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아프간 피랍 희생자 고(故) 심성민씨의 영결식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작됐다. 아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시신이 국내로 운구된 뒤에도 빈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심씨의 어머니 김미옥(61)씨는 아들이 가는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쯤 장례식장을 찾았다. 핏기 하나 없고 여윈 얼굴로 빈소에 들어선 김씨는 아들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며 방바닥에 주저앉았고 옆에 있던 심씨의 이모들과 작은 아버지 의표씨, 누나 현정씨도 함께 흐느껴 울었다. 영결식은 샘물교회 신도와 생전에 심씨가 돌보던 장애우 제자들, 유가족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장례예배 형태로 진행됐다. 예배가 시작되고 고인이 생전에 장애우들과 같이 찍은 사진과 교회 수련회 때 찍은 육성이 담긴 영상이 영결식장 앞에 설치된 두 개의 스크린에 투사되자 한 장애우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영정 앞으로 달려나와 참석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심씨가 소속된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순종과 섬김의 삶을 산 성민씨의 희생은 결코 값 없는 죽음
최근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납치 상황을 악용한 신종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족 납치’를 미끼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임모씨(55.여.용인시 처인구)는 지난 3일 “외아들을 납치했다”는 협박 전화를 두 차례나 받았다. 임씨는 범인이 아들의 이름까지 정확히 부르며 “납치했으니 서둘러 돈을 갖고 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 전화를 받았다. 임씨는 곧바로 아들 이씨(26)에게 전화해 확인한 결과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앞서 지난 달 20일 김모씨(52.여.성남시 분당구)는 “아들이 3천만원의 사채를 써서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당장 돈을 갚지 않으면 아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세 차례나 받았다. 놀란 김씨는 아들에게 곧바로 확인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2시간여 초긴장 상태로 정신을 가눌 수 없었다. 다행히 아들 조모씨(24)는 배터리 방전으로 전화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탈레반 사태로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납치’란 표현에 민감한 시기였기 때문에 가족들은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군부대의 특수 상황을 악용한 ‘보이스
“우리는 더이상 희생을 원치 않는다. 탈레반의 형제들이여. 부디 인도주의 정신으로 살해를 중단하고 납치한 한국인들을 풀어줄 것을 간청한다.” 안산지역 이슬람권 노동자들과 한국인으로 귀화한 이슬람교인들이 2일 오후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 만남의 광장에 모여 탈레반 무장단체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지 출신의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이주노동자와 귀화인으로 모두 3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인질납치 사태가 이슬람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행위라며 탈레반 무장단체에 보내는 편지 형식의 성명서를 한국어와 아랍어, 영어 순으로 읽어 내려갔다. 성명서를 발표한 귀화인 김사민(42)씨는 “우리들은 한국에서 인간적으로 잘살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은 아프간에 봉사하러 간 것이므로 조석히 석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슬람사원 종교지도자 알 카세미(37)씨도 “한국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이슬람교인들은 한국인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아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가 2일로 15일째로 접어들면서 피랍자 가족들의 하루 하루는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이들은 한낮에 나와 새벽에야 돌아가는 분당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라고 표현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누군가 살해되면 그 가족이 사무실을 떠나고 결국 단 한 명도 그 곳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이들은 “남아 있는 가족들은 죄인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피랍소식이 전해진지 2주일이 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칠대로 지쳤지만 가족들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지금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라는 듯 “아프간에 있는 사람 보다 더 하겠느냐”며 냉정을 찾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탈레반 무장단체가 매일 늦은 오후나 한 밤에 설정된 협상시한이 다가오면 TV 앞에 모여 애간장이 녹는 심정으로 순간 순간을 넘기고 있다. 거의 매일 긴박한 상황을 전하는 뉴스속보가 쏟아지는 밤을 보낸 가족들은 몸과 마음이 탈진한 상태여서 다음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회의시간을 대부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샘안양병원 의료진들이 가족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지만 잠을 설치고 식욕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아프가니스탄과 미국행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본보 2일자 8면>된 가운데 정부가 피랍자 가족들의 아프간과 미국행 계획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외교부 김호영 차관은 2일 오후 피랍자 가족이 모여있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타운 피랍자 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을 방문, 피랍자 가족들의 아프간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미국 방문에 대해서도 추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랍자가족대표인 차성민씨는 이날 김 차관과의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차관이 가족들의 아프가니스탄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미국 방문 역시 추후 다시 논의를 해보자며 정부 측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김 차관이 아프간 사태에 대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2명의 희생자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피랍자 가족들의 아프간 행과 미국 행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차 대표는 “김 차관이 가족들의 아프간과 미국 방문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을 그르칠 수 있는데다 가족들까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아프간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돼 국내로 운구된 고(故) 심성민씨의 시신이 2일 오후 7시55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검은색 영구차에 실려 도착한 심씨의 시신은 곧바로 장례식장 안치실로 옮겨졌으며 아버지 심진표(62)씨와 누나 현정(32), 매형 신세민(33)씨 등 유족들은 흰 천에 싸여 안치실로 들어가는 심씨의 관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심씨 누나 현정(32)씨는 심씨의 관을 부여잡고 “야수같은 탈레반 무장세력이 애꿎은 동생을 죽였다”며 오열하다 실신했다. 