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월을 좋아했다. 사계절이 뚜렷한(점점 흐릿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4월은 마법 같은 날씨를 가지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마음은 괜히 들떠 콧노래가 나온다. 길거리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고개를 들어보면 벚꽃잎이 휘날린다. 시원한 커피를 한잔 사서 목적지 없이 걷기만 해도 즐거운 시간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마냥 즐겁지가 않아졌다. 올해로 10년째다. 세상엔 늘 크고 작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어왔고 계속 생겨나겠지만 아직도 괜스레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악의 없이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고 해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일상을 되찾고 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도 끝났다. 국회의원이라는 공직담당자를 뽑는 선거인데도 국민의 정서는 대체로 양극단으로 나누어졌다. 지역으로 보면 여당은 영남을 석권했고, 야당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충청도, 호남지역에서 많은 지지표를 얻었다. 두 개로 나누어진 지역적 편향성은 한국사회가 병이 든 사회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는 1세기 동안 한국사회가 겪었던 분단의 역사와 경제의 압축성장과정에서 수반된 부산물이며 그동안 쌓였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국가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와 행정관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국가자원의 배분이 민주적이지 않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사회의 제반 분야에서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됐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혁신과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게 되는 정책수립과 정치과정에서는 지도층의 민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즉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막강해진 검찰과 경찰권력의 전횡, 국회 입법과정에서의 비타협, 여당과 야당의 상호 적대의식, 보수와 진보세력 간의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 영남과 호남지역 간의 대결양상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 막고 있는 셈이 된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 대표들, 나아가 야당에게도 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국회에서 의결한 사안을 대통령이 9번이나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해당 부서의 각료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고 교체를 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서에서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그 책임을 지는 공직자가 없다는 것은 국민의 간절한 뜻을 저버리는 경우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야당에게 참패를 당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정부 여당과 대통령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고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역기능 등을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며 야당과 소통할 줄 아는 각료를 임명해야 하고, 대통령은 국회의 기능을 존중하며 여야를 아우르며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야당은 다수당이 되었다고 해서 자만에 빠지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여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받았던 심한 국민의 질책과 경고를 무시하고 야당과 국민들과의 소통과 타협을 거부하게 된다면, 앞으로 남은 3년 기간동안 정부와 여당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의 혁명적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나아가 양극단으로 분열된 일반 국민들도 보다 민주화되며 건전한 시민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국회의원 선거기간에 난무하였던 불신과 선동, 죽고 살기로 대결하려는 경쟁의 정치에서 벗어나, 정직과 신뢰, 타협과 소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보다 편안하게 보듬어가는 살맛나는 정치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22대 총선이 끝난지 9일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여당 입장에서 총선 민의는 참담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임기 3년이 남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총선결과로 나타났을 뿐, 남은 임기 3년간 국정을 쇄신하고 정치를 복원한다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총선 이후 국민과 여론의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 과연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윤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고민한다는 기류는 없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은 두 번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으나 여론은 냉담하다. 국정변화의 의지를 밝힐 것으로 기대했으나 형식과 내용 모두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윤대통령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통..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구조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부동산 비중이 높고 현금성 자산의 보유 비중이 낮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면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와 같이 갑작스럽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싱황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업에서 회계상의 손익과 현금 흐름의 시점 차이로 인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의 납부에도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회계상 이익은 큰 금액으로 발생했지만 수금이 늦어지거나, 발생한 이익금을 사업에 재투자해서 당장의 현금이 부족한 경우 등이 그럴 것이다. 세금을 내야 할 기한을 어기는 경우 지연 납부 일당 2.2/1만(년8.03%)의 금액이 납부지연가산세로 추징되며, 체납세액이 있는 경우에는 납세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 압류와 강제 매각까지 당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납세의지와 역량은 있으나 당장은 현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배려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세법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물납과 분납, 연부연납, 그리고 징수유예와 납기연장 등이 그것이다.