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혹은 현기증이라고 하는 단어는 아주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감각을 표현한다. 현기증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고 말할 때나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서 말했던 이중의지에 의한 영혼의 현기증, 혹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에 어지러움을 느낄 때처럼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고 아찔한 상태를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제자리에서 코끼리코 놀이처럼 코를 잡고 허리를 숙이고 제자리에서 여러번 돌 때나 초고층빌딩 옥상에서 아래를 바라볼 때도 순간 어지러움을 느낀다. 우리 마음과 몸이 급격한 외부의 변화상황에서 똑바로 서 있거나 자세를 유지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생리적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반복되고 심하면 병리적 어지러움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인체는 시각, 귀의 전정기관. 뇌, 소뇌와 뇌간 그리고 신체감각과 자율신경계까지 서로 유기적으로 외부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조율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 각각의 기관에 하나 이상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예를 보면 50대의 A는 10년전부터 앞으로 쏠리며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들기도 하고 발 밑 땅이 움직여서 훅:꺼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핑도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침에는 괜찮다가 오전의 일을 마치고 점심먹으러 나가면서 걸을 때 혹은 커피숍에서 줄서서 기다릴 때 처럼 예기치 않게 어지러웠다. 최근 몇 달 더 심해져서 병원에서 검사상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을 진단받다고 하였다. 몇 병원에서 큰 호전이 없어서 내원하였다. A는 5-7일에 대변을 1회 보는 오래된 변비, 귀를 비롯해서 피부의 염증이 자주 생기고 잘 낫지 않았다. 잠들기 어려운 불면경향, 경추의 긴장과 추간판탈출증, 화병과 절망감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동반되는 우울감, 뇌가 과민해져 있는 중추성 감작의 소견을 보였다. 일련의 증상들은 자율신경과 면역기능의 저하에 영향을 주었기에 상담과 통합한방치료를 통해서 기능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치료를 하었다. A의 어지럼이 절반이상 순조롭게 좋아지고 있을 무렵 처음 내원할 때처럼 어지럽다면서 다급히 연락이 왔다. 알고보니 귀의 외이도에 염증이 있어서 이비인후과에서 항생제 등등의 약을 며칠전 처방받아 복용을 하였고 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복용하고 있는 6가지약은 항생제와 진통소염제 그리고 위장약, 호흡기 감염 치료제, 알러지질환 치료제, 비충혈제거제였는데 이 중 4가지가 드물게라도 어지럼증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약이었다. 귀의 염증이 다소호전된 상태라 약을 중단하였고 치료를 지속하였다. 어지럼증은 다시 잦아들었고 2개월여가 지나서 처음 내원시의 고통이 10이라면 1,2 정도로 일상에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 정도로 호전되었다 A는 균형을 유지하는 기관 중에 뇌-자율신경의 기능이상으로 기립성저혈압이 발생했다 화병과 신체화장애 양상도 같이 있었다. 나이가 들고 전정기관과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호전되는 중에는 양약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다시 어지럼이 발생했다. 하나의 어지럼증은 이렇게 복합적인 조건들로 발생하고 호전과 악화에 상호 영향을 미친다. 소화 대변 등 장기능의 저하, 불면으로 인한 충분한 휴식의 부족은 자율신경기능과 면역을 저하시킨다. 오랜기간 분노와 슬픔 등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화병과 신체화 장애도 자율신경기능저하와 어지럼을 동반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5일 열린 최고회의에서 “극우 성향 커뮤니티나 극우 집회 등에서 내란을 선동하거나 유력 정치인에 대한 테러를 예고하는 자들이 준동하고 있다”며 폭력과 테러를 부추기는 자들과 테러를 예비하는 자들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의 말처럼 총기 구입, 폭탄테러, 살해 등 소름이 끼치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길 건너편에서 날아온 날달걀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는 일이 발생했다. 윤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달걀과 바나나 등을 던지자 경찰이 우산을 펼치며 막으려 했지만 미처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테러범을 즉각 체포해 엄중히 처벌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관련 기사:경기신문 21일자 2면, ‘백혜련, 尹 파면 시위 중 달걀 봉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찰도 영상자료를 분석하고 투척자를 추적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귀령 대변인의 논평처럼 달걀이 아닌 흉기였다면 어땠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일이다. 