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 대학의 신입생을 상대로 한 강연을 부탁받아 다녀왔다. 의뢰를 받고 나서 갓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며칠 밤을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저 나이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또 지금에 와서 보면 여태까지의 나는 어떠했는지에 대하여 깊은 생각에 빠졌다. 강연 날 강당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의 오프닝이 지나고 그 자리가 편해졌을 무렵, 그곳의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그중 내가 가장 힘을 주어 당부했던 대목은 “지금 손에 잡고 있는 꿈의 가지를 하나라도 쉽게 놓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살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만, 그 상황과는 별개로 꿈이라는 것은 충분히 꾸고 담아두어도 좋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이 음악을 듣던 친구가 있..
20여년 전부터 한방전문의 과정이 실시됐다. 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의 전문의 과정을 거쳐 한방내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그로부터 15년이 넘어가는 많은 기간을 한의사 역할로 진료실에서 채워갔다. 그 과정에서 치료를 하는 일은 오히려 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현실에서 넘어야 될 벽들을 마주할 때였다. 한약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게끔 돕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전문의 교육병원이 그러하듯 그때의 한방병원은 양방병원과 협진형태의 시스템으로 임상병리실과 영상검사실을 두었고 여러 검사들에 제약이 없었다. 재직했던 한방내과는 특히 환자군도 다양하고 중한 환자의 입원이 많아 MRI, CT 뿐아니라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심전도, x-ray, 초음파 등 검사가 다양하게 필요했다. 병동주치의로서 양방병원에 진료의뢰를 해서 입·퇴원시 뿐..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김정은의 연설 모두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신형 다탄두 ICBM(대륙간 탄도탄)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공개됐다. 남한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들도 수두룩하게 나왔다. 그러나 김정은은 연설에서 인민들에게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다.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며 남북대화도 강조했다. 우리는 국방력 강화와 남북대화 그 어느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위협’과 ‘기회’에 모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북한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김정은이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고맙다” “감사하다”고 12번이나 말하고 “면목이 없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 위원장은 이어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마..
지역사회에 있어서 사회적경제의 정체성은 사회적가치에 있으며, 지역의 공공이익과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가치를 지역사회의 운영 원리로 삼는다. 사회적경제는 윤리적 소비시장 기반의 경제이며 공정시장을 지향하고 소비자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선다. 적정기술과 윤리적 생산과 공정무역을 표방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은 균형 잡힌 사회적 가치창출과 경제적 가치창출을 목표로 인권, 환경, 자원순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도시재생사업은 앵커시설 확보 등 하드웨어 중심의 ‘주거복지’ 사업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사람복지’ 지향의 사업으로 진화해 가고 있으며, 마을공동체 회복과 활성화를 통해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도시재생(social urban regeneration)사업으로 확..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5주년 기념전 ‘내 나니 여자라,’를 9월 8일부터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妃)였던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1735~1815)의 자전적 회고록인 ‘한중록’을 매개로, 올해 미술관의 기관의제인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정서를 13명(팀)이 발표했다. 전시 제목 ‘내 나니 여자라,’는 ‘한중록’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고정된 여성성에 대하여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의 총 48점의 작품은 여성이라는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현재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인 만큼 여성에 대한 대서사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전임 김찬동 미술관장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은영 큐레이터에게 현재 한국 최고의 여성작가로 구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수원작가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페이스북에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그들의 팬클럽 ‘아미’를 언급하며 “그들의 뜻은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인 공정이라는 가치에 더없이 부합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이 한국 대중음악(케이팝)의 신화를 쓰고 있는 BTS의 병역특례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견해를 쏟아내는 데 대한 비판적 소감이다. 유명세를 이용해 숟가락을 얹으려는 얄팍한 속셈으로 인기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은 자중해야 한다. 이재명 지사는 ‘BTS만큼 멋진 아미를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모든 남성에게 있다. 권력과 군 면제가 비례하는 사회를 보며 우리는 얼마나 큰 박탈감에 빠졌나. 아미는 군 복무를 회피하지 않고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상기했다. 이 지사는 “이런 팬을 둔 BTS는 참으로 행복..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매주 한차례 이상 현 정부(대통령) 국정지지도를 비롯해 차기 대선 선호도 등에 대한 여론조사가 발표된다. 그때마다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희비가 엇갈리며, 그것을 둘러싼 의미를 읽느라 술렁인다. 그런데 지난 9월과 최근, 주요 국가 국민들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인기투표(?)를 실시한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퓨리서치 여론조사기관은 지난 6일 한국을 비롯해 미·일·호주·영국·독일 등 14개 주요 국가 국민들에게 중국에 대한 호감을 물은 결과물을 내놓았다.(6월10일~8월3일 성인 1만4276명) 핵심 내용은 부정적 인식(73%)이, 긍정적인 평가(24%)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중국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 우한에서 시작..
부부란 본래 아웅다웅 다투며 산다. 연애 시절 그 뜨겁던 열정을 그대로 지닌 채 한평생을 살아가는 부부는 없다. 사랑은 변색을 하고 세월이 가면서 그저 미지근한 정으로 사는 게 부부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늘날엔 젊은 사람들이 아예 그런 부부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 홀로 사는 노총각 노처녀들이 사방에 늘렸다. 걱정이다. 본래 인간사는 그렇게 갈등 속에 살다가 갈등을 안고 죽기 마련이다. 그걸 마다하고 홀로 사는 청년들이 집도 절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하기야 부부로 살면 크게 좋은 것도 없고 크게 황홀할 일도 없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어느 마을에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가난하였지만, 남에게 대접하는 것을 즐겨했다. 심심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밥을 대접해 보냈다. 그 바람에 가랑이가 찢어지는 건 그의..
정부가 기존의 도서정가제(도정제) 기준을 완화하려는 방향의 개편 움직임을 보이자 출판사와 서점단체 등 출판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모든 책에 정가를 표기하고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출판업계에 이어 서점계도 ‘문화 생태계’ 훼손을 우려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출판계의 절실한 산소호흡기인 도서정가제를 개악해서는 안 된다. 도정제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서 한국은 2003년 처음 도입했다.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현재는 신·구간 구분 없이 모든 도서를 최대 15% 내에서만 할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완전한 정가제가 아닌 ‘도서 가격 할인 제한제’라고도 불린다. 다른 공산품에는 없는 정가제를..
코로나19가 안겨준 삶의 고민이 전시장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들보다 좀 더 일찍 고민을 시작하고 작품을 발표해 주는 작가들 덕분에 내가 가진 고민을 보다 솔직히 털어놓을 용기를 얻었다. 갤러리 라온에서는 7일부터 고강필 개인전 ‘번짐의 흔적’이 진행된다. 고강필은 한지 위에 사람 형태의 선을 가느다랗게 그린다. 배경은 온통 오렌지빛으로 물들었고 그 안에서 사람 형태는 외롭게 서 있다. 작가는 물감이 건조되면서 번지는 효과를 노렸다. 처음 붓이 닿았던 선은 사람 형태의 틀을 잡아주었고 사람을 채우던 물감은 서서히 번지며 조심스럽게 외곽선을 벗어났다. 틀에 갇혀 있지만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이랜드 스페이스에서는 10월 29일까지 김혜영 개인전 ‘아무도 살지 않는 Solitude of mind’이 진행된다. 고독한..