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언삭궁(多言數窮)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어요. 노자(老子)의 도덕경 제5장에 나오는 ‘말이 많을수록 자주 궁색해지니 속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多言數窮 不如守中)’는 구절이 그 유래랍니다. 일상생활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보는 일이란 그리 귀하지 않지요.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연 속에 든 것도 없이 말만 많은 사람이 인정을 받거나 실속을 차리기는 힘든 건 사실이잖아요? 20대 대통령선거가 1% 차이도 아닌 고작 0.73% 차이로 당락이 갈리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군요. 어느 쪽도 흔쾌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 정치권 표정들이 야릇하네요. 길게는 선거 기간 1년 내내 쏟아낸 말 중에 몹쓸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헤아려보면 기가 막히지요. 상대방을 향해 날린 용감무쌍한 악담..
1. 경기신문에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명기한 칼럼을 처음으로 쓴 것이 2021년 3월 12일이었다. 꼭 1년 사흘 전이다. 이후 다섯 번의 칼럼을 통해 직접 대통령을 거명했다. 부동산과 인사문제를 필두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본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강력히 행사해줄 것을 곡진하게 요청했다. 대통령은 단순히 초월적이고 중립적인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적 핵심 사안에 단호히 개입하여 권력을 행사할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칼럼을 통한 나의 요청이 일개 필부의 사견을 넘어,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대신 전하는 것이라고 감히 믿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에 상응하는 해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대통령 선거의 핵심 분수령 중 하나가 (정부 지시에 적극 협조하다가 심대한 피해를 떠안은) 자영업자 및 중소상공인에 대한 즉각적, 대대적인 손실보상 및 재정 지원이었다. 추경예산의 획기적 증대를 비롯한 이에 대한 절절한 요청 또한 무시당했다. 개혁지향 시민들의 거듭된 분노와 절규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홍남기 기재부 장관을 정권 마지막까지 안고 가는 중이다. 그리고 결국 선거에 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달도 채 남지 남았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 하지만 남은 2달 동안 그는 여전히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지닌 국가 최고지도자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자리에서 그에게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권한 행사를 요청드린다. 바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이다. 2. 우리 헌법 제79조 제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적시한다. 이른바 대통령 고유권한으로서 사면권이다. 1997년 12월 22일 제 15대 대통령 선거가 김대중 후보의 승리로 끝난 직후,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 등으로 전두환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노태우는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그렇듯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권력을 찬탈한 자들이 구속 2년 만에 감옥을 나온 것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온갖 비난의 화살을 홀로 감당하며 사면권을 행사한 이유는 명백했다. 후임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 대통합의 길을 닦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었던 게다. 그것이야말로 국가지도자로서 응당 감당해야 할 책무였기 때문이다. 출근하다 보니 윤석열 당선자의 감사 현수막이 동네 어귀에 걸렸다. 거기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언론에 내보낸 그의 첫 번째 당선 소감 역시 “통합과 번영”이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자의 그러한 여망에 화답하여, 차기 정부의 국민 화합 기초를 닦아줘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3. 시각에 따라 정명(正名)은 달라질 것이다. 누구는 ‘검찰의 난(亂)’이라 부르고 누구는 ‘조국사태’라고 부른다. 하지만 관점 여하에 상관없이, 2019년 늦여름부터 시작된 해당 사태가 나라를 완전히 둘로 쪼갠 충돌과 분열의 정점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러한 국론분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이 자리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된 윤석열을 총장에 임명한 사람이 누구인가.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를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 평가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와 동시에 한국 검찰의 쌓이고 쌓인 구조적 적폐를 해결하라고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사람 역시 문재인이었다. 이후 사태의 진행이 어떠했든 지는 만천하가 안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묶은 매듭을 남은 임기 내에 스스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민주당 정권 탄생의 진원지였던 국정농단 사태 주범이자, 형기의 4분의 1도 못 채운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사면시키지 않았는가.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말이다. 한술 더 떠 이제는 대선이 끝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까지 대통령 당선자와 여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공개적으로 요구되기에 이르렀다. 