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지난 3~4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물가‧금리‧환율 3고(高) 속에 적자폭도 3월(1억1500만달러)보다 4월(26억6000만달러)에 더 확대됐다. 2021년 1월4일 1082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엔 127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대만이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의 개인 GDP는 3만4994달러로 대만(3만6051달러)에 1000달러 이상 뒤진다. 2003년 이후 19년 만의 역전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둔화해 한때 '늙어가는 호랑이'로 불리던 대만이다. 한국은 2019년 2.2%, 2020년 -0.9%, 2021년 4% 성장했다. 이에 비해 대만은 각각 3.1%, 3.4%, 6.3%의 성장률을 보였다. 대만이 이처럼 코로나팬데믹 등 세계경제의 악조건속에서도 주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인데는 TSMC로 대표되는 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TSMC는 2019년 11월부터 주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기 시작해 최근 두 기업의 시총 차이가 1.5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1차적으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삼성전자가 1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 TSMC가 강세인 비메모리로 이동하는데 있다. 또 대만 내 주요 기업들이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에 이르는 반도체의 모든 공정에서 세계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고, 경쟁력을 갖춘 많은 중소기업들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인은 대만이 미‧중 갈등 속에서 최대 수혜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경제전쟁에 나서면서 한국의 삼성전자 등은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을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2017년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이후 심화되고 있는 미‧중전선과 미국의 신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대만이 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대만의 대미 수출 비중이 17.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한국(15%)은 큰 변화가 없는데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 그동안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이런가운데 윤석열 새정부 출범 직후인 오는 21일 서울에서 한미 첫 정상회담이 열린다. 역대 우리 정부중 가장 빠른 시점에 두나라 정상이 만나는 것이다. 소원했던 양국관계를 조속히 복원하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어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 우선 중요한 것은 신뢰회복을 통한 한미동맹의 정상화다. 그리고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보다 실효성있는 공동대응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선순위 정책으로 추진하는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간 포괄적인 가치동맹 강화다. 한국은 고물가, 제조업 위기와 신성장동력 부재, 그리고 인구절벽까지 경제역동성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수출의존도가 25%에 이르는 중국경제도 예전 같지가 않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안보와 함께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윤석열 새정부로선 엄중한 시험대다.
1. 1974년 9월, 미국 제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한 달 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 일요일 저녁 교회에서 돌아온 다음 (개인적 고민이 깊었다는 뜻이리라) 행한 조치였다. 논란이 분분했다. 하지만 사면을 단행한 포드를 향한 ‘인간적 비난’은 드물었다. 해석은 천차만별이었으나 정치적 맹우였던 닉슨에 대한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한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3월 15일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는 글을 이 칼럼에서 썼다. 법적, 정치적, 국민통합적 관점에 있어 당위성을 곡진히 말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케 하는 일은 있었다. 4월 25일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내놓았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 등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판단기준”이며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는 없다”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정 교수에 대한 사면이 마치 부당한 특권행사일 수 있다는 논리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스로 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그렇다면 세월호 아이들 250명을 수장시킨 부패시스템의 핵심이던 박근혜에 대한 사면은,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한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였다는 말인가? 5월 8일은 부처님 태어나심을 경축하는 사월초파일이다. 관례적으로 이날 정치적 특사가 많이 실행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기 하루 전날이며, 따라서 실질적 사면 실행이 가능한 시점은 이 날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보인 유보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 번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조치를 정면으로 요청한다. 2. 제럴드 포드는 닉슨 사면에 대하여 자신의 조치가 “정의의 행동은 아니지만 자비의 조치”라고 밝혔다. 이 결단을 통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갈기갈기 찢겨졌던 미국의 국론이 통합과 봉합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도 많다. 