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대안)은 272명의 의원이 재석한 가운데 찬성 238인, 반대 7인, 기권 27인으로 가결됐다. 그리고 올해 1월 경기도내 수원·고양·용인시와 경상남도 창원시는 ‘특례시’가 됐다. 특례시란 기존 광역지방정부(시·도)와 기초지방정부(시·군·구)의 중간 단계 지방정부라고 할 수 있겠다. ‘행정·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 감독에 대하여 특례’를 받을 수 있다. 100만 이상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 행정수요·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것이다. 돌려 말하자면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된 점이 큰 진전이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특례시가 된 도시들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이면서 ‘기초..
1980년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대처 총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는 기존의 자유주의를 넘어서 경제영역에 국한되었던 시장논리를 전 사회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즉, 사회는 없고 오로지 시장만 존재하므로 모든 사회구조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고,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자유경쟁 체제의 도입과 복지정책의 축소, 노동자의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유연화정책, 기업활동의 자유를 위해서는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두 슈퍼 강국의 주도하에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라는 타이틀로 포장되어 전 세계를 장악했다. 우리도 1990년대 후반 IMF 구조기금을 받아야 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합류되었다. 세계화는 능력주의라는 미명하에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세계관, 사회 구조적 모순까지 개인과 집단의 능력문제로 환원해 버리는 21세기판 사회진화론으로 고착되었다. 자유주의가 20:80의 사회라고 한다면 신자유주의는 1:99의 사회로 상징되는 양극화의 시대였다. 신자유주의의 주장 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공기업의 민영화이다. 공기업은 사기업과 달리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데에 있는 기업을 말한다. 전기, 수도, 도로, 철도같이 국민의 실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공기업이다. 대부분 국가가 공공이익을 창출하는 분야의 사업을 전담하는 국영기업의 형식으로 공기업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눈에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니 흑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한전의 독점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무리 변명을 한다 해도 한전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역대 부패정권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관리를 핑계로 선진화 또는 합리화, 정상화해야 한다며 민영화를 주장해 왔었다. 자신들이 낙하산으로 비전문가를 파견해서 장악하니 공기업이 엉망이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지금도 KTX의 황금노선을 빼앗아서 만든 SRT가 운영 중이다. 흑자를 내던 KTX가 연간 1조 원대 적자를 보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SRT의 흑자가 되고 있으니 눈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한전이 민영화된다면 당연히 대기업들이 달려들 것이고 다음 단계는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2015년 텍사스의 한파에도 비싼 전기료 때문에 난방을 못 하던 사태가 곧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시장은 국민의 삶의 질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 집권했나 하는 불안한 생각은 여기서 머물질 않는다. 왠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민영화의 바람이 불 것 같다. 한전은 서곡일 뿐이고 인천공항, 가스, 수도, 민자고속도로, 민자다리 등등 줄줄이 이익이 눈에 보이는 데 가만히들 있겠는가. 하여간 한숨이 길어지는 시간이다.
여성질환을 치료하다 보니 한의원에서 월경통을 호소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8년 전이었다. 선배의 한의원으로 문의전화가 왔었는데 부인과질환은 잘 보는 후배가 있다고 하며 나에게 보낸 모양이었다. 환한 인상의 씩씩한 분위기의 40대인 그녀는 모 대학병원에서 자궁에 근종이 3개 있다고 진단받았다. 월경통 외에는 자궁근종으로 인한 불편감이 없어서 통증을 잘 조절하며 폐경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될 터였다. 문제는 3개월 전부터 월경통이 무척 심했고 강력한 진통제로도 조절이 되지 않아서였다. 그러자 그 병원에서는 자궁절제술을 권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수술을 한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치료법을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하였고 한방치료를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와 만나게 되었다. 그녀..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옆 좌석 안모 집사님이 내 손을 잡더니 말문을 연다. ‘오월은 참 좋습니다. 나뭇잎의 싱싱한 기운도 좋고 짙은 숲의 깊은 느낌- 모두 싱그럽고 시원스러운 빛입니다.’라고. 나는 엉뚱한 그러나 싫지 않은 답변의 인사말을 드렸다. ‘저는 계절의 5월보다 안 집사님의 아들 ’0록‘이의 봉사하는 모습이 더 든든하고 5월의 청년으로서 자랑스럽고 장래가 푸르러 보입니다.라고.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봄이다. 5월의 봄날에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는 노인들도 젊은 모습이다. 피천득 선생은 《오월》이라는 수필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청신한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이어서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라고도 했다. 내 어머니 별명이 ‘앵두’이어서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피천득 선생은 ‘오월’이라는 수..