그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여 문 대통령 자신이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다...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스스로의 입으로 천명했다. 4.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교수는 구속기간 만료와 법정구속 등을 되풀이하며 현재 총 1년 9개월 동안을 수감 중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형기의 3분의 1을 마친 수감자에게 가석방 자격을 부여한다. 이미 그 자격은 충족되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면 이유는 국민 통합과 포용이었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의 국론분열 극복 차원에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은 박근혜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진다. 정경심 교수가 흰 광목천처럼 흠이 없고 순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의(正義)의 균형에 있다. 정의는 그 자체로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권한을 가진 모든 국가기관은 비록 법률에 명시돼 있더라도 그 권한을 형평성에 기초해서 행사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벌어졌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행 혐의에 대한 판결을 보라. 홍정욱 전 국회의원 딸의 마약 밀반입사건 판결을 보라. 86억원 뇌물공여 범죄를 저지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보라. 우리 사회 기득권층에 대한 이 같은 조치들에 비해 정경심 교수에게 내려진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과도한 것인지는 법률가 출신인 대통령 자신이 명증하게 인식하고 있으리라 본다. 그녀에 대한 가혹한 징벌이 검찰개혁을 둘러싼 격심한 충돌이 빚어낸 정치적 희생양의 성격임을 세상의 어느 누가 부인하겠는가 이 말이다.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정경심 교수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문 대통령 스스로가 공언한 필생의 목표였던 ‘검찰개혁’의 대의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진 사람이 조국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검찰기득권에 대한 도전’의 결과로, 역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의해 조국과 그의 일가가 (법률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마녀사냥에 가까운) 난도질을 당하고 온 가족의 인생이 산산이 부서졌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태 진행에 과연 문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고 도리질 치겠는가? 그러니 당신이 묶어놓은 매듭을 당신이 풀어라. 국민 통합을 위한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역사적 소명을 실천하고 가라.
노래하는 것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강을 노래하는 물결이 그렇고, 숲을 노래하는 그늘이 그렇고, 봄을 노래하는 햇살이 그렇다. 사람에게는 있는 저마다의 이름이 강과 숲과 봄을 노래하는 것들에게는 없다. 밀고 밀리는 물결들마다, 덮고 덮이는 그늘들마다, 비추고 부서지는 햇살들마다, 붙여져야 마땅할 저마다의 이름이 없다. 사람 사는 세상도 그와 같아서, 노래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무엇이든, 틈을 열고 틈 너머를 노래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무명(無名)이라 부른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연극이든 상관없다. 사람을 노래하든 세상을 노래하든 달라지지 않는다. 노래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호봉도 직급도 계급도 없다. 월급도 휴가도 보험도 정년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야가 대선 이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 인선 등 차기 정부 수행을 위한 수순을 가속화하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도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한 변신에 골몰하고 있다. 20대 대선은 역대 최고의 비호감이 모든 프레임을 집어삼킨 끝에 최소 표 차이로 막을 내렸다. 단순 표로는 승·패가 나뉘지만 내용으로 봐서는 어느 쪽도 승리하거나 패배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이같은 결과로 향후 여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한 국민의힘 쪽의 비상한 자세가 요구된다. 윤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내세운 핵심 화두는 ‘국민 통합’과 ‘협치’다. 당연하고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통합과 협치는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의석 분포는 더불어민주당(172..
현재의 방송법은 2000년에 만들어졌다. 위성방송도 IPTV도 요즘 대세인 OTT도 없던 시절이다. 그 이후 필요할 때 마다 한참지나 땜방하고, IPTV는 같은 방송플랫폼이지만 아예 별도의 법체계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OTT는 법적 개념도 없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전하면서 전국민의 반 이상이 시청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 바란다.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정책과 법체계를 조기에 마무리하자. 더 잘할려고 시간 끌다 진짜 문제 일으키지 말자. 그리고 새로운 (가칭)미디어발전위원회를 구성해 5년간 균형있고심도깊은 연구를 통해 미래의 미디어정책과 법체계를 준비하자. 지금 연구하고 준비해 5년 이후의 정책을 만드니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기 쉽다. 영국의BBC는 그렇게해서 세계방송의 교과서가 됐다. 아난리포트와피콕리포트가그예다. 영국이 매번 한..
