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 탄생 14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 110점이 서울에 왔다. 이번에 전시된 진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그림은 단연 ‘한국에서의 학살’. 이 작품은 피카소의 ‘반전(反戰)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널리 알려진 ‘게르니카’의 한국판이라고나 할까?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황해도 신천에서 일어난 양민학살을 그렸다. 부녀자와 어린이를 포함해 주민의 4분의 1이 떼죽음을 당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나? 남과 북의 ‘공식 기억’이 서로 다르다. 남한에서는 공산당을 지목하고, 북한에서는 미군에게 책임을 돌린다.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에 저항해 프랑스로 망명한 피카소는 1944년에 공산당원이 되었다. 그런 그가 1951년 1월에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렸으니, 여기 묘사된 학살의 주체는 미군으로..
이웃에 살고 계신 이중길 전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특별한 분이지요. 오래전에 퇴임하신 선생님은 트래킹 마니아들에게는 전설적인 인물이에요. 지난 2012년 칠순의 연세에 유럽을 가로지르는 5600㎞ 어마어마한 길을 걸어서 완주하신 놀라운 기록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랍니다. 매일 25~67킬로미터씩 걷는 불가사의한 도보의 결과였다고 하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지요. 선생님이 들려주신 유럽횡단 에피소드에는 신기한 내용이 많지만,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파이팅(Fighting)!’이라는 응원 구호 이야기예요. 굳이 비유하자면 중국의 ‘짜유(加由)!’ 정도가 될 텐데요, 유럽 여행 중에 아무 생각 없이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써먹었다가 상대방이 정말 싸우자는 건 줄 알고 표정이 새파래지는 바람에 곤경을 겪었다더군요. 말씀을 듣고 보니..
지구에서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어딜까요?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이 신나서 대답한다. "숲이요!", "아마존 아닌가요?" 대체로 나무와 관련된 답들. 바로 답을 말해주지 않고 한참 뜸을 들이고 있으니 눈치 빠른 아이 하나가 숲이 아닌 다른 곳인 거 같다고 답을 정정한다. 아이들을 둘러본 후 정답이 '바다'라고 말하자 교실이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바다에 들어가면 숨을 쉴 수 없는데 어떻게 바다에서 산소가 나오냐는 아이부터, 책 어디선가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고 써 있는 걸 봤다는 아이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한껏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키면서 바다에서 산소가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바다에는 작은 플랑크톤이 사는데 그 친구들이 번식하면서 산소를 배출합니다. 우리가 숨쉬는 산소의 절반 이상은 바다에서 옵니다." 우리반 친구들과 환경..
미디어 환경의 변화니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니 하는 말들이 무성했던 세월이 족히 반세기는 된 것 같다. 근래에는 미디어 환경 대신에 생태계 변화라는 말로 바뀌었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그 변화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어서 그런지 요즘은 이런 호들갑이 뜸해지고 연구자와 언론사, 기자들 모두 각자도생 하느라 바쁘다. 연구자는 본질을 놓치고 현상을 좇느라 여념이 없고, 언론사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듯 절실하고, 기자들은 ‘단독’을 만들어내느라 분주하다. 일컬어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라고 하던가. 후기 자본주의, 탈 산업사회, 포스트모더니즘 등 포스트주의가 유행하던 때도 있었다. 일리도 있고, 정보사회론의 대두와 미시담론의 발견 등 공(功)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주의를 앞세우며 진실을 부정한다는 데 있다. 진실은 상대적이며, 절대적 진실은 없다는 것. 탈진실의 시대를 설명하는 구호다. 그 결과 대학은 진리 탐구의 전당에서 취업학원으로 전락했고, 언론(저널리즘)은 객관보도의 원칙을 폐기하고 상업적 선정주의에 빠졌다. 그리고 기자는 기레기가 되었다. 오래 전부터 대학의 언론관련 학과에서는 저널리즘의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따라서 미디어의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는 학자도 없다. 인문학은 폐허가 된지 오래다. 그 결과 저널리즘의 최고 가치인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 역사성과 철학의 측면에서 미래의 저널리스트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합의된 개념을 정의해주지 못하니, 각자의 주장과 해석만 난무하다. 언론단체들은 매년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하고 기념한다.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조선 최초의 민간신문이라고 하여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하고 1957년부터 기념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때 회장이 이관구로 언론계 대표적인 골수 친일파였다. 독립신문은 조선 최초의 민간신문이 아니다. 독립신문은 정부가 출자하고 관리들이 신문을 제작했으며, 귀화 미국인 서재필에게 편집과 운영을 맡긴 공영신문이었다. 게다가 역사의식도 엉망이어서 스페인과의 전쟁을 신호탄으로 하여 제국주의 진출을 도모하고 조선에서도 이권을 취하던 미국을 본받아야 할 모델로 삼아 조선 백성들을 계몽하려고 했다. 오늘날 신문업계의 현실은 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류의 시대를 열었던 만큼이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포유류가 활개를 치고 다양한 종의 분화가 이루어진 과정에서 인류가 출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류의 출현이 지구 생태계에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최고의 지능으로써 자연과 우주의 법칙을 알아낼 만큼 발전했다. 