만약에 돌이나 쇠붙이, 폭발물이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백의원만 공격을 당한 것이 아니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도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우측 허벅지를 가격 당했다. 이 의원은 “한 남성이 날라차기를 하듯 제 오른쪽 허벅지를 발로 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는 폭도들이 얼마나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낼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표현 방식은 언제나 평화로워야 한다”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결정이 지연되면서 일부 시위대의 행동이 나날이 과격해지고 있다. 서부지법이 폭도들에 의해 공격당해 무법천지가 됐고 윤 대통령 지지자 2명이 분신해 사망하기도 했다. 수원역 앞에서 탄핵 촉구 1인 시위를 하던 김동연 경기지사도 얼마 전 테러를 당했다. 한 남성이 행인이 맥주캔을 던졌다. 다행히 맥주캔이 김 지사 몸에 맞진 않았다. 일부의원들은 테러 위협을 느낀다며 신변 안전을 위해 방탄복이나 방검복을 착용하기도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항상 경호원과 함께 행동하고 있으며 최근 당과 경찰의 요청에 방탄복을 입고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을 찾기도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방검복을 구매했다.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도 방검복을 착용한다. 지금 상황은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을 앞장서 막아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폭력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은 “헌재를 때려 부숴야 한다”고 막말을 했고 같은 당 박수영 의원은 “저 무도한 종북좌파 세력들 처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의원은 “좌파 사법 카르텔 반드시 무찔러 싸워 이겨야 한다”고 선동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옥중 서신을 통해 헌법 재판관인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을 즉각 처단하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거친 말을 내뱉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으니 몸조심하기 바란다” “경찰이나 국민 누구나 최 대행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말은 듣기에 따라 테러를 선동한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온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극렬시위대에 의한 대규모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민들의 자제와 경찰의 적극적 선제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한류(韓流. Hallyu)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엄청나다. 한국문화·역사와 한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K-드라마‧예능‧영화‧음악‧애니메이션‧출판‧웹툰‧게임‧패션‧뷰티‧음식 등을 즐기는 지구촌 한류 동아리가 112개국 1,748개이고, 한류 팬은 2억2497만 명이라고 한다(한국국제교류재단, 2023). 적극적 참여자를 기준으로 이 정도면 소극적 한류 향유자·소비자는 얼마나 될까. 적어도 3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글로벌 한류 현상의 저변에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인 전 세계 180개국 재외동포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국내 거주 다문화·외국인·유학생은 물론 해외진출 한국기업 종사자, 내·외국인 관광객, 심지어 북한동포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호감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류 팬덤(fandom)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와 같은 기존의 담론(談論) 수준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한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우리 각자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민간차원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인 해외출국자는 2872만 명이었다. 외국인 국내 입국자도 1696만 명에 달했다. 국내 총인구 5168만 명(통계청, 2025년)의 88%인 4568만 명이 국경을 드나들면서 우리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며, 이웃 문화를 국내에 소개했다. 