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만 부러지지 않고 바람 부는 날 견딘다 말라붙은 잔가지 바람에 까실까실 성가시다 맺히지 않고 머물지 않고 큰마음으로 세상과 마주 할래 바람의 마음으로 마른 잔가지들 털어버려야지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마음은 나를 돌본다 지상에 영원은 없다 지나간 시간이 건내는 잠언으로 바람의 시간을 견디어 낸다 시인 소개 : 1964년 서울출생,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랑한다 말하지 않지만 그네가 흔들린다>외 다수, 문파문학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회원
가을을 위한 소나타, 초록음률로 대지를 적시다. 가을을 위한 작은 흔들림 시나브로 짙어가는데 신록이여, 너를 닮고 싶다. 신록이여 시인 소개 : 강원 정선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Vision 삶과 문학’ 동인, 경기시인협회 회원
우리 집 뒷마당엔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지 아버지처럼 든든히 서있던 감나무 감꽃이 피면 언니랑 함께 나무 밑에 떨어진 감꽃을 모아 화관을 만들었고 애기 감들이 떨어지면 치맛자락에 주워 담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지 홍시감이 되면 한 개로도 배를 채우고 남았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우리 집 감! 양복 곽 속에 가지런히 넣어두고 서울로 유학 갔던 오빠들이 돌아오면 한 개씩 내어주던 어머니의 손길 감나무 아래에 서면 언제나 떠오르는 유년의 추억 아버지 닮은 우리 집 감나무! 시인 소개 : 충남 논산 출생, ‘시와 시인’으로 등단, 시집 ‘조용히 오는 것은 아름다워라’ 등 동인집 다수, 2003년 시흥시 문인분야 예술공로상 수상, 경기시인협회원
아무 때라도 좋다 울적할 때 하소연하고 허물없이 오고가며 나를 찾는 친구 차 한 잔 나누자고 찾아와 허심탄회 덕담하고 속상한 일 있으면 풀자며 격려하는 친구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중이라도 찾아와 시장하면 밥먹자는 친구 조건없이 손잡고 거닐며 마음 편안히 해주고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친구가 그립다. 시인 소개 : 경기 용인 출생, <한국문인>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의 눈물’ 외 다수, 경기시인협회 회원 국민포장·여성부 장관상 수상
가을을 잡고 싶습니다. 바람이 한웅큼씩 뽑아가는 수채화 같은 이파리들 지켜 주고 싶습니다. 찬비가 거두어 가는 마른 여뀌꽃의 매운 눈물 그대가 조금만 미뤄주면 좋겠습니다. 눈으로 들어와 가슴으로 새 나가려 하는 허무한 그림자를 그대와 내가 쪼금만 더 머무르게 하고 싶습니다 해마다 오는 가을 올해는 가을을 붙들고 싶습니다 시인 소개 : 1959년 경북 안동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시집 <연꽃, 나무에서 피다>, 경기시인협회 회원
하얀 안개 새벽부터 꽃들은 일제히 진분홍 나팔을 불었지 안개 걷힌 햇살에 소리쳐 말하고 싶어 진분홍 나팔을 불었지 그러나 진실한 사랑도 때론 독이 되는 법 독이 된 사랑 깊어 심장보다 더 붉은 진분홍 나팔꽃 이제 어스름 내려앉은 저녁 기다려 꽃들은 일제히 동그랗게 몸을 숙였지 가스등 푸른 불빛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털어 놓게 될까봐. 시인 소개 : 강원 정선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Vision 삶과 문학’ 동인, 경기시인협회 회원
백담사 가는 암갈빛 겨울 산 잎 떨군 적막, 하얀 자작나무 숲 누가 숲에서 오라 몰래 손짓하는지 눈길이 거기 멈춰 선다. 자작나무처럼 봄 여름 가을 내내 무성한 잎으로 가려져 있던 내 둥치 이 적막한 겨울, 하얀 그림자 꽃으로 피워내겠다고 언어를 모은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 언어를 찾는 열 손가락 시리다. 이 추운 적막 걷히고 빈 몸에서 눈엽은 톡톡 트려니 바람의 손끝하나 자작나무 가지에서 봄 피리 불어 소생의 곡조 누리에 떨치리. 시인 소개 :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한국문인>으로 등단, 공저 <하늘 닮은 눈빛속을 걷다>, 경기시인협회 회원
세상을 산다는 건 슬픈 일만 있지 않다 산 너머 그 너머 산, 그늘 속에 숨긴 우물 가파른 절벽을 따라 기어가는 암벽 등반 지팡이 하나 없는 빈손에 맨발이다 목숨 같은 밧줄에다 작은 꿈 매달고서 아득한 창공 흔들며 구름다리 건넌다 소낙비 퍼붓던 밤, 잠 못 들어 뒤척일 때 안개로 다가오는 희미한 계절 하나 기어코 담 허리 안고 떨어지는 늦가을 시인 소개 : 경기 화성 출생, <월간문학>으로 시조등단· <문학저널>로 시등단, 한국학술위원회 이사, 경기시인협회회원
추억이 있어 더 즐거운 사람들 자연과 함께 뛰놀았던 기억으로 더 아름다운 산과 들과 나무들이다! 지금 저렇듯 깔깔 대면서 오디를 따고 버찌를 따서 한가득 입에 넣는 것은 그 날들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시커먼 입을 벌려 함빡 웃음 짓는 아줌마들! 저마다 어릴 적 추억 속에서 뛰놀고 있는 것이다 먹거리가 지천인 요즘아이들에겐 저렇듯 흥겹지 않을 일들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하는 아줌마 아줌마들! 시인 소개 : 충남 논산 출생, ‘시와 시인’으로 등단, 시집 ‘조용히 오는 것은 아름다워라’ 등 동인집 다수, 2003년 시흥시 문인분야 예술공로상 수상 경기시인협회 회원
옛 선현들은 숨 쉴 때 걸음걸이 할 때도 조심성이 전부였다 신세대 사람들은 사람의 인연에서 헤어질 때 슬픔을 망각한 채 서로 얼싸절싸하며 조심성을 잃게 된다 그 조심성 속에는 믿음이 싹트고 행복이 피어나고 내일의 희망 열매가 올바르게 각인되는 발자취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꽃의 흔적도 아니요 파란 하늘 흰 구름자취도 아니다 오직 한 마음 조심성 있는 마음의 발자취이다 시인 소개 : 1955년 전남 해남 출생, <한맥문학>으로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