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구치소로 돌아갔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줄곧 “윤어게인(YOON AGAIN)”을 외친 지지자들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공허하여라. 망상의 연대여~ 새정부가 출범한 후 엉망진창이던 나라가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 순간이 바로 어젯밤 윤석열의 재구속이었다. 아마도 그는 이제 전용면적 세평 남짓한 공간에서 독거노인이 되어 남은 평생을 보내게 되리라. 여름징역은 곱이다. 자업자득이요 사필귀정이다. 생각해보라.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자가 비상대권까지 갖겠다고 일으킨 내란! 조선조였다면 사직을 어지럽힌 죄로 삼족을 멸했을 대역죄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내란 우두머리와 잔당들을 어떻게 징치하는가에 달려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내란범을 두둔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40%에 달한다. 기득권계층과 특정지역, 특정종교에 편중된 이들이 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앞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3년동안 30년을 퇴보해 나라가 폐허처럼 거덜났다. 도대체 얼마나 거덜났을까? 윤석열은 취임도 하기 전부터 나라의 기둥뿌리를 뽑아냈다. “청와대에는 죽어도 안들어 간다”며 용산에 들이부은 돈이 얼마나 될까?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기준 총 3250억 원 이상이 집행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합참 이전, 미군기지 대체부지, 군 경비부대 이전 등 간접비용까지 더하면 1조 원을 넘어선다는 주장도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실패에 들어간 돈지랄도 가관이다. 119대29의 참패에 쓰인 돈이 공식적으로 5744억 원, 윤석열이 유치명목으로 해외순방에 쓴 돈은 뺀 금액이다. 표 한장에 198억이 든 셈이다. 파행으로 끝나 국제망신을 시켰던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이 1170억 원이었다. 대왕고래프로젝트라고 석유가 나온다는 사기질에 1263억 원을 포항앞바다에 떠내려 보냈다. 이런 손실은 우크라이나 퍼주기에 비하면 소박하다. 윤석열은 우크라 재건사업에 520억불(66조) 더하기 3억불 추가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155mm 포탄 50만발을 지원하겠다 했다. 이것만 해도 수조원 어치다. 경제관념이라곤 없는 윤석열은 부자감세 정책으로 84조의 세수결손을 초래했다. 밑빠진 독은 환율방어에 들어간 돈이었다. 비상계엄 이후 1486원까지 찍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마구 달러를 팔아치웠다. 2024년 한해동안 환율방어에 쓴 돈만 112억 달러, 25년 1분기에도 27억 달러를 써서 외환보유고는 4046억 달러로 5년만에 최저 수준이 되었다. 큼직한 것만 대충 더해도 150조를 훌쩍 뛰어넘는 나랏돈이 사라졌다.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이재명 정부 민생지원금 30조는 애교수준이다. 멀쩡한 민방위복을 모두 새로 바꾸지를 않나? ‘한국의 이멜다’란 별명에 어울리게 500만 원 짜리 캣타워에 2000만 원 짜리 ‘히노키 욕조’, 개수영장, 해외순방 때 명품싹쓸이 등 3년 동안 김건희씨 대통령놀이에 들어간 영수증 없는 돈들을 모두 합하면 얼마나 될까? 이렇게 곳간을 탕진하니 국가 R&D예산이 남아날 리 없었다. 어떻하나? 생각하면 국민들 속만 쓰릴 뿐, 괴물을 만든 우리 스스로 부끄러워해야지. 그나마 3년으로 막았으니 선방했다. 대한민국 잘했다. 이참에 내란공범 정당, 내란동조 사법부, 내란부추긴 언론 등 역사의 추물들을 세트로 잘 정리하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든든한 반석을 놓는 과정이 될 수도 있겠다. 문제는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적는다. 그를 잊지 말자고.
7월 초부터 기온이 40도를 넘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중이다. 경기도 내 온열질환자가 국내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도는 9일 오후 3시를 기해 폭염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자연재해 차원의 폭염 대응책을 새로 짜야 한다는 여론이다. 일상을 파고드는 이상기후의 기습에 대비책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동자·노약자들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루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8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일일 최대치였던 61명을 훨씬 넘어선 수치다. 이날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는 238명이었다. 하루에 온열질환자가 200명을 넘은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 5월 15일 이후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12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8명)의 2.5배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8명으로서 지난해(3명)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지난 6일에는 인천 계양구의 한 도로 맨홀 아래 오수관에서 측량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독가스 질식에 의한 사고로 추정됐는데 폭염 속 밀폐 공간에 대한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음날에는 경북 구미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앉은 채로 사망했다.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였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 2단계 격상과 함께 도 자연재난과장을 총괄반장으로 지정하고 폭염 상황 관리에 들어갔다. 즈음하여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각 시·군에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인명피해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내용의 특별 지시를 내렸다. 