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반부터 위기 신호가 한국경제를 전방위로 조여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31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에서 1.7%로 0.3%p 다시 낮췄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의 전망치는 반등됐는데 우리나라만 역주행하고 있다. 수출이 지난 1월을 포함 넉달 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나라안팎의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이 새해부터 45%가량 급감하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 추락하는 충격적인 소식이 잇따랐다. 비상 탈출구가 필요한 한국경제다. 지난해말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지역 순방을 계기로 제2의 해외건설붐이 희망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국부펀드를 통한 300억 달러의 한국투..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상위 순위에 들어갈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정치와 경제 성장 그리고 분배를 이루고 있는 유럽의 리더 국가다. 시민의 의식도 높아 새벽 시간에도 교통 신호를 지키고, 자발적 자원봉사 조직이 전국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부동산, 주식에 열광하기보다는 저축에 집중하고, 총리도 퇴근 후에는 마트를 가는 시민으로 돌아가는 나라가 독일이다. 몇 년 전 베를린 공항에서 프랑스행 항공권을 구매한 뒤에야 일행 중 한 명이 태블릿 PC를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을 알았다. 시간도 상당히 지났고 복잡한 베를린 공항이니 포기하고 있는 순간 독일인 택시 기사가 태블릿을 들고서 나타났다. 택시 안에서 일행이 프랑스 이야기하는 것을 기억하고 프랑스행 게이트로 급히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너무 고마워 사례를 하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며 당연한 일을 했다고 기사는 조용히 사라졌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들이 한때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2차대전의 전범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베를린 시내 중심의 브란덴부르크 문 남쪽에는 엄청난 광장에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 있다. 크기가 각기 다른 검은 콘크리트 비석이 2,711개가 격자 모양으로 늘어서 있어 안에 들어가면 저절로 숙연해지는 장소이다. 과연 어느 국가가 수도 한복판에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는 랜드마크를 만들어 놓고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을까. 반세기 만에 분단된 국가를 통일하고, 2차대전의 피해국들에는 병적일 정도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국가. 다양한 이념 정당들이 연합하는 안정된 연정체제 정치와 팬데믹 상황에서도 경상수지 흑자에 난민 수용에도 적극적인 국가이며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가 보장되는 국가. 이 국가는 왜 이렇게 잘하는가?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존 캠프너의 『독일은 왜 잘하는가』(2022, 열린책들)에서 그 해답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메르켈 전 총리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만 아는 우리에게 저자는 오늘의 독일을 있게 한 것은 교육이라고 단언한다. “오늘날 독일 학교는 시민의 용기(Zivilcourage)라는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제 학생들은 마땅히 그래야만 할 때 스스로 생각하고, ‘아니오’라고 외치고, 용기 있게 저항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독일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요’를 외칠 수 있는 교육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우린 이런 교육이 아닌 반대의 교육만을 해 온 것이 아닐까.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무더기로 압사당해도, 대통령이 외교 실수를 해도, 남북관계가 파탄이 나도, 일본이 재무장해도, 방사능 오염수가 배출돼도, 난방비가 터무니없이 올라도, 경제가 망가져도, 대놓고 당대표를 지명해도…. 아니, 꼭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이 ‘아니오’를 못한다. 고관들, 언론인들, 판검사들, 정치인들 그리고 지식인들. 어쩌냐 독일이 부러운 것을.
유엔아동기금(UNICEFF) 의약품 등 지원물자가 1월 초 해로를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북한은 코로나19 발병직후 지금까지 국경 봉쇄 중이며, 북한 상주 국제기구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후반에 활발했던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활동은 현재 많이 약화되어 있다. 그 이유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이 매우 나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중 러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국제사회는 북한을 세습 독재체제로 핵무기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인도적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휴머니즘과 자유와 인권, 일상의 행복을 북한주민과 함께 향유하고자 하는 정서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인도..
구정 새해를 함께 보내고자 서울에서 밤새워 달려온 아들과 손자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손자와 손녀가 차에서 내려 ‘할머니!’ 하고 품으로 달려들면 아내는 힘껏 껴안으면서 아이들 등을 두드려주며 ‘어서 와’ 하고 반겼다.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해본다 해도 외갓집에 갔을 때 외할머니가 ‘어서 오라’면서 손 벌려 환영해 주던 기억이 새롭다. 성장해서 성인이 되고나면 언제 누구에게 이렇듯 따뜻하고 정감어린 어투로 환영 받던 일이 있었는가?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다.’는 그 정감어린 언어를 언제 듣고 못 들었던가. 구정 새해를 함께 보내고 아이들이 서울로 돌아간 다음 날 허전한 마음으로 도서관 주변 산길을 걸었다. 그런데 내 앞에서는 건장한 아들과 얼굴 빛 고운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믿음직스럽고 다정한 부자..
