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마음의 눈과 화두를 한 곳에 매어두고 다만 정신이 산뜻하고 분명하도록 자세히 참구하여야 한다. 비유하면 어린애가 어미를 간절히 생각하고 주린 사람이 밥을 찾으며 목마른 사람이 물을 구하는 것과 같아서 쉬려 해도 쉴 수 없고 생각하고 또 생각할 것이니 이것이 어찌 애를 써서 되는 일이겠는가? 만일 이런 진실한 공을 쌓으면 곧 힘을 더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니 그것은 바로 힘을 얻는 곳으로서 화두가 저절로 숙성하여 한 덩이가 되어 몸과 마음이 깨끗이 비어 움직이지 않고 마음이 가는 곳이 없어질 것이다. 거기서는 다만 그 한 사람뿐일 것이니 그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일으키면 결단코 그림자에 홀릴 것이다. 부디 털끝만큼도 다른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네 면목이 어떤 곳인가?’를, 또 조주 스님이 ‘없다’고 말한 뜻은 무엇인지 잘 돌아보아 이 말에서 무명을 쳐부수면, 물을 마시는 사람이 차고 더움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이 될 것이다. 그래도 깨치지 못하거든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기운을 내서 다만 화두를 끊어지지 않게 하되, 의심이 있고 없음과 재미가 있고 없음을 생각하지 말고 바로 큰 의심으로 화두를 들어 오
윤근일(61) 기전문화재연구원장에게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금동신발의 사나이’와 ‘우리나라 고고학계의 산증인’이다. 천마총 금관부터 황남대총 금관과 금동관, 백제 입점리 금동관과 금동제 신발, 관식, 물고기 장식의 금동신발 등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연구가들은 평생에 한 번 구경도 못할 법할 귀하디 귀한 유물들을 직접 발굴한 장본인인 까닭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9월11일 평생을 몸담았던 정든 국립문화재연구소를 떠나 경기문화재단 부설기관인 기전문화재연구원(이하 기문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1주년을 앞둔 그를 만났다. 33년 발굴인생 이젠 ‘숨’ 같아… 윤근일 원장은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에 대한 소회를 묻자 대뜸 “지난 1년의 시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기문원에 왔어도 실제 업무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거든요. 그저 인생의 연장선일 뿐이죠.” 윤 원장은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1970년대 초, 우연한 기회로 ‘고고학의 늪’에 빠졌다
하남시 신장동 모범빌딩 10여평의 작은 공간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희망제작소가 있다. 관행처럼 이어져 온 가정폭력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하남가정폭력상담소’가 바로 그곳이다. 박희숙 상담소장을 비롯 신복실(50), 이계정(37) 상담사가 행복을 전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흔히 가정폭력이란 가정내 구성원 사이에서 힘의 우위에 있는 자가 힘과 폭력으로 피해자에게 신체, 정신, 정서, 경제, 성적으로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같은 폭력이 대부분 밀폐된 가정안에서 이뤄줘 쉬쉬하는 바람에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가정내 일을 이웃들이 알면 창피하다는 자존심 때문에 외부로 알리기 싫어하는 데다 상담소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하남가정폭력상담소는 연간 325건의 상담을 통해 가정폭력을 비롯 여성 아동 노인문제 등을 해결,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남가정폭력상담소는 지난 2001년 5월 사단법인 정해복지 부설기관으로 개소된 이래 그해 9월 호주제 폐지 범시민 서명운동을 비롯 각종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상담소는 가정내 구타, 외도, 부부갈등, 시집갈등, 이
