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사회연대경제는 ‘전환의 시대’ 한복판에 있다.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사회연대경제 기본법’이 3월까지 국회에서 처리되면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물론 비영리조직 등도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액하는 등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 10월 행정안전부가 사회연대경제의 주무부처로 지정되면서,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관련 예산 증액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생태계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소셜벤처가 공공과 민간 시장의 핵심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딥테크 기반의 소셜 임팩트 고도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공급망 구축, 사회성과 기반의 금융 및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셜벤처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시스템 변화’를 주도해 가야 한다. 경기도가 사회연대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선도해 온 지방정부인 만큼, 올해 경기도 소셜벤처들이 보여줄 행보는 대한민국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척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 소셜벤처의 핵심 전략과 비전을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 비전: 국가 난제를 해결하는 ‘임팩트 유니콘’의 요람. 이제 소셜벤처는 더 이상 ‘착한 기업’이라는 수식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2026년의 비전은 ‘사회적 난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임팩트 유니콘’으로의 도약이다. 특히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요약판이다. 여기서 검증된 소셜벤처의 성장모델이 국가 표준이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 전략적 선택 : AX(AI 전환) 기술과 지역(Local)의 결합. 올해 소셜벤처가 생존을 넘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할 전략은 ‘AX’와 ‘로컬 공급망’의 결합이다. 2026년 소셜벤처는 AI와 로봇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경기도의 고령화 문제, 기후 위기 대응에 AI 솔루션을 접목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감으로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벤처들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 가야 한다. "기술 없는 임팩트는 확장성이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이다. 정부의 핵심 공약인 ‘지역 기반 기본서비스’를 주목해야 하며, 돌봄, 에너지, 교통 등 필수 서비스를 소셜벤처와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연대해 공급하는 모델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 성과의 증명: SVI(사회적가치 지표)의 데이터화. 2026년은 ‘사회연대경제 기본법’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직접적인 금융 혜택과 인센티브로 연결되는 해가 될 것이다.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내 소셜벤처들은 자사의 임팩트를 수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데이터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 전환의 시대, 사회연대가 혁신이다. 2026년 소셜벤처 앞에 놓인 과제들이 녹록지만은 않지만 정책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순풍이 불고 있다.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급격한 시장 경쟁 심화는 더 높은 전문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하지만, ‘경쟁보다 협력, 독점보다 공유’라는 사회연대경제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셜벤처들이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지역 공동체와 깊이 결속할 때 비로소 ‘전환의 시대’를 주도하고 혁신의 불씨를 당기는 주체가 될 수 있다.
4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 전체 주민등록 인구 5111만 7378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84만 822명(5.69% 증가, 2024년:1025만 6782명)이었다. 고령 인구 비중은 21.21%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재작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천시 역시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인천 지역 10개 군·구의 전체 인구 305만 1961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7만 5012명(18.8%)이었다. 아직 초고령사회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2023년 16.6%, 2024년 17.7%에 이어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천 역시 머지않아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지역 돌봄 통합 지원법’을 시행한다. 의료·돌봄·주거·복지 서비스를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통합 제공하도록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역할과 책무가 명시돼 있다. 오는 3월 27일부터는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노쇠·장애·질병·사고 등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복합 지원이 필요한 노인·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통합 돌봄’ 서비스가 실시된다. 