이들 ‘벌과 나비’가 상호문화 이해와 존중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여행 동기·기간·방문지·연령·주소비층 간에 접점(contact point)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민간외교 차원의 인적 이동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특히 오랫동안 한국 제품·이미지·브랜드 수출을 견인해온 전 세계 재외동포의 글로벌 이동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차원이다. 한류가 국가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K-콘텐츠의 매력 확산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한류 생태계를 위해서는 꾸준히 제2, 제3의 시장을 찾아야 한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태리·캐나다·일본 등 G7 국가, 스페인·중국·튀르키예·멕시코·태국 등 관광대국, 인도·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브라질·방글라데시·러시아·필리핀·이집트·베트남 등 인구대국, 우즈베키스탄·호주·카자흐스탄·뉴질랜드·아르헨티나·싱가포르·키르기즈 등 재외동포 다수 거주국 등을 주요 타겟으로 하는 ‘한류 생태계 기반 구축 10개년 계획’ 수립·추진에 문화·외교·통상·동포 관련 부·처·청·위원회가 전략적으로 나설 때다. 셋째, 기업차원이다. 이미 삼성·SK·LG·POSCO·현대기아·한화·롯데·KB·신한·하나 등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접목한 ‘Korean Made’ 상품·서비스 출시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현지 사회를 위한 사회적 책임(CSR) 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매년 3월 17일만 되면 전 세계 17개국 50여 개 도시가 온통 녹색으로 변한다. 이른바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 때문인데, 이때 다수의 아일랜드 기업들이 적극 나서서 자신들의 글로벌 영향력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재외동포청이 주관하는 세계한인의 날(10월 5일) 기념식뿐만 아니라 우리 동포사회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백여 개가 넘는 한인이민자의 날, 한인 축제, 한국의 날, 코리안 퍼레이드·페스티벌, 한국문화의 달 행사에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야 하며, 현지정부나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카니발·다문화축제도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넷째, 대학차원이다.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초저출생·초고령화·지방소멸 위협에 대한 대비책으로 글로벌 한류 팬과 재외동포 차세대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하계·동계방학을 활용한 기숙사·교육시설·교과목 개방, 동포 차세대 모국초청연수와 예비대학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한류·한상·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오프라인 학사·석사·박사과정 개설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우리 민·관·산·학(民官産學)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동안 축적(縮積)해 놓은 네트워크·정보·재원·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글로벌 한류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을 다시 고동(鼓動)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색의 시대, 클릭 몇 번으로 세상 일 다 알고 해결 가능하다 여겼나. 허나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었다. ‘도대체 그는 왜 그랬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경험한다. ‘앞으로 어찌 될까?’ 또한 마찬가지. 클릭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유와 다음에 오게 될 세상을 짐작하는 것에도 클릭은 역시 무능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클릭 밖에는 방법을 가지지 못한 것인가. 스마트폰이 대신 해준다고 여겼겠다. 뭐든 치면 나오지 않던가. 이제 인공지능(AI)까지 ‘거인의 어깨’를 가볍게 밟고 날아오르는 듯, 심지어 그걸 만든 이들마저 당황하는 모양새다. 어떤 낱말이 어찌하여 저런 뜻을 가지게 됐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저 스마트한 장치들이 어원풀이도 꽤 하더라만, 한계 있더라. 기왕의 자료를 긁어모아 해(解 풀이)와 답(答 대답)을 내는 것이니 아직은 불가피하리라. ‘짐작’을 예로 들자.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리는 것’이 사전의 풀이다. 15세기 옛 문헌에서 그 활용의 초기 사례가 보이는 한국어인 짐작은 왜 저런 뜻을 갖게 됐을까? ‘짐작’에 ‘한국어’란 앞말을 붙인 건 ‘한자를 속뜻으로 하는 우리말(어휘)의 한 갈래인 한자어라는 점’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대다수(大多數)가 짐작(斟酌)하는 대로 한국어(韓國語)에는 한자어(漢字語)가 상당수(相當數)다. 저 한자를 염두(念頭)에 두고 궁리(窮理)하지 않아도 의미(意味)를 추측(推測)할 수는 있다. 허나 속뜻을 부담(負擔 짊어짐)하는 한자를 안다면 그 뜻을 대(對)하는 마음이 은근(慇懃)해지고 더 깊어진다. 의도적으로 한자를 병기(倂記·나란히 씀)했다. ‘춘향전’에 익살스럽게 나와 우리에게 익숙한 말인 ‘문자 속’이 드는 것이다. 쓰고 읽지는 못해도, 한자가 한국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안다면 글을 마주하는 마음이 밝아지고 편안해 진다. 