지난해 7월 예비후보 등록 후 8개월 이상 이어졌던 20대 대선 캠페인이 끝났다. 불과 24만여 표(득표율 0.73%)라는 역대 최소 표차로 승패가 갈렸다. 이재명 후보는 유권자 1614만 7738명의 지지를 받아(47.83%) 역대 민주당 후보 중 최다 표를 얻었지만 낙선했다. 정권교체론이 먹혔다거나 부동산 민심이 폭발했다. 혹은 욕망이 양심을 이겼다거나 조중동 등 주류미디어와 강남 부동산벨트가 승리했다는 등 어떤 결과론을 들이대도 다 그럴듯해 보인다. ‘깻잎 한 장 차이’의 초박빙 선거였기 때문이다. 다른 면에서 20대 대선에서는 세대와 성별, 지역과 계층간의 투표성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영호남의 표심은 논외로 한다고 해도 2030여성과 4050세대는 이후보에게 몰표를 주었고 2030남성과 60대 이상은 윤후보에게 쏠렸다. 주류 미디어들은 20대 대선을..
20대 대통령 선거는 결과가 비록 실망스럽지만 촛불혁명 과정에서 몇 가지 의미있는 역사적 성과를 남겼다. 촛불혁명 연장선에서 대선을 만났던 필자는 개표 결과를 통해 두 가지의 소중한 의미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첫째는 역사는 결코 직진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우회하다가 역류하고 정체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강을 이루어 바다에 이르는 물과 같은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이 아직은 주류인 구(舊)체제를 뒤엎을 만한 압도적 파워를 갖추진 못했지만, 이번 개표 결과를 보면 앞으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얼마든지 우리 혼자 힘만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겨났다. 강고한 주류에 박빙의 차로 패배했지만 비주류 이재명이 이룩해낸 성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 정부의 몇가지 치명적 실정에 불리한 선거구도, 언론의 편파보도 총공세,..
치열했던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 가려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진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탈진을 호소한 공무원들의 목소리다. 방역 일선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을 ‘갈아 넣는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와중에 과로로 목숨을 잃는 공무원들이 잇따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지난해 9월에는 인천시 부평구보건소 소속 공무원 A씨가 격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역학조사 등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지원하며 업무 과다에 시달렸다. 인천 부평구와 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가 고인의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자 구성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000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는 ▲지난 2021년 7월 델타 변이 바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0.73%라는 헌정사상 최소 격차의 초박빙 선거였다. 승자든 패자든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대선 과정에서 빚어졌던 갈등과 감정의 앙금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 닥친 현실과 미래가 한가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의 터널이 아직 끝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제3의 파도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내 경제를 직격하고 있다. 국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14년 9월 이후 약 7년 반 만에 최고치를 보이는 등 연일 치솟고 있다. 10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L당 1900원을 넘어섰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등은 배럴당 13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통상 국제 원유가가 국내 시장에 반영되는 시간이 2주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유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환율까지 1년 9개월 만에 1230원선을 오르내리며 유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미중 갈등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우크라이나 지정학 파동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게임체인저’(전체 판도를 뒤바꿔놓을 만한 중대한 사건)가 될 것”이라며 “장기간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식량 원자재의 주요 수출국이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는 미중간 패권다툼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쓰나미로 다가오는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우크라이나발 지정학 파고까지 덮치고 있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됐던 냉전체제로의 새로운 회귀를 시사하고 있어 심각성이 크다.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된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화(一極化) 국제질서가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도전에 가세하면서 중대한 기로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미중 갈등이 경제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면 이번 우크라이나 문제는 초강대국간 군사적 충돌 위기감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지정학·지경학의 변수를 모두 안고 있는 한국의 선택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물가는 오르면서 역성장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은 북핵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차기 대통령에게 놓인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한치의 틈새나 판단착오도 예상치 못한 대형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우선 코로나를 포함 최근의 경제 안보 환경에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차기 대통령은 공존과 미래의 정치력을 보여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야당과 협치를 강조했다. 야당도 5년뒤를 기약하며 국가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사건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1월 중순 이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거나 발발하더라도 러시아의 최대 행동반경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SWIFT) 퇴출 등 거론되는 서방의 강력한 경제금융제재가 러시아의 행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월 20일 전후 유럽에서 스위프트 제재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푸틴은 전면적 침공을 단행하였다. 서방은 즉시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였으나, 정작 스위프트 제재는 2월 26일에야 결정되었다. 푸틴은 이에 반발하여 자국의 핵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 돌입 명령을 내리는 강수를 두었다. 핵 위협으로 대응할 정도로 강력한 스위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