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에 청상과부가 된 어머니는 바람 필 생각이 없었을까. 스무 살 때 어머니가 주위에서 재혼하라는데 너는 어떠냐 물으셨다. 몰라도 너무 모른 나는 일언지하에 호적을 파내고 가세요 했다. 그 후부터 어두운 부엌에서 가끔 낮고 구슬픈 노래가 들려왔다. 눈물이 눈썹을 찌르고 안개의 거리 방황하듯 어깨가 들썩였다. 김포 쪽 농군이 팔러온 곡식을 사서 시장에 되파셨다. 사남매 다 키워 공부시키고 조그만 집 한 채도 장만하셨다. 봄날에 개구리 알 낳듯 어머니 몫까지 연애하는 나는 불효자입니다. ▶약력 ▶2017년 리토피아 로 등단.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 옳지, 봄 , 항아리 속의 불씨 ▶제4회 아라작품상 수상. ▶제11회 리토피아 문학상 수상. ▶계간 아라문학 편집위원. 막비시동인.
기억이 미래를 만든다. 우리가 지난 일을 되새기는 이유이다. 6월 6일, 66회 현충일이 지났다. 정의는 망각 위에 세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6월 6일이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1949년 6월 6일, 한 무리의 경찰이 친일파를 단죄하기 위해 활동 중이던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반민특위)를 습격하여 무장해제시켰다. 일제 때 친일의 첨병이던 경찰이 반민특위를 무력으로 짓밟은 날, 이후 특위의 활동은 중단되었고 일제 때 악질고문경찰로 악명높았던 김덕기, 노덕술 등은 풀려나 경찰 보안책임자가 되었다. 이 사건이 있은지 20일 후 김구가 안두희에게 암살되고, 이어지는 극우 백색테러가 꼬리를 물면서 일제청산활동은 좌초하고 공공연히 친일파가 득세하기 시작했으니.. 그래서 나는 6월 6일을 우리 역사에서 잊지 말아야 할 치욕의 날로 기억한다. 반민특위가 해체되자..
칼럼에 한 기자를 2회 연속 언급한다. 저널리즘이 무너져 내리는 시대에 기자들은 물론 언론계에 진입하려는 예비 언론인들도 꼭 읽어 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에서다. 지난 달 26일자 칼럼에서 오마이뉴스 최병성 기자가 5월 14일 보도한 “2050년까지 30년간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 3400만톤을 흡수하겠다.”는 산림청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조목조목 비판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높게 평가했다. 미국 미주리대학에는탐사보도기자회(Investigative Reports and Editors)라는 조직의 본부가 있다. 약칭이 분노를 의미하는 IRE다. 최 기자의 기사는 독자들의 분노를 끌어낸 1인 탐사보도였다. 치밀한 취재가 돋보였다. 최 기자는 6월 2일자로 “싹쓸이 벌목 진짜 이유,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는 제목으로 두 번째 기사를 보도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병제가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대선 도전에 나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0대 기업 초봉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모병제를 제안했다. 현행 징병제를 지원자 중심의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돼온 민감한 이슈다. 이와함께 정치권에서 남녀평등복무제 신설, 군 가산점 부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행하는 《군사균형 2019~2021》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징병제보다 모병제 국가가 많지만 상비군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징병제 채택율이 조금 더 높다. 우리의 현역 군인은 55만명으로 세계 8위다. 그러나 0점대의 세계 최저 출산율인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병력구조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병력 문제는 앞으로 국가지도자가 고민하고 결단해야 할 중대 사안인 만큼 대선을 앞둔 이번 기회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섰으면 한다. 우선 가장 고민해야 할 지점이 ‘사회 정의’의 문제다. 모병제를 할 경우 소위 가난한 집 자녀나 저학력자 위주로 군대를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의 가치는 사회문화·정서적 문제와 함께 두 번째로 관건인 예산과 직결돼 있다. 소위 ‘흙수저만 군대가느냐’에 대한 불공정, 사회적 위화감 등을 해소해야 하는 데 쉽지 않다. 군 복무자는 학·경력 단절로 인한 생애 기대소득 등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것을 그나마 최소화하려면 상응하는 경제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사회가 막대한 재원 마련(예를들면 비복무자에 대해 일정기간 모병세 부과 등)에 합의해야 한다. 또 군 제대후 취업 등에서 가산점제나 세심한 보완책 등이 필요하다. 셋째 군대의 규모다. 첨단무기가 병력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산악지대가 많고 북한의 상비 병력만 120만명에 이르는 등 특수한 상황이다. 모병제인 독일도 최근 병력을 늘리려는 추세이고 미국의 아프간 전투 등에서 보듯 지상 병력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우리의 경우 예산 문제도 있지만 병력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현실도 못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드러난 각종 부정적 병역 문화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폐쇄적인 상하관계, 군내 성 추행, 열악한 복무여건 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제 인구감소로 인한 병력자원난은 현존하는 위협이다. 그런데 모병제는 공정과 재원의 큰 숙제를 안고 있다. 미래 성장을 견인할 우리 젊은세대는 군복무로 인한 학·경력 단절로 세계화 경쟁에서 열악하다. 한편에서 기술혁명으로 청년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또 일본 등 해외사례를 보면 모병제에서도 목표한 병력 확보는 쉽지 않다. 징병제든 모병제든 혼합형이든 궁극적으로 군 지원자가 일정수준 ‘가고싶은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모병제 아래서 대기업 초봉 수준의 월급 때문에 군대를 갈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제대후 비복무자와의 사회적 간극은 어떻게 메우나. 당장의 선거를 의식한 단발성 ‘표’플리즘 정책은 안된다. 병력구조 개편이 국방 차원을 넘어 ‘영끌’ 세대의 눈높이인 ‘학업·취업·승진·결혼’ 등과 연계되도록 입체적으로 논의·설계해야 한다.