노인과 장애인들이 살던 곳에서 개인별 필요에 따라 맞춤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생활권 단위의 돌봄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퇴원 환자 단기 지원 등 신규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방정부가 대상자의 돌봄 필요도를 조사한 뒤 지원 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재택의료센터와 통합재가기관을 확대하고 퇴원환자 집중 지원, 방문 재활, 영양 등 신규 서비스와 지역별 특화 돌봄 서비스 개발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인천시의 통합돌봄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지자체별 통합돌봄 준비 현황’에 따르면 전국 평균 준비율은 81.7%다. 광주와 대전·세종의 경우 100%다. 그런데 인천은 고작 52%다. 꼴등이다. 수도권 대도시 임에도 경북(58.2%), 전북(61.4%), 강원(75.6%) 보다 낮다. 조례는 제정돼 있지만 전담 조직 구성, 전담 인력 배치, 신청·발굴, 서비스 연계 등 핵심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준비가 미흡하면 자칫 사업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인천지역의 공공 요양시설과 돌봄 서비스 확충은 노인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인천시는 적극 수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천 시민의 외로움과 고립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인천시 고독사 사망자는 260명,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935명이나 됐다. 하루 평균 2.6명이나 됐다. 2024년 기준 인천시의 1인 가구는 41만 2000 가구다. 이는 전체 가구의 32.5%인데 매년 6%씩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연구원이 인천지역 60~80대 고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0.8%가 외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에 인천시는 ‘외로움돌봄국’을 신설하는 등 요양·돌봄 인프라 확충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경기신문 9일자 1면, ‘초고령사회 문턱 인천… 돌봄 준비 ‘느릿느릿’’) 지난해 12월 11일에는 민관이 함께하는 ‘외로움 대응단 발대식’도 개최했다. 그런데 선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요양보호사의 낮은 처우와 불안정한 근무 환경이 시정돼야 한다. 견디다 못해 현장 이탈이 반복되면서 노인들을 지원할 복지서비스가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천시 노인 복지 정책에 대한 이해와 추진 의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 “예산 부족과 정책적 관심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전용호 인천대 교수의 고언도 수용해야 한다. 광역노후준비지원센터를 운영하고, 복지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인천시의 약속이 지켜지기 바란다.
운전대를 잡고 볼일을 봅니다. 똥을 누고 오줌을 쌉니다. 혹시 눈길이 마주칠까, 차창 너머를 살피며 생리현상을 해결합니다. 그렇게 모멸과 수치를 견뎌야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아니 현실입니다. 철도 기관사들은 그렇게 열차를 운전합니다. 새해가 열렸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2026년 1월 12일, 오늘도 그들은 운전대를 잡고 볼일을 봅니다. 운전석을 비울 수 없어서,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달리는 열차 운전실에서 볼일을 봅니다. 볼일을 보는 순간에도 기관사는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없습니다. 열차에는 ‘데드맨 스위치’가 있어서, 기관사가 5초 이상 핸들에서 손을 떼면 스스로 멈춰섭니다. 의식을 잃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기관사에게 벌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볼일을 봐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도 기관사는 핸들에서 손을 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화장실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소지하는 게 ‘에티켓 백’입니다. 고상한 용어 같지만 별것 아닙니다. 에티켓 백 안에는 휴대용 접이식 좌변기가 들어있습니다. 접이식 캠핑 의자처럼 생겼는데,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그 휴대용 좌변기를 가방에서 꺼내 운전석 옆에 펼치는 겁니다. 참을 수 있는 인내력이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더듬더듬 좌변기를 펼칩니다. 그렇다고 기관사 본연의 업무를 방치할 순 없습니다. 다음 전철역에 도착하면 승강장 위치에 정확하게 열차를 멈추고 문을 열어 승객을 태워야 합니다. 용변을 위한 절차는 열차가 출발하고 난 뒤에야 다시 가능합니다. ‘비상용 배변 봉투’를 좌변기 구멍에 맞춰 덮어씌우고, 그 위에 쪼그려 앉아 용변을 봅니다. 그리곤 서둘러 봉투 안에 응고재(凝固劑)를 넣고 봉투 주둥이를 묶어야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응고재는 악취가 객실로 옮겨가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 모든 절차를 기관사는 한 손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음 역에 다다를 때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한 본연의 업무를 계속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억지로 참고 버팁니다. 행여 그 순간, 차창 밖의 누군가와 눈길이 마주칠까 두려워서입니다. 여성 기관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선택은 방광염에 시달리더라도 참고 버티는 것입니다. 그 선택을 위해 ‘스토퍼’라는 약을 먹기도 합니다. 용변을 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알약인데, 물이 없어도 녹여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으로도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답은 하나, 어떻게든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인천이든 신창이든, 마천이든 방화든, 대화든 오금이든, 참고 버텨야 화장실로 뛰어갈 수 있습니다. 