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사회를 살아 가면서 절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속속 겪으면서 사는 시대이다. 한국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을 휩쓰는 걸 보게 될 줄은 오랜 영화 경력을 가진 사람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내 평생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타는 걸 보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본도 오에 겐자부로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토록 수상을 노렸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미국의 폴 오스터도 그렇게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상을 타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사에 있어 통틀어서 전혀 예상을 못했던 일로 쿠테타 만한 일은 없다. 그런 점에서, 곧 화제와 이슈 면에서, 윤석열은 감독 봉준호와 작가 한강을 뛰어 넘었다. 실로 위대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유명이 아니라 오명과 악명이지만. 한국 영화계가 비교적 전혀 예상을 못한 일 중의 하나는 젊은 층 관객을 프로야구에 뺏길 줄 몰랐다는 것이다. 요즘 프로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 유니폼 하나쯤은 다 갖고 있을 정도이다. 프로야구 팬들 가운데는 2~30대 여성이 압도적이고 40대 이상의 ‘줌마’ 관람객들도 상당수이다. 여성들은 한국의 극장가를 좌지우지 했던 핵심 관객들이다. 그 관객들이 요즘 죄 야구장으로 가고 있다. 극장의 위기는 컨텐츠 퀄리티의 위기도 있지만 기존의 자신들을 지지했던 관객들, 청중들을 잃고 있다는 정치적 위기가 본질이다. KBO 관객은 지난 해 이미 천만을 넘어섰다. 2022년 600만, 2023년 800만에 이어 2024년에 1088만이 됐다. 대통령 후보든 국회의원 후보든 영화든 야구든, 중요한 것은 트렌드이다. 야구가 무서운 것은 관객수의 증가 속도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그 어떤 문화나 다른 스포츠 경기도 이기지 못한다. 영화가 야구를 당분간은 이기지 못하게 됐다. 심지어 일부 영화감독들도 영화보다는 야구를 보는 걸 선호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된 데에는 대체 불가라는 개념이 개입되고 있다고 미디어산업 평론가 조영신 박사는 얘기한다. 극장은 OTT든 VOD든 대체 가능한 플랫폼이 즐비하게 생겨나고 있지만 야구란 컨텐츠를 담아 내는 ‘야구장’은 현재로서는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치어리더들의 쇼가 있고, 약간 흥분해도 될 만큼의 치맥이 제공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신들을 연대시키는 동질의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걸 대체할 공간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야구장은 야구장이로되 극장은 더 이상 극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구가 영화를 이기든, 영화가 야구를 이기든 크게 보면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중이 즐기는 문화나 스포츠는 같은 목적을 지니는 것이다. '대중은 과연 그것으로 행복한가'에 달려 있다. 요즘의 영화가 대중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가. 그 질문에 영화는 진지하게 답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많은 영화들이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술도 안되고 돈도 못버는, 두 마리 토끼는 고사하고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범작들이 양산되고 있다. 야구에서 배워야 한다. 사람들을 흥분시켜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치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영화가 흥분을 잊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우린 자연스레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뇌가 부정을 ‘전혀’ 이해 못 한다는 건 과장이지만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말보다 무엇을 ‘하라’는 말에 더 잘 반응한다는 심리학적 원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아이들이나 초기 학습자에게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통해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뿐이겠는가?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장애물을 만날 때 그 장애물만 생각하면 우리 머릿속에선 장애물만 떠오른다. 오히려 그 장애물 사이의 길에 집중하면 우리의 인식은 그 틈을 향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 간단하지만 큰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는 2021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동영상 강의에 등장했고 짧은 클립으로 편집되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통찰을 준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이 강의를 접하기 한참 전에 비슷한 원리를 알고 있었는 듯하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격언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은 단순히 깨우침을 주는 속담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긍정적인 말을 많이 사용할수록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이성적인 사고, 판단력 등을 향상시키고 유동 지능을 높여 성취력을 향상시킨다. 반대로 부정적인 말을 하면 편도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불안 증세, 우울감을 느끼게 만든다. 