그런 거대 담론은 모두 접어두더라도, 나는 포드의 조치가 (스스로 심대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한 인간으로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믿는다. 세계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미국 정치의 물줄기를 완전히 뒤바꾼 워터게이트 사건과 정경심 교수 사건의 의미를 수평비교할 일은 아니다. 권력 범죄와 그 은폐로 최종 탄핵 직전까지 갔던 닉슨에 대한 사면은, 정 교수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무게를 지녔기 때문이다. 포드는 2년 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대선에 나가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되는 모든 개인적 손실을 무릅쓰고 사면의 길을 선택했다. 형식적 법 논리와 정치적 유 불리를 따진 계산의 결과가 아니었다. 자신과 행로를 같이 했던 동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려 했던 것이다. 3.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했을까를 떠올려본다. 휘하와 더구나 그의 가족이 겪는 참담한 고통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든 짐을 졌을 거라고 생각된다. 김영삼이 그러지 않았을 것인가, 김대중이 그러지 않았을 것인가, 노무현이 과연 그러지 않았을 것인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이러한 책무조차 외면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배신에 가까운 것이다. 자신의 통치기간 동안 산출된 달콤한 열매만 향유하고 삼켜야 할 쓴 잔은 피하려 드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생의 신념으로 외치던 검찰개혁의 대의를 대신 수행하다가 멸문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가족이다. 정경심 교수는 수감 중 뇌출혈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다. 딸 조민 씨는 부산대와 고려대의 입학취소 처분을 통해 청춘을 다 바쳐 걸어온 인생 전부를 절멸당할 처지에 있다. 참혹한 형극의 길이다. 요즈음 필자의 카카오톡에 문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들이 연속으로 쌓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의 치적을 다룬 것들이다. 3월 22일 “문재인 정부 5년 보고드립니다”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5년의 기록”이란 동영상 3부작이 올라왔다. 4월 25일부터는 손석희 앵커와 나눈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 시리즈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스스로 업적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누군들 자신의 통치를 멋지게 마무리 짓고 아름다운 퇴장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직은 그래서는 안 된다. 조국 일가족의 비극을 외면한 채, 끝내 그 피 웅덩이를 밟고 이뤄낼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의 십자가를 대신 지다가 난도질당한 사람의 참극을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손에 피는커녕 먼지 하나 안 묻힌 채 혼자만 깨끗하고 고고한 퇴장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말 지도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4대 구성요소로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쿼드(Quad), 한미일 3국 안보동맹, 그리고 한미, 미일, 미·필리핀 등 양자 군사동맹을 든다. 그리고 이를 5-4-3-2 세력 진법, 다시 말해서 오목(五目)동맹 – 사각체제 - 3각 안보동맹 – 쌍무군사동맹 진법이라고 지칭한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 색슨 5개국으로 구성된, 최고 수준의 안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동맹체이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4개국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미일 3국 안보동맹은 오바마 정부에 이어서 바이든 정부가 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미일 공동안보협력체이다. 한국은 진법 ‘3-2’와 관련되어 있으며, 중국이 이를 자국 포위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3각 안보동맹은 동맹 또는 군사협력의 수준에서 미국 주도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 문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으나, 당선 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하여 신중 모드로 전환하였다. 문제는 한미동맹이 중국이 인식하는 바와 같이 대중국 동맹의 성격을 포함하는가이다. 1953년 6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시엔 한국의 대북한 군사적 열세가 분명하였기에 한미동맹이 북한에 대한 안보동맹임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군사력 또한 대칭 이상의 수준으로 성장한 결과,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행동 범위는 한반도를 벗어나 아시아지역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2004년 한국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사례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평택 미군기지에서 한 연설 내용이 그것을 반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 미군기지에서 TV 생방송 연설중 주한미군이 행한 한국 바깥의 어딘가에서의 활동에 대하여 그 노고를 치하하였다. 2016년 미국 국방부 컨설턴트인 제니퍼 린드는 주한미군 기지의 기능을 허브앤터미널(Hubs and Terminals)의 터미널에서 허브로 변경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허브기지는 여러 터미널 기지를 통할하는 본부 역할을 한다. 여하튼 중국은 (잠재적?) 한미일 3각 동맹과 한미동맹을 자신을 포위하는 미국의 세력 진법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대두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의 재개, 한미동맹의 범위 및 주한미군 행동반경의 확대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다. 신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공약의 구체적인 전개 방향과 한미일 군사협력의 여부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금융은 필요하지만 꼭 은행은 아니다. 1994년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무서울 정도의 혜안이다. 