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이러한 세금 납부기한 완화 장치들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세금은 일시 납부가 원칙이나 국세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는 납부세액이 2천만원 이하인 때에는 1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 납부할 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세액의 100분의 50 이하의 금액을 납부기한 후 2개월 (법인세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일반 기업의 경우 1개월이며, 종합부동산세는 세금이 25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부기한이 지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분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분납에 대해서는 별도의 과세관청의 허가나 납세담보 제공 등의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이자가 부과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물납은 국세 중에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제도로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과 같은 현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물납은 상속재산(증여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2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에 적용되며, 물납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편 상속세및증여세법에서는 위에서 말한 분납보다 훨씬 더 기간을 연장하여 납세부담을 이연시킬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를 연부 연납제도라고 한다. 세금 납부를 위한 재산의 환가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또 짧은 시간에 재산을 처분하게 되면 큰 금액의 가치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연부연납은 납세 금액 일천만 원 이상 등의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고, 납세의무자의 신청에 의하여 세무서장의 허가를 득하여야 하며 납세담보도 제공하여야 한다. 연납기간은 가업 상속의 경우에는 최장 20년, 일반 상속의 경우에는 5년 이내이며, 연부연납에 따른 가산이자는 년 1.2%로 시중 금리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하겠다. 연부 연납을 하는 경우 물납도 병행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자가 재해를 당하거나 매출 격감 또는 거래처의 파업 등으로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경우에는 납기연장과 징수유예 제도를 활용하여 일정 기간 동안 세금을 납부시기를 일시적으로 늦출 수도 있다. 과거 코로나 19 팬데믹 시절에는 국세청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이 제도를 통해 납세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연장 기간은 만료일의 다음 날로부터 최대 9개월 이내이며 기한연장 신청을 위해서는 해당 세금의 납부기한 3일 전까지 세무서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사업여건에 제 때에 세금을 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까지 겹쳐서 고민이 더해지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지금 당장의 세금 낼 자금이 부족하다면 위에서 제시한 여러 제도들을 잘 활용해서 위기를 해쳐 나가는 것도 경영에서 중요한 수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계의 중진으로 비교적 큰 영화사의 임원까지 지냈던 R씨는 요즘 주말에 택배 일을 한다. 은퇴 나이를 훌쩍 넘겨 영화 일을 그만 둔 지는 꽤 됐지만 노후를 위해 돈을 모아 두지를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다. 현재 매달 나오는 국민연금은 턱도 없는 얘기이다. 소일 거리라도 하며 주변 사람, 경조사 비용이라도 보탤 겸 하는 심정으로 그는 얼마 전부터 K 배달 업체 엡을 깔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잘 연결되면 주말 하루에 1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 배급 전문가인 A씨는 요즘 풀 타임 택배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 간다. 영화계에서는 그가 일 할 공간은 이제 거의 없다. 그는 배급 마케팅 베테랑이다. 그의 오랜 영화산업의 경험과 지식은 외면 받고 있다. A씨는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닌다. “나는 괜찮은데, 혹시 영화 쪽 아는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민망해 할 것 같아서”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사례는 무수하게 많다. 영화 현장 미술 스태프로 일했던 M씨도 요즘 편의점 심야 알바로 생계비를 번다. “일이 전혀 들어 오지 않는다”며 그는 한숨을 쉰다.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리 운전을 뛴다. 유명 영화에 나왔던 조단역 배우들은 “어차피 얼굴도 못 알아 본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연예계가 좌파 일색인데 지난 총선 유세를 도왔던 일부 연예인들에게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연예계, 특히 영화계가 좌파인 이유, 반 정부적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나가는 얘기처럼 했지만 누구에게는 곱게 들리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 운운하면 지금의 집권당이나 강남 3구, 송파 사람들은, 당장 빨갱이 운운하지만 영화 일 같은 프리랜서 노동의 상황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영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물론 끈덕지게 영화 한편을 개발하고 그게 요행으로 흥행에 성공해 큰 돈을 벌 수 도 있다. 그러나 다 알다시피 백 만분의 일, 천 만분의 일 확률이다. 평소 제대로 된 월급이나 자녀 학비를 벌어서 가정에 가져다 주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영화와 정치는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주변에 세가지 요건이 있어야 하는데 영화나 정치를 하려면 내가 돈이 있거나, 집안에 돈이 있거나, 친구가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흙수저 출신, 배경이 없는 사람은 영화를 하면 안된다. 기본 생계비를 보장받지 못한다. 한국영화인복지재단이라는 단체가 존재하지만 주 업무는 장학사업이다. 대체로 원로 영화인들에게 수혜가 돌아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의미에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제 한국의 노동운동은 비정규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영화계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국 사회주의자 영화감독 켄 로치의 영화 중에는 ‘미안해요, 리키’라는 작품이 있다. 원제는 ‘Sorry We Missed You’이다. 의역하면 ‘문 앞에 물건 놓고 갑니다.’이다. 택배 일을 시작한, 리키라는 이름의 중년 실직 노동자 남자의 얘기이다. 그의 고된 일상을 종종 어린 딸이 동행한다. 그 어린 손으로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는 집 앞에 ‘부재중 배송’이란 의미의 글을 쓰는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진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하기 전에 이런 장면을 떠올렸을까. 그런 ‘깜량’이라도 되는 사람인가. '나오느니 한숨이로소이다'이다.