결국 긍정적인, 부정적인 말이 내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내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건 단지 ‘긍정적으로 살자’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교훈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하면, 사고가 확장되고 정보 처리 능력이 활발해진다. 반대로 “안 돼”, “모르겠어”, “나는 원래 그래” 등의 부정적인 말들을 반복하면 뇌는 반복적인 실패와 회피 패턴을 학습하게 된다. 결국 내가 어떤 말을 하기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지 구조, 문제 해결 방식, 더 나아가 삶의 태도까지 달라진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머리로는 알겠는데 설명을 못하겠어요”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는다. 집요하게 대답을 요구하면 “모르겠어요”라는 결론으로 끝이 나거나 문장을 끝내지 않고 말끝을 흐린다. 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식의 습득을 멈추게 만든다. 아무리 서툰 생각 혹은 틀린 답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말로 표현해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를 확장시켜 지식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을 바꾸면 사고가 달라진다. 사고가 달라지면 우리가 문제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같은 장애물을 만나도 어떤 사람은 “이건 못 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이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말한다. 결국 사소해 보이는 언어 습관의 차이가 삶의 방향을 크게 갈라놓는다.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말의 사용은 결국 우리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 평소에 어떻게 말할 것인가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다. 어린 날 마주했던 표어처럼 오늘 하루만큼은 ‘바르고 고운 말’을 쓰고 더 나아가 긍정적인 말로 가득한 일기를 써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봄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오고 있는 계절, 코로나19가 안정화 되어가면서 피서철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MZ세대인 젊은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즐길수 있는 놀이방, 아동용 풀장이 있는 키즈 풀빌라를 많이 찾는다. 그중 풀빌라 사고 예방에 대해서 언급하려 한다. 2023년 1월 전남 담양 A풀빌라에서 물놀이 하던 5살 아이가 숨지는 사고, 2023년 7월 경기도 가평 B풀빌라 아동용 풀장에서 20개월된 남아가 숨지는 사고, 2023년 11월 경기도 가평C풀빌라에서 20개월된 여아가 물에 빠져 중태에 빠진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앞선 풀빌라 물놀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유아용 물놀이장도 방심은 금물! 물놀이는 안전사고가 흔히 발생한다. 작은 규모의 물놀이장이나 수영장도 미끄러짐,익사 등 사고위험이 있어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보호자가 함께 물에 들어가 돌봐주어야 한다.혼자 물에 들어가 놀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면 보호자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아이에게 주의시켜야 하며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사고가 날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물놀이하는 아이를 항상 지켜봐야 한다. 둘째, 구명조끼는 반드시 착용! 가평B풀빌라에서 발생한 20개월된 아이가 숨진 사고에 상황을 보면 아동용 풀장 수심이 80cm로 아이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물놀이를 하다 발생한 사고이다. 20개월된 아기들의 평균 신장은 80cm-85cm로 수심이 80cm인 풀장은 20개월된 아기가 두발로 서있기도 힘든 깊이이며 발을 헛디뎌 넘어진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구명조끼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더불어 신발은 잘 벗겨지는 슬리퍼보다 고정이 되는 샌들을 신기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물속에 날카로운 돌이나 유리조각 등에 의해 상처를 입을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응급처치 시설과 비상용품을 갖춘 풀빌라 투숙! 우리들은 여행가고자 하는 여행지나 투숙하게되는 숙소가 있다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위해 사전에 면밀히 알아보고 예약하기 마련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블로그, SNS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알수 있고 방문자들의 후기와 별점으로 해당 장소를 선택하기도 한다. 저자가 근무하고 있는 관내인 경기도 가평은 펜션과 풀빌라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중 새로 지어져 신축인 풀빌라의 시설이 안전하고 예방을 위한 응급처치 시설과 비상용품이 구비되어 있어 갖추어진 장소를 선별해 안전사고 없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 또한 풀빌라의 위치는 깊은 산속이나 계곡이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교통통행이 혼잡하거나 굽은 도로가 많아 응급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칠수 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숙하는 곳 인근에 의료기관,119소방서 등이 있는 풀빌라를 투숙하는 것을 권장한다. 