경기도가 얼마 전 ‘TED(Try, Energy, Dream) 정책오디션-기회경기 정책 챌린지’를 개최했다. 경기도 과장급 직원들의 도정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성과 타성을 깬 첫날”이라고 말했다. 김지사가 “경기도청 공직자 여러분의 ‘유쾌한 반란’을 확신합니다”라면서 소개한 아이디어는 ‘남북한 공동 먹는샘물 판매’, ‘청년참여형 기회펀드 조성 및 운영’, ‘Z맘대로위원회’, ‘조건 없는 난임시술비 지원’ 등이었다. 이 가운데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저출산 해결이 국가적 과제가 된 지금 눈길을 끈 것은 ‘조건 없는 난임시술비 지원’이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톡톡 튀는’ 것은 아니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
‘하나 들으면 열 깨친다.’ 공자님 시대부터 있었던 이 말, 이렇게 뒤집어보자. ‘하나라도 들어야, 열을 깨친다.’ 전편(前篇)에서 문일지십(聞一知十) 얘기 했더니 친구가 전화했다. 첨단 교육기업이나 전문가들이 수두룩한데 낡은 그 얘기를 왜 하느냐고. 은퇴한 역사교사다. 말귀 못 알아듣고, 글눈 깜깜한 상당수 우리 2세들, 그 절망이 어떠할지 짐작하고는 마냥 좌절했다. 오래 전, 언론재단의 고교생 대상 미디어리터러시 강의 중 겪은 일이었다. 원래의 관심사를 밀어두고 말과 글 ‘선생’ 일 시작한 계기였다. 언론과 블로그 통해 훈수도 해왔다. 문일지백(-百)인들 못하랴? 그런데 하나 들어 그냥 백(100)을 아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들어야 한다. 그 하나, 씨앗 지식(의 내용)이 뭔지를 아는 것이 제대로 듣는 것이다. 요즘은 부모 교사 심지어 족집게 강사조차 대개 ‘말의 뜻’과 ‘언어를 어떻게 이해할지’와 같은 수용(受容)의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세상에서 부르는 이름(예를 들어 교과서에 나온 제목 또는 개념)만으로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안중근 의사가 무슨 과(科) 치료하는 의사냐고 묻더라는 ‘유머’, 2세들에 대한 모욕이자 실례다. 기성세대 스스로 하늘보고 침 뱉기다. 언제 義士와 醫師의 구분을 가르쳐주었던가? 뜻 알아야 구분(區分)할 수 있다. “의사라면 의사인줄 알어!” 코미디 같지만, 실은 비극이다. ‘어른’들도 차츰 그 의사, 이 의사 구분을 할 수 없게 된다. 설명할 수 있어야 아는 것이다. 감(感)으로 안다고? 박사 교수님들조차 ‘감’으로 글 만들다가 황당 실수 저지르는 판이다. 학문은 또렷한 뜻의 말글(언어)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공부도 그렇다. 이 대목, 저 많은 표절(剽竊)사태와 ‘yuji 파동’의 출발점일 것이다. 일(事)과 물건(物), 사물의 이름을 바르게 하는(아는) 것이 공자님 정명론(正名論)의 뜻이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君君臣臣 군군신신)...’ 하는 뜻이 바른 이름(정명)과 실체(그 이름의 주인) 사이의 ‘밀당’의 명분론(名分論)이다. 고대 동양의 언어학이려니. 사물은 불교적 명상의 틀인 인다라망(網)처럼 그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하나 들어 열 깨치는 이치(理致)도 이런 네트워크를 상상할 일이다. 세상은 사물의 이름 즉 언어의 그물망이니, 말귀 모르는 공부는 참 어이없다. 말(語) 듣는 귀(耳)는 필요하다. 그 친구와 내린 결론, ‘말귀를 터주자.’였다. 이치 대신 답 가르쳐 주는 손쉬운 선택이 교육인가. 허나, 이는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말귀 터주는 천기(天機)의 묘책은 뜻밖에 사전(辭典)과 사전(事典) 이 두 사전에 숨어있다. 손에 비밀의 ‘天機’를 쥐고도 못 알아보는 이는 별 도리 없다. 聞一知十은, ‘당신의 문해력’ 유행 말고, 여기에 있다. 사전은 생각을 부른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한 마리의 제비로는 봄을 부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봄을 느끼고 있는 첫 번째 제비가 날지 않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그처럼 온갖 꽃봉오리와 풀이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라면 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자기가 첫 번째 제비든지 아니면 천 번째 제비인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그것이 영원한 것은 하늘과 땅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성인도 자기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영원해진다. 그는 영원해짐으로써 비할 데 없이 강력해지고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성취한다. 개인의 생활이든, 사회 전반의 생활이든, 법칙은 오직 하나, 생활을 개선하고 싶으면 그것을 버릴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유냐 예속이냐 하는 인류 미래의 운명이 걸려 있는 오늘날, 이같이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병사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 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가난한 생활을 한 하느님 나라 군대 지휘관의 본보기를 따라야 한다. 