한편 도는 지난 7일 오후 1시 기상청 폭염특보 확대 발표 직후부터 폭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오고 있다. 폭염이 일상화된 현실에도 노동자들이 충분한 휴식과 보호 없이 일터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무엇보다 야외 노동 현장에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조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폭염에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후진국형 산업재난은 이제 완전히 사라지게 해야 한다. 농어촌을 비롯한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열사병·일사병에 대한 예방책 홍보와 처치법 확산이 시급하다. 주로 건강 취약계층인 노인들이나 생산 현장의 노동자들이 논밭이나 일터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장시간 일을 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활동이 불가피하더라도 하루 1.5~2L의 수분을 넉넉히 섭취하되 외출 전 미리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야외에선 헐렁하고 밝은색 옷차림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증상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즉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어지럼증·두통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그늘이나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옷 단추와 허리띠 등을 풀고 체온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다음 찬물로 적신 수건을 겨드랑이·목·사타구니에 대고 물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의식이 없거나 경련이 있다면 지체없이 119에 신고하여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보다도 더 많은 사망자를 내는 훨씬 더 위험한 재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국의 철저한 대비와 예방 홍보, 세밀한 관찰 활동이 필요한 때다. 기후 위기가 촉발하는 자연재해는 다양한 형태로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하절기 폭염을 그저 며칠 견디면 그만인 통과성 이상기후로만 여기고 소홀히 대해도 괜찮던 시대는 지나갔다. 폭염을 심각한 핵심 자연재해로 놓고 현장 중심의 효율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촘촘한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엄하고 모진 자연재해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대비책을 만들고 극복해 나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참으로 위태로운 시절이다.
7월 14일은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달력에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라고 써있다. 정착지원을 위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될 만큼 북한이탈주민은 특별하다. 어째서 특별한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고향이 있지만, 탈북민에게 돌아갈 고향이 없다. 고향은 있으나,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지 못하면서 돌아갈 희망을 숙명으로 여기고 분단사회에서 살아간다. 특별하기에 탈북민의 성공적 정착에 대한 관심은 높다. 나는 이러한 특별한 관심을 받으며 2006년 7월 13일 용인에 있는 국민임대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했다. 월세이긴 하지만 집이 있어 좋았다. 떠돌이 생활에 지친 나에게 집은 둥지이자 안식처이다. 나는 고마운 환대에 감사하며 잘 살리라 다짐했었다. 나는 기술을 배워 평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었다. 컴퓨터를 배웠고 사무직을 했다. 실직되고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을 때 통일교육 강사라는 직업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 경기남부지역 통일교육 전문강사가 되었다. 강사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에 한계를 느끼고 북한학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는 어려웠으나 재밌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초기 내가 생각했던 안정된 삶은 점점 멀어졌다. 나보다 현명한 사람들이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있어야지’하면서 경제생활에 시간을 투자하고 풍요롭게 사는걸 보면서 나도 공부가 끝나면 그렇게 하리라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학위를 받았다고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는건 아니다. 시간이 흘러 오늘에 이르러 돈을 벌어야할 시간을 엉뚱한 곳에 투자한 것을 후회했다. 덕분으로 나는 세상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환대에 가려진 차별과 차이, 더욱이 ‘나’가 혼란스러워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금 나는 성공적 정착이란 무엇이며, 잘 산다는 게 어떤 것인가라는 고민을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곳곳에서 행사가 열린다. 남북하나재단 주최로 강남구에 있는 코엑스에서 12일과 13일 축제가 열린다. 이날 도서 부스에서 탈북작가들이 살아낸 이야기가 책으로 판매된다. 외로움과 싸우며 한 문장 또 한 문장 알알이 퍼올렸을 탈북작가 이야기는 특별하다.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행복여정문학 주최로 7월 22일부터 8월 22일까지 탈북 시인 작품 15점이 전시된다. 질문하는 사람과 상처받은 사람이 글을 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글을 쓴다. 나의 정착은 늘 아프고 불안하지만 고마움마저 잃을까 오늘도 마음에 꽃을 심는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탈북민으로부터 자신이 돌보고 있는 90세가 넘은 노부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참전 군인으로 죽을 고비도 넘겼고, 고생도 했다. 지금도 노부부가 손을 꼭 쥐고 다니고 건강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다. 