다음 열차를 출발시키기까지 기관사에게 허락된 시간은 15분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장실로 달려갈 순 없습니다. 우선 열차 꽁무니에 있는 반대편 운전실로 이동해서 ‘회차 준비’부터 해놓아야 합니다. 그러곤 무전으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보고를 마친 뒤에야 달려갈 수 있습니다.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올라 역사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향해서 말입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전철을 타고 가다가 용변이 급해 내린 적 있습니까. 철도 기관사들은 삼백육십오일 용변을 참으며 열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나와 당신의 출퇴근을 위해, 당신과 나의 안녕을 위해, 기꺼이 발이 되어주려 핸들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2025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은 헐리우드 중심의 글로벌 콘텐츠 질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흥행 성과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의 정서와 문화 규범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필자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때 시청률 80%를 넘기던 현장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2천년대 초 주몽, 허준, 대장금, 선덕여왕으로 대표되는 사극을 통해 형성된 신뢰는 이후 꽃보다 남자와 같은 하이틴 로맨스물로 확장되며 청소년층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중동의 어느 나라에 방문했을 때 허준 돌풍 후에 주몽과 선덕여왕이 동시간 대에 방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남성들은 주몽을 보고 싶어했고, 여성들은 선덕여왕을 보고 싶어했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아내들이 드라마도 마음대로 못 보느냐며 항변하자 TV를 더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류가 오락을 넘어 사회적 소비 현상으로 확장된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이슬람 문화권의 방송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국에서 제작하는 영상의 콘텐츠는 수준과 재미가 부족했고, 반면 해외 콘텐츠를 방영하기에는 성적 묘사, 폭력, 호러물이나 마약 소재에 대한 검열이 매우 엄격했다.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혹은 서구 콘텐츠들은 이들의 심의와 검열을 통과 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제한 조건은 한국 드라마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한국 공중파의 심의 기준과도 부합했는데 한국 콘텐츠는 성적 장면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감정의 축적과 서사로 대체했다. 전쟁이나 갈등을 다루더라도 신체 훼손과 유혈을 최소화한다. 서구권 드라마처럼 자극적 장면이 이야기 전개의 핵심 장치가 아니었기에, 편집 없이도 완결된 이야기가 가능했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인물 중심 서사다. 권선징악, 고통받는 인물의 회복이라는 보편적 서사가 더해지며 종교와 문화를 넘어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세밀하게 따라가며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제작비가 부족하던 시절 스펙터클한 장면 연출의 한계와, 빠르게 진행되던 촬영 스케쥴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 원인이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가족과 이웃, 일상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OTT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한국 드라마의 방향성도 변하고 있다. 좀비물, 고강도 액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물이 늘었고,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정서적 공감의 밀도는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학교 폭력과 같은 소재가 반복 소비되며 한국 사회가 ‘문제적 사회’로 단순화되는 점 역시 우려할 지점이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 고발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자극이 목적이 되고 어둠이 서사의 전부가 될 때, 콘텐츠는 공감의 언어가 아니라 피로의 언어로 전락한다. 한류의 힘은 더 센 자극이 아니라 덜어냄의 미학,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보편성에 있었다. 이제 한국 콘텐츠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자극으로 주목을 붙잡을 것인가, 보편성으로 신뢰를 쌓을 것인가. 그 선택은 콘텐츠 산업을 넘어, 한국 사회가 세계 앞에 어떤 얼굴로 기억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똑같은 참전용사인데 단지 거주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각기 다른 보훈수당을 받는 해묵은 차별문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불합리다. 김현정(민주·평택병) 의원이 7일 국회에 대표발의한 ‘보훈 격차 해소 3법’이 비로소 이 창피스러운 현실을 타개해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용사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예우를 차별받는 현실은 언어도단이다. 차제에, 문제점을 말끔히 해소할 혁신방안이 도출돼야 할 것이다. 김현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훈 격차 해소 3법’은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참전유공자법’,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은 국가보훈부장관이 지자체 수당 지급 기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이 가이드라인은 단순 권고에 그치지 않도록 국가가 각 지자체의 가이드라인 준수 실적을 고려해 수당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차등 보조할 수 있는 실효적인 장치를 구축해놓고 있다. 