지난 2018년 뉴욕타임즈는 뉴욕대 공교육연구소 소장이자 사회학 교수인 에릭 클린버그(Eric Klinenberg)의 ‘공공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제시한 글을 게재했다. “도서관은 마땅히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도서관은 핵가족화화, 양극화, 불평등의 시대에 시민 사회의 기반 역할을 하는 근간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일부 지역에서 책 읽는 수요가 줄면서, 도서관이 더 이상 역사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서관은 사회적 인프라로써 책을 빌려보는 것만이 아닌 상호 교류하는 물리적 공간과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도서관은 신의 선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극찬했다. 도서관은 기록의 보고이다. 지식과 지혜, 정보를 공유하고 보존해 후대에 전달해주기 위해..
왜 경기 광주(廣州)는 길게 [광:주], 광주(光州)광역시는 짧게 [광주]일까? 며칠 전 KBS 라디오 ‘클래식 FM’의 국악 프로 ‘풍류마을’을 듣다 황당했다. 진행자가 “... (아무개 씨가) 소금을 분다”고 말했다. 혹 “소금을 탄다” 했는지도 모르겠다. 얼핏 흰 소금을 (입으로) 불거나 (손으로) 음식에 타는(섞는) 것을 상상했다. 음악 얘기이니 악기 소금(小笒)이면 (피리처럼) ‘~을 분다’, 소금(小琴)이면 (가야금처럼) ‘~을 탄다’고 했겠다. 그런데 짧게 [소금]이라 했으니 소리가 같은 짠 [소금]과 구별할 수 없었다. 방송이 틀린 것이다. 불든(吹奏 취주) 타든(彈奏 탄주), 소(小)는 긴소리(長音·장음)로 [소:금]이라 해야 맞다. 선거 때 방송에서 이 ‘광주’와 저 ‘광주’가 대체로 구분 없이 (대개 단음 [광주]로) 마구 튀어 나왔다. 경기도..
어제 유럽시간 오전 12시, 서울시간 오후 7시. 제33회 파리올림픽 성화가 불을 붙였다. 마티유 르아뇌르(Mathieu Lehanneur)가 디자인하고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사(社)가 제작한 은빛의 성화는 무척 단아하고 세련됐다. 고대 올림픽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성화는 그리스 올림피아 성소에서 채화식을 했다. “성화 봉송은 올림픽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새로운 대회의 웅장한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다”라고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 토니 에스탕게(Tony Estanguet)는 설명했다. 이 성화는 당분간 그리스 여기저기를 봉송 여행하고 장미의 계절 5월에는 프랑스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스 일정은 4월 17일 펠로폰네소스 반도 서쪽의 아말리아다, 일리다, 가스투니, 피르고스, 자카로, 필리아트라를 거쳐 필로스까지 봉송이 이어지고, 18일 수도 아테네의 주요 항구인 피레우스로 향한다. 19일에는 남동부 도데카니즈 군도와 크레타 섬 헤라클리온 마을과 키클라데스 섬으로 이동한 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하게 된다. 20일은 고대 유적지 델포이와 볼로스 마을을 지나 중부 테살리아에서, 그 다음날은 마케도니아의 수도이자 그리스의 두 번째 대도시인 북부의 테살로니키로 향하고, 22일은 알렉산드로폴리에 도착하게 된다. 그 다음날은 동부 이오아니나에, 24일은 코르푸 섬에, 25일은 코린트를 경유해 26일 아테네에 도착할 것이다. 이렇게 성화는 아테네를 중심으로 열흘간 전국을 돈 후 그리스 고대 경기장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기착해 인수식을 거행할 것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때 바야흐로 성화를 전달받게 된다. 그리스가 낳은 유명한 샹송가수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는 이를 축하하는 성대한 공연을 펼칠 것이다. 5월 8일 세 개의 돛대를 가진 배에 실려 성화는 마르세유로 건너와 프랑스 여기저기로 또 떠날 것이다. 서인도 제도, 몽생미셸, 라스코 동굴, 베르사유 성을 비롯한 64개 지역에 올림픽 성화가 불타오르게 된다. 이렇게 80일 간의 일주를 마치면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는 파리 한복판 튈르리 정원에 설치된 올림픽 성화대에 불을 붙인다. 7월 26일의 이 장면은 이번 올림픽에서 클라이맥스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불을 신성한 기원의 요소로 여겨 주요 신전 앞에 피워두곤 했다. 고대 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피아의 성소도 마찬가지였다. 성화의 순도를 보장하기 위해 오늘날 사용되는 포물선 거울의 전신인 ‘스카피아’라는 용기의 중앙에 태양 광선을 모아 불을 붙였다. 성화는 헤스티아 여신의 제단에서 영구적으로 타오르며 제우스와 헤라의 제단에도 불이 켜졌다. 오늘날 현대 올림픽에서 성화의 순수성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성화는 여전히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 유적 앞에서 태양 광선으로부터 탄생한다. 이 성화는 민족 간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한다.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어린이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아동학대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어린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를 일소를 위해서 아동학대 가정 지원사업인 ‘방문 똑똑! 