겸양은 자기만족에 빠진 오만한 자는 결코 알 수 없는 기쁨을 준다. 사람들 사이의 평화는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이다.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장애는 오만이다. 오직 겸양만이 - 모욕을 참고 매도를 견디고 오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각오만이 - 사람이 자신과 타인의 관계 속에, 또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세상이 우리를 질책하고 비난할 때 결코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비난 속에 어떤 근거가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흄) 만약 네가 지난 날 성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성현이 산 것처럼 살지 않아서, 자신이 성현의 명예를 얻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자존심에 고통을 느낀다면, 그런 것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네가 성현으로서의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 또 만일 지금 당장 네 양심이 요구하는 대로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오만은 오만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른 모든 죄악도 옹호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비난을 싫어하고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이며, 죄악을 숨기고 그것을 정당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겸허하게 하는 죄의식은 그의 오만을 부추기는 선한 일보다 더 유익하다. (박스터) 자신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라. 그러면 너희에게는 적이 없을 것이다. (중국 금언)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굴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굴욕은 겸허와 결합된 온갖 정신적 행복에 의해 몇 갑절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이다. 손을 넣어 대지의 가슴을 만져보십시오, 추운 겨울의 얼어붙은 것 같았지만 아닙니다. 그 얼음으로 인해 이제 우리의 보습(補習)을 받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부드럽고 겸손해졌습니다. 이 시대가 제 할 사명을 사나운 겨울같이 다하고 북극으로 쫓겨갈 때 그 땅은 우리의 번쩍이는 보습을 받아들이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씨ᄋᆞᆯ이지만 또 보습이기도 합니다. 우리 가슴을 우리 손으로 갈아엎고 우리의 씨ᄋᆞᆯ, 하늘에서 받은 씨ᄋᆞᆯ을 또 우리 손으로 심는 것입니다. (함석헌)/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대학이 위기라고 한다.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신입생 충원이 안 된다는 것. 13년 동안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위기도 한 몫 한다고 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현실화 될 것이라는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여 교육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재정 지원을 통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되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부실한 대학은 폐교시키기로 했다. 교수노조와 대학노조 등 7개 관련단체들은 이에 대해 5월 24일 기자회견에서, 대학에 대한 정부 교육 재정의 대폭 확충 및 뒷받침과 대학운영자금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대학 위기가 오래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소하고 교육체제를 바꾸는 기회일 수 있다”며 “고등교육 정책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중장기 실질 대책을 마련할 것..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 순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연도를 2050년으로 선언했다. 현재 세계 9등의 탄소배출국가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2050 탄소중립목표는 향후 30년 동안 우리정부와 산업, 국민에게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체제전환의 고통과 비용을 치르게 할 전망이다. 그나마도 막대한 지원예산으로 기업과 개인의 유인구조와 행동패턴을 바꿔내고 교육으로 개인의 각성과 실천을 끌어올려야만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탄소중립 이행과 생태문명 전환에서 정치와 교육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는 한 번도 본격적인 정치의제나 교육의제로 부상하지 못했다. 2017년 대통령선거는 물론이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총선도 거짓말처럼 기후위기 의제를 비켜갔다. 교육도 아직까지 경..
