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과 함께 초·중·고와 대학교 등 학사 일정이 시작됐다. 코로나19 2년차인 올해도 우리의 자녀들은 대면·비대면이 섞인 비정상의 환경 아래서 출발한다. 때마침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 백신 접종이 개시됐다. 많이 지쳐있지만 교육당국이나 관계자, 학생들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 코로나를 조기에 이겨냈으면 한다. 코로나팬데믹은 전 인류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미친 영향은 어느 누구에게 보다 컸으리라 생각된다. 신체적 성장과 함께 새로운 지식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1년은 노·장년의 10년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자녀들은 물리적인 성장은 했을지 모르지만, 지적·정서적으로 1년 이상 성장이 멈췄을지 모르는 ‘상처받..
길을 걸어갈 때는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듯이 나의 활동과 사회의 활동들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인생은 단순히 즐기라고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투쟁이며 전진이다. 악에 대한 선의 투쟁, 부정 불의에 대한 정의의 투쟁, 압제에 대한 자유의 투쟁, 사리사욕에 대한 박애의 투쟁이다. 인생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 여명의 빛을 던지는 이상의 실현을 향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전진이다.(주세페 마치니) 이념(理念)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고, 이념의 실현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도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은 그것을 통해 우리가 이념을 실현해야 하는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칼라일) 장애물과 디딤돌의 차이는 시각(視覺)의 차이이다. (조헌정) 완전성은 신의 본성이며, 완전성을 바라는 것은 인..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2·4 대책’에서 예고한 수도권 18만호, 전국 26만3천호 주택 공급계획에 따라 1차로 공공택지의 입지를 발표했다. 수도권의 광명·시흥을 포함해 부산 대저, 광주 산정 등 3곳이다. 특히 경기도 광명 시흥에는 7만호 규모의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안정화에 긍정적인 신호가 됐으면 한다. 우리 나라는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0.84)을 보이며 지난해부터 인구(내국인)가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70년 40% 수준에서 50%를 넘어섰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지방 인구를 흡수하고 있다. 지방은 고령화와 함께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혁신도시 지정, 각 지자체별 먹거리 개발, 출산 장려 정책 등 다양한 정책들이 나왔지만 예산 투입이나 노력에 비해 지역 균형 발전의 체감 지수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도시화로 한번 올라탄 인구 흐름은 쉽게 저지하기 어렵다. 올초 서울대인구정책센터는 지금의 추세라면 현재 5천 100만명대인 한국의 인구가 2076년 2973만명, 오는 2100년에는 1748만명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놨다. 통계청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이제 현실을 직시한 정부의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되 총인구의 감소를 전제로 한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먼저 수도권과 지방의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에서 수도인 도쿄의 일극화가 심화되고 있듯이 서울·수도권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부동산값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세금 정책과 함께 주택 공급이 병행돼야 한다. 반면에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은 또다른 2원화된 정책이 요구된다. ‘거점 도시’(메가시티 또는 중핵도시)로 가되 도심 규모를 최대한 줄여 고밀화해야 한다. 그래야 인구 감소 시대에 교통·의료 시설이나 행정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신 인구가 소멸되는 도심밖의 많은 유휴지는 관광·문화·신재생에너지·식량안보에 대비한 첨단 농축산업 개발 등으로 국토 운영 계획을 전면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둘째 각종 생활시설이 잘 갖춰진 수도권 거주자(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 개념을 적용해 지방 구조 개편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셋째 수도권과 전국 거점도시 구축, 인구 소멸지역 리모델링 사업 등을 총괄하는 국가차원의 콘트롤 타워가 가동돼야 한다. 다른 자치 단체에서 인구를 뺏어가는 식의 제로섬 대책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예산의 비효율성 등 부작용이 많다. 지역간 통·폐합 등 행정구역 개편 논의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끝으로 젊은 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수도권에서 기존 인구를 관리·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인구 감소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 차기 대선주자나 정치권도 출산 정책만 얘기할 게 아니라 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의 새로운 생존전략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말 그대로 미디어가 넘쳐나는 미디어 홍수시대다. 정보의 범람이고 미디어의 홍수다. 인쇄매체는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한 인터넷신문으로 말미암아 맞춤법 안맞는 신문기사가 그리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주력신문의 위치는 아직 굳건하다. 반면 방송미디어는 판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ICT기술의 발달로 방송에 대한 접근루트가 다양화되고 (플랫폼의 다양화) 아무나 할 수 없던 콘텐츠의 생산과 전달이 누구에게나 오픈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 시대 우리는 방송문화의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인 셈이다. 중국역사를 보면 주나라가 쇠하면서 춘추5패와 전국7웅이 할거하는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였다가 진시황에 의해 진나라로 통일되었다. 가히 방송은 춘추전국시대다. 지상파방송도 IPTV,케이블,위성방송이란 플..
시의적절한 우화 하나. "장자가 쌀독이 비어 말단관리인 친구에게 쌀 한 됫박을 얻으러 갔다. 친구가 말하기를, '걱정말어. 추수 끝나면 쌀 몇 가마니를 줄테니까.' 장자가 대꾸했다. '이 동네 오는 길에 뒤에서 누가 부르길래 고개 돌려 자세히 살펴봤지. 수레바퀴 패인 자국에 빗물이 조금 고였는데 거기서 물고기 한 마리가 헐떡거리며 날 부른 거였어. 왠 일인가 물었지.' '내 황해바다 용궁의 사신이오. 어찌어찌 하다가 이꼴 났으니 물 한 바가지만 속히 부어주오.' 내가 말했네. '걱정하지 마. 내가 황제를 설득해서 황해의 물줄기를 이쪽으로 끌어올테니...' 물고기는 눈 크게 뜨고 핏대를 올리며 나에게 온갖 저주를 다 퍼부었어. 지금쯤 죽었을 거네." 코로나19로 인하여 쌀독 비는 집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쥔 강적이다. 생업이 날로 위..