한자와 문자(文字)는 같은 뜻이다. 술 따를 斟(짐)과 술 따를 酌(작)의 합체인 斟酌이 저런 뜻의 바탕이었다니 뜬금없다는 생각도 든다, 술 따르는 것이 짐작(궁리 또는 추측)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람? ‘두텁다’ ‘즐겁다’는 뜻 심할 심(甚)자는 술을 빚었던 뽕나무 열매 오디(葚 심)의 뜻이니, 곧 술의 비유다. 국자(구기)나 분량을 재는 말 두(斗)와 합친 斟(짐)은 그렇게 하여 ‘(술을) 따르다’는 뜻이 됐다. 술 또는 술통의 의미인 닭 유(酉)자와 국자 즉 구기 작(勺)을 합친 따를 작(酌)자가 짐(斟)자와 짝이 돼 이런 유서 깊은 말이 됐다. 풍진(風塵·바람에 날리는 티끌) 세상 다 잊어버리자며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목욕재계와도 같은, 천지신명(天地神明) 즉 세상 조화를 빚는 신령(神靈)을 향한 제사의 절차 또는 (마음)자세였다. 그 전제는 당연히 겸손한 경건이었으리라. 소주병처럼 속보이는 용기는 당시에 없었으리라. 도자기 술병을 잡고 신령님의 잔이 넘칠까봐 조심스레 따르는 모습이 짐작이다. 클릭하듯, 쉽고 부담 없이 추측하고 질러버리는 것이 아니다. 세상 이치와 사람들의 따뜻한 공동체를 염원하는, 합장하고 비나리를 바치는 뜻이다. 세상 어디건 그 염원은 간절하다. 서양산 인도산 박래품(舶來品) 종교라고 다를 것인가? 짐작의 본디를 되찾아야 할 때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정책은 독특하다.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관세 폭탄 정책을 통해 미국 이익을 추구하려고 든다. 바이든 전 정부에서는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방식을 좋아했다.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일본·대만과의 협력관계를 중요시했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을 만들어 미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주기로 약속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K-배터리 3사, 현대차그룹 등 한국기업들이 현지 공장 건립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는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관세 폭탄으로 설정하였으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관계를 포기하는 대신, 고관세 투척을 통해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미국 내 지지 세력을 위한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바이든의 핵심 정책인 IRA 폐지를 천명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4배 높다. 공정하지 않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반도체지원법 폐지 의사도 피력하였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거센 폭풍이 한국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경우, 미국 투자에 타격을 입게 된다. 현대차그룹도 IRA가 폐지될 경우, 경쟁사들과의 가격경쟁에서 영향을 받는다.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20%’라는 국가별 관세를 부과하며, 철강·알루미늄(25%), 자동차(25%)·반도체(25% 이상)에도 품목별 관세를 적용한다. 오는 4월 2일 이후에는 각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기반으로 양자 협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관세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철강·반도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우리나라 대외 수출의 주요국이기에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정책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미 정부는 관세 폭탄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외국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TSMC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미국에 1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상호관세는 대미 무역 흑자국들을 겨냥한 조치이다. 한국은 지난해 658억 달러 대미 무역흑자를 보았다. 상호관세는 고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문제 삼고 있다. 타깃 국가들과 일대일 협상을 위한 도구로 상호관세를 활용할 것이다. 