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댁 가족은 무사하신지요?’하고 안부를 묻고 싶은 코로나 방역시대이다. 어디선가 사슴의 눈망울로 늙어갈 여자 친구의 안부도 궁금하다.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메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수필 쓰는 작가로서 독자의 안부와 함께 서리 내리는 상강을 맞아 따뜻한 인사와 말 한마디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어제는 후배 수필가의 수필집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풍부한 능력의 소유자이고 귀한 직장에서 관리자로 업적도 든든히 쌓은 사람이다. 그의 책 제목은 『당신 가족은 안녕하신가요』 이었다. 시집같이 예쁜 책이었다. 바로 엽서 편지를 썼다. ‘가을 낙엽 위 집 한 채 같고, 시집 같은 수필집 잘 받았소. 책이 수필가들의 영혼을 씻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써 보냈다. 어떤 화가는 행복한 그림은 상처를 다독여 주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고통스러..
새로운 시민행동의 가능성 코로나19를 계기로 시민들이 만들어낸 작고 직접적인 변화들은 쌓이고 쌓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민사회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세금에 대한 태도와 사회보장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의 맹지를 없애고, 국민보건의 사각지대를 제거하자는 이야기가 일어난다. 재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자금 운용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사회적 안전망을 재구축하자는 이야기가 많아진다. 국민들이 기본수당을 받으면서 사회적 생산력을 늘이는 실험을 해야 한다거나, 세금으로 기본소득을 받는 대신 더 많은 시민이 공공근로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를 하게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사회 전체에 팽배한 경제적 불안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공익적인 일거리를 늘이자는 것이다. 사회적 보장을 근본적인 국민복리로 생각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소득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제적 주장을 하는 집단행동은 촛불집회 같은 상징적이고 축제적인 플래시몹 방식을 취할 것이다. 미국에서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자’며 SNS로 퍼진 2011년의 경제적 정의 관련 시위들의 후속타들이 늘 것이다 2018년 프랑스의 ‘노란조끼’처럼 세금 인상에 자극받고, 세금 사용에 대해 주장하는 시민행동 캠페인이 늘 수밖에 없다. 개인의 실천과 성장에 대한 관심 경제적 안전을 요청하는 시민행동 외에도, 소녀 튠베리가 상징하듯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대응하는 시민들의 실천이 부상한다. 코로나19가 직접적으로 자극한 것은 생태계 보전과 지구 회복에 대한 관심이다.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윤리적 소비, 사회적 소비, 적정 소비, 공정한 소비를 실천하면서 지구를 지키는, 창의적이고도 매력적인 캠페인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시민들의 일상에 변화가 많아진다. 온라인 공동학습의 효능이 높아진 시대에 학교와 대학의 기능이 파괴적으로 바뀌어간다. 작은 모임과 특정 주제를 다루는 동아리의 가치가 높아진다. 21세기 초반 자기계발의 흥행 못지 않게, 개인성장과 창조, 변신을 모색하는 신드롬이 불고 있다. 인류에게 닥친 위기로 개인들은 이리저리 변하고 있다. 우리는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동시에 갖는 위기의 시민으로서, 새롭게 자신들을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생할이 변화하면 생각이 변한다. 사고가 바뀌면서 행동이 바뀐다. 그리고 이런 의식은 제도를 바꾸길 원하게 된다. 코로나19로 비롯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시민행동의 영향력이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사회 개선을 요청하는 변화의 충격, 다시 말하면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가 나타날 것이다. 시민사회의 변화가 사회적 경제를 재촉한다 시민사회를 변화시킨 코로나19 위기는 사회적 경제를 어떻게 재촉하는가. 세계적인 감염 위기 속에서 시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발전했다. 전 인류가 공감하는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하는데, 감염과 확산의 문제는 다양한 분야 제도의 개선까지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광범위한 성격이 있다. 그래서 행정이 해결할 수 없고, 시민들이 스스로 실천하고 함께 바꾸어나가는 생활습관 변혁의 캠페인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같은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착한 소비, 생태친화형 소비, 친환경 소비, 순환적 소비, 공유 소비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 역시 착한 기업, 윤리기업, 사회적 기업, 사회환원 기업과 사회적 가치공유 기업 등을 표방하고 그 실천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숲보전 뿐 아니라 대체 에너지와 쓰레기문제 해결 등 종합적으로 닥친 지구의 재난을 막고 기후변화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문제가 전면에 부상한다. 그것은 대안적인 소비자, 대안적인 시장경제, 대안적인 산업구조로 체질을 바꾸는 문제를 껴안고 있다. 이른바 대안적 경제에 대한 사상은 올라오면서 사회적 경제조직의 일반화, 확산이 진행된 것이 지난 수개월의 상황이다.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상황은 사회적 경제 안에서 지구의 회복과 보전에 드는 비용을 사회와 생태게로 환원하는 기업을 요청한다. 사회적으로 유익한 자원을 공유하고 자연훼손이나 불편한 경제적 착취 없이 공정한 시장을 요청하는 소비자들로서 시민의 자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사회적 기업이 활약할 기회가 왔다. 시민들은 실천하는 소비자로서, 그리고 사회의 주인으로서, 지구적인 문제를 협업하여 해결해나가고, 사회적 경제조직은 이에 부응하여 시장을 개척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 보유세 인상 10년 계획’ 초안을 내놨다. 이대로 실행되면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뿐 아니라 중산층·서민과 1주택 보유자까지 보유세가 급증하게 된다. 정부가 정책안을 발표하던 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를 최대 50% 감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가공할 불황의 한복판에서 가뜩이나 힘든 국민은 뭐가 뭔지 헷갈리고 불안하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연구원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나온 안으로는 줄잡아 8~15년에 걸쳐 땅·집값의 현실화율을 90%로 올리는 안이 유력하다. 9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땅이 8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10년, 단독주택은 15년으로 추산됐다.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까지, 15억∼9억 원은 2027년까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 ‘목민심서’에 청렴에 관한 글귀가 있다. “청렴함은 목민관 본연의 일로서 모든 선의 근원이며 덕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서 목민관 노릇을 제대로 한 사람은 아직 없다” 현대에 사는 공직자들에게 고서(古書)의 격언은 또다른 귀감이 된다. 어느 시대에나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으며, 올해 처음 기관장을 맡으면서 청렴은 관리자의 솔선수범과 더불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공단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공공기관의 반부패·청렴 의지 및 활동 노력에 대한 평가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 ‘2020년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1등급을 달성하였고, 이어 2019년, 2020년 2년 연속 ‘부패방지 시책평가 우수기관’에 선정되는 성과로..
