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6일 저녁, 그때 나는 북한 남포항의 식당에서 북한 통전부 L선생과 함께 북한 전역에 생중계되는 뉴욕필하모니의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경공업 자재 인도단장으로 방문 중이었는데 평양에서 내려온 L선생과 함께 있는 것이다. 나의 관심은 공연이지만 L선생은 어제 이명박대통령 취임사에서 들은 ‘비핵·개방·3000’이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L선생의 질문, 맴도는 나의 원론적 대답. 마지막 L선생의 독백같은 발언, ‘우리는 뭐 핵이 좋아서 그런 줄 아시오!!’. ‘선비핵화’, ‘선제타격’, 등 신정부의 대북관련 발언을 듣고 있는 평양의 L선생을 떠 올려 본다. 남한정부가 야속함을 넘어 미련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핵을 포기하고 미국의 말을 잘 들으면 제재도 없고 경제지원과 대북투자로 경제가 발전되고 인민들은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잇밥에 고깃국이 현실 밥상이 될 텐데 미련하게 핵미사일을 고집하는 북한의 행태를 이해 못함이 우리들의 상식이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굴복은 곧 죽음’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권력집단이다. 6·25전쟁의 경험, 철천지원수 미국과 남한정부에 대한 적개심과 불신으로 자신들의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금방 끝날 것 같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달째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상으로 퍼지고 있는 부차 지역 등 절규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참혹한 동영상은 차마 끝까지 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벌써 난민이 5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전쟁을 규탄하면 절망에 빠진 우크라이나 국민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보도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소식은 대부분 서방 언론을 통해서이다. 당연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악의 화신이자 전쟁광이고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영웅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청맹과니가 아니라면 한쪽의 시각만으로 국제정세를 논해서는 안 된다. 전쟁의 원인제공을 누가 했는지, 모든 책임을 푸틴에게 돌리는 것이 정당한지, 우크라이나의 친나치세력(유로마이단)에 의하여 돈바스 지역에서 1월부터 러시아계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고 그들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민스크협정은 깬 자들은 누구인지. 미국은 경험없는 젤렌스키를 부추겨서 되지도 않을 EU와 NATO 가입을 선동하고 적당한 무기와 자금지원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아닌지. 모두 공정한 시각을 요구하는 질문들이다. 전쟁이 장기화하자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이 거론되고…
진정으로 선한 것은 언제나 소박하다. 소박하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고도 유익한데도, 소박한 사람이 이렇게 적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바다 저편에서 행복을 찾지 말라. 필요한 것은 쉽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어렵게 만드신 신에게 감사하라. (그레고리 스코로보다) 참으로 좋은 것은 언제나 값싸고, 해로운 것은 언제나 비싸다. (소로) 이른바 진보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는 대신 반드시 무언가를 빼앗아간다. 이를테면 새로운 발명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반면, 우리 내면의 타고난 특질을 손상시킨다. 문명인은 마차를 소유하는 대신 자신의 다리를 못 쓰게 된다. 그에게는 멋진 스위스제 시계가 있지만 태양을 보고 때를 알지 못한다. 그는 달력이 있지만, 하늘에 있는 별 하나도 구별하지 못하고 봄이 오는 절기도 모르게 된다. 참으로 현명한 사람은 필요 없는 것은 모두 버리고, 결국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돌아간다. (에머슨) 우리가 쓰는 돈의 대부분은 남을 흉내내는 데 쓰인다. (에머슨) 언어와 절제와 노력으로 네 이웃을 위해 봉사하라. 사랑의 사업을 하라. 행여 나쁜 말을 입에 담지 말고 나쁜 행위를 피하며, 필요하면 용기를 내고 잘못된 수치심을 극복
1.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이 2주 남았다. 그와 손발을 맞출 국무총리와 장관 지명자들이 속속 실체를 드러냈다. 문제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후보자들 거의 모두에게서 의혹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정호영 경북대 의대 교수에 관한 것이 아닌가 한다. 법인카드 결제와 아들 병역 문제는 애교에 속한다. 시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딸과 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나타난 비리의혹이다. 아들의 경우 편입학 서류에서 한 학기에 19학점 수업을 들으며 매주 40시간의 연구원 활동을 했다고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2건의 공동저자 참여 논문에서도 연구진실성 논란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딸의 경우는 편입학 구술고사에서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3명의 평가위원들에 의해 지원자 14명 중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의혹 등이 제기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들 사례를 전형적 이해관계 충돌이요 공직자 윤리법 위반 사안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명증한 비판이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 교수는 신문칼럼을 통해 "본인의 우월적 지위가 어떤 형태로든 자녀
<피와 뼈> 일본의 저명한 희극 배우 기타노 다케시가 김준평으로 나왔던 영화 <피와 뼈>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재일작가 양석일 원작인 이 영화는 제주도 출신의 한 조선인 청년이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 어떻게 괴물이 되고 마는지 그 처절한 삶의 비극을 그려냈다. 원작이나 영화나 모두 재일 조선인들의 삶에 도사리고 있는 울분과 고통이 거침없이 분출된다. 무엇보다도 김준평이 휘두르는 폭력은 식민지 청년이 쏟을 곳 없는 욕망과 분노가 그의 가족에게 향하고 있고, 그 강도가 견디기 쉽지 않다는 것에서도 강력한 서사를 펼쳐낸다. 워낙 뛰어난 연기 탓에 몰입도가 높은 기타노 다케시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그는 일본 배우가 아니라 그 파란많은 1920년대와 30년대를 거쳐 누구도 맞서기 어려운 사나이가 된 괴팍한 조선인 남자처럼 여겨질 정도다. 결국 김준평은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간다. 제주 출신의 그가 택한 최후였다. 식민지 출신의 한 청년이 일본 오사카라는 이국의 한 도시, 그 구석진 조선인촌에서 버텨낸 삶의 뜨거운 아픔을 양석일은 전한다. 인권이 유린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어둠의 아이들>로 이름을 알렸던 그의 <피와