문화의 창조자인 인간의 두뇌는 급기야 미디어 융합에 따른 하이브리드 문화를 고안해냈다. 신문의 날을 기념하기에는 초라하게 변모한 신문의 운명은 태풍 속의 호롱불과도 같다. 조선일보가 보도하면 여론이 된다던 그 신문도 운명을 거슬리지 못한다. 진보의 희망이었던 한겨레신문은 스스로 붕괴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때에 경기신문의 예기치 않은 변신과 활약은 돌연변이와도 같다. 돌연변이는 새로운 종의 출현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미디어가 메시지다.’ 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미디어라는 통찰이다. 지금 상황이 그 과학적 증거다. 기존의 미디어 이론은 메시지의 효과에 집중하는데 매클루언은 다르다. 그의 통찰을 이해하려면 물리학과 생물학, 신경과학 등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의 대표 저서인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은 자연과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인간의 확장은 동물행동학과 신경과학, 지구촌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처음 거론한 슈밥(Klaus Schwab)은 디지털과 생물학, 수학을 강조했다. 제3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 미국의 정보산업육성정책에 따른 PC의 대중화와 인터넷의 결합으로 도래한 정보사회와 유전공학의 육성에 따른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진행을 특징으로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산업과 생명공학의 융합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융합은 그 소산으로서 전통적 미디어의 몰락을 가져왔다. 브로노프스키(Jacob Bronowski)는 그가 진두지휘한 BBC 다큐멘터리의 기록인 『인간 등정의 발자취(The Ascent of Man)』에서 지난 20년 동안에 과학의 성격이 물리학에서 생명과학으로 관심의 초점이 옮아감으로써 “그 결과 과학은 점점 더 개체성의 연구 쪽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라고 썼다. 실제로 그 후 유전공학을 비롯해 진화심리학과 뇌 과학 등 생명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 IT산업과 융합된 하이브리드 문화의 등장인 것이다. 공룡처럼 종이 멸종하는데 독불장군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 공룡은 멸종되었어도 자연선택에 의해 시조새라고 하는 새로운 종이 출현해 새들의 시조가 되었다. 경기신문을 비롯한 전통적인 의미의 미디어도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 잘 적응하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위기일수록 진실보도의 원칙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널리즘 분야에서 자연선택의 기준은 진실이다. 탈진실의 시대라는 레토릭에 취해 진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차기 대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지도부 정비를 마쳤다. 정치권의 시계는 대선을 향해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더라도 역대 대통령의 경우 정계입문(정무 고위직 포함)후 최소 15년 안팎의 숙성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선출직 행정부 등에서 오랫동안 경륜을 쌓은 후보가 있는가 하면 비정치 영역에서 초단기의 변신으로 대권을 노크하는 인물도 있다. 흔히 지도자의 덕목을 얘기할때 도덕성을 포함해 ‘소통·추진력·포용·정치력·용인술·미래비전·행정경험·경제지식·국제적안목’ 등을 거론한다. 지도자가 모든 부문에서 강점을 갖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정치 10단’의 지도자를 비롯해 ‘경제·여성 대통령’ 등 다양한 지도자를 지켜봤다. 하지만 후반기에 내리막길을 걸으며 기대에 못미..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봉현리 633번지 일원 채석장이 있던 부지를 20만9209㎡ 규모의 물류단지로 개발하는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경기도가 골든코어(주)가 제출한 봉현물류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승인 신청서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반려 이유는 보완 요구사항 미이행 등이다. 그동안 광주시와 주민들은 환경·교통·안전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물류단지 지정을 반대해왔다. 경기도 역시 사업시행자 측에 여러 차례 사업 보완을 요구했으나 보완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도의 요구사항은 광주시 반대 사유에 대한 해소 대책 수립, 사업 대상 부지(토석채취허가 만료 지역)의 산지 복구 선행, 주민설명회 개최 등이었다. 결국 도는 관련 신청서가 제출된 지 14개월여 만에 광주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반려결정을 내렸다. 봉현물류단지 사업은 광주시 곤지..
가난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책 읽고 글 쓰며 보람 있는 탑을 쌓고자 했다. 수필은 진실을 바탕으로 자기 철학을 실현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문학 속의 문장이다. 삶의 선용(善用)을 추구하는 길이다. 더불어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선생님 그림자는 밟아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마음은 조금 무거워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선생님을 만나고자 가는 길은 항시 그랬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멀리 사는 시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분과 함께 고하(古河) 선생님을 찾아가 뵙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며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었다. 진정성이 있어 응하기로 하고 오늘 집을 나섰다. 근래에 선생님이 낸 시집을 신문 신간 소개에서 읽었던 터라 서점으로 가 시집을 사가지고 선생님이 계시는 고하문학관으로 갔다. 뒤에 온 C 시인은 ‘선생님께서 요즘 시집을 내셨다..
