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가 뜨겁다. 그런데 그 작품성에 대해서는 시청자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내용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소재가 너무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우리네 교육이나 정치, 사회 현실의 개연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도스토옙스키 등의 고전에서도 반사회적 소재가 단골로 쓰였으니 그리 문제될 게 없다며 맞불을 놓기도 한다. 설령 누군가 이 작품을 ‘갈 때까지 간’ 드라마로 분류하더라도 먼 훗날 그 평가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드라마든 다른 예술 작품이든 사회적으로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는 경계해야겠지만 어쨌든 드라마는 허구이고, 사회적 평가에는 일정한 ‘시간의 세례’가 필요하며, 시청 여부는 결국 시청자가 결정한다는 의견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 특히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 막판 펼쳐지는 허위사실 공표와 비방으로 드라마처럼 얼룩질 때가 있다. 이 역시 드라마처럼 모두의 주장을 존중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선거는 드라마와는 다르다. 허구가 아닌 현실 그 자체이며, 선거 결과가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아무리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아니면 말고’식의 근거 없는 비방·흑색선전은 ‘돈 선거’에 버금가는 중대 선거범죄가 될 수 있다. 유권자는 바쁘다. 잠시 멈춰 서서 선거벽보 하나하나 살펴볼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선거권 행사에 필요한 정책·공약 정보는 찾기 어렵고, 무분별한 허위사실·비방으로 얼룩지곤 했던 게 지난 선거의 현실이다. 물론 후보자도 네거티브 선거를 원하는 건 아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닌 ‘남을 못나게 해서’ 당선되면 민주적 정당성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권자는 결국 역선택에 직면했고, ‘누가 덜 못 났나’를 잣대로 투표하기도 했다. 이는 차선(次善)의 선택조차 될 수 없었다. 4·7 보궐선거가 코앞이다. 비방·흑색선전 뉴스가 간혹 올라온다. 하지만 드라마 시청 여부를 시청자가 결정하듯 투표 역시 온전히 우리의 권리다. 후보자 관련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성 있고 일 잘할 사람에게 천금 같은 한 표를 행사하자. 후보자의 아름다운 경쟁과 유권자의 지혜로운 선택을 기대한다.
“농민들은 죽어간다. 그들은 이 죽음에 익숙해져 버렸다. 아이들의 죽음, 여성들의 과중한 노동, 특히 노인들의 기아 등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농민들이 가난에 시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낮처럼 명확해졌다.” 톨스토이의 작품 《부활》에 등장하는 주인공 네흘류도프의 고백이다. 그가 말하는 “가난의 이유”란 무엇일까? “농민들의 유일한 수입원인 토지가 지주들에게 약탈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을 먹여 살릴 토지가 그들의 손에 있는 게 아니라 소유권을 행사하며 농민들의 노동력으로 먹고사는 자들의 손에 있기 때문이었다.” - 가난의 이유 그 자신도 지주이자 귀족인 네흘류도프가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있다. 그는 자신의 토지 소유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토지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을 농민들의 공공자금..
요사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 보다, 지지율을 올리기 매우 힘들어 보인다는 데 있다. 그 이유를 요약해 보면 이렇다. 먼저 시기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시기적으로 문 대통령은 레임덕으로 돌입할 때가 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은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 인간의 불로장생이 가능하다는 소리와 똑같다. 권력도 인간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쟁취하면 시간이 감에 따라 노쇠해지고 사멸..
본보의 기획시리즈 ‘쌓여가는 쓰레기… 대책 없나’를 보면 경기도내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취재 기자의 표현대로라면 ‘도내 곳곳이 쓰레기 무법지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수원시내, 특히 구도심지 곳곳에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거나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배출, 수거를 거부당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경기도내 쓰레기 배출량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환경통계현황을 보면 지난 2017년 도내 생활폐기물은 1만1605t, 2018년 1만2406.1t, 2019년 1만3196.9t이었다. 지난 2020년 폐기물 발생량은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상품을 포장했던 플라스틱 등 쓰레기 물량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지난..
