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열리면 산에 오릅니다. 오른 산에는 벌써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들뜬 눈동자들이 한 곳을 바라봅니다. 저물었던 해가 산 너머에서 다시 떠오릅니다. 지고 뜸과 상관없이 해는 같은 해입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라는 믿음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조차 헌것과 새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믿음은 진리보다 쉽게 전염되어서 돌이키기 힘듭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는 믿음, 그 믿음에 전염된 사람들이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섰습니다. 나 또한 전염된 눈빛을 다독이며 같은 방향으로 향합니다. 산인지, 오름인지, 새로움인지, 태양인지..... 분명치 않은 대상을 향해 사람들은 해묵은 마음의 짐을 벗어 던집니다. 벗어 던진 짐들이 바윗덩이가 되어 산비탈을 굴러 내려갑니다. 오르다 오르다, 끝내 굴러떨어지고 마는 시지프의 바윗돌 같습니다. 어쩌면, 시지프의 바위는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헛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쇠똥구리를 보면서 느낀 부끄러움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굴리는 방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뒷발로 쇠똥을 굴리는 녀석과 나는 닮았습니다. 녀석과 내가 이르고자 하는 삶의 정상은 몇 덩이의 쇠똥을 굴려야 도달할 수 있을까요. 굴리고 또 굴린다고 정상에 도달할 수 있기는 할까요. 설혹, 그렇게 굴리고 또 굴려 정상에 오르면 무엇이 남을까요. 머물 수 없어 다시 지상으로 굴러떨어지고 마는 시지프의 바위처럼, 도시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건 아닐까요. 그럴 거라는 걸 알면서도, 애써 기어오르는 것은 반항의 몸짓일지 모릅니다. 카뮈가 『시지프 신화』에서 밝혔듯이, 한없이 올라도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는 부조리에 대한 반항 말입니다. 쉼 없이 바위를 굴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의 영원한 노동은 부조리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명명백백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카뮈는 세상에 만연한 온갖 부조리로부터 세 가지 대안을 끌어냈습니다. 자유와 반항과 열정이 그것입니다. 그러한 의식의 활동을 통해 죽음으로의 초대를 삶의 법칙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래서 나는 자살을 거부한다.”라고 선언합니다. 생각의 깊이가 얕은 나로서는, 카뮈의 철학적 사유(思惟)를 헤아리기 힘듭니다. 그의 책을 읽고도 부조리로부터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는 오기 비슷함입니다. 끝없이 추락해도 기어코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바위 같다고나 할까요. 쓰고픈 건 많은데 녹여내지 못합니다. 쓰지 못함의 정체는, 씀의 안쪽에서 흘겨보는 곁눈질입니다. 흘겨보는 눈빛으로도 상처를 입는구나. 신발 끈을 고쳐 맬 때마다 손톱 밑이 아립니다. 내 안의 내가 등을 돌리고 서서 눈을 흘길 때, 날 선 칼이 바짝 목을 겨눕니다. 서둘러 길을 나서지만 겨눈 칼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진 못합니다. 까만 하늘에 걸린 은하수가 무색합니다. 오래 걷고 멀리 걷습니다. 걸음은 길과 길을 따라 정처 없이 이어지는데, 길의 모양새는 반듯하지 못하고 꾸부렁거립니다. 꾸부렁길의 끄트머리는 어김없이 산길로 이어집니다. 어제 올랐던 산을 오늘 다시 오릅니다. 오르는 내내, 미움이라거나 상처 같은 것들을 산 밑으로 굴려 보냅니다. 겨울도 함께 굴러갑니다.
휠체어는 단순한 이동보조 수단이 아니고 그 사람의 다리다. 2025년 을사년 유난히 눈이 많이 온다. 작년 여름 역대 최고의 더위가 엄습하고 11월 폭설이 내리더니 올겨울 눈과 추위가 잦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거리며 조심스레 길을 오간다. 그 가운데 휠체어도 윙윙거리며 네발로 길은 걷는다. 도로는 나름 제설들이 되는데 인도는 여전히 하얀세상이다. '사람중심 사람이 먼저다'라지만 눈이 오고 나면 보이는 세상은 여전히 차 먼저이다. 그 와중에 종종 센터로 휠체어 구난 요청이 들어온다. 그럼, 센터는 바로 온 직원들이 긴장하고 출동을 한다. 이 추위에 장애인 당사자의 건강이나 생명의 존폐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위험이 닥치면 당연히 119를 떠올리겠지만 보장구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나 스쿠터 사용하는 어르신들은 그렇지 못하다 119가 오면, 사람만 구난한다. 휠체어는 구난하지 않는다. 혹자는 "사람이 중요하지, 휠체어나 스쿠터가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겠지만 보장구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보장구는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보장구를 버리고 몸만 구난 된다는 건 본인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제는 휠체어 구난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전동스쿠터를 탄 어르신들을 자주 본다. 그만큼 이동 약자들의 이동수단으로 보편화 되어간다는 이야기이다. 2050년이 되면 인구의 반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는 앞으로 휠체어나 전동스쿠터 사용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긴급 구난하는 구조시스템 가동이 필요하다. 특히, 폭염과 강추위 앞에 취약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휠체어나 스쿠터를 사용하는 이동 약자들의 특성상 그들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이다. 방법은 많다고 하지만, 한다면 119와 함께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연계할 수도 있고, 어느 지자체처럼 휠체어 구난 차량을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보장구수리센터에 인력이나 차량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좋은 도시나 살만한 도시의 척도는 복지일 것이라 확신한다. 선진국일수록 장애인정 범주가 넓어 장애 출현율이 높다. 초고령 사회가 돼가는 대한민국도 장애인과 노인, 이동 약자들의 맞춤 복지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위급에 빠진 휠체어나 전동스쿠터 구난시스템이다. 사람들은 전제한다. '고장 나면 몸이 안 가면 되지' 하고...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자전거나 자동차를 이동의 보조 수단으로 타는 것처럼 이동약자들이 휠체어나 스쿠터를 타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들에게 휠체어나 스쿠터를 버리고 몸만 가라는 건 다리 두 쪽을 잘라 버리고 가라는 말과 같다는 것을. 따라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위한다면 사람과 휠체어를 함께 구조 구난할 수 있는 시스템 정립이 꼭 필요하다. 사람과 지구가 같이 간다면 더 가치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상담사분들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자해와 자살이 늘고 있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들어왔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통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0~19세의 자살률은 20년 전인 2003년의 4.5명에서 2023년의 7.9명으로, 20~29세도 2003년의 15.3에서 2023년에는 22.2명으로 증가했다.