비관세 장벽은 환율, 부가가치세, 각종 불공정 규제 등이 포함된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거래주의 방식을 선호하는 만큼, 정부는 조선산업 등 경제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발굴하고 협상카드로 제시하여 관세 폭탄 충격을 줄이는 한편, 미 정부가 지적하는 비관세 장벽 문제에도 철저한 대비를 통해 향후 양자 협상에서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하며, 기업들도 수출시장 다변화, 첨단 기술력 강화, 노사협력관계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 국민은 후보자를 머슴쯤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유권자들은 출마한 여러 후보자 가운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을 더 잘하는 후보를 뽑는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선거 기간 20일 남짓 동안은 머슴으로 오인할 수도 있을 법하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마다 자기가 나랏일을 가장 잘하는 머슴이라면서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내걸기에 더욱 헷갈린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를 살펴보면 국민이 주권자임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적시(摘示)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서는 이 나라의 주권자는 다름이 아닌 국민임을 밝히는 법 조항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와도 부합한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간략하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정치적 이데올로기’라고 표현한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 ‘(國)民主(人)主義’이다. 즉, ‘국민이 주인인 정치적 이념’으로 자해(自解)해 보았다. 그러나 후보자가 일단 선출되면 국민과는 상상을 초월한 신분 격차가 생긴다. 원래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공복(公僕)으로부터 다스림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는 국민을 백성 민(民)으로 표기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백성 민’의 어원(語源)은 백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걸로 보이는 요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그 유래가 상당히 잔인하다는 것이다. 갑골문에선 目(눈 목)과 切(끊을 절)이 살짝 겹친 글자(字)라고 한다. 그림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고 하는데, 사람의 눈을 형구(刑具)로 찌르는 모습을 본뜬 한자로서 노예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고대 상(商)나라 때 전쟁에서 패한 노예에게 저항력을 반감시키고 노동력을 유지하도록 한쪽 눈을 실명시킨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당시 심심찮게 자행되었던 인신공양(人身供養, human sacrifice)을 할 때 인위적으로 사람의 눈을 멀게 한 후, 의식용 제물로 바쳤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 뒤 시대가 바뀌어 동주시대(東周時代)와 춘추시대(春秋時代)에는 인(人)과 민(民)이 구분되었다. ‘인’은 사(士), 대부(大夫) 이상의 신분을 가진 일종의 귀족 계급이며, ‘민’은 그 이하의 피지배 계층이었다고 한다. 그 뒤를 이은 시대에는 ‘인’은 보편적인 인간을 나타내게 되고, ‘민’은 인의 범주 내에서 피지배 계층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부문 위상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에는 여태껏 수동적 존재라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있는 편이다. 민주주의는 독재에 맞서거나 저항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하여 흘린 피의 산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다. 혹자의 ‘죽은 자가 산자를 살렸다’라는 말이 ‘민주주의는 피의 산물’로 이해되는 것은 왜일까? 굴곡진 근현대사는 식민지통치로부터 자주독립과 주권 회복을 위해,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는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제와 군사독재정권에 맹렬히 항거하고 투쟁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당했다. 그러기에 작금은 선배들이 이뤄놓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차대한 시대적 사명이 아니겠는가.
수원시 일원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주차장 공급의 한계로 주차 공간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공서 주차장을 효과적으로 무료 개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또 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차공유사업’도 홍보 강화·주차장 정보공유 시스템 도입 등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자가용이 생필품인 시대에 시민들의 주차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지금보다 더 혁신돼야 한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기준 수원시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총 57만 5769대로, 54만 세대(인구수 123만 명)와 비교하면 세대당 1대 이상의 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관내 민간 위탁 주차장의 경우 5개소 총 727면, 공영주차장 48개소 총 8635면이 조성돼 있지만, 등록 자동차 수 대비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주차 문제와 관련하여 시정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에 시청과 구청 등 행정기관의 주차장을 무료로 전환해 개방해야 한다는 제안이 등장했다. 