미디어로 치환하면 좋은 콘텐츠를 보고 싶지만 반드시 지상파 방송일 필요는 없다가 된다. 플랫폼 혁명에서 시작한 생태계 변화는 유통, 금융을 넘어 미디어까지 변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방통위 조사를 보면 10대는 일상생활의 필수매체로 스마트폰 96.9%, TV 0.1%, 60대는 스마트폰 44.1%, TV 54.3 % 를 꼽았다. OTT이용률은 2019년 52%에서 2021년 69.5%로 급상승했다. 넷플릭스 이용률도 19년 4.9%,20년 16.3%,21년은 24%가 되었다. 기존 방송 내부를 들여다보면 현재 150여 개 유료방송채널 중 대부분이 영화, 드라마, 스포츠, 음악, 오락 채널이다. 다큐채널이 몇 있지만 지상파 다큐를 구매 편성하는 채널일 뿐이다. 보도, 교양, 오락이라는 방송법상의 거시적 장르에서 교양이라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KBS의 문제는 보도가 야기한 이미지에 있다. 정권과의 관계에서 진보, 보수가 바뀌어도 친여적 보도 태도가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훼손해 그 상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유료방송채널이 하지 못하는 대하역사극, 정통 다큐, 탐사보도, 국제시사보도 등 뛰어난 프로그램이 있어도 그 가치보다 얼룩진 상흔이 KBS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2021년 전체 가구시청률은 KBS1 4.2%, KBS2 2.9%, MBC 2.2%, SBS 2.9%, TVN 1.5%이다. 25-49 개인 시청률을 보면 KBS1 0.56%, KBS2 0.73%, MBC 0.86%, SBS 1.09%, TVN 0.83%이다. 지상파 방송, 특히 KBS는 중장년 방송이다. 이대로 20년 흐르면 KBS는 주시 청계층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KBS가 왜 이렇게 젊은 세대와 가까이 못하는지 KBS 전 구성원이 반성해야 한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 넘어가 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쉽게 해결될 거 같지는 않다. KBS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더 내야 하냐는 국민적 여론도 일부 있고(시청률을 보면 안 본다는 것은 거짓말 같은데…), KBS를 손안에 쥐고 놓기 싫어하는 진보, 보수를 막론한 정치권도 있다. 다 KBS의 몫이다. 상당 부분 자승자박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공사업체들처럼 KBS도 인력과 조직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항상 아쉽다. SBS와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이젠 지상파만 있던 시절 주장하던 공공성과 공익성의 외피만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는 없다. 디지털 환경 속의 공영방송과 공공성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구조와 사업체계를 갖추고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년세대로부터 외면받아서는 미래가 없다. 이를 위해서 젊은 의사결정체계를 갖추어야 함은 당연하다. 공익성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산업적 토대가 배치된다는 구시대적 발상도 버리자. 라이언 일병은 전쟁 중 먼저 전사한 세 형 때문에 특공대의 목숨을 희생하고도 구해야 하는 귀국대상이 되었다. 조국을 위해 목숨마저 헌신한 가족에 대한 국가의 존중과 배려다.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한 명분은 KBS 가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라이언 일병은 귀국을 거부하고 결기를 다졌다. 이러한 모습을 KBS에 기대해본다.
의심할 여지없는 행복의 조건은 노동이다. 그 첫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유로운 노동이며, 둘째는 식욕을 돋우고 깊고 고요한 잠을 자게 해주는 육체노동이다. 세상 번뇌가 없는 낙원같은 생활이나 동경해 마지않는 호화로운 생활이 매력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둘 다 어리석고 부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쾌락만 있는 곳에는 결코 진정한 쾌락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틈틈이 찾아오는 짧은 휴식만이 진정으로 즐겁고 또 유익하다. (칸트) 육체노동은 지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적 활동의 질을 향상하고 이를 자극하고 촉진한다. 지적인 활동과 상상력의 활동은 둘 다 특수한 활동으로, 그 천직이 주어진 자에게만 의무이고 행복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천직인지 아닌지는 학자이든 예술가이든 거기에 몸을 바치기 위해 자신의 평화와 안녕을 얼마나 희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영원한 게으름은 지옥의 고통으로 생각해야 하거늘, 사람들은 반대로 천국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다. (몽테뉴) 가장 평범한 노동에 있어서도, 인간의 영혼은 그가 일을 시작하자마자 차분히 가라앉는다. 의혹, 비애, 상심, 분노, 절망...... 가난한 자도 남들처럼 이런 모든 악령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가 모든 것을 떨치고 일을 시작하는 순간 모든 악령은 감히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멀리서 투덜거릴 뿐이다. 그는 그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된다. (칼라일) 노동은, 그게 없으면 고통을 불러오는 인간 본연의 욕구이기는 하지만 결코 덕행은 아니다. 노동을 덕행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인간이 섭취하는 영양분을 그럴듯한 선덕인 양 여기는 것처럼 가소로운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굳이 점잖을 필요 없었다. 정치인의 아들이 퇴직금조로 50억 원을 받고, 부친을 통한 농지법 위반, 배우자의 몇 십억 원 주가조작 혐의, ‘이해충돌’ 상임위 소속 의원 가족회사의 몇 천억 원 관급공사 수주에도 “어쩔 건데?”라는 뻔뻔했던 표정들. 국민의 절반은 짐짓 모른척했다. 이름 모를 대학의 표창장 하나로 온 세상이 들썩거렸었건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건들거리는 언행은 대수도 아니었다. 그저 절반의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싫었다. 부동산정책이 싫었다. 가치와 이념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듯한 ‘선비다운’ 모습에 피로했다. 대통령의 권한은 제대로 사용도 못해봤다. 되레 국민의힘과 절반의 국민으로부터 ‘독재’라는 비난을 받았다.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다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서울시민도 등을 돌렸다. “이번 생에서 집을 마련..