북한은 4월 13일 평양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을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영상을 공개하였다.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시 중대보도를 낭독했던 리춘히 방송원에게 배정된 주택에 김정은이 방문해서 주택 내부를 살펴보았다. 79세의 리춘히는 연신 기쁘고 행복한 모습을 보였고 김정은은 앞으로도 방송 활동을 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에 준공된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는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평양 5만 세대 건설과는 별도로 북한 주요 부문 공로자들을 위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나서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움직여 나가는 핵심 인물들에 대한 보상이자 지속적인 충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지역은 김일성이 ‘금수산 태양궁전’으로 70년대에 가기 이전까지 거주했던 사저인 ‘5호 댁’이 있던 부지로,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북한에게는 매우 상징적 장소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러한 ‘혁명사적지’를 보존하는 대신 과감하게 헐어서 현대식 강변 테라스 고급주택을 지어 충성심 강한 인물들에게 선사하였다. 김정은은 아마도 자신이 내세우는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애민정신’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공기살인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을 소재로 했다. 의사이자 주인공인 태훈은 아들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아내의 급사를 겪으면서 이 상황의 원인을 찾아보려 나선다. 유사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 사례를 살펴보던 그는 아들과 아내가 누웠던 침대 곁 가습기에 시선을 멈춘다. 태훈의 눈빛이 흔들린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유통되기 시작해서 2011년 판매 금지가 되기 전까지 17년간 43개 제품, 총 998만 개가 판매됐다. 당시 언론은 가습기를 정기적으로 소독해주어야 한다며 광고와 기사로 가습기 살균제를 소개하고 홍보했다.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4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56만 명은 몸에 크고 작은 건강상의 피해를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7,685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751명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끝나지 않은 사회적 참사다. 정부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을 걸러낼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 기업은 제품의 독성을 알면서 숨겼다. 이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은…
검찰 개혁을 위한 민형배 의원의 결단을 두고 말이 많다.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검찰 정상화의 국회 입법 진행을 위해 탈당이라는 과감하고도 통 큰 선택이다. 개혁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꼼수, 무리수, 혹은 위장 탈당 등 각종 표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반면 개혁을 원하는 이들은 얼마 남지 않는 국회 시간을 염두에 둔 결기 찬 결정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개혁은 늘 있었다. 대표적인 개혁인 종교개혁이나 미국 노예 해방운동을 보면, 전자는 당시 비리가 심했던 구교로부터 많은 희생 속에 기독교의 전면적 재구성을 통해 개신교가 등장한 과정이었고, 후자는 남북 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전쟁 형태로 진행되었다. 국내의 130여 년 전에 있었던 동학 농민운동 역시 당시 혁명에 가까운 사회 개혁 운동이었다. 혁명은 특정 분야의 부분적 개혁으로는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혁명은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며, 혁명 주체가 대중의 응축된 개혁 요구에 상응하는 개혁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실패로 끝난다. 무혈 정권 교체를 이뤄냄으로써 광화문 촛불은 혁명성을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새 정권은 촛불이 요구한 개혁을 하지 못했다. 혁명 정부답게 적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경을 요구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자신도 타인을 존경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떤 사람도 수단이나 목적이 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만인 속의 인간적 존엄성을 인정하고 그 존엄성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칸트) 노동자들의 복지문제에 대해 권력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들의 보호자라도 되는 양 거만하게 말한다. 노동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거만한 말투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욕보다 더 모욕적이다. 노동자를 지극히 동정하는 듯한 그들의 말투 속에서, 원래 노동자에게 가난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자신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반드시 가난하고 비참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편견을 엿볼 수 있다. (헨리 조지) 민중에 대한 보호는 어느 시대에나 폭력에 대한 구실이었고, 군주제와 귀족제를 비롯한 특권층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구실이었다. 심지어 공화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이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고작해야 인간이 가축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나중에 그 힘과 살코기를 이용하기 위해 가축을 보호할 뿐이다. (헨리 조지) 사람들은 소심하여 늘 자신을 비하하기만 한다. ‘나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