자식들 또한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비결은 가진 것을 많이 나누며 살았기에 지금이 있다고 말했다. 노부부의 모습을 지켜본 탈북민은 삶에 대해, 정착에 대해 나름에 주견을 갖고 있다. 그는 많이 베풀고 나누어야 노부부처럼 아름다운 삶이 있다고 확신한다. 생을 마감하는 사람 곁에서 일해온 탈북민은 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돈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건 아니라고 말한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탈북민의 말처럼 성공적 정착은 봉사와 글쓰기를 통한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 사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기 북부지역에는 화장장이 한곳 밖에 없다.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설이다. 고양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 주민들은 혜택이 없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북부지역 주민들은 성남, 수원, 화성, 용인 등 남부지역 화장장을 이용하거나 강원도 춘천, 또는 인제까지 가야한다. 타 지역의 화장시설 이용료는 해당지역 주민보다 훨씬 비싸다. 경제적, 시간적 손실이 크다. 따라서 예전부터 북부지역 지방정부들은 독자적으로, 또는 인근 시‧군과 함께 광역장사시설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양주시는 양주·남양주·의정부·구리·포천·동두천시 등 6개시 합의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에 나섰다. 백석읍 방성리 산75 일원 89만㎡·2092억 원 규모의 장례식장, 화장시설, 봉안당, 수목장림, 자연장지 등 종합장사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동형 장사시설 건립사업은 주민들 간에 찬반의견이 의견이 분분하게 일고 있어 난관에 봉착했다. 공동화장장 건립 추진을 반대하는 경기도청원이 1만 건을 넘어섰다.(관련기사: 경기신문 8일자 1면, ‘양주 화장장 반대 청원 1만 건’) 청원인은 “양주시 중심에 건립예정인 공동형종합장사 시설 설치 계획을 양주시가 전면 철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주시민은 장사시설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설치 위치는 주거 밀집지역이 아닌 외곽, 비거주 지역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양주시는 대체지를 제안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당초 계획대로면 오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설계, 2027년 착공할 예정이었다. 연천군의 경우 2010년 종합장사시설 건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12년까지 300억 원을 들여 5만~10만㎡에 화장로 4기, 봉안당 2500기, 자연장지 1만1250기와 주차장, 판매시설, 화장실, 공원 등 편익 시설도 갖춘 종합장사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수를 위원장으로 한 종합장사시설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건립 후보지 공모도 시작했다.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는 식당과 매점 등 편익시설 운영권, 30억 원 이내에서 주민숙원사업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건립사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연천군은 종합장사시설 건립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종합장사시설 건립 부지로 신서면 답곡리 일대 32만㎡를 최종 선정했다. 2028년 초 공사를 시작해 2029년 말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연천에 제3현충원이 건립되고 있어 25만∼30만㎡ 규모의 종합장사시설을 건립해 연계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리시, 포천시도 종합 장사시설 건립을 백지화했다. 지역 주민의 반대가 거셌다. 양평군의 경우도 애로를 겪고 있다. 군은 지난 2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종합장사시설 건립 후보지를 공개모집했으나 신청 마을이 없었다. 이에 따라 공개모집 재공고를 했고 지평면 월산4리가 주민 등록 세대주 63%의 동의를 얻어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건립추진위원회를 통해 1차 서류심사 심의를 통과했으며 다음 단계인 건립 후보지 입지 타당성 조사 용역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10월 20일 화장시설 건립반대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마을 간 대립과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월산4리 유치위원회는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시설이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주민화합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중단을 결정했다. 화장장을 포함한 종합장사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주민들의 수용문제와 건립 자금문제다. 특히 장사시설들이 수익성 부족에 따른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공동 추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현장이 생방송으로 중계된 내용을 그날 종합뉴스 시간이나 다음 날 신문에 보도 할 때 기자는 곤혹스럽다. 대통령 기자회견, 그것도 집권 초기 회견은 지지 여부를 떠나 초미의 관심사다. 뉴스 소비자인 국민이 내용을 다 듣고 난 뒤라 뉴스의 생명인 신선도가 떨어진다. 언론사나 기자의 의도를 과하게 담을 땐 왜곡 논란에 휩싸인다. 뉴스 공급자인 언론은 어려움을 겪지만, 뉴스 수요자인 국민은 언론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대통령의 여러 발언이 언론사에 따라 어떻게 뉴스 가치 우선순위를 부여받는지, 어떤 부분이 빠지고 들어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달 만에 기자회견을 했다. 몇가지 새로운 형식이 눈에 띄었다. 