풀빌라 물놀이 사고는 '내 아이에게 혹은 이웃인 옆집 아이에게'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물놀이 사고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아이의 부모인 어른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 32개월된 아이를 육아하는 엄마로서 풀빌라에서 가슴에 사무치는 일이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노동자들의 피가 묻은 빵을 계속 먹어야 하나?” “빵보다 목숨 값이 싸다” 거대 식품기업인 SPC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를 비난하는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9일 새벽 시흥시에 있는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빵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몸이 빨려 들어가 변을 당한 것이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평소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거리면 작업자가 몸을 깊숙이 기계 안으로 넣고 윤활유를 뿌리곤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0일자 7면 ‘SPC 공장서 또 사망 사고…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고가 나자 공장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SPC는 안전을 챙기는 척만 한다” “사측이 보여 주기식 대책만 반복하면서, 정작 현장은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SPC 공장에서 발생한 인명사고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에도 평택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작업자가 야간근무 중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졌다. 이후 회사의 비인간적인 대응도 지탄을 받았다. 회사는 끔찍한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작업자들의 트라우마는 아랑곳없이 사고 직후에도 사고 발생 기계와 동일한 기계를 제외하고 공장을 정상 가동했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발생 기계와 동일한 기계에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노동부는 추가 작업중지를 권고했고, 회사는 해당 층의 작업을 중지했다. 이 소식을 들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샤니, 삼립식품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사지말자는 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당시 기계에는 자동 방호장치가 없었고,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SPC는 노후 기계 교체, 안전 장비 설치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1년 후인 2023년 10월에 이번에 사망사고가 난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빵 포장기계에 50대 작업자가 손을 다쳤다. 이어 11월엔 컨베이어가 내려앉아 작업자가 중상을 입었다. SPC 계열사 성남 샤니 공장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10월엔 작업자의 손가락이 절단됐고, 2023년 8월에는 50대 작업자가 장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는 매년 수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식품 대기업이다. 그럼에도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그 이유를 ‘일시적인 사고 수습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노동계도 분노하고 있다. SPC에 대한 강도 높은 특별근로감독과 공장 전체에 대한 구조적 점검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근본적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장 감독자 등을 불러 안전 수칙 미준수 여부를 수사하고 있으며 공장 내 CCTV 영상 분석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돌입했다. SPC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잇따른 노동자 사망·부상 사고로 물의를 빚은바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에서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 회사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만든 사람들, 즉 정작 책임져야 될 사람들은 빠지고 말단 현장 관리자들만 처벌하니까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에 정부와 경찰, 회사 모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성명에서 주장한 것처럼 3년 전인 2022년 평택 SPC 계열 SPL 제빵공장사고 때 제대로 처벌했다면 이번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다뤄야 할 이유다.
이주 배경 학생 수가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교육부의 2024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 배경 학생 수는 19만 3,814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3.8%에 해당한다. 다문화 학생 수를 처음 집계했던 2006년만 해도 9천여 명 수준이었던 규모가 20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학령기 전체 학생의 지속적인 감소세와 미취학 다문화가정 아동의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006년 이래 정부는 매년 다문화가정 자녀 대상 교육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교육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2012년에는 공교육 내에 최초로 한국어(KSL; Korean as a Second Language) 교육과정이 도입되었고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교재가 개발되었다. 2017년에는 ‘개정 한국어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으며 이에 따라 학교급, 학년군별로 세분화된 교재가 새롭게 개발 보급되었다. 