현행 국립묘지법상 국립호국원 안장 대상은 참전유공자나 장기복무 제대군인, 30년 이상 재직한 경찰·소방공무원 등으로 한정돼 있다. 개정안은 30년 이상 재직한 군무원과 보국훈장 수훈자 역시 국립호국원 안장 대상에 포함하고, 국립묘지 내에 ‘군무원 묘역’을 별도 설치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김 의원은 “국가를 위한 희생에는 어떠한 소외나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유공자분들의 명예를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 책임 보훈’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의원은 국가보훈 행정의 허점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펼쳐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국가보훈부장관 인사청문회 때부터 꾸준히 문제의식을 표명해왔다. 당시 김 의원은 지자체별 재정 상황에 따라 참전 수당 지급액이 천차만별인 ‘지역별 격차’ 문제를 지적하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수당을 대폭 인상해 그 격차를 해소하고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어서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기국회에서 올해 ‘참전·무공·4.19 유공자 수당’을 정부안 대비 월 10만 원 추가 인상하는 증액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도록 이끌었다. 김 의원은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3만원 인상안’은 유공자들의 헌신에 비추어 턱없이 부족하다”며, 직접 ‘10만원 추가 인상’을 명시한 서면질의서를 제출하는 등 증액에 앞장섰다. 국가보훈은 단순한 보상과 예우를 훨씬 넘어선다. 국가보훈의 본질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공을 세운 이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고, 그 정신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것이다. 국민은 보훈을 통해 국가를 위한 희생의 가치를 공유하고,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키운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지원은 국민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건강한 국가와 사회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토대로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보훈은 그야말로 국가 존립을 위한 기초 골조에 해당한다. 나라를 위해 바친 고귀한 희생에 대한 국가적인 기림과 보상은 빠트림이 있거나 추호도 형평성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전근대적이고 허술한 관리로 인해 기초단체의 형편에 따라 참전용사들의 수당이 전국적으로 들쭉날쭉한 채로 장기간 방치돼온 우리의 현실은 참담한 역사 그 자체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그 역할의 일부를 미뤄왔다는 사실부터 말이 안 되는 모순이었다. 희생에 대해서 나라가 온전히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 나라를 위한 자발적 헌신을 기대할 근거가 사라진다. 나라를 지킨 보훈 대상 국민을 정말로 명예로이 여기고 대우해주고 있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국회에서의 관련법 손질을 기점으로 이젠 확실하게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보훈 선진국은 저절로 이룩되는 게 아니다.
공동주택 하자 소송에서 타일 하자는 거의 모든 사건에서 다루어지는 쟁점입니다. 특히 벽체타일의 경우,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른 부착강도 기준(0.39MPa 또는 4kgf/㎠) 미달 시 하자로 판단하는 것이 실무상 확립되어 있으며, 그 보수비용은 주로 타일 뒤채움 부족의 정도에 따라 모르타르 주입 또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비용으로 산정됩니다. 그러나 바닥타일의 경우, 중력의 영향으로 탈락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벽체타일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바닥타일의 부착강도 부족 역시 벽체타일과 동일한 기준(0.39MPa)을 적용하여 하자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법원은 건축공사 표준시방서가 벽체와 바닥을 구분하지 않고 접착력 시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바닥타일의 부착강도가 부족할 경우 들뜸, 파손 등이 발생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기능상, 안전상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한편 시공사는 바닥타일이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적인 강도 저하가 발생하거나 입주민의 사용에 따른 부착력 약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법원은 이러한 시공사의 주장에 대하여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단지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닥타일 부착강도 부족 하자의 보수방법으로 ‘에폭시 주입공법’이 새로운 쟁점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타일을 철거하지 않고 줄눈을 통해 에폭시 수지를 주입하여 부착력을 보강하는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그 효과에 대한 입증 부족을 이유로 법원이 채택을 주저하기도 했으나, 최근 판결들은 이를 합리적인 보수공법으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법원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방법이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고 입주민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는 점을 고려하여, 감정인이 에폭시 주입공법을 적정한 보수방법으로 제시한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자의 보수가 반드시 원상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 및 안전상의 지장을 제거하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면 충분하다는 법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반면, 에폭시 주입공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판결도 다수 존재합니다. 