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며칠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2명을 내정했다. 야당의 뻗대기에 속앓이를 하며 추천위원 결정을 압박하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공수처 단독구성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압박하고 있다. 공수처법은 엄연히 실정법이다. 국민의힘은 담백하게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해 입법 당시의 대국민 약속과 달리 중립성 본질을 해치는 개악을 시도하는 것도 안 된다. 국민의힘은 대검찰청 차장 검사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내정하고 공수처 설치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14일 공포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6개월이 경과한 7월 15일 공수처를 출범토록 규정했다. 제1야당이 그동안 “우리는 찬성한 적..
팔순의 어머니는 지금 평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애틋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혼자사니 말 나눌 상대가 없어서 이겠지만 어머니는 다른 형제들보다 유독 내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머니가 화를 내거나 혹여 누군가를 비난해도 그냥 듣기만 한다. 자식에게 하소연하는 게 아니라 그저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심정으로 늘어놓는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저런 일로 평택엘 가면 어머니와 둘이 소주 한 병을 놓고 앉아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주로 듣기만 한다. 무슨 말이라도 실컷 하시게 말을 끊지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 하셨던 말이라도 추임새까지 넣어 드린다. 지난 백중 제사 때였다. 큰 제사도 아니고 요즘 그런 제사를 지내는 집안도 드무니 나 혼자 내려가 제사를 지내는 편인데 제사 끝내고 메모할 종이를 찾다가 우연히 수첩 한 권..
치솟은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월세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월세 시장이 터진 둑처럼 폭발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가 한 달 사이에 6배나 올랐다는 통계자료마저 나왔다. 임대차법 개정 충격이 전세 대란에 이어 월세 시장으로까지 번졌다는 해석이다. 반(反)시장적 정책의 부작용이 서민 피해로 귀결되고 있다는 풀이다. 제발 ‘안정되고 있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 좀 그만하고 근본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지난 2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가 갑자기 전월 대비 0.78%나 급등,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0.12%) 대비 상승률이 6배 이상으로 치솟은 것이다. 월 0.78% 상승세가 1년간 이어지면 전체 월세 시장의 평균 가격이 10% 가까..
홀수와 짝수로 나눠서 등교하다가 전체가 다 모인 건 6월 4일 뒤로 4개월 16일 만이었다. 아침 시간의 찬 공기를 뚫고 학교에 온 아이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마친 뒤 한명씩 교실에 입장했다.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설레는 새학기 특유의 분위기가 10월의 교실 안을 감돌고 있었다. 절간처럼 조용하던 교실이 간만에 활기를 띄고 시끌벅적 했다.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평소처럼 아이들에게 '아침은 먹었느냐', ' 잠은 잘 잤느냐' 같은 말을 건넸다. 10명 이내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 씩 올 때는 교실이 너무 조용해서 그런지 농담을 걸어도 대답이 시원찮았다. 코로나가 사람의 성격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들의 재잘거림까지 가져간 모양이었다. 열 명 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교실이..
코로나19 상황속에서 개원한 21대 국회의 첫 국감이 정쟁 국감으로 막을 내려가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애초 이번 국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속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 등이 논의됐어야 했다. 특히 일본의 방사능 해양방류 등 우리에게 곧 닥쳐올 위기에 대한 대처방안도 다뤄졌어야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감은 정쟁의 시간이 아니라 국정을 살필고 코로나로 어려운 민생을 보살피는 시간"이라며 "무차별적 정치공세에 매몰된 정쟁국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달까. 대다수 국민들의 뇌리속엔 이번 국감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따른 정쟁으로 점철됐다는 기억이다. 우선 경기도 국감은 '이재명 띄워주기' 국감..
별은 헛것이다. 헛것인 별의 그리움은 아득함에 있다. 보이지만, 다다를 수 없는 아득함이 그리움을 자극한다. 그런 이유로 별을 가슴에 품는 것은 헛짓이다. 다다를 수 없는 헛짓은 다다를 수 없는 헛것의 영역에 그냥 두는 게 좋다. 헛것의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박힐 때, 사람은 죽고 역사는 병들었다. 오일륙이 그랬고 십이십이가 그랬다. 땅에 박힌 별은 군대를 통솔한다. 살상무기로 무장한 별은 흐린 밤에도 지워지지 않고 빛을 발사한다. 권력을 노리는 자들의 계급장에 박혀 반란을 모의하고 역모를 지휘한다. 휴전선에 있어야 할 탱크부대가 수도를 점령하고, 적군을 겨눠야 할 자동소총이 국민의 이마를 정조준 한다. 오일륙 때도 그랬고 오일팔 때도 그랬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 아니, 처벌할 힘이 사법부에 없다. 처벌할 수도, 처벌할 힘도 없어서..
지난 3분기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건설사는 ‘동부건설’로 드러난 가운데, 국회가 ‘재해기업처벌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어 주목된다. 21일 국토교통부는 3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와 발주처 명단을 발표했다. 한순간에 개인의 생명은 물론 한 가정을 완전히 파괴하는 산업현장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 ‘재해기업처벌법안’은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액 21위인 동부건설은 지난 3분기에 현장에서 3명이 사망해 사망사고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동부건설은 지난 7월 대구 메리어트 호텔 및 서비스드 레지던스 신축공사에서 기존 조적벽 해체 중 조적벽이 무너지면서 작업자를 덮치는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9월에는 경기 평택 고덕 A-1BL아파트건설공사 6공구에서 지상 6층 높이에..
수도권의 아파트값 폭등으로 얼마 전까지 홍역을 앓아왔다. 현재 아파트 매매에 대한 폭등은 점차 안정화(?)되어가는 추세이나 이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할까? 전세가격이 서울기준 68주째 끝없이 상승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전화 올까 봐 세입자가 전전긍긍하거나, 전셋집을 찾기 위해 공인중개사에 성공보수도 제안하는 등 웃지 못할 진풍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지난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김현미 장관은 전세시장 혼란에 대해 아파트 가격 폭등 이후 또다시 전세대란에 대해 송구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이제는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은 고사하고, 살 권리마저 빈부의 격차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두운 그림자 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자본주..
중국이 25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중국의 6.25 한국전쟁 표현) 70주년을 맞아 애국주의를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군은 1950년 한국전 발발후 그 해 10월19일 북한의 요청으로 압록강을 건넌다. 그리고 엿새 뒤인 25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는데, 이날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며칠전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하면서 “(한국전쟁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 평화 및 인류의 진보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식 항미원조의 메시지를 나라안팎에 극대화하려는 의지로 보여진다. 올해 중국에서 상영되는 애국주의 영화와 드라마가 지난해보다 두..
노벨상은 태생에서부터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죽음의 장사꾼’으로 불린, 다이너마이트로 돈을 번 알프레드 노벨의 이름을 딴 상이어서만이 아니다. 이 상이 제정된 이래 수상자의 적합성 여부가 자주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다섯 부문 가운데 과학 분야, 그러니까 물리학,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은 그나마 덜하다. 하지만 평화 분야는 과학만큼 객관적이지 않다. 유럽이 독점해온 노벨평화상이 유럽 바깥에서 찾은 최초의 수상자가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라는 것 아닌가? 우리 역사에서는 을사늑약에 앞서 가쓰라-테프트 밀약을 성사시킨 배후에 그가 있으니,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는 건 당연지사다. 문학 분야 역시 그렇다. 문학이야말로 주관성이 지극히 뚜렷한 활동인 까닭이다. 하여 최초로 순전히 자의에 의해 노벨상을 거부한 인물이 문학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