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소리 없는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최근에 보도된 오요안나, 김새론의 비보에 더해서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무심코 연 인터넷 창에 자살로 추정되는 청년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또 새로 게시되었다. 연이은 비보에 단련되어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가슴이 저릿해지고 몸이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그들의 고통을 짐작해볼 수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선 위기감이 든다. 모두가 연결된 세상 가까운 누군가에게도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생의 회전목마에서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제자살연구학회 회장을 지냈고 국제자살예방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리 오코너 교수는 자살을 생각한다는 신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무언가에 갇힌 것만 같다는 말.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짐만 된다는 말. 미래가 절망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상실, 거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사건을 겪었고 이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기분이 이상하게 좋아 보이는 경우에 이는 그가 자살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굳혔기 때문일 수 있다. 수면·식사·음주·약물 복용 등의 행위나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자해 경험이 있거나 전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런 신호를 보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으로 자살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필요하다. 그런 질문이 선뜻 가능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구들에 의하면 오히려 누군가에게 자살 생각이 있는지 묻는다고 그 사람에게 자살할 생각을 주입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런 질문이 생명을 구하는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대화해야 도움이 될까. NHS 스코틀랜드 보건기관이 자살 예방 대처를 위해 개발한 대화의 기술을 소개해 본다. 잘 들어주기, 연민의 마음을 가지기, 신뢰하고 협력하기로 요약된다. 자살 신호가 보이는 누군가에게 자살 생각을 물었을 때 “맞아 자살 생각이 있어”라는 대답을 들었다면 우선 중요한 것은 충고나 조언 혹은 판단적인 말이 아닌 잘 들어주기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네 아니오’의 대답이 나오는 질문이 아닌 열린 질문을 한다. 나오는 대답을 부드럽게 살피고 이해한 다음 답한다. 언어적, 비언어적 피드백을 통해서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노력과 발전을 인정해준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강점과 행동을 식별, 인정하고 이를 말과 몸짓으로 표현한다. 들은 내용을 다시 조금 다르게 바꾸어 말해주고 요약하는 것도 상대의 말을 이해했다는 것을 상대방이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연민은 공감에 바탕 해서 용기를 내어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고 해결하려고 하는 지혜의 마음이다.극심한 고통속에 있는 이에게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신뢰와 협력의 관계는 살만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치료나 도움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 9200명(7.7%) 감소한 23만 명이었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출생아 수는 8년 동안 계속 감소했다. 그런데 지난해엔 반등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돼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산율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세한 통계가 나와야 알겠지만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24만 명에 가까워진 것으로 추측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수준으로 상승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속적 출산율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출산이나 혼인을 미룬 부부들이 비로소 아이를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은 이전까지 출생아 수가 워낙 적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혼인건수가 증가한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부들이 둘째 이상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어쨌거나 당분간이나마 회복세가 예상된다니 반갑다. 청년들이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먹기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혼자 벌어서는 가정을 꾸려나가면서 집을 장만하기 어렵다. 맞벌이를 하자면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들다. 교육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맞벌이를 한다 해도 벅차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출산대책이 요구된다. 이 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저출산 대책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소액 지원금을 비롯한 자잘한 정책, 일회성 정책을 시행하기 보다는 가임부부들과 혼인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 남녀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과감한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없애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잡다한 생색내기용 정책 대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굵직한 정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직장과 가정의 일을 함께 할 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앞장서서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할 일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이제 자녀 출산과 양육은 개인의 일이 아니다. 지역과 국가의 운명이 걸린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확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저출생 극복, 근로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 확보부터!’ 