이러한 판결들은 에폭시 주입만으로는 타일 하부의 공극을 완전히 채우기 어렵고, 이로 인해 내구성이 부족하여 하자가 재발할 위험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따라서 타일 부착강도 부족이 초래할 수 있는 안전상 우려 등에 비추어 에폭시 주입공법으로 보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철거 후 재시공 비용으로 하자보수비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원은 아파트 바닥타일의 부착강도 부족을 명백한 하자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그 보수방법을 두고는 전면 재시공과 ‘에폭시 주입공법’에 대한 입장이 나뉘고 있어, 법원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각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제안된 보수공법의 유효성 및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한 보수방법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중문화 산업에서 '재능'이라는 단어는 종종 모든 허물을 덮어주는 만능 치트 키로 활용된다. 할리우드의 아미 해머나 에즈라 밀러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들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범죄와 스캔들로 대중에게 배신감을 안긴 수많은 스타의 사례는 늘 기묘한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스크린 위에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한 흡인력,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수익은 자본의 논리 앞에서 도덕적 흠결마저도 '값비싼 개성'으로 치환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해야 한다. 그들이 가진 대중성이라는 자산이 과연 타인의 고통과 사회적 공정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기어이 지켜내야 할 절대적 가치인가? 그동안 업계는 '작품은 작품으로만 보아야 한다'라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하지만 현대 대중문화는 순수 예술과 달리 대중의 지지와 정서적 유대를 자양분 삼아 작동하는 상업적 시스템이다. 배우의 인지도는 곧 권력이며, 우리가 지급하는 관람료는 그 권력을 유지해 주는 물리적 기반이 된다. 범죄를 저지른 배우의 작품을 비판 없이 소비하는 행위는 단순히 콘텐츠를 즐기는 행위를 넘어, 그가 저지른 악행이 시장 가치라는 장막 뒤로 숨을 수 있도록 은신처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타가 공동체가 합의한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를 저버렸다면 그가 누리던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역시 즉각 반납되는 것이 상업적 정의이자 시장의 순리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은 '기회의 비대칭성'이 초래하는 현실이다. '검증된 흥행 카드'라는 이유로 문제의 인물들에게 반복해서 면죄부를 주는 시장의 관행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수많은 성실한 연기자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우리 사회가 이른바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는 이들의 스타성에 과도하게 집착할 때, 그들보다 더 신선하고 건강한 매력을 가진 잠재적 스타들은 발견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라져간다. 이는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도 인기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위험한 신호를 업계 전체와 미래 세대에게 전파하는 꼴이다. 결국 악마의 재능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결단은 예술에 대한 편협한 검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본의 논리에 매몰된 문화 시장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는 주체적인 소비자 주권의 행사다. 냉정하게 말해, 대중문화의 역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배우'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기성 스타들에게 부여했던 과도한 상징성을 거두어들일 때, 비로소 자본의 게으름 때문에 가려져 있던 새로운 얼굴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공정한 운동장이 마련된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문제가 된 인물의 연기에서 억지스러운 감동을 짜내는 것보다, 인간적 예의와 성실함을 갖춘 이들의 활약을 응원하는 것이 공동체의 문화적 품격에도 훨씬 유익하다. 이제 제작 현장과 자본은 '익숙한 악인'을 캐스팅하여 위험을 회피하려는 관성적 안일함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대중 역시 그들이 제공하는 일시적인 유희가 결코 공짜가 아님을, 그것이 누군가의 눈물과 이름 없는 배우들의 기회 박탈 위에 세워진 신기루임을 직시해야 한다. 재능이 도덕적 치외법권을 보장해 주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더 가치 있고 윤리적인 곳에 시선과 비용을 투자할 권리가 있으며, 그러한 선택들이 모여 더 맑고 공정한 대중문화의 토양을 일궈낼 것이다. 악인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방식이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라며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기업이 가야 한다”고 말 한 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의 이전’을 뜻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김 장관의 발언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과 지산지소형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지역과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관련 업계의 우려 역시 높다.