현재 관내 행정기관 주차장의 경우 각 동 행정복지센터를 제외한 시청과 4개 구청 주차장을 유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영통구청과 권선구청은 민원인에 한해 1시간 무료 주차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는 행정기관 주차장 무료 개방 의견과 함께 주차 질서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반응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수원시는 한때 근무시간 이외에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었지만, 장기 주차 등 문제와 청사 보안 등 애로사항이 문제가 돼 유료로 전환한 바 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주차장 무료 개방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부작용 우려만으로 공공시설물인 관공서 주차장 활용도를 넓히지 못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하루 중 주차 여유가 있는 시간대나 일과 후에 시민들이 편익을 볼 수 있도록 정밀 설계를 하여 조금이라도 활용도를 높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인 것이다. 장기 주차 문제만 하더라도 무료 이용 원칙을 세분화하여 차량별로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시간제 도입 등으로 무한정 차를 대놓는 일을 막아낼 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하자면 관리에 더 많은 공력과 비용이 들어갈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시의 주인인 시민이 조금이라도 더 안락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당연히 혜안과 여론을 모아서 추구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차공유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주차공유사업’은 시청·구청 등 행정기관을 제외한 민간·공공 기관이 무료로 주차장을 개방하면 시가 1개소에 연간 최대 1억 원(개방 1면당 100만 원), 시설개선 이후 유지관리비로 1개소당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사업에는 대부분 주차 면수가 많은 대형교회가 참여하고 있으나 운영 현황 등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흠이다. ‘주차공유사업’ 개념으로 개방된 주차장은 총 13개소다. 규정에 따라 주 35시간 이상 개방하도록 돼 있지만, 시설마다 개방 가능한 시간이 다르다 보니 시설이 위치한 인근 주민들이나 아는 사람만 주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도심 주차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시내 모든 주차 공간의 가용성을 모니터링하고 드라이버들에게 실시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용이하게 유도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 혼잡도 정보와 함께 주차 여유 공간이 실시간으로 제공되면 특정 지역에 몰리는 일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분간 자동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주차장 부족 문제도 지속될 것이다. 수원시가 획기적인 시스템 개발에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나뭇가지 끝에 연둣빛이 살짝 보이기 시작하면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는 것보다 자연은 계절을 거슬리지 않고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들을 알려준다. 나뭇가지에 작은 노란 꽃 산수유를 시작으로 화려한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나물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봄에 나오는 나물 중에서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 그 좋은 재료가 쑥이다. 이번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쑥을 이용해 술을 빚으려고 한다. 술 이름도 쑥 술이 아닌 艾(쑥 애)를 넣어 ‘애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곡물을 이용해 술을 빚어 완성된 술 빛깔 중 최고의 색은 연둣빛의 술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부재료인 쑥으로 맑은 연둣빛을 술에 녹여 보고 싶다. 향과 색으로 중무장한 ‘애주’ 빚는 법은 먼저 멥쌀을 깨끗하게 씻은 후 불려 가루를 빻는다. 물에 쑥을 넣고 팔팔 끓여 쑥 달인 물이 완성되면 가루에 부어 된죽을 만드는데 이것을 범벅이라고 부른다. 이때 날 쌀가루가 보이지 않게 잘 섞어준다. 물이 적게 들어가 죽을 쑤는 데 힘은 들지만, 범벅을 이용해서 술을 빚으면 향이 좋은 술을 얻을 수 있어 술빚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죽이 다 식으면 누룩을 넣고 버무려 통에 넣어 6~7 일정도 발효시키면 밑술이 완성된다. 발효를 시킬 때는 온도 변화가 없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마다 환경이 다를 수 있어 발효 기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 술이 만들어져야 다음 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밑술을 담그는 날 일부 쑥은 깨끗하게 씻어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서 3~4일 정도 말려준다. 