추첨으로 질문자를 정한 거나 타운홀 미팅 방식을 가미한 형식의 변화가 있었지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대통령에게 할 질문을 사전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실 이제까지 대통령의 생방송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 내용이 대통령실에 제공되고 대통령은 모범답안을 말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어찌보면 취재원과 기자단이 짜고 국민을 세련되게 속이는 방식이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만큼 파격이었고 신선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역임했던 윤여준 전 더불어민주당 총괄 선대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은 사전에 질문지를 받아 답변을 준비해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 데, 취임 한 달 만에 일체 사전 준비 없이 즉석에서 질문받고 대답했다”며 “청와대 공보 수석을 해본 사람으로서 저런 사람 밑에서 수석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럽더라”고 했다. 무한 찬사였다. 반면 매일경제신문의 김세형 전 주필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는 가혹했다. 두 시간 동안 뭘 질문하고 답변을 했다는 건가? 라며 시간을 허비했다고 깎아내렸다. 후배 기자들의 질문 방식을 무자비하게 폄하했다. 듣보잡 언론 소속들이라고 했다. 미국은 큰 언론사에게 발언권이 돌아가고 그들은 학벌도 좋고 20년 이상 출입한 기자들이 많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 언론사가 나서서 정권에 코드를 맞출 수 있는 기자를 출입기자로 파견했던 한국언론의 관행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지역신문 기자들의 질문을 빗대 미국은 로키산맥의 골짜기 신문에는 질문기회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발언했던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모욕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은 핵심만 답변하는 데 이재명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대통령의 갤럽지지율 65%를 상투일 것이라고 했다. 14명 기자가 질의에 나섰다. 남녀 각 7명이었고 외신기자도 포함됐다. 지역일간지 3사와 지역주간지도 발언권을 얻었다. 모두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지역 현안이었다. 신생 매체들의 질문도 과거 대통령 기자회견 때 질문에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질문자 가운데는 지난해 12월 13일자 사설에서 ‘국민의힘, 윤 대통령 탄핵 반드시 저지해야’라고 했던 아시아투데이 기자도 포함됐다. 일본의 극우신문 산케이신문도 질문 기회를 얻었다. 이런 언론사가 발언기회를 얻었기에 기자회견은 더 돋보였다. 기득권에 매몰된 듯한 김 전 주필의 평가를 보면서 ‘여산(廬山)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까닭이 내 몸이 여산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설파했던 소동파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디지털 기술, 커넥티드 의료! 원격 상담은 시민과 의사의 일상을 개선하고 의료 사막을 퇴치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단, 원격 진료는 기존 의료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원격 상담실을 설치하도록 당국이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원격 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3세 미만의 어린이는 이용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는 필요한 도구를 갖추고 있다. 의사는 심장이나 폐를 진료하기 위한 청진기, 화면에 표시된 비디오를 사용하여 멀리서 환자의 목이나 귀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동북부의 루즈(Louze)는 주민 3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지자체다. 2년 전, 주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원격 진료가 시작되었다. 시청 입구의 벽에 붙여 놓은 다섯 개의 의자가 진료 대기실 역할을 한다. 복도 끝에는 의료 장비가 완벽하게 갖춰진 방이 있고 그곳에는 진찰대, 급수대, 무엇보다도 원격진료 컴퓨터 키트가 있다. 진료실에서는 여 간호사 한 명이 거의 모든 일을 보고 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진료의 운영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 기기들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비인후과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검이경은 제가 직접 환자의 귀에 꽂아 주지만, 영상 피드백은 의사가 컴퓨터로 받고 있지요. 제가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직접 보는 것이지요. 청진기도 마찬가지이고요. 의사가 폐나 심장에서 나는 소리를 직접 수신합니다. 의사는 연결된 헤드셋을 착용하고, 듣는 소리에 따라 진료를 진행해요. 예를 들어, 벌에 쏘이거나 상처가 났을 때는 휴대용 카메라를 환자가 호소하는 부위에 대고 영상을 더 빠르게, 더 가까이, 덜 가까이 촬영합니다. 제가 의사에게 치수, 예를 들어 충혈 정도를 알려주지요. 그리고 사진을 찍지요. 직접 손으로 찍는 것도 의사입니다.” 진료는 루즈 시청에서 진행되지만, 의사는 원격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 센터인 트루아 지역의 원격 진료 센터에 있다. 루즈에서 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집 근처에서 의사를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근 도시인 몽티에-앙-데르에는 5명의 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두 명이 은퇴하고 현재는 두 명만이 진료를 보고 있다. 의료 사막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남은 길은 혁신뿐이었다. 리브-드부아즈(루즈를 비롯한 3개의 지자체를 통합한 새 코뮌)의 여성 시장인 크리스티안 벨티가 앞장서 다른 선출직 공무원들, 그리고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협회를 만들었다. 이는 루즈에 원격 진료소를 개설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이 여 시장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격 진료는 의사가 없고 치료를 포기하는 주민들이 있는 농촌 지역의 요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저희는 사소한 증상이라도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지요. 