8월 말 뉴욕타임즈가 지면에서 TV편성표를 없앴다. 81년만의 변화다. 뉴노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면서 세계경제가 저금리,소비위축의 특성을 가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경제현상을 말한다. 과거 고성장시대 경제질서(노멀)로 정책을 입안하면 경제는 방향성을 상실한다. 이미 새로운 질서 뉴노멀의 시대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며 고성장을 주도하던 중국도 ‘신창타이’를 받아들였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코로나는 경제를 넘어서 사회 각 분야를 뉴노멀의 시대로 전환시키고 있다. 여행산업은 몰락하고 온라인유통,배달시장은 대폭성장을 하였다. 화상회의가 일상화되고 재택근무가 현실화됐다. 학교수업은 온라인강의로 진행된다. 극장,공연산업이 급추락하고 넷플릭스 등 OTT는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우리기업..
기대를 모았던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맹탕’ ‘무한 정쟁’이라는 최악의 이미지만 남기고 허망하게 지나갔다. 여당은 야당의 공세를 철벽 방어하는 데만 골몰했고, 야당은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헛발질을 계속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만 연출했다. ‘민생 국감’을 하겠다는 여야의 말은 철저히 ‘헛소리’로 끝났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생산성 빵점짜리 국회를 견디고 봐줘야 하는 건지, 한숨만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별세에 즈음하여 그가 남긴 어록이 회자된다. 그 중에도 가장 많은 이들이 거론하는 말은 “정치는 4류”라는 돌직구다. 김영삼 대통령 때인 1995년 4월 13일, 이 회장은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우리나라 행정력은 3류급, 정치력은 4류급, 기업 경쟁력은 2류급”이라고 격정 토로했다. 4류..
최근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었던 수출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정작 물건을 실어 나를 선박을 제때 구하지 못해 국내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달말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선주협회가 개최한 ‘선주·화주 간담회’에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늘어난 물량을 소화할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라며 ‘선박 품귀’와 함께 지난해 10월 대비 최고 3배까지 치솟은 컨테이너 운임으로 인한 이중고를 호소하면서 정부와 해운업계에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송 서비스 수출은 지난 2010년 세계 5위에서 지난해 11위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운송 서비스 수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운업 수출비중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무역업과 해운업간의 엇박자는 이미 ‘예고된 재..
“여기는 좌회전 구간인데 안전하게 신호를 통과했다.” “다음 목적지까지 거리를 수정하는 것 외에는 운전자가 할 일이 없었다.”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선보인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베타 서비스의 고객 체험기다. ‘FSD 베타’는 완전자율주행을 향한 초기 버전이라고 한다. 그래서 테슬라측은 “최악의 경우 오류가 날 수도 있는 만큼 항상 운전대를 잡고 도로 상황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테슬라의 FSD 베타는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에 꿈같은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각인시켰다. 테슬라는 이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완전자율주행 패키지 가격을 1만달러(천백만원대)에 판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고인에 대한 업적을 기리는 평..
지금까지 나이 먹도록 잘 알지도 못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것 때문에 뼈저리게 아파하고 느끼며 살아온 것이 있으니, 바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것이다. 정말 사람 속을 아는 일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이고, 바닷가의 모래알 수를 세어내는 일과도 같다. 좀 서로 알고 통하고 하나 되고 이런 것도 많이 있을 법 한데 아무리봐도 거칠고 낯설기만하다. 매일 아침 신문이나 TV뉴스를 보면 복잡하고 황당한 일들에 넌덜머리가 난다. 인간이 서로를 진정으로 알고 꾸밈없이 소통하는 일은 “꿈”일거다. 여태껏 이주자들을 돕는 일을 해오면서 수많은 ‘다름’을 만났다. 기본적으로 나라와 언어, 피부색 같은 외적인 요소들이 다르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단순한 문화를 넘어 생각이나 삶에 대한 표현과 자세들이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정보의 정치화’는 위정자가 자신의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를 과도하게 각색해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왜곡 차원을 넘어 정보조작 수준까지 가는 위험한 상황을 지칭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지배권력에게 도움을 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국가기관이나 국민들의 정보 판단력과 안목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정보수집하고 분석하는 정보기관이나 국가기관의 신뢰를 실추시킴은 물론 ‘정보’의 권위를 떨어뜨려 국민통합을 저해한다. <묵자>는 말했다. 百人百義 千人千義 非人之義 是以厚子有鬪 즉 모두가 자기가 옳다고 하고 남을 비난하면 결국 처절한 싸움으로 이어진다고 수 천 년 전에 설파했다. 그런 점에서 정보는 사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데 있어 등대 같은 역할을 함과 동시에 국민통합적 기능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