아버지 진표씨는 “대한민국이 이렇게 약한 나라였냐. 한국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겠냐”며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렸다. 심씨의 시신은 곧바로 검시에 들어갔으며 검시관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채석현 검사는 검시가 끝난 뒤 “현지 군의관이 작성한 사체소견서에는 사망원인을 두부총창(頭部銃創·머리총상)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했다”며 “오른쪽 귀앞쪽(관자놀이 아래)에서 왼쪽으로 2발의 총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채 검사는 “오른쪽 어깨와 후두부에 상처, 왼쪽 눈에 출혈, 아래턱에 골절 등이 있었으나 발
아프가니스탄 무상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 피랍자들의 가족들이 직접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할 계획인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피랍자 가족 대책위원회 차성민(30) 대표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피살 소식을 접한 가족들이 더이상 정부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짇접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으로 갈 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피랍자 가족 중 11~12명이 아프가니스탄과 미국행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피랍자 가족들은 심성민씨가 피살된 후 정부의 협상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아프가니스탄과 미국행 비자 신청을 심도있게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가족들 사이에서 최근 정부가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했지만 심씨가 피살 되는 등 가족들의 극도의 불안감인 상태여서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직접 아프가니스트나 미국에 가서 피랍자들의 석방을 호소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가족들은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부시 대통령과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서라도 피랍자들의 석방을 호소하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된 한국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이 개시됐다는 외신이 전해진 1일 밤 9시 피랍 가족들은 경악하며 ‘그건 안돼, 그건 아니야’ 라고 절규했다. 억류 14일째, 피를 말리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가족들은 ‘작전 개시’란 TV 방송 자막에 하늘이 무너진 듯 큰 슬픔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일부 가족들은 “제발 사실이 아닐 것”이라면서 애써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서 주먹을 꼭 쥐었고 일부 가족들은 정신을 잃은 듯 멍하니 눈에 촛점을 잃은 채 눈물만 흘렸다. 일부 외신이 ‘인질구출 작전은 아니다’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지만 그들의 슬프고 굳은 표정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널뛰는 외신 보도를 애써 믿지 않으려고 했지만 ‘작전 개시’란 긴급 외신은 피랍 가족들의 한가닥 희망의 빛을 송두리채 앗아가는 것이었다. 피랍 가족 대표 차성민(30)씨는 작전 개시 외신을 들었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갑작스런 외신 보도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외교부에 확인
한국의 피랍자들이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지 14일이 지났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 외신을 통해 무력진압설이 전해지는 등 외신으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최근 “외신보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외신보도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하루에서 몇차례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지난 달 22일 외신을 통해 피랍자 구출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소식에 가족들이 가슴을 졸일 수 밖에 없었고 25일에는 탈레반이 인질 8명을 석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족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같은 외신이 오보인 것으로 확인되고 곧바로 배형규 목사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족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피랍자 가족 관계자는 “지금까지 외신의 보도가 틀린 것이 많았다”며 “정부에서 공식발표하는 것 이외에는 신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도 “잘못된 외신보도는 피랍자들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기대감과 허탈감을 동시에 주고 있다”며 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부탁했다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1일 아프간 피랍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박 목사는 이날 분당타운에서 발표한 사과성명을 통해 “봉사단원들 중 또 한 사람이 살해를 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만나면서 국민 여러분, 특히 유가족 여러분에게 엎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오늘 오후 4시30분을 최후협상시간으로 통보받고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피랍된 21명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더불어 ‘단장(斷腸)의 아픔’을 경험하며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염치없지만 안전귀환을 위해 마음의 소원을 모아 주실 것을 감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각종 봉사활동이 보다 더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래서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에 작은 힘이지만 여건이 주어지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