보고서는 관심을 끌만 하다. 경기연구원은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 5번째로 높은 연간 근로시간이 보여주듯, 장시간 일하는 문화가 경제활동과 가족적 책무의 양립을 어렵게 한다”며 저출생 극복을 위해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40시간을 주35시간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육아 관련 제도의 낮은 실효성’과 ‘장시간 노동문화’가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고, 출산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초저출산의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 20~59세 노동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일·생활 불균형의 이유로 장시간 일하는 문화와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다.(남자 26.1%, 여자의 24.6%) 20대 여성은 39.3%로 특히 높았다. 다수의 30대 여성도 업무량과 노동시간이 많다(31.5%)고 답했다.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을 한 30~40대 남자와 20~30대 여성은 절반이나 됐다. 이들은 출산과 양육의 주 연령대다. 경기연구원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이 우선 도입하자고 했다. “통근 시간 일부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선제적으로 검토하자”는 제안도 했다. 육아기 자녀를 돌보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무시간을 더 단축시키자는 제안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민주주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동등한 가치를 가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단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지난 30여 년 간 지속 발전해 왔으며, 이제는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제로 자리 잡았다. 지방자치가 그 본래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족돼야 할 요건이 있다.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의회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기도 기초의원 정수의 불균형은 이 같은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도는 우리나라 최대 광역도시로, 전체 인구의 27%에 해당하는 137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지역 발전과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기초의원은 전국 2988명 중 15%에 불과한 463명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대표성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기초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를 비교해 보아도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전국적으로 기초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는 약 1만 6789명이지만, 경기도에서는 2만 9569명에 이른다. 특히 오산시는 그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수준에 속한다.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당시 오산시의 인구는 6만 7000여 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약 25만 명에 달하며, 행정동도 기존 6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초의원 정수는 여전히 7명에 머물러 있다. 이는 기초의원 1인당 인구수가 3만 4471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며, 오산시와 같이 의원정수가 7명인 전국 54개 지자체 기초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가 8560명으로 감안하면 4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만나야 할 주민이 많다는 얘기이고, 단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오산시의회 의원의 업무 강도가 타 의회 의원의 4배에 달한다는 의미도 된다. 지방의원은 지역 주민을 대변하고 정책을 결정하며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그 역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의 원칙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특정한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 경기도의 상황을 보면 지역에 따라 유권자의 투표 가치가 현저히 달라지는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 헌법 가치에도 위배되는 사안이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허용 가능한 인구 편차 기준을 기존 4:1에서 3:1로 강화한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경기도의 기초의원 정수는 최소 80명 이상 증원돼야 하며,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지역으로, 특례시로 지정된 5개 도시 중 4곳(수원, 용인, 고양, 화성)이 경기도에 속한다. 이들 지역은 급속한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으로 행정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사정과는 달리 기초의회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기초의원들의 각종 일탈행위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계에선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져 오고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집행기관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입법기관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이후 지방자치단체는 그 규모가 날로 비대해졌다. 예산 규모만 보더라도, 최근 20년 동안 전국 지자체의 총 예산 규모는 2004년 111조 원에서 2024년 434조 원으로 4배 늘었다. 예산이 비대해진만큼 그 권한도 커진 집행부에 비해, 견제와 감시의 역학을 해야 할 기초의회 의원은 2006년의 2888명에서 현재 2988명으로 단 1% 증가에 그쳤다. 지방자치 활성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날로 비대해지는 행정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기초의원 정수를 조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조정이 아니라 경기도민의 투표 가치가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조치이며,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를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적 기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실현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 경기도의 기초의원 정수 불균형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불균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광역자치단체이며, 그만큼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오산시의회는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지방자치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경기신문 = 지명신 기자 ]