예방이 매우 중요하고, 예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농촌 지역의 경우, 이러한 예방의 질적 부족으로 도시 지역 주민보다 기대 수명이 1.4년 더 짧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라고 말하였다. 이 상황은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 주민과 농촌 주민의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원격 의료를 서둘러 도입해야 할 때다. 이제 거리는 더 이상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가로막는 장벽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디지털 인프라가 한국만큼 좋은 나라도 없지 않은가! 위기 앞에 혁신을 모색할 것인가, 기득권의 눈치만 살필 것인가, 국가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사회연대경제의 활성화가 통일 한국의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공통의 비전이 필요하다. 사회연대경제가 추구하는 '경쟁보다 협력, 독점보다 공유'의 가치는 분단과 갈등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야 할 통일 한국에 가장 적합한 발전 모델이 되고 통합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통일 한국은 단순한 영토의 확장을 넘어, 이질적인 경제시스템과 사회 문화를 통합하는 거대한 과제를 안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사회연대경제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회적자본 구축 및 신뢰 회복. 오랜 단절과 체제 차이로 인해 남북 주민 간에는 깊은 불신과 이질감이 존재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주민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상, 공동의 목표를 향한 협업과 성과 공유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사회적자본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는 남북 주민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필수적이다. ▲지역 공동체 활성화 및 자립 기반 마련. 북한은 광범위한 지역 불균형과 낙후된 인프라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기반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역 주민의 필요를 스스로 해결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여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중앙 집중식 개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 주도의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사회서비스 격차 해소. 통일 초기 북한 주민의 의료, 교육, 돌봄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접근성은 매우 취약할 것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정부나 시장이 미처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며, 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통일 한국의 기본 서비스 공급망 구축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회연대경제의 활성화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 한국의 사회연대경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법·제도적 기반 마련. 통일 초기부터 사회적경제 활동의 법적, 제도적 기반을 명확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사회적경제 협력 모델 구축. 통일 전후 남북 사회적경제 조직 간 교류 및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며, 공동의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지역별 특화된 사회적경제 모델 개발. 통일 한국 각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고려한 맞춤형 사회적경제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사회적금융 활성화. 통일 초기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자금 조달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정책 자금 지원 확대, 사회적금융 활성화, 민간 투자 유치 등 다각적인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 사회적경제 조직의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물론 통일 한국의 밝은 미래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 과제가 따를 것이다. 재정적 제약, 기존 시장과의 조화, 그리고 남북한 주민 간의 이질감 극복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사회연대경제는 ‘협력과 공유를 지향하며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가치를 통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통일 한국은 단순한 경제 성장을 넘어, 인간다운 삶과 사회적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연대경제는 분단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남북 주민이 함께 번영하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경기도에서 소방 인력이 정원조차 채워지지 않은 채 현장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정원의 80% 수준에 불과한 인력으로 화재와 구급 대응을 감당하고 있어 현장에서의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소방 인력 확충은 그간 위정자들이 수없이 약속해온 중대사안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첨병인 경기도 소방 인력 태부족 현상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공업단지가 밀집돼 