마음 톡톡!’ 사업의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가사회의 미래를 망치는 아동학대는 반드시 발본해야 한다. 경기도의 ‘아동학대 가정’ 지원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경기도의 ‘방문 똑똑! 마음 톡톡!’ 사업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 가정 중 집중 사례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선정하면 전문 상담원이 해당 가정을 직접 방문해 관리하는 사업이다. 기존 방문 관리사업과 다른 점은 피해 아동 중심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맞춤식 관리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문 상담원은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욕구를..
나는 마을 사업 지원을 위해 가평군 구석구석의 마을들을 자주 돌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하천, 계곡 주변에 생기는 풀빌라(Pool Villa)의 등장이다. 풀빌라는 객실마다 수영장 또는 온천이 딸린 숙박시설이다. 구글 트렌드로 ‘풀빌라’를 검색하면 검색량이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급등했다. 코로나19가 밀폐형 레저문화를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기도에서는 가평군의 검색량이 타 시군에 비해 4배가량 압도적으로 높아 1위다. 경기도의 지붕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1000미터 넘는 높은 산들이 즐비해 계곡이 깊다 보니 여름철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이 많다. 그 계곡들에 풀빌라 펜션들이 들어서고 있다. 예전에는 계곡의 물에 들어가서 놀다가 샤워하고 자기 방으로 갔다면, 이제는 계곡을 바라보며 자기 방의 풀에서 즐기는 세태로 바뀐 것이다. 촌에서 촌스러운 피서를 하기보다는 도시의 인공을 옮겨놓는 피서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보상을 받듯 1년에 며칠 예외적인 호사를 누리고픈 도시민들의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문제는 그 풀빌라에서 사용하는 물이 지하수라는 점이다. 객실마다 풀을 채우고, 풀을 청소하며 버려지는 지하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水)을 함께(同) 쓰던 마을(洞)이 물 사용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독점의 폐해가 생기고 있다. 지하수 관정을 파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하수 고갈로 점점 관정 깊이가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이 마르다 보니 계곡도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흐르는 예전의 계곡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계곡에 몸을 담글 마음이 들지 않으니 풀빌라를 더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악순환이다. 골프장이 그렇듯, 풀빌라가 늘어나는 것에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로 가뭄이 빈발하고 있다. 이때 지하수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의 완충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식량 위기를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노지 재배가 아니라 시설재배로 작물을 키우면 지하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농업용수로 쓸 물을 물놀이 하는데 낭비할 수는 없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지하수는 중요하다. 지하수가 줄어 강의 저수량이 줄어들면 수력발전이 줄고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게 된다. 기상이변으로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져 물을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최근에는 물을 머금고 있는 지하수가 그래서 더 중요해졌다. 그러나 지하수가 채워지는 속도보다 고갈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제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2022 ~ 2031)'을 수립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지하수의 역할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정부나 지자체는 '지하수법'에 따라 '인근 지역 수원(水源)의 고갈', '자연생태계를 해칠 우려', '하천 인근에서의 지하수 개발, 이용' 그리고 '그 밖에 지하수를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서 지하수 개발·이용의 허가를 하지 않거나 취수량을 제한할 수 있다. 그렇지만 풀빌라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허가 과정에서 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것같다. 풀빌라는 물의 풍요다, 동시에 기후재앙 시대 위기의식의 빈곤이다. 예전보다 더 펑펑 물을 쓰는 시설을 만들어 가면서 물 부족 극복은 물론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