생것보다는 향기 더 진하게 느껴지면서 형태도 잘 보존할 수 있다. 다른 재료들도 이 방법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음에 덧술 할 때 쌀 위에 올려 함께 쪄서 사용하면 좀 더 그윽한 쑥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쑥을 넣은 고두밥이 완성되면 차게 식힌 다음 미리 빚어 둔 밑술과 함께 버무려 발효시키면 덧술이 완성된다. 술이 다 익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30일가량 충분하게 발효시킨 다음 술을 걸러 맑은 술을 걸러 60일가량 숙성시키면 깊은 맛의 ‘애주’가 완성이 된다. 사람들이 완성된 술은 언제 걸러야지. 맛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쑥은 생것을 사용하는 것보다 살짝 익혀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미네랄 및 무기질, 비타민A 등이 풍부해 봄맞이 체력 보충을 위해서 쑥으로 음식을 해서 드시는데 쌀가루에 살짝 버무려 쪄낸 쑥버무리나 쑥개떡을 만들어 안주로 함께 내놓아도 좋지만 봄 도다리를 넣어 끓인 쑥 도다리국과 함께 향긋한 ‘애주’ 한잔이면 나른한 봄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술을 빚을 때 계절에 나오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따라 다양한 술을 빚어 볼 수 있는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영현(英顯)이라는 낱말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사용해 본 적은 없다. 낯설다. 사전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는 제사 때 쓰는 지방(紙榜)이다. 현대식으로 풀어쓰면, "아버님, 돌아가신 지 그 새 10년입니다. 오늘 저희가 마련한 이 자리에 오시어 함께 해 주세요."쯤 될 것이다. '현고'(顯考)와 '영현'(英顯)에 들어있는 '나타날 현'(顯)은 故人(죽은 사람)에게 '보고 싶으니 꼭 와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제사 지내면서, 후손들에게 교훈되도록 하려고 했던 그 의도(효심)는 사라지고, 이제는 그 뜻도 모른 채 부적처럼 쓰여지거나 그마저도 생략되어 사라지고 있다. '영현백'이라는 특별한 가방이 있는 모양이다. 육군 2군단이 지난 8월 22일, 서울에 있는 종이관(紙棺) 제조업체에 연락해서, "영현, 즉 시신 이동 보관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제작소요기간은 물론 한번에 몇 개까지 운송할 수 있는가. 사망자가 예를 들어 3000개가 필요하다면 어떻겠느냐. 종이관 1000개를 구매할 경우 가격이 얼마냐"고 문의했다는 것이다. mbc의 취재결과, 군이 시신처리를 위해 민간업체에서 관을 사들인 일은 창군 이래 한번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같이 통상적이지 않은 구매상담과 별도로, 육군은 최근 시신 임시보관 물품인 '영현백'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2024년 1월에 1800여 개였던 게 12월에는 4900여 개로 크게 늘어났다. 군은 비상계엄과 관련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노상원(전 정보사령관)은 윤석열 김용현 2인조와 함께 오래 전부터 은밀하게 계엄논의를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그의 수첩에 기록된 내용은 온국민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특히 이재명 문재인 조국 유시민 김어준 등을 나열했다. 그 리스트에 들어가 있지 않은 사람들은 그 날 밤 일제히 일비일희(一悲一喜)했을 것이다.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시시한 존재로 취급받은 것을 자못 섭섭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반대로,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나는 죽지는 않았겠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인지상정이다. 군대 보급품은 1종부터 10종까지로 분류된다. 1종은 쌀, 2종은 피복, 3종은 유류, 4종은 난로다. 시체는 10종이다. 사고사든 전사든 병사든 군대에서 죽으면, '폐품'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예비역들은 군대에서 죽는 것을 '개죽음'이라고 말한다. 비상계엄의 성공은 군부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독재정치를 박정희 전두환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펼친다는 것을 뜻한다. 그 경우,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문제의 인사들'을 살해하려던 흉계를 가진 사람들의 하수인들이 그 '특별한 가방'을 대량구매해 쌓아놓고 D-day’를 기다린 것은 아닐까. 12.3 비상계엄이 주동자의 뜻대로 되었다면, 우선적으로, 그는 평소에 인간적으로 또는 정치사회적으로 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앞날을 위해서 제거하는 게 유리하겠다고 판단되는 인사들 수천 명을 1차로 '수거'(收去)해 여러가지 방식으로 살해했을 것이다. 일부는 어선에 실려 공해(公海) 어딘가에서 수장(水葬)시켰을 것이며, 다른 무리는 강원도 어느 깊은산속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끌고 가서 총살했을 것이다. 그 시신들을 '영현백'에 담아서 처리할 구상을 한 것 아닐까. 한가한 소리 같지만, '수거'와 '영현'은 한 개인이나 한 집단이 한 입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들이다.