1.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되었다. 한나라당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꾸는 동안 당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올드보이 (혹은 올드걸)들이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한국 정치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드라마가, 그것도 극우의 본산이라 불리는 정당의 안방에서 펼쳐진 것이다. 그를 당 대표 자리까지 밀어올린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무엇인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젊고 변화지향적인 이미지를 지닌 인물이기 때문이다(변화의 방향성이 옳고 그른 것과는 별개로). 진보와 보수 정당 모두에서 이념적 명료성과 특히 기간당원 육성시스템이 전무한 것이 해방 이후 정치사였다. 정당의 뿌리가 취약하고 지속가능의 구조틀 자체가 부재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빈약한 정당정치의 실체가 이준석 식 이미지정치의 승리를 가져온 것으로 판단된다. 여러 이유로 이준석 신드롬의 의미를 폄하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서 "이미지"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간과하면 안 된다. 최순실의 치마 속에서 놀아난 박근혜가 어떻게 너끈히 대통령에 당선되었던가. 도둑정치의 주범 이명박은 또 어떠했던가. 지금 이준석이 격발시킨 세대교체의 쓰나미는 향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결정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극우과두세력의 권력탈환이란 악몽이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2. 그런데 이 같은 정치적 격랑을 맞이한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놀랍다. 난데없는 대선 후보 경선 연기 논란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이준석 당선 당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라디오방송에 출연했다. 경선 일정 연기에 대하여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선거 흥행과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일부에서 경선 연기론이 돌출되는 것에 대한 반영이다. 정면으로 묻고 싶다. 대선을 고작 9개월 남긴 현재, 당헌에 규정된 정치일정 파기가 민주당이 실행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인가를. 이것은 혹시 정권재창출에 대한 유권자들의 절박한 열망에 민주당 지도부가 전혀 관심이 없다는 증거가 아닌가. 지금 민주당에 절체절명으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 개혁진보세력의 재집권이라는 역사적 과업이다. 상대방은 36세의 젊은 대표 지휘 아래 강력한 진영을 구축 중이다. 지금이 과연 몇몇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유 불리 계산에 함몰되어 있을 때인가? 무엇보다 만천하에 공표된 정치일정 준수는 국민에 대한 절대 약속임을 새겨야 한다. 약속을 지켜야 신뢰가 생긴다. 집권여당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감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지난 달 MBN과 한국갤럽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당헌대로 9월 경선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견(53.9%)이 연기 찬성(18.1%)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높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해진 룰을 지켜 후보를 선출하고 신속히 선거대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총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와 힘을 합쳐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기 정권을 다시 맡겨도 되겠구나 라는 신뢰 회복이 그 모든 것에 앞서는 우선순위인 것이다. 천에 하나 경선연기를 통한 자중지란으로 당력이 소실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에 하나 때를 놓쳐 다음 대선을 극우정당에게 헌납하면 어떤 일이 닥칠 것인가. 그러면 이명박 박근혜 시대가 추억이 될 만큼 거대한 정치·경제·사회적 반동이 이 나라를 꿀꺽 집어삼킬 것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역사에 기록될 대죄를 짓게 될 것이다.
“엄마, 나 좀 죽여줘.” 혀를 깨물어 붉은 빛을 띠는 A의 입에서 겨우 나온 말이었다. 엄마는 그런 딸을 잡고 오열했다. “같이 죽자. 같이 죽자.” 엄마의 말을 들은 A의 얼굴에 굵은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눈물을 닦을 수가 없었다. A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눈을 떠보니 병원 응급실이었고 목 이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자가 돼 있었다. 보고 들을 수 있었고 혀를 움직여 말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하는 것이 더 많았다. 손으로 밥을 떠서 먹을 수 없었다. 일어설 수 없었고 앉지도 걷지도 못했다. 배설도 자신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었다. 머리를 돌리지도 못했고 몸을 뒤집지도 못했다.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냄새가 맡아졌다. 온몸에서 올라오는 역겨운 땀 냄새와 똥 냄새, 등에 생긴 욕창 썩는 냄새를 고스란히 맡아야 했다. 무엇보다 괴로운..
- 홍기문의 질문 이게 무슨 말일까? “조선의 역사가들은 은(殷)의 기자(箕子)가 조선으로 온 것을 거부하기에 골몰한 데 부사년(傅斯年) 등 한토(漢土)의 청년 학자들은 은이 조선 내지 만주의 이족(夷族)과 동족임을 증명키에 급급하다.” 홍기문(洪起文)이 그의 《조선문화총화(朝鮮文化叢和)》에 남긴 글이다. 그는 《림꺽정》의 작가 벽초(碧初) 홍명희(洪命熹)의 아들로 훗날 아버지와 함께 북에서 머물러 《조선왕조실록》 번역 작업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조선역사문법연구》라던가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서인 《정음발달사》와 같은 저작은 훗날의 학자들에게도 뛰어난 평가를 받게 된다. 이들 부자(父子)가 북에 있게 된 까닭은 1948년 4월 19일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연석회의와 관련이 있다. 분단과 전쟁을 가져올 남과 북의 단독정부 수립을 막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