시민들의 복개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문화재와 자연이 이루는 살아 있는 하천으로 복원돼야 한다는 시민들과, 교통문제 해소를 내세워 복개를 주장하는 일부 시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복개를 반대하던 심재덕 씨가 시장으로 당선된 후인 1996년 5월 시가 복개 공사 철회 결정을 발표했다. 수원시는 고수부지에는 자연초지와 자연석으로 경관을 조성, 주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했으며 수원천은 문화재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아났다. 시민과 관광객들의 휴식·정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다른 지방정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남동구의 계획은 소하천 정비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마무리한 뒤 소하천 지정이 완료되는 대로 실시설계 용역과 복원 공사를 진행해 2030년 사업을 완료한다는 것이다. 사업 구간은 남동구 만수동 909 일원부터 장수천 합류 지점인 만수동 811 일대까지 총 2.4㎞ 구간이다. 지난 2023년 11월엔 사업대상지인 만수1동, 구월4동, 만수5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도 진행했다. 주민들도 만수천 복원을 통한 주거지역 내 휴식‧녹지 공간 조성과 주변 지역 재개발을 비롯한 원도심 활성화, 지역경제 발전 등에 호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걱정도 크다. 복원사업이 진행되면 제2~4공영주차장 250여 면이 사라져 주차난이 심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신문은 주민들의 우려를 전했다.(28일자 인천판 1면, ‘만수천 복원사업 속도…주차장 확보는 여전히 숙제’) “이 동네는 이 주차장 없으면 난리 난다. 여기는 전부 옛날에 지은 빌라라 주차장도 없다. 주차난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놔야 한다”는 70살 상인과, “복원하는 건 찬성이지만, 먼저 주차장을 확보하면 좋겠다. 부모님이 오거나 친구들이 놀러 오면 항상 주차가 불편하다고 얘기 한다”는 30살 주민은 ‘주차공간 확보’를 걱정했다. 구는 주차장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만수천 복원사업이 본격화되면 기존의 주차공간이 사라진다. 이에 구는 제1공영주차장에 271면으로 이뤄진 2단짜리 주차타워를 세울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무산됐다. 사업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지평식 공영주차장 3곳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92면 밖에 안 된다. 구는 앞으로 주변 토지를 확보해 건물식 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다. 예산 확보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인천시가 만수천 복원에 필요한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 만수천 복원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사업이다. 그러므로 꼼꼼하게 추진하되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우리는 거의 매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 직장에서 업무하는 중에, 집에서 식구들에게도 내 뜻을 말하며 설득하는 상황들에 직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협상 테이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몇 가지 최근 뉴스를 보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위한 상호관세 결정을 앞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한 막판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의대생 복귀를 위해 대학은 계속 ‘설득작업’을 했지만, 마감시한까지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결국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하게 되었다. 그러자 제적을 앞둔 의대생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를 향해 의대협과 진심으로 ‘소통’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여야는 오랜 줄다리기 끝에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13%으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1.5%에서 43%로 올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는데, 「재정 안정화」와 「보장성 강화」라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기란 애초부터 힘든 일이었나 보다. 이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당장 내년부터 윗세대가 연금을 더 받게 되어 청년층이 오른 보험료를 계속 내게 되었다며 청년층의 반발이 거세어지고 있다. 이처럼 소통과 협상의 과정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그 일은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정치는 어떠한가? 어쩌면 정치는 협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을 잡는 것이니 정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막전막후 교섭이 펼쳐질 것이다. 입법 과정도 결국은 조정과 설득의 과정이다. 그런데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광장으로 나가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샤우팅의 위력을 보이려는 게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다. 와튼 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 '기브앤테이크'(2013)에 설득하지 않고도 설득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준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하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테이커(Taker)와 상대방을 우선 생각하며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Giver). 두 사람의 설득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그랜트 교수는 확신에 차서 단정적으로 말하는 테이커들보다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으로 말하는 기버들이 명망을 얻는 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라고 한다. 힘을 뺀 의사소통은 덜 단정적으로 말하고, 상대의 조언에 의지하는데,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도 하며, 자기 권리는 포기하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이 정말 힘을 얻을까? 그렇게 되기 위한 조건이 있으니, 훌륭한 사람이면서도 겸손히 말하고, 상대를 향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힘을 뺀 의사소통’은 설득의 효과를 크게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사법 이슈로 인한 혼란 속에 우리나라 정치가 새롭게 전환되기를 바라는 많은 시각들이 있다. 우선 위정자부터 목소리를 낮추고 무엇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대도인지를 잠잠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따뜻한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려 애쓴다면 그 노력은 바로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