있고,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는 화재·구급 등 각종 재난 상황이 집중되면서 전국에서 사건·사고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지역이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7931건, 재산 피해는 약 3664억 원에 달했으며 인명피해 역시 88건으로 전국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재난 대응을 책임지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인력 상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재 도 소방관 정원은 약 1만 4000명으로 설정돼 있으나 실제 근무 인력은 이보다 20%나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소방관 1명당 담당하는 인구수가 1000명을 넘어서며, 현장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등 극심한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다. 현장에선 인력 부족으로 소방차 등 장비를 운행할 사람이 없어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도 많다. 일부 119안전센터에서는 운전 가능한 인원이 1명뿐이어서 차량마다 번갈아 복귀·교체를 반복하는 경우마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119 신고 접수 시스템 발전 속도에 걸맞지 않게 실제 출동 인력의 만성적인 부족 현상에 대형 화재 시 구조할 인원이 모자라 소방관들은 늘 조바심을 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구급대 상황도 비슷하다. 경기도의 2021년 기준 구급차 3인 탑승률은 39.6%에 그쳤으며, 최근 인력 보강을 통해 올해 70%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충족에는 미치지 못한다. 2명이 탑승하면 1명은 운전을 하므로 환자 관리는 사실상 1명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중증 환자 대응은 물론, 만취자의 폭력 등에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119 소방서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안전망이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의 장난 전화나 허위 사건·사고 신고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긴 하지만, 119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시민 안전 시스템의 대표 기관으로 성장해왔다. 대다수 국민은 범죄로부터 지켜주는 112 못지않게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보호기관으로서 119를 신뢰하고 의존하며 산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것은 일종의 숙명이다. 수도권 핵심이라는 사회지리학적 여건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지역에서 사건·사고 발생이 많은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소방 인력이 어림없이 부족한 현상은 결코 정상적이 아니다. 경기도 인구 1416만 명을 1만 1495명의 소방관이 감당해야 하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소방관 한 명당 무려 1231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 된다. 휴가도 못 가고 교육도 못 들어가는 상황에서 소방관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음을 뜻한다. 아무리 사명감으로 지켜내고 있다고 해도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119 역할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인력을 충원해 최소한 4교대 근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방 인력 확충’은 위정자들이 선거 때만 되면 단골로 내놓는 대표적인 공약(公約)이다. 정치인들의 공약(空約)에 이대로 계속 유권자들이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은 변명도 해명도 필요치 않다. 도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태부족한 경기도의 소방 인력은 하루빨리 제대로 충원돼야 한다.
입양은 아이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이다. 그만큼 입양은 철저히 ‘아동의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 of the Child)’이라는 원칙 아래 추진되어야 하며 그 과정은 국가와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공적 시스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입양제도는 민간기관이 주도해 왔으며 입양이 아동 보호의 ‘빠른 출구’로 기능해 온 것이 현실이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입양되는 사례, 아동의 친생가족에 대한 정보 부재, 입양 전 보호 공백 등은 오랫동안 제기된 구조적 문제점이었다. 특히 입양을 통해 아동의 삶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되는 만큼 사전 준비와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입양 구조는 아동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높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월 19일부터 입양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자 한다. 핵심 방향은 입양을 ‘민간 중심 절차’에서 ‘국가 책임에 기반한 보호 결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출생 직후 곧바로 입양기관으로 아동이 이동하던 기존의 흐름을 차단하고 일정 기간 국가가 보호하는 체계 안에서 아동의 상황을 충분히 평가·조정한 후, 친생가정 복귀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변화는 입양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동을 급하게 새로운 가정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친생가정 유지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보호 대안을 숙고함으로써 진정으로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주자는 철학적·실천적 전환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특히 아동 보호 전달체계의 일선에 있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경기도의 경우 현재 일시보호소 3개소, 아동양육시설 23개소, 공동생활가정 152개소, 가정위탁지원센터 2개소 등 다양한 공적 보호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입양체계 개편 이후 이러한 보호 자원이 보다 정교하게 작동하도록 연계·조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었다. 