무슨 일을 하든 먼저 마음이 동(動)해야 한다. 마음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때 과정도 순탄하고 결과 또한 좋다. 만약 마음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면 과정이 아무리 매끄럽다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슨 일이든 마음이 불편하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손과 발이 얼어붙고, 입과 머리가 둔해진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누구의 잘못과 허물을 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서로의 마음이 뒤틀어져 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정도(正道)보다 사도(邪道)가 우세한 까닭이다. 게다가 과거 해석은 혼란스럽고 현실 진단은 차분하지 않고 미래 전망은 진정성이 없다. 남(南)과 북(北)은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로 갈라져 80년 동안 딴살림하고 있다.이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이런 상태가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2045년 G5 진입이나 남북통일은 고사하고 남-북-재외동포사회를 하나로 잇는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공동체’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이때,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위고하 불문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흐트러진 마음을 잡아야 한다. 개인·가정·사회·국가는 각자 따로인 것 같아도 씨줄과 날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有機體)와 같다. 개인의 성공·실패가 하나둘 모여 궁극적으로는 더 큰 공동체의 진로와 향방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먾다. 이런 사람들은 국가·사회를 위한 미래 지도자로 나설 자격도 명분도 없다. 지구촌이 로컬(local)에서 글로벌(global)로, 글로벌에서 글로컬(glocal)로 진화·성숙되는 지금,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품격(品格) 있는 리더의 출현을 기대한다. 며칠 후면 3·1절 106주년이다. 과연 어떤 내용의 3·1절 경축사가 나올지 매우 궁금하다. 1919년 3·1운동 이후 우리 사회는 너나 할 것 없이 대한인의 자주독립과 대한민국의 건국, 한민족의 산업화·민주화·세게화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45년 이후 해방된 제3세계 국가들에게는 닮고 싶은 롤 모델이었고, 기존의 서구 선진국들에게는 함께 하고 싶은 매력인 파트너였다. 이런 기세를 계속 살려 나가야 한다. 또다시 분열과 대립 반목과 갈등으로 세월을 허비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를 다시 움직이게 하려면 다음 몇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대세가 되고, 조만간 우주시대가 열린다 하더라도 과거를 온전히 이해하고 현재를 철저히 분석하고 미래를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역사를 읽는 힘’, 즉 축적(縮積)된 사심(史心)을 가진 리더들이 사회 구석구석에 자리해야 한다. 특히 국가·사회 리더라면 개개인의 자긍심 회복과 공동체의 통합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맥락(脈絡)을 찾는데 능수능란해야 한다. 둘째, 국민들은 세계사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인류사회의 염원이 무엇인지를 적확(的確)하게 알아야 한다. 어설픈 공약이나 급조된 정책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국익도 중요하고 국가발전도 시급하지만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 말로만 통합·통일을 외치기 이전에 단군의 홍익(弘益)·이화(理化), UN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실천하는 세계시민으로 거듭 나야 한다. 셋째, 개인이 자유롭고 가족이 우애하고 사회가 공평하며 국가가 책임지는 공동체 윤리를 재건해야 한다. 세대·연령·언어·성·국적·문화·종교·이념·사상·인종 간의 다름과 차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내부가 이런 선순환 구조로 재편될 때 2600만 북한동포를 품을 수 있고, 700만 재외동포와 상생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공동체’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변곡점에 또다시 서 있다. 멕시코한인 이민 120주년, 을사늑약 120주년, 광복 8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등 모두가 을사년에 있었던 대사건들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모두의 마음을 동(動)하게 하는 희망의 메시지, 즉 방성대곡(放聲大哭)이 아닌 방성대곡(放聲大曲)이 요구된다. 다가오는 3·1절,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동포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뜻깊고 경사스러운 민족대통합의 날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럴 때 꼭 나오는 말이 ‘불출’이다. 아마 한자로는 아니 不에 나올 出쯤 되리라. ‘계엄당국’이 작성한 것으로도 알려진, 수거(收去)해서 척결(剔抉)할 500명 리스트는 ‘시대적 해석’이 필요하다. 그 명단에도 들지 못한 이들이 요즘 스스로를 냉소적으로 불출이라 부른단다. 이번 시태에만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국어사전의 불출(不出)의 뜻은 ‘밖으로 나가지 아니함’이다. 문을 닫아걸고 나오지 않는다는 두문불출(杜門不出)과 이어지겠다. 저기도 못 끼니 마땅히 두문불출해야 할 정도로 못난 사람이라는, 자기비하의 비아냥일 터. 차별과 비하의 의미가 포함됐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문구가 붙은 두 번째 설명은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아하, 저 비아냥의 뜻과 상통하는 군. 하여간 (중요한) 유명인 리스트다. 그 중에는 당장 체포할 이들도 있다. 처음에 세상(언론)은 수거라는 ‘희한한 용어’에 놀라더니 낱낱의 그 이름들을 보고는 자못 정색하는 표정이다. 저 명단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겠다. 이는 ‘이번 사태의 불출’을 정의하는 (정서적) 기준이리라. MBC 한겨레 경향 등을 참고해 내용을 정리해 보자. 노 전 사령관이란 자의 수첩, A부터 D까지 등급 지은 대상 중 A등급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전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 유시민 작가 등 정치인들의 이름이 있었다 한다. 2023년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판사, 순직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방송인 김제동,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이름 등을 비롯해 민주노총·전교조·민변 관련 이름도 있었다는 것이다. 