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하다가 죽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그 군인을 목숨이 끊어지는 바로 그 순간 '10종'으로 취급하는 생명관(生命觀)의 계보다. 60년 넘도록 이 땅의 봄은 참으로 잔인하다. 만화방창(萬化方暢) 기화요초(琪花瑤草), 그 생명의 들판에서 벗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부르며 사는 것이 왜 이렇게도 이루기 어려운 소망이냐.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는 올해 총인구가 5168만 명에서 2072년엔 3622만 명 수준으로 대폭 감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 감소의 영향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인구 고용동향과 지속가능 발전지표 등 경제 사회 전반의 주요 지표 분석과 심층적인 이슈를 제공하기 위해 창간된 국회예산정책처의 ‘NABO 인구·고용동향 & 이슈’ 제1호에서 “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젊은 층이 많은 피라미드형 인구구조를 전제로 설계됐던 기존 국가 제도의 전면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반등했다. 올해 2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은 0.75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늘었다. 출생아는 23만 8300명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8300명(3.6%)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멈췄던 혼인이 늘어난 데다, 중앙·지방정부의 출산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주민등록인구는 12만 명 줄었다.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았던 것이다. 이 같은 인구 자연감소가 계속된다고 보았을 때 2072년 3600만 명으로 감소된다는 추산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출산율의 상승 반전 현상은 매우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인천시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신문(2월 28일자, 인천판 1면, ‘인천 출산율 껑충…i플러스 1억드림으로 전국 1위’)은 지난해 인천의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1만 5242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2만 5786명을 기록한 뒤 2023년 1만 3659명까지 떨어지며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도 뛰어 올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6명이었다. 이는 전국 평균 0.75명을 넘어선 것이다. 2023년엔 전국 평균 0.72명보다 훨씬 낮은 0.69명이었으니 9.8%나 상승했다. 조출생률(한 해 동안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도 4.6명에서 5.1명으로 증가했다. 전국 평균은 4.7명이었다. 혼인 건수 역시 전년 대비 13.8% 증가한 1만 3225건이었다. 인천시는 이처럼 출산·혼인율이 높아진 것이 ‘아이(i) 시리즈 정책’이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인천형 저출생정책 제1호 ‘아이(i) 플러스 1억드림’을 시행하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임산부에게 교통비 50만 원을 지원하는 ‘임산부 교통비’, 1세부터 18세까지 중단 없이 연 120만 원을 지원하는 ‘천사지원금’, 8세부터 18세까지 월 5만 원에서 15만 원을 지원하는 ‘아이(i)꿈수당’ 등이 포함돼 있다. 청년층의 인천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하루 임대료 1000원, 월 3만원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아이(i) 플러스 집드림’과, 제3호 ‘아이(i) 플러스 차비드림’ 등도 잇따라 시행됐다. 올해엔 혼인 건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출생아 수를 꾸준히 늘려나기기 위한 ‘아이(i) 플러스 이어드림’(미혼 남녀 만남 주선)과 ‘아이(i) 플러스 맺어드림’(혼인 장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는 앞으로도 지역 특성에 맞춘 정책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출산·육아 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정복 시장은 2월 25일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제2회 전국시도지사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중앙정부에서 한해 50조 원, 전체 국가 예산의 6~7%를 저출생 대책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2006년 이후 무려 380조 원이 투입됐지만,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236개 국가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 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강조했다. 정부와 지방정부들의 혁신적인 출산과 육아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