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여름이 주인 행세를 하더니만 추석이 지나자 가을이 제자리를 차지한 듯하다. 산천초목에 산고(産苦)의 결실이 저마다 색깔을 드러낸다. 그게 순리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다. 가을은 소리의 계절이다. 논밭에 벼 여무는 소리, 수수더미 영그는 소리, 풀벌레 소리 등이 한창이다. 이들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소리 못지않게 사람들이 책 읽는 소리가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달빛과 꽃 색깔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들의 화목한 얼굴빛만 못하고, 가야금과 거문고 켜는 소리, 바둑장기 두는 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자손들이 책 읽는 소리만 못하다”는 글귀가 있다. 그렇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해도 활자매체를 통한 책읽기만큼 좋은 게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비접촉 시대에도 활자로 된 책읽..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5일간의 긴 휴가를 보냈다. 한해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가장 풍요로운 명절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향에도 못 가게 되었다. 추석 연휴 고향 방문이나 여행으로 인한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게 되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여 새로운 대유행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년과는 다른 추석을 맞아 편찮으신 어머니를 뵈러 친정에 다녀왔다. 그런데 전에 없이 교통 체증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친정집 근처가 궁평항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서신에서 궁평항과 제부도로 갈라지기 때문에 더욱 길이 막혔다. 모두 먼 곳의 고향은 못 가고 잠시 나들이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증으로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19'의 '코로나'와 우울하다는 뜻의 '블루(..
“모국어가 영어인데 5년 전에 처음으로 우수한 한글을 접하고, 그런 문자를 천재적인 왕 한 사람이 주도했다는 사실에 반했다. 세종대왕을 영웅으로 생각했으며, 그 매력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2020년 10월 9일, 574돌 한글날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 SF(공상과학) 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인 조 메노스키가 한글날을 맞아 영어와 한글판으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써내 화제다. 제목은 ‘King Sejong the Great’(킹세종)으로 9일 종로구 통인동 세종대왕 탄신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소설을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인 작가가 영어로 쓴 최초의 한국역사 판타지 소설에서 세종대왕을 ‘영웅’ ‘천재’ 등의 단어를 동원해 세계에 알린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정부가 5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와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 –3.0%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느슨한 국가채무비율 한도와 통합재정수지 비율 기준, 2025 회계연도부터 적용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일종의 면피성 정책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가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이 정하고 있는 국가채무비율 한도 60%부터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 한도는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전망치 2024년 국가채무비율 58.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5년마다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으로 한도를 바꿀 수 있게 한데다가, 경제위기에..
지난 9월 22일 서해상에서 우리 수산공무원이 북한군인 총격을 받고 사망한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의 북한 만행에 대한 강력 규탄에 대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표현을 담은 ‘대남 전통문’을 신속하게 보내 우리 및 국제사회의 반북 정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사전에 보고되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북한은 서해현장 해군 정장 판단 하에 이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국방부의 북한이 6시간 가량 우리 국민을 해상에 방치해 두었다는 설명을 전제로 추정하면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보고가 되고 지침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하겠다. 사전 보고여부와 무관하게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무력 최고사령관으로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일을 지켜 보면서 김정은 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일이 논란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특혜 논란으로 한껏 예민해진 민심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주무 부처 수장 가족의 일탈 행위를 편안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고위공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러나 코로나 비상시국이라는 이유로 자유를 억제당하고 있는 일반 국민의 처지를 헤아려야 한다. 강 장관의 남편 이일병 명예교수는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교수는 요트 구매 및 여행계획을 수개월 전에 자신의 공개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블로그에 ‘요트를 구입해 미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적고 있다. 이 교수가 구매예정이라고 밝힌 ‘캔터 51’ 요..