(관련기사: 경기신문 5일·7일자 1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 불씨에 정치 쟁점화’ ‘용인 반도체 전면 재검토를’) 사실 이전론은 김 장관 발언 이전에도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10일 ‘K-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달라”고 하자 전라북도 국회의원과 도의회, 시·군의회, 시민·농민단체 등이 나서 용인 국가산단·클로스터 재검토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RE100 산단과 연계해 새만금으로 반도체 관련 시설을 분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용인 국가산단·클로스터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 장관의 발언은 모닥불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 됐다. 같은 여당 내에서도 갈등이 나타났다. 그 동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안호영(민주·전북 완주진안무주) 국회의원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 수급과 송전망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새만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전북도당도 “새만금 이전을 포함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획이 반영되고 실행되도록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미래 밥그릇을 빼앗길 수 없는 용인지역 정치권의 반발은 거세다. 이상식(용인갑)·손명수(용인을)·부승찬(용인병)·이언주(용인정) 등 민주당 용인 국회의원들과 남종섭(용인3)·전자영(용인4) 도의원은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통해 “현실성 없는 이전론이 거론되면서 불필요한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이전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가장 크게 반발한 사람은 이상일 용인시장이다.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주장은 나라를 망치겠다는 것”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대통령과 총리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잘 진행되는 용인의 반도체 프로젝트를 장관이 브레이크를 거는 건 개인의 생각인가, 여론 떠보기인가, 아니면 선거를 의식한 정치용 발언인가”라는 이 시장의 말에 정부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입장을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 대통령이 도지사 시절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뚫고 유치한 역작이며 도는 전력·용수·교통 등 산업기반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국가와 기업, 지역이 함께 준비해 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상 추진하고, 남부권은 재생에너지·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확립해 가면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경기남부가 아닌 다른 지역에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그만큼 입주 기업들의 메리트도 줄어들 것이라는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홍상진 명지대 교수의 지적처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부와 지방정부가 면밀히 검토하고 정한 국책사업이자 미래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이 걸린 사안”이다. 특히 이미 토지 보상 절차도 이행되는 상황에서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사안이 절대 아니라는 홍교수의 말은 지극히 타당하다. 용인 반도체 클로스터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지난해 12월 17일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군사정전위원회의 권한과 절차에 대한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 남측 비무장지대(DMZ)의 민사행정과 구제사업이 유엔군 사령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DMZ가 대한민국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출입 허가권이 전적으로 유엔사에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유엔사는 이미 2021년 성명에서도 DMZ 출입 통제를 ‘법적 지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정전위원회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해 설치된 임시기구다. 그러나 정전 이후 70년이 훌쩍 넘도록 존속하고 있다. 유엔사는 유엔의 독립된 국제기구가 아니라 안보리 결의에 의해 설치된 보조기관이며,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사령부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문제가 논의되었으나 안보리가 설치한 기구는 총회 결의로 해체할 수 없다는 점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는 유엔, 북한, 중국이며 대한민국은 서명하지 않았다. 정전위원회를 구성하던 중국군은 1958년, 북한군은 1991년 이후 철수했다. 현재 유엔사는 유엔기구도, 주한미군도 아닌 미군이 운용하는 별도의 법적 주체로 남아 있다. 그동안 유엔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반복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2018년 남북 철도 공동조사 불허, 2019년 대북 타미플루 지원 지연, 정부 각료와 외교사절단의 DMZ 방문 불허, 최근 국가안보실 차장의 DMZ 출입 제한 등이 그 사례다. 이는 정전관리 권한을 넘어선 대한민국 국가주권의 제한이라고 할 것이다. 이 성명은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이재강(2025.8.29)·한정애(2025.8.25) 이병진(2024.6.28) 의원 등이 발의한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DMZ법)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들은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서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1년 12월 합의되고 1992년 2월 18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2조에서 규정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문제’를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안은 유엔사의 정전관리 임무에 장애를 주지 않고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북의 분단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으므로 이들 법안은 통일이 될 때까지 분단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다음과 같은 사태가 예상된다. 