예컨대 출생 직후 아동이 일시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보호되는 사이에 친생가정의 회복 가능성, 아동의 심리·건강 상태, 가정위탁이나 시설보호의 적절성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호 결정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의료기관, 심리상담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유기적 협업 구조를 통해 더욱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출생 등록 의무화, 입양 전 친생부모에 대한 충분한 상담과 정보 제공, 입양 후 사후관리 강화 등 입양 전후 모든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행정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입양은 최후의 보호 수단이며 가장 신중해야 할 결정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랄 권리는 모든 아동에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가족이 ‘누구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아이에게 최선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시스템이다. 입양을 둘러싼 논의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한 사회의 책임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이번 개편은 그 첫걸음이다. 입양체계 개편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라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지를 반영하는 구조적 개편이다.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지역사회가 함께 아동 중심 보호체계를 구현해 나갈 때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나라’라는 말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표절(剽竊)은 지식인사회, 문인들과 예술가들의 세계에서 타인이 인생을 걸고 몰두하여 이룩한 결실을 가져다가 자신의 것으로 하는 짓이다. 절도(竊盜)다. 이 악행은 시공을 초월한다. 저열한 욕망에 추동되는 그 특이종자들의 비루한 행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 약 2500년 전, 큰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노동없이 영예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타락한 욕망이 표절을 낳는다." 그 시대에도 이미 표절이 만연되어 있었던 것이다. 실은 그 보다 더 오래 전, 수메르 시대(대략 기원전 4500년~1900년)의 대홍수 신화인 ‘길가메시 서사시’와 구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흡사하다. 히브리족이 수메르 신화를 사실상 베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양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는가. 춘추전국 시대의 제자백가들도 사상과 저술의 차용과 모방이 극심하여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적소유권 개념이 없던 당시의 먹물들은 그 지식절도범들을 '흉악한 쌍놈'들로 취급했을 것이다. 그 피해자들의 상심과 분노가 '표절'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 동의어들 글자 속에도 같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서양이 똑같다. 고대 로마 사람들이나 동양 사람들이나 침해당한 사람의 마음이 다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표절(剽竊)의 剽(표)는 칼(刂)을 들고 부자를 겁박하는 형상을 나타낸다. '훔치다'의 뜻을 가진 竊(절)은 원래 곡식창고에서 쌀벌레들이 쌀을 갉아먹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였다. 칼을 든 강도나 쌀벌레나 본질은 같다. 그렇게 남의 사상이나 주장, 연구결과를 가져다가 자신의 것처럼 설파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표절’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抄襲(초습)은 표절과 같은 말이다. 남들이 피땀 흘려 농사지어 얻은 열매들을 적군을 습격(襲)하듯 덮쳐서 빼앗아가는(抄) 강도행위를 일컬었다. 발음이 같은 剿襲(초습)도 동의어다. 칼(刂) 든 강도가 남의 재물을 차지하기 위하여 기습하는 행위다. 둘 다 원뜻은 살인무기로 적을 습격하여 처단하고 쓸모 있는 것-먹거리, 농기구, 부녀자-들은 강탈하는 만행이었다. 그 잔혹행위인 표절과 초습이 다른 사람의 지적 성과를 도둑질하는 무혈의 범행을 이르는 어휘로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는 표절이 참으로 엄중한, 실은 무시무시한 윤리적, 법적 사안이라는 뜻을 웅변한다. 영어로는 표절을 plagiarism이라고 한다. 라틴어의 plagiarius(유괴범)에서 왔다.이는 plagium(납치)에서 왔다. 이는 또 plaga(올가미)에서 왔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풍자시인 마르티알리스(Martialis)는 자신의 시를 도용한 시인을 plagiarius(유괴범)이라고 부르면서, 남의 창작물을 훔치는 것을 어린 아이나 연인을 납치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 어원적 의의는 오늘 이 시간에도 유효적절하다. 대학에서 권력자인 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는 작태는 도둑질이면서 폭력이고 인권유린이다. 만행이고 패륜이다. 그런 자가 교육부 장관 되겠다고 꿈에 부풀어 있다. 이진숙 교수는 그런 제자들 논문 표절한 건수가 10편이나 된다고 한다. 지난 겨울, 우리는 추위와 공포에 떨면서 북만주 독립군들의 마음으로 혹한을 넘었다. 나라를 벼랑에서 구했다. 겨우 이 따위 저품위 교수를 출세시켜주려고 거기서 그 차가운 시간에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진사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