2023년 9월에는 기존의 다문화교육 지원 정책 외에도 중장기 계획으로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2023-2027)’이 발표되었다. ‘다문화학생 교육기회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성숙한 교육환경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세부 추진 과제들을 마련한 것이다. 관련 정책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고민해야 할 점들이 있다. 먼저, 교육 대상의 범주와 용어의 문제다. 최근까지만 해도 ‘다문화 학생, 다문화가정 자녀, 다문화 배경 학생’ 등으로 사용되던 용어를,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여 ‘이주 배경 학생’이라는 용어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널리 사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문화사회 언어교육 문제에 대한 논의가 우리보다 먼저 시작된 미국 사례를 보면, 1968년 이중언어교육법 제정 이후 통상적으로 사용되어 오던 LEP(Limited English Proficiency), NNES(Non-Native English Speakers) 등의 용어가 결핍을 강조하고 부정적 인식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ELL(English Language Learner), CLD(Culturally Linguistically Diverse) 등 언어적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중립적 용어로 교체된 바 있다. 현재 이주 배경 학생은 크게 국제결혼가정, 외국인 가정으로 나뉘고, 이중 국제결혼가정은 국내출생자녀, 중도입국자녀로 나뉘어 있다. 처음 한국어 교육과정이 도입되던 당시만 해도 탈북학생, 장기 해외 체류 귀국학생 등의 범주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후 발표된 다문화교육 지원계획에는 난민학생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다. 정부정책 기조에 따라 특수 학습자군이 포함되기도 배제되기도 한다. 소외되는 사각지대가 없도록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문화교육이 이주배경 학생의 부족한 한국어 능력과 학업 성취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한정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문화교육은 이주배경 학생뿐 아니라 전체 학생과 교사, 학교 구성원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출신 국가나 민족, 인종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이 모두 나고 자란 환경이 다르고 개별적, 집단적 정체성을 지닌 고유의 존재라는 점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과 화합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밖에도 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소규모 교사 연수 모임의 활성화 방안, 학교장 및 기관장 등 리더의 다문화교육에 대한 신념과 가치, 인적 물적 자원을 포함한 학교 환경 전반의 다문화적 역량 강화 문제, 학부모 교육과 지역사회 네트워크와의 연계 문제, 지역적 다양성에 기반한 특화된 정책 도입, 접근성이 약한 소외된 지역에 대한 정책 추진 방안, 한국어 교육과정 및 교수법의 다양한 모형 개발, KSL 교원 자격제도 및 교원 처우 개선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학계와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다문화교육 및 한국어교육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연구 성과들이 다양하게 축적되어 있다. 이것이 울타리 밖으로 흘러나가 다양한 경로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 정책 입안자와 행정 담당자, 학부모 및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 서로가 서로의 역량과 자질을 강화시키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경계를 허무는 활발한 의사소통, 이에 기반한 다양한 정보와 자료, 가치와 인식이 공유되어야 한다.
‘자원봉사’금전 등의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자원봉사를 사전적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파주 도시관광공사 직원과 현역 군인이 이런 자원봉사의 숭고한 의미를 퇴색시키다 들통이 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DMZ 안보관광지인 제3땅굴에 근무하고 있는 공사 직원이 업무 지원을 위해 파견 나온 현역군인의 봉사시간을 허위로 작성해준 것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여 동안이다. 군인의 직급이 부사관 최상위 단계인 원사임에도 퇴직을 얼마 남지 않은 군인에게 허위라도 봉사시간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공사 직원은 봉사시간이 허위인 것을 알면서도 봉사시간 입력 전산시스템에 입력했다는 것에 또 의문이 생긴다. 두 사람의 실수(?)로 공사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인증된 활동처 기관에서 해지되는 수모를 당했다. 파주에 등록된 434개의 활동처에서 징벌적 해지는 공사가 최초라고 하니 공사의 직원들이 뿌듯해(?) 할지 모르겠다. 파주 도시관광공사는 파주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행정기관이다. 비록 공사이긴 하나 엄연한 행정기관이기에 청렴과 투명 그리고 행정기관의 구성원으로 갖춰야 할 정직은 말해 뭐할까? 그런 공사의 직원이 봉사시간을 허위로 작성해 올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 황당한 것은 허위작성 사실로 취소처리 된 사실을 윗선에 보고했다는데 보고를 받아야 하는 그 윗선은 보고를 받은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럼 그 담당자는 누구에게 보고를 한 것인가? 이어진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것인데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다. 