첫째, 남북한간 군사합의가 이행되더라도 한국정부의 결정이 유엔사 결정에 종속되고, 둘째, 한국군에 대한 공식 지휘권을 갖고 있지 않은 유엔사가 비무장지대 정전관리권으로 한국군의 행동을 제한하게 되고, 셋째,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에게 전환되더라도 유엔사는 비무장지대 정전관리권으로 한국군을 통제할 수 있다. 이제 국민주권정부는 유엔사가 그동안 정전체제를 유지하여 온 것은 인정하되 대외적으로 정전협정 당사국간의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주력하고, 대내적으로는 남북기본합의서와 9·19 남북군사합의를 바탕으로, 입법 추진중인 DMZ법·한강하구법 등으로 국가의 영토주권을 재정립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유엔사의 정전 관할권의 환수를 적극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요즘 교육 담론은 대체로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급변하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장이 반복될수록 학교는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기관으로만 이해되고, 정작 지금 여기에서 아이들이 겪는 삶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곤 한다. 학교가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기 이전에, 아이들이 현재를 견디고 서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붙잡고 싶다. 현시점 한국 교육은 세 가지 큰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첫째는 인구 구조의 급변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은 단순히 학급 편성과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학교의 목적을 묻게 만든다. 더 많이, 더 빠르게 가르쳐 경쟁시키는 모델이 약해지는 대신,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돌봄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작은 학교든 큰 학교든, 이제 교육은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관계의 깊이를 중심에 둬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둘째는 기술 변화다.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 학습 도구, 온라인 플랫폼은 학습의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이때 학교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따라가기보다 기술이 놓치는 것을 붙들어 주는 것이다. 기술은 답을 빠르게 제공하지만, 왜 그 답이 필요한지, 그 답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 내 삶과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스스로 묻지는 않는다. 학교는 여전히 질문을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가르치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셋째는 불평등의 심화다. 학습 격차는 성취의 문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언어의 격차, 경험의 격차, 관계의 격차로 번져 아이의 자존감과 선택지를 좁힌다. 이때 공정은 같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보충수업 한 번, 프로그램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에서 만나는 어른의 수,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환경, 다시 시도할 기회가 얼마나 주어지는지가 불평등을 줄인다. 이 전환 앞에서 교육정책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신뢰다. 학교는 불신이 커질수록 문서를 늘리고, 증빙을 요구하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사는 민원과 평가 사이에서 방어적으로 변하고, 아이들은 실수와 도전을 피한다. 교육은 본래 느리고, 관계적이며, 불확실성을 품는 과정인데, 학교가 점점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기관이 되면 배움은 얇아진다. 그래서 미래 사회에 대비한 교육 개혁의 방향은 무엇을 더 하게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어 줄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사의 행정 부담을 덜고, 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분리해 주며, 학생의 수업과 생활이 안정되도록 최소한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 말이다. 교실이 흔들릴 때 교육과정은 작동하지 않는다. 반대로 교실이 안정되면, 새로운 시도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미래 대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를 미래라는 이름으로만 압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은 미래의 인재이기 전에 지금의 시민이고, 지금의 어린이다. 학교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오늘의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돕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언어와 태도를 기르게 하며, 불확실한 세계에서도 스스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목표는 유행하는 키워드가 아니라, 교육이 오래도록 품어 온 본질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교육이 물어온 질문이 ‘아이들의 무슨 역량을 더 길러야 하나’였다면, 다음 질문은 이랬으면 한다. 아이들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학교가 회복해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