6월 1일 치러지는 광역단체장 지방선거의 주요 대진표가 거의 확정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현 시장의 대항마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김진애 전의원 가운데 결정된다. 인천은 민주당 박남춘 현 시장과 국민의힘 유정복 전 시장이 대결한다. 1360여만명의 인구로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의 경우는 민주당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맞붙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0.73%라는 초박빙의 대선이 끝난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치러진다. 그래서 대선 연장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여야간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로 이어진다면 윤석열 차기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확실한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길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할..
윤석열 당선인의 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 4월 20일 tvN의 토크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자신의 삶과 당선인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퀴즈’는 방송인 유재석과 김세호가 진행하는 tvN의 간판 예능 중 하나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보여’ 주면서 퀴즈를 통해 정보와 재미도 제공하는 ‘명품’ 프로그램이다. ‘유퀴즈’는 2022년 4월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인 방송프로그램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유재석은 지난 2021년 《시사인》이 발표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조사에서 손석희 앵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유퀴즈’ 150회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라는 제목으로 갑자기 인생의 방향..
5월 9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게 된다. 한국사회의 정치권력이 바뀌는 순간이다. 정권이 바뀌면 우리 사회의 많은 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책의 기조는 물론 행정부와 기타 국가기관의 인적 구성도 대폭 물갈이되는 것이 관례이다. 원칙적으로 현 대통령이 임명한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미래 권력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중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같은 기관들이 새로운 기관장을 맞이하게 된다. 이 와중에 올 7월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게 되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을 마무리 지은 교육계의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과정 제정·고시 권한 등 미래 한국사회의 교육정책을 디자인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디자인한 교육정책은 교육부를 통해 실행되고 각 시·도 교육감은 교육부와의 협조체제를 통해 교육대계를 만들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을 기획한 국가교육위원회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그 인적구성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 예상되고 있다. 전술하였듯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과거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는 교체가 되는 일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총 21명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대통령이 5명, 국회 추천 9명, 교원관련단체 추천이 2명이고 대교협과 전문대교협, 그리고 시·도지사 협의회가 추천한 각 1명과 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감 대표로 구성된다. 이러한 인적구성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 정부가 구상한 교육정책에 적합한 인물로 채워질 것이다. 물론 국회와 교원단체,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에서 새 정부와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조율하고 조정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하리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새 정부는 보수 성향의 정부이다. 따라서 교육정책도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육계 인사들로부터 새어나오는 이유이다. 주지하듯이, 교육은 한 나라의 백년대계이다. 교육정책과 제도의 개발과 실행은 국가 존속과 발전의 기본 토대임을 모두 모르지 않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한 국가의 정치권력은 시소게임처럼 수시로 변하게 마련이다. 시민이 국가 권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선거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시로 변화하는 정치권력의 행방으로 인해 교육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연속성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7월에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말아야 한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교육 정책에 진보와 보수의 생각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는 교육계 인사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5년의 임기를 거의 마쳐가는 대통령의 얼굴은 부어 보였고 표정은 굳어있었다. 역대급 임기말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은 마지막 대담에서 하얗게 불태우고 재만 남은 신갈나무 그루터기처럼 보였다. 그는 때로는 짙은 아쉬움과 회한을 비치기도 하였고 한편으론 작심한 듯 세간의 비판에 항변하고 깊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나는 대담을 보면서 분노를 억누르며 말하고 있음직한 대통령의 항변과 우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스스로 아이러니라 언급했던 야당후보로 변신한 검찰총장의 당선! 곧바로 숱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이는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기행들, 또 차기정권 각료인선에서 불거지는 목불인견의 잡음들을 지켜보는 대통령의 마음은 어떠할까? 탄핵이란 폐허를 딛고 애써 쌓아 올린 대한민국이란 공든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