신앙은 어느 시대에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신앙(신념)의 변화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주정꾼이,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향해 비웃으면서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온갖 물질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은 비참한 운명에서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선각자들을 비웃고 있다. (류시 말로리) 과거 예언자들은 외쳤다. “너희는 신을 잊고 신의 뜻을 실천하는 일에서 벗어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불행이 너희를 덮치지 않았을 것이다. 너희는 신의 뜻을 따르지 않았고 허위와 기만의 세속에 빠져 진리를 외면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연의 인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는 아직 세상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자연을 수천 년 전에 발명된 태엽시계 비슷한 고물로 생각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파문이 광명·시흥을 넘어 3기 신도시, 세종시, 용인, 포천 등전국 곳곳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일반 공직자는 물론 국회, 지자체, 4월 재보궐선거 후보자들에게도 불씨가 옮겨붙고 있다. 지난해 검찰개혁 갈등의 한 축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떠난 곳에서는 여전히 주불인지 잔불인지 모를 화염이 이어지고 있다. 나라 전체가 희뿌연 연기로 가득찬 모습이다. LH발 사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극적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수사와 함께 이해충돌방지법과 농지법 개정, 부동산백지신탁, 국토보유세, 국회의원 전수조사, 전공직자 재산공개 등 전례없는 고강도 처방들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곧 발간할 ‘2020년 인권보고서’에는 성추행과 부패항목에서 우리 정치권 인사들이 다수 실명으로 거론됐다. 최근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 수장의 방한은 미·중 패권다툼과 북핵 속에서 한국의 위치가 얼마나 왜소한지 각인시켰다. 남한은 국토면적에서 세계 111위, 인구는 28위 정도에 해당된다. 국토와 부존자원에서 열세지만 세계 10위권 경제강국 대열에 올라 선 것은 교육열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 바탕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분노와 좌절로 ‘코리아 빅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출산율(0.84명)은 세계에서 최하위로 이대로 두면 2100년에는 현재 5천1백만명대의 인구가 3분의 1로 줄며 소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 경제 회복 시기도 불확실하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된다. 이번 땅 투기 파문은 위장전입, 논문표절, 특혜 분양, 자녀 입시·취업 비리, 성추행 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 적폐의 최고 완결판이다. 각종 암이 전신에 퍼져 있는 대한민국을 근원적으로 대수술해야 한다. 위기지만 지금이 전화위복의 절호의 기회다.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내년 3월을 향한 대선정국으로 급격히 빨려들어갈 것이다. 멈칫거릴 수 있는 제도개혁이나 수사도 각당 후보들의 의지만 있으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 시기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취임 직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시작으로 금융실명제 도입, 군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등 당시로서는 혁명같은 개혁을 단행했다. 올해 재산공개 대상 중앙정부 공직자의 절반 이상이 “토지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것이 모두 투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눈높이로는 너무 낯설다. 상식과 정의로 민심을 다시 하나로 묶고,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고, 나아가 남북을 통일해 명실상부한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대망(大望)의 지도자라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먼저 자신과 가족에 대한 엄격함으로 출사표를 던지길 바란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돕고 있거나 도우려는 인사들에게 집권후 인사 청문회에 나가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주변을 정리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우리 모두 각자에게 도덕적으로 ‘잔인한 4월’로 출발했으면 한다. 농지·임야의 벌판에서 아파트 숲에서 목놓아 부르는 백마탄 초인(超人)을 ‘영끌’ 기대한다.
3월 셋째 주 네이버 포털 뉴스에서 4‧7재‧보궐 선거보도를 모니터한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 보고서를 보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는 ‘LH 분노…오세훈‧안철수 둘다 박영선에 18%P 이상 앞섰다’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로 LH 파문이 여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야권 후보의 지지세가 여권 후보를 앞지를지 모른다고 전망하는 내용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유용한 정보지만 해석에 늘 주의해야 한다. 마치 승패가 결정난 것처럼 보도해선 안 된다. 남은 선거기간에 유권자의 선택이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후보자 정책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부각되기 쉬운 거대양당 구도는 선거를 단순하게 압축시켜 버린다. 때문에 소수정당이나 신진후보가 나설 기회를 좁힐 수 있음을..
최근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산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 조성된 숲 하나가 도심의 미세먼지를 40% 가량 줄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라는 말이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답답하고 붐비는 실내를 벗어나 감염 위험이 비교적 적은 야외의 수목원이나 휴양림과 같은 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소중한 산림자원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 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병’이다.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진 않지만, 소나무나 잣나무, 섬잣나무, 해송과 같은 소나무류가 감염되면 고사율이 10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다. 일반적으로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가 소나무류의 새순을 갉아 먹을 때 하늘소의 체내에 있던 재선충이 나무의 상처부위로 침입해 증식하..
삶을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 자기 무덤에 묘비명에 새길 글이라든가 세평(世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전부터 가훈, 급훈, 교훈이나 인간 개개인의 좌우명이 있다. 가훈, 급훈, 교훈 등은 실제로 피부에 닿지 않으므로 공허한 표현들이다. 개인의 좌우명은 인생을 겪으면서 가슴에서 생성된 길잡이 역할을 했던 글귀이므로 공감이 가고 외우고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 내용이 되겠다. 나는 좌우명이라 할 것도 없지만 마음에 새기는 말은 “베풀지는 못할지라도 빚은 지지 말고 살자”이다. 나잇값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다가 한 달에 만 원이면 학생 일곱 명의 한 달 학비가 된다고 하여 기부를 하고 있다. 아프리카도 6년제라면 14명 정도는 초등학교를 졸업했겠다. 되돌아보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받은 만큼 갚지도 못하니 이 또..
'계산 도와 드릴께요' 내가 계산하는데 뭘 도와주나? 팔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간호사 하는 말. 진료실 앞에 잠시 앉아 계실께요. 뭔말 인지 모를 존대 받다 보면 참 뜨악하다. '주문한 상품 나오셨습니다' 내가 아니라 상품이 존대를 받는다. 자본주의가 맞구나. 이게 아니다 싶어 한마디 하면 집사람이 꼰대 같이 굴지 말랜다. 아, 국어 잘하면 꼰대가 되는구나. 글로 먹고사는 신문을 봐도 맞춤법 틀리고 문맥 어색한 기사가 자주 보인다. 그래도 신문기사는 양호하다.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CJENM 과 종편은그렇다쳐도지상파방송에도 맞춤법이 틀리고 듣도보도 못한 해괴한 표현이 자주 보인다. 유튜브는 말할 나위도 없다. 심하게 표현해서유튜브영상은 자막이 안틀리고 종료되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유는 극명하다. 만드는 사람의 국어사용 능력 미흡과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