채근담에는 ‘관복을 입은 도둑이 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공사의 직원과 군인 모두 관복을 입은 사람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누구보다도 정직해야 하고 청렴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이이 돼야 한다. 두사람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봉사시간을 도둑질 한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사는 철저한 내부감사를 통해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해야한다. 또 직원들의 교양교육을 통해 정직과 신뢰, 청렴을 바탕으로 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할 것이다. 현역 군인이 속한 소속부대에서도 반드시 경위를 파악해 관련규정에 따라 징계절차가 이뤄져야한다. 군은 국민을 지키는 기관이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관을 기만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음지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봉사자들의 땀방울이 파주 도시관광공사와 군인의 그릇된 잘못을 덮고 있다. [ 경기신문 = 김은섭 기자 ]
경기 시흥에 위치한 편의점과 체육공원 등에서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힌 이른바 ‘시흥 흉기 사건’은 강력사건 예방에 취약한 치안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한번 노정했다. 시흥시에서는 지난 2월에도 한 남성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복형제인 친형과 편의점 알바 여성을 잇달아 살해하는 강력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범인을 신속히 검거한 일을 시비할 이유는 없으나 허술한 우범자 예찰 시스템 등 강력사건 대비책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방’이 ‘검거’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19일 오전 9시 34분쯤 중국 국적 50대 남성이 시흥시 정왕동 소재 편의점에서 점주인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21분 최초 범행이 있던 편의점에서 1.3㎞가량 떨어진 한 체육공원 주차장에서는 70대가 복부를 흉기로 찔려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범인을 체육공원 피해자 주택의 세입자인 중국동포 차철남으로 특정해 수배 전단을 배포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편의점 CCTV 영상을 확인했으나, 영상이 흐릿해 용의자가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 외에는 신체적 특성이나 옷차림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범행 현장 인근의 CCTV를 확인하던 중 사건 당시 편의점 앞을 지나던 승용차를 용의차량으로 판단, 차적 조회를 통해 차주의 신원이 중국동포 50대 차철남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 씨의 주소로 찾아간 경찰은 집 안에서 2구의 시신을 차례로 발견했다. 시신들은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으며, 타살 혐의점이 확인됐다. 차철남의 집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두 사람은 서로 형제 사이인 중국동포로 추정되고 있다. 차철남은 범행 직후 자전거를 유기한 장소로부터 약 300m 떨어진 시화호수 1로 노상에서 사건 신고 약 10시간 만인 이날 오후 7시 24분께 검거됐다. 시흥경찰서로 압송된 차 씨는 살인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저한테 돈을 꿨는데 그걸 12년씩 갚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흥에서는 지난 2월에도 살인사건이 발생했었다. 경기도 시흥시 거모동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복형제인 친형을 살해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20대 알바 여성을 잇달아 살해하는 강력사건이 일어났다. 동기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주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등 흉악한 강력사건은 일순간에 공동체 구성원 삶의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변고다.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온통 범인 검거에만 몰두하면서 예방과 재발 방지책에 관해서는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는다. 강력사건에 대해서 대다수는 ‘강력한 처벌’을 가장 유용한 범죄 예방책으로 거론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은 교묘한 범죄 수법만 낳을 뿐 범죄 예방 효과는 현실적으로 거의 검증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다. CCTV 설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사건 후 범인을 검거하는 데는 획기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범법 가능성이 높은 우범 인물에 대한 예찰에는 거의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인권침해 논란과 예산 타령을 넘어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환경 속에서 범행이 우려되는, 이상행동을 하는 우범자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와 추적관리와 분석 같은 예방 시스템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극을 막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다소 과하더라도 무고한 시민이 졸지에 죽고 다치는 일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 아닌가. 살인사건 범인을 빨리 잡아내는 경찰의 노고는 얼마든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사건 발생 예방 활동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일하다가, 길을 가다가 느닷없이 희생되는 이웃을 ‘개인적 불운’으로만 치부하고 살아가는 사회의 ‘야만성’을 이제는 충분히 부끄러워해야 할 때가 됐다.