그가 남긴 선문염송(禪門拈頌)은 한국 선사와 선시사에 길이 빛나는 명저다. 이 책은 그때까지 전하던 불교 선사(禪史)에 관한 자료를 집대성하여 추리고 추린 끝에 천 가지가 넘는 중요한 선문답을 뽑아낸 것이다. 이 책이 등장함으로써 선의 지표가 설정되고 사이비 선을 몰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화두라는 개념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여 이후 선문염송에 나오는 화두 하나쯤은 평생 과제로 잡고 있는 수좌들이 많아졌다. 열세 살에 동진 출가한 태고는 스물여섯 살에 경학(經學)의 최고봉인 화엄선(華嚴選)에 합격했다. 그 후엔 선학에 뜻을 두고 단식, 기도, 참선 등 여러 방법으로 진리의 문을 두드렸다. 태고가 결정적으로 매달린 것은 조주의 무(無) 공안이었다. 결국 다음과 같은 오도송을 읊어냈다. 조주가 깨달음의 길을 막고 앉아 시퍼런 칼을 들어 눈앞에 세우니 빈 틈 하나 보이지 않네 여우와 토끼가 종적을 감추더니 이윽고 사자가 나타나네 굳게 닫힌 문을 열어젖히니 시원한 바람이 태고암을 스친다 태고는 무(無) 공안을 깨뜨린 데 대하여 훗날 다음과 같은 법문을 남겼다.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개한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
게송을 읊고난 진각은 주먹을 불끈 쳐들어 보였다. “이게 바로 해탈선이라네. 자네, 좀 알겠나?” 진각은 다시 손을 펴보이면서 말했다. “이렇게 주먹을 펴면 다섯 손가락이 각각 다르지만,” 진각은 다시 주먹을 쥐어보이면서 말했다. “이렇게 오므리면 하나가 되는 것이니 펴고 오므리는 것이 자유로워 걸림이 없네. 이것은 주먹에 대한 본분설법이 아니라네. 자네가 한 번 어떤 것이 본분설법인가 말해 보게.” 마곡은 여러 모로 궁리했으나 진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진각은 창문을 마구 두드리다가 큰 소리로 껄껄 웃어버리고 말았다. 진각은 시퍼런 칼만 휘두르다가 소득도 없이 거두어들인 셈이 되었다. 이 일화는 뒤에서의 최후 문답과 곧바로 연결이 된다. 진각에게도 입적의 날은 왔다. 고인의 전기를 다루는 데는 입적에 대해 거의 면역이 되어 생활의 한 자연스런 변화쯤으로 늘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현실감을 잊기가 쉽다는 뜻이다. 진각은 최후 문답과 유언을 모두 마친 뒤 도반 마곡이 지켜보는 데서 입적을 준비했다. 이상하게도 마곡은 진각이 곧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제2회 경기평생학습축제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경기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수원시·수원교육청·경기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가 공동주관하는 ‘제2회 희망경기 평생학습 수원축제’가 도내 152기관이 참가한 가운데 수원시 효원공원과 경기도문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돼 성황리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는 ‘함께해요 평생학습여행’이라는 슬로건 공식행사를 시작으로 ▲효과만점! 어울림의 향연 ▲의기투합! 배움의 둥지 ▲도전! 열정의 장 ▲시끌벅적! 흥성흥성 한마당 등 4개 마당으로 나눠져 주제별로 진행됐다. ◆‘효과만점 어울림의 향연’ 도교육청과 25개 시군교육청, 수원시를 비롯, 9개 평생학습도시, 도립과천도서관을 비롯한 72개 평생학습관, 평생교육시범학교, 비즈쿨 창업동아리, 방송통신고등학교, 학력인정평생교육학교 등이 152개 관련기관이 참여했다. 특히 229개 폭넓은 프로그램의 체험기회를 제공, 평생학습이란 주제의 홍보 및 체험관을 통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 학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학습기관 작품전시회는 지역의 학교, 평생교육기관, 평생학습동
진각과 보조가 사제의 깊은 정을 나누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동기가 있었다. 어느 날 도반과 함께 길을 지나던 진각은 얼핏 산 계곡에 나직이 번지는 보조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보조가 시자에게 찻물을 끓여 오라고 이르는 말이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잔잔하고 맑은지 진각은 그 자리에서 시 한 수를 지었다. 시자 부르는 음성 안개 어린 솔가지 덩그러진 칡덩굴에 떨어지누나 차 끓이는 그윽한 내음 바람에 실려 돌길 위를 날아오른다 보조는 진각이 올린 이 시를 읽어 보고 대답 대신 아름다운 부채를 한 개 내주었다. 이 일 말고도 보조와 나눈 선문답이 있는데 그것이 또 보조의 마음에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분 스님이 함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다 떨어진 짚신 한 짝이 길모퉁이에 버려져 있는 것이 두 분 스님의 눈에 동시에 들어왔다. 먼저 보조가 반응을 보였다. “짚신은 여기 있고 주인은 어디에 있을까?” 진각은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답을 만들어냈다. “왜 그때 서로 보지 않았습니까?” 보조는 속으로 뜨끔하면서 겉으론 의미 있는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보조는 그 후 진각을 격려하고 이끌면서 남다른 지도를 아끼지
