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NGO단체 Give Directly에 따르면, 세계 7억 인구가 극심한 가난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에게 생존소득을 주려면 800억 달러(약 90조 400억 원)가 필요하다. 이 액수는 연간 공적개발원조 예산의 절반이다. 케냐 책임자 테티(Caroline Teti)는 “우리는 빈곤을 타파하는 데 현금 이상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간단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본다”라고 설명한다. 소로스(George Soros)의 오픈 소사이어티와 이베이(ebay) 창업자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e)의 오미디야르소사이어티로부터 재정을 지원받는 Give Directly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직접 주는 “직접원조(aide directe)” 운동을 펼친다. 이 단체는 케냐인 수천 명에게 기본소득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실험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키수무(Kisumu) 도로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마가와(Magawa)는 그 중 한 곳. 케냐의 세 번째 도시인 이 곳은 호젓하고 열대식물이 울창하다. 일자리는 가뭄에 콩 나듯하다. 나무숯을 만드는 일 외에 건설현장의 알바 정도가 전부다. 마가와의 주민들은 Give Directly 덕에 매월 초 케냐 돈 225
토고(Togo)는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작은 나라다. 이 곳 역시 기본소득이 싹트고 있다. 토고정부는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고자 연대보편소득(revenu universel de solidarité)을 긴급히 내 놓았다. 이는 기본소득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8-5-5. 이 숫자들은 토고의 수도 로메(Lomé) 거리의 판매상들, 재봉사들, 요리사들이 코로나 정국에도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게 해 준다. 코로나로 직업을 잃은 여인들은 각자의 핸드폰에 이 세 숫자를 누르면 연대보편소득을 받게 된다. 노비씨(Novissi).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노비씨는 Togocom(T-Money)과 Atlantique Télécom (Flooz)을 이용한 전면 디지털 장치다. 지난해 도시가 봉쇄된 4월 8일에서 6월 6일까지 로메와 차우조(Tchaoudjo)에서는 57만 명이 노비씨에 접속했다. 이런 규모는 아프리카 사상 처음이다. 로메에서 시작된 노비씨는 코로나의 악화로 활동을 제약받던 시기, 농촌지방 수두(Soudou)까지 확대됐다. 신청대상은 18세 이상 토고인. 단, 성인임을 전자카드로 증명하고 직업과 거주지를 밝혀야 한다. 경제통신장관 로송(Cina Lawson)은
지난 3월 유엔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인 2천 200만 명이 빈곤상태에 빠져있다. 이 숫자는 코로나 19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년 이래 가장 많다. 빈곤상태란 하루 5.5달러(약 6000원) 이하로 살고, 최빈상태란 하루 1.9달러(약 2000원) 이하로 사는 것이다. 유엔은 더 이상 이러한 불평등을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염려한다. 라틴 아메리카 경제위원회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창설할 것을 호소하고, 이 새로운 사회계약이 보다 지속적인 방향으로 설계되길 바라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최근 칠레 프에르토 몬트(Puerto Montt)에서 기본소득 회의를 개최하려했지만 코로나가 악화돼 취소했다. 한편, 우루과이는 학계가 나서 기본소득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치그룹 Frente Amplio는 기본소득 법안을 이미 제출했다. 최근에는 기본소득안을 개발 중에 있다. 멕시코 역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크고, 과반수가 넘는 국민의 지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루과이나 다른 라티노 국가에 비해 늦깎이지만 최근 학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물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
영토가 큰 나라는 코로나 피해도 엄청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브라질이 그 예다. 브라질 사람 6000만 명이 코로나로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볼소나로(Jair Bolsonaro) 대통령은 서둘러 비상대책법을 통과시켰다. 가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3개월 간 매월 680헤알(약 14만원)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3개월은 턱도 없는 일. 코로나는 꿈쩍도 않고 상황은 더 악화돼 다른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볼소나로 대통령과 게지스(Paulo Guedes) 경제부 장관은 지난 9월 하순 랜다-브라질(Renda-Brasil)이라는 새 기본소득을 내 놓았다. 랜다-브라질은 볼사-파밀리아(Bolsa-Familia)를 통합하게 된다. 사실 브라질은 세계 최초로 시민기본소득법(Act of Basic Income of Citizenship)을 법제화한 나라다. 2004년 룰라(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뤄낸 성과다. 모든 브라질인과 5년 이상의 외국인 체류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너무 거창한 이상일까. 시민기본소득 대신 2003년 실시한 볼사-파밀리아만 계속해 왔다. 물론 이
캐나다는 기본소득의 고요한 혁명이 이미 시작된 듯하다. 지난해 6월 20일 라디오 캐나다 발표에 따르면, 59%의 캐나다 국민이 기본소득을 찬성하고 있다. 앵거스 레이드(Angus Reid) 연구소가 캐나다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기본소득을 가장 지지한 곳은 퀘백(Québec). 퀘백인 66%가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어 전국 평균을 훌쩍 넘었다. 그 뒤를 온타리오(Ontario)와 브리티시 컬럼비아(Colombie-Britannique)가 쫓고 있다. 이 연구소의 코진스키(Dave Korzinski) 소장은 “퀘백은 기본소득에 대해 진보적이어 이 결과는 결코 놀랍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4월 8일 트뤼도(Justin Trudeau) 수상의 기본소득 제안 때도 마찬가지. 캐나다 정부가 18세부터 64세까지의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제안하자 퀘백 주가 가장 환영했다. 퀘백의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기본소득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퀘백자유당은 육체·정신 장애인들을 위해 최초로 기본소득을 창설해 다른 수당과 병과할 수 있도록 했고, 퀘백당 역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론수렴을 당의 프로그램으로 정했다. 2012년 사라진 퀘백
기본소득 논의는 일찍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자유주의 예찬자인 통화주의자들에 의해서였다.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1962년 빈곤 퇴치를 위한 수단으로 기본소득의 일종인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NIT)’를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닉슨 대통령(Richard Nixon)은 이에 영향을 받아 자녀가 있는 가정에 연간수당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상원에서 기각됐다. 진보적 입장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한 인물은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였다. 그는 1967년 가난을 물리칠 최선의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들었다. 그러나 1980년 공화당의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이 탄생되면서 기본소득 논의는 폐기됐다. 레이건은 기본소득이 노동 가치와 양립불가능하고 불건전한 의존문화를 부추길 것으로 보았다. 그러던 기본소득이 최근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앤드류 양(Andrew Yang)은 기본소득을 지지했다. 그는 미국의 모든 시민에게 자유 배당금으로 매월 1000달러를 주자고 주장했다. 이 장치야 말로 경제와 고용창출을 위한 영구적 지원이라는 것이다.