지난달 31일자 본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시민단체·경기도-의료계의 입장 차이가 크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찬반 논의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숨진 고 권대희 씨 사건 이전인 2015년부터 지금까지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의료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권씨 사건이 일어난 병원의 원장은 수술실에서 환자의 뼈만 절개하고, 계속 다른 수술실을 옮겨 다니며 뼈를 절개했다. 그 뒤를 이어받아 20대 유령 의사가 나머지 수술을 했다. 환자의 과다 출혈 조짐이 나타났지만 당시 의사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간호조무사가 혼자 지혈했다. 군 전역 후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안면부위 윤곽을 다듬고자했던 25살 청년은 꿈을 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 사건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국 최초로 공공의료원에 CCTV를 도입했다.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수원 등 도내 경기도의료원 전체에 수술실 CCTV 설치를 완료했다. 이어 민간병원에도 병원 당 3천만 원의 수술실 CCTV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김남국, 안규백 의원안)도 다시 발의됐다. 그러나 의협 등 의료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자리에서 “수술실 CCTV 설치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의사들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 느낀다”면서도 “CCTV 설치는 행정편의주의” “의사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게 된다” “진료가 위축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의무 설치를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본보 보도(6월 3일자 1면)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운영을 이미 시작한 민간병원의 현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남양주시 소재 ‘국민병원’은 지난해 11월 2일부터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병원 내 모든 수술실(3곳)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수술 가운데 약 80%는 환자의 개인정보 동의를 한 뒤 수술실 CCTV를 사용했다고 한다. 의사들도 ‘진료위축’ 등 우려할만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 의사는 “수술실 CCTV를 설치한 후 진료가 위축되는 일은 전혀 없었고, 인권과 사생활 침해도 일어난 일도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철저하게 관리만 된다면 내시경실, 회복실 등 병원 여러 분야에 더 많은 CCTV가 설치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의료계 인사들은 최상욱 원장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차량 블랙박스나 엘리베이터 CCTV가 당연한 것처럼 수술실 CCTV도 별 다를 것 없다” “오히려 더 여러 분야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최원장의 말은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 같다. CCTV가 없는 타 병원과 비교했을 때 CCTV가 설치된 국민병원에 더 많은 신뢰가 간다는 환자들의 말을 의료계가 흘려듣지 말기를 바란다. 더 많은 ‘국민병원’이 나타나면 좋겠다.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2주가 지나도록 북한은 공식적인 반응이 없이 조선중앙통신에 지난달 31일 김명철이라는 국제문제평론가 개인필명의 논평으로 한미미사일지침종료 합의를 미국측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측의 ‘눈치 보는 행태’에 대한 비난도 함께 하였다. 개인 필명의 논평이지만 행간을 잘 읽고, 당국차원의 공식 논평이 아직까지 없다는 점을 잘 해석하여 대처한다면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 내에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정상궤도에 오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미정상회담의 대북정책 관련 공동성명에 대한 북한의 속내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선 ‘4·27판문점 공동선언과 6·12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에 기초한 대북정책 추진’을 내심 환영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
요새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이준석 돌풍” 때문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치 후원금도 이준석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돌풍”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이준석 돌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이준석 돌풍”의 원인을 보자면 이렇다. 많은 중도층 유권자들, 그중 특히 비교적 젊은 중도층 유권자들은 현재의 정치판에 획기적인 변화를 바라는데, 그런 희망이 이준석 돌풍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준석에 의한 돌풍이라기보다는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돌풍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이런 바람이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에 투영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 이유는 이렇게 추론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강성 친문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영길 대표가 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