대선레이스가 한창이다. 선거기간에는 참으로 많은 말들이 오간다. 마음에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서로를 비방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말투’다. ‘말투’란 방어학사전에 의하면 화자가 말을 하는 상황이나 문맥(context)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하는 언어 변종(linguistic variety)을 일컫는다.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란 말이 있다.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을 이겨 예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인 공자가 주장한 인(仁)의 실현방법이다. 자신의 사적인 이기심, 분노, 욕망 등의 감정을 절제하고,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 도덕적 행위기준 등의 도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인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상일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자기 수양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극기복례의 의미를 ‘말투’에 적용하고 싶다. 말하는 방식은 단순한 표현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철학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 생각대로 자기감정대로 상황이나 문맥도 생각하지 않고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건조한 상대방의 말투에 기분 나빠지는 경험을 심심찮게 하게 된다. 반면 상대를 존중하는 부드럽고 정중한 말투를 지닌 사람에 대해 자연스레 신뢰감이 느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기본 덕목이다. 그러나 사회가 커지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존중의 마음이 사그라들고, 자기중심적 사고가 팽배해진다. 이런 이유로 조직에서 가정에서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는 말투를 쓰게 된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자신의 말투를 점검하는 것이다. 우선, 말투에 ‘친절함’을 입히자! 인간은 모두 존엄한 감정의 동물이다. 존중받는 느낌을 주고받을 때 비즈니스도 가정생활도 원활하다. 친절함이 묻어나는 말투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성숙한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목소리 톤은 적당하게, 말투에 부드러움을 담아 교양있는 어휘로 대화해 보자. 다음으로, 솔직함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솔직함은 매우 중요한 도덕적 덕목이다. 그래서 솔직해야만 된다는 생각에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때론 솔직함이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단점이나 문제가 아니라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대화법도 필요하다. 그리고 꼭 말해야겠다면 마치 샌드위치가 생긴 모양대로 칭찬, 핵심메시지인 조언, 긍정의 말 순서로 부드럽게 말하는 게 좋다. 말의 형식 역시 지시형이 아닌 제안형으로 바꾼다면 서로를 존중하면서 대화할 수 있다.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임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상대를 목적으로 대하는 친절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면 말투는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듣기 좋게 변한다. 대선주자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고심하는 나날일 것이다. 후보들의 말투와 행동으로 국민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좋은 삶으로 인도할 품격있는 대통령이 잘 선출되기를 바란다.
분홍빛 봄꽃이 하나둘 지고, 하얀 배꽃이 만발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술이 있다. 바로 ‘이화주’다. 이름 그대로 ‘배꽃이 필 무렵에 담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상 그 술에 배꽃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화주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전통주다. 쌀만을 원료로 해 빚는 고급주로, 과거에는 사대부나 부유층 등 특권 계층만이 즐기던 귀한 술이었다.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요록’, ‘주방문’,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양주방’,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30여 종의 고문헌에 이화주에 대한 기록이 전해질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화주를 빚기 위해서는 특별한 누룩인 ‘이화곡’이 필요하다. 이화곡은 멥쌀을 하룻밤 불린 뒤 곱게 갈아 체에 쳐서 고운 가루를 만든 후, 오리알 크기로 단단히 뭉쳐 만든다. 여기에 솔잎이나 볏짚을 사이사이에 끼우고 약 30도 내외의 따뜻한 곳에서 2주 정도 띄우면, 표면에 솜털 같은 흰 곰팡이가 피어난다. 이것을 말린 뒤 겉껍질을 벗기면 속의 연한 미색이 드러나는데, 이 과정을 거쳐 속까지 곱게 뜬 이화곡은 절구에 넣고 곱게 빻아 술 빚는 데 쓰인다. 누룩이 준비되면 본격적인 술 빚기가 시작된다. 멥쌀을 깨끗이 씻어 하룻밤 불린 뒤 곱게 갈아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익반죽을 한다. 이 반죽으로 도넛 모양의 ‘구멍떡’을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낸 뒤, 뜨거울 때 멍울지지 않도록 고르게 펼쳐 식힌다. 여기에 이화곡 가루를 넣고 섞는데, 수분이 적어 손으로 버무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만든 술덧을 항아리에 담아 2~3주간 발효시키면, 새콤달콤한 이화주가 완성된다. 