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청자 잔에 녹차를 우려 들고 텅 빈 내 마음을 차 한 잔으로 채우고 건강 차, 사랑 차라고 고유 음식과 조화로운 만남으로 생활 속의 내 친구 녹차 그윽한 녹차 향이 목안을 시원하게 마음속에 지지 않는 차 향이 가득하다네. 시인 소개 : 경기 용인 출생, <한국문인>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의 눈물’ 외 다수, 경기시인협회 회원, 국민포장·여성부 장관상 수상
광년(光年)의 별빛으로 뜨겁게 성형된 흙의 품속에 이름 하나 여물게 데워 내고 싶다. 천지 여백 넉넉한 물빛에 얼굴 하나 진하게 우려내고 싶다 이슬 증발한 메마른 가슴켠에 곡우(穀雨) 젖은 풀색 한 잎 시간껏 띄워 놓고 싶다. 시인 소개 : 1959년 경북 안동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시집 <연꽃, 나무에서 피다>, 경기시인협회 회원
갈색 떨림이 온몸을 전율 시킨다. 익어가는 붉은사과, 단감 색감이 농익은 여인의 요염한 눈짓마냥 황홀하다. 갈색 향기 온몸을 파고드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아름다운 빛깔들 서걱대는 가슴을 한 잔 술로 다독이니 피멍든 단풍이 자박자박 걸어온다. 노란 은행잎 끌어안고 가을을 삼켜버리자. 이 가을에도 거두어지지않은 늙은 어머니 95세의 가을은 저물어 가는데 보청기 고쳐달라 보챈다. 툇마루에 앉아 가을을 탓하며 “이 쓸데없는 늙은이 왜 안 데려가능겨” 죄없는 남편만 원망한다 “저승에서 젊은것 하고 재미 있나벼 날 안 데려가게” 노모의 넋두리가 가을 햇살을 타고 하얗게 떨어진다. 시인 소개 : 충북 청원 출생, <문파문학>으로 등단, 공저 <하늘 닮은 눈빛속을 걷다> 외 다수, 경기시인협회 회원
가을엔 나무들이 울긋불긋 밤새워 편지를 씁니다 가로수 은행나무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부치느라 우체통 가득 넘치는지 거리에 편지들이 굴러다닙니다 겉봉도 없는 앙증맞은 한 장짜리 편지 잎맥 툭툭 불거진 줄거리만 봐도 알록달록 깊은 사연 알 수가 있습니다 부모와 형제지간 부부와 고부간 갈등이며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이 구구절절 힘겨운 살림살이에 구직난까지 깨알같은 글씨 한 구절 없어도 단숨에 바삭바삭 소리내어 읽을 수가 있습니다 계절이 무르익으면 사람들은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지만 나무들은 일제히 잎사귀로 대화를 나눕니다 방방곡곡 가을엔 제 몸에 차곡차곡 휘갈겨 쓴 나뭇잎 편지에 밟혀 죽겠습니다 신비스런 비밀 하나 희망처럼 던져주는 통에 미치겠습니다 시인 소개 : 경기 화성 출생,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잠시 그대를 내려 놓았습니다>, 경기시인협회 회원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 새벽 하늘의 마음을 풀잎에게 전한다 허공 속에 숨어 살다 새벽이면 남모르게 풀잎에 안겨 눈물을 흘린다 곧 사라질 운명이지만 남을 위해 사는 삶이라 더욱 찬란하고 영롱한 하늘의 마음 시인 소개 : 경기 강화 출생, <한국문인>으로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
어쩌다 내 나이 칠십을 갓 넘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매일 공복에 당뇨약을 식후에는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 낙타가 등짐을 지고 살듯 그렇게 生을 살아야 한다. 하루에도 한 시간 이상 운동은 생활 하는데 필수조건이다. 간혹 젊은 여자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면 혈압은 좋아서 실내 음악에 흥얼대고 당뇨는 천정 까지 수치가 올라 울고 야단이다. 이럴 땐 두 눈 감고 따끈한 순대 몇 점에 참이슬 반 병을 약으로 마시고 잔다. 시인 소개 : 경남 통영 출생, <새시대 문학>으로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
내외 둘이서 살고 있는 우리 집 놀토(노는 토요일)라고 손주들 셋 데리고 작은 아들네가 왔다. 오랜만에 만난 것도 아닌데 집안이 화기애애하고 살맛이 난다. 식구들 함께 있어 좋고 따뜻한 밥 챙겨 오순도순 들면서 이야기하니 하루가 즐겁다. 늘 건강함으로 변함없이 뜨락의 만개한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가족들 웃음소리 시인 소개 : 경기 용인 출생, <한국문인>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의 눈물’ 외 다수, 경기시인협회 회원, 국민포장·여성부 장관상 수상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강한 척 해도 모든 인간은 모순 덩어리다. 순하게 살다가도 다가오는 통과의례 누구에게나 낭떠러지가 있을 게다. 다시 용기를 내어 펜을 들고 시를 쓰고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척박한 내 시 한 줄이 나를 위로 한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암흑에서 이미 탈출이다. 시인 소개 : 1960년 경남 사천 출생, <문학마을>로 등단, 시집<불의 영가>외 다수, 한국미술협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회원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사랑했던 이도 잠시 쉬었다 간다. 시간과 함께 조용히 묻힌 추억 슬픈 기억 아픈 기억 행복했던 기억이 세월 따라 흐른다. 시인 소개 : 충남 예산 출생, <문학 21>로 등단, 저서 <미술치료와 치매예방> 외 다수, 치매미술치료협회장,경기시인협회 회원
하늘 끝으로 노을 번지고 햇살 졸리워 눈 비빌 때 한 잔 술이 유혹한다 귀가길 가장들의 발자국 소리 성냥갑 같은 집 속으로 쏘옥 들어가면 달그락거리는 앞뒷집에선 고소한 냄새 창틈으로 살금살금 기어들고 내 예쁜 크리스탈 술잔에는 붉디붉은 노을 한 자락과 복분자술이 담겨있다. 그 진한 향기에 취해 몸은 이미 노을처럼 붉어지는데 마음은 춥다 그대는 없고 온몸 구석구석 도사린 고독만이 단단히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시인 소개 : 충북 청원 출생, <문파문학>으로 등단, 공저 <하늘 닮은 눈빛속을 걷다> 외 다수, 경기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