“킥보드가 인도를 막고 있는데 단속 좀 해주세요.” 최근 수지구청 교통과에 자주 접수되는 민원 중 하나다. 최근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각광 받고 있는 전동킥보드는 전기동력을 사용하는 1인용 이동수단인 PM(Personal mobility)이다. 퍼스널모빌리티는 교통수단으로 이동하기에는 거리가 짧고 걷기에는 애매한 거리를 빠르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보통 목적지까지 남은 마지막 거리를 이동하는 운송수단이라는 의미로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 라고도 불리며, 코로나19 시대에 불특정인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고 단독으로도 이용 가능한 운송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동기장치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 소지 ▲자전거도로 통행금지 ▲차도로만 통행가능 등의 법적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16세기 중국 학자 원요범이 자녀들을 위해 쓴 ‘요범사훈(了凡四訓)’에 나오는 위중달의 이야기는 위정자에게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설명한다. 중요한 관직에 있던 위중달이 죽어 명부(冥府)의 재판장에 나갔다. 재판관이 위중달의 기록을 가져오게 하자 그가 행한 악한 기록이 재판장 마당에 가득 찼다. 선행 기록은 단 한 개의 두루마리 뿐이었다. 재판장이 그 무게를 재라고 명령했는데, 놀랍게도 마당을 가득 채운 악한 기록보다 두루마리 한 장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중달이 의아해 선행 기록이 무엇인지 물었다. “언젠가 황제가 대규모로 공사 계획을 세웠는데, 네가 그 일을 하려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을 염려해 목숨을 무릅쓰고 공사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이것이 네가 반대한 상소문이다.” 당시 상소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위중달이 수만 명의 사람을 위해 제시한 정책 건의의 무게는 그렇게 무거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붕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가 단지를 가면 ‘임대’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1998년 몰아닥친 IMF 한파보다 코로나 한파가 더 무섭다고 경고한다. 당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해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해 경제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가 빚을 감내하면서 이뤄진 ‘추경 정책’이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짚어가며 정책 방향을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현장에서 다수의 소상공인이 공통으로 가장 힘들다고 꼽는 점은 코로나19에도 끄떡없는 임대료다. 또 대다수 소상공인이 가장 바라는 정책도 ‘정부의 소액 지원’보다 건물 임대료 인하다. 그런데 국가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건물 임대료는 강제할 수 없는 정책일까? 그동안 지자체가 펼친 ‘착한 임대인’ 캠페인에 극소수의 건물주들이 동참하는데 그쳤다. 자발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다수의 소상인들은 임대보증금으로 월세를 대신하다가, 이마저 모두 차감되고 나면 무일푼으로 일터를 잃을 처지다. 통상 임대보증금이 1년 치 월세 정도 금액이라는 점에서, 그 시점이 몇 달 남지 않았다. 현재 감염병 예방과 관련한 법률을 근거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을 일시 폐쇄조치가 가능하다. 일시 폐쇄에 따라 발생하는 영업손실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된다. 감염병 등 사회적 위기상황에 한해 정부가 강제해 상가 임대료를 일정 기간동안 50%, 30% 내리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조물주(사회)보다 건물주가 위에 있어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 때로는 다수를 보호하고, 사회의 건전한 유지·성장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그 역할은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위정자와 행정가의 임무다.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지금까지 시행하지 않았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모두가 산다. 기존 질서 안에서 고민을 뛰어넘어 다수를 위한 ‘전에 없던’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위중달처럼 용기 있는 위정자가 필요한 시기다. [ 경기신문 = 안직수 기자 ]
어떤 질문은 독한 술처럼 잠시 휘청이게 한다. 예를 들면 ‘다시’라는 부사를 넣은 질문이 그렇다. 다시 어머니가 살아오신다면,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런 기습 질문 앞에 보여주는 모습들은 어쩜 그리 비슷할까. 대개 잠시 말을 잃는다. 눈빛이 아득해진다. 그리고 한숨, 혹은 헛한 웃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이 생에 불가능한 판타지를 펼친다. 그 끝이 눈물인 경우도 많다. 종종 월드뮤직 강의 마지막 곡으로 들려주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노래가 있다. 포르투칼 파두 가수 베빈다(Bevinda)의 ‘Ter Outra Vez 20Anos(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월드뮤직을 좀 안다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베빈다를 소개하는 이유는 파두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다. 파두하면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alia Rodrigues 1..
세계 곳곳에서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테러를 보면 이제 더 이상 테러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테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등 표적의 변화가 있으며 특정조직이 아닌 사회에 대한 개인적 반감으로 자생적 테러가 급증하고 특별한 기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이용해 무기나 폭발물로 사용하는 등 뚜렷한 패턴이 없고 예측할 수가 없어 그 피해는 막대하다. 국내의 테러에 대한 관심은 미흡한 수준이고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과 국민 모두가 테러감시자로서 경각심을 가지고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이에 새로운 테러 실행 및 선전 수단에 대한 각국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고 테러대응태세를 한층 강화하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