춘추시대 진나라 중군위의 직에 있던 기해(祁奚)가 나이 70에 이르러 고령을 이유로 왕 도공(悼公)에게 사직을 청했어요. 기해를 붙잡을 수 없음을 안 왕은 적합한 후임자 천거를 부탁했대요. 그러자 기해는 놀랍게도, 원한 관계에 있는 해호(解狐)라는 인물을 추천했대요. 도공이 깜짝 놀라 “어찌 원수지간인 그를 추천하시오?”하고 묻자 기해는 “왕께서는 제게 적임자를 물으셨지, 제 원수가 누구냐고 묻지 않으셨잖습니까?”하고 태연하게 대답하더래요. 20대 대통령선거전 승자인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꾸리고 운영하는 중이지요. 초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 인선이 끝나고, 국회가 티격태격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걸 보니 정권 교체 시점이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별로 감동적인 인물을 발굴해내지 못하고도 꿋꿋한 모습인..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만간 종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당초 러시아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되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 의지,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적극 지원이 어우러져 푸틴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은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은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러시아간 가치전쟁이자 경제전쟁으로 성격이 확산되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일치감치 러시아 입장에 동조하는 편에 서고 있다. 유엔의 러시아군 철수 결의안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불순한 의도에서 초래된 전쟁이라는 식으로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이 국제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이용하여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출범을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계속 키우면 시장 혼란을 더 난해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벌어진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재정비 문제와 임대차 3법 등을 둘러싼 예민한 이견들이 논란거리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지대한 국민의 관심을 고려해 하루빨리 선명하게 방향을 잡아야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인수위에서 내놓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발표가 논란의 시작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약 계획대로 새 정부 임기 내에 질서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
음악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신통력이 있다. 헨델과 베토벤의 음악이 그렇고, 이문세와 양희은의 노래도 그렇다. 귀에 익숙한 노래는 전주곡만 들어도 마음이 동한다. 노래는 가사도 중요하다. 가사는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가사는 시와 동격이다. 대중음악은 시대정신을 대변하기도 한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도 그런 노래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 오네” 이 노래는 포크 록(fork-rock) 장르에 해당한다. 포크송 가수 밥 딜런(Bob Dylan)과 록 밴드 비틀즈(The Beatles)가 서로의 장르를 융합함으로써 새롭게 잉태된 장르다. 두 장르의 공통점은 반(反)문화로서 기..
남쪽의 오월은 가정의 달로 분주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부모자식간 사랑을 확인하는 달이다. 양로원을 찾아가 꽃을 달아준다거나 봉사활동으로 평시에는 몰랐던 나이 듦을 생각해본다. 스승의 날도 있고 부처님 오신 날도 오월에 있다.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간다. 즐거이 받는 분도 있고 부담스러워하는 스승도 있다. 석가 탄신일에는 아름다운 색상의 풍등이 거리에 가득히 달린다. 오월에는 기념일이 많아 지출해야 하는 돈이 많아지는 달이기도 하다. 북쪽에도 어린이날과 유사한 조선소년단 창립일이 있다. 조선소년단은 초등학교 2학년이면 선서를 통해 가입하는 정치조직이다. 어버이날은 없으나 어머니날이 있다. 어머니날이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쪽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고 제한하기도 하면서 여성의 사..
흔히 삼국지라고 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우리 (생활)문화 특히 언어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4자성어라고도 부르는 고사성어의 주요한 요람이다. 演義는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뜻이다. 원나라의 나관중이 역사를 토대로 지었다. 부정적인 영향도 많다. 최근 정치동네 말잔치에 나온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사례 중 하나다. 우선 말뜻부터 풀어보자. 三顧草廬의 顧는 ‘방문하다’의 뜻. 3은 하나 둘 다음, 셋 말고도 ‘많다’는 뜻이니 여러 번 찾아가 뭔가 청한 것이 ‘三顧’다. 草廬는 우리말로 초가집이다. ‘고대광실 기와집’과 대칭되는, 청렴하게 사는 가난한 사람의 집이다. 보도를 토대로 상황을 그려보자. 유비 현덕이 아우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제갈공명의 사립문 앞을 세 차례 찾아와 경세(經世)의 지혜를 청했다. 장제원 비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