죽은 사람이란, 변천하는 것에 대한 번민에 빠지고 물욕의 포로가 되어, 자기 속에 해방을 구하는 영혼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요, 산다는 것은 곧 싸우는 것이요, 결국은 죽는 것이며,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위대한 자유가 성취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라므네) 인간의 완성은 그가 자아로부터 얼마나 해방되었는가 하는 정도에 의하여 가늠할 수 있다. 우리가 자아에서 해방되면 해방될수록 인간으로서의 완성도도 커진다. 희생을 치르지 않고 삶을 개선하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쓸데없는 종입니다” 할 자격은 사실은 죽도록 일한 자가 아니고는 못 가지는 것이요, 정말 제 할 일을 다하는 참된 종이면 반드시 “저는 쓸데없는 종입니다” 할 것이다. 교회를 스스로 부정하여 “이것은 진리를 어둡히는 존재다”하면 거기 진리가 깃들어 있을 수 있으나 “꼭 우리 교회에 들어와야만 한다. 이 밖의 것은 다 거짓이다” 하면 그 교회야말로 참은 하나도 없는 거짓이다. 인생의 일이 어느 것이든 버리기 위해 하지 않은 것 있느나? 모든 함[爲]은 다 헛것이요, 내 한 것을 능히 스스로 버리는 일만이 참으로 내 한 것이다.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말 할 자격은 마음을 다하고 생명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는 자만이 가졌고 저를 죄인으로 철저히 알며 그것이 곧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하느님을 섬김이다. (함석헌) 주요 출처: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오는 3월 8일로 예정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과열·혼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조합장 선거는 지난 2015년부터 중앙선관위가 의무위탁을 받아 전국 동시 방식으로 치르고 있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탈·불법 선거행태근절을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우선이다. 그러나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공명’ 실천 의지와 왕성한 고발정신이 더 중요하다. 혼탁 선거의 대명사로 불리는 불명예를 씻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전국 1천300여 지역단위 농협·수협·산림조합장들을 한꺼번에 선출한다. 경기도지역에선 31개 시·군에서 농·축협 163개, 수협 1개, 산림조합 16개 등 180개 조합에서 조합장을 뽑는다.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 500여 후보들은 오는 21·22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2..
새해 미래적 소통 풍경 계묘년 새해 정월이다. 새해 소통 풍경은 어떨까. 양력이 정착되고 사회적으로 익숙하여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전통사회적인 특성이 아직 곳곳에 숨쉬고 있다. 새해 첫 날인 설과 팔월 한가위 추석은 민족대이동이라고 할 만큼 한국인이 세시풍속으로 지내는 큰 명절이다. 설은 송구영신의 새해 출발이다. 그러니 설날에는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모여 조상들께 차례를 올리고. 서로의 건강과 화목을 소망하면서 덕담을 나눈다. 전통사회에서 정월 대보름 때까지는 새해맞이 분위기 속에서 지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 이끌려 동네 어르신들께 세배를 드렸다. 그렇게 세배를 받은 어르신들은 새해에 좋은 일이 많기를 기원해 주고 조심해야 사항들도 일러 주셨다. 일종의 새해 운세의 길흉화복 예언이었다. 주역과 토정비결 미래는..
최근 몇 년 사이 미국과 중국 간의 지경학적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강대국들 사이의 경제제재로 인하여 기업경영의 리스크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경제제재 주체 및 수단의 다양화 현상이다. 경제제재의 주체는 전통적으로 유엔과 미국이었으나 최근 유럽연합과 중국 등이 가세하고 있다. 유엔은 국제 평화에 대한 위협과 침략 행위에 대하여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형식으로 제재를 부과해 왔으나 최근 상임이사국의 분열로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제재를 지정·지경학적 목적을 위하여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주체다.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과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 등을 통하여 기술 제재를 새로운 제재 수단으로 도입함으로써 국제경제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