문화 체육계까지 참 다양하다. ‘처리 방안'도 기괴(奇怪) 처참(悽慘)하다. 수거집단을 연평도 제주도로 보내며 이송 중 사고, 수용시설 폭파. 외부 침투 후 사살 같은 집단살해의 의도가 담겼다고 MBC는 보도했다. 1, 2, 3차 등 ‘500여 명 ’수집‘의 '수거계획‘을 적었다. 계엄 이후 차례로 체포, 처리(처치)한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등에 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 언론들은 전했다. 불출이 아닌, 저 500여 명 리스트에 든 분들 등골이 오싹했겠다. 죽었다 살아난 거다. 필자 같은, 불출인 ‘보통 사람들’은 가슴 쓸어내리며 안도하고 (속으로나마 참극 피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미국작가 유진 오닐의 ‘잘못 태어난 자를 위한 달’이란 희곡이 있다. 얼핏 책 목록을 보니 어떤 번역 판(版)은 ‘불출들의 달’이라고 제목이 달렸다. 우리 출판계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쳤다. 아, 불출은 ‘잘못 태어난 자’라는 뜻이로구나. 저 냉소적 아이러니,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관점에 따라 예외는 있겠으되, 저 500여 명 중 상당수는 우리 공동체의 정직(正直)과 평화를 위해 ‘나’를 흔쾌히 할애(割愛)하거나 심지어 희생까지 하는 선각(先覺)들이다. 저기 끼지 못한 ‘다행(多幸)’을 ‘불출’이라 여기는 이 불출의 마음은 여태 복잡하다. 옳은 일을 위해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사회는, 필시 ‘잘못 태어난 사회’일 터다.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신축 매입 등의 방안을 내놨다. 미분양 증가로 역시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사정도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정부의 지방에 대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지원책에 대해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미분양을 방치하면 자칫 전국 부동산 시장 모두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직접 매입,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 신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 시 경상성장률(3.8%) 초과 허용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동시에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확대 시행도 지방 건설경기 상황을 고려해 오는 4~5월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또 빌라 등 비아파트에 한해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 사업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까지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정부가 설정한 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직접 매입 물량은 3000호 수준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주택 2000여 호를 매입했던 LH가 이번에도 해결사로 나서게 됐다. 현재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재산세뿐만 아니라 양도세·종합부동산세까지 감면받을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이 대폭 강화됐다. 반면, 수도권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의 실정을 도외시한 정부의 대책으로는 여전히 지방의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약세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칫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될 수 있고, 매입 할인율을 둘러싼 논란마저 확산할 우려가 높아 지역 건설경기 보완책으로써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란 혹평마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4251채로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2072채)와 인천(1546채)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미분양 증가가 단순한 부동산 시장 침체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건설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은행권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도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건설 프로젝트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수도권 미분양이 늘어나면 PF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택 미분양의 발생 원인은 복잡하다. 경기침체·금리 인상 등 경제적 요인, 과도한 신규 공급·부동산 개발 계획의 오류 등에 의한 주택 공급 과잉, 불리한 위치·환경 문제 등 위치 및 환경적 요인, 부동산 규제 강화·세금 정책 등 정책적 요인, 부정적인 시장 전망·가격 하락 우려 등 소비자의 심리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동한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도권 미분양 해소를 위해 과거 성공했던 정책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정부가 발표한 ‘4·1 부동산 종합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신축 및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5년간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수도권 미분양 해소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사실상 부동산 문제는 이제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를 가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비수도권 미분양 문제를 다스리는 해법과 동시에 수도권 미분양 대책도 추구돼야 한다. 단순히 역차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수도권을 위한 대책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해법이 안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을사년 설날 벽두부터 매스컴을 통해 전해 듣는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 관련 소식이 과히 충격적이다. 딥시크가 개발한 생성형 AI를 발표하자마자 AI 종주국인 미국의 자존심이 추락한 걸 지켜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아마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 게 분명하였을 것이다. 