체육인들 ‘염원과 열정’ 담아 세계속 빛나는 글로벌 인재 양성 “경기체육이 대한민국 체육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파크 빌리지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전국 최고의 스포츠 파크 빌리지를 조성함으로써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 시키고, 경기체육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체육회 김부회(53) 사무처장은 경기체육이 당면한 과제 중 해결해야할 첫번째 사안으로 전종목에 걸쳐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스포츠 빌리지 조성을 꼽았다. 그는 현재의 열악한 운동 여건을 개선하지 못한 채 답보한다면 경기체육이 쇠퇴의 길을 걷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수선수 육성·발굴을 위해서는 초·중·고·대·일반부로 이어지는 연계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팀 창단을 위해 일선 시·군 및 학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스포츠가 그 나라의 국력을 대변하는 만큼 글로벌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기체육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은. ▲현재 경기체육이 대한민국 1등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우수선수 발굴 및 육성과 전지훈련, 강화훈련 등을 통
희종 6년인 서기 1210년에 어머니를 천도하는 법연을 베풀고 수십 일 동안 설법하다가 ‘나도 또한 이 세상에서 이렇게 법을 이야기할 날이 오래 남지 않았으니 여러분은 각자 열심히 공부하시오.’ 하고 대중에게 당부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시자를 불러서 날짜를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냐?” “3월 27일입니다.” 시자의 대답을 들은 보조는 가야할 시간이 온 듯 법복을 입고 양치질을 했다. 육신에 대한 인사를 마친 것이다. “이 눈은 조사의 눈이 아니요, 코도 조사의 코가 아니요, 이 입도 어머니가 낳아준 입이 아니요, 혀도 어머니가 낳아준 혀가 아니다.” 그리고 북을 쳐서 임종을 널리 알렸다. 산중 스님들로부터 산 아래 신도들까지 모두 모여들었다. “이제는 나의 명근(命根)을 여러 사람에게 떠맡겨서 이리저리 마음대로 끌도록 하겠으니 누구나 뼈뿌리가 있는 사람은 나서라.” 최후 문답을 허락하는 것이었다. 보조는 법상에 앉아 발을 뻗고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조금도 거리낌없이 자세히 답변을 하였다. 마지막 질문에…
그래서 나는 참선하는 여가에 항상 도반들을 위해 설명을 하곤 했다. 그러나 장자의 논문은 문장이 투박하여 딱딱할 뿐더러 분량이 너무 많아서 전체를 해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비판하는 방식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에 널리 유행하지 못했다. 그 논문은 원돈(圓頓)으로 들어가는 법문으로는 가장 좋은 마음의 거울이었다. 그러므로 이것을 읽는 사람은 모든 논쟁을 쉬고 생각을 하되 생멸이 없게 하고 삿된 마음의 그물을 찢어버림으로써 불법을 지켜나가야 한다. (부분 생략)” 보조의 글은 도리어 너무 쉬워서 그 뜻을 놓치기 쉽다. 그 후 보조는 지리산 상무주암으로 가서 수행을 했다. 무주암에 머무는 동안 대혜 보각 선사의 서장어록을 읽다가 ‘선이라는 것은 고요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제일 고요한 곳과 시끄러운 곳과 일상생활을 하는 곳과 생각하고 분별하는 곳을 버리지 말고 홀연히 눈이 열려야 비로소 이 집안의 일을 알게 된다.’라는 대목을 보자 갑자기 가슴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풀어지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안락해졌다. 보조는 이 시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내가 보문사에서부터 이미 10년이 지났다. 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