작은 새 한 마리 골목길 담장 아래 쓰러져 있다 늦가을 볕이 수의 한 벌 지어오고 하늬바람이 조심조심 새의 주검을 감싸주었다 저 새가 불러준 노래의 부피만큼 세상은 맑아지고 슬픔의 무게도 덜어냈겠지 먼 허공에 길을 내어 캄캄한 별들에겐 등을 꺼내 주던 새 언제부턴가 노래가 울음으로 변한 새 눈물 없는 세상 차마 그리웠던 것일까? 감긴 눈 속에 파란 하늘 한 조각 담고 못다 부른 노래의 날개도 접었다 새를 잃어버린 허공이 부르르 슬픔으로 온 몸 떠는 것을 보았다 약력 ▶조은설(본명;조임생)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미네르바] 신인상 등단 ▶[한국일보] 여성생활수기 당선 ▶시집 [거울뉴런] 외 3권 ▶장편동화 [밤에 크는 나무들] 외 30여 권
일반인인 조민씨에 대한 기성 언론의 낙인찍기는 무얼 뜻할까? 그 광기는 그저 하나의 미친 짓에 불과한 것일까? '조민 낙인찍기 현상' 이면에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을까? 일단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정반대 지점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나치 체제에서 유태인들을 죽음의 가스실에 몰아넣었던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에서 아렌트는 새로운 발견을 한다. 명령에 따라 악인 줄도 모르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한 아이히만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라는 통찰. 그의 죄는 '무사유'였다. 그렇다면 의식적 '사유' 속에서 어떤 죄도 짓지 않은 유태인들을 낙인찍어 아이히만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죽이라고 명령한 이들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악의 평범성? 악의 특별성? 누구나 악의 특별성이라고 쉽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의..
나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어느 해 설날 아버지는 내 손목을 잡고 고샅길을 걸으시면서 ‘설’은 ‘서러워서 설’이라고 했단다. 라고 들려주셨다. 묻지도 않았는데 들려주신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산촌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며 속상한 일 많을 것이니 미리 짐작하고 서럽더라도 참고 살아가라는 말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아버지의 이 말씀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기억의 저장고 저변에 깔린 이 말씀이 내 삶의 중심으로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그 후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사회에서는 배고파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먹을 게 없고 입을 것 없어 서럽고 슬픈 세상은 아니다. 대신 어떤 죄 닦음인지는 모르나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인하여, 여럿이 술·밥 먹지 말 것이요, 뭉쳐 다니지도 말고..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건국신화를 보면 옛 조상들은 맵고도 따듯한 성질의 채소를 좋아한 듯하다. 배추와 무가 우리나라로 들어와 고추와 젓갈을 넣어 김치라는 형태를 가지기 전 맵고도 알싸한 맛과 독특한 향을 내는 갓 종류인 이것은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성담수(成聃壽 자는 耳叟)에게 보내며 지은 시 ‘산갓김치를 이수(耳叟)에게 보내다’에서 맛과 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날로 씹으니 어찌나 매운지/산방에서 전하는 묘법에 따라/끊은 물에 데쳐 김치를 만드니/금시 기특한 향내를 발 하네/한 번 맛보자 눈썹을 찡그리고/두 번 씹자 눈물이 글썽/맵고도 달콤한 그 맛은/계피와 생강을 깔보니/산짐승, 물고기의 맛/온갖 진미가 겨를 수 없네...”로 표현하고 있다. 고기에 후추가 필요해 대..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국회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사실상 무산됐다. 의원들이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법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이에 이 지사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지사는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무원(국회)이나 임명직 공무원(복지부 등)들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도록 수술실 CCTV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위임의 취지에 반하며 주권 의지를 배신하는 배임행위”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이 지사는 “극히 일부 의료인에 관련된 것이겠지만 수술과정에서의 대리수술, 불법 수술 등 불법행위를 사전예방하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문제 발생 시 진상규명을 위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사실상 무산의 길로 들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국회 입법과 무관하게 가능한 공공병원 수술실에 CCTV를 곧바로 설치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지사에 따르면 일부 민간병원도 자율적으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 병원은 환자유치를 위해 CCTV 설치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 지사가 강력히 반발하자 여당 내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재논의 되고 있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민주, 전주시병)은 “CCTV설치는 절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니 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고 오해하거나 비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여당 간사 입장에서는 당장 처리하고 싶었으나 야당의 신중론이 있었기 때문에 더 시간을 두고 심의하기로 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김남국 의원(민주, 안산단원을)도 “해당(보건복지위) 상임위원회 위원들과 통화를 해보니까 다행히 이번 주에 다시 한 번 더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며 법안 통과 가능성을 기대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난 것은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졌다가 숨진 고 권대희 씨 사건 이후다. 이재명 지사는 전국 최초로 공공의료원에 CCTV를 도입한 데 이어 민간병원 확대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는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까지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안성 등 경기도의료원 전체에 수술실 CCTV 설치를 완료했다. 또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지원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시범 설치‧운영할 병원급 민간의료기관엔 1개 병원 당 3천만 원의 수술실 CCTV 설치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2018년 당시 만19세 이상 경기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운영’ 찬성이 91%, ‘수술실 CCTV 민간병원 확대’ 찬성이 87%였다. 의료진의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그러나 환자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