벨기에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자 경제학자 콜망(Bruno Colmant)에 따르면, 벨기에 사회시스템은 사회보장제도의 개별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파경을 맞지 않는다면 아주 잘 작동한다. 그러나 지금은 정지 직전. 코로나 보건 위기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와 소득을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인들은 기본소득 카드를 꺼낼 찰나. 그간 벨기에 정부는 경기부진 때마다 여러 지원책을 내놓곤 했지만 기본소득 개념에는 다가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절박한 상황.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지금이야말로 기본소득 개념을 부각시킬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2월 벨기에 중도우파 정당 MR(Mouvement réformateur: 개혁운동)은 기본소득 연구를 시작했다. 근시일내에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는 목표다. 이들이 생각하는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태어나면서부터 매월 수당을 지급받는 것이다. 브뤼셀 자유대학(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법학과 뒤몽(Daniel Dumont) 교수는 “이 기본소득은 보편수당으로, 개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요약한다. 즉, 가족을 부양하
세계 시민단체 옥스팜(Oxfam)에 따르면, 영국인 150만 명이 작년 3월 유니버설 크레디트(Universal Credit, 공적원조)를 요청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유니버설 크레디트는 2013년 캐머런 (David Cameron) 총리가 신설한 영국의 유일한 복지수당으로, 소득에 따라 혜택이 제공된다. 따라서 이 수당을 청구할 자격이 없는 사람도 매우 많다. 사정이 이러하니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푸드 뱅크를 이용하는 영국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인버클라이드(Inverclyde)주 SNP(Scottish National Party, pro-indépendance) 의원 코완(Ronnie Cowan)은 “지금처럼 심각한 사태를 본 적이 없다며 고통스러워하는 메일을 매일 수 천 통씩 받는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지었다. 초유의 사태 앞에 영국도 결국 기본소득 시계를 빨리 돌릴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지난해 4월 22일 하원의원 100여명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본소득 실시를 위한 공개편지를 냈다. 그들이 추진하는 기본소득은 모든 영국인이 매월, 조건 없이 생필품비(주거비와 식비 등)를 지급받게 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정부는 영국정부보다
코로나 19의 최대 격전지는 이탈리아다. 작년 초 밀려온 코로나로 밀라노에서는 순식간에 3만 명이 사망했다. 국토는 봉쇄되고 경제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실업자가 속출했고, 먹을 것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시민들이 즐비했다. 카리타스(Caritas) 수녀회가 운영하는 밀라노의 한 배급소에 식료품을 받으러 나온 65세의 여인 마리아(Maria)는 “참 괴롭네요”라며 수줍어했다. 마리아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라 스칼라(La Scala) 오페라 극장 휴대품 보관소에서 일했다. 그런데 오페라 극장이 문을 닫자 생계는 막막해졌다. 미망인 연금으로 월세를 내고 의약품비로 매월 60유로를 지출해야 한다. 로마 한복판에서 생필품 보급차(Ronda della Solidarieta: 연대 순회차)를 기다리는 50대 여인 아나(Anna) 역시 “생활이 어려울 때 가끔씩 오지요. 창피하네요”라고 말한다. 아나는 가사 도우미였지만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다. 집세를 내려면 식비를 아껴야 한다. 노동조합 콜디레티(Coldiretti)에 따르면, 이 여인들처럼 식료품을 보급 받는 사람은 약 370만 명. 전보다 100만 명 더 증가했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스페인은 코로나 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다. 지난해 3월 코로나 환자가 무섭게 증가하더니, 순식간에 4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국토는 전면 봉쇄됐고 경제활동은 중단됐다. 한 달 동안 직업을 잃은 사람은 9십만 명에 달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성당에 가 먹을 것을 찾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바르셀로나, 카탈로니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30%를 넘었다. 발 빠른 대책이 없다면 이들은 심각한 상태에 빠지고 사회 갈등은 증폭될 위기였다. 스페인 정부는 최소생활소득(revenu minimum vital)을 긴급히 공부했다. 그리고 산체스(Pedro Sánchez) 수상은 곧장 기본소득 페달을 밟았다. 상상을 초월한 위기 앞에 기본소득이 아니면 답이 없다고 본 것이다. 5월 초 기본소득 초안이 일간지 엘문도(El Mundo)에 발표됐다. 스페인의 기본소득 시계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 최소생활소득은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코로나 정국 앞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처럼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에 따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