걸쭉한 질감은 마치 떠먹는 요거트를 연상시키며,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여름철에는 찬물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풍미는 떠먹을 때 비로소 온전히 느껴진다. 이화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봄날의 햇살과 정성스러운 손맛이 깃든, 계절을 담은 음식이자 문화다. 꽃이 피는 짧은 시기에만 빚고 맛볼 수 있는 이 특별한 술 한 숟가락에, 조상들의 지혜와 사계절을 음미하는 섬세한 감성이 담겨 있다. 현재에도 전통 방식의 이화주를 계승하고자 여러 양조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순당의 ‘이화주’, 술샘의 ‘이화주’, 예술의 ‘배꽃 필 무렵’, 양주골이가전통주의 ‘이화주’, 백주도가의 ‘이화주 참’ 등에서 그 깊은 맛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짧은 봄,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쉬운 계절에 어울리는 술. 이화주는 그렇게, 봄을 담아낸 술이다.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이 고립·은둔 청소년의 일상 회복과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청년재단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심리적 어려움과 사회적 관계 단절로 고립된 청소년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학습·체험·사후관리 등 전 과정 통합 지원을 골자로 한다. 고립·은둔 청소년은 잠시도 방치돼서는 안 될 존재다. 국가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바람직하다.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은 일단 청소년에게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부모에게는 자녀 이해를 돕는 교육과 자조 모임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사례 관리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발굴부터 사후관리까지 전담 상담 인력이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단은 전담인력 4명을 중심으로 대상자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지원체계 구축 및 유관기관 연계를 통한 고립·은둔 청소년의 지속적인 사회복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고립·은둔 청소년이란 고립 또는 은둔 기간이 최소 3개월 이상이며, 지적장애가 없으면서 대부분 자신의 방이나 집안에만 칩거하고, 학업 또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거의 없으며, 가족 이외의 관계가 거의 없는 9세에서 24세 연령의 청소년을 말한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만9160명 가운데 고립·은둔 청소년은 각 2412명, 2972명으로 전체의 28.1%(5484명)로 확인됐다. 외출 빈도에 따라 ‘은둔’ 상태를 판단하고, 가족·학교 등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을 점수로 측정해 ‘고립’ 상태로 분류했다. ‘방에서도 안 나온다’고 응답한 초고위험군도 395명(2.1%)에 달했다. 고립·은둔 상태인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76점으로, 비고립·은둔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 7.35점보다 훨씬 낮았다. 과거 고립·은둔 상태를 경험한 뒤 다시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는 응답도 39.7%에 달했다. 사회적 관계가 사실상 끊어진 채 지내는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6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는 조사 결과는 소름이 끼친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70.1%가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고, 55.8%는 실제 공부나 취미 활동을 통해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에 해법의 실마리가 있다. 아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물 수 있는 공간(79.5%), 경제적 지원(77.7%), 혼자 하는 취미·문화·체육활동 지원(77.4%), 진로활동 지원(75.1%) 등을 당장 필요한 도움으로 꼽았다. 고립·은둔 청소년이 발생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학교폭력 등 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의 심화’와 ‘경쟁적인 교육환경’ 등이다. 물론 가정환경이나 개인적 기질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법도 발생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추구돼야 할 것이다. 문제 학생들을 별나라의 존재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해결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도 된다.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의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신호탄으로 우리 사회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좀 더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외로운 늑대’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청소년의 고립·은둔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의 가능성을 사장(死藏)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어리석은 방관이다. 사회생활 실패자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은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온 사회의 정성이 필요하다. 나아가 학교폭력과 성적 만능주의에 찌든 교육환경을 혁신하는 일로 확대돼야 한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근시안적인 정책들이 멀쩡한 아이들을 나락으로 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