이번 딥시크의 충격을 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출현한 것만큼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오픈소스 모델 가운데 리더보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폐쇄 소스 모델과 당당하게 맞서 경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으로 저비용 고성능의 장점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중국의 헤지 펀드 하이 플라이어(High-Flyer)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으며, 창업자인 량원펑은 저장대학 출신의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컴퓨터 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의 기업 가치는 최대 22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딥시크는 강력한 AI 기업으로서 오픈AI의 GPT-4와 비슷한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최신 모델로는 V3로, GPT-4o와 비슷한 수준이며, 메타(META)의 라마3(Llama3)를 능가하는 결과를 기록했다고 한다. 또 R1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추론 특화 AI 모델로, 오픈AI의 최신 모델과 비견될 만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엔비디아 H800 칩 약 2,000개만 사용하여 훈련했다고 한다. 이는 서구 기업들이 사용하는 수만 개의 칩보다 훨씬 적다. 메타의 라마3 모델보다 약 1/10의 적은 비용으로 개발하여 적은 데이터로도 고성능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비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난 AI 모델이라는 평판을 받는다. 딥시크가 가지고 있는 이점은 오픈소스라는 데 있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신흥국이나 저개발국들은 이제 자국 실정에 맞게 딥시크를 변형시켜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산 AI가 그들 국가의 표준이 된다. 그동안 자체 AI 모델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고난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므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 일본이나 한국 같은 선진국, 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 대국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왔다. 하지만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신흥국이나 저개발국에서도 소수의 AI 엔지니어를 비롯해 어느 정도 조건만 갖춘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딥시크의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다양한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 셈이다. 향후 이들 신흥국이나 저개발국들이 딥시크를 기반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하면 세계 AI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이유는 바로 가성비다. 딥시크는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 개발비의 1/10~1/30의 비용으로 고성능의 AI 모델을 내놨고,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딥시크의 출현은 이미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 딥시크가 추론 모델 R1을 출시하자, 고성능 AI 칩 무용론이 제기되며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가 폭락했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성능 AI 칩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수출해 큰 이익을 보는 등 업계의 지형 변화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기술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1일 핵심사업으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빅테크들이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국 16개 주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대형 AI 인프라 확충사업이다. 바이든 전 정부는 중국의 대국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반도체·전기차·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사업을 추진하였으며 ‘반도체 칩4’ 동맹에 역점을 두었다. 반면, 트럼프는 집권 초반부터 차세대 첨단산업을 주도할 AI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챗GPT의 주인공인 오픈AI CEO 샘 올트먼을 주축으로 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생성형 AI 덕분에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광풍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AI를 기업 핵심역량으로 지정하여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샘 올트먼은 “AI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보다 훨씬 빠르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피지칼AI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단순히 언어모델만이 아니라, 가전제품,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바이오, 군사 무기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샘 올트먼은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삼성전자 이재용, 소프트뱅크 손정의 등 3자 회동을 통해 스타게이트 사업을 협의하였으며,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과도 만났다. 한·미·일 기업들이 힘을 합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트럼프 2기 정부의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AI 산업에서 대국굴기를 이루기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와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미국 AI 기업들보다 가성비가 높은 생성형 AI 기술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 충격으로 세계 AI 반도체를 석권하고 있는 엔비디아 시총 880조 원이 사라졌다. 미국 빅테크가 중국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중 간에 AI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이 AI 기술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의 핵심산업인 전기차,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4대 빅테크인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AI 관련 분야에 총 320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가들은 중국 딥시크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정보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딥시크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에 비하면 AI 인프라 구축 투자 규모가 적은 데다 AI 인재육성도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과감한 규제개혁과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AI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